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기념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나부코'가 오는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2021년 8월 16년 만에 전막 무대로 선보인 뒤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 속에 다시 마련된 무대다. '나부코'는 억압받아온 민족을 한(恨)을 위로하는 오페라다. 베르디가 활동하던 당시 이탈리아는 합스부르크 제국(오스트리아)과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민족 공동체와 자유를 갈망하던 시기였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베르디가 작곡한 '나부코'는 유대인들이 포로로 잡혀 바빌론에서 고난을 겪었던 구약성서 속 ‘바빌론 유수’를 주제로 다룬, 베르디 작품 중 유일한 성서 오페라다. 작품의 연출은 무대, 의상, 조명 모두를 맡아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하는 오페라계의 슈퍼스타, 스테파노 포다가 맡았다. 역사적 배경에 기대는 것이 아닌, 시공간을 초월한 희망과 구원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웅장한 무대를 선보인다. 바빌로니아인과 유대인을 각각 빨간색과 흰색의 두 무리로 구분해 무대를 채우고, 2막에서는 두 무리가 뒤얽히며 인간 탑을 만들어내며 깊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예정이다. 무대와 의상은 한국적이면서도 미니멀한 미장센으로 꾸며진다. 한옥의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격자 무늬로 무대를 둘러쌓고, 한국의 전통 실크를 활용해 의상을 제작했다. '나부코'의 하이라이트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선 한국 고유 정서인 ‘한’을 조형화한 무대 배경과 ‘평화의 소녀상’을 오마주한 조형물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스테파노 포다 연출은 "한국 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한'의 정서와 나부코에 담긴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며 “억압에 시달리고 고통받으면서도 존엄을 지켜내고 결속을 다지는 이들의 정서를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인류에 대한 성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젊은 명장 홍석원이 맡는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롤 주립극장 수석지휘자를 역임하고 현재 광주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70여명의 합창단과 60여명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통해 절망 속에 피어나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부코 역에는 바리톤 양준모와 노동용이 활약할 예정이다. 양준모는 독일 뤼벡 시립오페라극장, 뉘른베르크 국립오페라극장, 스위스 취리히 국립오페라극장 등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노동용은 이탈리아 베르디 페스티벌에서 리골레토 역을 맡으며 유럽 무대에 데뷔해 2019년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비가일레 역은 소프라노 임세경과 박현주가 맡는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11-20 08:59:50"오,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예언자의 금빛 하프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잔인한 조국의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부르자. 인내의 힘을 주는 노래로 신이 너에게 용기를 주시리라!"(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페라로 손꼽히는 베르디의 '나부코'가 전막 오페라로 16년만에 다시 돌아온다. 국립오페라단은 12~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나부코'를 무대에 올린다.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전막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나부코'는 오페라의 아버지라 불리는 베르디가 슬럼프를 넘어 큰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 작품으로 기원전 6세기 히브리인들의 '바빌론 유수' 사건을 다룬 웅장한 작품이다. 이탈리아인인 베르디는 이 작품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와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았던 북이탈리아의 독립의 염원을 담았는데, 국립오페라단은 이런 점이 광복절 주간에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작품의 대표곡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억압과 참담함 속에서도 희망찬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백미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나부코' 공연을 위해 '파격의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와 다시 손을 잡았다. 