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신작 '스타워즈 아웃로'가 기대 속에 출시됐지만 시장 반응이 애매하다. 좋게 말해 애매하다이지, 사실은 혹평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필자는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의 광팬이기 때문이다. 어쌔신 크리드 고대 3부작에서 보여준 '게이머의 영혼을 울리는 서사'(절대 주관적인 평임을 밝힌다)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개인적으로 어쌔신 크리드의 모든 시리즈 중에서 '오디세이'의 카산드라와 '발할라'의 에이보르 캐릭터를 가장 좋아한다(이전에는 로그의 셰이 패트릭 코맥이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속 세상이 때론 현실보다 더 진실할 때가 있다. 필자에겐 특히 '어쌔신 크리드'가 그렇다. 역사와 신화를 넘나드는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우리 시대의 거울이 된다. 특히 '오디세이'의 카산드라와 '발할라'의 에이보르는 시공간을 초월한 영웅으로서,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불멸의 영웅, 현대인의 초상 카산드라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과거에 멈춰 있지 않다. 불멸의 존재로서 수천 년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가족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자아를 찾아가는 인간 보편의 여정이다. 카산드라의 불멸성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둘 잃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 사회의 고독과 소외를 본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연결된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우리의 모습이 그녀에게 투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인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우리에게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카산드라가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여성 영웅의 등장은 단순히 게임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카산드라는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성별이 아닌 용기와 결단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바이킹의 세계와 현대 사회의 딜레마에이보르는 거친 바이킹의 세계를 대변한다. 그(혹은 그녀)의 이야기는 얼핏 폭력과 정복의 서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리더십의 의미,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려는 고뇌가 담겨있다. 이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한 딜레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에이보르의 여정은 단순한 정복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땅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민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고민을 대변한다. 에이보르와 시구르드의 관계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반영한다. 의형제이자 동료, 때로는 경쟁자가 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마주하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본다. 충성과 배신, 신뢰와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에이보르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대와 문화의 충돌과 화해두 영웅의 만남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가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카산드라의 지혜와 에이보르의 용기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다양성이 어떻게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목격한다. 이는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오늘날의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만남은 또한 역사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카산드라가 대표하는 고대 문명과 에이보르의 시대를 잇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지혜와 경험이 어떻게 축적되고 전승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미래로 전하는 과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그래픽이나 게임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신화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현대인의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덕분이다. 