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글 폰트(서체)의 대중화에 헌신한 석금호 산돌 이사회 의장이 23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홍익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1984년 한국 최초의 폰트 회사 '산돌타이포그라픽스'(산돌 전신)를 설립한 뒤 한글 서체 개발에 매진했다. 당시 일본에서 사진 식자기와 식자판 등을 수입해 한글을 사용하던 현실에 충격을 받고 회사를 세웠다. 산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 기본 서체인 '맑은 고딕'을 만들고 현대카드, 삼성전자,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 많은 기업들의 전용 서체를 제작했다. 산돌은 지난 2022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25일 오전 9시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5-23 19:32:01#1. 얼마 전 금색 라벨이 인상적인 와인을 만났습니다. 라벨 속에는 중세 귀족으로 보이는 한 인물이 하인이 따라주는 와인을 받아드는 모습이 정감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뉴요커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루피노(Ruffino)와이너리의 '리제르바 두깔레(Riserva Ducale)'입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나는 이 와인은 산지오베제(Sangiovese) 80%에 메를로(Merlot) 20%가 블렌딩 됐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도 등장 인물들이 모일 때마다 즐기는 모습이 여러번 나옵니다. '공작이 남은 물량 모두를 예약한 와인'이라니…. 그런데 이름이 참 재밌습니다. 얼마나 맛있길래 공작이 팔지 못하게 했을까요. 1890년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Aosta) 지역의 공작이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나던 중 들른 피렌체에서 루피노 와인 맛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는 즉시 "로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와인을 모두 사가겠다"고 말합니다. 루피노 와이너리 주인은 와인저장고 문에 '공작이 예약한 와인'이라고 써놓은 게 계기가 되어 나중에 '리제르바 두깔레'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도시국가 시절 영주가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날 때는 선발대가 미리 며칠 앞서 마을에 도착해 여러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숙소는 물론이고, 음식과 와인은 어떤 것을 올릴 것인지를 미리 파악해 준비했습니다. 아오스타 영주의 소믈리에(sommelier)는 주군에게 바칠 와인을 고르느라 아마도 며칠을 동굴속에서 지내며 끙끙댔을 겁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어두컴컴한 동굴 속 와인저장고에서 와인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소믈리에는 촛불을 들고 '따스트 뱅(Taste Vin)'이라 불리는 커다란 은수저에 와인을 따라 색과 향, 맛을 봤습니다. 은색 수저를 쓴 것은 빛이 충분치 않은 동굴속에서 와인의 색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부유물 여부도 더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믈리에의 목에 달린 따스트 뱅은 소믈리에를 상징하는 표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와인 맛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소믈리에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만해도 와인과 관련된 직업은 소믈리에 외에도 부떼이예(bouteiller), 에샹송(echanson) 등 아주 세분화 돼 있었습니다. 소믈리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지만 부떼이예와 에샹송은 와인을 좀 안다는 사람도 상당히 낮설어합니다. 왕궁이나 영주가 거주하는 곳에는 포도밭을 관리하는 부떼이예, 지하동굴의 와인 까브를 관리하며 그 날 식탁에 오를 와인을 골라주던 소믈리에, 식탁에서 와인 맛을 보며 와인을 서빙하는 에샹송이 있었습니다. 소믈리에의 선택을 통해 지하 동굴을 벗어난 와인은 소믈리에가 아닌 에샹송이 다뤘습니다. 중세의 경우 와인을 이용해 정적을 독살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식탁에서 와인을 다루는 일은 아무나 할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먼저 와인을 비롯한 식사 전반에 이상이 없는지 맛을 보고, 와인과 물을 희석하는 비율도 정했습니다. 에샹송은 이처럼 중요한 보직이어서 왕의 신임이 절대적인 귀족 출신이 맡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영향력도 막강했습니다. 그러나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왕정이 붕괴되면서 특권층으로 군림하던 에샹송이란 직업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후 궁정이나 귀족 식문화가 호텔, 레스토랑 등에 본격적으로 스며들면서 소믈리에가 와인과 관련된 모든 역할을 대신하고 오늘날 전문직업인 와인 소믈리에로 자리 잡게 됩니다. #2. 유럽 사회가 서기 1000년을 앞두고 완전히 패닉에 빠집니다. 서기 1000년이 되면 성경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이 일어나 세상이 멸망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밀레니엄 대혼란'입니다. 