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금 반도체는 석유와 똑 같다? 자동차혁명, 전기혁명시대에는 석유가 모든 것이지만 4차산업혁명에는 데이터를 만드는 반도체가 석유다. 예전에는 석유를 장악하는 자 세계를 지배했지만 이제 4차산업 혁명에서는 반도체를 장악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금 반도체는 석유와 같다. 작은 공급과잉에도 가격이 폭락하고 작은 공급부족에도 가격이 폭등한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자율을 핑계로 2022년 10월이후 세계원유소비량의 3.7%인 366만배럴을 감산하자 유가가 급등했다. 물가안정이 급선무인 미국은 당황해하고 있고, 경기가 하강에 들어간 전세계 석유소비국들은 걱정이 크다. 지금 석유시장에서 더 이상 미국의 영향력이 먹히지 않는다. 셰일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은 중동과 석유를 놓고 한판 싸움을 벌이는 오일의 경쟁자이지 더 이상 중동사막의 낙타몰이, 석유꾼의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뭐라고 해도 중동의 맹주 사우디는 제갈 길 간다. 세계에너지 가격은 지금 미국이 아니라 사우디와 막가파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러시아가 쥐고 있다. OPEC의 반란에 유가가 춤추고, 러시아의 전비충당에 독일, 인도, 중국의 석유천연가스 수입이 춤춘다. 석유에서 지금 미국은 예전의 그 무소불위의 미국이 아니다. 중동과 중남미의 독재자들에게 끌려다니는 약해진 패권국의 모습이다.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유럽국가들은 대놓고 중국과 거래하고 있다. 2022년11월에는 독일의 슐츠총리가, 2023년3월에는 스페인 산체스총리가 4월에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경제교류를 확대한다. 경제가 어려운 유럽국가들에겐 더이상 미국의 말 빨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반도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은 지금 기술은 최강이지만 생산기술이 없어 대만과 한국을 “반도체 양자(養子)들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석유가격은 미국이 아니라 사우디와 러시아가 쥐고 있듯이 지금 첨단반도체의 생산은 대만과 한국이 쥐고 있다. 중국, 미국의 반도체기술 봉쇄에 '마이크론 보안 조사'로 소심한 반항? 반도체경기 바닥론에다 대화형 AI(인공지능) 챗GPT로 인한 반도체 수요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잘나가던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Micron Tech)사의 주가가 속락했다. 이유는 중국의 소심한 복수 때문이다. 중국이 통신장비에서 미국에 당한 것을 그대로 미국의 마이크론사에 적용한 것이다 중국의 사이버보안국(CAC)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판매한 제품에 대한 사이버보안심사를 요구하는 공지를 발표했다. CAC는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의 보안을 보장하고, 숨겨진 제품 문제로 인한 네트워크 보안 위험을 방지하고 국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보안법(国家安全法 )" 및 "네트워크 보안법(网络安全法 )"에 근거해 '네트워크보안심사법(网络安全审查办法 )'에 따라 중국에서 Micron이 판매한 제품의 사이버 보안 검사를 실시한다고 공고했다. <중국 CAC의 마이크론 보안심사 공고문> 이는 미국이 중국 화웨이의 5G통신장비가 백도어 프로그램을 통한 데이터 유출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하는 명분으로 미국에서 중국산 통신장비를 퇴출시킨 것과 같은 명분이고 형식도 판박이다. 마이크론의 중국 고객사 매출은 2022회계연도 기준 10.7%(2021회계연도 기준 8.8%)를 차지했는데 만약 화웨이의 사례와 같은 조치를 중국이 한다고 하면 마이크론은 매출과 이익손실이 불가피하다. Longsys 및 BIWIN과 같은 중국내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와 스토리지업체의 마이크론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고 대신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중국의 양쯔메모리(长江存储)와 창신메모리 (长鑫存储)는 반대급부를 누릴 수혜자다 중국이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회사인 마이크론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미국의 대중국 첨단반도체장비 공급 봉쇄의 배후에 마이크론이 있다고 본 것이다. 2022년 10월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수출통제 규정을 발표하여 128단 이상 NAND 및 18nm 이하 DRAM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관련 장비의 중국 판매를 제한했다. 이는 중국의 양대 메모리업체인 양쯔메모리와 창신메모리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의 기술 업그레이드 및 용량 확장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 및 SK 하이닉스의 기술 업그레이드 및 생산능력 확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둘째, 2018년 마이크론과 중국 DRAM 제조사 푸젠진화(Fujian Jinhua) 간의 기술특허 분쟁이 미국 정부에 의해 갑자기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수준으로 제기되면서 푸젠진화는 미국의 직접 제재 기업 목록에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건설 중이던 푸젠진화 공장은 장비구입이 불가해지면서 공장이 폐쇄되었다. 셋째, 마이크론의 미국정부에 대한 대중국 제재 로비다. Jiwei(集微)사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Micron은 미국 정부에 대한 로비 활동을 매년 증가시켜 5년 동안 954만 달러를 지출했다. 주요 목적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제조 산업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 5년 동안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 부처에 170건 이상의 로비 활동을 했는데, 이중 대중국 관련 로비가 무려 67%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중국 본토에 R&D(연구·개발) 센터(약 150명 규모의 상하이 R&D 센터가 작년 초 해체)나 웨이퍼 제조 공장은 없고 시안에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만 있다. 