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달 초 '블랙먼데이(8월 5일)' 등 증시 급락의 배경이 된 미국 경기 침체 위험에 대해 한국은행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3일 '최근 미국 경기 흐름 평가와 대(對)미 수출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미국 노동시장은 높은 긴장도(tightness)가 완화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는 정상화 과정에 있다"며 "따라서 경기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직 해고율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 노동수요가 크게 위축됐다고 보기 어렵고, 과거 침체기 진입 직전에는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했지만 최근 미국 경제는 양호한 성장 모멘텀(동인·동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착륙 과정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미국 경제 성장세는 고금리·물가 영향에 하반기로 갈수록 소비를 중심으로 점차 둔화하겠지만,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확대와 지속적 이민자 유입 등으로 당분간 급격한 침체 없이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미국의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져도, 한은은 대미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기계류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들 품목의 대미 수출 호조가 미국의 경기 요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친환경 자동차의 경쟁력이나 미국 산업정책 등 구조적 배경에 따른 결과인 만큼, 미국 경기의 하방 압력을 충분히 완충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보고서에서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지출 축소 등의 정책 불확실성,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등 리스크(위험)에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8-23 08:58:22[파이낸셜뉴스]현재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대(對)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향후 완만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이 줄어들며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약화흐름이 당분간 이어진 가운데 임금상승세도 둔화해서다. 반면 유럽은 실질소득 확대, 선제적인 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면서 내년께 대유럽 수출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된다. ■고물가·고금리에 초과저축 여력 ‘뚝’...“둔화 흐름 이어진다”1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이슈노트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르면 미국의 개인소비는 지난해 하반기에 2분기 연속으로 전기 대비 3% 성장하는 등 견조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1.5%, 4~5월 중에는 1.2% 성장하며 증가폭이 상당폭 둔화됐다. 특히 서비스 소비보다 재화 소비가 크게 감소했는데 금리에 민감하고 가격이 높은 자동차, 정보기술(IT) 기기 등 내구재 소비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월평균 자동차 소비 증감률은 지난해 하반기에 전분기 대비 1.7% 하락에서 올해 1~5월 중 3.7% 하락으로 감소폭이 더 컸다. 같은 기간 IT기기는 9.9% 성장에서 1.3% 성장으로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식료품 등 저소득층 소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생필품의 소비도 줄고 있다. 미국의 월평균 식료품 소비는 지난해 하반기 0.7% 증가했으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같은 소비 약화는 그간 소비 모멘텀을 지지한 가계 초과저축이 올해 3월경 소진된 영향이다. 미국의 초과저축 규모는 지난 2021년 8월 2조1000억달러에서 올해 4월 -2000억달러까지 떨어졌다. 특히 자산·소득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은 취약 가계의 소비여력은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누적되면서 가계 부담이 장기간 지속된 것도 소비 하락의 요인이다. 미국의 CPI는 3월 3.5%에서 4월 3.4%, 5월 3.3%로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으나 가계는 여전히 ‘생활비 물가’를 지난 2분기에도 가장 큰 재정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취업자수 증가폭이 지난해 4분기 21만2000명에서 올해 2분기 17만7000명으로 줄어드는 등 향후 고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향후 미국의 소비 둔화 흐름이 쉽게 반전되기 어려운 만큼 대미 소비재 수출 증가세가 점차 낮아진다는 전망이다. 이슈노트를 작성한 이현아 한은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미국 소비는 이러한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둔화흐름을 지속하겠으며 노동수급도 균형을 찾아감에 따라 내년 이후 장기추세 수준에 점차 수렴할 전망”이라며 “금리에 민감하고 고가인 내구재소비 약화흐름이 당분간 이어지고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 완화로 임금상승세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유럽 소비 ‘전환점’ 도달...“금리 인하로 탄력 받는다”반대로 2022년 이후 펜트업(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가 소멸되고 러·우 전쟁, 금리 인상 등으로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는 유로지역 민간소비는 향후 반등할 전망이다. 최근 가계 실질소득이 증가 전환하는 등 팬데믹 이후 지속해서 부진한 소비가 최근 전환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로지역의 소비는 미국보다 크게 위축된 상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도 물가와 노동시장에 의해 임금이 상승했으나 제조업 의존도가 유로지역은 제조업 경기가 장기가 위축되면서 실질 소득이 크게 부진했다. 노조 중심의 임금 협상 방식에 의해 임금상승이 지연되면서 실질 임금도 감소했다. 이에 올해 유로지역의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3%로 예상치(0.1%)를 상회했으나 이는 외국인 관광 등 서비스 수출에 주로 기인했고 민간소비는 0.