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배우 유동근이 오랜만의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레드’ 프레스콜에는 박명성 프로듀서, 김태훈 연출, 유동근, 정보석, 강승호, 연준석이 참석했다. 여섯 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에서는 연기 경력 42년의 국민배우 유동근이 주인공 마크 로스코 역을 맡았다. 유동근은 “2019년에 정보석이 공연한 ‘레드’를 보러온 적이 있다. 대본을 구해 읽었는데 강한 동기부여가 되더라. 이후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를 만나 용기를 얻고 출연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3주 먼저 연습을 시작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는 유동근은 “아직도 얼떨떨하다. 솔직히 말해서 연기 속에서 고풍스럽고 수준 높은 모차르트를 만날 줄 생각도 못했고, 바흐 음악을 들으면서 연기를 할 줄도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동근은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올랐고 프레스콜도 첫 경험이다. 나도 켄과 같은 입장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국 극작가 존 로건이 써서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연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실존 화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의 인물인 조수 켄이 끌어가는 2인극이다. 연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실존 화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그의 조수 ‘켄’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예술과 삶,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 등을 밀도 높은 대사와 강렬한 색채의 무대 미술로 선보인 수작으로 손꼽힌다. 마크 로스코 역에 유동근, 정보석, 켄 역에 강승호, 연준석이 출연하는 연극 ‘레드’는 2023년 2월 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2-28 17:30:26"이봐, 내가 인생에서 두려운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언젠가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 거라는 거야." 마크 로스코배우 강신일(59·사진)이 붉은 색 화폭 앞에 다시 섰다. 지난 2011년 초연 이후 호평 속에 공연된 연극 '레드'가 지난 6일 다섯 번째 막을 올렸다. 김태훈이 연출한 번역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대가 마크 로스코(강신일·정보석)와 제자 켄(김도빈·박정복)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마크 로스코(1903~1970)는 피카소의 입체파를 밀어내고 잭슨 폴락과 함께 추상 표현주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던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다. '레드'는 1958년, 로스코가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 벽화를 의뢰받고 40여점의 연작을 완성한 후 돌연 계약 파기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50대의 로스코는 새로운 미술사조 팝아트의 출현에 위기감을 느끼는 한편 상업주의를 경계하면서도 거액의 제의를 수락한 자신의 선택에 갈등한다. 와중에 가상의 인물 켄은 달라진 시대흐름을 지적하고, 로스코는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예술철학을 고집한다. 로스코의 작업실을 무대로 단 두 배우만 출연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마지막까지 관객을 집중시킨다. 강신일은 예의 진지함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이 지적이고 자의식 강한 예술가를 연기한다. 강신일도 로스코 역할에 애정을 드러냈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세 번째 러브콜도 결국 수락했다. "레드가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로스코는 대단한 철학적 깊이와 인간적 성찰을 이룬 화가다. 초연 당시 내 부족함을 느끼고 반성도 많이 했다. 극이 로스코가 실제로 한 말들로 대부분 이뤄져있는데, 매 시즌 다른 감정이 느껴져 재미있다."특히 '레드'는 강신일 역시 로스코처럼 '서서히 밀려날 나이'라고 느낄 무렵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이다. "아무래도 로스코에 대한 연민이 깊다. 초연 때는 로스코에 나를 투영해 '절대 밀려나지 않을 거다, 나이가 들어도 무대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만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로스코가 제자 켄을 인정했듯, 내가 해왔던 것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세대 간 소통과 교류가 필요하며,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다져야 한다고 믿는다." 1970년 로스코는 화폭 가득 붉은색인 별칭 '피로 그린 그림'을 남기고 자살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예술을 추구한 로스코의 열정은, 연기를 향한 강신일의 열정과 닮았다. 연극에 대한 강신일의 종교와 같은 애정은 무려 4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성극에 출연하며 연극을 시작한 그는 1980년대 창작극 활성화에 앞장섰고 1990년대 선후배가 떠난 대학로를 꿋꿋이 지켰다. 그러다 영화 '공공의 적'(2002)에 출연하면서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가 흥행하면서 초등학생도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졌다. 요즘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바쁘게 오가지만 매년 연극을 하거나 독립영화에 출연하려고 애쓴다. "연극판에 들어갈 때 경제적 어려움을 평생 감수하리라 결심했다. 