카산드라와 에이보르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상상한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암살자와 템플러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의 구도를 넘어선다. 그것은 자유와 질서, 개인과 집단, 변화와 안정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상징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와 효율성,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게임은 현실도피의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이다. '어쌔신 크리드'가 보여주는 것처럼, 좋은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나 바이킹의 대이동과 같은 사건들이 오늘날의 국제 정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역사의 순환성을 책에서 보다 더 생생히 느끼게 된다. 우리 시대의 '크리드'카산드라와 에이보르가 각자의 시대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은 우리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행복과 대의 사이에서,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그들이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게임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철학적 사고의 장이 된다. 결국 카산드라와 에이보르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시대와 환경은 달라도,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사랑하고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발견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용기를 얻는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신조로 살아가고 있는가.' 카산드라와 에이보르처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울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게임을 넘어 우리의 현실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게임이, 아니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모험일 것이다. 게임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우리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 그것이야말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크리드(신조)'일 것이다. 그리고 그 크리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갈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발할라 #유비소프트 #스타워즈 #아웃로 #게임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24-09-14 14:02:57옛부터 일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하면 노련(老鍊)하다고 했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현하면 노숙(老熟)하다고 칭송했다. 노형(老兄), 장로(長老), 노대가(老大家) 등은 나이든 사람들에 대한 존칭이었다. 그런데 청춘문화가 범람하고 기계문명에 의한 이기가 등장하며 속도와 효율이 강조되면서 노인의 위상이 노둔(老鈍), 노쇠(老衰), 노약(老弱)으로 격하되면서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가고 있다. 장수시대를 맞아 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노인을 바라보게 할 수는 없을까 고심해본다. 노화연구를 업으로 삼아온 나 자신도 생체의 기본단위인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확대 발전해 인간의 노화에 대한 노화종적 관찰 연구를 오랫동안 추진해 왔으나, 이러한 과정에서 노화란 어쩔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다는 운명론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서 인간이 늙어 죽게 되어있다면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의 최종단계에 있는 백세인을 대상으로 한 노화연구를 통해 답을 구하고자 했다. 백살 정도 되신 분들은 죽기 직전의 상황으로 당연히 의기소침하고 신체생리기능도 형편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방방곡곡을 다니며 찾아가 면담을 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백세인들이 인간에게 필요한 규범인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단(四端)을 지키고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칠정(七情)을 발산하며 당당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백세인 어느 누구 하나 삶을 포기하거나 더불어 살려고 하지 않는 분이 없었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으로 가득 차있었던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깨닫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공부하고 자기개발에 열중하는 분, 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분, 젊은이 못지않은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과 같은 백세인들을 만나며 백살이 넘어도 홀로 당당하게 살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인간의 고령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가지게 되었다. 