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받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생산세액공제(AMPC) 규모가 올해 대비 약 2조원 늘어난 4조원 가량으로 예측됐다. 이들 배터리를 탑재한 완성차 업체 신차 발표도 예고되면서 내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이 변수로 꼽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전기차로의 대전환 방향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배터리 3사 AMPC 4.2조 예상 20일 파이낸셜뉴스가 10월 증권사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내 배터리 3사가 내년 받는 AMPC는 4조1709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3사 예상 AMPC 2조1010억원 대비 98.6% 늘어나는 수치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모듈을 생산할 때 셀은 1킬로와트시(㎾h)당 35달러, 모듈은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LG에너지솔루션(2조5475억원)이다. 올해 예상액 1조5108억원 대비 68.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올해 3·4분기까지 1조1027억원의 생산 세액공제를 받았다. SK온 9538억원, 삼성SDI가 6696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SDI 증가세가 눈에 띈다. 올해 삼성SDI의 AMPC 예상 규모는 886억원이다. 예측이 맞다면 1년 새 7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셀이 아닌 배터리 팩 공장에서 발생한 AMPC를 1·4분기 467억원, 2·4분기 79억원 반영했다. 내년 AMPC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는 미국 내 3사의 공장 상당수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는 연간 4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합작 공장을 비롯,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얼티엄셀즈 3공장 가동 목표도 내년으로 잡았다. SK온도 내년 포드와의 JV 블루오벌SK 공장 가동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미국 켄터기·테네시주에 위치한 이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127GWh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연 35GWh 규모 배터리셀 공장도 내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세웠다.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 짓고 있는 연 33GWh 배터리 공장 가동을 기존 내년 1·4분기에서 올해 말로 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신차 효과도 호재이들 배터리를 탑재하는 글로벌 완성차들의 신차 발표가 이어지고 점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AMPC는 생산이 아닌 판매를 기준으로 책정된다"며 "배터리가 많이 팔리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미국 완성차 업체 테슬라,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를 비롯해 폴스타,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등 대다수가 신차를 내놓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르노·폭스바겐, SK온은 폴스타, 삼성SDI는 스텔란티스·폭스바겐 등과 협력하고 있다. 남은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미국은 현지시간 오는 11월 5일 대선을 치른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벌써부터 당선 시 'IRA 법 폐지' 등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보조금 축소 등 변화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기차로의 대전환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4-10-20 18:43:42영화 '파묘'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김고은이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으로 또다시 흥행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오컬트적인 매력을 한껏 선보였다면 이번엔 지극히 현실적인 청춘의 모습 그 자체로 관객들을 만난다. 오는 10월 1일 개봉 예정인 '대도시의 사랑법'은 매사 눈치보지 않고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분)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 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린 영화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의 '재희'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이언희 감독은 "책을 재미있게 봤다. 작가가 쓴 '재희'를 기반으로 서사를 채워가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재희와 홍수에 대해 좀 더 친해지고 이해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김고은, 노상현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단편 속 캐릭터들은 외모의 아름다움보다 매력 있고 친해지고 싶은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국내 상영에 앞서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돼 외신들로부터 관심과 극찬을 얻었다. 흥미로운 서사와 입체적인 캐릭터, 현실적인 대사, 곳곳에 숨겨진 웃음 포인트로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클럽 문화와 데이트 폭력 등 현실적인 사회 현상을 세밀하게 그려낸 점도 인상적이다. 이날 시사회에는 주연 배우인 김고은과 노상현도 함께 자리했다. 인생도 사랑도 매사 거침없는 태도로 솔직하게 살아가는 재희로 변신한 김고은은 "재희라는 인물 자체가 톡톡 튀고 눈을 사로잡는 성격이어서 미움을 받거나 오해를 사기도 한다"면서 "그럼에도 1차원적으로 단순하게 보이지 않고 그 이면이 와닿을 수 있게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상대에게 확인받아야 안심할 수 있었던 재희는 점차 '나'로서 존재하는 주체적인 캐릭터로 변모한다. 엉뚱 발랄하며 괴팍한 느낌까지 주는 재희이지만 다소 어둡고 사랑에 있어 무뚝뚝한 태도를 보이는 흥수와는 완벽한 궁합을 자랑한다. 13년간 이어진 우정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하며 소통하는 관계, 친구를 넘어선 대안 가족의 모습까지 그려낸다. 