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중국 관세 부과 경쟁이 미국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멕시코에서 제조된 중국의 자동차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 천명한 바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3월 11일 기존 선언의 2배 인상폭인 100% 관세 폭탄 카드를 들고나왔다. 단호한 대중국 정책이 미국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14일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현재보다 4배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반도체, 태양광 전지 등에도 2배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의 배경으로 중국의 부정행위를 들었다. 트럼프도 이에 질세라 바이든의 정책은 자신의 정책을 뒤늦게 따라 한다며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속에서 부상하는 관세 부과 경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선거와 중국 변수의 관계 구도를 살펴볼 수 있다. 미국 대선에서 중국 변수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국내정치적 차원의 변수가 국제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다. 두 대선 후보는 누가 중국에 더 단호한지 경쟁하는 구도를 조성하며 대외변수를 대내변수에 끌어들인 상태다. 특히 대중국 정책의 단호함을 과시하기 위한 방법으로 과세 부과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는 국내 선거 전선에서 이겨야 할 승부수 중 하나로 대중국 정책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에 단호하다는 모습을 어필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어려워진다는 현실 인식에 대한 조치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미중관계도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둘째, 과연 디리스킹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미국 등 서방진영은 중국이 세계경제와 커플링된 현실을 고려하면 디커플링은 사실상 불가하다며 디리스킹으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었다. 즉 중국과 어느 정도의 커플링을 유지하면서 중국이 군사기술로 전환하여 현상변경 정책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제대로 차단토록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4배 관세 인상은 미국의 현재 정책이 디커플링으로 다시 회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무역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보호무역의 기조가 자리를 차지하면 이는 디리스킹보다는 디커플링에 가까운 상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의 관세 인상 정책은 현 국제정치에서 경제안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경제와 안보를 분리시켜 경제적 이익과 안보도 동시에 챙기는 윈-윈 공식은 신냉전 구도에서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 상대방에 관세를 부과해서라도 자국의 단기적 경제이익이라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상대이익을 빼앗기고 이는 결과적으로 국력 저하로 이어져 안보에도 리스크가 된다는 사고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경제’가 ‘안보’이자 ‘안보’가 ‘경제’라는 경제안보 공식이 고강도로 작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미중 전략적 경쟁의 구조적 압력에 재주목해야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기존 강대국은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도전국에 '공포(Fear)'를 느끼고 이는 특정 지도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도전받는 국가의 모든 지도자가 느끼는 것이라는 점이 앨리슨이 규정한 '투키디데스 함정'의 본질이다. 이러한 공포가 특정 행위자의 판단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느끼는 압력이라는 점에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되는 구조적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바이든, 트럼프에 관계 없이 앞다투어 관세 부과 경쟁을 벌이는 것은 미중 전략적 경쟁은 본질적으로 구조적 압력으로 조성된 기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따라서 미중 경쟁이 단기적 정책 전환으로 해소될 수 없는 중·장기적 기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발 관세 경쟁은 국내정치가 국제정치와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불가분성과 더불어 과도기 국제질서에 점증하는 불확실성은 이러한 이례적인 정책이 빈번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과도기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대외정책은 단기적 처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중장기적 처방에 진력하는 방향성을 견지해야 한다. 대북정책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5-21 13:24:23최근 한중 경제관계는 위축되고 있다. 일부는 이를 주로 미·중 갈등과 내수둔화로 인한 중국 경제 위축 탓이라고 본다. 다른 일부는 이런 요인들의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주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침체와 우리 경쟁력 약화에 기인한다고 본다. 먼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올해 상반기 25% 내외 줄어들었고, 사상 최초로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아직은 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기 시장 침체가 원인으로 보인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 수준이나, 가트너에 따르면 ICT 시장은 6.3% 감소할 전망이다. 실제 올 상반기까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총수입은 6~8% 감소했으나 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가전 등 5대 정보통신기기 수입은 10~20%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비ICT 수입은 4.8% 감소한 반면 5대 ICT 품목 수입은 15.7% 감소했고 중국의 경우 비ICT 품목은 3.7% 감소한 반면 ICT 품목은 20.6% 감소했다. 