그런데 막상 1000년이 됐는데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최후의 심판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론 "신이 인간에게 한 번 더 참회할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천국에 가려면 죽기전에 반드시 일생동안 저지른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참회의 방법은 성지순례였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새천년을 계기로 너도나도 성지로 참회를 떠납니다. 새천년을 계기로 그동안 지은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성지순례는 중세 유럽을 이해하는 큰 줄기 중 하나입니다. 성지순례 인파로 마을 간 길이 연결되고, 도시가 형성되고, 상업 기능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신에게 종속됐던 시대가 가고 인본주의의 빛이 가느다랗게 스며드는 새로운 중세가 열린 것입니다. 기독교 최고의 성지는 예나 지금이나 단연 예루살렘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멀었습니다. 파리에서 간다면 4000km가 넘었습니다. 더구나 그곳은 600년대 말 이후로 이슬람의 땅이었습니다. 그 대신 베드로 성인이 잠든 로마, 야고보 성인이 묻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마르코 성인의 유해가 있는 베네치아 등이 떠올랐습니다. 성지순례 열풍이 불면서 닫혔던 유럽내 지역 간 왕래가 일어나고, 순례객이 지나는 길을 따라 일부 마을이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순례객들이 모여들면서 식당과 여관이 생기면서 상업활동이 활발해진 것입니다. 교회의 첨탑은 멀리서도 금새 알아볼 수 있어 이정표 역할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회앞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광장이 생기며 성당이 도시 기능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럽의 광장문화가 바로 여기서 왔습니다. 교회도 높이높이 올라갑니다.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도시마다 낡은 교회를 허물고 크고 높게 다시 세우기 시작합니다. 이는 100여년 뒤 1144년 프랑스 생 드니 수도원을 통해 '고딕(Gothic)'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됩니다. 뾰죽뾰죽 치솟은 모습이 기괴해보여 이탈리아에서는 "고트족스럽다"며 조롱했지만 고딕 성당은 '인간이 지상에 구현한 천국의 공간'이었습니다. 내부가 하나의 공간으로 트여 있어 아주 넓고, 위로 갈수록 창이 넓고 많아 내부는 의외로 밝습니다. 특히 석재로 지어진 뾰족한 천장은 동굴에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커다란 울림통 역할을 합니다. 높은 창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려앉는 형형색색의 빛은 성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더해 낮고 깊은 울림의 그레고리안 성가가 천천히 울려퍼지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천국에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3. 다시 돌아와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 2017(Riserva Ducale Oro 2017)'을 마주합니다. 이 와인은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의 상위버전으로 빈티지가 좋은 해에만 한정 생산됩니다. 장기숙성이 가능한 그랑 셀레지오네급입니다. 산지오베제 80%, 메를로(Merlot) &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0%의 블렌딩 와인으로 잔에 따라진 모습은 전형적인 맑은 루비빛 끼안띠 와인입니다. 잔에서는 제일 먼저 붉은색 기반의 과실향이 올라옵니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새콤한 향과 시원한 삼나무, 옅은 흙내음도 같이 들어옵니다. 잔을 입에 기울이면 신선한 붉은색 베리류와 검은색 과일향이 반깁니다. 질감은 미디엄 바디 혹은 미디엄 라이트 바디 수준으로 굉장히 가볍습니다. 하지만 타닌은 곱게 부서져 존재를 살포시 드러냅니다. 또 시원한 민트향과 약간의 향신료 향도 묻어있습니다. 피니시는 기분좋은 산도와 베리향이 이어지는데 아주 길지는 않습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10-19 18:23:31[파이낸셜뉴스] #1. 얼마 전 금색 라벨이 인상적인 와인을 만났습니다. 라벨 속에는 중세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하인이 따라주는 와인을 받아드는 모습이 정감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뉴요커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루피노(Ruffino)와이너리의 '리제르바 두깔레(Riserva Ducale)'입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나는 이 와인은 산지오베제(Sangiovese) 80%에 메를로(Merlot) 20%가 블렌딩 됐습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도 등장 인물들이 모일 때마다 즐기는 모습이 여러번 나옵니다. '공작이 남은 물량 모두를 예약한 와인'이라니…. 그런데 이름이 참 재밌습니다. 얼마나 맛있길래 공작이 팔지 못하게 했을까요. 1890년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Aosta) 지역의 공작이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나던 중 들른 피렌체에서 루피노 와인 맛에 홀딱 반했습니다. 