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비상경제점검회의
유가 60弗대 가정했던 성장률 등
고환율·고물가까지 겹쳐 '비상'
당국, 쓸수 있는 모든 정책 검토
10조~20조 추경 편성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중동상황 비상경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른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이 대통령, 강훈식 비서실장 뉴스1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 실물경제 타격이 커지자 경제당국이 사실상 비상체계로 전환했다. 원·달러 환율마저 1490원대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고유가에다 물가와 환율까지 오르는 '3고(高)'에 기존 낙관적 전망치를 폐기하고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대응한 경제전략으로 상당부분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9일 정부는 가격이 급등한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이번 주 중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지정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동시에 유류세를 내리고 소비자에게 직접 지원키로 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소집한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경제당국은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하고, 대통령은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집행하라"고 지시했다.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대책 이행 절차에 곧바로 착수했다.
재경부 경제정책 당국은 실물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찾고 있다. 당초 유가 60달러대로 올해 '2% 성장률'과 '2.1% 물가' 목표치를 잡았는데, 미국·이란 전쟁으로 경제상황이 180도 달라져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의 위기상황 물가안정 대책 중 하나가 유류세 인하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2~3주 정도 안에 유류세를 법정 상한선(최대 37%)까지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 7%, 경유 10%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부가 법 개정 없이 낮출 수 있는 최대 한도(37%)까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유류세 인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을 개정,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돼 절차가 비교적 신속하다.
석유제품 최고가격 지정은 석유사업법에 따른 조치로 정부 고시로 최고가를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최고가 지정 사전·사후에 상당한 진통과 부작용이 우려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기름값 최고가 지정은 최고가를 얼마로 하느냐가 중요한데, L당 2000원으로 한다면 국민들에게 체감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고, 1500원이라면 정유사들의 손해가 커질 것"이라며 "기준을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뿐 아니라 원유에 붙이는 할당관세 인하도 가능하다. 할당관세율을 낮추면 수입비용이 줄어들어 휘발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 인하, 연료비 부담 완화, 운송비(물류비)와 제조원가 절감 등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2026년 정기 할당관세 운용방안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주택 난방용 액화천연가스(LNG) 등 유종에 따라 관세율을 올해와 동일한 수준(0~2%)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제당국은 비축물량을 풀어 수급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통상부는 비상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즉각적 효과가 있는 단계별 비축유 방출을 추진 중이다.
경제당국은 혼란을 틈타 과도하게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는 행태, 사재기와 담합 등에 대해서는 연일 경고하면서 시장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실제 과징금을 매기거나 가격 재결정 명령 등의 고강도 제재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발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확장재정 기조 유지를 밝힌 이상 정부의 유가 보조금, 에너지 수급 등을 반영한 10조~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또한 커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침체라는 이유가 생겼고, 정 안되면 돈 풀기를 할 수밖에 없어 올 상반기 추경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가격 담합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하며 자본·외환시장도 꾸준하게 모니터링하겠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면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큰 국내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김찬미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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