백세인은 생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피가 끓는 생명의 열기와 욕망을 가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백살의 나이에도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장수시대를 맞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나이듦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영어로 'aging'을 번역할 때 보통 노화 또는 늙음이라고 번역하지만 진정한 의미는 '나이듦(加齡)'이다. 나이듦을 다시 자람(成長)과 늙음(老化)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이 들면 들수록 더 좋아지고 더 커지고 더 많아져 가면 자람이다. 반면 나이 들수록 더 나빠지고 더 작아지고 더 줄어들면 늙음이다. 자람의 시기에는 자신의 선택을 통해서 미래를 위한 능동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늙음의 시기에는 선택을 포기하고 과거를 향하여 피동적으로 밀려 나고 있다. 그렇다면 몇 살까지 자람이고 몇 살부터 늙음이 되는가? 그 경계선이 30살인가 50살인가 70살인가? 사회적으로는 연령을 바탕으로 노인을 규정해 정년과 은퇴를 결정하는 시도가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자람과 늙음의 차이는 연대적 연령이 아니라 자신의 독자적 선택에 따라 이뤄짐이 분명하다. 내 자신의 의지에 의한 능동적인 선택을 통해서 책임지고 나가면 자람은 계속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나이듦을 늙음이 없는 무제한 자람으로 이어지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나이듦의 당당함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남에게 의존적이지 않는 독립적 삶을 영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능력(ADL)과 도구적 생활능력(IADL)을 갖춰 자신의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지켜야 하고 이웃과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자식세대들에 대해서도 의존하지 않고 포용하는 대범한 자세가 필요하다. 버트런드 러셀이 '행복의 정복'에서 언급한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나이 많은 사람의 삶을 좌지우지하려고 시도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다. 마찬가지로 나이 많은 사람이 젊은이의 삶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역시 옳지 못하다." 연령의 한계를 벗어나 서로 당당하고 대등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내 스스로 선택해 책임지는 삶은 독립정신을 필요로 한다. 최근 구곡순담(구례·곡성·순창·담양) 지역 백세인 연구에서 전남대학교 이정화 교수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백세인의 경우 자기부양비율이 높을수록 삶의 질이 양호하다고 했다. 자식이나 지역사회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직접 지키고 책임질수록 행복함을 보여주었다. 나이 탓하지 말고 남 탓하지 말고, 하자 주자 배우자의 의지로 자신을 책임지는 독립적 삶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생명현상의 생로병사 무엇 하나 문제없이 넘어가는 것이 있는가? 산다는 것은 문제투성이고 고통을 빚는 일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생명을 거룩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떠한 간난신고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숭고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백살이라는 나이에도 젊은 사람들과 비교해 손색없는 삶을 사는 모습은 생명의 엄숙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거룩한 생명을 거룩한 나이듦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나이든 사람들이 멈칫거리거나 주저하지 말고 스스로 당당하게 일어나야 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여 나이든 사람의 노둔, 노쇠, 노약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때가 되었다. 과거의 단순 수명연장시대를 벗어나 이제 진정한 기능적 장수(Functional Longevity) 시대를 이뤄야 한다. 기능적 장수와 노인의 독립적 삶을 추구하는 운동은 불가분리(不可分離)한 동전의 앞뒤이다. 전남대 의대 연구석좌교수
