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에 사업 아이템을 들고 국내외 투자자를 닥치는 대로 찾아 다니던 중국인 창업자가 있었다. 해외 주요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 관계자도 만나 투자를 제안했다. 그는 번번이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이 그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들을 들어보면 좀 당황스럽다. 우선 그가 제안한 인터넷상거래 사업모델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건 투자를 요청하는 사람 그 자체였다. 낡은 점퍼를 입고 찾아 온 남루한 그의 행색에 영 믿음이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영미권 유학으로 해외 경험과 지식을 쌓기는커녕 중국의 시골 출신이라는 배경이 비호감으로 작용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설립해 창업 전설이 된 마윈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의 대표적 빅테크인 알리바바는 한때 자국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질주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와 미중 갈등 탓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시총 최상위 기업이다. 그의 투자를 거절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사람들은 이제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한다. 마윈의 제안에 즉각 투자해 훗날 돈방석에 오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을 추앙하면서. 창업 초기기업의 혁신성을 알아보고 투자를 단행하는 안목을 갖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마윈을 몰라봤던 과거의 오판이 요즘에도 반복되고 있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월의 간극이 있지만 마윈과 량원펑 사이엔 공통점이 적지 않다. 량원펑은 중국 광둥성 농촌지역에서 태어나 저장대학에서 전자공학 학사와 석사를 받았다. 딥시크 본사는 저장성 항저우에 있다. 마윈은 항저우의 소박한 가정에서 태어나 항저우사범대를 나왔다. 알리바바 본사도 항저우에 있다. 둘 다 지방 출신에 해외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이며,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꾸렸다는 얘기다. 두 창업자 모두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미래 유망산업을 보며 꿈을 키웠다. 량원펑은 미국 오픈AI 등에 대항마로 중국 토종 AI 모델을 개발했다. 마윈 역시 미국 아마존의 사업모델을 보며 중국판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을 개발했다. 미국의 성공모델을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노선을 걸었다는 점도 같다. 량원펑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파격적인 비용절감으로 미국 AI 서비스와 어깨를 겨루는 혁신을 이뤘다. 마윈은 온라인 소매 거래용 타오바오와 디지털 결제방식인 알리페이 같은 획기적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도입해 시장을 장악했다. 창업 초기에 빛을 보지 못한 점도 그들의 공통점이다. 무명의 국내파 창업가라는 편견과 관심 부족이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이었다. 마윈과 량원펑의 등장은 특출난 인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마치 분신술처럼 수많은 마윈과 량원펑이 나타날 수 있다. 창업 생태계가 가장 뛰어난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창업스타가 배출될 수 있는 시대다. 창업인재들이 자라날 텃밭과 환경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 세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엔 혁신의 본질을 가리는 세 가지 망령이 떠돈다. 첨단 AI 시대로 접어들수록 거대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선도기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패배주의가 퍼졌다. 선도기업을 부러워하며 추격하는 건 혁신이 아니라 '현상 유지'를 공고히 하며 자기무덤을 파는 행위다. 혁신가의 가능성과 성과를 애써 폄하하거나 방해와 통제로 가두려는 심보도 엿보인다. 내가 못 한다면 남의 발목도 붙잡아두겠다는 의도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탓에 혁신을 진영논리로 바라보는 경향마저 엿보인다. '내 편' 국가에서 선보인 혁신은 높게 평가하고, '네 편' 국가나 기업에서 이룬 혁신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 혁신 앞엔 민족도, 국가도, 이념도 없다. 오로지 기존의 시장질서를 깨트리고 변화시키려는 역동성만이 혁신의 칼날을 예리하게 담금질할 뿐이다. jjack3@fnnews.com
2025-02-17 19:25:48[파이낸셜뉴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가운데 창업자 량원펑의 고향도 관광 명소가 됐다. 하루 최다 1만명이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량원펑이 나고 자란 광둥성 잔장시 우촨의 미리링(米曆嶺) 마을은 주민 700여명이 사는 한적한 곳이었다. 그곳에 사는 청년들은 근처 신발공장에서 일하고, 노인들은 농사를 짓는 잘 알려지지 않은 농촌 마을이었다. 