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일찌감치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예상했다. 수십년간 들여다본 미국 사회의 변화와 인간 트럼프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근거가 됐다. 지난해 8월 19일 출간된 '신의 개입(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기도 하다. 이 책은 트럼프가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에서 총격테러를 당할 당시 원고가 최종 점검 단계였다. 트럼프가 당시 테러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송 교수는 "트럼프 대선 공약집인 어젠다 47을 살펴보면 트럼프가 대선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미국 공화당에 경쟁자가 없는 것, 조 바이든의 경쟁력 상실 등으로 트럼프 승리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를 두려워하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를 제대로 알고 대응하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트럼프 2기가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일본이 했던 대응을 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고인이 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브로맨스에서 배워야 한다. 아베는 트럼프를 황제 대접해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미국에 필요한 핵심 어젠다를 제안했다.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가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누구인가. 그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트럼프는 유소년기 사랑과 인정, 칭찬 욕구가 결핍된 상태였고 이를 미국에 대한 사랑, 애국심, 승리에 대한 욕구로 승화시킨 사람입니다. 37세에 지금 뉴욕의 명소가 된 트럼프타워를 완공하면서 큰 부를 이뤘어요. 그때부터 미국 사회 전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개인의 부와 명예를 국가, 사회로 확장했습니다. 41세에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본인의 돈으로 광고를 냈어요. ―광고 내용이 정확히 뭐였죠. ▲의견 광고인데 미국이 잘사는 나라인 사우디아라비아, 일본에 군사지원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국방은 그들이 알아서 하고 그 돈을 갖고 미국은 사회적 약자, 저소득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죠. 그 생각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거예요. ―미국 국민들은 왜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을까요. ▲미국인들 입장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정도의 차이예요. 그러나 트럼프는 콜라가 아니죠. 어마어마한 차이죠. 미국 국민들은 트럼프 4년을 겪으면서 좋은 점, 나쁜 점 다 봤어요. 또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 90개 넘는 범죄 혐의와 4개의 형사재판에 기소됐음에도 그를 지지했어요. 20~30대 지지율도 4년 전보다 11%p 올라갔고, 뉴욕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지역에서도 지지율이 올랐어요. 인권을 중시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건 좋은데 이것이 범죄율을 높이고 마약범죄로 사망률을 증가시켰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 거죠.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미국이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나요. ▲전 세계의 산타클로스 같은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일관된 메시지가 통한 거죠. 미국이 그동안 군사적·재정적 부담을 갖고 맡아온 글로벌 리더십을 완전히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거죠. 예를 들어 국방비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미국 발전에 기여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동맹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고 미국에 기생하는 나라는 동맹 대접도 하지 않겠다는 게 핵심이에요. 미국인들은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 거죠. ―최근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의 발언은 상식적이지 않던데요.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 발언의 기저에는 공통되게 '중국'이 있어요.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그린란드는 희토류, 원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 많아서 중국 기업들이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빙하가 녹으면 항로가 열려 중국 배들이 그쪽으로 많이 다닐 거예요. 파나마의 경우는 중국의 보이지 않는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죠. 미국 입장에서는 남쪽은 파나마, 북쪽은 그린란드까지 중국이 세력을 확정하고 있으니 걱정이 되는 거죠. 트럼프 입장에서는 유럽이나 아시아를 떠나 미국 주변부터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할 때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요. ▲사실 한국이 능력만 된다면 미국과 중국 간의 균형외교가 좋죠. 우리가 조정자 역할을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은 평화 시가 아닌 미중 경쟁, 또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시대입니다. 전 세계 300여개 국가 중에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가입니다. 하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시진핑 주석이 방한을 미루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트럼프가 당선된 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예상도 못한 조선업 협력을 꺼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윈윈할 수 있는 사례를 트럼프가 보여준 거죠. ―조선업 말고 한국과 미국이 윈윈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나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한반도 방어뿐 아니라 대만 해협의 전쟁을 막는 것입니다.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인민 해방군 창군 100년이 되는 해인 2027년 대만을 수복하겠다고 지시한 것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고 중국의 대만 침공을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막으려고 합니다. 한국이 남중국해 평화에 기여를 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죠. ―경제적인 측면의 윈윈방안은. ▲미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 AI, 양자컴퓨터, 반도체 등 주요 분야에서 핵심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 또는 기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트럼프를 만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미국에 무엇을 제시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대응은.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미국 각 주에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했는지 그리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켰다고 합니다. 미국을 위해 일본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것이지요. 이는 트럼프의 마음을 얻었고 그다음부터는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후에도 일본은 민관이 힘을 합쳐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미국 편이라는 생각이 들어야 신뢰가 쌓이지 않을까요? ―트럼프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 설정은.