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유럽 통신사들이 손잡고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 촉구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망 이용료 법제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빅테크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만큼 이에 걸맞은 비용 분담이 이뤄줘야 인터넷 생태계도 선순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내주 서울에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개최하는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서 '망 공방' 장외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빅테크, 공정한 분담 필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31일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방지와 인프라 투자에 대한 공정한 분담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양 협회는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은 공공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유지와 진화를 위해 공정하고 비례적인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넷플릭스 등을 비롯한 주요 빅테크 6곳이 유발한 트래픽 비중은 전체의 64%에 이른다. 지난해에 빅테크를 중심으로 인터넷 트래픽 양은 23%가량 증가했다. 이들은 국내 콘텐츠·온라인 서비스 이용률이 낮다는 등의 주장·통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양 협회는 "한국은 5세대(5G) 이동통신, 광가입자망(FTTH) 보급률 등 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인터넷 이용률, 데이터 사용량, 소셜미디어 이용률 등 인터넷 이용 지표에서도 유럽보다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망 인프라에 대한 빅테크의 공정한 기여로 공유지의 비극을 막고, 선순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유럽 통신사들이 망공정기여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은 EU 집행위원회(EC)가 현재 빅테크의 망 기여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 제정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관련 법안 마련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양측이 체결한 망이용 분담을 위한 협력의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선 관련 법안 7개가 국회에 표류 중이다. M360서도 '망 공방전' 예고 내주 서울에서 개최되는 M360 APAC에서도 망 공정기여와 관련, 통신사인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거대 CP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오는 9월 7일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 공정한 보상 확보'를 주제로 한 세션이 예정돼 있다. 연사로는 이상학 KTOA 부회장, 리사 퍼 ETNO 사무총장을 비롯 망이용료 필요성을 주장해온 로슬린 레이튼 박사도 참여한다. 연사로 참여하는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이용대가는 기본적으로 생태계가 돌아가게 하는 동력"이라며 "생태계 구성, 네트워크 구축 협력 및 논의에 있어 ISP-CP 간 연결고리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플랫폼 측은 ISP와 이미 상당 부분 상호 협력하고 있는 부분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구 페이스북)가 M360에 참석한다. 9월 8일 '차세대 서비스'라는 세션에서 통신사 등 파트너와의 상호협력으로 디지털전환·소비자경험 혁신 등의 사례를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다. 메타 등 빅테크 측은 콘텐츠 전송네트워크(CDN) 등을 통해 통신사의 투자 부담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8-31 15:27:53"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은 현재 위기다. 최악의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재원이 이탈하면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과 달리 국내 방송사업은 지난해 기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이유는 다양하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은 낡은 법 규제는 혁신을 도모하는 국내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의 경쟁에선 한없이 열세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송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해결, 법 개정을 통한 규제완화, 디지털세 도입 등을 대응책으로 꼽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을 진단하고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23일 좌담회에는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가 참여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글로벌 사업자, 국내 사업자가 쫓기 힘든 전략으로 시장 잠식 중국외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받도록 제도 정비를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미디어산업에 투자가 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계속 갈 것우리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해야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새로운 규제는 항상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이 반복돼현실 미디어 상황에 맞게 법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수많은 소비자들은 간접적으로 피해, 국가와 정부가 대신 싸워야거대 플랫폼社에 한국의 기본 방향성·지향점의 변화를 알려야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글로벌 기업과 국내 방송사 간 비대칭적 경쟁 환경으로 상황 악화채널 편성 및 약관 규제·광고 및 심의 규제 전반적인 완화 필요―요즘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가 처한 상황은. ▲홍종윤 교수=성장 한계에 봉착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구글처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들이 쫓아갈 수 없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 법 규제는 국내 사업자들의 혁신 경쟁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규제를 빨리 정비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헌율 교수=시장 환경이 변하지 않는데 투자가 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지난해는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1998년을 제외하고 최초로 방송사업 매출이 줄어든 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방송사 간 비대칭적인 경쟁환경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위기의 가장 큰 이유가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라고 보나. ▲유홍식 교수=자본력의 차이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은 방송 분야의 경우 매출 10조원 이상이면 방송사업을 할 수 없다. OTT 공룡인 넷플릭스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부 다 '구멍가게'인 이유다. 물론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잘 만든다. 