그러나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뒤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 마을은 '량원펑의 고향'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1월 말부터 방문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가족 단위 여행객부터 회사 유니폼 차림의 단체 손님 등 다수 관광객이 이 마을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관계자는 지난 춘제(중국 설) 연휴 기간(1월28일∼2월4일) 매일 1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 기간 랑원펑도 고향에 머무르며 동창생들과 축구를 하기도 했으나 그 외의 행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우촨 곳곳에는 그의 귀성을 환영하는 붉은 색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고 축제 때나 쓰이는 초대형 풍선 간판이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량원펑은 해당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우촨1중학교에서 공부했으며 2002년 명문 저장대에 진학했다. 그의 부모는 이 마을 초등학교의 교사로 근무했다. 과거 량원펑이 살던 집에는 현재 그의 할아버지가 혼자 살고 있다. 관광객이 너무 몰려와 문을 닫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방문객들은 집에서 흙이나 돌, 나뭇잎을 주워가기도 했다고 현지 주민은 전했다. 낙후한 시골 마을이다 보니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지난달 중순부터는 개보수 작업이 시작됐다. SCMP는 정확히 어느 부처에서 자금을 지원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마을 도로 확장, 주택 29채 외벽 보수, 낡은 건물 철거, 나무 심기 등 대대적인 단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에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3-12 08:43:52[파이낸셜뉴스] 중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인공지능(AI) 기업 대표들과 연구자 등 핵심 인력의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 방문을 사실상 금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자국 AI 전문가들의 해외 여행을 규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 여행을 사실상 막고 있다. 자국 AI 산업 핵심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AI 핵심 인력들이 미국을 방문했다가 자칫 구금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들을 억류한 뒤 중국과 무역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화웨이 회장 딸을 캐나다에서 구금하게 만들어 중국과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중국 딥시크, 알리바바 등이 저사양, 저비용 반도체로 미 빅테크 AI의 성능에 버금가는 AI를 구현하면서 양국간 AI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미국과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AI 등 자국 기술이 독자적으로 생존하면서 경제를 주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AI 핵심 인력 미국 여행 금지는 이전처럼 비공식적으로 내려진 조처다. 명시적으로 여행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당국이 상하이, 베이징, 저장성 등 알리바바, 딥시크 등이 본거지를 둔 지역의 기술 허브를 대상으로 지침을 내렸을 뿐이다. 중국 당국은 AI를 비롯해 로봇과 같은 전략적으로 민감한 산업 핵심 인력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미 동맹 지역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시급한 출장이 아니면 외국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다. 또 당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미 동맹 지역을 방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출국 전 여행 계획을 당국에 보고하고 귀국 후에는 외국에서 누구를 만났는지에 관해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국의 해외 여행 금지 지침 속에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정상회의 초대를 거절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에도 또 다른 중국 주요 AI 스타트업 창업자가 당국의 지시 뒤 예정됐던 미 방문 계획을 접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17일 자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이들 회의 참석자에게 기술을 개발할 때 ‘국민으로서 책임 의식’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니트리 로보틱스 창업자 왕싱싱도 참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5-03-02 03:11:29중국의 작은 자산운용사의 자회사가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세계 최강 미국의 오픈AI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AI모델을 10분의 1도 안 되는 코스트로 내놓은 때문이다. 이름만 오픈(Open)이지 폐쇄형인 오픈AI와 달리 1월 20일 이후 오픈소스인 딥시크의 소스를 퍼와서 만든 파생모델이 수천개에 달한다. '돈 먹는 하마'인 생성형 AI산업에서 딥시크의 소스를 퍼와 개인비서부터 수천가지의 수익모델을 만들어 '돈 버는 하마'를 만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AI산업에 대해 첨단 반도체, AI기술 통제에 범같이 나섰는데도 중국의 딥시크가 탄생한 것은 "필요는 발명을 낳는다"는 말이 AI산업에도 통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고성능칩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이 아닌 머리를 써서 개발 프로그램에서 혁신을 이룬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노동·토지·자본의 3대 생산요소에 변화가 있을 때 큰 부(富)가 발생한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AI의 등장이 바로 새로운 큰 부가 일어나는 신호다. 