연극을 너무 사랑했다. 세월이 지나 내 처지나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마음만은 내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길 바란다."세상 모든 것은 생성되고 소멸한다. 인생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화가가 '우리는 창조하고, 성숙하고 소멸하는 영원한 과정에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연기는 소멸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육체적으로 늙겠지만 늘 고민하고 반성하며 내 힘이 닿는 순간까지 연기할 것이다." 당신에게 '레드'는 무엇인가? 강신일은 답한다. "내게 레드는, 연기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월 10일까지 공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1-14 17:05:39독서광, 자살로 생을 마감한 ‘색면추상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서울에 왔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마크 로스코-숭고의 미학전’에는 그의 수채화, 유화 등 20년대부터 70년대 이전까지의 작품 27점이 소개된다. 로스코의 작품 최다 소장처인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가 기획한 순회전으로 라트비아, 멕시코, 홍콩을 거쳐 서울에 온 것. ‘단순한 표현 속의 복잡한 심정’의 색면 추상화들은 극도로 절제된 수평구도 속에서 철학적이어서 그림 앞에 서면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인간의 존재를 느낄 정도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유대계로 1920년대에 미국에 이민간 로스코는 구상화에서 추상화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으나 1950년대부터 1970년 스튜디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20년간 그린 색면 추상화로 미술사에 각인되고 있다. 말년으로 갈수록 암갈색이나 검은색, 회색 등 어두운 색조로 화면을 지배하지만 사망하던 해인 1970년 선명한 붉은색으로 가득찬 ‘무제’ 같은 작품을 그리기도 했다. 그의 색면회화 ‘마티스를 위한 경의’가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235억원에 판매되는 등 미술시장에서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전시는 9월10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에서 매일 두차례 도슨트가 50여분간 전시설명을 하는 한편 전시장에 설치된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로스코의 작품을 시기별로도 살펴볼 수 있다. 관람료는 일반 5000원. (02)2014-6901 /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6-27 15:14:44[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의 한 박물관에 크리스털로 만든 의자 모양의 작품이 사진을 찍으려던 관람객에 의해 파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작품을 부순 뒤 도망갔다. 미국 뉴욕포스트, CNN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의 팔라초 마페이 박물관에서 지난 4월 관람객들이 크리스털로 뒤덮인 의자 작품을 부수고 달아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영상에선 전시를 보러 온 두 명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남성은 크리스털 의자에 앉은 듯한 포즈를 취하려다 중심을 잃었고 의자 위에 엉덩이를 댄 채 주저앉았다. 순간 의자의 다리가 부서졌다. 깜짝 놀란 듯 두 사람은 의자를 그대로 둔 채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파손된 작품은 이탈리아 출신 화가이자 조각가인 니콜라 볼라가 수백 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덮어 타일 바닥 위에 놓인 나무 의자를 묘사했다.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반 고흐 의자’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현지 경찰이 사고를 친 관람객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지만, 이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박물관 관장인 바네사 칼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한 영상에서 “때로는 우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 이성을 잃고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직원들이 방을 나가기를 기다린 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떠나갔다"고 지적했다. 박물관 측은 다리 두 개가 부러졌고 복원해 다시 전시되고 있다는 소식도 알렸다. 박물관 측은 "매일 박물관 전시실을 세심한 관심과 경이로움으로 둘러보시는 모든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면서 "예술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물관 직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 동안 복원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해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전시 중인 예술 작품이 관람객에 의해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수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알려진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서 전시됐지만, 관람 중이던 어린이에 의해 손상돼 전시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엔 한 남성이 이탈리아 볼로냐의 팔라초 파바에서 열린 전시회 오프닝 중 중국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아이 웨이웨이의 조각품을 깨뜨리기도 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6-17 07:58:45"미술사적 지식이나 주입식 읽기를 벗어나 감각적 경험과 신박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관람객들이 스스로 작품 간의 대화를 상상하고 의미를 찾아나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리움미술관) "전통 보자기가 단순한 옛 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화려한 메인 전시 못지않은 근·현대 미술 소장품전이 대기업 미술관들에서 열린다. 