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故) 고우영 화백의 명작만화 '삼국지'가 다채로운 색을 입힌 '올컬러 개정판'으로 재출간된다. 문학동네 출판사는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이 공식 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권 10권으로 구성된 박스 세트이고 낱권으로도 판매한다. 1978년부터 연재돼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된 '고우영 삼국지' 원본은 흑백판이지만 여기에 화려한 색을 더한 것이다. 이번 판본은 고 화백의 아들인 성언씨가 직접 채색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또 고인이 손글씨로 적었던 대사와 해설을 인쇄체로 대체해 가독성을 높였다. 또 지은이의 필체는 그대로 살리되 표기법이 달라진 지문과 대사는 현행 한글 맞춤법에 맞게 수정됐다. 한편 각 권마다 관련 자료를 첨부해 '고우영 삼국지'에 대한 이해를 도운 것도 이번 복간본의 특징이다. jo@fnnews.com 조윤진 인턴기자
2021-01-15 08:28:48고우영 '만화의 날' 관심 집중. 제13회 '만화의 날(매년 11월3일)'을 맞아 만화가 故 고우영 화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날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메인화면 상단 검색창 왼쪽을 만화의 날 특집으로 꾸미면서 고우영 화백을 올해의 대표만화가로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고우영은 1938년에 태어나 2005년에 별세했다. 만주에서 태어났고 일제강점기에 경찰로 근무했던 부친이 해방과 함께 위기를 맞이하며 한반도로 이주했다. 만화가로 일하던 둘째 형(고일영)의 연재를 이어받아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으며, 중학교 2학년 때 단행본 만화 '쥐돌이'를 출간했으며 이후 성인극화 '임꺽정', '수호지', '가루지기', '삼국지', '십팔사략'등의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2001년 고우영 삼국지가 배철수씨의 해설과 함께 MBC라디오 드라마로 방송되며 인기를 끌었고 이에 그 해에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2년 대장암이 발병했고 그 동안의 작품들을 정리하며 삶을 정리했다. 2005년 향년 66세로 별세했고,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onnews@fnnews.com 온라인뉴스팀
2013-11-03 10:55:11지난 2005년 타계한 만화가 고우영은 1970∼80년대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1972년 한 스포츠 신문에 ‘임꺽정’을 연재하기 시작한 이래 ‘수호지’ ‘일지매’ ‘삼국지’ 등 숱한 동양 고전을 고우영 식(式)으로 독특하게 극화해 관심을 모았다. 고우영의 연재만화는 당시 한 스포츠 신문의 발행 부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을 정도다. 어른용 만화를 처음 선보인 그는 암 수술을 하면서도 나중에 만화 그릴 때 써먹으려고 수술대 위에서 수술 장면을 지켜보려고 애썼다는 그의 일화는 유명하다. 뚜렷하고 살아있는 캐릭터들이 매력인 만화가 고우영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오는 16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르코미술관(02-760-4724)에서 열린다. ‘고우영 만화:네버 엔딩 스토리’로 명명된 이번 전시에는 유족들이 보관해온 고우영 만화의 원화와 함께 미술작가인 주재환, 강경구, 윤동천 등이 고우영과 그의 만화와 시대를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며 고우영의 영화 ‘가루지기’를 영화감독 김홍준이 새롭게 만든 ‘가루지기 리덕스’도 선보인다. 아르코미술관 김형미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동양의 고전과 현재의 대중문화, 풍부한 역사적 정보와 사상, 흥미진진한 픽션과 살아 있는 캐릭터를 종횡으로 넘나들며 수많은 열혈 팬을 낳은 만화가 고우영 선생과 그의 만화 세계를 통해 색다른 시각문화의 풍경을 그려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만화가들의 낚시 동인회인 ‘심수회(心水會)’의 멤버로 활동한 이두호(머털도사), 신문수(로봇 찌빠), 이정문(심술통)과 요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허영만(식객), 박재동(만평) 등이 관람객들과 만나 ‘만화가들과 만화세상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편 아르코미술관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현대미술과 만화를 연계해 전문 큐레이터와 함께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2000∼3000원.