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이왕직 아악부 정간보', '이왕직 아악부 오선악보', '홍재일기' 등 총 4건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고 8일 밝혔다. 인천 부평구 미쓰비시(三菱)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이 관리하는 군수물자 공장이었던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 노동자들이 합숙 생활을 하던 곳이다. 여러 호의 집들이 줄지어 있어 '줄사택'이라 불렸다고 전한다. 일제의 한반도 병참 기지화가 본격화한 1939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광복 후에도 도시 노동자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주거 공간으로 써왔다. 함께 등록된 '이왕직 아악부 정간보', '이왕직 아악부 오선악보'는 조선시대 궁중음악 기관인 장악원을 계승한 이왕직 아악부에서 1920∼30년대 연주하던 곡을 정리한 악보다. 이왕직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대한제국 황실이나 황족 관련 사무를 담당하던 기구를 뜻한다. 이왕직 아악부에서 편찬한 정간보(井間譜)는 거문고, 가야금, 피리, 대금 등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별로 연주하는 악곡 등을 담은 악보다. 총 25곡이 수록돼 있다. 이왕직 아악부의 오선악보는 1930년대 작성한 뒤 현재까지 전하는 유일한 오선악보로, 근대 음악문화와 음악사를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홍재일기'는 전북 부안군 주산면 홍해마을에 살던 유생 기행현이 1866년 3월 10일부터 1911년 12월 30일까지 약 45년간 쓴 일기다. 일기에는 부안 지방의 기후와 자연재해, 의병 활동과 동학농민전쟁의 실상, 미곡 가격의 변동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어 당대 시대 상황과 역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8-08 12:31:28국가유산청은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민영환 유서(명함)'를 등록하고, '홍재일기'와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등록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민영환 유서(명함)'는 대한제국 외교관이며 독립운동가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이 을사늑약에 반대하며 순절할 당시 2000만 동포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유서가 적힌 명함으로, 민영환 옷깃 속에서 발견됐다. 이 명함은 봉투에 넣은 채로 유족이 소장하고 있다가 1958년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기증됐다. 자결 순국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민충정공의 정신을 후세에게 알릴 수 있는 사료적·문화유산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 명함 마지막에 '결고(訣告) 아(我) 대한제국(大韓帝國) 이천만(二千萬) 동포(同抱)'라고 적혀 있어 동포들에게 남긴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 예고된 '홍재일기'는 전북 부안군의 유생 기행현(奇幸鉉)이 23세였던 1866년부터 68세였던 1911년까지 약 45년간 쓴 일기다. '홍재일기'는 기행현의 후손이 보관하고 있다. 총 7책 중 1책 제목은 '도해재일기(道海齋日記)', 2책부터 7책까지 제목은 '홍재일기(鴻齋日記)'라고 표기돼 있다. 일기에는 그동안 밝혀진 바 없었던 동학농민혁명기 중 동학농민혁명 시작을 알린 대규모 군중집회 '백산대회' 일자가 1894년 음력 3월 26일로 기록돼 있다. 1866년부터 1894년 동학농민혁명 발발까지 약 30년간 물가변동, 가뭄, 세금 등 관련 기록도 있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제강에 동원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합숙 생활을 했던 곳이다. 등록 예고된 범위는 인천광역시 부평구 소재 1329㎡에 해당하는 34필지다. 연립주택처럼 집 여러 호가 줄지어 있어 속칭 '줄사택'으로 불려왔다. 광복 후에도 도시 노동자들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됐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13 15:12:02“내 남편한테 말하면 너 따위 아무도 모르게 재로 만들 수 있어.”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헤트비히 회스(산드라 휠러) [파이낸셜뉴스]거슬리는 가정부에게 날린 진심 100%의 경고. 은유로 넘실대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주인공 헤트비히 회스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경고다. 한 번만 더 거슬리면 담장 너머 가스실에 집어넣겠다는 말에 유대인 가정부는 머리를 조아린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아우슈비츠의 소장 루돌프 회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 아우슈비츠는 유대인 집단 학살지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엄마' 헤트비히는 아우슈비츠 소장 사택에 딸린 텃밭을 정원으로 가꿨다. 3년 동안 골분비료로 뿌려가며 해바라기와 포도나무, 라일락을 키워냈다. 담장의 저쪽은 홀로코스트, 전쟁 중 나치가 자행한 대학살의 현장이다. 이쪽은 회스 가족의 낙원 같은 집. 식물로 담벼락을 가려도 치솟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불길과 연기는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과 고함소리도 마찬가지. 새빨간 불빛과 ‘우웅, 쿵쿵’대는 소음을 의식하는 이는 처음 이 집을 ‘낙원’같다고 말하던 할머니 뿐이다. 소음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꼬마들은 번쩍이는 금니를 가지고 놀고 있다.