리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과 국제 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현대 미술 소장품전'을 무기한으로,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 속에서 조선시대 여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정성을 담은 보자기 소장품전'을 오는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M2와 로비에서 총 44점, 35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리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들과 함께 유럽의 앵포르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및 개념미술 등 국제 미술 흐름을 아우르는 작품을 수집해왔다. 이번 소장품전은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한 컬렉션을 현대적 시각으로 조명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리움 컬렉션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해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보다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중요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시는 연대기적 또는 주제별 구성을 따르기보다는 작품 간의 시각적 혹은 개념적 병치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다층적이며 비선형적 예술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정된 서사없이 각 작품은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확장되고 변주돼 예술적 사유의 지평을 넓힌다. 이번 리움 소장품전의 메인 작품인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얀 보의 '우리 국민은', 마크 로스코와 장욱진 회화의 만남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근·현대 미술 컬렉션의 역사를 조망하며, 옛 로댕 갤러리(1996~2016)의 기억을 되살린다. 특히 로댕은 '칼레의 시민'을 통해 14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 전쟁 당시, 칼레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시민 영웅 6인을 기리는 기념비를 제작하며, 주인공들을 영웅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기보단 두려움과 고뇌, 신념과 의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나도록 표현했다. 또 솔 르윗, 리차드 디콘, 칼 안드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현대 미술 거장의 주요 작품이 소장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다. 여기에 루이즈 네벨슨, 한네 다보벤, 리 본테큐, 정서영, 임민욱 등 최근 새롭게 소장한 작품이 더해져 리움미술관 컬렉션의 확장된 예술적 깊이와 넓이를 풍성하게 드러낸다. 리움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이미 알려진 대표적 작품보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중요 작품과 최근 소장 작품을 통해 현대 미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라며 "다채로운 리움의 소장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풍성한 예술적 대화를 경험하기를0를 바란다"고 전했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서른 번째 소장품 테마 전시 '정성을 담은 보자기 Bojagi : A Wrapping of Devotion' 전(展)을 통해 박물관 소장 19~20세기 전통 보자기 관련 유물 60여점을 선보인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측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의례(一生儀禮)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특히 인륜지대사의 하나로 여긴 혼례는 주고받는 물품에 사용하는 보자기 하나에도 지극한 정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혼례에는 청색과 홍색을 기본으로 화려한 색의 비단 보자기를 주로 사용한다. 행복, 다산, 부귀 등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 과일, 새 등 다양한 종류의 자수 문양과 보자기의 네 귀에 색실과 금종이로 만든 금전지(金箋紙) 장식을 더해 의례의 품격을 높이기도 했다. 직물로 만든 보자기는 소재의 유연함으로 의복, 장신구, 식기, 함, 서책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품의 용도와 크기에 상관없이 두루 활용됐다. 옛 문헌에 기록된 보자기를 뜻하는 한자어 '복( )'은 행복을 뜻하는 '복(福)'과 음이 같아서 보자기는 복을 담아 간직한다는 의미가 더해져 선조들의 삶에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측은 "옛 여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옷감의 쓰임을 이해하고 바느질 방법을 익혔다"며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전통 보자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5-15 18:36:03[파이낸셜뉴스] "미술사적 지식이나 주입식 읽기를 벗어나 감각적 경험과 신박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관람객들이 스스로 작품 간의 대화를 상상하고 의미를 찾아나가는 경험을 제공한다." (리움미술관) "전통 보자기가 단순한 옛 유물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화려한 메인 전시 못지않은 근·현대 미술 소장품전이 대기업 미술관들에서 열린다. 