이번 영화로 첫 주연에 도전한 노상현은 "흥수가 가진 특징과 비밀, 이 친구의 성장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영화에 들어가기 전 성소수자들을 만나 참고할 이야기를 들은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흥수는 재희와 함께하며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인물"이라며 "재희를 통해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최대한 섬세하게 연기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고은은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개봉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감개무량한데 흥행까지 하면 너무 기쁠 것"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9-24 10:02:48<25> 우즈베키스탄 '누쿠스'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누쿠스는 부하라에서 북서쪽으로 550km가량 떨어진 국경 전 마지막 도시이다. 누쿠스의 카우치호스트를 찾아보니 '압둑하미드'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의 게스트 후기를 보던 중 반가운 얼굴이 있다. 사마르칸트에서 만났던 자전거여행자 이치도 그의 집에서 묵었다고 한다. 믿을만한 사람이다싶어 카우치요청을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주었다. 누쿠스에 가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국경넘을 준비를 해야겠다. 중간에 히바라는 도시도 있었지만 웬지 비슷한 건물들을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겠다 싶어 바로 누쿠스를 향했다. 여덟시간 넘는 긴 주행 끝에 어둑어둑해진 저녁 늦게 압둑네 집에 도착했다. 장거리 이동의 피곤은 압둑과 가족들의 환대에 금새 기운이 회복된다. 압둑은 임신한 아내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환영해주셨다. 들어가자마자 차와 빵과 달달구리들을 주셨는데 조금 전까지 힘들어 축축 쳐지던 우리는 기운이 어디서 솟아났는지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12월에 수박이라니.. 호박같이 생겼는데 달고 맛있네 12월에 수박을 대접받았다. 사실 집에 들어오며 입구에 까맣고 둥근 공같은 것이 있어 설마 수박이랴 싶었는데, 길가에서 팔던 호박같은 것과 이것들이 다 진짜 수박이었다. 우즈벡은 한겨울에도 수박을 먹을 수 있는 나라였다. 다만 씨가 무지무지 커서 생소했는데 아마도 늦게 수확해서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품종이지 않을까 싶었다. 암튼 겨울에 비싼 하우스수박도 아닌 그냥 수박을 먹을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맛도 매우 달고 좋았다. 그의 집은 넓은 1층 주택이었는데 집안에 주차장도 있고 우리에게 쓰라고 안내해준 방은 퀸 매트리스가 3개는 넉넉히 들어갈 정도로 넓은 커다란 방이었다. 철도회사에 근무하는 압둑이 마침 내일 근무가 없다며 과거에 아랄해였던 무이낙(Mo'ynoq)에 같이 가자고 제안해주었다. 바로 엊그제 오토에게 이야기를 듣고 꼭 가보고싶었던 아랄해를, 그것도 현지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갈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이곳에서 왕복 6시간거리인데 너희차는 비싼 디젤차이니 자기차로 가자고 한다. 압둑의 진심어린 호의에 감사하며 메탄값은 우리가 내겠다고 했다. 압둑네 집은 조용하고 따뜻해서 매우 편안하게 잘 잤다. 다음날 일어나 아침을 함께 먹는다. 압둑은 잠자리가 편안했는지 세심하게 물어봐주고 아침부터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진다. 정말 이슬람의 손님접대는 최고인것 같다. 올때 사온 두루마리 휴지를 어머님께 드리며 한국 사람은 남의집에 갈때 빈손으로 가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려했는데 뜻밖에도 압둑과 어머님이 이미 알고 있다며 웃는다. 어머니께서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아 드라마등을 통해 본적 있다는 것이다. 신기했다. 염소젓으로 만든 밀크티, 갓구운 난.. 황송한 아침 식사 뒷마당의 염소젖으로 만든 밀크티가 참 맛있다. 갓구운 난을, 녹인 버터에 찍어 든든히 아침을 먹었다. 보통 우리는 초대를 받으면 떠날때 선물을 드리고 가는데 너무도 잘해주셔서 뭐라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어 차에서 선물을 긁어모아왔다. 아버님과 압둑에게는 핫팩 등을 드리고 어머님과 압둑의 아내에게는 마스크팩, 한국전통문양 컵받침, 내가 뜬 레이스 받침 등을 드렸다. 베푸신 은혜에 비해 너무 작은 선물이었지만 즐겁게 받아주신다. 추위에 대비해 목도리까지 두르고 압둑의 차를 타고 무이낙으로 출발했다. 신기하게도 압둑의 차가 가스도 휘발유도 주유가 가능하다고 해서 메탄의 줄이 너무 길어 휘발유를 넣기로 했다. 그래도 경유보다 많이 싸다. 가는 길에 건초를 트럭본체 높이만큼 높게 쌓은 트럭도 지나가고 낙타떼도 만났다. 세시간을 쉼없이 달려 드디어 아랄해에 도착했다. 지평선 끝까지 누런 모래사막만 보이는데 여기가 아랄해라고 한다. 말문이 막혔다. 앞쪽에 붉은 갈색으로 완전히 녹슬어버린 크고 작은 배들이 모래위에 있었다. 한때는 면적이 세계 4위의 호수였고 수심이 100m가 넘었다는데 면화를 재배하기위해 상류의 강물을 많이 사용한 것이 원인이 되어 급속도로 환경이 파괴되고 바다가 사라졌다고 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배에 가까이 가서 보니 더 놀랍고 황망했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녹슨 어선. 절대로 수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녹이 슬다 못해 너덜너덜해진 처참한 모습이 모래사막이 된 아랄해와 닮아있었다. 이 배들은 이제 다시는 물에 뜨지 못할 것이고 이 메마른 땅은 다시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몇십년 전만해도 깊은 바다속이었던 버석버석한 모래를 밟으며 마음이 마냥 먹먹해져갔다. 모래사막이 된 아랄해.. 한때 바다였던 사막을 밟는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 하나, 더 늦으면 여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되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눈 앞의 현실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인간이 지구에 얼마나 큰 해를 끼치는 존재인가 다시 한번 반성했다. 언덕위에 아랄해의 역사에 대해 기록해둔 장소가 있는데 1989년의 아랄해와 2008년의 아랄해 위성사진을 눈으로 비교할 수 있었다. 오는 길에 압둑은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더니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원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압둑은 정말 신실한 무슬림이다. 하루에 5번 기도를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자주 사라져 기도를 하고 돌아오곤 했다. 압둑의 기도 후 우리는 무이낙의 작은 식당에 갔다. 압둑의 도움으로 만두와 샤슬릭을 주문해서 점심을 잘 해결했다. 