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네안데르탈인의 특정 유전자가 심각한 코로나19 증상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경쟁에서 도태돼 약 4만년 전 멸종했지만 두 종 간에 혼종교배가 일어나면서 지금도 아프리카를 제외한 아시아, 유럽 사람들에게 유전자 일부가 남아있다. 유럽, 또는 아시아 인종 유전자의 약 2%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이하 현지시간)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세계 최고 사망율을 기록한 곳 가운데 한 곳인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르가모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이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베르가모 지역에서 사망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이유가 지금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때문이다. 베르가모의 코로나19 감염률이 매우 높았던 터라 연구자들은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했고, 왜 베르가모 감염자들이 다른 이탈리아 지역이나 유럽에 비해 사망률이 훨씬 높았는지를 연구하기가 용이했다. 사망률을 높이는 명확한 요인 몇 가지는 팬데믹 초기에 이미 확인됐다. 고령이 그 중 하나였다. 과학자들은 또 어떤 이들의 경우 다른 이들에 비해 코로나19 중증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족 별로 코로나19 증상이 대체로 유사하다는 점은 유전적 소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밀라노의 마리오네그리 약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 수년간 DNA 변이와 코로나19 증상 간에 연관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 연구했고, 이번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부 유전자들이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해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베르가모 지역 약 1만명을 상대로 한 연구 결과였다. 마리오네그리 연구팀은 이 유전자들 가운데 3개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 일배체형(haplotype) 유전자가 있는 이들은 이 유전자가 없는 이들에 비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심각한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2배 높았다. 일배체형 유전자는 한쪽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다. 또 이 유전자가 있는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를 단 경우가 3배 많았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일배체형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다른 이탈리아나 유럽 지역에 비해 베르가모 지역에 더 흔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북부 지역이 왜 그렇게 심각한 코로나19 증상을 겪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연구다. 감염병 학자이자 이번 연구를 감독한 마리오네그리 연구소장 쥬세페 레무지는 베르가모에서는 코로나19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이들 가운데 33%가 네안데르탈인 일배체형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WSJ은 이번 연구에 앞서 2020년 9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서도 코로나19 중증이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고 전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파보가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에 따르면 유럽인의 약 16%, 남아시아인의 절반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발견된다. 유럽과 남아시아 모두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았던 곳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9-17 06:55:18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출신의 스반테 페보 박사가 선정됐다. 페보 박사는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소속으로, 그동안 멸종한 인류와 현존인류의 DNA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에 매진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인류 진화부문 연구와 관련한 공로를 인정, 페보 박사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으로 페보 박사는 1000만크로나(약 13억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페보 박사는 유전학을 통해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각종 연구를 했다. 페보 박사는 과거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별개가 아니고 여러 경로를 통해 피가 섞였고, 이로 인해 발생한 유전자 결합으로 현생인류에 대사증후군, 비만, 심혈관계 등 만성질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최근 페보 박사는 지난해 3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3개가 코로나 중증 위험을 22%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페보 박사의 아버지는 스웨덴의 생화학자인 수네 베리스트룀 박사로 역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다. 부자가 모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베리스트룀 박사는 지난 1982년 프로스타글란딘과 관련된 생물학적 활성물질에 대한 연구로 벵트 잉에마르 사무엘손, 존 로버트 베인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2-10-03 21:08:55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내린 일부 주의 결정을 ‘네안데르탈인의 생각’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백악관이 해명했다. 4일(현지시간) USA투데이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원들을 멸종된 인류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대통령은 네안데르탈인의 사고가 아닌 행동이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미국 텍사스와 미시시피주는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하고 다음주부터 업소들의 자유로운 영업을 허가했다. 