올 7월까지 우리의 대중국 무역적자 144억달러, 수지 악화액 180억달러도 주로 ICT 시장 부진에 기인한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40.4%, 134억달러 감소했기 때문이다. 2022년 우리의 반도체 총수출에서 홍콩 포함, 중국의 비중은 55.3%에 이른다. 디스플레이·센서 등 타 ICT 부품 포함 시 적자액은 115억달러로 180억달러 무역수지 악화액 중 64%를 차지한다. 한편 구조적 요인도 문제다. 반도체 호황의 착시 기간 우리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에서 2021년 2.84%로 떨어졌다. 이 기간 노동경직성과 기업규제 확대, 인력부족 심화 등으로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유입이 정체되었다. 둘째, 중국 경제 위축 부분이다. 2022년 2·4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4분기 4.5%, 2·4분기 6.3%의 추세적 성장세를 보였으나 시장예상치 7%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올해 4월 18.4%에서 6월 3.1%로 하락했다. 16~24세 청년실업률은 5월 21.3%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5121억달러의 무역흑자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4.8%, 수입은 -7.6%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외국인투자자에겐 사업여건이 악화되었고 중국의 미래산업마저 불확실하다는 인식도 있다. 필자가 본 재중 우리 기업인들의 시각은 달랐다. 중국 경제상황 관련, 일부 부동산 기업 디폴트 위기와 미미한 시장활력에도 불구하고 경제회복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 등으로 인해 부동산으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산업계 인사는 코로나 봉쇄조치 폐지 이후 소비활성화 대책의 점진적 시행으로 늦어지고 있으나 투자나 소비 회복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올해 5% 내외의 중국 경제성장률은 경제규모 감안 시 높은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이들은 우리와 대면교류가 없었던 코로나 기간에 중국산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우려한다. 최근 중국발 미국향 의류·잡화 수출 증가는 높아진 상품 질에 기인한다고 했고, 한 중소기업인은 지난 3∼4년간 중국산 품질은 개선되었으나 한국 기업인들은 과거 중국만 생각하고 시장에 접근하면서 중국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시장 크기, 지리적 접근성, 기존 우리의 대중국 투자규모 등 감안 시 회피할 수도 없고 회피해서도 안 될 시장이다. 기술개발과 혁신, 생산성 제고로 우리의 경쟁우위 요인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대중국 접근의 기본이라는 생각이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약력 △64세 △서울 중앙고 △서울대 윤리교육학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프랑스 파리 제10대학 경제학 박사 △행시 27회 △청와대 산업통상자원비서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한국무역협회 상근 부회장(현)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현)
2023-09-13 18:18:09[파이낸셜뉴스] 과거 경쟁관계로 여겨졌던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상생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불러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택한 것이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고향인 '예산시장'에 새 활력을 불어 넣은 것처럼 대형마트도 전통시장과 새로운 협력을 통한 상생을 시작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통해 전통시장과 동반성장에 앞장서고 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상품과 고객층이 서로 다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함께 위치해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생 프로젝트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자체와 전통시장에서 먼저 입점 제안 문의를 해올 정도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전통시장간의 성공적인 상생 사례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상생스토어 1호점인 당진전통시장의 경우 시장 주차장 이용 건수가 2015년 2153대에서 상생스토어가 입점한(2016년 8월) 후인 2017년에는 5019대까지 늘어났다. 고객 설문에서는 시장 방문객 75%가 노브랜드와 당진전통시장을 함께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1호점부터 16호점까지 똑같은 매장이 없다. 입점하는 전통시장 상인회와 사전 협의를 통해 주변 전통시장에서 파는 품목은 제외하고 부족한 품목은 강화하기 때문이다. 상호 협력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이마트 만촌점은 지난 3월, 기존 이마트 행사를 소개하기 위해 발행해 온 전단에 대구 동구시장을 알리는 내용을 싣고 매장에 비치했다. 4월부터는 이마트를 방문한 고객들이 동구시장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통시장을 알리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만촌점에 송출하고 있다. 만촌점 이외 다른 대구지역 점포들 역시 인근 전통시장과 협력해 각 시장마다 특성에 맞는 마케팅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순차적으로 공동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마트 '1점 1전통시장' 프로젝트 롯데마트는 2014년부터 운영하는 '1점 1전통시장'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롯데마트 1개 점포가 전통시장 1곳과 자매결연을 체결해 전통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약 30여 개(광복, 남악, 삼양, 안성점 등) 점포에서 진행중이다. 또 점포 휴무일 전통시장 이용을 독려하는 공동 마케팅과 시장 내 노후 시설 보수 및 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시장 안내 부스 운영, 시장 방문고객에게 '친환경 장바구니' 증정 이벤트 등을 진행했다. 전통시장 축제 진행 시 행사 사은품, 홍보 부스 설치비 등 축제 운영비 지원과 더불어 롯데마트 직원이 직접 축제의 홍보와 진행을 도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CCTV 설치, 소화기, 장갑 등 물품지원을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앤데믹으로 전환 후 기존 물품지원 활동과 더불어 현장에서 직접 도움이 될 수 있도록 VMD컨설팅, 전통시장 연계 지역 축제 지원 등 현장 지원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례로 롯데마트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롯데중앙연구소와 협업해 대구 목련시장과 '품질 상생 업무협약'을 지난 4월 25일 체결했다. 