젓가락질 이야기가 나와서 탄이 긴 샤슬릭 쇠꼬챙이 두개로 생양파조각을 집어 먹으니 압둑이 신기해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압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우치호스트를 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영어를 사용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언젠가 외국여행을 하고싶어서 외국 손님들을 집에 초대하고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며 연습을 한다는 이야기가 의외였지만 좋은 이유 중 하나겠다 싶었다. "안녕하세요" 한국말 인사에 웃으며 받아주는 그들 다음날 탄은 압둑의 아버지를 따라 수산시장에 갔다. 근처 강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들이 가득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지나며 생선보기가 거의 힘들었는데 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상인들도 반갑게 맞아주고 유머스레 인사를 건넨다. 영어를 하시는 분들이 거의 없으니 탄은 그냥 한국어로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하는데 다들 웃으며 받아주셨다. 여러분들이 모여들어 우리가 유튜버인 것을 압둑 아버님께 들었는지 채널이름을 물어보는데 "까브리랑" 이라고 말하니 이상하게 따라부르신다. 아.. 채널이름을 영어로 할걸 그랬나, 외국분들이 물어볼때마다 항상 곤란한 마음이 든다. 핸드폰을 내미신 분이 있어 한글자판부터 깔고 한글로 까브리랑을 입력해서 드디어 채널을 찾아드리니 좋아하시며 바로 구독을 누르셨다. 구독자 추가 감사합니다! 하핫. 탄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유튜브 채널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압둑 아버님은 커다란 생선을 사셨다. 그리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생선을 요리해달라고 맡겼다. 생선의 무게를 달고 돈을 내면 요리를 해준다고 한다. 집에서는 그렇게 큰 생선을 요리할 도구가 없는 걸까? 이날 저녁 튀긴 생선이 산더미처럼 쌓여 나왔다. 오랜만에 살집이 두툼한 흰살 생선을 먹으니 마냥 좋았다. 식사 후 태블릿으로 한국음식 사진을 보여드리며 압둑가족들께 설명을 했는데 다들 흥미로워했다. 이곳은 굽고 튀기는 등 조리법이 단순해서 삼계탕, 찜닭 맛을 모를 것 같아 맛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둑 언젠가 한국에 오게되면 꼭 만나자.'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가족들께 우리가 있는 재료로 가능한 잔치국수를 해드리겠다고 제안했다. 결혼한지 1년되었다는 압둑에게 결혼식 영상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다. 영상속 압둑은 검은 양복을 신부는 하얀 히잡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결혼식은 매우 긴시간 진행된다고 한다. 결혼식때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맘(이슬람 지도자)의 말씀이 좋았다고 한다. 신실한 무슬림다운 대답이다. 하하 "우리도 대접해야지" 6인분 잔치국수와 김치캔 '딱' 다음날 까브리를 타고 잔치국수 재료를 사러 누쿠스 시내로 나왔다. 멋진 빌딩 앞에 카라칼파크스탄 공화국기와 우즈벡 깃발이 함께 나부낀다. 누쿠스는 우즈베키스탄 안의 카라칼파크스탄 공화국의 수도이다. 도로와 건물이 깨끗하고 잘 정돈돼 있다. 우리는 큰 마트를 발견해서 필요한 달걀과 야채 등의 재료를 잘 구입했다. 6인분의 잔치국수를 만드는 것은 시로에게 도전이었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지단을 만들고 육수를 내기 위해서는 한국의 멸치다시포리백을 이용하는 치트키를 썼다. 한국산 소면을 삶고 김가루까지 고명으로 올리니 매우 그럴듯해 보였다. 압둑과 아내는 부엌에서 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보인다고 한다. 한국 음식중 그나마 잔치국수는 간단한 편인데ㅎㅎ. 이곳 음식은 한번에 솥에 넣고 끓이면 된다고 한다. 아마도 고명을 따로 부치고 썰고 하는 과정이 생소해 보였나보다. 캔김치를 따서 반찬으로 대접했는데 김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캔김치는 일반김치보다 많이 부족한데... 제대로 된 맛있는 김치를 맛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다. 그래도 다들 맛있게 먹어주었고 국수도 매우 인기가 좋았다. 압둑이 이곳에서 인기있는 개그 TV쇼를 보여주며 해준 이야기를 통해 이곳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인에 대한 인상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리액션이 매우 풍부하고 이곳 사람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며 엄청 감탄하고 감명을 받아 표현하는 것이 그들 눈에는 무척 재미있게 보이나보다. 한국사람들은 빈 땅을 보며 왜 이렇게 노는 땅이 많은데 그냥 두냐고 물어본다는 말에 우리는 빵 터지며 "맞아! 우리도 그런 얘기 했어."라고 했고 석양을 보며 감탄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며 해는 자기나라에서도 질텐데 뭘 그리 특별하다며 호들갑인지 이해가 안된다며 일몰을 보며 탄성짓는 한국인에게 해가 없어진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내일 다시 뜰거라고 말해준다고 한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사람의 특징 이야기가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마지막 저녁때 압둑은 다음날 새벽에 출근을 한다고 해서 미리 작별인사를 나누었고 다음날 아침 떠나기전 아버님께 부탁해서 아버님의 대형트럭을 구경했다. 기꺼이 보여주신 아버님께 무척 감사했다. 트럭운전수이신 아버님이 국경가는 길에 대한 정보를 여러가지 알려주셨다. 누쿠스를 떠나면 카자흐스탄까지 주유소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우리는 여분의 연료를 준비하라며 연료통을 주시려는 아버님께 이럴때를 대비해 가지고 다니는 큰 생수통이 몇개 있다고 감사하며 사양했다. 어머님과 아버님은 가면서 먹을 캔디 등과 이것저것을 끝까지 챙겨 주시려고 해서 사양하기 매우 곤란할 지경이었다. 커다란 수박도 2덩이나 주시려해서 겨우 사양하고 나왔다. 사랑과 정이 가득한 참 감사한 누쿠스의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귀한 추억으로 기억할 것이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PRakyEg5zwk?si=RH4bMMGroy9XL8lB>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08 15:09:01[파이낸셜뉴스] 오는 9월 수련을 재개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자가 극히 적은 가운데, 전문의 취득을 포기한 이들이 개원가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이들이 일시에 몰려들면서 당장 급여 수준이 뚝 떨어지는 등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피부, 미용 등 인기가 많은 분야는 이미 포화상태 조짐을 보인다. 