리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 미술과 국제 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현대 미술 소장품전'을 무기한으로,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다채로운 색의 향연 속에서 조선시대 여인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정성을 담은 보자기 소장품전'을 오는 8월 14일까지 개최한다. 리움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맞아 M2와 로비에서 총 44점, 35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리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들과 함께 유럽의 앵포르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및 개념미술 등 국제 미술 흐름을 아우르는 작품을 수집해왔다. 이번 소장품전은 지난 수십 년간 구축한 컬렉션을 현대적 시각으로 조명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리움 컬렉션을 동시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해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보다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중요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전시는 연대기적 또는 주제별 구성을 따르기보다는 작품 간의 시각적 혹은 개념적 병치를 통해 관람객들이 작품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고, 다층적이며 비선형적 예술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정된 서사없이 각 작품은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확장되고 변주돼 예술적 사유의 지평을 넓힌다. 이번 리움 소장품전의 메인 작품인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과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얀 보의 '우리 국민은', 마크 로스코와 장욱진 회화의 만남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근·현대 미술 컬렉션의 역사를 조망하며, 옛 로댕 갤러리(1996~2016)의 기억을 되살린다. 특히 로댕은 '칼레의 시민'을 통해 14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 전쟁 당시, 칼레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건 시민 영웅 6인을 기리는 기념비를 제작하며, 주인공들을 영웅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기보단 두려움과 고뇌, 신념과 의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모습까지 복합적인 감정이 드러나도록 표현했다. 또 솔 르윗, 리차드 디콘, 칼 안드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현대 미술 거장의 주요 작품이 소장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다. 여기에 루이즈 네벨슨, 한네 다보벤, 리 본테큐, 정서영, 임민욱 등 최근 새롭게 소장한 작품이 더해져 리움미술관 컬렉션의 확장된 예술적 깊이와 넓이를 풍성하게 드러낸다. 리움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는 이미 알려진 대표적 작품보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중요 작품과 최근 소장 작품을 통해 현대 미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라며 "다채로운 리움의 소장품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풍성한 예술적 대화를 경험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은 서른 번째 소장품 테마 전시 '정성을 담은 보자기 Bojagi : A Wrapping of Devotion' 전(展)을 통해 박물관 소장 19~20세기 전통 보자기 관련 유물 60여점을 선보인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측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생의례(一生儀禮)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특히 인륜지대사의 하나로 여긴 혼례는 주고받는 물품에 사용하는 보자기 하나에도 지극한 정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혼례에는 청색과 홍색을 기본으로 화려한 색의 비단 보자기를 주로 사용한다. 행복, 다산, 부귀 등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 과일, 새 등 다양한 종류의 자수 문양과 보자기의 네 귀에 색실과 금종이로 만든 금전지(金箋紙) 장식을 더해 의례의 품격을 높이기도 했다. 직물로 만든 보자기는 소재의 유연함으로 의복, 장신구, 식기, 함, 서책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품의 용도와 크기에 상관없이 두루 활용됐다. 