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측면에서 트럼프의 의지만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으로 봅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그 둘이 회담을 할 때 트럼프에게 우리 입장을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에 자유의 물결이나 생각이 들어갈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트럼프도 거절을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트럼프의 원칙과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죠. ―트럼프 취임 초기 6개월이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은 너무 중요한 시기를 우리가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곳에 모여 태스크포스 등을 조직해 잘 대응해야 합니다. 시종일관 말씀드린 대로 트럼프와 트럼프 2기에 대해 무조건 두렵고 공포스럽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아닌 트럼프도 정상적인 사람이고 트럼프 2기도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갖고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고 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지. ▲지금 한국이 가진 역량이 적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미국의 승리가 될 수 있고, 중국의 승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세계가 자유의 세계가 되느냐, 전체주의 통제의 세계가 되느냐 중요한 갈림길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트럼프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을 잘 읽고 한국이 그렇게 되면 무서운 사자가 한국의 가장 강력한 원군이 되고 또 우리 한국도 다시 사자 같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조선일보에서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했으며 조선비즈 대표 이사를 지냈다. 송 교수는 특히 미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신의 개입(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의회,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등이 있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정리=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1-19 18:11:13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주민들의 체감안전도가 경기 안산 주민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외국인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나아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를 확산시키는 주범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들과 공생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기초질서 위반 외국인이 문제…"일부 강력범죄, 제노포비아 확산"13일 강소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경찰청 의뢰로 수행한 '외사치안안전구역 체감안전도 측정모델 및 조사연구'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기초질서 위반이나 무질서 등이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함께 범죄로부터 불안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외국인의 주취소란이나 빈번한 기초질서 위반행위는 범죄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고 이에 대한 염려가 범죄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실제 외국인범죄의 대다수는 경범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외국인범죄 총 4만3764건 중 음주.무면허운전 등 교통범죄가 1만1698건(26.7%), 단순폭행 등 폭력이 1만98건(23.1%)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지능범죄 5093건, 절도 3026건, 성폭력 646건, 도박 645건, 살인 107건, 강도 98건 등이었다.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도 내국인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지난해 외국인범죄율은 2.14%로 내국인범죄율 3.90%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외국인들이 기초질서를 지키지 않는 이유는 준법의식과 도덕관념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외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주민은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노상방뇨를 자주 하는 등 기본적인 사항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결국 외국인 경범죄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생기고 외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은 "한국인에 의한 범죄보다 훨씬 적은 비율을 차지하는 외국인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편견이 체감안전도에 작용하고 있다"며 "일부 강력범죄가 기본적으로 편견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제노포비아를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그들도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지역별 체감안전도다. 지난해 대림동과 서울 이태원, 서래마을, 안산시 원곡동 등 외국인 밀집지역 주민 6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원곡동(2.4점)의 체감안전도가 가장 낮고 서래마을(3.0점)과 이태원(2.9점)의 체감안전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체감안전도 척도의 중앙치는 3.0점이다.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거주지역에서 범죄의 목표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원곡동(3.6점)과 대림동(3.6점)이 이태원(3.2점)과 서래마을(3.2점)보다 높았다. 무질서 정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서래마을(3.1점)이 이태원(3.6점), 원곡동(3.7점), 대림동(3.8점)에 비해 무질서 수준이 낮다고 인식했다.지역별 체감안전도가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의 출신 국가나 직업에 대한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등 아시아계 외국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과 태도를 갖고 있고 미국이나 선진국 또는 경제적 수준이 높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원곡동과 대림동은 중국계 공단 근로자들이 많은 반면 이태원은 백인, 이슬람권, 아프리카 출신들이 많은 편이다. 직업도 강사나 요리사 등 경제적 수준이 높은 외국인들이 많다.서래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서래마을 체류 외국인 550명 중 60~70%는 프랑스인이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10%이며 나머지는 일본인, 중국인들이다. 프랑스학교와 영국학교 등 외국인을 위한 학교도 있고 한불음악축제와 서리풀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도 열려 내.외국인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서래마을 체류 외국인들의 주민센터인 서래 글로벌 빌리지 센터 관계자는 "서래마을에는 한국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 보다는 일 때문에 발령을 받아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주민들과 서로 편견 없이 지내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 서래마을 주민은 "외국인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도)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많다"며 "다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외국인의 토막 살인사건 등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2017-02-13 17: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