일부는 미국 등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수가 전공의 수련과정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 복귀 대신 개원가로…8000명 쏟아져 3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인턴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는 126개 의료기관은 이날 오후 5시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645명인데, 지금까지는 지원한 전공의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탈 전공의 7648명이 사직 및 임용 포기로 처리됐는데, 이들이 전공의 수련과정을 포기하고 개원가 등 의료시장으로 쏟아져나온다는 얘기다. 지역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일단은 일반의로 살다가 다음에 상황을 보면서 수련을 이어 나갈지 결정할 생각"이라며 "사직한 전공의 대부분이 9월 모집에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직한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치지 않은 탓에 전문성을 살려 취업하는 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의사들은 통상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4년 등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데, 그나마 오랜 기간 수련한 고연차 전공의들은 전공을 살릴 수 있겠지만 수련 기간이 짧은 저연차 전공의는 구직이 더 어렵다. 더구나 사직 전공의 8000명이 한꺼번에 개원가로 나오면 한정된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결과 연봉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수련한 한 전공의는 "요양병원 등 어디든 취직하려는 사직 전공의들이 많다"고 페이닥터(병원에 고용된 의사) 시장으로 몰려드는 상황을 전했다. 페이닥터 월급 300만~400만원짜리도 나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사직하고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한 전공의는 "페이(급여)가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많이 떨어졌다"며 "이제 월 300만∼400만원인 자리도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돈 받고 의사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피부·성형 등 미용 분야는 원래도 인기가 많은 분야인 데다, 전공의들을 잠깐 일하다가 돌아가려는 인력으로 보고 구직 기회조차 쉽게 내주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몰려드는 사람이 많은 탓에 시장 포화 조짐도 보인다. 미용 분야로 진출하려는 한 사직 전공의는 "취업하는 사람들의 80%가량은 (수련병원으로) 돌아갈 사람으로 보고 서류에서 탈락시킨다고 들었다"며 "공급되는 인력이 많으니까 오래 일할 것 같은 사람 위주로 뽑는다더라"고 전했다. 이미 개원가에 진출한 선배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전공의를 채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아닌데, 병원에서는 과목별로 필요한 인력이 다 정해져 있다"며 전공의 채용이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해외 취업까지 눈돌려…"결국 전공의 수련과정 돌아올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배 의사들은 전공의들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돕고자 나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다음 달 4일부터 사직 전공의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그동안 서울시의사회 등에서 구인·구직 게시판을 개설하는 등 인력 매칭 사업을 해왔지만, 의협이 전공의 구직을 위한 연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연수 강좌 과목은 정형외과로, 의협은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해 연수 참석자를 선착순으로 받을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꼭 인기 과목만을 주제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가능하면 해외 진출, 개원 등 전공의들의 관심 분야 위주로 준비되는 대로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전공의들도 꽤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전공의는 "주변에 미국 의사 시험(USMLE)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며 "나도 여러 번 생각했고, 매달 관련 세미나들이 많이 열리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해외 진출이 쉽지는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상당수 전공의가 수련 현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반의로서 쓰임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길게 봤을 때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으로 복귀하려는 전공의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7-31 14:40:27[파이낸셜뉴스] 이혼전문변호사가 직접 집필한 이혼 소재 드라마 '굿파트너'((극본 최유나, 연출 김가람, 기획·제작 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가 방송 5회만에 시청률(수도권 가구 기준) 최고 16.8%를 돌파하며 화제다. 이 드라마는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만큼 공감력 높은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에피소드, 유쾌한 웃음 속 진한 여운을 안기는 메시지,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들의 사연은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원동력이 됐다. 화제성 순위도 올킬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인 펀덱스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7월 4주 차 TV 드라마 부문 1위, OTT를 포함한 통합 차트에서도 1위를 휩쓸었다. 이혼전문변호사가 직접 집필 "5년 넘게 준비,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행복"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는 30일 제작사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행복이다. 5년이 넘는 긴 기간에 걸쳐 준비했기 때문에 행복과 안도감이 함께 드는 것 같다”라며 감회를 밝혔다. 