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고우영의 만화 ‘임꺽정’ ‘일지매’ ‘수호지’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2008-07-07 16:52:42만화가 고우영 화백이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66세. 지난 72년부터 91년까지 일간스포츠에 ‘임꺽정’ ‘수호지’ ‘일지매’ ‘초한지’ ‘삼국지’ 등을 연재하며 인기를 모은 고인은 대한민국 문화예술상과 민족문학 작가회의 문예인 우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서로는 중국 역사탐방 ‘십팔사략’(전10권), 한자학습만화 ‘고우영과 함께 하는 교육부 지정 상용한자 1800’(1, 2권) 등이 있다. 빈소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9시. 장례미사는 오전 10시 일산시 마두동성당에서 열린다. 011-9090-8678
2005-04-25 13:02:22‘만화 삼국지’로 유명한 만화가 고우영씨(사진)는 중국 역사 전문 여행사 에버투어(www.evertour.net)와 함께 삼국지 영웅들이 활약했던 역사의 현장을 누비며 여행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는 ‘만화가 고우영과 함께 떠나는 삼국지 문화탐방’을 오는 20∼25일 마련한다. 청두에서 충칭, �b샤, 우한, 난징에 이르기까지 장강의 대자연속에 분포된 삼국지 유적을 전장 84m에 이르는 5성급 유람선 빅토리아호를 타고 돌아보는 5박6일간의 일정이다. 주요 답사지는 제갈공명 사당과 제갈공명묘, 유비묘, 장비묘, 백제성, 관운장묘, 형주고성 등 대표적인 삼국지 유적을 두루 망라한다. 특히 장대한 협곡인 �y샤는 이번 탐방의 백미로 꼽힌다. 여행을 이끄는 고우영씨가 들려주는 ‘삼국지’에 얽힌 이야기와 삼국지 유적에 대한 감칠맛 나는 강의는 또 다른 재미.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는 영웅들의 리더십과 인간관계, 삶의 처세술 등을 전해준다. 예약은 오는 14일까지. 참가비 139만원. (02)3672-5100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2004-07-11 11:30:09임꺽정과 독고탁이 골프대결을 벌이면 누가 이길까. 만화 ‘임꺽정’으로 유명한 고우영씨(66)와 ‘독고탁’의 이상무씨(58)는 골프 전문 만화가로 인식될 만큼 골프를 소재로 한 만화를 즐겨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싱글핸디캐퍼로 골프실력도 팽팽한 ‘맞수화백’이다. 골프에 부정적이던 고씨는 지난 86년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이 선물해준 아이언 세트와 퍼시몬 우드를 받고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반면 이씨는 고씨의 권유로 88년 골프에 입문했다. ‘골프가 무슨 운동이 될까’ 반신반의하며 대신 고씨에게는 테니스를 가르쳐 주는 조건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고씨가 이씨의 골프 후견인인 셈이다. 예전에는 스승격인 고씨가 이씨에 근소한 우위를 지켰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지난해 맞붙은 라운드에서 이씨가 고씨를 눌렀다. 두 사람은 연습을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는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두 사람은 준프로급 골프실력을 자랑한다. 고씨의 베스트스코어는 2오버파 74타. 목표를 “이븐파 한번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고씨는 요즘 건강이 나빠져 예전처럼 매일 연습장을 찾지는 않지만 샷 가다듬기에 소홀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머리속에 떠올리는 이미지훈련을 하는데 실력유지에 꽤 도움이 된다고. 이씨의 베스트 스코어는 4년 전 로얄골프장에서 기록한 4언더파 68타. 골프입문 1년만에 싱글에 진입했을 정도다. 고씨는 지난 10년동안 레저신문에 ‘퍼팅인생’이라는 골프만화를 연재해왔고 이 작품 가운데 일부를 묶어 책으로 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골프룰, 에티켓북 삽화 등 수많은 골프만화를 그려왔다. 이씨는 스포츠 신문에 ‘싱글로 가는길’을 연재한 것을 비롯, ‘불타는 그린(전5권), 운명의 라스트 홀(전6권) 등 많은 골프단행본을 발간했으며 지금도 골프잡지 등에 고정 골프삽화를 그려오고 있다. 특히 92년 발간된 ‘싱글로 가는길(전3권)’은 10년이 넘은 지금도 서점에서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만화에 대해 고씨는 “골프라는 단일소재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술과 전문 용어 등에서 정교함과 정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다른 소재의 작업에 비해 몇배 신경을 써야 한다”고 거들었다. 