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 10일 美 백악관 찾아 트럼프와 회담
정상 방문 일정 모두 이례적으로 비공개 진행
알 샤라, 과거 알카에다 소속으로 美에서 1000만달러 현상금 걸어
美, 친서방으로 돌아선 시리아 재건 위해 제재 해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메드 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과거 테러 조직 ‘알카에다’ 소속으로 미국 정부가 1000만달러(약 145억원)의 현상금을 걸었던 아메드 알 샤라 시리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카타르의 범아랍 매체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알 샤라는 이날 오전 11시 37분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해 두 시간 가까이 트럼프와 대화했다. 이날 알 샤라의 환영 행사와 회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가 시리아로부터 “특정 발표들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리아가 매우 성공적인 국가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지도자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을 찾은 경우는 1946년 시리아 건국 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알 샤라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 소속으로 수년간 이라크의 미군 교도소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알 샤라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알카에다 연계 조직 '누스라 전선'을 창설했지만, 2016년 알카에다와 결별했다.
그는 이후 시리아 북부의 4개 반군 조직을 통합해 이슬람 무장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결성했다. 시리아 내전에 뛰어든 알 샤라는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의 정부군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알 샤라는 러시아와 가까웠던 알 아사드가 해외로 도피한 이후 정권을 잡고 미국 및 서방과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당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함께 알 샤라 대통령을 만났고, 이후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30일에 시리아 내 특정 개인의 재산을 동결하고 특정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2004년 행정명령을 폐지했다. 7월 8일에는 알 샤라가 결성한 HTS를 외국 테러단체 목록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외교적으로 시리아 관련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했다.
미국은 10일 발표에서 시리아 재건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시저법)’에 따른 제재 부과를 18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국 재무·국무·상무부는 이날 합동 발표에서 "시저법의 일부 제재 집행을 정지함으로써 시리아에 대한 지속적인 제재 완화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2019년 발효된 시저법은 과거 알 아사드 정권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고문을 폭로한 군 사진가의 코드명에서 이름을 따온 법이다. 해당 법률은 미국이 시리아 정부, 군대, 금융기관 등과 거래한 제3국 기업·개인에 대해 2차 제재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 부처들은 이번 제재 해제 조치에 대해 "러시아 및 이란 정부가 관련된 특정 거래, 또는 러시아·이란산 물품, 기술, 소프트웨어, 자금, 금융, 서비스 이전은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안팎의 매체들은 트럼프가 알 샤라의 알카에다 경력을 의식해 이번 방문 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알카에다는 2001년 9·11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켜 수천명의 미국인을 공격한 바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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