이어 “아무래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에 시청자분들이 많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다”라면서 호평의 비결을 전했다. 인상 깊었던 시청자 반응이 있었냐는 질문에 “작가로서는 ‘맛있게 맵다’, ‘몰입감이 높다’ 등의 리뷰가 기뻤고, 변호사로서는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생각과 편견을 깨줘서 고맙다’, ‘현직 변호사님 영업비밀 들켰네’ 등의 반응이 인상 깊었다”라고 밝혔다. 처음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업도 쉽지는 않았을 터. 이에 최유나 변호사는 “변호사 시험을 한 번 더 본 것 같았다. 그만큼 공부할 게 많았고, 지난 5년간 변호사 업무시간 외의 모든 시간을 집필에 매진했다. 처음이라 더 소중한 작품”이라며 “극 중 유리처럼, 20대에 변호사가 되어 사건을 다루며 혼란과 내적 갈등을 많이 느꼈다. 성장해 나가면서 제가 느낀 것들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김가람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제가 작가로서는 처음이라 많이 배려해 주시는 것을 매 순간 느꼈다. 감독님은 감성이 풍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곱고 바른 분인 것 같다. 감독님의 연출이 드라마를 아우르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셨다.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강한 신뢰를 내비쳤다. ‘굿파트너’를 집필함에 있어 ‘현실적인 딜레마’를 보여주는 데 신경을 썼다는 최유나 변호사. 그는 “시청자분들이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혼변호사라는 직업을 체험하고, 누군가가 이혼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게 되길 바랐다”라면서 “그렇게 된다면 제가 조금이나마 ‘이별을 예방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이 있기에,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극 중 주인공들이 서로를 화나게 하기도 하지만 깨달음을 주는 것처럼, 다르다는 것이 서로에게 큰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도 전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점이 차은경과 한유리의 캐릭터를 ‘상극변호사’로 설정한 주요 이유였다고. 최유나 변호사는 장나라, 남지현 배우의 싱크로율에 대해 “100%에 두 배우의 해석과 매력이 덧붙여져 200%”라며 극찬했다. 이어 “장나라 배우의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은경을 자칫 ‘센캐’로만 표현할 수도 있는데, 상황에 따라 때로는 차갑고 무심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표현해 주셔서 드라마가 훨씬 더 재밌어졌다”라고 설명했다. ‘한유리’를 연기한 남지현 배우에 대해서도 “열혈 한유리 그 자체다. 눈빛에서 신입의 열정이 뿜어져 나오고, 다양한 표정으로 유리를 대본보다 더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셨다”라면서 “두 분의 케미스트리는 제가 말하지 않아도 시청자분들이 더 잘 느끼실 것”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굿파트너’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각기 다른 여운을 남기는 에피소드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과몰입 그 이상의 다채로운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싸움 자체를 즐기는 사람은 심판이 사라지는 순간 열정도 식는 법이야’라는 2회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최유나 작가는 “13년 차 이혼변호사로서 서로 어떤 실익도 없이하는 소송, 그저 싸움을 위한 싸움은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이 표현된 대사라 더 기억에 남는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극을 쓰며 가장 애착이 갔던 에피소드는 ‘8회’를 꼽았다. “제가 엄마라서 부모와 자식 관련된 사건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쓰이는데, 그런 의미에서 8부 에피소드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17년차 이혼변호사도 자기 이혼 소송엔 이성적일 수 없어" 지난 방송에서는 차은경의 남편 김지상(지승현 분)과 최사라(한재이 분)의 반격에 맞서 전면전을 선포한 차은경, 한유리의 워맨스가 눈길을 끌었다. 최유나 변호사는 “수천 건의 이혼 사건을 다룬 17년 차 이혼변호사도 자기 일에 있어서는 마냥 이성적일 수만은 없다. 은경이 변호사로서의 이성적인 모습과 배우자에게 상처받은 사람으로서 폭발하는 감정적인 모습 중 무엇을 우선으로 택할지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6회 이후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유나 변호사는 “우리 드라마는 결국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정’ 변호사들의 파트너십,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파트너십,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등 계속해서 등장할 에피소드 속 다양한 관계성에 주목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 6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중계로 휴방, 오는 8월 16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30 15:40:55[파이낸셜뉴스] “황두식을 연기하다가 진짜 제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죠. 기존 작품과 비교해 제 삶에서 나온 캐릭터라 무대에 내려오면 더 외롭고 공허하고, 또 공연이 끝나는 게 아쉬워요.” 사이먼 스톤 연출 연극 ‘벚꽃동산’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 황두식을 연기한 박해수는 오는 7일 폐막하는 이 작품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쉽다. 지난 6월 4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러시아 귀족의 몰락을 그린 안톤 체호프의 고전을 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재창작했다. 스톤은 지난 1월 한국을 찾아 이번 작품에 출연한 10명의 배우들과 워크숍과 인터뷰를 통해 캐릭터를 구성하고 대본을 집필했다. 회사의 경영 악화로 기업과 저택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제벌 2세 손재영(손상규 분)·도영(전도연 분) 남매와 그들 가족 및 주변인의 이야기로, 연극은 아들의 죽음 후 미국으로 떠났던 도영이 둘째 딸과 함께 서울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황두식은 과거 남매 부모를 모셨던 운전기사의 아들로 어린시절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도영과 이 집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이에 경영악화로 무너져가는 회사와 저택을 지킬 방법을 제안한다. 