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한 에너지, 식료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유로지역의 특성상 러·우 전쟁의 여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는 평가다. 특히 소비 바스켓에서 에너지 비중이 높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핀란드 등의 가계소비가 크게 부진했다. 이에 유럽의 가계들은 가계소득이 제한된 상황에서 필수소비재의 높은 물가를 감내하기 위해 비내구재 등 재화소비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고금리 영향도 미국보다 더 컸다. 대부분 유로지역 국가의 저축률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데이는 러·우 전쟁과 고금리로 가계의 저축동기가 크게 확대된 결과다. 유로지역의 모기지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이 2022년말 기준 약 74.5%로 미국(95%)에 비해 낮아 상대적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한은은 이같은 유로지역의 재화 소비 부진이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에 재화소비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0.2%로 증감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만큼 향후 실질소득이 늘어날 경우 재화소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유럽중앙은행(ECB)가 지난달 금리 인하를 개시했고 향후 점진적으로 통화 긴축 완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개선효과가 나타난다는 전망이다. 이슈노트를 작성한 고민지 한은 조사국 국제종합팀 과장은 “재화를 중심으로 소비부진이 완화될 경우, 제조업 중심의 국가에서 ‘생산 → 소득→ 소비’의 선순환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이라며 “실질소득 확대, 금융여건 완화 등에 힘입어 소비와제조업경기가 나아질 경우 그간 부진했던 대유로지역 수출이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7-16 11:47:02지난해 실업률이 3%대 아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대 6번째 최저치인 1.4%로 집계되는 등 불경기가 현실화했음에도 오히려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비해 취업자 수를 유지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실업률은 2.6%로 집계됐다. 전분기와 동일한 수치로 실업자 분류기준이 구직기간 1주에서 4주로 변경된 199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4분기 실업률도 2.9%로 3%를 하회하며 지난해 연간 실업률은 2.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1.4%로 집계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결과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전년(2.6%) 대비 크게 둔화하며 1956년(0.6%) 이후 6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실업률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음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오쿤의 법칙'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1.2%p 낮았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에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정책 등으로 실업률이 소폭 상승에 그치며 오쿤의 법칙과 큰 차이가 났으나 성장세가 둔화된 2022년 이후에도 실제 실업률이 오쿤의 법칙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것이다. 한은은 이례적 고용호조를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한 우려로 기존 근로자의 해고를 줄이면서 노동력을 비축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가 상승, 기업들이 빈 일자리를 채우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고용조정에 신중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들은 고용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조정하며 경기변화에 대응 중이다. 상용근로자가 소정의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실제로 근로한 시간은 지난 2018년 월 9.5시간에서 지난해 상반기 7.9시간까지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비축 현상이 커졌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실업률이 큰 폭 하락한 것은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하지만, 인력난을 우려한 기업의 노동비축 행태도 낮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면서 성장률과 실업률 간 괴리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1-28 18:02:00[파이낸셜뉴스]지난해 실업률이 3%대 아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역대 6번째 최저치인 1.4%로 집계되는 등 불경기가 현실화했음에도 오히려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비해 취업자 수를 유지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OBJECT0#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실업률은 2.6%로 집계됐다. 전분기와 동일한 수치로 실업자 분류기준이 구직기간 1주에서 4주로 변경된 199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4분기 실업률도 2.9%로 3%를 하회하며 지난해 연간 실업률은 2.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이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1.4%로 집계된 점을 고려했을 때 이례적인 결과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전년(2.6%) 대비 크게 둔화하며 1956년(0.6%) 이후 67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4분기부터 3·4분기까지 실업률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의 음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오쿤의 법칙’이 제시하는 수준보다 1.2%p 낮았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의 경우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 정책 등으로 실업률이 소폭 상승에 그치며 오쿤의 법칙과 큰 차이가 났으나 성장세가 둔화된 2022년 이후에도 실제 실업률이 오쿤의 법칙보다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생산량 대비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한은이 2022년 2·4분기부터 지난해 4·4분기까지 실업률 변동 요인을 ‘실업으로의 유입 감소’와 ‘취업으로의 유출 증가’로 나눠 분석한 결과 실업률이 하락하는 동안 실업 유입 감소 기여도는 92%로 과거 평균 수준(7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노동 비축에 따른 해고 감소가 실업률 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것이다. 