옛 문헌에 기록된 보자기를 뜻하는 한자어 '복(袱)'은 행복을 뜻하는 '복(福)'과 음이 같아서 보자기는 복을 담아 간직한다는 의미가 더해져 선조들의 삶에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 측은 "옛 여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바느질을 통해 다양한 옷감의 쓰임을 이해하고 바느질 방법을 익혔다"며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전통 보자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5-15 13:13:11[파이낸셜뉴스] 네덜란드의 한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이 한 어린이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작품의 가치는 최대 800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로레르담의 보에이만스 판 뷔닝언 박물관은 박물관에 전시된 로스코의 작품 '그레이, 오렌지 온 마룬(Grey, Orange on Maroon) No.8'이 어린이가 만져 작품 표면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은 이 박물관의 대표적인 것으로 1960년 그려진 추상화다. 높이 228.6㎝, 너비 259.08㎝ 크기인 이 작품은 박물관이 대규모 보수 공사를 위해 문을 닫으면서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박물관 수장고인 데포보에이만스 판 뷔닝언 임시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박물관을 방문한 한 어린이가 해당 작품을 훼손한 것이다. 네덜란드 일간지 알게멘 다그블라드(AD)에 따르면 해당 작품의 가치는 최대 5000만 유로(8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박물관 측은 "그림 아랫부분의 니스칠 하지 않은 물감층에 작게 긁힌 자국이 보인다"며 "네덜란드와 해외의 보존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그림의 처리를 위한 다음 단계를 진행 중이며 추후 이 작품을 다시 전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스코의 작품이 손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영국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20대 남성 A씨가 로스코의 1958년 작품 '블랙 온 마룬(Black on Maroon)'을 고의로 훼손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작품 수리 비용은 약 20만파운드(약 3억86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복원 전문가들이 이 그림을 복원하는 데 18개월이 걸렸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4-29 15:49:11[파이낸셜뉴스] 카카오뱅크가 '앱테크 서비스'인 색깔 맞추기와 빨리 맞추기를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21일 ‘응모하고 혜택받기’도 출시한다. 지난해 8월 ‘혜택 탭’을 신설해 운영해 온 카카오뱅크는 이번 신규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뱅크 앱 안에서 누리는 고객들의 즐거움과 혜택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색깔 맞추기와 빨리 맞추기 서비스는 지난해 출시한 카드 짝맞추기의 후속작이다. 금융소비자가 게임 형태의 미션을 수행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색깔 맞추기는 단계별로 제시된 색을 빠르게 맞추는 것이고, 빨리 맞추기는 화면에 노출된 이모지를 빠르게 누르며 기록을 경신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는 다른 앱테크 서비스가 포인트로 보상을 지급하지만, 카카오뱅크에서는 고객 계좌에 보상을 입금해 편의성이 높였다고 설명했다. 오는 21일 출시 예정인 ‘응모하고 혜택받기’는 카카오뱅크 제휴사의 혜택에 응모하고 당첨되면 선물을 받는 서비스다. 고객은 페스티벌, 뮤지컬, 숙박권 등 문화생활 혜택을 받고, 제휴사는 홍보를 할 수 있어 ‘윈윈(win-win)’인 구조다. 이번 출시와 함께 공개된 응모 서비스는 △뮤지컬 원스 △해외 숙박권 보라카이 샹그릴라 리조트 △페스티벌 2025 대구힙합페스티벌 △전시 뉴욕의 거장들: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 △전시 취향가옥: Art in Life, Art in Art △LG전자 에어컨 가전구독 10만 포인트 등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5-04-14 16:02:58[파이낸셜뉴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한국계 우주비행사 조니 김(41)이 다음 달 처음으로 우주비행에 나서는 소감을 밝혔다. 현재 러시아 스타시티에서 막바지 훈련 중인 그는 19일(현지시간) NASA가 주최한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번 임무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벅찬 목소리로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ASA에 따르면 조니 김은 오는 4월 8일 러시아의 소유즈 MS-27 우주선을 타고 러시아 우주비행사 세르게이 리지코프, 알렉세이 주브리츠키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떠난다. 그는 "나는 NASA에서 거의 8년 동안 있었다"며 "여러분이 보는 모든 우주 임무, 유인 임무이든 무인 임무이든, 그걸 수행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주 많은 작업이 이뤄지는데, 그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우주에서 수행할 과제도 소개했다. 조니 김은 "나는 우리가 우주정거장에서 하게 될 과학 연구를 공유함으로써 다음 세대에 영감을 주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지지한다"면서 "물론 ISS 밖의 (우주) 풍경을 보는 것도 고대하고 있고 전 세계의 많은 박사과정 학생이 자신의 모든 경력을 바친 과학 실험을 하고 그 결실을 보는 데 일조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S에서 조니 김은 약 8개월간 과학 조사와 기술 시연 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는 "우리는 현재 최종 점검 훈련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최종 ISS 훈련도 거치고 있다"고 했다. '우주유영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ISS의 태양 전지판 등에 대한 보수 계획이 예정돼 있고 그중 일부에 참여해 우주유영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번 임무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ISS는 1998년 미국과 러시아 주도로 건설됐으며 지구 상공 400㎞ 궤도에서 하루 15.54번 지구 주위를 도는 축구장 크기의 다국적 실험 구조물이다. 