박해수는 “황두식이라는 이름을 제가 (연출께) 제안했다”며 “이름에 먹을 식자를 넣어 밥은 먹고 살라는 느낌을 담았다”고 말했다. “두식의 부친처럼 제 아버지는 비록 폭력적이진 않았지만 거대하고 무서웠죠. 목소리도 컸어요. 저는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이었죠. 처음에 연극한다고 했을 때 ‘딴따라’ 취급하는 눈빛을 보이기도 했지요.” 세상 모든 아들처럼 그 역시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했다. 이에 (공연하는 동안) 연극으로 아버지께 인정받고 자신을 증명하려고 했던 순간이 많이 떠올랐다고 한다. 연극의 중심 배경인 산 모양을 닮은 하얀 저택은 황두식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의 공간이다. 박해수는 “처음엔 두식이 ('오징어 게임'의) 상우처럼 미래지향적이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보였지만, 결국은 과거에 얽매여있던 인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벚꽃동산이 보이는 그 아름다운 저택은) 무섭던 아버지가 굴욕을 당하던 순간을 목도한 상처의 공간이자 어머니가 부재한 두식에게 처음으로 호의를 베풀었던 도영과의 추억이 서린 공간"이라며 "도영이 몸을 숙여서 두식의 상처를 닦아준다는 지문이 있는데, (도영의) 체취가 다가온 그 순간이 마치 엄마의 품과 같았을 것 같고 동시에 여자로도 느껴졌을 듯 한데. 그러한 따뜻한 순간이 두식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서 저택은 애증의 공간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도연 선배님이 등장인물 중 이 집을 가장 사랑하는 건 (집주인 가족이 아닌) 두식인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적이 있는데, 어쩌면 두식이 집을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부연했다. ■ "동료 배우들은 마치 서로의 에어백 같은 느낌" '벚꽃동산'은 배우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이 마치 음악처럼 리드미컬한 작품이다. 딱히 주조연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의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고, 이들 간 앙상블이 돋보인다. 박해수 역시 이러한 점을 언급하며 “배우들이 마치 유기체 같고, 서로가 서로에게 에어백이 되어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스톤이 연극을 만드는데 있어 약속과 정보 전달보다는 배우들간 믿음을 강조하며 실수가 나와도 어떤 순간이 만들어지니, 그냥 자유롭게 (대사를) 뱉어 라고 했죠. 솔직히 저는 연기할 때 미리 계획하고 접근하는 스타일이라 그런 방식이 처음엔 긴장됐지만, 지금은 재밌고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특히 유병훈, 전도연 선배, 손상규, 최희서 배우 등 모두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상대를 밀어줍니다.” 덕분에 무대 위에서 황두식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듯 했다. 박해수는 첫 공연 당시 중요한 대사 8줄을 빠뜨리는 큰 실수를 언급하며 동료 배우들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당시 전도연을 비롯한 배우들의 재치 있는 도움 덕분에 1부가 끝나기 전 두식의 핵심 대사를 다시 할 수 있었다. 그는 “중요한 대사를 날리고 그 뒤 대사를 했는데, 전도연 선배가 받아줬죠. 그러다 두식이 진짜 하고 싶었던 핵심 대사를 뒤늦게 뱉었는데, 모든 배우가 눈으로 저를 지지해주면서 애드립으로 다 받아줬고, 그 순간을 살아있게 만들어줬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배우들에 대한 탄탄한 믿음이 있었기에 (순서가 바뀌어 버린 대사를 늦게나마 다시 치는) 그런 시도를 할수 있었다”며 “사이먼도 제 실수를 알아챘는데, 괜찮다고 말해줬다”고 부연했다. 그는 요즘 무대에 오르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감을 느끼면서 동시에 공연이 끝나면 외롭고 공허하다. 극중 두식의 ‘(기업가로) 성공했지만 공허하다’는 대사도 있는데,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성공 이후 세계적 연출가의 러브콜을 받을 만큼 성공한 그가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답변을 들어보니 그것은 마치 배우의 숙명과 같았다. 박해수는 “제 몸을 빌려서 한 캐릭터를 몸으로 받아들인 뒤 나를 통로삼아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직업이다"며 "모든 배우가 느끼는 그런 감정인데. 온전히 이 작품을 사랑하면, 언젠가는 끝나는 시점이 온다는 것을 안다. 이별을 해야 하는 허탈감 같은 게 기본적으로 있다. 또 일이지만 마음과 정성을 쏟기 때문에 작품이 끝날 때마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스톤 연출가는 한국영화 팬으로도 유명하다. 박해수는 “제 출연작을 다 봤더라”며 “제가 갖고 있는 피지컬과 아우라 이면의 연약한 면에 주목해주셨다”고 말했다. 한편 ‘벚꽃동산’은 내년 호주 애들레이드를 시작으로 해외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LG아트센터가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K-연극이다. 박해수는 “배우들 모두 호주 공연에 가길 바란다”며 유난히 애정이 가는 이 작품의 해외 나들이에 기대감을 표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03 19:45:01그룹 하이키 서이가 유니크한 펑크 걸로 변신했다. 하이키(H1-KEY, 서이·리이나·휘서·옐)는 10일 0시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미니 3집 'LOVE or HATE(러브 오어 헤이트)' 서이의 콘셉트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티저 영상 속 서이는 '다음 학생 들어올게요'라는 멘트와 함께 핫한 등장을 알렸다. 자유롭게 교복을 입은 서이는 가방을 바닥에 내던지며 당돌한 매력을 발산했다. 무신경하면서도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촬영하는 서이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당겼다. 이어 서이는 붉은색 재킷과 스커트를 입고 록스타로 화려한 변신을 시도했다. 현란한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낸 서이는 기타를 들고 당당한 무드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서이는 핑크색 머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물오른 비주얼을 자랑해 신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LOVE or HATE'는 하이키가 기존에 선보였던 따뜻하고 감성적인 콘셉트와는 다른 자유롭고 당돌한 모습과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하이키는 퀄리티 높은 신보를 통해 글로벌 K팝 팬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에 하이키 서이는 새 앨범 발매에 앞서 컴백 소감, 관전 포인트 등 팬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다음은 하이키 서이의 일문일답. Q. 