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나치)은 희생자의 금니를 녹여 금괴로 만들었다. 직접 말하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것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최고의 예술이 ‘시(詩)’라면 이 영화는 시 같다. 감독은 영화 내내 뚜렷하게 보여주지 않고 은은하게 들려준다. 흑·백·적·점으로 이어지는 암전 때문일까. 영화는 때로 연극처럼도 느껴진다. 마지막 씬에서는 다시 시일 수 있다고 느꼈다. 영국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는 “이 영화가 어쩌면 평생 당신을 괴롭힐 것”이라고 평했다. 6일 새벽 서울 여의도 IFC몰 CGV에서 영화를 봤다. 스릴러 장르 영화도 아닌데 온몸은 차갑게 식고, 멀미가 몰려왔다.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관객의 행렬과 반대 방향으로 청소노동자 한 명이 '저벅저벅' 들어왔다. 그의 머리는 헤드 랜턴이 꽉 쪼이고 있었다. 그의 손엔 영화가 끝난 뒤 캄캄해진 영화관 의자 사이에 떨어진 팝콘을 주워 담을 쓰레기통이 들려 있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적막한 쇼핑몰에서 탑승식 바닥물청소기에 올라탄 청소노동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대리석 바닥에 광을 내고 있었다. 청소차가 내뿜는 소음은 웅장했다. 영화를 보러 오는 길, 팝콘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시간에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삶의 무대 뒤편에서 소외된 노동자의 옷맵시가 어떠했는지, 그들의 작업이 발생시키는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영화에서 ‘아우슈비츠의 여왕’으로 불리는 헤트비히는 유대인 가정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말 그대로 해고가 살인인 공간에서 가정부의 고용 안정성은 ‘0’다. 나치는 치솟던 실업률을 해결할 수 있다는 구호로 집권했다. 유대인, 폴란드인, 이탈리아인, 포로, 집시, 정치사범, 퀴어, 장애인들을 강제노역시키던 수용소 입구에도 구호를 걸어뒀다.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나치는 전쟁과정에서 군수산업을 일으켜 실업률 0%, 안전 고용을 달성했다고 선전했다. 고용률·실업률 지표가 노동시장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은 오래됐다. 특히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 화물차 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 캐디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발전소 같은 하청도 일상화 됐다. 여성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중까지 높아 체감과 달리 실업률은 언제나 낮고 변동도 크지 않다. 통계청에서 매월 작성하고 있는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노동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일할 의사가 없(거나 없다고 비춰지)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애초에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일할 의사가 없다면 실업자가 아니라는 것. 국제노동기구(ILO)도 이같은 고용률·실업률 지표와 국민 체감도 사이의 괴리를 잘 알고 있다. 통계청도 지난 2014부터 공식 실업률 지표가는 노동시장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고용보조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고용보조지표에는 영화관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시간관련 추가취업 가능자)들은 물론, 구직활동을 못(안)하고 있을 뿐 취업 의사가 있고 취업 가능성이 있는 사람(잠재구직자)도 포함된다. 또 구직노력을 했으나 육아로 당장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잠재취업가능자)도 들어간다. 고용보조지표는 포괄범위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작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고용시장의 현실을 드러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은 고용 형태, 근로 시간 등이 반영된 새 고용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현행 고용지표가 보여주지 못하는 고용의 질적 측면을 살펴 통화 정책 전망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 ‘고용의 질을 고려한 고용지표 개발’ 연구용역을 공모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고용상황이 경기 상황에 따라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노동시간, 임금 등)에서도 변화하기 때문에 고용의 질을 고려한 실업률, 고용률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가 제공한 공공근로 일자리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고용보조지표로는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고용의 질’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서류 미비(불법 체류)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누구도 알 수 없다. 제대로된 통계도 없다. 이들도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로, 직접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핑계로, 국적이 다르다니까 그래도 된다는 착각때문에 고용안정성이 ‘0’다. 텅텅 빈 내 통장 ‘투자 수익’으로 채우고 싶은데 낯선 경제용어들이 어려우신가요? '경제뉴스의 행간 읽기'를 도와줄 '영화로운 텅장탈출' 시리즈를 읽어보세요. 