포다는 이번 공연에서 한복의 전통 문양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무늬를 전체적으로 세밀하게 수놓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의상 디자인을 비롯해 역사적 고증을 배제한 채 붉은색과 흰색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미니멀한 무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상징물, 한국 고유 정서인 '한'을 텍스트로 조형화한 무대 배경 등을 설정해 관객의 극적인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포다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한'의 정서와 '나부코'에 담긴 정서가 일맥상통한다"며 "억압에 시달리고 고통받으면서도 존엄을 지켜내고 우애와 결속을 다지는 이들의 '한'이라는 정서를 작품 속에 그려냄으로써 인류에 대한 성찰,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담론을 풀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8-09 14:30:59[파이낸셜뉴스] 푸치니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7월1∼4일 예술의전당)'가 올해 국내 무대서 초연된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쉬 시대 캘리포니아 탄관총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야심작으로 준비했다.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가 1907년 뉴욕을 방문해 미국 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의 연극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오페라다. 서부서 술집을 운영하는 당차고 영리한 여성 미니와 마을에 숨어든 무법자의 사랑을 그렸다.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작심한 듯 신작을 쏟아낸다. 하반기 광복절 즈음 무대에 오르는 베르디의 '나부코(8월12∼15일 국립극장)도 주목할만하다. 기원전 6세기 히브리인들의 바빌론 유수를 배경으로 한 대서사극이다. 주세페 베르디의 재기와 출세의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그 유명한 '가라, 내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를 노래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이 오페라에서 나온다. 프랑스 낭만음악 대표 작곡가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10월7~10일 예술의전당)'는 올가을 기대작이다. 구약성서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서정적인 아리아가 무대를 채운다. 창작오페라 초연도 있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와 브람스의 삶을 그린 '브람스(5월 13~16일 국립극장)'를 올봄 무대에 올린다. 작곡가 전예은, 연출가 한승원이 협업해 만들었다. 이밖에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12월 2~5일 예술의전당)'와 갈라 공연 벨리니 '청교도',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푸치니 '마농 레스코'등이 줄줄이 관객을 맞는다. 국립오페라단측은 올해 키워드를 '오페라의 확장(Opera Expansion)'으로 정했다고 13일 밝혔다.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2021-01-13 11:44:081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첫 공개된 오페라 '나부코'의 4막 첫 장면. "정확한 시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있었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하기 위해 이런 무대 꾸몄죠." 14일 오후 2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정식 개막을 앞두고 열린 오페라 '나부코' 프레스콜에서 김태형 연출은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정하지 않고 두 문명(바빌론과 히브리)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데 초첨을 뒀다"고 말했다. 베르디의 초기 걸작 오페라 '나부코'는 구약성서에서 히브리인들이 바빌로에 강제로 끌려간 '바빌론 유수' 사건을 바탕으로 해 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고양문화재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오페라 '나부코'는 무대는 종교적 색채를 중화시키고 바빌론의 정복왕 나부코와 히브리인의 충돌을 단순히 이교도와 기독교의 대립이 아닌 다른 가치관의 두 세계의 갈등으로 바라본다는 게 특징적이다. 김태형 연출은 "히브리와 바빌론 두 문명 차이 보여주기 위해 1막과 2막의 무대를 구분했다"며 "1막은 솔로몬 성전을 상징하는 막과 돌의 느낌을 살렸고 2막에서는 굴뚝, 연기, 톱니바퀴, 철과 금속 재질로 차이를 줬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연출은 이번이 처음인 김태형 연출은 연극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 뮤지컬 '아가사' 등에서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카이스트 출신의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논리성을 중시한다. 이번 무대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나부코와 히브리인을 각각 물질·기계 문명과 정신·자연 문명을 대변하도록 설정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바빌론 문명은 스팀펑크, 중세와 근대 유럽 스타일을 표방했고 히브리인들은 점프수트 형태 작업복과 흰색의 사제복으로 정신문명을 표현해 바빌론과 대비했다."고 설명했다. 스팀펑크란 증기기관과 같은 기술이 발달한 가상의 과거·현재·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스타일로 19세기 산업혁명 시기를 대변하는 디자인을 주로 활용한다. 이번 무대는 오페라에서는 드물게 스팀펑크 양식을 차용했다. 공연은 오는 16~1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4∼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만~7만원. 1577-7766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2014-10-14 16:19:08베르디의 초기 걸작 오페라 '나부코'가 16일 고양아람누리에서 막을 올린다.