그는 즉시 "로마에서 돌아오는 길에 남은 와인을 모두 사가겠다"고 말합니다. 루피노 와이너리 주인은 와인저장고 문에 '공작이 예약한 와인'이라고 써놓은 게 계기가 되어 나중에 '리제르바 두깔레'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도시국가 시절 영주가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날 때는 선발대가 미리 며칠 앞서 마을에 도착해 여러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숙소는 물론이고, 음식과 와인은 어떤 것을 올릴 것인지를 미리 파악해 준비했습니다. 아오스타 영주의 소믈리에(sommelier)는 주군에게 바칠 와인을 고르느라 아마도 며칠을 동굴속에서 지내며 끙끙댔을 겁니다. 전기가 없던 시절 어두컴컴한 동굴 속 와인저장고에서 와인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소믈리에는 촛불을 들고 '따스트 뱅(Taste Vin)'이라 불리는 커다란 은수저에 와인을 따라 색과 향, 맛을 봤습니다. 은색 수저를 쓴 것은 빛이 충분치 않은 동굴속에서 와인의 색을 정확하게 알 수 있고, 부유물 여부도 더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믈리에의 목에 달린 따스트 뱅은 소믈리에를 상징하는 표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와인 맛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소믈리에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만해도 와인과 관련된 직업은 소믈리에 외에도 부떼이예(bouteiller), 에샹송(echanson) 등 아주 세분화 돼 있었습니다. 소믈리에는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지만 부떼이예와 에샹송은 와인을 좀 안다는 사람도 상당히 낮설어합니다. 왕궁이나 영주가 거주하는 곳에는 포도밭을 관리하는 부떼이예, 지하동굴의 와인 까브를 관리하며 그 날 식탁에 오를 와인을 골라주던 소믈리에, 식탁에서 와인 맛을 보며 와인을 서빙하는 에샹송이 있었습니다. 소믈리에의 선택을 통해 지하 동굴을 벗어난 와인은 소믈리에가 아닌 에샹송이 다뤘습니다. 중세의 경우 와인을 이용해 정적을 독살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식탁에서 와인을 다루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와인을 비롯한 식사 전반에 이상이 없는지 먼저 맛을 보고, 와인과 물을 희석하는 비율도 정했습니다. 에샹송은 이처럼 중요한 보직이어서 왕의 신임이 절대적인 귀족 출신이 맡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영향력도 막강했습니다. 그러나 1789년 프랑스 혁명으로 왕정이 붕괴되면서 특권층으로 군림하던 에샹송이란 직업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후 궁정이나 귀족 식문화가 호텔, 레스토랑 등에 본격적으로 스며들면서 소믈리에가 와인과 관련된 모든 역할을 대신하고 오늘날 전문직업인 와인 소믈리에로 자리 잡게 됩니다. #2. 유럽 사회가 서기 1000년을 앞두고 완전히 패닉에 빠집니다. 서기 1000년이 되면 성경에 나오는 최후의 심판이 일어나 세상이 멸망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엄 대혼란'입니다. 그런데 막상 1000년이 됐는데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최후의 심판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한편으론 "신이 인간에게 한 번 더 참회할 기회를 줬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천국에 가려면 죽기전에 반드시 일생동안 저지른 죄를 용서받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가장 확실한 참회의 방법은 성지순례였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새천년을 계기로 너도나도 순례길에 오릅니다. 새천년을 계기로 그동안 지은 죄를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성지순례는 중세 유럽을 이해하는 큰 줄기 중 하나입니다. 성지순례 인파로 마을 간 길이 연결되고, 도시가 형성되고, 상업 기능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신에게 종속됐던 시대가 가고 인본주의의 빛이 가느다랗게 스며드는 새로운 중세가 열린 것입니다. 기독교 최고의 성지는 예나 지금이나 단연 예루살렘이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멀었습니다. 파리에서 간다면 4000km가 훨씬 넘었습니다. 더구나 그곳은 600년대 말 이후로 이슬람의 땅이었습니다. 그 대신 베드로 성인이 잠든 로마, 야고보 성인이 묻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마르코 성인의 유해가 있는 베네치아 등이 떠올랐습니다. 성지순례 열풍이 불면서 닫혔던 유럽내 지역 간 왕래가 일어나고, 순례객이 지나는 길을 따라 일부 마을이 도시로 발전합니다. 순례객들이 모여들면서 식당과 여관이 생기면서 상업활동이 활발해진 것입니다. 교회의 첨탑은 멀리서도 금세 알아볼 수 있어 이정표 역할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회 앞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광장이 생기며 성당이 도시 기능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유럽의 광장 문화가 바로 여기서 왔습니다. 교회도 높이높이 올라갑니다. 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도시마다 낡은 교회를 허물고 크고 높게 다시 세우기 시작합니다. 이는 100여 뒤 1144년 프랑스 생 드니 수도원을 통해 '고딕(Gothic)' 시대를 여는 기반이 됩니다. 뾰죽뾰죽 치솟은 모습이 기괴해보여 이탈리아에서는 "고트족스럽다"며 조롱했지만 고딕 성당은 '인간이 지상에 구현한 천국의 공간'이었습니다. 