영화 한편과 경제 용어 하나를 쉽게 풀어 드립습니다. 아래 기자 구독을 눌러주세요. 매주 토요일 시리즈 기사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4-06-06 15:55:44【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역의 시장은 전통시장 45곳, 상점가 16곳 등 총 61곳이 운영되고 있다. 점포 수는 모두 합쳐 약 5100개, 여기에 종사하는 상인은 약 4500명에 이른다. 전통적인 상업도시가 아니었던 울산은 1960년 정부의 울산공업지구 개발과 함께 상업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출발이 늦어진 탓에 오랜 전통을 지닌 이름난 시장은 적지만 대신 문화, 관광, 역사 등 지역 특색과 연계하려는 특성화 사업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이 가운데 50년의 역사를 가진 울산 '수암시장'은 요즘 들어 울산을 대표하는 가장 '핫한' 전통시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울산 공업화와 함께 발달한 수암시장 수암시장은 야음동에서 분리된 울산 남구 수암(峀岩)동에 위치하고 있다. 야음(也音)은 '잇기 야(也)' 자와 같이 생긴 마을 뒷산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여 '야음'이라 부르게 되었다. 조선 숙종 때 기록에 지명이 나타난다. 수암시장은 1970년초에 당시 야음동에 지상1층, 2905㎡의 상가 건물로 시작했다. 이후 주변에 점포가 늘어나면서 제법 큰 시장을 형성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점포수는 150여 개며, 주요 취급 품목은 농수축산물, 의류 등이다. 수암시장의 발전은 공업도시 울산의 태동과 맞물려 있다. 산업수도 울산의 태동은 1962년 울산공업센터 지정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1970년대까지 철도, 항만, 교량, 공업용수 댐 등 기반 시설과 산업시설의 건설이 집중됐다. 대표적인 산업시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소, 석유화학단지이다. 이와 함께 인구도 빠르게 늘어 신설된 신정동과 야음동 등의 인구는 기존 구시가지 수준으로 늘어났다. 외지에서 많은 노동력이 유입된 것이다. 이때 기업들이 직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마련한 것이 사택이다. 석유화학공단과 인접한 야음동이 대표적인 사택 밀집 지역이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수암동에도 공단 직원들의 거주지로 대단위 아파트와 기업들의 사택들이 형성됐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지역이다 보니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야음시장과 수암시장이 생격난 게 이때였다. 야음시장은 1976년 개설한 야음상가시장과 ㈜야음의 두 단체가 전통시장 등록돼 시장을 형성해 왔는데 최근 ㈜야음이 주상복합 건립과 관련해 자진 폐업하고 상인회도 해산해 전통시장에서 제외됐다. 야음상가시장만이 남아 있다. 그동안 수암시장과 함께 야음동 양대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아 왔던 야음시장이 이처럼 반 토막 나자 수암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한우 야시장 수암시장은 그동안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객편의 시설 설치와 아케이드 개보수 등으로 시장 현대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다가 한우를 앞세운 울산 최초의 야시장을 개장하면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졌고 외지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암시장의 특성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즐기는 시장'이다. 즐기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먹거리와 맛을 보장하는 한우 야시장,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들이다. 지난 15일 저녁, 수암시장은 말 그대로 '불타는 금요일'이었다. 아케이드 거리 한 중간에 줄지어 차려진 식탁에는 1등급 한우 갈비가 빨갛게 피어오른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시장 안을 가득 메웠다.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연인, 할아버지와 아이들까지 함께 온 일가족이 한우 야시장 야외 식탁에 둘러앉아 한우 구이를 즐기고 있었다. 끝자리 식탁에서는 회사원 4명이 외치는 "원샷"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의 한우 구이가 유명한 것은 국내 유일의 한우 야시장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수암시장 곳곳에 자리 잡은 '식육식당+초장집' 형태의 한우 구잇집들이 생겨나면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식육식당의 한우 구이는 직장 회식이나 월급날 직장인들의 애환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다고 품질을 의심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울주군 언양과 두동면 봉계가 국내 유일의 한우 불고기 특구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울산은 예로부터 한우와 인연이 깊은 고장이다. 지역 축산농가에서는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하면서 관련 대회에서 자주 대통령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울주군에서 생산된 한우 한 마리가 경매가 8177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수암시장은 무엇보다 품질 좋은 한우를 제공한다. 야시장이 서는 금, 토요일 아니더라도 평일에 얼마든지 시장 내 식육식당에서 한우 구이를 즐길 수 있다. 