두 사람의 골프실력은 직업과도 무관치 않다. 평소 정교한 작업을 해온 터라 골프에서도 쇼트게임, 퍼팅 등에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고씨는 이씨의 골프에 대해 “장타자이면서도 테크닉이 정교하다. 특히 퍼팅실력은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씨는 “고우영 선배는 비록 드라이버 거리는 짧지만 100야드 전에서 치는 쇼트아이언샷은 대단하다. 그린 근처에서 7번 아이언을 잡으면 이미 승부는 끝난 셈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골프를 무엇보다 좋아하는 고씨지만 요즘 에티켓이 좋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골프장에 가기 싫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골프실력도 좋지만 골프본연의 에티켓을 먼저 숙지하고 실천할 것”을 당부했다. / golf@fnnews.com 정동철기자
2004-02-15 10:47:15제7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조직위원회가 시상하는 제2회 ‘SICAF 어워드’ 수상자로 고우영 씨 등이 선정됐다. 수호지·삼국지·초한지·일지매·가루지기·임꺽정 등 역사만화로 이름난 고씨는 만화부문 공로상에 뽑혔으며 이 부문 작가상과 신진작가상은 ‘비천무’의 김혜린씨와 ‘신암행어사’의 양경일씨에게 각각 돌아갔다.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로보트 태권V’의 원화감독과 ‘마루치 아라치’의 총감독을 맡았던 임정규씨가 공로상을 수상한다. 제작 스태프상에는 ‘날아라 슈퍼보드’ 등을 연출한 이건설씨, ‘머미’ 등의 미술감독 정원경씨, ‘하얀 마음 백구’와 ‘오세암’의 배경감독 송규환·이윤호씨가 선정됐다. 2001년 제1회 ‘SICAF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고(故) 김종래·길창덕씨(만화 부문)와 신동헌·정도빈씨(애니메이션 부문)가 공로상을, 장은주·이현세·전영호씨(만화부문)와 민영문·이명하씨·서울애니메이션 ‘하얀 마음 백구’ 팀이 특별상의 영예를 안은 바 있다. 올해 ‘SICAF 어워드’ 시상식은 13·14일 오후 6시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카투니스트의 밤과 애니메이터의 밤에서 부문별로 나눠 치러진다.
2003-08-08 09:55:02최고의 종합경제지를 지향하는 파이낸셜뉴스가 새로운 만화를 선보입니다. 만화가 고우영씨가 샐러리맨의 일과 골프,그리고 사랑에 대해 코믹터치로 그리는 ‘작대기 신사(紳士)’가 24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독자를 찾아갑니다. 골프를 모르는 독자도 재미있게 볼수 있고 골프를 즐기는 골퍼에게는 흥미를 더해줄 고우영씨의 ‘작대기 신사’는 골프면에 고정 연재돼 일상에 찌든 독자 여러분의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싱글핸디캐퍼인 고우영씨는 이 ‘작대기신사’를 통해 골퍼의 애환과 삶의 유머를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신문 골프면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고 있는 파이낸셜뉴스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지면제작으로 독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고우영씨의 ‘작대기 신사’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2000-07-20 04:49:13[부천=강근주 기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한국만화 걸작선’ 시리즈의 26번째 작품으로 한국 카툰계의 거장 사이로 화백의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사람 : 사이로 에세이 카툰>을 출간했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사람 : 사이로 에세이 카툰>은 사이로 화백이 1990년대부터 2018년까지 발표한 작품 중 카툰 특유의 상상력과 여백미를 보여주는 작품을 선별해 담았다. 카툰집은 해를 주제로 한 <햇빛이 내린다>, 달을 주제로 한 <달빛이 내린다>, 별을 주제로 한 <별빛이 내린다>, 사람을 주제로 한 <사람이 있다> 총 4권으로 구성됐다. 이번 카툰집은 “유머라는 도구로 자연을 예찬한다”는 사이로 화백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을 소재로 한 특유의 위트가 담긴 작품은 음울한 콘크리트 도시의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갈 여유를 만들어 주며 이는 직접적인 위로와 조언에 피로해진 현대인의 삶에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사이로 화백은 1959년 등단 이후 꾸준히 신문, 잡지의 네 컷 만화와 카툰, SNS 활동과 전시 등으로 독자와 소통해 왔다. 1982년 일본 요미우리 국제만화전 우수상을 비롯해 해외에서 크고 작은 상을 다수 받고 국내에 현대적 카툰의 개념을 처음 선보여 한국 카툰계 선구자로 불린다. 