업무 협약의 일환으로 이달 10일에는 위생 안전 컨설팅을 진행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중앙연구소 안전센터 관계자들이 시장내 식당 업장을 방문해, 식품 위생과 관련된 법규와 상점별 위생관리 지침등을 교육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는 음식점 위생 등급제 인증 컨설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전통시장 떡집 마트 속으로 홈플러스는 전통시장과 상생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남대구점 매장의 경우 인근 봉덕신시장 떡집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구성해 판로를 제공하고 있다. 또 입점 수수료를 완화해 지역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줬다. 지난 3월부터는 청주시 전통시장, 소상공인과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지역 상권 활성화 등 공동마케팅 △중소유통 경쟁력 강화 지원 △중소유통 홍보 지원 등에 대한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5-10 14:08:18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 외교 키워드는 '한미동맹 재건'과 '한일관계 정상화'로 정리된다. 취임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을 외교 무대 데뷔작으로 치른 윤 대통령은 최근엔 미국 국빈 방문 과정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끌어올린 '워싱턴 선언'을 채택해 성과를 거뒀다. 에미리트연합(UAE) 순방에선 300억달러(약 40조원) 투자 유치를 이뤄냈고,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방식 변제 해법안 제시로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예정된 G7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에서도 북·중·러 공조에 맞서 한·미·일 공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중 패권경쟁이 첨예해지는 국제정세 속에 일각에선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외교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고조되는 북핵 위협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윤 대통령의 한·미·일 공조 중심 외교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미·일 공조에 집중한 尹 4일 대통령실이 정리한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변화를 살펴보면 대통령실은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변화에 대해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로 굳건한 안보 토대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 간 워싱턴 선언 채택으로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고,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확고히 해 한미 안보동맹을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내부 평가다. 이와 관련, 워싱턴 선언이란 상징적 용어로 북핵 위기 대응에 상징적인 성과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 자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내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전통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높여 지속가능한 선언 체제를 다져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기존 한일 관계에 대해 "파탄상태"였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한 것 또한 주요 성과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국내 불리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해법안을 먼저 제시하면서 한일 관계 정상화에 불을 댕겼고, 지난 3월엔 일본을 방문해 셔틀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오는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답방하기로 하면서 셔틀외교는 12년 만에 완전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현재 한일 양국 간 수출규제가 철회되고,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 재지정한 데 이어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완전 정상화로 경제와 안보 협력이 확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일본과의 이 같은 협력 확대 추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외쳤던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미국도 이를 의식한 듯 윤 대통령 당선 확정 첫날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성사시키며 한미동맹 강화에 힘을 쏟았고, 윤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한미동맹 격상의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이후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순방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에 대한 3국 간 군사적 안보협력을 재개키로 해 한·미·일 공조는 본격화됐다. 이어진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빡빡한 다자 간 정상회의 일정에도 한·미·일 3자 회의를 하며 협력 체제를 공고히 했고, 미국과 일본 정상들과도 따로 수차례 만나 한미·한일 간 경제·안보 협력 틀을 점검했다. ■미·중 패권경쟁에도 한미동맹 강화 미·중 패권경쟁이 가시화되면서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움직임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첨단과학 기술분야로 넓히며 동맹 체계를 공고히 해 중국 견제 과정에서 우리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 미국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과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동맹이기 때문에 동맹 상호 간의 이익의 공유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 존중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군사적 역량 강화에 있어 필수요소가 '반도체'라고 판단,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으로 