행정안전부 공식 8호 야시장으로 인정받은 수암시장 한우 야시장은 지난 2016년 4월 1일 개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을 쉬었다가 올해 봄 재개했다. 7~8월 혹서기에 잠시 중단했다가 9월 들어 하반기 운영에 들어갔다. 총 310m 거리에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51개 매대를 운영 중이다. 운영기간은 야외에서 시식이 가능한 11월까지 3개월 간이며 매주 금, 토 오후 7시~11시 열린다. 한우 야시장 이용은 아주 쉽다. 식육점과 가판에서 먹고 싶은 고기를 구입한 뒤 거리 한 가운데 차려진 야외 식탁에 앉으면 된다. 식탁은 1인당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밑반찬과 숯불, 석쇠 등 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또 원하는 술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각종 술을 가득 담은 수레, 이른바 '술차'를 운영한다. 술차가 지나가면 원하는 술을 꺼내서 마시고 나중에 계산을 하면 된다. 한우 야시장라고 해서 한우 구이만 팔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야시장 메뉴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잡채, 파전, 각종 튀김, 닭튀김, 큐브스테이크, 와플 등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함께 열리는 플리마켓에서는 아이들과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공예품이 판매되고, 타로점도 운영된다. 이곳 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매주 실력 있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흥겨운 공연 무대다. 크게 신이 날 때는 관객과 가수가 어우러져 춤판이 벌어진다. 인근에서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전통시장이라면 으레 식재료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이곳은 완성된 제품을 파는 곳이 많다"라며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음식들이 많다 보니 젊은이들의 발길도 잦다"라고 말했다. 그는 "깨끗한 화장실과 백화점 주차장 부럽지 않는 최신식 주차장은 전통시장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없는 경쟁… 시장 디지털화 추진 수암시장의 인기가 높아지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약 2년 전 바로 옆에 '수암회수산시장'이 들어선 것이다. 수암회수산시장은 울산시민들이 애용하는 울산 농수산물시장 회센터처럼 활어회와 초장집으로 구성돼 있다. 울산 남구에서 공모한 '2023 골목형상점가 특화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횟집과 초장집을 합쳐 38곳이 상가건물 1층, 2층에서 장사를 하는 제법 큰 규모의 현대식 수산시장이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수암시장 내 횟집들로서는 불쾌한 일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어쩌겠어요 단골손님들 믿고 장사해야지요." 그동안 수암시장에서 40년 동안 부산횟집을 운영해 온 여사장님의 말에는 섭섭함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하지만 4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놓은 신뢰는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라며 자신하고 있었다. 수암상가시장 상인회 임용석 회장은 "현재로서는 상생하는 길만이 유일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라며 "수암회수산시장 상인회 회장과 늘 소통하며 계속해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덧붙여 수암시장의 발전을 위해 현재 상가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에서 가장 젊은 시장으로 평가되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3-09-24 19:12:50【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역의 시장은 전통시장 45곳, 상점가 16곳 등 총 61곳이 운영되고 있다. 점포 수는 모두 합쳐 약 5100개, 여기에 종사하는 상인은 약 4500명에 이른다. 전통적인 상업도시가 아니었던 울산은 1960년 정부의 울산공업지구 개발과 함께 상업도 발전하기 시작했다. 출발이 늦어진 탓에 오랜 전통을 지닌 이름난 시장은 적지만 대신 문화, 관광, 역사 등 지역 특색과 연계하려는 특성화 사업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이 가운데 50년의 역사를 가진 울산 '수암시장'은 요즘 들어 울산을 대표하는 가장 ‘핫한’ 전통시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고기, 고기”를 연신 외쳐대며 숯불 위에 구워지는 최고급 한우를 배부르게 먹어보고 싶어 하는 MZ들에게는 꿈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울산 공업화와 함께 발달한 수암시장 수암시장은 야음동에서 분리된 울산 남구 수암(峀岩)동에 위치하고 있다. 야음(也音)은 ‘잇기 야(也)’ 자와 같이 생긴 마을 뒷산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여 ‘야음’이라 부르게 되었다. 조선 숙종 때 기록에 지명이 나타난다. 수암동은 야음동 신선산의 북쪽 지역을 부르는 이름으로, 바위가 수려하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처음에는 야음동에 속한 지역이었다. 그러다가 1985년 야음2동이 야음2·3동으로 분동했고 2007년에 야음3동을 수암동으로 행정동 명칭을 개칭했다. 수암시장은 1970년초에 당시 야음동에 지상1층, 2905㎡의 상가 건물로 시작했다. 이후 주변에 점포가 늘어나면서 제법 큰 시장을 형성했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점포수는 150여 개며, 주요 취급 품목은 농수축산물, 의류 등이다. 수암시장의 발전은 공업도시 울산의 태동과 맞물려 있다. 