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작품을 고양문화재단과 대전예술의전당 공동 제작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우선 반갑다. 오페라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하고 보편적인 설정으로 각색해 보다 친근하게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은 더 반갑다. 고양문화재단은 개관 초기부터 지역 문예회관들과 협업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오페라 제작에 힘써 왔다. 2008년 오페라 '토스카'를 시작으로 지난해 '카르멘'까지 매년 채워진 무대가 그 결실이다.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을 보유하지 않은 공공극장에서 매년 200명 이상의 제작진과 출연진을 섭외해 신작을 올림으로써 순수예술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해는 국내 무대에서 생소할 수 있는 오페라 '나부코'를 선보이기 위해 전문가 강연과 토론 등 보다 철저한 작품분석을 거쳐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강한 종교적 색채를 중화시킨 점이다. 구약성서에서 히브리인들이 바빌론에 강제로 끌려간 '바빌론 유수' 사건이 중심 내용인데, 바빌론의 정복왕 나부코와 히브리인의 충돌을 단순히 이교도와 기독교의 대립이 아닌 다른 가치관의 두 세계의 갈등으로 바라본다. 연극 '모범생들' '히스토리 보이즈', 뮤지컬 '아가사' 등으로 각광받은 신진 연출가 김태형의 기용도 한몫했다. 논리성을 중시하는 그는 나부코와 히브리인을 각각 물질·기계문명과 정신·자연문명을 대변하도록 설정했다. 즉 히브리인을 배척하고 억압하며 스스로를 유일신이라 자부하던 나부코가 잘못을 깨닫고 동화되는 과정이 종교적 회개와 개종이 아닌 물질문명이 자연문명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개 오디션으로 신예 성악가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은 올해도 유지했다. 나부코 역의 바리톤 김진추와 여주인공 아비가일레 역의 소프라노 박현주 등 정상급 성악가들과 함께 두 번의 평가를 거쳐 선발된 이승왕과 오희진 등 차세대 주역들이 무대에 선다. 또 베르디의 작품 중 가장 인상적인 합창으로 꼽히는 '나부코'의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일명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는 고양시립합창단과 경기필하모닉의 연주로 듣게 된다. 공연은 오는 18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24∼2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만~7만원. 1577-7766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2014-10-14 14:33:05이탈리아의 파르마 레죠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인 베르디의 '나부코'가 영상으로 찾아온다. 이번 공연은 최고화질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 친근한 해설이 더해진 <신한카드와 함께하는 고양아람누리 시네클래식>의 다섯 번째 무대다. 나부코는 예루살렘이 함락된 기원전 6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나부코가 이끄는 바빌로니아의 군대로 인해 위기에 처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인질로 잡고 있던 나부코의 딸 페네나를 이용해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하지만 나부코의 무자비함으로 인해 유대인들은 바빌론의 포로로 끌려가게 된 상황. 이 때 나부코는 여호와의 응징을 받고, 자신의 또 다른 딸 아비가일레에게 권력을 빼앗긴다. 그 후 나부코는 모든 잘못을 뉘우치며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 공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아들 다니엘리 아바도가 연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무대로 꾸며, 베르디 탄생 200주년 오페라 영상물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배우들 또한 주목할 만하다.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으로 호평 받고 있는 레오 누치가 나부코 역을 맡아 열연했으며, 아비가일레 역을 맡은 소프라노 드미트라 테오도시오우는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유명하다. 베르디의 이름을 전 유럽에 떨치게 한 작품인 오페라 나부코는 오는 21일(일) 오후 3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펼쳐진다. 한편, 이번 공연은 10월 개막 예정인 고양문화재단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이 공동 제작한 오페라 '나부코'에 앞서 해외공연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lifestyle@fnnews.com 이예은 기자