내부가 하나의 공간으로 트여 있어 아주 넓고, 위로 갈수록 창이 넓고 많아 내부는 의외로 밝습니다. 특히 석재로 지어진 뾰죽한 천장은 동굴에서 소리를 내는 것처럼 커다란 울림통 역할을 합니다. 높은 창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내려앉는 형형색색의 빛은 성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에 더해 낮고 깊은 울림의 그레고리안 성가가 천천히 울려퍼지면 안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천국에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3. 다시 돌아와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 2017(Riserva Ducale Oro 2017)'을 마주합니다. 이 와인은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의 상위버전으로 빈티지가 좋은 해에만 한정 생산됩니다. 장기숙성이 가능한 그랑 셀레지오네급입니다. 산지오베제 80%, 메를로(Merlot) &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0%의 블렌딩 와인으로 잔에 따라진 모습은 전형적인 맑은 루비빛 끼안띠 와인입니다. 잔에서는 제일 먼저 붉은색 기반의 과실향이 올라옵니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새콤한 향과 시원한 삼나무, 옅은 흙내음도 같이 들어옵니다. 잔을 입에 기울이면 신선한 붉은색 베리류와 검은색 과일향이 반깁니다. 질감은 미디엄 바디 혹은 미디엄 라이트 바디 수준으로 굉장히 가볍습니다. 하지만 타닌은 곱게 부서져 존재를 살포시 드러냅니다. 또 시원한 민트향과 약간의 향신료 향도 묻어있습니다. 피니시는 기분좋은 산도와 베리향이 이어지는데 아주 길지는 않습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10-19 06:28:06[파이낸셜뉴스] 음악, 드라마, 패션, 음식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K-컬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글 폰트 디자인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글을 친숙하고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한국 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도 기업 전용 한글 폰트를 개발하는 작업이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하는 동시에 한글의 심미적 요소가 브랜드 홍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한글 전용 폰트 도입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 진출에 한글도 주목 28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IT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춘 한국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글 사랑'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은 기술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한국에서 성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 진출을 중요시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내며 한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기업이 한국 진출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중 하나는 '기업 전용 한글 폰트' 개발이다. 언어(폰트) 현지화가 필수 요소로 떠올라서다. 기업의 전용 폰트는 각종 인쇄물과 웹 페이지, 디자인 제작물 등 직접적인 브랜딩 요소와 더불어 간접적으로는 기업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업의 주요한 마케팅 요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수많은 해외 기업에서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를 전달하는 동시에 '한글'이 가진 심미적 요소와 결합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글 전용 폰트를 도입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국내기업 해외 진출때도 관심 반대로 국내 기업이 해외 진출을 할 때도 현지 회사와 폰트를 공동 개발한다. 현대자동차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일어 전용 폰트를 현지 회사와 공동 개발했다. 12년만에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차가 일본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 마저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해외 게임사들이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며 전용 한글 폰트를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해당 국가 고유의 정서 및 문화가 담겨야 하기에 자국 보다는 해당 국가의 전문기업이 주로 폰트를 개발하는 편이다. 실제로 MS오피스에 기본 탑재된 '맑은 고딕'을 비롯해 애플 'Apple SD 산돌고딕 NEO', 구글 '본고딕' 등은 모두 토종 폰트 디자인 업체 산돌에서 제작한 것이다. 