한은은 이례적인 고용호조가 기업들이 인력난에 대한 우려로 기존 근로자들의 해고를 줄이면서 노동력을 비축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가 상승해 기업들이 빈 일자리를 채우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고용조정에 신중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기업들은 고용조정 대신 근로시간을 조정하며 경기변화에 대응 중이다. 상용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실제로 근로한 시간은 지난 2018년 월 9.5시간에서 지난해 상반기 7.9시간까지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 비축 현상이 커졌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낮아진 것이다.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실업률이 큰 폭 하락한 것은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노동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하지만, 인력난을 우려한 기업의 노동 비축 행태도 낮은 실업률이 유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지면서 성장률과 실업률 간 괴리는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1-28 08:17:49코로나19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구직 증가율보다 구인 증가율이 더 높은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에도 임금 등이 열악해 제조현장직 기피현상이 이어지고 고령화로 돌봄서비스 구인난이 확대된 결과다. 이에 현장직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면서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해 돌봄서비스 이용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노동시장 수급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4분기 대비 올해 3·4분기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했다. 인력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가 16개 지역(세종 제외) 중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0.5를 하회한 반면 전남, 충남, 충북 등에서는 1을 상회했다. 구인분포와 구직분포 간 격차가 클수록 지수가 높아져 노동시장 수급의 질적 지표로 사용되는 미스매치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 광주, 강원,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팬데믹 이전보다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전남·충남은 노동시장 긴장도가 1을 상회하는 데다 미스매치 지수도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이 같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는 팬데믹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제조현장직 기피, 고령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확대 등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 우선 제조현장직의 경우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에서도 구직자가 감소했다. 세부 직종별로는 화학(플라스틱 제조 등), 금속(용접, 주조 등) 등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직종을 중심으로 인력수급 상황이 악화됐다. 돌봄서비스도 구인과 구직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구인이 더 크게 증가해 구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구인은 지난 2019년 3·4분기 대비 올해 3·4분기에 133.9% 증가했고 구인 비중 역시 2019년 초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특히 고령화가 돌봄서비스 구인 증가율과 60세 이상 비중 변화 간 상관계수가 0.58에 달해 고령화가 돌봄서비스 노동수요 증가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분석은 한은 지역본부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상당수 업체가 2019년 대비 2023년에 채용정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중이 지난 2019년 12.0%에서 2023년 15.3%로 증가했다. 이에 우리나라 전반에서 나타나는 직종 측면의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수급 정책을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야 한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특히 제조현장직 중에서도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은 핵심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돌봄서비스 인력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외국인력 활용도 필요하다.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제조현장직은 근무여건 개선 노력 등으로 제조현장에서 근무하는 20~40대의 평균 근속연수가 긴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며 "돌봄서비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하여 돌봄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을 낮추면서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기자