특히 정보가 생명인 4차혁명의 AI시대에는 부의 이동도 순식간에 일어난다. 제조시대에는 '금은동의 법칙'이 있어 3등 해도 먹을 게 있었지만 AI시대는 '승자독식의 법칙'으로 1등이 다 먹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딥시크의 시가총액을 최대 오픈AI의 절반 수준인 1500억달러로 추산한다는 보도를 했다. 84% 지분을 보유한 40세의 최고경영자(CEO) 량원펑의 재산은 엔비디아 젠슨 황의 재산 1140억달러를 바로 넘어선다. 결국 시력(視力)이 실력이다. 변화를 먼저 읽고 빨리 올라타는 것이 실력이다. AI는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믿음을 딥시크가 깼다. 딥시크 개발자들은 CEO부터 모두 중국에서 공부한 토종이다. 과학기술은 달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3부류로 나눌 수 있다. 달 보고 기도하는 나라, 달에 올라가는 나라, 달 뒷면에 올라가 흙을 퍼오는 나라다. 한국은 달 보고 기도하는 나라고, 미국은 달에 올라가는 나라고, 중국은 달 뒷면에서 퍼온 흙을 가지고 '판다 곰' 대신 '달 토양 샘플'을 외교 선물로 쓰는 나라다. 기술로 미국 뒤통수를 치는 이런 중국을 한국은 여전히 한국 기술이나 베끼는 짝퉁의 나라, 한국 OEM 공장의 가난한 노동자의 나라로 본다. 중국을 피크 친 위기의 나라, 망한 나라로만 보는 한국의 대중국 시선과 판단을 빨리 수정하지 않으면 실수한다. 이미 4차 산업혁명과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모든 산업은 호·불황을 반복하고, 세상은 변하고 가치는 머물러 있지 않는다. 이미 40년 글로벌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제조업의 국제적 이전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어떤 산업이든 14억 중국이 손대면 10년 안에 다 성숙산업이 된다. 생성형 AI는 맛보기이고, 결국 산업에 활용하는 피지컬(Physical)AI와 범용인공지능(AGI)이 종점이다. 미국이 시작했고 중국이 손댄 AI산업, 10년 내 대변혁이 온다. 그러나 AI가 완성되려면 미국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한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없이는 안 된다. 한국은 첨단 엔비디아 칩 2000개를 가진 곳도 드물다고 한다. AI는 GPU칩 없이는 안 된다. AI는 이제 기업 기술이 아닌 국가기술이자 국력이다. 한국은 HBM 팔아 돈 버는 것도 해야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엔비디아에 HBM 공급을 레버리지 걸어 첨단 GPU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미중의 AI전쟁은 결국 첨단 반도체 국가대항전이다. 지금 반도체는 AI 전쟁시대 전략물자이고, 반도체 보조금은 국방비다. 한국 정치권도 반도체 보조금 지급에 정쟁으로 시간 낭비해 굴러들어온 호박을 스스로 깨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5-02-19 18:22:58실리콘밸리 명문대학 UC버클리 연구원들이 챗봇 성능을 평가하는 플랫폼 '챗봇 아레나'에서 여전히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 R1과 V3가 관심을 받고 있다. AI 시스템의 순위를 가장 면밀히 관찰하는 사이트로 평가받고 있는 챗봇 아레나에서 17일(현지시간) 현재 R1과 V3는 각각 4위와 9위에 랭크돼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 우려를 일으키고 있는 미스터리한 중국의 AI 스타트업의 AI 모델이 여전히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딥시크가 등장한 지 어느덧 한 달이 돼가고 있다. 딥시크 AI 모델 'R1'은 지난달 27일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미국과 실리콘밸리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1985년생 량원펑이 창업한 딥시크의 등장은 중국이 AI 기술과 산업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기술 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미국의 대중 AI 칩 수출규제에도 딥시크가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오른 성능을 주장하면서 충격은 더 컸다. 딥시크는 자사의 AI 모델 R1이 전 세계 AI 기술을 선도하는 오픈AI의 AI 모델인 GPT-4o와 o1 등 오픈AI의 최신 대형언어모델(LLM)과 엇비슷하거나 유사한 성능을 보여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R1 모델이 수학문제 풀이나 코딩, 일반지식 질의응답 등 다양한 벤치마크에서 오픈AI와 견주어 경쟁력 있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 딥시크는 또 다른 AI 모델인 V3를 단돈 600만달러로 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오픈AI의 AI 모델 GPT-4 개발비용의 17분의 1가량이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딥시크의 AI 모델에 대한 성능과 관심이 "약간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딥시크가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였다고 주장하면서 어쨌든 실리콘밸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던 효율성과 비용절감이 가능한 AI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AI 기업들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이어 새로운 AI 모델을 쏟아냈다. 전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가장 앞선 AI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은 딥시크를 쿨하게 인정했다. 