2014-09-04 20:28:49▲ 라벨라오페라단의 '일 트로바토레' 늦가을 베르디 오페라가 쏟아진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베르디 작품들이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운다. 똑같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동갑내기 바그너의 오페라가 올해 단 한 편(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 올려졌던 것과 실로 대조적이다. 달콤한 선율의 베르디 향유층은 역시 광범위하다는 의미도 된다. 복잡한 스토리로 국내선 자주 볼 수 없었던 '일 트로바토레'는 라벨라오페라단에 의해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어느 음유시인'을 뜻하는 제목의 이 작품은 귀족처녀 레오노라와 그를 연모하는 루나 백작, 그리고 레오노라의 연인 만리코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 위에 루나 백작·만리코의 출생 비밀이 얽혀 있다. 지휘·연출·출연진 모두 국내 인력으로 해결했다는 점이 오히려 눈에 띄는 대목. 박기천, 장유상, 이화영, 이윤아, 이아경 등이 출연한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3만∼25만원. (02)580-1300 두 달 사이 젊은 부인과 어린 두 자식을 모두 병으로 잃고 실의에 빠졌던 베르디를 다시 일으켜세웠던 '나부코'는 베르디의 첫 흥행 성공작. 기원전 600년께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와 그의 딸 아비가일레와의 갈등, 유대인의 고통과 자유를 향한 강렬한 의지 등을 다뤘다. 솔오페라단은 이 작품을 이탈리아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 버전으로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잔도메니코 바카리 연출, 극장장 알도 시실로 지휘로 꾸며진다. 나부코 역은 파올로 코니, 아비가일레 역은 에바 골레미와 안젤라 니콜리가 맡는다. 반주는 프라임필하모닉. 5만∼28만원. 1544-9373 빅토르 위고 '환락의 왕'을 원작으로 한 '리골레토'는 공연 횟수로 보나 작품 명성으로 보나 베르디의 대표적인 흥행작에 속한다. 수지오페라단이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리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 나폴리 산카를로극장에서 주로 작품을 올린 연출가 마리오 데 카를로의 손으로 지어진다. 그는 원작 텍스트의 원색적, 퇴폐적 코드를 살려 대담한 연출을 선보일 예정.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서 활약한 조지 가닛제(리골레토), 엘레나 모스크(질다), 스테판 포프(만토바 공작) 등이 무대에 선다. 연주는 경기필이 맡는다. 3만∼25만원. (02)542-0350 최진숙 기자
2013-11-06 17:02:24오페라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도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로 시작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모르지 않는다.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제3막에 등장하는 이 합창곡은 소름끼치도록 절실한 갈망을 담은 노랫말과 선율로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國歌)보다 더 유명한 민족의 노래로 통한다. 나라 잃은 히브리인들의 슬픔과 희망을 담고 있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 제작으로 오는 10월5∼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베르디의 출세작 ‘나부코’는 1842년 초연 당시 오스트리아 지배 아래 있던 상황과 결부돼 이탈리아 사람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작품. 오페라 속에 등장하는 유대인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 때문에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나치가 이 작품의 상연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시대 배경을 기원전 600년 바빌론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강제수용소로 옮겨오는 색다른 연출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막이 오르면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상징하는 철조망이 가로 놓여있고, 철조망 너머의 관객은 독일군 감시 아래 오페라 ‘나부코’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유대인 포로들을 만난다. 연출을 맡은 다니엘 브누앙(프랑스 니스극장 예술감독)은 “실제로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은 저항의 수단으로 연극, 오페라 등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면서 “극중극 형식은 관객에게 좀 더 깊은 감정과 진정성, 사실성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작품에서 합창은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면서 “무대의 3면을 둘러싼 유대인 강제수용소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부르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핍박의 역사를 겪은 한국관객에게 또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또 연출을 맡은 다니엘 브누앙 외에도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다니엘 오렌(지휘),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인 바리톤 보리스 스타첸코(나부코 역),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연주) 등이 참여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3만∼20만원. (02)586-5282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2005-09-20 13:42:11[파이낸셜뉴스]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서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공연이 있다. 이탈리아 베로나 역사지구에 있는 2000년 된 야외 원형 극장에서 열리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축제가 그것이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베로나는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사랑의 도시’로 유명하다.