해외 기업이 한국 공략시 제일 먼저 찾는 회사가 된 산돌 관계자는 "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글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추후 한국어 폰트를 추가하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실제 산돌 폰트 구독 플랫폼 '산돌구름'에 해외폰트 판매량이 전년 대비 4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3-06-27 14:50:54[파이낸셜뉴스]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긴 하지만, 낮의 햇살은 따사롭고 활동하기 딱이다. 저수지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산과 들은 울긋불긋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저마다 예쁨을 뽐내는 시기다. 천천히 걸어도,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은 그런 계절이다.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하루 코스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추천하는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가벼운 차림으로 훌쩍 다녀오기 좋은 낭만 가득한 충북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 괴산 문광저수지 해마다 10월이면 온 세상이 노란색으로 물드는 곳이 있다. 새벽 물안개와 노란 은행나무길이 어우러져 더욱 몽환적인 풍경으로 인기인 곳, 바로 괴산 문광저수지다. 양곡저수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물가 400m 구간에 은행나무 300여 그루가 줄지어 서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저수지에 비친 은행나무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절경이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마을 진입로에 은행나무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이다. 해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러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괴산군의 명품 관광지로 손꼽힌다. 은행나무길 주변에는 포토존과 조명이 설치돼 있어 낮과 밤의 풍경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문광저수지는 준 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의 숲과 오래된 고목이 많아 낚시터 전경이 아담하다. 낚시터에 5개의 수상좌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좌대에는 전기 및 화장실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주요 어종은 붕어, 떡붕어, 메기, 잉어, 동자개, 가물치 등이다. 은행나무길 바로 위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저수지 둘레 생태 체험길인 에코로드도 여행 명소다. ■ 보은 삼년산성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보은 삼년산성. 삼년산성이 있는 곳은 보은의 오정산이다. 보은군 최대의 곡창지대 복판에 솟아있는 오정산은 해발 325m이지만, 보은 분지 자체가 200m가량의 고지여서 125m 언덕정도의 낮은 산세를 이룬다. 남·동·북 방향은 능선으로 이어져있고 서쪽으로는 트인 지형의 산이다. 산의 능선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방향 모두 보은 분지가 조망된다. 천혜의 성지인 셈이다. 오정산이 군사·지리적 천혜의 성지인 만큼 신라는 성 쌓기에 국력을 쏟아 붓는다. 성벽 두께 8~10m, 성벽위로 2차선 도로를 여유 있게 낼만큼의 넓이이다. 높이 13~20m의 성벽은 내외벽 안에 흙을 넣지 않고 돌을 사용해 견고함을 더했다. 신라 자비왕 13년(470)에 3년의 공사 끝에 쌓아 ‘삼년산성’이라 했다는 이 성은, 소지왕 8년(486)에 3000명의 인부를 징발하여 고쳐 세웠을 정도로 웅장함을 과시한다. 1500년을 너끈히 버티어 오늘에 이른 이유다. 충주 단양의 북부지역, 청주, 진천, 괴산 등의 중부지역, 옥천, 영동의 남부지역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 보은의 길목 모두가 조망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삼년산성은, 신라가 백제·고구려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역할 했다. 성의 입지와 성의 축조기술, 삼국통일을 노리는 신라의 군사적 전략 등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삼년산성은 삼국시대를 통 털어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삼년산성을 따라 오르다 보면 보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성길을 따라 한 바퀴 거닐어도 좋고, 성벽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그 어떤 것이든 가을의 정취와 낭만이 함께 할 테니. 보은군 보은읍 성주1길 104 ■ 영동 월류봉 둘레길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다정한 길이 있다.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깎아 세운 듯한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 산 아래로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흐르고 깨끗한 백사장, 강변에 비친 달빛 또한 아름다워 양산팔경에 비할 만하다. 우뚝 솟은 월류봉은 달님도 쉬어간다고 할 만큼 경관이 수려한데, 월류봉에 달이 걸려있는 정취는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높이 약 400m의 봉우리로 동서로 뻗은 능선은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달이 머무르는 봉우리’라는 뜻의 이름처럼 직립한 절벽에 걸려 있는 달의 정경이 아름답다. 