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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짜리 휴전?" 美·이란 협상 초안 속 승자는 누구인가

호르무즈 열고 동결자산 풀고…美·이란 '관리형 휴전'
핵심 쟁점인 고농축 우라늄·핵 개발 문제는 추후 논의
미국은 유가 안정, 이란은 제재 완화…서로 한발씩 양보
이스라엘 반발·트럼프 최종 승인 여부가 마지막 변수

"60일짜리 휴전?" 美·이란 협상 초안 속 승자는 누구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직전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정세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워싱턴과 테헤란을 오가며 막판 조율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초안을 이스라엘 등 동맹국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합의는 전쟁을 완전히 끝내는 평화협정이라기보다 '60일짜리 관리형 휴전'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유가를 좌우하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상당 부분 정리됐지만 핵무기와 고농축 우라늄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이 모두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구조이면서,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 불안정한 합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가 먼저 챙긴 것은 '호르무즈'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핵보다도 호르무즈 해협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과 악시오스가 보도한 초안에 따르면 이란은 30일 안에 해협 내 기뢰를 제거하고 선박 통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또 통행료 징수나 항행 방해도 금지된다. 이는 미국이 요구해온 핵심 조건이 대부분 반영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전쟁 발발 이후 시장이 가장 우려했던 것도 이란의 핵 개발보다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이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시장이 올여름 '레드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유가 급등은 미국 물가 상승과 금리 인하 지연으로 직결된다.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도 부담이다. 이번 협상의 최우선 목표는 이란 핵 문제 해결보다 국제 에너지 시장 안정에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60일짜리 휴전?" 美·이란 협상 초안 속 승자는 누구인가
미국 공습에 파괴된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 연합뉴스
뒤로 미뤄진 핵 문제

반면 핵 문제는 이번 협상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초안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약속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추가 농축 중단 여부는 향후 60일 동안 별도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이란은 무기급 농축에 근접한 수준인 60%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농축 우라늄의 해외 반출 또는 폐기를 요구해왔지만 이란은 자국 영토 내 관리 원칙을 고수해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범위와 검증 방식도 여전히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번 MOU는 핵 문제를 해결한 합의가 아니라 핵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정치적 틀을 만든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협상 성공 여부는 앞으로 60일 동안 진행될 핵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란이 얻은 것은 생존 시간

반대로 이란은 경제적 숨통을 확보하게 됐다.

초안에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를 해제하고 최대 120억달러 규모 동결 자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면적 제재 해제와는 거리가 있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상당한 양보다.

미국 재무부는 이란의 단계별 의무 이행 성과에 따라 자산 해제와 제재 완화를 연동하겠다는 전략인 반면, 이란은 경제적 실리를 즉각적으로 보장받기를 원하고 있어 자금 집행 메커니즘을 둘러싼 마찰도 불가피하다.

최근 이란은 전쟁 장기화와 미국 제재로 심각한 전력난과 외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재무부조차 최근 "이란 군인들은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고 경찰들도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이란 내부에서는 정전 사태와 물가 상승으로 소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제재를 유지하면서도 제한적 자산 접근을 허용한 것은 정권 붕괴보다는 협상 관리에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된다.

"60일짜리 휴전?" 美·이란 협상 초안 속 승자는 누구인가
한 남성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국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가장 불만이 큰 나라는 이스라엘

이번 협상 초안에 가장 큰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가디언은 이번 초안이 "이란의 구체적 핵 포기 조치를 담고 있지 않은 반면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핵 문제는 유예된 채 군사적 행동만 제약받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의 핵 역량이 완전히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헤즈볼라와 전투를 중단하는 것은 안보상 치명적이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속도를 내자 오히려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독자적인 군사적 지분 확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승인 전 협상안을 이스라엘에 먼저 공유한 것도 이 같은 반발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가 이란보다 네타냐후를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뜻밖의 승자는 파키스탄

이번 협상의 또 다른 승자는 파키스탄이다. 오랫동안 중동 중재 역할을 맡아온 오만 대신 파키스탄이 핵심 채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급물살을 탄 시점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이 지난 22~23일 테헤란을 방문한 직후였다.

이후 미국과 이란은 문안 조율 단계에 들어갔고, 모하마드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29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난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외무부는 28일 성명을 내고 다르 외무장관이 루비오 장관과 만나 양국 관계와 지역·국제 정세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양측의) 논의는 핵심 우선 분야 협력 강화뿐 아니라 대화와 외교를 통한 지역 평화와 안정 증진 노력에도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표현이 사실상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도 공개적으로 파키스탄의 중재 역할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성공할 경우 파키스탄은 단순한 남아시아 국가를 넘어 중동 외교의 핵심 플레이어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60일짜리 휴전?" 美·이란 협상 초안 속 승자는 누구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내 메모리얼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제158회 메모리얼데이(현충일)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마지막 변수는 끝까지 트럼프

현재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협상팀은 대부분의 조건에 합의했고 이란 지도부도 내부 승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안을 보고받은 뒤 즉각 승인하지 않고 "며칠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JD 밴스 부통령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 등 내부 언론은 "아직 파키스탄 측에 문안 확정을 통보한 바 없다"며 서방 언론의 '타결 임박설'을 부인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