중국의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고도화를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RA와 반도체법으로, 중국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토록 하는 데 이어 중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을 제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의 보조금 차별과 기밀유출, 투자제한 등 피해가 우려되자 우리 정부는 미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 한미동맹을 강화해 예외조항 등으로 피해 최소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미국에서 반도체법과 IRA가 시행된 상황에서 우리 기업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 미국 일자리 창출을 한미 관계의 중요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결국 우리 외교역량에 한미 관계의 새로운 70년이 달려 있다"고 주문했다. ■긴장 속의 중·러 관계, 尹 대응은 북핵 위협에 맞서 북·중·러 3국의 공조도 한·미·일 3국 공조에 맞서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방위로 대중 견제에 나서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르자 북한은 행동대장으로 대남, 대미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모스크바에서 의기투합해 북한을 두둔하면서 동북아 질서는 '한·미·일 vs 북·중·러'간 대립구도로 심층 전개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외면하고 미국·일본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급변사태 시 원활한 해결, 평화통일 모두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적절한 수준으로 외교의 균형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서영준 기자
2023-05-04 18:19:35【바르셀로나(스페인)=김준혁 기자】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삼성전자 보다 5배 큰 규모로 전시 부스를 마련한 화웨이가 향후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 등 화웨이 통신장비를 둘러싼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실체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미중 갈등으로 사업 방향성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겪고 있는 지정학적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신뢰성 문제 無…韓과 상호협력 기대" 장정쥔 화웨이 아시아태평양 대외협력·홍보부문 부사장은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한국 기자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ICT 분야를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서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손루원 한국화웨이 최고경영책임자(CEO)도 함께 참석했다. 장정쥔 부사장의 이번 발언은 화웨이에 대해서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통신장비 신뢰성 문제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장정쥔 부사장은 "한국과 유럽에서 기술 및 사업 협력을 진행 중이며, 여러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백도어 등 실질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실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중 기업이 ICT 산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강조, 부품구매와 R&D 분야에서 협력이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선도적 기업들이 ICT 산업을 위해 협력하면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美中 갈등 여파 혁신으로 돌파…단말도 반등 추진" 장정쥔 부사장은 미중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지난 10년 간 진행한 R&D와 상호협력 전략을 통해 자국을 비롯한 아시아·유럽 지역에서 실적개선과 상생 성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장정쥔 부사장은 "미중 갈등은 정치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반적인 사업 방향성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디지털파워,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추후에 더 많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협력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 920억달러(약 120조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화웨이는 개방형 무선접속망(오픈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컴퓨팅, 그린 에너지 등과 같은 분야에 지속적인 R&D를 통한 기술 혁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제재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급락한 스마트폰 등 단말기 사업의 반등도 모색한다. 또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유럽 국가와 진행 중인 인적 자원 발굴 등의 상생 노력도 이어간다. 장정쥔 부사장은 "작년에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인재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7만여명의 인재를 육성했다"며 "그 지역의 중소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내 기업에서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는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고 전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3-01 18:16:26[파이낸셜뉴스] 서울 소재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32개 제품 중 서로 가격 경쟁을 벌이는 제품은 6개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을 규제하는 방식이 아닌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가 21일 강원대 정회상 교수에게 의뢰해 발표한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 간 경쟁 관계: 서울시의 경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12월 동안 서울시 소재 유통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32개 제품에 