두개주 주지사 모두 공화당 소속이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이들 뿐만 아니라 공화당 전체를 겨냥한 것으로 오해됐다. 공화당원들은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인 짐 조던 하원의원(오하이오)은 "처음에 우리는 개탄스러운 집단이 되었다가 이제는 네안데르탈인이 되어버렸다"며 "민주당은 우리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만큼 영리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맹비난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몇몇 주에서 마스크 의무착용을 해제하고 영업 전면 재개를 허용한 결정을 네안데르탈인의 행동에 빗댄 것이지 특정인을 가리킨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1-03-05 14:36:22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결정한 일부 주정부에 대해 ‘네안데르탈인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지금까지 마스크가 얼마나 큰 차이를 줬는지 인식했을 것”이라며 텍사스와 미시시피 주지사들이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해제한 것은 큰 실수라며 이같이 비유했다고 CNN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텍사스와 미시시피주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기타 보건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앞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것이 괜찮으니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같은 네안데르탈인 같은 사고 방식은 “맨 마지막에나 필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백신 접종 확대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코로나 사망자 통계를 주머니에 갖고 다닌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뜨신 물로 자주 손을 씻고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와 업소 운영 정상화 방침에 대한 논란이 일자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CNN에 보낸 성명에서 “코로나 사태가 분명히 끝나지 않음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있다”며 “모든 텍사스 주민들이 의료진의 권고를 따르고 안전한 생활을 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 해제가 정당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와 오랜 정치 경력을 공격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상원의원에 오래전에 당선된 것을 빗대어 "그야말로 네안데르탈인처럼 생각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1-03-04 08:37:07[파이낸셜뉴스] 해외 연구진은 기존 가설과는 반대로 네안데르탈인이 인지능력이 뛰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가죽 손질 도구를 만들때 특정 동물의 뼈를 사용했으며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UC 데이비스)는 인류학과 연구원 나오미 마르티시우스가 네안데르탈인이 동물 가죽을 손질하는데 사용하는 리소아르 도구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틱 리포트'에 9일(한국시간) 발표했다고 밝혔다. 네안데르탈인은 동물 가죽을 손질하는 데 사용되는 매끄러운 끝이 있는 동물 갈비뼈 조각인 리소아르라는 도구를 남겼다. 이 리소아르는 너무 매끈해서 육안으로 봐서는 어떤 동물의 뼈인지 알 수 없다. 마르티시우스와 연구진은 가죽손질 도구를 질량분석법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주로 들소나 지금은 멸종된 야생 소의 친척에 해당하는 오록스와 같은 소과의 동물에서 나왔다는 것을 밝혀냈다. 소갈비는 순록갈비보다 크고 단단해 마모되거나 부러지지 않고 가죽을 문지르는 어려운 작업에 더 적합했을 것이다. 같은 시대 퇴적물을 살펴보면 순록의 뼈가 더 많이 나온다. 이는 순록이 훨씬 더 흔했고 먹이로 사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가죽 손질 도구를 만들기 위해 소 갈비뼈만 사용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마르티시우스는 "같은 시대의 퇴적물들과 리소아르는 네안데르탈인들이 가죽을 손질할때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정말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르티시우스가 발견한 리소아르 외에도 미국 케니언칼리지 인류학과 브루스 하디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5만2000년 전에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섬유를 꼬아 사용한 유물을 발견했다. 이 국제연구팀은 천연섬유로 끈을 만들려면 재료가 될 나무의 성장과 계절적 변화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0-05-10 12:48:14인류의 조상 격인 네안데르탈인들이 식인풍습을 즐겼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됐다. 29일(현지시간) 더 사이언티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벨기에 중부 구아예 동굴을 조사한 과학자들은 동굴에 묻혀 있던 네안데르탈인들의 뼈에서 이 같은 '명백한' 흔적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뼈의 절단면, 골수를 추출하고자 낸 균열 등에서 식인 행위를 뒷받침할 증거들이 나타난 것이다. 연구팀이 면밀히 조사한 결과 식인의 대상은 신생아와 어린이 각 1명과 성인 또는 청소년 4명이었다. 이들은 해당 동굴에서 약 4만5000년 전 거주한 것으로 보이며 당시는 네안데르탈인이 거의 멸종에 다다라가던 시기였다. 벨기에 고고학자인 크리스티앙 카세야스는 이에 대해 "반박이 불가능하다. 식인행위가 이곳에서 행해졌다"고 확신했다. 네안데르탈인들이 죽은 동족의 시신을 먹었다는 증거는 앞서도 있었다. 여태까지 네안데르탈인들의 식인 풍습을 뒷받침할 증거는 스페인 엘시드론과 자파라야, 프랑스 물라게르시와 르프라델 등 주로 남부 유럽에서 발견됐다. 다만 헬렌 루지에 연구원 아직까지 네안데르탈인들의 식인 풍습은 상당 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고 선을 그었다. 루지에 연구원은 "이것이 체계적인 것이었는지, 특별한 경우에만 행해진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식인의 이유도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다. 단순히 섭취하려는 목적이었을 수도 있으나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때 네안데르탈인들은 더 똑똑한 호모사피엔스에 의해 멸종된 원시적인 동굴 인류로 치부됐다. 