제작비가 많아서 방송사들이 못하는 것들을 넷플릭스는 한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다양화됐지만 제작비도 너무 비싸졌다. 시장은 이미 비싸졌는데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그만큼 투자를 할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이 없다. ▲홍종윤 교수=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류 콘텐츠 붐 조성에 일조했지만 국내 콘텐츠 생산·유통·소비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이 해외 콘텐츠 업체의 하청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사실이다. 단순 하청에 그치지 않으려면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도 일차적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선순환 구도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국내 이용자 1인당 유튜브 월평균 이용시간이 무려 40시간에 달한다. 독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사업자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국내 방송미디어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규제의 비대칭성에 따른 구조적인 불공정경쟁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미디어산업을 살리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유홍식 교수= 낡은 규제 철폐다. 역대 정부가 규제 철폐를 이야기해왔지만 미디어 규제는 변한 게 없다. 방송법은 2000년대쯤 만들어진 법으로 수십년을 버티고 있다. 현실의 미디어 상황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방송법 규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초기에 설정된 금액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나. 이에 맞춰서 기준을 2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 ▲이헌율 교수=글로벌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 규모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적 관점에서 우리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채널 편성 및 약관 규제, 광고 및 심의 규제에 대해 전반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흑백요리사는 자본도 있었지만 방송 심의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자유롭고 주목도 높은 연출이 가능했다. 대규모 PPL 유치에 따른 제작비 유치도 가능해 기존 지상파나 유료방송이 만들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이런 콘텐츠를 제작할 역량을 갖춰도 규제허들을 넘기 어렵다.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콘텐츠 사업자는 창의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아무래도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에 대한 것도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데. ▲홍종윤 교수=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의 사용료 논란과 조세회피 의혹이 제기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된다. 국외 사업자들이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매출과 이익에 대해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국내 통신업계 등이 해외 사업자에 소송을 수행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망 사용료 얘기다. 다툼이 아니라 상식적인 요구로 봐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으니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 망 사용의 파이가 늘면, 당연히 수많은 소비자들은 간접 피해를 보는 거다. 망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국가나 정부가 대신 싸워줘야 한다. ▲유홍식 교수=해외 빅테크 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현재 아무것도 없다. 국내법으로 규제를 만들어내면 새 규제가 항상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의 역차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사업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것은 안 된다고 규정하고, (만약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는 반면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디지털시장법(DMA)에는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홍종윤 교수=유럽연합(EU) 주도로 도입되고 있는 DSA, DMA는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될 확률이 높다. 우리도 이에 준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의 대응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력 확보와 시장방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은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역차별 우려를 최소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최소한 거대 플랫폼 회사에 한국의 기본적 방향성, 지향점이 변했음을 알려야 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특정한 사건이 벌어지면 잠시 관심을 두다가 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가 반복되면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가 방송채널사용사업(PP)에 대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고, IPTV의 PP 겸영 제한을 폐지했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정부가 규제완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한다. 다만 PP 등록제 자체가 고강도 진입규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고제로 바꾼다고 해서 신규 PP의 진입이 크게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 IPTV의 PP 겸영 제한 폐지는 PP 시장 및 콘텐츠 시장에 자본유입 및 투자가 확대되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시장 진출 유인장치, 예컨대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나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등을 추가로 고민해 봐야 한다. ▲유현재 교수=시장은 다양해지고, 산업도 더 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경쟁은 곧 클릭이고 노출이라는 생각 속에 더욱 선정적이며 엽기적으로까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분은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모방이나 표절, 선정성, 폭력 등 그런 말초적 요소들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고 할 것이다. 정리=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구자윤 기자