사이로 화백은 “고향 하늘처럼 여유롭고 오래된 소나무의 자유로운 모습이 내 작업의 기준이다. 이번 출간이 화시(畵詩)라고 불리는 카툰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와 달과 별, 그리고 사람 : 사이로 에세이 카툰>은 오는 9일부터 전국 주요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으며, 4권으로 이뤄진 도서 세트 가격은 4만9600원이다. 한편 한국만화 걸작선은 시간이 지나 절판되거나 자료 부족 등으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우리 만화계의 보석 같은 명작을 발굴, 복원, 보존하는 사업이다. 故김종래 화백의 <마음의 왕관>, <엄마찾아 삼만리>와 故고우영 화백의 <대야망>, 故길창덕 화백의 <신판 보물섬>, 박기정 화백의 <폭탄아>, 허영만 화백의 <각시탈> 등 25개 작품이 한국만화 걸작선으로 재탄생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19-01-09 02:18:57\r\r\r\r\r\r\r\r▲지난 15일 서울 고덕동에 문을 연 로보트태권브이 박물관 '브이센터' 개관식에 참석한 김청기 감독은 '성공한 큰 아들을 보는 것처럼 자랑스럽고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사진=서동일 기자\r\r\r\r"날아라 날아 로보트야, 달려라 달려 태권브이." 어른들이 "노래 하나 해봐"라고 주문하면, 다섯살 난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 목청껏 부르기 시작한다. 시킨 사람이 되레 깜짝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두팔을 곧게 앞으로 뻗어' 제자리 달리기도 한다. 결의에 찬 그 당당한 표정. 이미 정의를 위해 싸우는 로보트태권브이가 돼 있다. 지난 15일 서울 고덕동에 '브이센터'가 문을 열었다. 로보트태권브이를 테마로 한 국내 유일의 체험형 박물관이다. 입구에 세워진 15m 크기의 로보트태권브이를 보는 순간, 반가운 마음과 아들 생각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아버지를 만났다. 1976년 로보트태권브이를 탄생시킨 김청기 감독. 거대한 아들을 눈앞에 둔 75세 아버지는 감격에 젖어 있었다. "성공한 큰 아들을 보는 것처럼 자랑스럽고 가슴이 벅차. 눈물이 울컥 나올 뻔했다니까." 울컥한 게 어디 김 감독뿐이겠는가. 동행한 40대 사진기자 역시 브이센터를 들어서자마자 "내가 왜 이리 울컥하지"한다. 7080세대에게 태권브이는 특별한 존재다. 지금의 '어벤져스'와 댈 수도 없다. 시원한 돌려차기로 적을 무찌르는 거대 로봇. 작은 나라, 약소국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주던 '무적의 우리 친구'가 아니던가. 그러보 고니 태권브이 나이가 벌써 서른아홉이다. 첫 토종 로봇 애니메이션 '로보트태권브이'가 개봉한 건 지난 1976년 7월 24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다.―그날을 기억하나.▲어떻게 잊겠나. 극장 앞에 몰려든 인파가 엄청났다. 그 광경을 보면서 이제 돈 벌 일만 남았구나 했다.(웃음)―로보트태권브이는 대한민국 로봇 1호이고, 감독님의 데뷔작이기도 하다.▲디즈니처럼 우리 토종 장편만화를 만드는 게 늘 꿈이고 숙제였다. 나는 태권브이가 탄생하기 7~8년 전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을 했다. 당시 CF 속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은 전부 내가 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영상·편집 기술을 배우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다. 태권브이는 그 모든 역량의 총집결체라고 보면 된다.―왜 거대로봇인가.▲당시 아톰, 마징가Z가 인기였다. 모두 일본 만화다. 반공·극일 사상이 충만할 때였다. 일본 문화가 들어와 아이들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늘 불쾌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우리 것 만들자고 후배들과 의기투합했다. 우선 태권도라는 정체성을 내세워 인간형 로봇을 설정했다. 거대로봇이 돌려차기, 공중차기를 하면 얼마나 통쾌하고 멋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크기는 63빌딩만 하다고 막연히 설정했는데 나중에 복원하는 과정에서 54m라는 정확한 수치를 팬들이 정해줬다.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당시 스튜디오가 광화문 사거리에 있었는데, 매번 지나다니면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났다. 늘 당당하고 위대한 모습이 마음에 와닿아 은연중에 로보트태권브이에 이순신 장군의 위엄이 용해됐다. 