마이크론 시안공장은 2006년에 설립되었으며 시안 첨단 산업 개발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글로벌 생산공장 분포> 한국의 삼성은 시안에 270억달러를 투자해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고 하이닉스는 우시와 대련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DRAM과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TrendForce 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삼성 시안공장은 전세계 NAND Flash의 16%를, 하이닉스 대련공장은 6%를 생산하고 하이닉스 우시공장은 전세계 DRAM의 12%를 생산하고 있다. 2022년 4·4분기 기준으로 전세계 NAND Flash시장은 삼성이 33.8%, 일본의 키옥시아가 19.1%, 하이닉스가 17.1%,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 16.1%, 마이크론이 10.7%를 차지하고 있고 DRAM은 삼성이 45.1%, 하이닉스가 27.7%, 마이크론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공급봉쇄에는 “희토류 자석”으로 대응? 정치와 실리를 저울질하던 일본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봉쇄에 동참했다. 일본은 지난 3월31일 첨단 반도체 장비 23품목의 대(對)중국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은 이는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조치가 아니라며 국제평화, 안전이란 관점에서 국제의 룰에 따르는 엄격한 수출 규제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에 적극 참여한 것이다. 중국의 늑대외교(战狼外交)의 선봉에 선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관은 지난해 4월2일 일본 외무장관과 회담에서 미국은 과거에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따돌림(빠링:覇凌) 같은 잔혹한 압박을 가했는데 이번엔 중국에 그 낡은 수법을 다시 쓰고 있다며 똑같이 살을 베이는 고통을 겪었던 일본은 ‘호랑이를 위해 귀신이 된다’는 의미인, 악인의 앞잡이를 하는 소위, 위호작창(爲虎作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싹 무시했고 대중 반도체 장비수출 규제는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절대 강자인 중국은 전기자동차(EV) 등에 필요한 '희토류 자석'의 수출 통제 조치를 추진함으로써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에 희토류자원 무기화로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산업기술 관련 수출규제 품목 리스트(수출금지·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로 만든 이른바 '희토류 자석' 관련 기술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의 심장인 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차 외에도 휴대전화,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 항공기와 로봇 등 산업계 전반에 널리 쓰인다. 희토류 자석인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은 15%이고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 일본은 10% 이하다. 중국이 실제 수출 통제에 나서 희토류 자석의 공급이 끊어질 경우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기기 생산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봉쇄당한 상황에서 중국은 '산업의 비타민'인 희토류를 조절해 반도체 외 공급망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중·일이 센카쿠 열도를 두고 대립했던 2012년 당시처럼 중국은 이번에도 희토류의 무기화 의도가 명백하다 <전세계 국가별 희토류 생산추이> 중국과 미국의 반도체전쟁 한국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사이에 낀 한국은 입장이 묘하다. 미국의 마이크론 제재는 중국에 공장이 있는 한국 메모리 양사에는 호재지만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의 공장증설은 물 건너 간다. 10년에 5%의 증설은 그냥 명분으로 한국의 입을 막는 조치일 뿐이다. 중·일의 반도체전쟁에서 한국은 가만 있다가 날아온 돌에 머리 맞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네오디뮴과 사마륨 코발트로 만든 이른바 '희토류 자석' 관련 원재료를 80~90%를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위기 상황이 생기면 대책이 없다. 당장 가공은 대체지를 물색할 수 있을지 몰라도 원자재는 어렵다. 그리고 이를 대체하는 신물질의 개발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챗GPT열풍에 난리지만 엔비디아의 A100칩은 대만의 TSMC가 만들고 광대역메모리(HBM)는 한국의 하이닉스가 공급한다. 대만의 파운드리와 한국의 메모리가 없으면 챗GDP도 무용지물이다. 고성능컴퓨팅(HPC)과 AI 분야에서 최상의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방대한 모델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더 높은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요구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팅 플랫폼을 구동하는 새로운 A100 80GB GPU를 새로이 공개했는데 80GB 메모리는 HBM2e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기존 A100 40GB GPU의 고대역폭 메모리를 두 배 지원하며 초당 2TB 이상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한다. HBM2e 메모리는 한국의 하이닉스가 제공한다. 챗GPT에서 숨은 강자가 우리 한국이다. 2023년들어 한국은 무역적자가 큰 이슈다. 그중 한국의 대중무역적자가 문제인데 그 중에서 한국의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에서 대중반도체수출감소가 주목받고 있고, 이것이 한국무역적자의 주범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또한 이것이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 따른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결과로 나온 수요감소 때문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이 한다. 자료: 관세청 수출통계 한국의 대중반도체 수출감소는 올 1~2월의 중국의 경기 부진과 반도체 가격 폭락에 따른 가격효과 때문이지 중국의 반도체 굴기 때문은 아니다. 