2024-10-23 18:01:32[파이낸셜뉴스]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은 현재 위기다. 최악의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재원이 이탈하면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의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과 달리 국내 방송사업은 지난해 기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이유는 다양하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은 낡은 법 규제는 혁신을 도모하는 국내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의 경쟁에선 한없이 열세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송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해결, 법 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 디지털세 도입 등을 대응책으로 꼽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을 진단하고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23일 좌담회에는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가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가 처한 상황을 짧게 진단 부탁드린다. ▲홍종윤 교수=성장 한계에 봉착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구글처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들이 쫓아갈 수 없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 법 규제는 국내 사업자들의 혁신 경쟁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규제를 빨리 정비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헌율 교수=시장 환경이 변하지 않는데 투자가 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지난해는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1998년을 제외하고 최초로 방송사업 매출이 줄어든 해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전기 대비 감소한 최초의 해이기도 하다.글로벌 기업과 국내 방송사 간 비대칭적인 경쟁 환경이 주요 원인중 하나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위기의 가장 큰 이유가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라고 보시는지 ▲유홍식 교수=결국 자본력의 차이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은 방송 분야의 경우, 매출 10조 이상이면 방송사업을 할 수 없다. OTT공룡인 넷플릭스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부 다 '구멍가게'인 이유다. 물론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잘 만든다. 제작비가 많아서 방송사들은 못하는 것들을 넷플릭스는 한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다양화됐지만 제작비도 너무 비싸졌다. 시장은 이미 비싸졌는데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는 그만큼 투자를 할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이 없다. ▲홍종윤 교수=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류 콘텐츠 붐 조성에 일조했지만, 국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이 해외 콘텐츠 업체의 하청 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사실이다. 단순 하청에 그치지 않으려면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도 일차적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선순환 구도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국내 이용자 1인당 유튜브 월평균 이용 시간이 무려 40시간에 달한다. 독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사업자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국내 방송미디어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규제의 비대칭성에 따른 구조적인 불공정경쟁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뭔가 ▲유홍식 교수= 낡은 규제 철폐다. 역대 정부가 규제 철폐를 이야기 해왔지만 미디어 규제는 변한 게 없다. 방송법은 2000년대 쯤 만들어진 법으로 수십년을 버티고 있다. 현실의 미디어 상황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방송법 규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초기에 설정된 금액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나. 이에 맞춰서 기준을 2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야 한다. ▲이헌율 교수=글로벌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 규모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적 관점에서 우리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채널 편성 및 약관 규제, 광고 및 심의 규제에 대해 전반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흑백요리사는 자본도 있었지만 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자유롭고 주목도 높은 연출이 가능했다. 대규모 PPL 유치에 따른 제작비 유치도 가능해 기존 지상파나 유료방송이 만들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이런 콘텐츠를 제작할 역량을 갖춰도 규제 허들을 넘기 어렵다.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콘텐츠 사업자는 창의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아무래도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에 대한 것도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데 ▲홍종윤 교수=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이 사용료와 매년 국내에서 조세 회피 논란이 벌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가 된다. 국외 사업자들이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매출과 이익에 대해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국내 통신업계 등이 해외 사업자에 소송을 수행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망 사용료 얘기다. 다툼이 아니라 상식적인 요구로 봐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 시키고 있으니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 망 사용의 파이가 늘면, 당연히 수많은 소비자들은 간접 피해를 보는 거다. 망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국가나 정부가 대신 싸워줘야 한다. ▲유홍식 교수= 해외 빅테크 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현재 아무것도 없다. 국내법으로 규제를 만들어내면 새 규제가 항상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의 역차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사업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것은 안된다고 규정하고, (만약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는 반면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디지털시장법(DMA)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홍종윤 교수=유럽연합(EU) 주도로 도입되고 있는 DSA, DMA는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잡게 될 확률이 높다. 우리도 이에 준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의 대응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력 확보와 시장 방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은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역차별 우려를 최소화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최소한 거대 플랫폼 회사에게 한국의 기본적 방향성, 지향점이 변했음을 알려야 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특정한 사건이 벌어지면 잠시 관심을 두다가 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 반복되면 관련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가 방송채널사용사업(PP)에 대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고, IPTV의 PP 겸영 제한을 폐지했는데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정부가 규제 완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한다. 