2023-12-26 18:35:38[파이낸셜뉴스] 노동시장의 인력수급 관련 정책이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제조 현장직에서의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노령화로 돌봄서비스 노동수요도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조 현장직의 임금 등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해 돌봄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한은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상황 평가’라는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3·4분기 대비 올해 3·4분기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 인력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표인 노동시장 긴장도(tightness)는 16개 지역(세종 제외) 중 광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승했다.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0.5를 하회한 상태지만 전남, 충남, 충북 등에서는 1을 상회하고 있다. 노동시장 tightness는 구인배율이 높을수록 노동공급 대비 노동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지표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지수도 12개 지역에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시장 미스매치 지수는 노동시장 수급 상황의 질적 측면을 보여주는 지표로 구인분포와 구직분포 간 격차가 클수록, 매칭효율성이 낮을수록 지수는 상승한다. 미스패치는 제주, 광주, 강원,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펜데믹 이전 대비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는 팬데믹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제조 현장직 기피, 고령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확대 등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했다. 우선 제조 현장직의 경우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에서도 구직자가 감소했다. 세부 직종별로는 화학(플라스틱제조 등), 금속(용접, 주조 등) 등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직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tightness가 크게 상승해 수급 상황이 악화된 상태다. 돌봄서비스도 구인과 구직이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구인이 더 크게 증가해 구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돌봄서비스 구인은 지난 2019년 3·4분기보다 올해 3·4분기에 133.9% 증가했고 구인비중의 경우에도 2019년 초 대비 약 2배 상승했다. 돌봄서비스 구인증가율과 60세 이상 비중 변화 간 상관계수가 0.58에 달해 고령화가 돌봄서비스 노동수요 증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요인의 영향 정도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됐다. 제조 현장직과 돌봄서비스의 영향은 지역 내 제조업 비중이 높을수록,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일수록 대체로 크게 나타났다. 특히 지역 간 노동시장 tightness 차이의 상당 부분이 지역 내 화학, 금속, 단순제조 직종 비중(구인 기준) 차이에 의해 설명 가능한 점은 제조 현장직에서의 인력수급 불균형이 지역 노동시장 tightness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분석은 한국은행 지역본부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상당수 업체들이 2019년 대비 2023년에 채용 정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중이 지난 2019년 12.0%에서 2023년 15.3%로 증가했다. 또 생산·현장·특수기능직의 경우 상당수 업체에서 채용경쟁률이 하락한 것도 제조 현장직 기피 현상이 인력수급 불균형 심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앞의 분석 결과를 확인시켰다. 이에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반에서 나타나는 직종 측면의 인력수급 불균형 현상과 개별지역 고유의 인력수급 상황을 함께 고려한 하이브리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제조 현장직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자구적 노력, 돌봄서비스 인력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외국인력의 적극 활용 등이 요구된다. 보고서를 집필한 송상윤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제조 현장직은 근무여건 개선 노력 등으로 제조 현장에서 근무하는 20~40대의 평균근속연수가 긴 기업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며 “돌봄서비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하여 돌봄서비스 이용에 대한 비용을 낮추면서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3-12-26 11:13:21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구조변화에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만큼 중앙은행으로서도 노동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본부에서 열린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 "노동시장은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득분배와 인적자본 형성 등을 통해 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주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노동시장 변화에 대해 "글로벌 공통적인 요인도 있지만 각국의 상이한 노동시장 제도와 여건으로 인해 노동시장 변화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변화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변화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런 관계를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개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노동시장 상황과 통화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 위원은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여성을 위한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가치 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 시장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때라고 역설했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해 "양적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시장 긴장도(tightness)는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년동기 대비 취업자 수가 57만명 늘어나는 등 팬데믹 이전(30만명 증가)보다 많고 고용률도 60.7%에서 61.4%로, 실업률은 3.7%에서 3.2%로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긴장도는 낮다는 것이다.노동수요 요인을 더 잘 반영하는 빈일자리율 대비 실업률 비율은 미국이 0.86에서 1.57로 높아질 때 우리나라는 0.34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시장이 규모는 커졌지만 긴장도는 낮다는 얘기다. 서 위원은 그 원인이 △고령층의 공급 확대 △여성층 노동공급 증가 △노동시장 감소 △노동시장 구조개선 지연에 있다고 봤다. 김나경 기자