특히 태권브이가 쓰고 있는 투구의 모습은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그대로 따왔다. 사실 그때는 캐릭터 전문 디자이너도 없고, 국내에는 참고할 자료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징가Z나 아톰의 디자인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하지만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그 디자인을 최대한 배제하고 내 것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로보트태권브이'는 3주 만에 28만명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같은 해 12월 속편 '로보트태권브이 우주작전'이 나왔고 '로보트태권브이 수중특공대'(1977년), '로보트태권브이와 황금날개의 대결'(1978년), '슈퍼태권브이'(1982년), '태권브이 84'(1984년), '로보트태권브이 90'(1990년)까지 총 7편의 시리즈가 이어졌다. 태권브이 외에도 그는 '똘이 장군' 시리즈와 '외계에서 온 우뢰매' 시리즈를 제작했다. 모두 엄청난 인기를 끈 작품이다. 그런데 그는 1990년대 초 돌연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태권브이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 뜻밖의 이유였다.―태권브이 명맥이 갑자기 끊어졌다.▲1990년대 들어서 갑자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해 영화관도 운영하고, '월간 우뢰매'라는 잡지도 발간할 때였다. 평생 아이들을 위해 살았고, 돈을 벌어도 다시 아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드는 데 썼다. 그런데 모든 걸 가져갔다. 살고 있던 집까지 차압이 들어왔다. 충격이 컸고, 화도 많이 났다. 그래서 붓을 내려놨다.잊혀졌던 태권브이가 다시 나타난 건 2000년 즈음이다.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치며 온 나라가 한창 어려웠던 시기, 태권브이가 돌아왔다.―왜 마음을 바꿨나.▲1998년 즈음 한 방송매체와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그때 PD가 하는 말에 크게 공감이 갔다. 한국인에게는 태권브이가 꿈이고 미래의 모델이었는데 외환위기 때 태권브이 부활은 필연이라고 했다.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자체적으로 태권브이 부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내가 뭐 처음부터 돈을 바라고 태권브이를 만들었나, 아이들의 꿈을 되살려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일어섰다. 2005년 '로보트태권브이' 만화가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됐다. 수십명의 사람이 원본 필름을 한 장 한 장 수작업으로 되살려냈다. 3년간 10억원이 투입된, 길고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리고 지난 2007년 '로보트태권브이'는 30년 만에 극장에서 재개봉했다. 30년 전 초등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아들딸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 서른이 된 태권브이와 마주했다."지금 로봇을 만드는 박사들 중에 이른바 '태권브이 키즈'들이 많아. 과거에 태권브이를 보고 꿈을 키운 거라고. 어른들은 태권브이를 보며 과거의 추억에 젖고, 아이들은 태권브이를 통해 미래를 보는 게 얼마나 좋아."―태권브이가 세대를 아울러 사랑을 받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월트 디즈니의 이야기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악한이라도 아이들의 정서를 해치는, 영혼을 파괴하는 사악함은 그리지 말라"는 거다. 태권브이에 등장하는 악당 '카프 박사'는 난쟁이다. 학술대회에서 조롱을 받고 웃음거리가 되면서 거기서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적개심을 품었다. 지금도 왕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악당이어도 동정이 간다. 악당 카프 박사의 딸은 사이보그 기계인간 '메리'다. 메리는 훈, 영희와 교류하며 인간에 대한 눈을 떠간다. 지금도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얘기다. 나는 '모든 과학이 인간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판타지물이어도 휴머니즘을 담고 있어야 한다.하지만 김 감독은 태권브이를 떠나보낸 지 오래다. 10년 전 태권브이에 대한 모든 권리를 영화제작사인 신씨네 신철 대표에게 넘겼다. 