다만 PP 등록제 자체가 고강도 진입규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고제로 바꾼다고 해서 신규 PP의 진입이 크게 증가할것 같지는 않다. IPTV의 PP 겸영 제한 폐지는 PP 시장 및 콘텐츠 시장에 자본 유입 및 투자가 확대되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시장 진출 유인 장치, 예컨대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나 방발기금 지원 등을 추가로 고민해 봐야 한다. ▲유현재 교수 =시장은 다양해지고, 산업도 더 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경쟁은 곧 클릭이고 노출이라는 생각 속에 더욱 선정적이며 엽기적으로까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분 정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방이나 표절, 선정성, 폭력 등 그런 말초적 요소들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할 것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구자윤 기자
2024-10-22 19:43:31"국내 사업자에 공정경쟁 기회를 주려면 정부가 구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트래픽 발생 등 국내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을 지워야 한다". 국내 방송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트래픽 발생 비율이 높은 글로벌 업체들에 맞는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6~27일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주제로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로펌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행사 둘쨋날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이 위원을 비롯해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고려대 이헌율 교수,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 인하대 조성동 교수, 서울대 홍종윤 교수가 참여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제작비는 거의 70% 이상 올랐다"며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만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CP) 2개사(구글·넷플릭스)는 국내 트래픽 점유율이 34%에 달하는데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유럽처럼 CP들에게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국내 레거시 미디어에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인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는 "정부가 주는 장편드라마 제작 지원금은 30억원 정도로 제작비의 약 25% 정도인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제작 형식과 시간 제한도 없지만 국내 방송국은 중간 광고가 가능한 60분 기준 최소 8부작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방송 미디어 제도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도 한 인하대 조성동 교수는 "통합 미디어 컨트롤 타워를 운영해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맞는 규제 혁신 추진 등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편법이 아닌 정당한 방식의 상호 경쟁과 성장, 기여와 협력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3학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홍종윤 교수는 "미디어 3학회가 앞으로 2년만 공동 대응을 해보자"며 "그동안 학계에서 미디어 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대안도 냈지만, 이제는 학계가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자윤 기자
2024-09-29 18:24:08"국내 사업자에 공정경쟁 기회를 주려면 정부가 구글,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트래픽 발생 등 국내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을 지워야 한다". 국내 방송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트래픽 발생 비율이 높은 글로벌 업체들에 맞는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6~27일 ‘국내 방송 미디어 산업 위기의 원인과 극복 방안’을 주제로 한국방송회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로펌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행사 둘쨋날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가 좌장으로 나선 가운데 이 위원을 비롯해 법무법인 세종 이종관 수석전문위원,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고려대 이헌율 교수,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 인하대 조성동 교수, 서울대 홍종윤 교수가 참여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제작비는 거의 70% 이상 올랐다”며 “국내 OTT 사업자들은 망 사용료를 내지만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체(CP) 2개사(구글·넷플릭스)는 국내 트래픽 점유율이 34%에 달하는데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유럽처럼 CP들에게 영향력에 비례해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며 “국내 레거시 미디어에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제작사인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는 “정부가 주는 장편드라마 제작 지원금은 30억원 정도로 제작비의 약 25% 정도인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제작 형식과 시간 제한도 없지만 국내 방송국은 중간 광고가 가능한 60분 기준 최소 8부작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방송 미디어 제도 합리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도 한 인하대 조성동 교수는 “통합 미디어 컨트롤 타워를 운영해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 맞는 규제 혁신 추진 등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편법이 아닌 정당한 방식의 상호 경쟁과 성장, 기여와 협력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3학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홍종윤 교수는 “미디어 3학회가 앞으로 2년만 공동 대응을 해보자”며 “그동안 학계에서 미디어 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대안도 냈지만, 이제는 학계가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9-28 15:10:21【파리(프랑스)=김준혁 기자】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불균형적인 협상력을 고려한다면 네트워크 사용료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법·제도적인 장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 사무실에서 만난 로맹 보낭팡 FFT 회장(사진)은 빅테크를 비롯한 CP의 네트워크 인프라 발전 기여를 의무화할 수 있는 제도적 