2023-03-02 18:13:51[파이낸셜뉴스] 중국 게임사가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의 광고에서 이순신 장군을 중국 소속으로 표기했다가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게임 개발사 '4399'의 한국 법인 '4399코리아'는 지난 15일 신작 모바일게임 '문명정복: Era of Conquest'(문명정복)을 출시했다.해당 게임은 한국, 로마, 아랍,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8대 문명을 체험할 수 있는 모바일 전략게임이다. 문제는 해당 게임을 광고하면서 광고 이미지에 이순신 장군의 소속 문명을 중국 문명으로 소개한 것이다.이에 국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선을 넘었다" "역사왜곡 행위"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게임사 측은 지난 16일 광고를 즉시 삭제 조치했다. 게임사 측은 이날 이용자 커뮤니티의 공지사항을 통해 "문명정복은 글로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어 광고 제작사에서는 여러 나라의 광고 이미지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다"며 "이미지 제작을 위해 작업하던 중 편집 실수가 발생했으며 별도 검수를 받지 않은 상태로 광고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명과 영웅의 명칭이 잘못 기재된 것은 이미지 편집상의 실수로 인한 광고 이미지만의 문제였으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버전으로 서비스 중인 게임 내에서는 영웅 설명 및 스토리를 통해 올바른 소속 문명을 정상적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게임을 둘러싼 역사 관련 논란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출시한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국 진출을 기념하면서 '한복' 아이템 의상을 선보였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은 중국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국내 누리꾼이 반발하자 이 게임사는 한국판 서비스를 종료해버렸다. 지난해에는 중국 게임 '스카이: 빛의 아이들'에서 아이템으로 등장한 '갓'을 놓고 중국 누리꾼들이 트집을 잡았다. 이에 게임사 대표가 갓을 중국 문화로 여기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특히 모바일 게임은 아동과 청소년에게 접근성이 좋은 만큼, 잘못된 문화와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기에 큰 우려가 되는 게 사실"이라며 "향후 중국 게임에서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또다시 왜곡하면, 비난과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응해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2-07-19 08:50:03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히는 '아스테카'.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중·고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아스테카지만 우리에겐 전쟁과 인신공양의 잔혹한 이미지와 스페인 정복자를 자신의 신으로 오해한 멸망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스테카는 활발한 정복전쟁과 이를 바탕으로 메소아메리카(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일대) 전역을 하나로 연결한 강력한 국가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난 3일 시작된 특별전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아스테카의 역사와 문화의 본 모습을 살피고 잔혹하게만 여겼던 인신공양과 정복전쟁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는 전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번 특별전은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비롯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린덴박물관, 네덜란드 국립세계문화박물관 등 멕시코와 유럽의 11개 박물관이 소장한 아스테카 유물 20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아스테카의 문화와 종교 등 여러 분야를 지배했던 그들의 독특하고 복잡한 세계관과 신화를 설명한 뒤, 자연환경과 생활 모습 및 정치경제 체제를 소개한다. 그리고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의 모습과 그 가운데 핵심적인 건축물인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1부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에서는 아스테카 최고의 조각품인 '태양의 돌'을 통해 아스테카 사람들이 이해한 세상의 모습과 그들의 신비로운 신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25t에 달하는 태양의 돌을 3D 데이터로 정교하게 제작한 재현품 위에 전시와 관련된 영상이 펼쳐지는데 이를 통해 아스테카 세계관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2부 '아스테카의 자연과 사람들'은 다양한 생태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갔던 아스테카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을 살펴본다. 특히 원주민 그림문자로 제작한 '멘도사 고문서' 속 이미지를 활용해 아스테카의 문화를 생동감 있게 소개한다. 3부 '정복과 공물로 세운 아스테카'는 멕시코 전역을 하나로 연결한 아스테카의 활발한 정복전쟁과 공물 징수 체계를 살펴보고, 4부 '번영의 도시 테노치티틀란'에서는 아스테카의 중심 도시인 테노치티틀란의 발전상을 살펴본다. 