2023-04-25 18:18:15[파이낸셜뉴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노동시장이 질적으로 개선돼야 통화정책적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노동시장의 실질적 구조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25일 강조했다. 노동시장이 양적으로는 커졌지만 질적으로는 개선이 부진한데, 이로 인해 저성장·저물가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 위원은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여성을 위한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 시장 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때라고 역설했다. 서 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본부에서 열린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노동시장 상황과 통화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연설하고 이같이 말했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해 "양적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시장 긴장도(tightness)는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년동기대비 취업자수가 57만명 늘어나는 등 팬데믹 이전(30만명 증가)보다 많고, 고용률도 60.7%에서 61.4%로, 실업률은 3.7%에서 3.2%로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긴장도는 낮다는 것이다. 노동수요 요인을 보다 잘 반영하는 빈일자리율 대비 실업률 비율은 미국이 0.86에서 1.57로 높아질 때, 우리나라는 0.34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시장이 규모는 커졌지만 긴장도는 낮다는 얘기다. 서 위원은 그 원인이 △고령층의 공급확대 △여성층 노동공급 증가 △노동시장 감소 △노동시장 구조개선 지연에 있다고 봤다. 팬데믹과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가 맞물리면서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확대됐다. 지난 5년간 1차 베이비부머(60~65세) 계층의 고령화, 고용률 상승 효과를 동시에 고려했을 때 67만명의 고용이 증가했고 이로 전체 고용 증가의 49%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명률, 조기 은퇴로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성층의 노동공급이 증가하면서 노동시장 규모도 확대됐다. 팬데믹 이후 만혼과 저출산이 심화하고 가사노동이 시장화된 영향이다. 또한 미국, 유로와 달리 1인당 근로시간은 팬데믹 이후 감소했다. 2017년 8.4시간에서 2022년 8.2시간으로 줄었다. 미국과 유로는 각각 6.9, 7.3 시간을 유지했다. 취업자가 늘었지만 1인당 근로시간이 감소하면서 총근로시간은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아울러 제조업과 정보통신업 등 민간부문 보다는 보건업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확대되면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 늦어졌다. 문제는 이같은 질적 개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생산성 하락 등 저성장, 저물가 체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취업자수 대비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011년부터 2019년 2.5에서 2020년부터 2022년 1.7로 줄었다. 미국이 같은 기간 0.4에서 1.3으로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또 계량분석 결과, 물가와 노동시장 긴장도, 근로시간조정 실업률 등은 유의미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위원은 "금년 중 고용시장에서는 수요둔화와 공급확대가 맞물려서 긴장도가 완화됨에 따라 물가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고용이 고령화, 여성고용, 산업구조 등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의 고용 파급효과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고령화, 노동생산성 하락과 같은 고용상황 변화가 장기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정부지출 확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실질중리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서 위원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 저물가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 실질적 구조개선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4-25 10:54:52[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시장 구조변화에 관심을 더욱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이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만큼 중앙은행으로서도 노동시장 변화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본부에서 열린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해 "노동시장은 고용과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소득 분배와 인적 자본 형성 등을 통해 개인의 삶과도 직결되는 주요한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노동시장 변화에 대해 "글로벌 공통적인 요인도 있지만 각국의 상이한 노동시장 제도와 여건으로 인해 노동시장 변화가 국가별로 다르고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 변화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 각국에서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이런 관계를 확인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개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서영경 금융통화위원이 '노동시장 상황과 통화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 위원은 베이비부머의 인적자본 활용, 여성을 위한 보육여건 개선, 고부가서비스 이민자 개방 등 시장 구조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때라고 역설했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대해 "양적 지표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시장 긴장도(tightness)는 팬데믹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전년동기대비 취업자수가 57만명 늘어나는 등 팬데믹 이전(30만명 증가)보다 많고, 고용률도 60.7%에서 61.4%로, 실업률은 3.7%에서 3.2%로 개선됐지만 노동시장 긴장도는 낮다는 것이다. 