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를 보기 위해 매년 세계 각국에서 50만여 명이 이 도시를 찾는다.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100년만의 첫 내한 지난 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오페라’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갈라콘서트를 시작으로 올해 101째를 맞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가 개막작 ‘투란도트’를 올리며 3개월의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에겐 올리비아 핫세 주연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감독으로 친숙한 프랑코 제피렐리 버전 ‘투란도트’로 이 작품은 오는 10월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한국에 온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가 유럽을 벗어나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0년만의 외유”를 성사시킨 주인공은 지난 2005년 창단 공연 ‘춘희’를 시작으로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대형 오페라를 꾸준히 선보여온 솔오페라단의 이소영 단장이다. 이 단장은 실기뿐 아니라 이론마저 강도 높게 교육시켜 ‘베로나 법대’로 불리는 베로나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성악·오페라 코칭을 전공했다. 그가 유학시절 파리·빈과 함께 3대 오페라 하우스로 꼽히는 밀라노 스칼라극장에 출근도장을 찍으면서 매년 6~9월에 즐겼던 축제가 바로 ‘아레나 디 베로나’였다. 이 단장은 “한때 피와 살점이 흩어지던 검투장이 1913년 베르디 탄생 100주년 기념 ‘아이다’공연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으로 재탄생했다”며 “밤 9시에 하는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낮부터 줄을 선 행렬과 (지금은 사라졌지만) 공연 시작 전 관객들이 지휘자와 공연자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켠 촛불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고 돌이켰다. “한낮에 뜨겁게 달궈진 대리석 돌바닥이 엉덩이를 들썩이게 해도 별빛과 달빛, 솔솔 불던 바람 그리고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무대는 늘 놀라움과 감동,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고 부연했다. 이 단장은 파바로티, 도밍고, 칼라스 등 세계적 가수들의 공연을 보며 예술적 안목을 키웠고 자연스레 한국에서도 야외 오페라 축제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난 2010~2011년 부산 해운대·광안리 백사장에서 ‘아이다’ ‘투란도트’를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을 유치하면서 오랜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공연은 오는 10월 12~19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총 8일간 펼쳐진다. 이 단장은 “한국 오페라사의 역사적 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엇보다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의 브랜드 가치가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이번 ‘투란도트’는 작품성·정통성을 겸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역대 가장 화려한 ‘투란도트’ 예고 앞서 홍승찬 한국예술종합대 교수는 올해 최고의 오페라 기대작으로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를 꼽았다. 이 단장은 “오페라 연출의 대가 프랑코 제피렐리의 무대를 볼 굉장한 기회”라며 “뛰어난 연출력 덕에 그의 작품만 골라 보는 팬덤이 있을 정도다. 제피렐리 재단과 별도 계약을 맺고 소품 하나까지 전부 다 그대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지휘를 맡은 세기의 마에스트로 다니엘 오렌도 기대감을 높이는 인물이다. 이스라엘 출신 오렌은 1975년 스무 살의 나이로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세계적 지휘자다. 출연진은 국내에서 공연된 역대 ‘투란도트’ 중 가장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적인 프리마돈나 마리아 굴레기나와 마린스키극장의 아이콘 올가 마슬로바가 투란도트를 연기한다. 스타 성악가 아르투로 차콘 크루스와 마틴 뮐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맡았다. 또 ‘천상의 목소리’ 마리안젤라 시칠리아와 정상급 베이스 페루초 푸를라네토가 각각 류와 티무르 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규모는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다. ‘투란도트’는 원래 대작인데 제피렐리 버전은 그 화려함과 섬세함이 독보적이다. 오케스트라를 제하고 무대에 오로는 성악가, 합창단, 무용수, 연기자만 500여명에 달한다. 이 단장은 “류가 노래하는 왕궁 앞 광장과 투란도트가 속한 황궁을 아래위로 대비시킨 대규모 세트는 넓이가 50미터 높이는 23미터에 달한다”며 “정교한 조명, 화려한 의상까지 이 모든 것을 다 실어 나르는 데 40피트 컨테이너 55개 필요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실내 공연장인 KSPO돔이 공연 장소로 낙점된 것도 이 때문. 