월류봉 주변에는 물 맑은 하천을 따라 월류봉 둘레길이 조성돼 있는데 길이 완만하고 다양한 풍경을 지녀 사시사철 걷기 좋다. 둘레길은 월류봉 광장을 출발해 반야사까지 이어지는 8.4km 산책길로 총 3구간으로 나뉜다. 기암괴석의 절경과 울창한 숲길,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둘레길을 함께 하는 청아한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이 꽤나 근사하다. 1구간 여울소리길(2.6㎞)은 월류봉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길로 월류봉 둘레길의 대표 코스다. 대부분 완만한 숲길이지만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 구간도 있다. 걸음을 따라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다. 2구간 산새소리길(3.2㎞)에서는 완정마을과 백화마을, 우매리를 거치며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마지막 구간인 풍경소리길(2.5㎞)은 반야교를 지나 백화산을 올라 편백나무 숲과 전망대, 신라시대 고찰인 반야사를 지난다. 아담한 사찰에는 보물인 삼층석탑과 500년 된 배롱나무,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는 문수전 등이 있다. 사찰 뒤편 산허리에 꼬리를 치켜든 호랑이 모양의 거대한 돌무더기가 특이하다. ■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 조용한 풍경 속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아담한 성당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은 1896년 충청북도에 최초로 설립된 성당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 신부 임가밀로가 세운 성당으로 원래 이곳은 명성황후의 6촌 오빠 민응식의 집이 있던 곳이다. 1882년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왔던 곳이기도 하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민응식이 서울로 압송되면서 의병들이 사용하게 되자 일본군들이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프랑스 신부 시잘레가 설계하고, 중국인이 공사를 맡았는데 명동성당의 축소판 같은 인상을 준다. 비슷한 양식의 조금 더 작은 규모로, 안쪽 천장은 원형돔으로 꾸몄다. 현재 대성전은 1930년에 고딕식으로, 사제관은 1934년에 석조 건물로 건립되었다. 사제관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감곡성당에서 수집 보관하고 있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예수성심기, 성모성심기와 그 밖에도 많은 천주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성당과 박물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매산 등산로도 산책 코스로 좋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25 15:00:56[파이낸셜뉴스] 산돌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준비에 나섰다.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기업 산돌은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19일 밝혔다. 산돌의 총 공모주식 수는 149만주로 주당 공모가 희망 밴드는 1만6000~1만8800원이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238억~280억원 규모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244억~1399억원이다. 산돌은 다음달 12~13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후 18~19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공모 자금은 신사업 강화와 해외 사업 확대에 쓸 계획이다. 1984년 설립된 산돌은 국내 최초의 폰트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기본 서체인 '맑은 고딕', 애플 아이폰의 시스템 서체인 '애플 산돌 고딕 네오(Apple SD Gothic Neo)', 구글의 '본고딕'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표적인 한글 서체들을 제작해왔다. 현대카드와 배달의 민족, 삼성전자 등의 전용 서체도 제작했다. 산돌은 국내 최초 클라우드 방식의 폰트 스트리밍 서비스 '산돌구름'을 런칭했다. 산돌구름은 2018년 개방형 폰트 플랫폼 서비스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며 국내 업계 1위 폰트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산돌구름의 지난달 기준 누적 회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다. 산돌은 폰트 플랫폼 서비스를 넘어 종합적인 콘텐츠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윤영호 산돌 대표이사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누구나 쉽게 폰트를 접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선진적인 폰트 사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전했다. 한편 산돌의 상장주관사는 KB증권이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2-09-19 09:04:07[파이낸셜뉴스] 고령층 등 디지털약자를 위한 큰 글자 민원서식이 오는 3월 처음 도입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의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노년층 등 디지털 약자의 이용 빈도가 높은 서식과 오프라인 방문 이용 건수가 많은 서식 등 민원서식 42종에 큰 글자 서식이 적용된다. 