프레임워크(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낭팡 회장은 "프랑스에선 CP 5개사가 전체 트래픽 중 50% 이상, 피크시간대엔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돼 있어 네트워크 기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논의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이 있다면 사례별로 사법·행정적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아시아권 대비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발전 수준·속도가 더딘 유럽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CP의 고통 분담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프랑스 내 5G 상용화율은 17%에 불과하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유럽 내 통신사들이 연간 550억유로(약 78조7044억원)를 투자 중인 반면, 빅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170억유로(약 24조3268억원), 네트워크 인프라에는 10억유로(약 1조4309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보낭팡 회장은 "네트워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산업용 5G 등 핵심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데 새로운 기술 개발 투자도 진행돼야 한다"며 "EU 통신사들은 디지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보수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유럽 집행위원회(EC)에서 인터넷 생태계 내 규칙 제정·규제를 통해 시장 권력의 비대칭 해소가 가능해진다면, 유럽 각 국가들은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며 "유럽 내 디지털 인프라 안정이 가속화된다면 국제 수준의 협력과 교류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처럼 망사용료 제도 마련을 위해선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낭팡 회장은 "네트워크 사용과 그에 따른 대가 지불 이슈는 현재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 "CP가 거대 지배력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분절화된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EU와 같은 국가들 간의 연대를 통해 국제적 수준에서의 대응 및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EC의 집행위원 구성에도 유럽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앞서 EC는 올해 2월 CP의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에 대한 공정기여(fair share)를 강제하도록 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안(DNA)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공식 입법이 아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사전 작업으로, 추가 입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같은 시기에 EC 선거가 겹치면서 입법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2024-07-21 18:51:23【파리(프랑스)=김준혁 기자】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불균형적인 협상력을 고려한다면 네트워크 사용료 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법·제도적인 장치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통신사업자연맹(FFT) 사무실에서 만난 보냉 보넨판르 FFT 회장은 빅테크를 비롯한 CP의 네트워크 인프라 발전 기여를 의무화 할 수 있는 제도적 프레임워크(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넨판르 회장은 "프랑스에선 CP 5개사가 전체 트래픽 중 50% 이상, 피크 시간대엔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집중돼 있어 네트워크 기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네트워크 비용 분담을 논의할 수 있는 정책적 틀이 있다면 사례별로 사법·행정적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제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미·아시아권 대비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발전 수준·속도가 더딘 유럽은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만큼 CP의 고통 분담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프랑스 내 5G 상용화율은 17%에 불과하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유럽 내 통신사들이 연간 550억 유로(약 78조7044억원)를 투자 중인 반면, 빅테크는 전 세계적으로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에 170억유로(약 24조3268억원), 네트워크 인프라에는 10억유로(약 1조4309억원)를 투자하는 데 그치고 있다. 보넨판르 회장은 "네트워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산업용 5G 등 핵심 네트워크를 현대화하는 데 새로운 기술 개발 투자도 진행돼야 한다"며 "EU 통신사들은 디지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높은 수준의 네트워크 구축 및 보수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유럽 집행위원회(EC)에서 인터넷 생태계 내 규칙 제정·규제를 통해 시장 권력의 비대칭 해소가 가능해진다면, 유럽 각 국가들은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며 "유럽 내 디지털 인프라 안정이 가속화된다면 국제 수준의 협력과 교류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처럼 망사용료 제도 마련을 위해선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활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보넨판르 회장은 "네트워크 사용과 그에 따른 대가 지불 이슈는 현재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CP가 거대 지배력을 통해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분절화된 대응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EU와 같은 국가들 간의 연대를 통해 국제적 수준에서의 대응 및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EC의 집행위원 구성에도 유럽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앞서 EC는 올해 2월 CP의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에 대한 공정기여(fair share)를 강제하도록 하는 디지털네트워크법안(DNA)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공식 입법이 아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사전 작업으로, 추가 입법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같은 시기에 EC 선거가 겹치면서 입법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 보넨판르 회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존에 DNA를 강력하게 추진해 온 프랑스 통신사 오랑쥬(Orange) 출신의 테에리 브르통 집행위원을 지지해 왔다"면서도 "하지만 조기 총선에서 범여권이 패배했고, 정당별 추천 위원에 대한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만큼 티에리 브르통이 연임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07-21 13:52:58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27일 인사 청문회에서 포털 뉴스시스템과 관련,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공정성 관련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책임·기업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공정성을 강조했다. 