신 대표는 지난 2006년 '주식회사 로보트태권브이'를 설립, 태권브이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제 내가 할 일은 없어.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지"라고 했다.\r\r\r\r\r\r\r\r\r\r\r\r\r\r\r\r\r\r―태권브이에 미련은 없나.▲이제 태권브이도 트랜스포머, 아이언맨과 같이 3차원(3D) 애니메이션으로 기가 막히게 되살아날 것이다. 지금 세대에 맞춰 변신을 할 수도 있겠지. 태권도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으면 세계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미 10여년 전 미국에 수출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나는 그 성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김 감독은 태권브이를 추억하며 수묵화로 그린다. 태권브이가 한국의 산수화 안에 등장하는 '엉뚱 산수화'다. 이미 70여점이 모여 내년 1월께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태권브이가 1970년대보다 더 이전으로 가는 거야. 조선시대, 한복을 입고 정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한테 태권브이가 찾아가고 사람들은 놀라서 도망치지. 원래 내가 좀 엉뚱하잖아. 하하."태권브이를 떠나보낸 노장은 이제 또 다른 꿈을 꾼다. 심청전, 흥부와 놀부, 별주부전, 선녀와 나무꾼과 같은 한국의 전래동화를 2차원(2D) 애니메이션으로 되살리는 일이다. 그는 꿈 이야기에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힘을 실어달라는 진지한 부탁도 덧붙였다. ―왜 전래동화인가.▲내가 죽으면 누가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초가집에서 한복을 입고 짚신, 고무신을 신어보고 자란 내가 우리 전래동화를 디즈니의 피터팬, 백설공주와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 고전영화는 몇 세기가 지나도 사랑받는다. 국내에 해외 애니메이션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몇 십년 동안 작업한 국내 애니메이터들이 허다하다. 그들은 세계적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바뀌면서 실직자가 됐다. 더 늙기 전에 그들과 함께 30~40년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어보고 싶다. 디즈니가 흉내낼 수 없는 색, 흉내낼 수 없는 내용을 만들 자신이 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제출해보기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첨단 3D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동양 회화는 선의 문화예요. 3D 애니메이션으로는 우리의 선의 아름다움을 되살릴 수 없어. 2D 애니메이션은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어. 남녀노소, 인종, 국가를 초월하지. 세계 아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우리의 전통문화, 우리의 사상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겠지. 한국에 좋은 유산, 보물이 될 거야. 심청이, 흥부, 토끼 캐릭터로 크루즈선도 만들고 테마파크도 만들면 얼마나 좋겠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 지원만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연봉이 1원이라도 상관 없다고."인터뷰를 마치며 김 감독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손을 흔드는 '깡통로봇'부터 슥슥 그려넣는다. 빠르지만 따뜻한 손놀림. 태권브이가 특별한 영혼을 가진 건 그 따뜻함 때문이지 않을까 문득 생각했다. 그가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을 심청이와 흥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김청기 감독 프로필△74세 △1976년 '로보트 태권브이'로 데뷔 △'똘이장군' '은하함대 지구호' 연출 △'고우영의 삼국지' 연출 △'다윗과 골리앗' 제작 △'로보트태권브이 84' 제작 △영화 '우뢰매' 제작·연출 △영화 '슈퍼 홍길동' 제작 △'로보트태권브이 90' 제작·연출 △영화 '우주경찰 휴먼파워' 제작 △'의적 임꺽정' 연출 △청강문화산업대 컴퓨터게임과 겸임교수 △문화콘텐츠 앰배서더 대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운영위원, 제8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공로상\r
2015-10-25 17:3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