대중반도체 수출은 수량과 가격효과로 구분해서 보면 대중국 반도체 수출수량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출단가가 급락해서 수출금액이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경기회복, 반도체 가격회복이 이루어지면 한국의 대중반도체 수출은 다시 증가세로 반전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자료: 관세청 수출통계 그간 미국의 첨단기술이 세상을 지배했지만 코로나19는 기술이 모든 것을 장악했던 시대에서 “기술은 공장을 못이기고 공장은 원자재를 못 이긴다”는 '공급망 신(新)법칙'을 만들어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공급 중단이 미국을 선두로 공급망(SCM)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조선시대 사,농,공,상이 계급의 순위였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상,공,농,사이다. 반도체도 기술->생산->장비->원료가 전통의 계급이었다면 지금은 원료>장비>생산>기술이다. 미국이 대만과 한국에 반도체 생산을 저자세로 보조금 주고 세금 깎아주면서 꼬시고,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의 작은 반도체 장비회사 ASML에 세계정상의 반도체회사인 인텔, 삼성, TSMC의 회장이 을의 입장으로 고개를 숙인다. 죽었던 일본이 반도체 소부장전쟁에서 '소재'라는 작은 꼬리 하나로 한국의 반도체회사의 머리를 흔들어 혼비백산시켰다 지금 미국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서 일본과 네덜란드에 휘둘린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을 반도체장비로 봉쇄하는데 네덜란드와 일본을 압박해 일단 첨단장비 공급을 중단시켰지만 3분의 1 가까운 판매를 중국에 의존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이 얼마나 길게 봉쇄 요구에 동참할지는 모른다. 한국에게 미중의 반도체전쟁은 '양날의 검'이다. 시장과 자원은 중국에 있고 기술은 한국과 미국에 있다. 한국은 어느 한 편에 휩쓸린 '정치외교'가 아니라 양편을 다 아우르는 신중한 '실리외교', '기술외교', '자원외교'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23-04-06 15:30:55[파이낸셜뉴스] 오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 30년을 맞는다.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속에 다양한 방면에서 교류를 지속하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이슈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지난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소연회장에서 진행된 파이낸셜뉴스 주최 한중 수교 30주년 긴급 대담에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을 기점으로 미중 간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 대해 "미국 반도체법은 527억불을 준다고 해서 큰 것 같지만, 내용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라며 정부가 아닌 기업이 영향을 판단해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법은 반도체 산업에 5년간 527억불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중국에 반도체 설비 등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조항이 있다. 전 소장은 "미국 반도체법은 외국의 장비·기술·제조·설비 회사에 지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미국 내 내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 판단이나 언론, 학계 훈수는 소용이 없다"라며 "여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 소장은 "세계 1, 3등 기업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손익분기점을 따지고 미래 시나리오를 계산해서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섣불리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최선의 시나리오'를 찾을 수 있도록 존중하는 게 우선이라고 봤다. 대담에 참여한 우수근 한중글로벌협회 회장은 양쪽에 치우치지 않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회장은 "중국으로서는 미국 반도체법을 보고서 오히려 미국에 대해 더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중국의 속내까지 잘 따져보고, 미중 양국을 더 냉철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예를 들어 이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도 오히려 미국에 강경한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강화하고, 중국의 강경 노선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며 "미중 양국의 패권전쟁에서도, 중국의 모습을 면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한 쪽에 쏠려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영준 기자
2022-08-22 08:49:12[파이낸셜뉴스] 오는 24일 한국과 중국은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수교 30년 동안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속에 다양한 방면에서 교류를 지속하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의 이슈는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는 다시금 한국과 중국의 관계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이 주장하는 '3불'(사트 추가 배치 금지·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불참·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1한'(국내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에 한국은 안보 주권 사안으로 협상이 불가한 영역으로 대응하고 있다. 