대한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관계를 분석한 결과 24개는 대형마트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중소슈퍼마켓과 가격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4개 각 제품이 같은 규모의 유통업체 간에는 대체재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반면 32개 제품 중 26개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은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특정 중소슈퍼마켓 근처의 대형마트에서 A라면이 가격을 올리거나 내려도 해당 중소슈퍼마켓은 이에 대응하지 않아, 서로 독립재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소비자들이 생필품 구입 시기나 목적 또는 수량 등에 따라 대형마트와 중소슈퍼마켓을 서로 다른 유통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보기 때문”이라며 “대형마트는 가끔 대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중소슈퍼마켓은 빈번히 소량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각각 판매대상으로 삼고 있어 이들은 서로 다른 시장에 직면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도입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는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가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면서 “만약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유통업체 간 경쟁 정도가 낮다면 중소유통업체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의 실효성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업규제가 대형유통업체의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들의 선택권만 침해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중소유통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영업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으며,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대형유통업체의 진입과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가 완화 또는 폐지됨에 따라 매출과 고용이 증가하고 소비자 후생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2-10-21 09:05:13[파이낸셜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견제 관계가 아닌 협력 관계”라며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당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행위를 비판했다. 홍 당선인은 23일 페이스북에 “과거 집단 지도 체제의 대표와 최고위원은 선출 과정이 단일해 경쟁자 중 최고 득표자를 대표로 하고 대부분 합의제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과정이 서로 다른 데다가 상당 부분 안건이 합의제가 아닌 협의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같이 썼다. 이는 최근 공개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공개적으로 설전을 주고받은 배현진 최고위원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는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비공개 부분에서 나온 내용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장 직권으로 오늘(20일)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고 안건 처리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최고위원 모두발언이 끝난 뒤 배 최고위원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공개회의를 없애면 어떡하느냐”며 “회의 단속을 해달라고 누차 제안드리지 않았느냐”고 이 대표에게 따졌다. 그러자 이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내용이 계속 언론에 누출됐다”고 재차 강조했고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도 스스로 유출하지 않았느냐”고 맞섰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어색한 상황을 연출했다. 오전 9시께 이 대표가 회의실에 나타나자 배 최고위원이 악수를 청하면서 내민 손을 이 대표가 밀어낸 것이다. 다른 회의 참석자들과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온 배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쳤지만 이 대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23일 홍 당선인은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당대표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당대표의 미숙한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지만 최고위원이 달라진 당헌 체제를 아직 잘 숙지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 우리는 여당”이라며 “여당이 그런 행동들을 보이는 것은 ‘대통령이 정치를 모른다’고 깔보는 행위로도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여당은 모두 합심해 더불어민주당을 설득, 국회부터 개원하라”며 “그것이 새 정부를 돕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글은 현재 지워진 상태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2-06-23 14:57:29【베이징=정지우 특파원】올해 가을 미국 중간선거와 중국의 20차 공산당대회가 열리면서 첨예한 경쟁구도의 미중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국 이익 극대화나 권력 공고화 차원에서 상대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나갈 가능성과 뉴노멀(새로운 기준) 하에서 안정화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11월초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뽑는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다. 낮은 지지율로 고전중인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 4년 임기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걸려 있다. 