올트먼은 딥시크의 R1을 인상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R1의 가격 대비 성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트먼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고, 오픈AI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픈AI는 새로운 AI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먼저 복잡한 사고와 추론 능력을 강화한 추론 소형모델 'o3 미니'를 출시했다. 또 오픈AI도 새로운 모델인 'GPT-4.5' 출시를 예고했다. 올트먼 CEO는 GPT-4.5에 대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범용인공지능(AGI)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원조 AI 명가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구글은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 2.0 시리즈를 발표했다. 제미나이 2.0 플래시·프로·울트라·나노 등의 4종 AI 모델로 AI 기술력을 증명했다.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 역시 자칭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AI'라는 그록-3를 내놨다. 그록-3는 그록-2와 비교해 강력한 추론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AI 기업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딥시크로 대표되는 중국의 AI 기술에 대응할지 주목된다. 그리고 중국의 AI 기술이 진정으로 미국의 AI 기술을 앞서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시간이 이것을 증명해줄 것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2025-02-18 18:31:09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IT기업들과 회의를 가졌다. 17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민영기업 대표들의 발언을 들은 뒤 중요한 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민영기업이 중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며 "혁신과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중국의 IT거물들이 모두 참여했다.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주재한 행사에는 국무원 리창 총리와 딩쉐샹 부총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중앙TV(CCTV)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창업자인 마윈과 중국 스마트폰 1위 업체이자 전기차로도 진출한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공개로 급부상한 유니트리의 왕싱싱 회장 등이 행사에 나왔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와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 왕촨푸 회장,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CATL 쩡위친 회장, 렁유빈 중국전국공산업연합회 부회장, '반도체 거물' 웨이얼반도체의 창업주 위런룽, 변압기 제조업체 정타이그룹 난춘후이 회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특히 최근 저비용·고효율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출시로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된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도 참석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했다. 량원펑은 딥시크의 돌풍 이후 공개 행사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량원펑은 딥시크가 추론(reasoning) AI 모델인 'R1'을 출시한 지난달 20일 리창 총리가 주재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지만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뒤로는 은둔 행보를 이어왔다. 참석자들은 시 주석이 행사장에 입장하자 기립박수로 맞이한 뒤 각각 발언했고 시 주석이 말할 때 경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다수는 시 주석의 발언을 꼼꼼하게 메모했다. 시 주석이 민영기업과 심포지엄을 처음 주재한 것은 집권 6년 만인 2018년이었다. 또 시 주석이 마윈을 만난 것은 중국공산당이 경제성장을 위해 민간 부문에 대한 지지를 강화한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밝혔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2-17 21:27:54젊은 시절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견문을 넓힌 중국의 덩샤오핑은 전문가 우대 생각이 확고했다. 미국과 수교를 추진하며 덩이 가장 집중했던 분야도 실은 무역이나 투자보다 과학과 교육이었다. 수교를 앞둔 1978년 7월 지미 카터 대통령의 과학고문 프랭크 프레스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덩은 기다렸다는 듯 깜짝 제안을 한다. 수교 전에 중국 유학생 700명 정도를 미국이 바로 받아주고 몇년 내 수만명을 추가로 더 받아달라는 것이 덩의 요구였다. 프레스는 즉시 워싱턴으로 전화를 건다. 워싱턴 시간은 새벽 3시다. 백악관 입성 후 한밤중에 거의 일어난 본 적 없던 카터는 어리둥절했으나 문제 될 게 없다고 화답한다. 프레스가 방중 내내 받은 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덩샤오핑 평전, 에즈라 보걸'). 과학인재에 대한 덩의 집착은 대단했다. 인재 유출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서방 기자들의 질문엔 "해외서 눌러앉는다 해도 중국의 자산"이라고 받아쳤다. 