노동수요 요인을 보다 잘 반영하는 빈일자리율 대비 실업률 비율은 미국이 0.86에서 1.57로 높아질 때, 우리나라는 0.34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시장이 규모는 커졌지만 긴장도는 낮다는 얘기다. 서 위원은 그 원인이 △고령층의 공급확대 △여성층 노동공급 증가 △노동시장 감소 △노동시장 구조개선 지연에 있다고 봤다. 팬데믹과 베이비부머의 은퇴시기가 맞물리면서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확대됐다. 지난 5년간 1차 베이비부머(60~65세) 계층의 고령화, 고용률 상승 효과를 동시에 고려했을 때 67만명의 고용이 증가했고 이로 전체 고용 증가의 49%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치명률, 조기 은퇴로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서 위원은 "금년 중 고용시장에서는 수요둔화와 공급확대가 맞물려서 긴장도가 완화됨에 따라 물가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고용이 고령화, 여성고용, 산업구조 등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의 고용 파급효과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 위원은 고령화, 노동생산성 하락과 같은 고용상황 변화가 장기중립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정부지출 확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실질중리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서 위원은 "노동생산성 하락이 지속될 경우 저성장, 저물가 체제로 회귀가 불가피하고 통화정책적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4-25 10:11:11유럽과 미국 간 무역갈등이 '디지털세'에서 '탄소세'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탄소세를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규정하고 EU가 도입을 강행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다짐했다. EU와 미국간 무역갈등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나 조속한 무역합의를 약속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지만 다보스 포럼에서 탄소세 논쟁이 부상하면서 양측간 긴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로스 장관은 2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EU가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면 맞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탄소세가 어떤 형태로 부과되느냐에 따라 그에 걸맞은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탄소세는 그 핵심이 미국이 대응을 천명한 디지털세와 같은 보호주의"라고 규정했다. 유럽이 탄소세를 강행한다면 디지털세 추진에 미국이 보복관세 으름장을 놨던 것처럼 보복관세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보복관세 발언은 24일 다보스 포럼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간 설전에 비해 수위가 높아진 발언이다. CNBC에 따르면 24일 다보스에서는 라가르드 총재와 므누신 장관이 환경정책을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라가르드가 기업들이 환경훼손을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경제모델을 중앙은행들의 주도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탄소세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므누신은 "세금을 매기려면 매겨라. 그러나 이같은 탄소세는 열심히 일하는 이들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비난하는데 그쳤었다.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는 것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폰 데어 라이옌 집행위원장의 EU 집행위 핵심 우선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다.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역내 탄소배출 제한을 위한 정책이 수입품으로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관 탄소 규정이나 세금을 통해 수입품에 대해서도 EU 환경정책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등 환경 기준이 느슨한 국가에서 들어오는 수입품 외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것임을 시사해왔다. 폰 데어 라이엔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는 배경으로 '공정성'을 강조해왔다. "해외에서 이산화탄소(CO2) 수입을 확대한다면 역내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는 단순히 기후 이슈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럽 기업들과 노동자들과 관련한 공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는 그들(유럽 기업들과 노동자들)을 불공정한 경쟁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생산과정에서 CO2 배출이 많은 유럽 제품에 세금을 매기는 한편 수입품에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생산비가 오른 유럽 제품이 경쟁에서 밀리게 되고, 결국 시장은 탄소세를 적용받지 않은 수입산이 장악하게 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는 물론이고, 유럽 기업과 노동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리는 프랑스·영국·이탈리아·스페인·오스트리아 등이 미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미 정보기술(IT) 공룡들에 세금을 물리려는 디지털세(구글세) 도입과 맥을 같이 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들 IT 공룡이 유럽에서 막대한 이윤을 내면서도 세금은 거의 내지 않아 유럽 기업들과 불공정 경쟁을 한다며 구글세 도입을 강조해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0-01-27 17:5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