중국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중국공산당 당대회가 열린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역사결의를 통해 시 주석을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리며 권력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에선 3연임을 넘어 초장기 집권에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례에 비춰보면 당대회는 10월말 혹은 11월초로 예상된다. 세계 2대 강대국의 최대 정치이벤트는 모두 권력 장악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선거 승리는 국민의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고, 시진핑 집권 3기 또한 내부결집 성공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양국이 모두 상대국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만큼 이 과정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내부단속을 위한 전략으로 이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미국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베이징동계올림픽(2월4일 개막) 외교적보이콧(정부 당국자를 파견하지 않는 것) 선언 △중국 신장지역 생산상품 수입 금지를 위한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 입법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담당자 제재 등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당겼다. 당시 베이징 외교가에서 “‘중국 때리기’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 것 같다”는 분석을 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 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을 유지 또는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 안보 영역에서도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강화 등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 포위망을 더욱 촘촘히 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 시 주석의 3연임은 이미 확정적이다. 중국 정부는 빅테크와 교육·부동산규제, 홍색정풍운동, 코로나19 문책 등 사정작업을 통해 내부 정리는 사실상 끝낸 상태로 봐야 한다. 따라서 남은 사안은 외부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여부지만, 강경 대응이 또 다시 미국의 반격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이로 인해 최소한 내년 당 대회 때까지는 미중관계의 추가 악화나 충돌은 피하길 원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결국 새해 미중 공방이 상호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면 2022년 미국과 중국은 갈등과 경쟁 속에서도 기후변화와 같은 다자 현안에서 부분적 협력 공간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간선거와 연임에 성공한 이후엔 경제 발전과 대내외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동안이라도 강한 마찰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의 조속한 회복 등 국내 숙제부터 해야 한다. 중국은 시 주석이 미국 경제성장률을 뛰어넘겠다고 천명한 2035년까지는 아직 10년 이상 자국 경제발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반도체 등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고 강한 반격은 부작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더 크다. 중국이 그 동안 수차례 미국을 향한 ‘보복 조치’를 언급했어도 실행에 옮긴 것은 손에 꼽힐 정도라는 사실도 이런 중국의 입장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01-02 12:42:12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여전하다. 20세기 후반 이후 양국은 때론 친밀하게, 때론 극단에서 대립하며 세계 경제를 움직여 왔고 움직이고 있다. 양국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여전한 이유다. 정치체제도, 경제발전 과정도, 문화적 배경과 성향도 서로 다르지만 21세기를 주도해나가는 양국의 관계 변화를 읽으면 세계정세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에서 중국 전문가로 알려진 이들의 책이 최근 잇달아 출간되면서 서점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립보다는 전략적인 이해관계에 집중하라 '중국과 협상하기'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이자 인맥으로 움직이는 나라 중국. 어떻게 대해야할지 감도 서지 않는 이 나라를 20년 넘게 상대해온 자타공인 미국 최고의 중국통 헨리 폴슨 주니어.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CEO로 재임한 뒤, 곧장 미국 정부의 74대 재무장관을 지낸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지난 1992년부터 2014년까지 기업의 입장과 정부의 입장에서 중국을 상대해온 경험을 담아 회고록을 내놨다. 그는 골드만삭스 재직 시절, 중국 국유기업들의 기업공개를 주도하며 중국 경제를 세계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재무장관 시절에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미중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끌었다. 100차례 넘게 중국을 왕래하며 특유의 친화력과 탁월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전·현직 국가주석을 비롯해 현대 중국의 엘리트들과 교류했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폴슨은 중국은 어떻게 그토록 빨리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는지와 중국에서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중국과 협력·경쟁하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이득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답한다. 폴슨은 "40년 전에는 대다수 미국인이 중국에 땡전 한푼이라도 빚을 질 날이 올 거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중국은 미국의 가장 큰 채권자가 됐으며 미국 정부는 중국에 1조3000억달러에 가까운 부채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중국의 번영이 결국 미국과 세계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답한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경제 강국이 상호 보완적으로 움직일 경우 국제사회에서 직면한 대부분의 중대한 문제들을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 입장에서도 백묘든 흑묘든 상관없다. 