산업수도 울산의 태동은 1962년 울산공업센터 지정과 함께 시작됐다. 이후 1970년대까지 철도, 항만, 교량, 공업용수 댐 등 기반 시설과 산업시설의 건설이 집중됐다. 대표적인 산업시설은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소, 석유화학단지이다. 울산 북구 양정동 일대 현대자동차 설립에 이어 울산 방어진 인근 미포지구에 현대조선소가 들어섰고 현재의 수암동과 가까운 울산 남구 상개동 지역에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됐다. 태광산업 정유공장, 한국석유, 영남화학, 한국비료, 한국 흄관, 동양나일론, 선인섬유, 태원물산, 조선비료, 삼양특수강, 대한 알루미늄, 영남화력, 선경합섬, 고려화학, 진양화학, 삼성석유화학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유명 기업이 이곳에서 공장을 건설했다. 울산은 개발 초창기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체로 농촌이 기반이었고 장생포와 방어진이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던 작은 지방 도시였다. 하지만 1962년 1월 울산공업지구 확정에 이어 1963년 제5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으로 울산개발이 본격화됐고 1960년 중반부터는 산업구조가 농어업에서 제조업으로 점차 변경됐다. 이와 함께 인구도 빠르게 늘어 신설된 신정동과 야음동 등의 인구는 기존 구시가지 수준으로 늘어났다. 외지에서 많은 노동력이 유입된 것이다. 이때 기업들이 직원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마련한 것이 사택이다. 석유화학공단과 인접한 야음동이 대표적인 사택 밀집 지역이었고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수암동에도 공단 직원들의 거주지로 대단위 아파트와 기업들의 사택들이 형성됐다. 하지만 새롭게 개발된 지역이다 보니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야음시장과 수암시장이 생격난 게 이때였다. 야음시장은 1976년 개설한 야음상가시장과 ㈜야음의 두 단체가 전통시장 등록돼 시장을 형성해 왔는데 최근 ㈜야음이 주상복합 건립과 관련해 자진 폐업하고 상인회도 해산해 전통시장에서 제외됐다. 야음상가시장만이 남아 있다. 그동안 수암시장과 함께 야음동 양대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아 왔던 야음시장이 이처럼 반 토막 나자 수암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한우 야시장수암시장은 그동안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객편의 시설 설치와 아케이드 개보수 등으로 시장 현대화를 추진해 왔다. 그러다가 한우를 앞세운 울산 최초의 야시장을 개장하면서 조금씩 이름이 알려졌고 외지 방문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암시장의 특성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즐기는 시장’이다. 즐기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먹거리와 맛을 보장하는 한우 야시장, 그리고 다양한 이벤트들이다. 지난 15일 저녁, 수암시장은 말 그대로 ‘불타는 금요일’이었다. 아케이드 거리 한 중간에 줄지어 차려진 식탁에는 1등급 한우 갈비가 빨갛게 피어오른 숯불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시장 안을 가득 메웠다.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연인, 할아버지와 아이들까지 함께 온 일가족이 한우 야시장 야외 식탁에 둘러앉아 한우 구이를 즐기고 있었다. 끝자리 식탁에서는 회사원 4명이 외치는 "원샷"소리가 들려왔다. 퇴근 후 오랜만에 회식을 나왔다고 했다. 이곳의 한우 구이가 유명한 것은 국내 유일의 한우 야시장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수암시장 곳곳에 자리 잡은 ‘식육식당+초장집’ 형태의 한우 구잇집들이 생겨나면서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식육식당의 한우 구이는 직장 회식이나 월급날 직장인들의 애환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다고 품질을 의심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울주군 언양과 두동면 봉계가 국내 유일의 한우 불고기 특구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울산은 예로부터 한우와 인연이 깊은 고장이다. 지역 축산농가에서는 고품질의 한우를 생산하면서 관련 대회에서 자주 대통령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울주군에서 생산된 한우 한 마리가 경매가 8177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우는 품질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식품 중 하나다. 평소 질 좋은 한우 고기를 자주 맛보다보니 일부 울산 사람들은 타지에서 한우를 사먹지 않을 정도로 '한우부심'이 강하다. 수암시장은 무엇보다 품질 좋은 한우를 제공한다. 울산이 부자도시로 알려진 것은 그만큼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좋은 한우를 많이 공급하더라도 그 만큼 수요가 뒷받침해 주고 있다. 야시장이 서는 금,토요일 아니더라도 평일에 얼마든지 시장 내 식육식당에서 한우 구이를 즐길 수 있다. 행정안전부 공식 8호 야시장으로 인정받은 수암시장 한우 야시장은 지난 2016년 4월 1일 개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을 쉬었다가 올해 봄 재개했다. 7~8월 혹서기에 잠시 중단했다가 9월 들어 하반기 운영에 들어갔다. 총 310m 거리에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51개 매대를 운영 중이다. 운영기간은 야외에서 시식이 가능한 11월까지 3개월 간이며 매주 금, 토 오후 7시~11시 열린다. 한우 야시장 이용은 아주 쉽다. 식육점과 가판에서 먹고 싶은 고기를 구입한 뒤 거리 한 가운데 차려진 야외 식탁에 앉으면 된다. 식탁은 1인당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밑반찬과 숯불, 석쇠 등 구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다. 