테노치티틀란은 15~16세기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가운데 하나로, 이곳에 도착한 스페인 사람들은 도시의 규모와 발전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독수리 머리' 석상과 같이 도시 곳곳을 꾸몄던 아름다운 건축 장식과 귀족들이 사용한 토기들은 테노치티틀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또 5부 '세상의 중심, 신성 구역과 템플로 마요르'는 테노치티틀란의 신성 구역에서 벌어진 다양한 제의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본다.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 등 대신전 템플로 마요르 일대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잔혹한 인신공양이 사실은 사람들을 지배하고 주변 정치집단을 통치하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8월 28일까지. 박지현 기자
2022-05-05 17:47:08오랜 시간 역사의 변방에서 잊혀진 얼굴들이 있다. 문명의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는 언제나 침략자들로부터 자신의 삶과 터전을 빼앗긴 침탈의 역사가 있다. 정복을 통한 찬란한 승리의 그림자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넓고 깊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이어져온 제국주의의 역사의 궤적 중 신대륙 개척은 다른 침략의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은 채 이어져왔다. 북미와 남반구의 몇몇 국가들이 자신들의 찬란한 역사의 시작을 200여년 전부터로 추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학살당하고 비옥한 동부의 땅을 벗어나 황량한 서부로 향했다.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조상인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과 남태평양의 원주민들도 유럽인이 금광 개척과 죄수들을 가두기 위해 상륙한 18세기 말부터 비옥했던 해안가의 땅을 떠나 사막으로 가득한 내륙으로 점점 밀려 들어왔다. 보이드는 이러한 자신의 조상들의 과거사를 다시 돌아보며 주류의 역사를 뒤집어보는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호주 내에서 소수민족이 되어버린 에보리진의 침탈 역사를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과 미국 MGM사가 1962년 제작한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의 내용과 이미지를 차용해 그려냈다.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영국 여왕의 초상과 초대 호주 총독 '제임스 쿡'의 초상을 작품에 담아내고 이를 통해 유럽인들에게 금은보화가 묻힌 보물섬 정도로 여겨졌던 조상들의 땅과 그 소설 안에서 비춰진 원주민들의 모습을 역으로 재조명했다. 전시는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7-08 17:11:39오랜 시간 역사의 변방에서 잊혀진 얼굴들이 있다. 문명의 중심에서 벗어난 곳에는 언제나 침략자들로부터 자신의 삶과 터전을 빼앗긴 침탈의 역사가 있다. 정복을 통한 찬란한 승리의 그림자는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넓고 깊다.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중·후반까지 이어져온 제국주의의 역사의 궤적 중 신대륙 개척은 다른 침략의 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난을 받지 않은 채 이어져왔다. 북미와 남반구의 몇몇 국가들이 자신들의 찬란한 역사의 시작을 200여년 전부터로 추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학살당하고 비옥한 동부의 땅을 벗어나 황량한 서부로 향했다. 작가 다니엘 보이드의 조상인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과 남태평양의 원주민들도 유럽인이 금광 개척과 죄수들을 가두기 위해 상륙한 18세기 말부터 비옥했던 해안가의 땅을 떠나 사막으로 가득한 내륙으로 점점 밀려 들어왔다. 보이드는 이러한 자신의 조상들의 과거사를 다시 돌아보며 주류의 역사를 뒤집어보는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호주 내에서 소수민족이 되어버린 에보리진의 침탈 역사를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과 미국 MGM사가 1962년 제작한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의 내용과 이미지를 차용해 그려냈다.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는 영국 여왕의 초상과 초대 호주 총독 '제임스 쿡'의 초상을 작품에 담아내고 이를 통해 유럽인들에게 금은보화가 묻힌 보물섬 정도로 여겨졌던 조상들의 땅과 그 소설 안에서 비춰진 원주민들의 모습을 역으로 재조명했다. 작가는 자신의 처지와 위치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어했는데 자신의 회화 작업 위에 투명한 풀로 볼록한 점을 찍어 이를 통해 "우리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하고자 했다. 