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영업 일환' 인정 안한 재판부
16일 김건희 최종 선고 앞두고 결과 뒤집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받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끼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명씨를 비롯해 김건희 여사 등 같은 혐의 사건이 모두 무죄로 판단됐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오는 16일 김 여사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단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에서의 유무죄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명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는데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됐다.
우선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총 58회의 여론조사 중 14회만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은 점을 지적했다. 또 여론조사의 분석 내용이나 진행 경과,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한 부분도 사전에 제공하기로 합의한 범위에 포함됐던 것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44회의 여론조사는 해당 여론조사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실시한지 모르고 있었고, 이들이 여론조사 범위를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부분을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합의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14회를 무상으로 제공했고,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명씨가 부담했기에 이익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기부 행위가 정치자금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았을 뿐더러, 당선 이후 윤 전 대통령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한 점에 비춰봤을 때 대가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를 윤 전 대통령의 '공동정범'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재판에 김 여사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를 뒤집은 판단이다. 재판부는 명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에 여론조사 결과 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는데, 김 여사가 △직접 명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수수한 점 △명씨와 직접 만나 여론조사와 관련된 협의를 한 점 △윤 전 대통령에게 명씨와의 합의를 위한 의사전달을 도운 점 등을 이유로 판시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김 여사가 배우자로서 중간에서 연결고리를 한 행위를 공동정범으로 해석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당선 후 김 전 의원 공천에 일부 영향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윤핵관'이었던 고(故) 장제원 의원을 통해 윤상현 국민의힘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인정했다.
앞선 창원지법에서의 명씨 재판과 김 여사의 재판 과정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영업 활동 일환'은 인정되지 않았다. 명씨의 영업활동이었다면, 여론조사를 1~2회만 제공하고 중단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명씨가 영업 목적 또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일방적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각 여론조사 수수행위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기간에 집중돼 있는데, 당시 홍준표 후보와 치열하게 각축전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었음을 고려하면, 유권자들과 당내 정치인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힘 최종 결선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가이 피고인들이 음성적 방법으로 여론조사 비용 상당을 정치자금으로 수수한 행위는 그 영향과 파급력에 있어 위험성과 책임이 매우 크고 중대하다"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최은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