또 원하는 술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각종 술을 가득 담은 수레, 이른바 ‘술차’를 운영한다. 술차가 지나가면 원하는 술을 꺼내서 마시고 나중에 계산을 하면 된다. 한우 야시장라고 해서 한우 구이만 팔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야시장 메뉴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잡채, 파전, 각종 튀김, 닭튀김, 큐브스테이크, 와플 등 다양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함께 열리는 플리마켓에서는 아이들과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수공예품이 판매되고, 타로점도 운영된다. 이곳 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매주 실력 있는 가수들이 출연하는 흥겨운 공연 무대다. 흥을 돋우기도 하고 관객들의 눈망울을 적시는 감동 있는 노래들도 선사하기도 한다. 크게 신이 날 때는 관객과 가수가 어우러져 춤판이 벌어진다. 인근에서 전자제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전통시장이라면 으레 식재료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이곳은 완성된 제품을 파는 곳이 많다”라며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한 음식들이 많다 보니 젊은이들의 발길도 잦다”라고 말했다. 그는 “깨끗한 화장실과 백화점 주차장 부럽지 않는 최신식 주차장은 전통시장의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데 일조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없는 경쟁... 시장 디지털화 추진수암시장의 인기가 높아지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약 2년 전 바로 옆에 '수암회수산시장'이 들어선 것이다. 수암회수산시장은 울산시민들이 애용하는 울산 농수산물시장 회센터처럼 활어회와 초장집으로 구성돼 있다. 울산 남구에서 공모한 ‘2023 골목형상점가 특화지원 사업’에도 선정됐다. 횟집과 초장집을 합쳐 38곳이 상가건물 1층, 2층에서 장사를 하는 제법 큰 규모의 현대식 수산시장이다. 최근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수암시장 내 횟집들로서는 불쾌한 일이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어쩌겠어요 단골손님들 믿고 장사해야지요.” 그동안 수암시장에서 40년 동안 부산횟집을 운영해 온 여사장님의 말에는 섭섭함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하지만 4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놓은 신뢰는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라며 자신하고 있었다. 수암상가시장 상인회 임용석 회장은 “현재로서는 상생하는 길만이 유일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라며 “수암회수산시장 상인회 회장과 늘 소통하며 계속해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덧붙여 수암시장의 발전을 위해 현재 상가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울산에서 가장 젊은 시장으로 평가되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ulsan@fnnews.com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3-09-22 13:01:49【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특별기여자 157명이 취업와 정착생활을 위해 7일 울산에 도착한 가운데 일부 지역주민들이 아파트값 하락과 학습권침해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 현대중공업 부족한 인력난 해소 울산시와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 12개 협력업체에 취업된 아프간 특별기여자 29명은 가족들과 함께 이날 오전 울산시 동구에 도착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늘어난 선박수주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난을 겪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제공한 사택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향후 울산출입국·외국인사무소, 울산시 동구청 및 교육청,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등이 협력해 지역사회 정착과 자립을 위한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들이 동구에 정착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지난 주말부터 일부 지역주민들이 정부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별기여자들이 생활하게 되는 사택은 예전 기숙사로 사용됐던 시설이다. 주변 지역은 현대중공업이 인근에 있고 대학병원 및 백화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인접한 곳이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울산시청 시민제안 게시판 등에 "사전 협의도 없이 갑자기 한꺼번에 150명이 넘은 이슬람이 정착한다는 소식을 접해야 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아프간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모르고,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알려진 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집단이주시켰다"며 노골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이들의 집단 정착으로 집값 하락이 우려된다며 이들의 분산수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 초등학교 입학도 전에 부모들 반발 특별기여자 자녀중 초등학생 25명, 중학생 17명,고등학생 22명의 지역학교 입학에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지난 6일에는 20명의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울산 동구 서부동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과 찬반논란은 울산시청 게시판 외에도 SNS 등을 통해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시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 현재까지 뚜렷한 입장이 없다. 