폴슨은 체제와 이념은 테이블 옆으로 치우고 '공동의 전략적 이해관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말한다. ■美中이 섞여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답을 찾다 '트랜스퍼시픽 실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인 1849년부터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금광이 발견되면서 수많은 중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이 저임금에도 일을 잘한다는 평판을 얻게 되면서 이들은 아일랜드계 백인 이민자들과 갈등하기 시작한다. 중국인들이 백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적개심은 나날이 커졌고 선동적인 정치가들은 이를 이용했다. 시간이 흘러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 된 서부는 수많은 중국인 유학생들과 IT 개발자들이 넘쳐나는 지역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태생으로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하며 양국을 오간 경험이 있는 저자는 미국과 중국의 민간 관계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지역이 자신의 고향임을 깨닫고 이를 관찰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다양한 민간 교류 실험이 일어났다고 설명하고 이를 '트랜스 퍼시픽 실험'으로 명명했다. 중국 학생이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자가 중국 투자자를 찾고, 캘리포니아의 시장들이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중국의 성장(省長)이 캘리포니아의 탄소시장을 연구하는 일 등은 모두 이 실험의 생생한 모습이다. 저자는 이 '트랜스 퍼시픽 실험'의 결과가 양국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국제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양국 간의 상호작용으로 수많은 기회, 즉 투자, 일자리, 대학 재정 충족, 문화적 결합 등이 새롭게 생겨났지만 접촉이 늘어날수록 서로의 차이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고, 국가 간의 지정학적 문제가 개인적 사안으로 비화되는 모습도 빈번하게 일어남을 지적한다. 저자는 세계를 선도해온 미국의 위상이 점차 퇴색해가는 상황에서 짧은 기간 급속한 발전을 이룬 신흥강국 중국의 상황이 교차되면서 양국은 피할 수 없는 경쟁 상태에 놓였다고 말한다. 불편하지만 미국은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결국 함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9-17 14:36:11세계에서 가장 많은 암호화폐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전세계 법정통화 가치와 연동되는 가치안정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를 발행하는 '비너스' 프로젝트에 대해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협력관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너스 프로젝트 발표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 기반의 바이낸스가 미국 기반의 페이스북 '리브라'를 겨냥해 정면 경쟁을 선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블록체인·암호화폐 시장의 미-중 패권경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정작 바이낸스는 리브라와 협력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9일 파이낸셜뉴스 블록포스트와 만난 바이낸스 진 차오 최고전략책임자(CSO·사진)는 "리브라와 비너스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는 것은 동일하지만, 리브라는 코인발행에 주목하고 있고 비너스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리브라의 코인이 비너스 인프라를 통해 발행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비너스, 기존 금융과 새 금융 연결"그는 "비너스가 주목하는 것은 금융으로부터 소외됐거나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외된 이들을 지원한다고 해서 기존 금융을 파괴하는 것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진 차오 CSO는 "기존 금융과 혁신적인 새로운 금융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비너스 프로젝트"라며 "정부나 정책기관, 금융기관들을 비너스에 초대해서 왜 암호화폐가 필요한지, 암호화폐로 법정화폐가 못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그는 "페이스북은 이미 꾸려진 자체 생태계를 기반으로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안정적인 거래 처리 속도를 가지고 있는 바이낸스체인을 활용해 다른 주체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라며 "리브라는 물론 중국인민은행도 우리에게 관심이 있다면 피할 이유가 전혀 없어 협력해서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탈중앙화, 기존 제도 부정 아냐"진 차오 CSO는 기존 제도권과의 협력을 계속 강조했다. 블록체인 업계 많은 사람들이 정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하고,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긴 어렵다는 것이다.그는 "비트코인은 정부를 피하는 기술이었지만 블록체인은 단순히 정부를 피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중개자를 없애는 기술이기 때문에 탈중앙화라고 해서 기존 제도나 기관을 부정하면 안된다"며 "기존 제도와 기관, 정부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고민했고, 그것이 바로 비너스"라고 언급했다.아울러 그는 바이낸스는 항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너스 프로젝트나 최근 시작한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언제든 추락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한국서도 파트너들과 협력 검토"그는 "블록체인 업계 자체가 경쟁이 심하고 변화도 빠르기 때문에 지금에 만족하며 수수료 수익에만 머무르면 결국 수익이 줄고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외부의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한국에서도 많은 파트너를 만나고 있고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 프로젝트들도 바이낸스 상장을 위해 바이낸스체인으로 많이 전환하는 것으로 아는데, 깐깐한 바이낸스 상장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힌트를 주자면 이용자집단의 로열티가 중요하다"고 귀뜸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2019-09-09 17:2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