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 공항 겨냥한 미사일 공세
초대형 개발사업 중단·재검토
'비전 2030' 투자 유치도 먹구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친이란 후티반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미국의 최대 우군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경제 양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대규모 개발 사업과 투자 유치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 지원마저 제한적이어서 사우디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후티는 공항을 비롯한 사우디의 급소를 노린 공세를 연일 지속했다. 후티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연합군이 이를 요격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요격 미사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공망이 뚫린 정황은 속속 전해지고 있다. 리야드는 후티가 통제 중인 지역에서 800㎞ 이상 떨어져 있지만, 후티의 공격이 잦아지면서 도심 일부가 전쟁터처럼 변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도 안전을 우려하는 듯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WSJ은 "빈살만 왕세자가 벙커를 갖춘 경호 수준 높은 궁전들을 오가며 지낸다"고 전했다. 그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 6일 국가 헌혈 캠페인 참여였다.
사우디의 국방력은 후티를 압도할 수준이지만, 후티가 사우디 정규군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대신 간헐적 공격을 가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문제다.
후티의 이 같은 전략에 사우디는 안보가 흔들리면서 경제까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옴 신도시, 리야드 대형 큐브형 빌딩, 사막 스키장 등 왕세자가 추진해 온 초대형 프로젝트 상당수도 중단되거나 재검토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빈살만 왕세자의 국가개조 계획인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글로벌 자본 유치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지난 11일 개막한 제25회 세계석유회의(WPC) 주최 측 또한 정상적인 행사 진행을 공지했으나 핵심 인사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고, 이달 하순 개최를 앞둔 리야드의 대표적 투자자 모임인 제10회 미래 투자이니셔티브(FII) 역시 파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 정보당국은 이란이 후티에 사우디와의 군사 대결을 압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란을 달래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뒤로는 지지하면서도, 사우디의 의도가 대결에 있지 않다는 점을 이란에 전달하도록 측근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은 미국이 사우디와 후티의 충돌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할지 여부에 쏠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그들이 한 일은 매우 나빴다"며 사우디의 공습에 동참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은 사우디의 군사 지원 요청 자체에는 응하지 않은 채 군사 고문단만 파견해줬다.
이에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페르시아만 전문가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크센 연구원은 "빈살만 왕세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책이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우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면 분쟁에 더 깊이 끌려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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