시 관계자는 "중앙 정부와 기업간 협의된 상황으로, 현대중공업이 이들을 채용하고 거주지를 마련해 주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다문화가정 지원 등의 정해진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울산교육청에서도 아프간인 자녀들의 입학이 정해진 학교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학습권은 보장돼야 할 권리인만큼 정착 지역에 따라 학교를 배정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울산 동구는 예전부터 글로벌 도시 논란이 확산되자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부에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짓정보 등으로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지역단체 관계자는 "울산 동구는 오래전부터 현대중공업과 관련해 외국인 선주와 기술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장기간 생활해 온 글로벌 도시였고 외국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적은 지역"이라며 "이번에 정착하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29명도 현재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과 다를바 없다"고 말했다. 또 주민 한모씨(48)는 "탈레반의 위협을 무릅쓰고 우리나라와 미국을 위해 활동한 이들을 아파트 값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것은 천박한 생각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은 20년간의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간의 내전을 겪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수도 카불 정렴과 미군 철수 등으로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 391명을 ‘미라클 작전’을 통해 ‘특별기여자’의 자격으로 구조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2-02-07 15:00:10[파이낸셜뉴스] 태풍 위기 부실대응 등을 이유로 해임됐던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한 문재인 대통령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측은 지난 10일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 1심 심리를 맡았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토교통부는 구 전 사장이 2019년 10월 국정감사 당일 태풍 '미탁'에 대비한다며 국감장을 일찍 나선 뒤 사적 모임을 갖는 등 국회에 일정을 허위 제출했다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임을 건의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 재가로 해임된 구 전 사장은 "해임 사유를 인정할 수 없고, 국토부 감사담당자들이 동의도 없이 사택을 압수수색했다"며 지난해 10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구 전 사장이 허위 보고 등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구 전 사장 손을 들어줬다. 한편 2019년 4월 취임한 구 전 사장은 취임 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의 정규직 직고용을 추진한 바 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1-12-13 11:07:14【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부평구는 일제강점기 노동자사택이었던 미쓰비시 줄사택 관련 기록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및 2호 사택 기록화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기록화보고서는 미쓰비시 사택의 역사와 주변 환경, 연혁, 역사·건축적 특징, 관련 문헌자료와 현황 실측도면 및 복원도면, 현장사진 등을 수록해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부평구는 이달 초 전국 지방정부와 박물관 등에 배포했으며, 부평구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주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의 병참기지화 정책 등으로 부평이 군수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주택난 해결을 위해 만든 대표적인 노동자사택이다. 