덩은 야심 찬 대학 프로젝트도 밀어붙인다. "21세기를 대비해 일류대학 100개를 키우겠다"는 포부로 1991년부터 막대한 예산을 대학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것이 중국 대학굴기의 출발점 '211공정'이다. 후진타오 집권기인 2008년부터 10년간 가동된 '천인계획'은 해외 석학을 겨냥한 강력한 고급인재 유입책이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됐던 탁월한 업적의 과학자들이 천문학적인 보수를 약속받고 중국행을 택했다. 양자역학 권위자였던 장서우청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 교수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그는 2018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산업스파이 혐의로 수사 칼날을 들이대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학자다. 천인계획의 희생양은 지금도 나온다. 뒤집어 말하면 실은 여전히 종료되지 않은 진행형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중국은 천인계획을 확장해 시진핑 집권 첫해였던 2012년부터는 '만인계획'을 추진한다. 10년 동안 자국 내 고급 인력 1만명을 뽑아 세계적인 인재로 키우고, 노벨상 수상이 기대되는 과학자 100명의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211공정'의 심화버전인 '쌍일류 프로젝트'도 이 무렵 나왔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40여개 핵심 대학에 대규모 재정지원을 집중화한 것이 핵심이었다. 시진핑은 이들 대학을 2020년 세계적 수준으로, 2030년 이후엔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당시엔 다들 반신반의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 네이처 발표로 지난해 과학분야 10대 세계 최상위 대학 가운데 2~9위가 전부 중국 대학이다. 저장대도 이 순위에 든다. 저장대 출신 40세 량원펑이 이끄는 2년차 스타트업 딥시크의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 자금을 들여야만 가능할 것 같았던 인공지능(AI) 추론모델을 량과 몇 안 되는 국내파 젊은 천재들이 해냈다. 중국의 자국 내 기술인재 수급체계가 완성됐다는 걸 말해줄 뿐만 아니라 허황되기 그지없어 보였던 중국몽이 얼추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불현듯 하게 만든 사건이다. 중국이 10년 전 10개 기술을 지목하며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선포한 계획이 '중국 제조 2025'였다. 그 첫 기술에 해당된 것이 AI였다. 앞서 2017년엔 대대적인 AI 산업진흥책을 발표했다. 딥시크의 성취는 중국 정부의 막후 계획과 떼어놓을 수 없다. 서방의 딥시크 금지령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마땅한 조치로 봐야 한다. AI 경쟁은 국가를 등에 업은 젊은 천재들의 두뇌싸움으로 가고 있다. 량원펑은 동갑내기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 이상으로 흥미로운 인물이다. 시골 출신 수학천재가 졸업 후 헤지펀드로 거부가 돼 여기서 나온 자금으로 딥시크를 움직였다. 원하는 건 돈보다 존경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한다. 비로소 적수를 제대로 만난 올트먼의 반격도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이 격전의 현장에 우리는 아직 등판조차 못했다. 미적분을 척척 푸는 초등생들이 여전히 의사 가운 입기에만 목을 맨다. 계속 이렇게 둘 것인가. 국가 리더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jins@fnnews.com
2025-02-10 18:39:20기술 격변기에는 대규모 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국가가 시장을 독식한다. 미국은 그렇게 성공해왔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미국은 또다시 다른 나라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거대자본과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로 기술 독점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 국내 빅테크 기업의 AI 전문가는 미국을 빼고 모두 AI의 변방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를 증명하듯 올 초 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과 일본의 투자회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AI분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720조원이다. 우리 정부의 연간 예산이 670조원가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의 발표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AI 주도권을 미국이 확실히 굳혔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트럼프의 취임사처럼 모든 나라가 미국을 부러워했다. 반전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유명세로는 세계적 기업이 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등장했다.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및 오픈소스 언어 모델에 전 세계가 놀랐다. 이후에는 기술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고, 그다음은 개인정보 등이 과도 수집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여전히 놀랄 만한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다. 우리는 또 다른 것에 주목했다. 중국의 AI지원 정책, 청년과학자 육성정책이 그것이다. 실제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과 140명 정도의 연구개발팀은 대부분 중국 국내파였다. 