큰 글자 서식은 기존 서식보다 글자 크기와 작성란이 더 크다. 항목 배치도 간결하게 개선됐다. 글자체도 가독성 높은 맑은 고딕을 적용해 이용자가 한눈에 읽고 쓰기 편하도록 개선했다. 이에 행안부는 주민등록표 열람, 등초본 교부 신청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서, 자동차운전면허증 갱신, 재발급 신청서 등 민원서식 5종에 큰 글자 서식을 처음 적용해 3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나머지 37종 민원서식 규정도 개정해 단계별로 도입해 나갈 예정이다. 한창섭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앞으로도 국민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펴서 민원서식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2021-01-20 10:14:51[파이낸셜뉴스] 깨알글씨와 좁은 칸 때문에 노인이나 시각약자들이 읽기 어렵거나 작성이 힘들었던 민원신청서 서식의 글씨와 작성 칸이 대폭 커진다. 행정안전부는 10일 이같은 내용의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1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종이 없는 정부' 정책에 맞춰 점점 민원신청서가 사라지고 있지만,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 등은 현장 방문을 선호하는 경우가 아직 많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실제 2019년 전체민원 11억5274만건 가운데 25.8%(2억9658만)가 현장방문을 통해 처리됐다. 먼저 본문 기본 글자크기를 10pt→13pt로 키웠다. 그 외 글자 역시 2~3pt 내외로 확대한다. 가독성이 높은 글자체인 맑은고딕도 적용했다. 글자를 적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작성란 칸 높이도 키웠다. 작성란이 2쪽 이상 늘어날 경우 뒤쪽에 작성란이 있다는 강조 표시도 넣도록 했다. 작성자가 직접 써야 하는 서식 본문은 한 쪽에 모은다. 유의사항·제출서류 등 부수 항목은 다음 쪽으로 분리하는 등 항목 배치와 서식 구성도 변경했다. 적용 대상 서식은 생활 민원 관련 총 42종이다. 운전면허 갱신·재발급 신청서, 적성검사 신청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서 등이다. 디지털 약자의 이용 빈도, 방문 민원건수 등이 고려됐다. 지난 3월부터 한달 간 서식 7종을 대상으로 10개 민원 창구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이용자 만족도는 2.58점(3점 만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이상 호응이 높았다. 대상 서식 42종 중 행안부 소관 5종은 시행규칙 개정에 맞춰 우선 개선하고, 나머지 37종은 각 소관 부처와 협의해 연내 개정할 계획이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큰글자 서식은 생활 속에서 정부혁신의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례"라며 "큰글자 서식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국민 모두를 배려하는 세심한 민원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2020-09-10 10:06:40[파이낸셜뉴스]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세계 음반 판매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컬러드 바이닐 캠페인을 선보인다. 컬러드 바이닐 캠페인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의 한정판 컬러 LP를 선보이는 행사로 국내에선 서울 용산구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다음달 1일부터 31일까지 총 19종의 컬러 LP를 판매할 예정이다. 31일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퀸, 더 후, 크림, 마빈 게이, 본 조비, 벨벳 언더그라운드, 딥 퍼플, 엘라 피츠 제럴드, 롤링 스톤즈 등 장르를 넘나드는 한정판 컬러 LP를 만나볼 수 있어 음악 마니아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앨범 중 하나인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967년 데뷔 앨범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는 팝 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바나나'를 앨범 커버로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앨범은 성 도착증, 사디즘과 마조히즘, 매춘, 마약 등 쉽게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을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록 사운드에 담은 걸작이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발매 당시엔 예술적인 커버와 대조적인 어두운 주제로 극단적인 평단의 반응이 엇갈렸으며 노골적인 표현으로 당시 방송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8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세션으로 녹음을 끝내 노이즈로 가득한 로파이 사운드가 매력적인 이 앨범은 이후 펑크, 고딕 록, 슈게이징에 이르는 여러 스타일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맑은 첼레스타 연주와 부드럽고 포근한 선율로 전개되는 편집증에 대한 곡 '선데이 모닝'이나 불협화음 속에서 다양한 성적 테마를 펼치는 '비너스 인 퍼', D플랫과 G플랫 단 2개 코드로 구성된 '히로인' 등 명곡들이 수록돼 있다. 