이번 보고서는 미쓰비시 줄사택의 문화재적 가치에 주목해 앞으로 체계적인 기록을 보존하고 수리·복원·학술연구 자료 등 부평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9년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박물관 학술총서를 토대로 미쓰비시 줄사택의 역사적, 건축적 특성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고찰할 수 있도록 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근대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그 공간을 공유하게 될 주민들의 정주 여건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최대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1-07-08 13:54:04경찰이 광복절 서울 도심 행사를 진행한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대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경찰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15일 열린 민주노총 광복절 행사와 관련해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을 소환조사했다. 이는 광복절 도심 행사와 관련해 민주노총을 상대로 고발한 데 따른 수사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기자회견 명목의 노동자 대회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에는 약 2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사실상 집회를 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이 행사의 실질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집회인지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측은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민주노총에 대한 압수수색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경찰은 진술 분석,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해당 기자회견의 위법 가능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찰은 광복절 당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와 기자회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들 행사가 최근 수도권 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추정되면서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광화문 인근에서 보수단체 등이 주도한 집회 관련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날 이 교회 담임인 전광훈 목사 사택 등 4곳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0-09-03 21:05:57[파이낸셜뉴스] 인천 부평구는 미쓰비시 줄사택 기록화 사업을 진행해 지역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의 가치 재조명에 나선다. 부평구는 올해 6월부터 미쓰비시 줄사택 재조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부평구는 공공청사(부평2동 행정복지센터) 건립에 따라 철거를 앞 둔 미쓰비시 줄사택 1개 동에 대해 지난 6월 실측조사 및 현황도면 작성을 완료했다. 당시 현장에서 수습된 기와와 목재 기둥, 벽체 등 건축재를 보존 처리해 임시 보관하고 있으며, 내년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해 아시아태평양전쟁 시기 부평을 집중 조명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또 내년 공영주차장 건립이 예정된 줄사택 4개 동의 가치 재조명을 위해 앞으로 복원 및 조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평구는 기록화 사업의 첫 단계로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해당 줄사택에 대한 실측조사 및 현황도면 작성, 해체공사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한다. 아울러 내년 4∼7월 해체공사 및 건축재 수습 및 정밀실측조사를 추진하고, 내년 말까지 기록화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 기록화 보고서에는 줄사택 사진과 실측도면 등 기본적인 현황자료와 연혁과 건축적 특성을 고찰해 실측조사 및 해체의 전 과정을 담아내고, 복원 시 착안사항 등이 기록된다. 남은 줄사택 2개 동의 활용방안 역시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1940년대 미쓰비시 제강 부평공장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사택으로, 한반도에 남은 유일한 미쓰비시의 흔적이기도 하다. 부평동 ‘삼릉(三菱)마을’에는 노동자 사택인 줄사택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사택들이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의 시대상을 간직한 채 특색 있는 도시경관을 이루고 있다. 삼릉마을은 이 같은 도시·역사·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조사한 ‘인천 근·현대 도시유적’으로 보고됐으며, 올해 인천시 ‘건축자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노후 되고 빈 상태로 남은 건축물들이 다수 방치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은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부평구는 삼릉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새뜰마을 조성사업, 공공청사 및 공영주차장 건립 등 다양한 생활편의 인프라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미쓰비시 줄사택의 역사성을 남기고 그 가치를 활용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미쓰비시 사택을 비롯해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부대 안에 있는 조병창과 근대건축물, 부평지하호 등 아시아태평양 전쟁유적의 가치를 보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19-12-02 13:1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