그러나 최근 이뤄진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시신을 매장하고 장례 의식까지 치른, 지적 수준이 높은 인류로 밝혀졌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16-12-30 15:00:31소설 속 '나'보다 열다섯 살 위인 의사 현경우는 뉴욕에서 안식년을 보내다 잠시 유럽여행길에 올랐다. 그 여행의 관문이 된 곳은 파리. 15년 전 파리4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나는 여름날 어느 저녁 뤽상부르 공원 근처 중국식당에서 그와 처음 만났다. 친구와 식사 중이던 내게서 한국말이 튀어나온 적은 없었지만,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자기의 '동족'으로 파악하고 접근해왔다. 하루에 500프랑을 받는 조건으로 사흘 동안 그의 파리 가이드가 된 나는 예정된 일정을 끝내고 그를 북역에서 배웅했다. 3주 뒤 다시 파리로 돌아온 그를 마주했을때, 뒤셀도르프 근처 한 골짜기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골짜기의 동굴을 말할 때 그의 눈에 액체가 비쳤고, 내 콧등도 시큰해졌다. 뉴욕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간 현경우의 소식을 확인한 건, 내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로도 한참 뒤의 일이었다. 어느 신문의 부음란에서 그의 이름 석 자를 얼마 전 보았다. 신문 부고란의 속물성에 치를 떠는 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처절한 슬픔에 버무려져 있었다. 고종석의 소설 선집 표제작 '플루트의 골짜기'는 비정한 현대인의 삶 속의 외로운 실존을 다룬 단편이다. 속물적인 타락, 정체 없는 비관, 허무주의적인 현실 긍정이 뒤섞여 있다. 저자는 주인공들의 근원을 뒤셀도르프 네안데르 골짜기 동굴에서 가져온다. 그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은 두개골의 구조 등에서 볼 때 호모사피엔스의 별종이다. 하지만 이 네안데르탈인이 야수였던 건 아니다. 곰의 허벅다리 뼈로 플루트를 만들 만큼 음악적 지능이 있었다. 그러니 언어적 지능도 상당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네안데르탈인은 멸종하지 않고 현생 인류와 섞여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 내가 그 후손이진 않을까. 소설은 이 상상을 쫓아 어둠을 헤쳐간다. 그리고 도달하는 곳은 "인간에 대한 미움과 경멸을 눅이는" 네안데르탈인의 플루트 소리다. 최진숙 기자
2014-01-02 16:52:10'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듣는 역사의 힘은 의외로 놀랍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역사가 순식간에 재밌는 옛날이야기처럼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적어도 네안데르탈인 때부터 언어로 의사소통했다고 하니, 적어도 20만 년 전 우리 조상들도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는 뜻이 된다. 반면 역사를 글자로 남긴 역사는 빨라야 5000년이고 한국은 20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 역사에서 95% 이상은 글자 대신 이야기로 말을 전해온 셈이다. 나는 고고학자다. 제대로 된 전자기기도 없는 1990년대에 우리는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책을 읽거나 역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이야기꾼으로서의 본능은 시베리아 현장에서부터 단련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많은 역사학자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진지하게 보여도 막상 맥주 한잔 걸치면 우리는 재밌는 이야기꾼으로 변하곤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재밌는 역사 이야기가 왜 그렇게 지루하기만 했을까.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역사를 재밌게 들려주는 책이 많지 않다. 물론 그런 책이 간혹 나오지만, 전문가들이 차분하게 참여하고 내용의 밀도를 높여준 책은 많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역사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사를 보다'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변두리'의 역사가 주는 참신함이다. '역사를 보다'는 '변두리'의 역사가 주는 참신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슬람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 이슬람의 갈등까지 과감하게 소수의견을 던지며 새로운 관점을 던지고, 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자세하게는 모르는 고대 문명의 정점 이집트의 이야기도 다룬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거대한 초원과 중앙아시아의 역사가 함께 이어진다. '변두리'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다. '변두리'로 치부되었던 지역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어떤 책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인터넷상으로 잘못된 정보들이 마치 사실처럼 퍼진 것도 많다. 참신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역사의 균형을 찾을 테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매력 역시 독자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요인 중 하나다. 역사와 고고학은 인간의 과거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적성을 띤다.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이 다를 뿐이다. 매일 쌓여가는 고고학 자료가 곁들여지면서 우리의 역사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역사를 보다'에는 역사 전문가들이 모여 펼치는 이야기 속 우리가 몰랐던 재밌는 역사도 있지만 뒷맛이 무척 씁쓸한 아픈 순간도 있다. 첫맛은 달지만 뒷맛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다고 할까. 여기에는 '동서양을 오가고 고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역사 여행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라는 우리의 고뇌도 담겨 있다. 대중서 작업을 두고 단순히 '쉽게 쓰면 된다'는 오해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디어 매체가 발달한 지금 사람들은 텍스트를 읽는 대신 재밌는 영상 시청을 선호한다. 