오는 19일 미니 3집 'LOVE or HATE' 컴백을 앞두고 있다. 소감이 어떤지? 오랜만에 하는 앨범 컴백이라 너무 설렌다. 컴백 자체도 오랜만이지만 콘셉트도 기존의 하이키가 보여주던 느낌에서 벗어난 조금은 과감하고,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콘셉트라 팬분들과 대중분들도 새로워하실 것 같다. Q. 미니 3집은 어떤 앨범인가? 서이가 보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함께 소개해달라. 'LOVE or HATE'는 전과는 다르게 반항적인 하이키가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타이틀곡의 2절 시작 파트를 좋아해서 많은 분들이 같이 좋아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신보를 준비하면서 겪었던 기억에 남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번에 폐교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는데, 폐교라 그런지 학교 내에 너무 한기가 돌고 추웠다. 그리고 봄이 지난 계절에 정말 겨울처럼 추워서 그 분위기와 추위가 아직도 생생하다. Q. 서이가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이번 앨범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또 그로 인해 더 다양한 기회들이 많이 생겨서 팬분들과 대중분들께 하이키 서이로서 제대로, 확실하게 눈도장 찍고 싶다. Q. 이번에 머리를 특이하게 했는데 색다른 머리를 한 이유는? 계속 검은색을 해오기도 했고 반항적인 록 밴드에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해서 도전하게 됐다. 아무래도 콘셉트에 따라 머리가 아주 큰 변화는 없더라도 매번 바꾸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팬분들은 어떤 머리가 제일 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Q. 끝으로 하이키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우리 같이 앨범을 꽤나 바라왔는데, 기다려줘서 너무 고맙고 기대한 만큼 좋은 활동 보여줄게요 마이키! 늘 사랑해 내 사랑♥ 한편 하이키는 오는 19일 오후 6시 미니 3집 'LOVE or HATE'를 전 세계 동시 발매한다. enterjin@fnnews.com 한아진 기자 사진=GLG
2024-06-10 11:31:46[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13일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업계 등 2금융권은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에 담보 토지를 경공매로 내놓거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게 되면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적자를 낸 저축은행은 추가 충당금 적립 여력이 부족한 만큼 1~2년에 거쳐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도록 연착륙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낮은 일부 2금융권 내에서는 최대 5조원에 달하는 새자금이 부동산PF 시장에 돌면 사업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읽힌다. 이날 2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담보 토지물의 옥석을 가려 시장에 '좀비 토지'를 내놓거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서울 사업장은 새자금을 긴급 수혈하게 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지역 사업장을 둔 저축은행들은 오는 6월 이후 이자 유예 등으로 버티던 담보 토지물을 경공매로 내놓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저축은행이 더 이상 만기연장이나 이자유예를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이 이자 유예한 대출채권의 경우 연체 미발생을 이유로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하지만 새 기준에 맞추면 추가 충당금을 쌓을 수 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총 5559억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손익이 안 좋은 상황"이라며 "충당금 추가 적립과 원금손실 감수라는 외통수에 빠진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충당금 추가 적립이 이뤄질 수 있게 정책의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이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되면서 사업성 평가 등급이 하락할 수 있는데, 적자를 낸 저축은행들은 충당금 추가 적립 여력이 부족한 만큼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연착륙 성공을 위해서는 자금수혈책인 은행·보험권과 매도자이자 2금융권은 모두 '가격 눈높이 맞추기'가 열쇠라고 지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수자인 은행들은 가격이 싼 물건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6월 이후 경공매 활성화로 물건이 더 많이 나올수록 양측간 눈치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보험업권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이 이같은 관망세를 허물고 실제 경공매 낙찰로 이어진다면 연착륙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브릿지론, 즉 사업 초창기 일부 토지 사용권만을 담보로 부실한 대출을 내준 결과 대규모 익스포저에 노출된 금융사들은 '시장이 두터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매자들 간의 경쟁이 이어져야 담보 매각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당금 쌓지 않으려면 공매, 결국 헐값에 처분해야하는데, 충당금을 쌓든 처분하든 손익에는 악영향"이라면서 "좋은 가격은 못 받더라도 원금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두터운 시장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많은 2금융권 내에서는 재평가 과정에서 사업성만 평가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공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를 할 수 없거나 대내외 여건, 개별 사업장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호금융업계도 비슷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PF시장 정책에 따라 새마을금고 부동산 대출 재구조화 및 정리에 적극 협조하여 지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나경 기자