현재 양국과 함께 유럽 11개국, 일본, 캐나다 등 13개국이 참여해 공동 운영하고 있다. 2022년 7월 NASA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체 운송 수단 확보 차원에서 우주선 좌석 교환 협정을 맺고 ISS로 발사하는 자국의 우주선에 상대국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있다. '엄친아' 조니 김은 누구 우리에게 조니 김은 지난 2023년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인간 잡학사전'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는 조니 김을 "괴물 같은 스펙을 가진 인간, 조너선 용 킴(이하 '조니 킴')"이라고 표현한 뒤 "미국의 엄친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실제 그의 스펙은 2017년 NASA 우주비행사로 선발됐을 당시 현역 군인(미 해군 소령)이자 의사 경력을 갖고 있어 미국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1984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국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002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에 입대해 군 생활을 시작했다. 해군특전단(네이비실) 훈련을 마치고 특수전 요원으로 배치돼 잠수부·특수정찰·저격수 등 다양한 특수작전 자격을 취득했을 뿐 아니라 이라크전에 파병돼 100여회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며 다수의 군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미 군사매체 밀리터리닷컴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그는 이라크전 복무 후 전사한 동료들의 몫까지 치열하게 살겠다는 결심을 하고 군의관에 도전했다. 이를 위해 미군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 혜택을 받아 뒤늦게 샌디에이고대에 진학해 수학을 전공하고 최우등생으로 졸업한 뒤 하버드대 의대에 들어갔다. 대학 졸업 후 2012년에는 해군 장교로 임관됐고 하버드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딴 뒤에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하버드대 부속 응급의학 레지던시 등을 거쳐 전문의가 됐다. 여기에 해군에서 조종사 훈련도 수료해 해군 전투기 조종사이자 비행 외과 의사(Flight Surgeon)이기도 하다. 그는 NASA에서 우주인 훈련을 받고 달 유인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로 지원해 2020년 1월 16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후보군 11명에 선발되기도 했다. 다만 아르테미스 임무를 수행할 최종 4명에는 들지 못했다. 화려한 이력에 숨겨진 가정사가 알려지기도 했다. 2020년 3월 네이비실 출신 퇴역 군인이자 작가인 조코 윌링크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는 어린 시절 근면했지만 알코올중독이 있던 아버지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 뒤 어머니, 동생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네이비실 입대를 꿈꾸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나쁜 카드들을 갖고 태어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계속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며 "당신은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과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NASA에 따르면 그는 아내와 세 자녀를 두고 있으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과 야외 활동, 근력 운동, 비디오 게임 등을 즐긴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3-20 09:08:23겹의 미학을 구현하는 장승택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며 유럽 미술의 조형성과 한국적 감성을 융합하는 작업을 연구해 왔다. 초기에는 비정형적인 추상 회화를 시도했으나, 이후 붓질을 통한 색의 중첩을 주요 표현 방식으로 확립하면서 현재의 '겹 회화(Layered Painting)'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의 작업은 색이 층층이 쌓이면서도 일정한 결을 유지하도록 세심하게 조율된다. 이는 단순한 색면 회화와 구별되며, 물감의 물성이 강조되는 서구적 방식과는 달리 반복적 행위를 통해 조형적 질서를 탐구하는 한국적 회화 전통과도 연결된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회화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유도했다면 장승택의 작업은 보다 구조적인 형태 안에서 색의 흐름과 깊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그의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성과 축적의 개념이다. 단순히 색을 겹쳐 칠하는 것이 아니라, 각 층이 건조된 후 다시 덧칠되는 과정이 수십 차례 반복되면서 화면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색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번 경매에 출품된 Layered Painting 80-1은 보라색과 붉은 색조가 중심을 이루며, 상단에서 색이 응축된 채 시작해 점진적으로 아래로 흘러가듯 전개된다. 단순한 색의 중첩이 아니라, 시간과 빛이 쌓이며 형성된 구조적 화면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반복적인 색의 층위를 통해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 속에서 감각적 유기성을 찾아내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손이천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2025-03-17 18: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