20~30대의 칭화대, 베이징대 등 중국 최고 대학의 재학생, 석·박사들이 똘똘 뭉쳐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량원펑이 지난해 7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중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줬지만 우리 역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중국과 미국의 AI 기술격차는 1~2년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창조(미국)'와 '모방(중국)'이라는 격차를 중국이 넘어야 한다"면서 "기업들이 협업하는 기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중국에도 선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제2, 제3의 량원펑이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이공계 출신 대학 졸업생 수는 해마다 수백만명이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을 이끄는 핵심 인력인 이공계 박사 학위 취득자는 2022년 4만7000여명으로, 전체 박사학위 취득자(8만2000명)의 57%에 이른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은 지난 2021년 중국의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가 2025년 미국의 약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재는 어디에 있는가. 한 대형 입시학원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의약학계열 지원자(정시모집)는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광주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 4개 과학기술원 정시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28.2%(1899명) 줄었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10여년간 이어져 온 한국 사회의 현상이다.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는 AI 유니콘 기업이 한국에는 단 한 개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혁신을 이끌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과거 IT기술 격변기에는 지금처럼 조용하지 않았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는 한국의 디지털 산업과 인터넷 발전에 크게 기여한 선구자 같은 기업들이 있었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넥슨 등이 대표 기업이다. 2010년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는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쿠팡 같은 기업들이 탄생했다. 한때 혁신을 이끌었던 이들은 현재 보이지 않는다. 여러 사정으로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 시선과 정부 규제,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압박 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특히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들을 은둔형으로 바꾸고 있다. 인재들의 유입과 함께 기존 인재들도 혁신을 계속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때다. pride@fnnews.com
2025-02-09 19:20:04지난 설 연휴에 혜성처럼 등장한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뜨거운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딥시크는 저비용으로 정확도가 우수한 생성형 AI 모델 R1을 개발하고, 이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AI를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고가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가동해야 한다. 수십조원의 투자가 소요돼 우리 기업들은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중국의 일개 신생 스타트업이 미국 거대 테크기업에 필적하는 AI를 개발했으니 놀라운 일이다. 딥시크의 영향력이 커지며 의문과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딥시크의 AI 성능이 과대포장됐고, 개발비용은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의 데이터를 도용했다거나, 사이버보안이 취약하고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아 답변과 정보를 왜곡한다는 약점도 거론된다. 선도기업의 기술을 이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딥시크의 기술이 파괴적 혁신이라고 부를 만큼 대단하지 않다는 점은 사실이다. 다만 딥시크가 혁신을 추구하는 방식은 매우 특별나 여러 가지 배울 만한 교훈을 찾아볼 수 있다. 딥시크의 특출난 강점은 투철한 '기업가정신'이다. 창업자 량원펑은 AI 투자기법을 이용한 헤지펀드를 설립, 상당한 자산을 축적했다. 헤지펀드 회사에 소규모 AI 연구소를 설치해 운영하다 '인간 수준의 범용 AI'를 만들기 위해 2023년 5월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딥시크의 목표를 AI기술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보다 인류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보편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둔다. 이런 정신을 살려 딥시크는 소스코드와 설계도를 대중에 공개하는 '오픈소스' 개념을 신봉한다. 통상적으로 오픈소스는 사용자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선택한다. 