이 곡에 대해 롤링스톤지는 "위대한 곡을 만드는 데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고 평하기도 했다.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반 500장'과 로버트 다이머리가 쓴 '죽기 전에 꼭 들어야할 앨범 1001'에 올라있기도 한 데릭 앤 도미노스의 '레일라 앤드 아더 어소티드 러브 송스' 역시 눈길을 끈다. 1970년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이 세션 밴드 더 도미노와 만든 프로젝트 앨범으로, 그들의 첫 번째이자 유일한 스튜디오 앨범이기도 하다. 친구 조지 해리슨의 아내인 패티 보이드를 짝사랑한 에릭 클랩튼의 애타는 감정을 담은 앨범으로 데릭이라는 가상의 자아를 앞세운 에릭 클랩튼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발매 당시엔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타이틀곡 '레일라가 싱글로 히트를 기록하며 록의 클래식으로 재평가 받았다. 팝 칼럼니스트 김경진은 "이 앨범의 모든 곡이 탁월하지만 12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니자미 간자비가 쓴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 '레일라와 마즈눈'에서 영감을 얻은 명곡 '레일라'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두 천재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과 듀안 올맨이 들려주는 도입부의 잊을 수 없는 7음계와 5음계 기타 리프, 애절하게 울부짖는 클랩튼의 목소리, 그리고 소위 '피아노 엑시트'로 불린 두 번째 파트에서 드러머 짐 고든의 매혹적인 피아노 연주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듯한 올맨의 슬라이드 기타. 이 곡이 지닌 여러 강렬한 이미지는 음악이 전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준다"고 설명했다. 또 수록곡 '벨 보텀 블루스', 지미 핸드릭스의 '리틀 윙' 커버 트랙과 '스론 트리 인 더 가든' 등의 트랙은 블루스 록의 정수를 선사한다. 유니버설뮤직의 대표 레이블 모타운을 상징하는 아티스트이자 리듬 앤 블루스의 대표주자인 마빈 게이도 1971년 발매한 앨범 '왓츠 고잉 온'으로 이번 캠페인에 이름을 올렸다. 1968년 '아이 헐드 잇 쓰루 더 그레이프바인'이라는 곡을 히트시킨 마빈 게이는 이후 '왓츠 고잉 온'을 발매하며 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소울을 들려줬다고 평가받는다. 혼돈과 혁명의 시대였던 1970년대에 마빈 게이는 이 앨범을 통해 베트남 참전 용사가 바라보는 미국 사회, 그 안에 만연한 온갖 부조리, 불평등과 가난, 환경 문제 등을 노래했다. 김경진은 "작곡과 편곡, 노래와 가사, 녹음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이 앨범을 흠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 이라며 "고요한 물의 흐름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선율, 부드럽지만 탄탄한 리듬, 풍성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다채로운 관악기 연주, 그리고 티 없이 매끈하며 지극히 나른한 목소리까지 모든 곡이 섬세하고 아름답고 관능적이며 매혹적"이라고 극찬했다. 이와 더불어 본 조비의 '크로스로드', 크림의 '디스라엘리 기어스', 롤링스톤즈의 '비트윈 더 버튼스', 딥 퍼플의 '번', 니나 시몬의 '아이 풋 어 스펠 온 유' 등 전설적인 아티스트들의 명반을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만나볼 수 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7-31 10:58:50[파이낸셜뉴스] 깨알같은 글씨와 좁은 칸 때문에 노인이나 시각약자들이 읽기 어렵거나 작성이 힘들었던 민원신청서 서식의 글씨와 작성 칸이 대폭 커진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9일부터 글자와 작성칸 크기를 확 키우고 한 눈에 읽기 쉽도록 디자인을 개선한 ‘큰글자 서식’을 10개 민원창구에서 시범 도입한다고 8일 밝혔다. 본문 기본 글자크기를 10pt→13pt로, 그 외 글자 역시 2~3pt 내외로 확대한다. 가독성이 높은 글자체인 맑은 고딕도 적용했다. 글자를 적을 때 불편함이 없도록 작성란 칸 높이도 키웠다. 작성자가 직접 써야 하는 서식 본문은 한 쪽에 모으고 유의사항·제출서류 등 부수 항목은 다음 쪽으로 분리하는 등 항목 배치와 서식 구성도 변경했다. 이번 사업은 획일적으로 적용되던 서식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개선해 국민들이 종이서식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종이 없는 정부’ 정책에 맞춰 점점 민원신청서가 사라지고 있지만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 등은 현장 방문을 선호하는 경우가 아직은 많다는 판단이다. 실제 2018년 전체민원 9억5500만여건 가운데 현장방문을 통해 처리된 건수는 2억4600여만건으로 25.8%를 차지했다. 시범 민원창구는 세종시 조치원읍사무소, 연기면·장군면·연서면사무소, 한솔동·아름동·보람동·대평동 주민센터와 울산, 부산남부의 운전면허시험장이다. 도입 대상 서식은 △전입신고 △인감신고 △운전면허갱신·재발급 △운전면허 적성검사 등 총 7종이다. 이용자 선호도, 큰 글자서식 활용 비율 등 시범사업 운영 결과를 반영해 향후 큰 글자 서식 적용 대상과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재영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이번 큰글자 서식 도입이 국민들이 정부혁신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2020-03-08 10: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