이 단장은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구현하려면 KSPO 돔이 유일했다”며 “K팝 공연 등과 치열한 경합 끝에 한국체육산업개발(KSPO&CO) 기획공연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공연 11일 전인 10월 1일부터 무대 셋업에 들어가는데, 스태프와 출연진 포함해 1000여 명의 인력이 이번 공연을 위해 동원된다”며 “8일간 약 8만 명의 관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탈리아인 음악감독을 둔 솔오페라단은 지난 2009년 ‘투란도트의 전설’ 니콜라 마루티누치와 조반나 카솔라를 초청하는 등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교류에 앞장서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이 단장은 이탈리아 내 공화국 산마리노의 명예영사로 임명됐다. 이 단장은 이번 공연 유치와 관련해 “지난 20년간 쌓은 신뢰와 한국의 문화적 성장과 서울의 매력 덕분에 가능했다”며 “이탈리아 대사관·문화원이 이번 공연에 단지 이름만 빌려준 게 아니고 직접 참여하면서 이탈리아 및 오페라 문화가 우리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요즘 하루 3~4시간도 못잘 정도로 바쁘다는 이소영 단장. 주위에서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하는데, 모든 것은 오페라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음악 애호가인 부모님 덕에 초중고 시절 집 마당에 텐트치고 밤새 음악을 듣곤 했는데, 지금도 베토벤, 슈베르트, 베르디, 푸치니 등의 음악을 들으면 새로운 기쁨과 힘을 얻는다”며 단단한 열정을 드러냈다.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는 예술 활동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승화된 표본이라는 점에서 오페라의 대중화를 꿈꾸는 제겐 꿈의 무대입니다. 민간 오페라단이 살아남기 힘든 국내 문화적 토양에서 20년간 한 우물을 팠더니 이렇게 꿈을 이루네요. 감회가 남다릅니다.” 한편 솔오페라단은 ‘아이다’, 투란도트’, ‘라트라비아타’, ‘나부코’, ‘사랑의 묘약’, ‘토스카’ ‘일 트리티코’ ‘루치아 디 람메르무어’ 등 24편의 각기 다른 오페라를 제작하며 국내 오페라의 다양성과 레퍼토리 확대에 기여해왔다. ‘춘향아, 춘향아’ ‘선덕여왕’ 등 한국 작품들을 세계무대에 소개했고, 로마오페라극장, 모데나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 등 유서 깊은 유럽 오페라극장들과 합작공연을 추진하며 우수공연을 국내에 소개했다. 가수들에게 출연료 대신에 티켓을 주던 관행을 깨고 오페라단장은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일꾼이라는 자세로 작품의 완성도를 집요하게 높여왔다. 이 단장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일일이 체크해 몸은 비록 힘들지만, 작품이 올라갔을 때 보람과 감동이 크다”고 말했다. 수상 이력도 다채롭다. 2009년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 대상에서 대상없는 금상을 수상했고,2016년 제2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2017년 제3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에서 공연 분야 최다 관객상, 대한민국음악대상 오페라 해외 부문 대상, 제18회 한국메세나대회 아츠&비즈니스상을 수상했다. 2023년 제2회 대한민국오페라어워즈 은상을 받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17 08:38:21모차르트 3대 걸작 오페라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작곡됐다. 보마르셰의 희곡은 귀족·상류층을 향한 신랄한 조롱 때문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곧바로 공연 금지됐다. 하지만 오페라는 달랐다. 이탈리아 극작가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으로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786년에 작곡된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그의 가장 성공한 작품 중 하나가 된다. 문제가 된 부분은 살짝 빼고 뒤죽박죽 엉터리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로 완성했다. 음악적 매력도 컸다. "너는 더 이상 날지 못해. 너는 이제 여자들의 분홍빛 얼굴과 영영 이별이야" 등 피가로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 '더 이상 날지 못하리'뿐 아니라 '편지 이중창'으로 불리는 '저녁 바람은 부드럽게'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요 장면에 등장하며 서정적인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베세토오페라단이 오는 21~22일 '피가로의 결혼'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을 위해 체코 프라하시립오페라단 지휘자가 내한하며, '팬텀싱어' 프로듀서로 익숙한 베이스 손혜수와 묵직한 중저음이 매력적인 베이스 최병혁이 피가로 역을 맡는다. 또 베이스 우경식, 바리톤 박경준, 소프라노 손주연·강혜명 등 유명 성악가가 출연한다. 떠오르는 여성 연출가 김지영이 연출을 맡으며, 소리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공연에 참여한다. 한편, 이번 공연을 제작한 베세토오페라단 강화자 단장은 유학파 메조소프라노 출신 여성 오페라 연출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아이다’ ‘마술피리’ ‘춘향전’ ‘황진이’ ‘토스카’ ‘라 보엠’ ‘투란도트’ ‘나부코’ ‘백범 김구와 상해임시정부’ 등을 연출했으며, 중국·일본·독일·이탈리아·체코 등 한국 예술을 해외로 전하는 국가문화사절단 역할도 해왔다. 2002년 외교통상부 주관으로 열린 '한중일 국민 교류의 해' 기념사업으로 현제명의 ‘춘향전’을 일본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도 이 작품을 선보이며 유럽 청중들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13 19:0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