하지만 딥시크는 AI 혜택의 확산과 생태계 발전을 위해 오픈소스를 채택한 것이다. AI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기술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위험한 경쟁자라고 여긴다. 경제적 이득보다 정신적 이념이 더 무서운 무기이다. 딥시크가 창업한 지 2년도 안 돼 AI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역동적 조직문화 덕분이다. 딥시크는 경험이 적은 젊은 직원들을 주로 채용해 타성을 배제하고자 했다. 딥시크에서 경력이 3~5년이면 최고참이다. 사내에 계층과 부서의 구분이 없어 수평적 소통과 협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미국의 테크기업들은 대체로 경험이 많고 능력을 검증받은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한다. 풍부한 경험에 의존하면 기술 개발은 효과적이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더 심각하다. 계층이 많고 부서 간 칸막이가 심해 소통과 협업이 어렵다. 국내 대표급 IT기업에서는 젊은 직원이 혁신적 알고리즘을 제안해도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팀장이나 임원이 거절하기 일쑤라고 한다. 관료주의가 팽배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혁신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딥시크는 유기적 조직문화와 창의적 인력을 바탕으로 AI 개발을 가로막는 제약조건을 극복해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의 제재로 앤비디아의 고사양 AI 반도체를 사용하지 못하자 저사양 칩을 사용해 오픈AI의 챗GPT 못지않은 성능의 모델을 개발해 낸 것이다. 선도기업의 기술보다 더 뛰어난 알고리즘 설계 능력으로 진입장벽을 초월해 'AI판 스푸트니크'라는 칭송까지 얻었다. 딥시크의 등장에 충격받아 우리 정치권과 산업계는 난리가 났다.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중국처럼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AI기술을 개발하자고 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하면 딥시크 정도의 AI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딥시크와 같은 혁신적 스타트업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혁신기술은 모방할 수 있어도 혁신기업은 모방하지 못한다. 정말 부럽다. 언제나 우리나라에서도 딥시크 못지않게 혁신적인 기업들을 볼 수 있을는지.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前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2025-02-09 19:20:00[파이낸셜뉴스] 보안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중국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사용 제한에 나선 가운데 본국에선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6일 시나파이낸스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딥시크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최신 모델(R1)이 출시된 지 한 달도 안 돼 기존 AI 챗봇 모델 강자인 미국 챗GPT의 일일 활성 사용자(약 5000만명) 수를 절반 가까이 따라잡은 것이다. 지난 1월 31일 기준 딥시크는 애플 앱스토어의 157개 국가·지역에서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딥시크 측은 대대적인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은 현재 150명이 채 안 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연구원만 1200명인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딥시크는 중국 현지 채용 사이트를 통해 대형언어모델(LLM)의 핵심 기술 개발을 담당할 연구원을 최고 연봉 154만위안(약 3억6000만원)에 채용할 예정이다. 기타 개발 엔지니어의 연봉은 56만위안(1억1126만원)에서 126만위안(약 2억5000만원) 사이로 책정됐다. 인턴 급여는 하루 500∼990위안(약 10만∼20만원)으로 알려졌다. 채용 대상으로는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예정자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의 뜻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량원펑은 2023년 5월 중국 테크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 개발자 대부분이 대졸 신입이거나 AI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우리의 핵심 기술적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1∼2년 정도인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단기 목표를 추구한다면 경험 있는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옳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험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고 기본적인 기술과 창의성, 열정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주식 투자와 외국어 공부 등 딥시크를 활용하는 방법이 공유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중국중앙TV(CCTV)는 딥시크에 사람들이 고민을 상담해 '감동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딥시크 강좌를 열어 하루에 5만위안(약 993만원)을 번 사례도 있다고 시나파이낸스는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2-07 08:4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