하지만 영상이 아무리 좋아도 정보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선뜻 책을 펴기에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채롭게 펼쳐지는 역사의 여러 장면을 달게 보다 보면 어느덧 쓰디쓴 역사의 교훈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BODA'에서 이 역사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치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를 보듯 다채롭게 펼쳐지는 역사의 여러 장면을 달게 보다 보면 어느덧 쓰디쓴 역사의 교훈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재밌는 역사 수업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역사가 여러분과 함께하는 데 우리의 노력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역사 이야기가 있다. 매주 모여 박장대소를 터뜨리다가도 열띤 토론을 벌이며 우리도 몰랐던 역사의 여러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달지만 여운이 강한 '역사를 보다'가 독자들에게 감동과 균형 잡힌 역사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강인욱 고고학자
2024-09-05 18:34:24[파이낸셜뉴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이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유전자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토니 카프라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시스코)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특정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으면 아침형 인간일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오늘날 인류의 유전자를 네안데르탈인과 또 다른 멸종된 고대 인류 종인 데니소바인의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비교했다. 네안데르탈인 특정 유전자 가진 사람 '일찍 일어나기' 선호 이들은 영국의 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유럽인 조상을 둔 사람 수십만 명의 건강·유전 정보를 확보해 네안데르탈인 몇 명과 데니소바인 한 명의 뼈와 치아 화석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밤낮 생체리듬과 연관된 246개의 유전자가 확인됐는데, 이 중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나온 특정 유전자들을 가진 사람들이 일찍 일어나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프라 교수는 "많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변이가 아침형 인간이 될 경향과 일관되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자연의 밤낮 시간대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하는 생체 리듬과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즉 자연의 밤낮 시간대 변화를 더 빨리 파악하고 적응하는 사람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유럽·아시아인 유전자 2%가 네안데르탈인 약 3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 중 일부는 약 7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그곳에서 살던 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과 혼혈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오늘날 유럽인·아시아인 유전자의 약 2%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런 적응 능력이 우리 인류가 탄생한 아프리카보다 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이 살았던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의 계절별 차이가 아프리카에서는 크지 않지만, 고위도 지역에서는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아침형 인간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성격 등 매우 복잡하며, 이를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슈아 어키 프린스턴대 교수는 "일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가 아침형 인간이라는 특성에 기여했을 수 있지만, 아마도 누가 아침형 또는 저녁형 인간인지를 완전히 네안데르탈인 조상 탓으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지놈 생물학과 진화(Genome Biology and Evolution)' 최근호에 실렸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12-15 09:39:05[파이낸셜뉴스] 매머드와 지구상에 공존했던 석기시대 벌레가 시베리아 동토에 갇혔다 4만6000년 만에 깨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시베리아 동토층에 묻혔던 1㎜ 미만의 벌레들이 충분한 영양 공급을 통해 생명을 되찾았다. '파나그로라이무스 콜리맨시스'(Panagrolaimus kolymaensis)라는 이름을 가진 이 벌레는 지난 2018년 시베리아 콜리마강 인근 화석화한 다람쥐 굴과 빙하 퇴적층에서 러시아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벌레들은 마지막 빙하기에 휴면에 들어간 선충류의 일종으로 확인됐다. 선충은 동면과 같은 상태를 뜻하는 휴면(cryptobiosis)을 통해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력을 발휘하는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동토층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이 벌레들은 후기 플라이스토세(12만6000∼1만1700년 전)부터 얼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네안데르탈인과 매머드, 검치호 등 고대 생명체들과 섞여 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처음 발견된 벌레들은 몇 개월밖에 살아남지 못했지만 새롭게 번식한 벌레들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를 이끄는 독일 쾰른대 필립 쉬퍼 박사는 "벌레들이 되살아난 즉시 번식을 시작했다"며 "실험실에 벌레 배양종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레프는 "2억5000만년 전의 단세포 미생물이나 박테리아가 되살아난 경우는 있었으나 다세포 생명체 가운데서는 이번이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학계 일각에서는 이른바 '시간여행' 종을 되살리는 과정에서 고대 바이러스도 함께 부활시켜 인류 및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7-28 20: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