자신의 기원에 대해 늘 궁금해하던 작가는 이번에 첫선을 신작에선 부모와 조상의 시대를 넘어 우주의 근원까지 파헤친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암흑물질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풀로 만든 볼록한 원형의 점 사이를 검은색으로 채웠는데 모든 빛을 흡수해버릴 것 같은 검은색의 여백을 바라보면 우리가 잃어버렸던 역사는 무엇인지, 또한 시공간을 넘어 우리가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여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로 한국을 찾지 못한 작가는 "나의 작품은 모두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찰과 '나'를 이룬 선조들의 존재로부터 시작한다"며 "작품 속 렌즈와 같은 점들은 우리가 하나의 집단으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지각하는 방식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 1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7-08 14:21:04【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교육청(교육감 노옥희)이 7월 1일자 지방공무원 266명에 대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22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공로연수 및 퇴직 등 결원에 따른 승진임용 35명, 보직기관 만기 등으로 인한 전보 148명, 신규임용 3명, 공로연수 및 퇴직, 휴·복직 등 80명이다. 공로연수를 앞둔 정민치 행정국장의 후임으로 문명곤 정책관(3급)이 임용됐다. 또한, 강현철 초등교육과 초등행정팀장, 한미화 정책관 예산관리팀장, 박봉국 재정복지과 경리팀장, 김현미 감사관 감사1팀장, 서미진 재정복지과 계약팀장, 박상무 울산광역시교육연구정보원 총무과장이 4급으로 승진 전보됐다. 특히, 전체 4급 승진자 6명중 50%인 3명이 여성으로 고위직의 여성 공무원 확대도 눈여겨 볼만하다. 여성관리자 비율의 꾸준한 증가는 “양성평등 공직사회 구현”을 위한 노옥희 교육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 된다. 이번 정기인사는 전보점수제를 통한 공정한 인사, 개인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한 맞춤형 인사, 육아휴직 복직자와 장애인공무원을 위한 배려하는 인사에 초점을 뒀다. 노옥희 교육감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이번 정기인사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울산교육의 주요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인사 명단 ▣ 승진 ◆4급 △정책관실 강현철 △감사관실 한미화 △안전총괄과장 박봉국 △교육연구정보원 총무부장 김현미 △교육연구정보원 정보지원부장 서미진 △학생교육원 총무부장 박상무 ◆5급 △남창고 김경숙 △울산스포츠과학고 김정현 △울산에너지고 명현수 ◆6급 △교육연수원 박화연 △학생교육원 안준일 △유아교육진흥원 김욱동 △무룡고 이은영 △문현고 권미화 △신선여자고 이동건 △온산고 이정금 △울산산업고 이승재 △울산상업고 박주영 △울산생활과학고 정은경 △울산애니원고 류미정 △울산혜인학교 최영화 △삼산초 김미경 ◆7급 △총무과 최문정 △강남지원청 최근우 △화암고 김동우 △꽃바위유치원 서정덕 △명덕초 황정순 △문현초 백재곤 △방어진초 김도훈 △양지초 박희영 △평산초 이지원 △온남초 김선희 △강북지원청 전진호 △울산에너지고 김광우 △울산혜인학교 김근형 ▣ 전보 ◆3급 △행정국장 문명곤 ◆4급 △정책관 김옥자 △총무과장 정준환 △강북지원청 행정지원국장 민병수 △울주도서관장 문승곤 △학생교육문화회관장 장삼수 ◆5급 △정책관실 손혜영 △감사관실 안난희 △초등교육과 한수정 △민주시민교육과 최지영 △재정복지과 황승용 △재정복지과 이상정 △재정복지과 이혜림 △안전총괄과 김기종 △교육연구정보원 홍정숙 △울산과학관 김희경 △범서고 김일곤 △학성고 강민성 ◆6급 △강남지원청 신태규 △교육연구정보원 김영진 △남부도서관 강태헌 △중부도서관 김미경 △학생교육문화회관 오은숙 △방어진초 임창민 △상안중 김미정 △성안중 장민성 △송정초 황영일 △약사초 박상호 △개운초 황영옥 △격동초 유영남 △덕신초 박영혁 △삼남초 김정민 △청솔초 박재희 △청량중 김영곤 △학성중 이연희 △총무과 김진만 △남부도서관 김은정 △학생교육원 이봉남 △두서초 황경옥 ◆7급 △시의회 문혜경 △시의회 임진욱 △정책관실 송지훈 △중등교육과 김지애 △유아특수교육과 김종운 △미래교육과 박효정 △체육예술건강과 이은미 △총무과 박준오 △총무과 임세정 △재정복지과 김은아 △노사협력과 이정은 △교육여건개선과 조미영 △강북지원청 천은희 △교육연구정보원 김윤아 △교육연수원 이시원 △울주도서관 김현승 △유아교육진흥원 권오진 △매곡고 장윤희 △무룡고 하미경 △약사고 김주진 △온산고 김지혜 △온산고 이나경 △울산중앙여자고 이영하 △울산중앙여자고 김미정 △학성고 엄정아 △울산산업고 김진경 △울산행복학교 이은영 △울산혜인학교 문채영 △남외초 김진형 △매곡초 서정권 △매산초 임혜경 △명덕초 박성상 △명정초 김송희 △방어진초 김영은 △백양초 이혜진 △상안초 최은영 △약사초 이원정 △약수초 허성범 △외솔초 박재호 △호계초 배주연 △울산제일중 이수진 △화봉중 추정란 △화암중 김미재 △구영유치원 신민주 △개운초 이경민 △굴화초 김장미 △반천초 최상민 △방기초 배선경 △영화초 하민옥 △온양초 전미경 △울주명지초 이성아 △월봉초 박선화 △남창중 황규정 △문수중 김경민 △학성중 김홍주 △강남지원청 강필중 △교육연구정보원 김주혜 △총무과 김명숙 △학생교육원 김은주 △함월초 최희순 △덕신초 이덕순 △반천초 이숙환 △삼평초 김옥경 △신정초 송종선 △총무과 노진명 △내황유치원 최상철 △울주도서관 권선오 △교육수련원 하주성 △매곡고 안흥찬 △울산상업고 임동휘 △주전초 윤주평 △매곡중 팽동환 △진장중 김기태 △반곡초 이정혁 △천상초 임동삼 △웅촌중 김상헌 △월평중 이홍석 ◆8급 △정책관실 최민선 △감사관실 정혜원 △초등교육과 노현지 △안전총괄과 배상미 △강북지원청 박종균 △강북지원청 허혜주 △강남지원청 정은희 △강남지원청 황희나 △강남지원청 조영현 △강남지원청 최주연 △교육연수원 이기도 △중부도서관 이세형 △수학문화관 신종필 △울산강남고 성민욱 △학성고 이재익 △효정고 황준혁 △내황초 우다은 △동대초 김성애 △미포초 윤정욱 △은월초 신은율 △천곡중 김벼리 △학성여자중 