또한 망사용료에 대해선 과도한 점은 시정하고 이용자 불편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제평위 등 포털 뉴스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묻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김 후보자는 "8년 간 제평위가 유지되면서 여러가지 비판 여론도 있었다"며 "포털의 기사배열, 제평위의 공정성 등 공정성과 관련해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포털사의 사회적 책임, 기업 활동의 자유 등이 잘 조화되도록 하는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트위치가 한국 철수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망사용료과 관련한 의견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과도한 망이용료 등이 있다면 시정돼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트위치 등의) 철수에 따라서 국내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이나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법률·규제 등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법률적인 전문 지식, 규제와 관련된 경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 등을 앞으로 더 활용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겠다"며 "방송·통신 사정에 대해서 더 공부해 방송·통신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방통위 2인 체제 적법성 지적에 대해선 "시급한 문제에 대해선 2인 체제에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직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방통위는 이동관 전 위원장 취임으로 출범한 6기 방통위 체제 이후에도 2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전 이원장이 물러난 뒤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 상태다. 김준혁 기자
2023-12-27 18:29:35[파이낸셜뉴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는 27일 인사 청문회에서 포털 뉴스시스템과 관련,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공정성 관련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책임·기업의 자유를 기반으로 한 공정성을 강조했다. 또한 망사용료에 대해선 과도한 점은 시정하고 이용자 불편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제평위 등 포털 뉴스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묻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김 후보자는 "8년 간 제평위가 유지되면서 여러가지 비판 여론도 있었다"며 "포털의 기사배열, 제평위의 공정성 등 공정성과 관련해선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포털사의 사회적 책임, 기업 활동의 자유 등이 잘 조화되도록 하는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제평위는 공정성 논란 및 비판에 지난 5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그는 최근 트위치가 한국 철수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된 망사용료과 관련한 의견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과도한 망이용료 등이 있다면 시정돼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트위치 등의) 철수에 따라서 국내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이나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금까지의 법률·규제 등 경험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법률적인 전문 지식, 규제와 관련된 경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능력 등을 앞으로 더 활용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겠다"며 "방송·통신 사정에 대해서 더 공부해 방송·통신 공정성을 확보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방통위 2인 체제 적법성 지적에 대해선 "시급한 문제에 대해선 2인 체제에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바람직한지 여부는 차치하고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방통위는 이동관 전 위원장 취임으로 출범한 6기 방통위 체제 이후에도 2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 전 이원장이 물러난 뒤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 상태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12-27 15:23:54늦어도 올해 하반기 법안 초안을 갖출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판 망 공정기여(fair contribution) 논의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유럽 전역에서 더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다. 내년 유럽연합(EU) 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둔 국내도 망사용료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C 내부시장은 지난달 디지털네트워크법(Digital Network Act·DNA)을 제안했다. 네트워크 투자 인프라 재편, 신사업 육성, 안보 강화 등을 골자로 확장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장외전을 펼쳐 온 망 공정기여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업계는 법안 논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오는 2025년에나 법안 초안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럽 내 망 공정기여와 관련해 일부 국가가 '신중론'을 표명하고 있는데다 내년 선거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망중립성을 강조해 온 영국의 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최근 네트워크 서비스 발전·혁신을 위한 변화의 필요성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망 인프라에 대한 공정 기여·의무 분담은 아직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아돌포 우르소 이탈이아 산업부장관은 "빅테크를 비롯 디지털인프라로 혜택을 보는 모든 주체들이 공정하고 비례하게 기여해야 한다"면서도 "이탈리아는 EC가 더 깊은 조사를 진행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공정한 기여를 집행하는 방법론에 있어 신중하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EU는 내년 중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새로운 EU 구성 등에 따라 법안 추진력 여부가 결정될 수 있고, 논의가 미뤄지면 기한을 내후년으로 넘길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9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손을 잡으며 법적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국회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법안 마련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망사용료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정부나 국회도 원론적인 입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9개의 관련 법안도 21대 국회 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11-01 18:3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