2024-05-13 15:19:04‘경기 불황, 팬데믹 이후 근무형태 변화, 위워크 위기’ 등 전 세계 오피스 시장을 뒤흔든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울 프라임 오피스 시장은 견고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기업 컬리어스 코리아에 따르면 24년 1분기 서울 주요 업무 지구 내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약 2%를 기록했으며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의도 권역(YBD)에선 사학연금 TP타워가 준공되어 공급이 늘었지만, 선임차 계약으로 공실률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남권역(GBD)에서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확대를 계획하고 있는 알리 익스프레스가 강남행을 택하는 등 ‘테크 기업’의 강남권 오피스 선호현상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까닭으로 서울 전통적인 업무지구 이외 서울 도심 내 오피스 공급이 계획되어 있거나 새롭게 임차 수요를 끌어오는 신규 지역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이나 개발호재가 많고 신규 비즈니스 권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울 서북권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오피스 시장을 대표하는 중심 업무 지구들(CBD, GBD, YBD) 과 선을 긋는 차별화된 입지 가치가 눈에 띈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성수동은 오래된 공장들이 최신 트렌드의 리테일 상권을 중심으로 신축 오피스,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상권의 발달과 함께 오피스 시장도 주목받고 있는 격이다. GTX-A노선 수혜지, 서울시의 강북권(서북권·동북권) 대개조 구상, 서울혁신파크 개발 등 개발호재가 집중된 서북권도 빼놓을 수 없는 미래의 비즈니스 거점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고양 삼송, 원흥, 지축, 수색에 대규모 업무시설이 조성되고 있어, 서울 CBD, YBD 등과 접근성이 좋은 은평구가 이들 업무지구들을 연결하는 서울 서북권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지역을 대표할 오피스 시설로는 현재 분양중인 ‘플라이크 은평’이 있다. 지하 4층~지상 20층, 연면적 7만5,000여㎡에 달하며, 프리미엄 오피스 447실과 섹션 오피스 190실을 합친 업무시설 637실, 상업시설 119실, 숙박시설 288실의 랜드마크 오피스의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위치를 살펴보면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이 바로 앞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풍부한 유동 인구를 품고 있다. 연신내역까지 1정거장 거리로 향후 개통 예정인 GTX-A를 이용할 경우 삼성역까지 3 정거장이면 도착할 수 있어 강남 주요 업무 중심 지구로 이동이 쉬워질 예정이다. 입지 가치를 뛰어넘어 ‘플라이크 은평’이 주목받는 이유로 업무, 상업, 숙박, 커뮤니티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 미래형 오피스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곳의 업무시설과 숙박시설 커뮤니티의 총면적은 1,900여㎡에 이르며, 입주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에는 피트니스, 옥외 조깅트랙, G.X, 메이커 스페이스, 미디어 스튜디오, 업무시설 라운지, VIP 회의실 등 다양한 시설을 조성해 최적의 업무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플라이크 은평’의 커뮤니티 공간은 지상 3층 전체에 대규모로 조성하여 커뮤니티 공간 자체로도 주목받고 있다.
2024-05-03 16:30:29애플이 올해 기대를 모았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출하량을 당초 예상치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구글, 퀄컴과 함께 확장현실(XR) 기기를 개발 중인 삼성전자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올해 비전 프로 출하량 예상치를 당초 70만~80만대에서 40만~45만대로 줄였다고 전했다. 현재 비전 프로는 미국에만 출시된 가운데 미국 내 수요가 빠르게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오는 6월 10일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를 앞두고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도 비전 프로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 수요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비전프로 수요가 내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 말 비전 프로 개선판을 선보일 예정이었던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내년에는 새로운 비전 프로 모델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2015년 스마트워치인 애플 워치를 출시한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출시 초기에 시장 예상보다 많은 20만대 이상이 팔려나갔으나 이후 반품이 이어졌다.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비전 프로 착용시 두통과 멀미가 난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눈 혈관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거나 피부 발진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코가 낮은 사람은 제품 고정이 제대로 안 되면서 자꾸 기기를 만져야 해 번거롭다는 후기도 올라왔다. 비전 프로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 3499달러(약 479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불편한 착용감 등이 꼽히고 있다. 기존 가상현실(VR) 기기도 많이 팔리는 편은 아니지만 최소한 성공한 게임 앱이 있고 가시성도 MR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표준화에는 실패한 '3차원 TV'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도 XR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구글·퀄컴과 함께 XR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로 했지만 애플이 시장 활성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섣불리 제품을 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4-24 18: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