이은진 △덕신초 신기봉 △온남초 이혜경 △호연초 정인숙 △신정중 이상율 △체육예술건강과 한수정 △강북지원청 최세영 △주전초 김일환 △범서고 김정수 ▣ 신규발령 ◆9급 △강남초 정해리 △남산초 이주연 △동평초 김윤진 ▣ 퇴직 ◆정년퇴직 △정책관 심이택 △시의회 한영제 △강남지원청 주용수 △교육연수원 이상만 △학생교육원 김남식 △강북지원청 박재식 △교육수련원 강병옥 △교육시설과 이영석 △강남지원청 김재규 △성안중 이명수 △학생교육원 허지현 △총무과 표현진 △중부도서관 배윤희 △삼일초 강만자 △범서초 송일선 △중남초 김경자 △울산상업고 김종만 △이화중 김인섭 △구영초 김용도 △중남초 정병조 △월평중 김재욱 △주전초 정명화 △두서초 박해용 ◆명예퇴직 △남부도서관 김형민 △웅촌중 서상호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1-06-22 16:16:31【파이낸셜뉴스】 "잉카를 떠올리면 돌과 산, 그리고 야마만 생각나시나요. 그건 편견입니다."먹고 마시고 자고. 뻔하고 식상한 여행기가 아닌 삶의 경이로움에 다가선 색다른 탐사 여행기가 출간됐다.600년 전 잉카인이 걸었던 그 길로, 하늘 속 도시를 탐험한 스페인 건축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룬 '안녕, 잉카' (효형출판).책은 15세기 불꽃처럼 나타나 단 60여년 만에 숱한 유산을 남겼지만, 허망하게 사라진 잉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스터리한 그 문명의 중심인 쿠스코부터 문화를 꽃피게 해줬던 곡창 지대, 그리고 밀림 속 요새를 저자가 걷고 남긴 기록이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가보기는 어렵지만, 저자는 직접 오감을 동원해 한땀 한땀 써내려간 글과 잉카 건축 스케치,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의 상상 너머 잉카와 마추픽추, 안데스의 밑그림을 더해준다. 때로는 감수성 넘치는 에세이스트로, 한편으로 통찰력 있는 예리한 건축 탐사가로, 긴장감을 이어간다.저자는 집필 의도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쿠스코와 마추픽추를 답사하는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떠난다. 그리고 초케키라우 트레킹이나 마추픽추 정통 잉카 트레킹의 역사적인 의미와 신비를 접했다면 좋을 텐데."무엇보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스페인 건축을 기반으로, 사라져버린 잉카를 이 세상에 다시금 꺼내보였다. 그렇다고 고루한 문명 답사기는 아니다. 건축물만 줄줄 나열하거나, 개인적 감상만 풀어내지도 않았다. 건축가로서 벽돌 한 장 한 장 테라스가 갖는 의미 등을 친근하고 신비하게 풀어내는 글맛이 맛깔나다. 거친 숨과 함께 써내려간 글과 이어지는 카미노 안데스는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흔히들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마추픽추에 가라’고 한다. 마추픽추에 오르면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돌의 신전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대함에 가슴이 벅차오른다.풍부한 일러스트와 이미지, 쉼표 하나에도 혼을 담은 글귀만 읽는다면, 머릿속에 안데스의 비경과 잉카의 경이로운 기술, 미스터리한 도시가 그려진다. 잉카는 비록 에스파냐 정복자 피사로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그들의 영혼은 오늘도 안데스 협곡 위의 마추픽추에 남아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20-06-14 13:10:01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다. 중국의 당 태종은 역사를 거울에 비유해 "'사감(史鑑)'이 흥망성쇠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마법과 같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은 과거로부터의 흐름을 살피는 일에서 얻을 수 있었다. 올바르고 제대로 된 통치자, 리더는 늘 역사를 거울삼아 자신의 행동을 단속했다. 과거 봉건시대 특권층에게만 허락됐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현재 너무도 쉬운 일이 됐다. 의무 교육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배웠고 또 서점 곳곳에서 다양한 역사책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스럽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이 때, 세 권의 역사책을 통해 미래를 내다볼 혜안을 가져보자. ■코로나19 못지 않은 전염병의 역사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지금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지만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더 많은 전염병이 창궐했고 그때마다 인류는 이를 극복해왔다. 저자는 로마에서 창궐했던 안토니누스역병부터 시작해 가래톳페스트(흑사병), 두창(천연두), 매독, 결핵, 콜레라, 나병, 장티푸스, 스페인독감, 소아마비, 에이즈 등 역사적 맥락 속에서 전염병이 발병했을 당시 상황과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생긴 일들, 그리고 이를 어떻게 대처하며 극복해냈는가를 해박한 역사 지식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치료법이나 전염병을 퇴치할 백신보다는 끔직한 전염병의 발병과 이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묘사하면서 인류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가고 피해를 최소화했으며,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어떤 희생들을 치르며 고귀한 성취를 이뤄 현재의 문명 세계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는 전염병에 대한 과제는 과거와 동일하다고 보며 지도자의 리더십, 정부 당국의 대처, 언론의 역할이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만큼 막중하고 개개인의 인식과 행동도 그것들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한다. 그리고 시민과 학계, 정부가 협력했을 때 최상의 결과가 도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해에 맞서기 위한 과거의 교훈 '재난의 세계사' 현대사회는 고도로 도시화되고 복잡한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탓에 오히려 갈수록 재난에 취약해져 가고 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재난을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베수비오산 분화로 멸망한 고대 로마 도시 폼페이부터 2011년 사상 최대의 쓰나미를 몰고 온 일본 도호쿠 지진까지 오늘날 우리가 돌이켜보아야 할 역사 속 대표적인 재난 11가지를 소개한다. 자연재해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과 정보는 물론, 극한상황에 맞닥뜨린 사람들과 사회가 어떻게 반응하고 또 맞섰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미래의 재난에 대비해야 할지를 역사 속 대재난 과정의 극복기를 통해 설명한다. ■인류의 아픔과 기술을 함축한 전쟁의 역사 '밀리터리 세계사' '태초에 전쟁이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나날이었다. 그중에서도 고대의 전쟁은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거대한 사건이었다. 수많은 전쟁 중에서도 고대의 역사를 바꾼 전쟁, 그리고 전쟁의 승패를 가른 유명한 전투들이 있다. 이 책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살라미스 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전쟁, 진시황의 통일전쟁, 한 무제의 흉노 정벌, 포에니 전쟁, 로마 전쟁과 팍스 로마나, '삼국지'의 배경인 위촉오 삼국전쟁, 중국과 고구려가 맞붙은 두 번의 고대 전쟁 등 10개의 전쟁을 선별했다. 밀리터리 전문가인 저자의 '무기'와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특유의 입담이 더해져 전쟁 이야기가 옛날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게 읽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0-05-07 17:31:46인류문명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미국 UCLA대)는 역저 '총, 균, 쇠'로 퓰리처상(1997년)을 받았다. 오늘날 유럽과 미국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게 됐는지 원인을 파헤친 책이다. 총, 쇠는 금방 알겠는데 균이라니? 균이 현재의 세계질서를 만드는 데 무슨 일을 했길래. 알고 보니 대단한 기여를 했다. 유럽대륙은 가장 앞서 농경사회를 이뤘다. 소, 돼지, 닭, 양 같은 가축과 함께 살았다. 동물이 전염병의 원천이다. 유럽인들은 동물이 퍼뜨린 세균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내성도 키웠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그러지 못했다. 1531년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부하 170명을 데리고 수백만 인구를 가진 잉카제국 정복에 나섰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피사로가 페루 해안에 상륙했을 때 무시무시한 행운이 따랐다"고 말했다. 이미 5년 전쯤 육로로 들어온 천연두가 잉카족 대부분을 몰살시켰기 때문이다. 농경사회는 전염병의 숙주 노릇을 했다. 사람이 한곳에 모여 살아야 균을 퍼뜨리기가 쉽다. 균이 더 반긴 것은 도시다. 사람이 오밀조밀 모인 데다 위생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행운은 교역로의 발달이다. 14세기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은 "중앙아시아로부터 벼룩이 우글거리는 모피들이 유라시아의 동서 축을 따라 유럽으로 신속하게 운반되었다." 지금은 세균의 대륙 간 이동 시대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비행기를 타고 가까운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 호주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천연두는 서기전 1600년쯤, 한센병은 서기전 200년쯤, 소아마비는 1840년, 에이즈는 1959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또 어떤 균이 인류를 괴롭힐지 모른다. 21세기에도 도시화는 대세다. 한국인은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다닥다닥 붙어산다. 각자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닐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세균만 살판나게 생겼다. 균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혜안이 오히려 섬뜩한 요즘이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2020-02-02 17: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