때문에 양 국민 간 감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 소연회장에서 한중 수교 30주년 긴급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는 우수근 한중 글로벌협회 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전병서 중국 경제금융연구소 소장(가나다순)이 참석해 향후 발전적인 양국 관계를 모색하고, 과거의 묵은 앙금을 털고 미래지향적인 협업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우수근 회장은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중국과 현지에서 접하는 중국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차이나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한중은 30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정신적으로는 데면데면하다"며 "상대는 호의적으로 지내려 하지만 우리가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 역사적으로 우리를 빈번히 침략했다는 점 때문에 중국을 적대시하고 거칠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중관계가 계속해서 가까워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형국"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우리나라 수출액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자 전략 국가"라며 "그런데 우리의 원칙이 없었다보니 보복을 당하고 수세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전병서 소장은 "지난 30년동안 중국이 발전하는 동안 한국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지 못했다. 우리나라 산업이 지난 30년간 중국에 빨려들어간 형국"이라며 "앞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서로 윈윈하는 관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로 바뀔 것이다. 공장과 기술이 넘어간 상태에서 중국의 새로운 급소를 찾아 한중 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대담=정인홍 정책부문장(부국장대우) ―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은 현재, 한중관계를 어떻게 진단하나. ▲우수근= 똑같은 중국이라는 객체에 대해 한국 언론을 통해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간접적인 인식과 중국 현지에 살면서 접하는 중국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큰 '차이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에도 중국에 대해서는 이념과 역사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방은 호의적으로 지내려 하지만 우리가 상대 중국을 몰라서 적대시 하는, 그래서 한중관계가 계속해서 가까워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전병서= 지난 20년 동안 중국은 전세계 GDP 비중이 엄청나게 올라갔는데 한국은 전세계 평균 성장률을 따라간 적이 없다. 우리나라 산업이 중국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윈윈(win-win)의 관계에서 경제적 측면에서는 향후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로 갈 것이다. 중국에 기술과 공장이 넘어간 상태에서 중국의 아픈 부분, 급소를 찾는 게 우리로서는 관건이다. ▲우태희= 30주년은 기념할 만한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한국이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성장으로 기반으로 한 것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액 전세 4분의 1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자 전략 국가다. 그 와중에 원칙이 없었다 보니, 우리가 사드와 같이 보복을 당할 때도 있었다. 이런 부분을 더 반성하고 새로운 지향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 2016년 7월 사드 배치 이후 최근까지 중국에서 사드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사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이라 보나. ▲우수근= 중국이 사드를 문제 삼아 한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중국에도 피해가 막심하다. 작은 것을 보지 말고 중국이 왜 사드를 계속 거론하는지 봐야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사드를 무력화할 무기를 개발 중이고, 중국에 사드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계속 사드를 거론하는 건 '중국 국익에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이웃 나라인 한국이 사전에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중국 견제와 관련해서 대화를 좀 더 하자', '이웃 간에 대화를 더 하자'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 생각과는 달리 대화와 타협에 상당히 능하다. 56개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이 단일 왕조로 지내기 위해서 대화와 타협, 양보 문화가 자리 잡아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강화되면 될수록 중국은 우리나라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 또한 중국 가장 옆에 있지만 자신과 친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한국을 필요로 한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이 미국 쪽으로 치우치면 불리하기 때문에 한국이 계속 타협안을 제시하고 대화하려 하면 받아들일 것이다. 미중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중국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끈질기게 대화하려 해야 한다. ▲우태희= 중국은 큰 나라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3가지다. 대화할 때 확실한 원칙, 일관되게 원칙을 얘기하는 태도,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대화의 프로세스다. 한중 FTA 실무 협상을 하고 비준하는 과정까지 거치면서 느낀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중국산 철강에 안티덤핑 조치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협상 상대에게 조치 6개월 전부터 말했더니,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중국에 계속 일관되게 이야기하고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전병서= 미중관계의 연장선상에서 한중관계를 봐야한다. 2016년 이후 6년을 짚어보면, 2016년에는 미중에서 지정학적 문제, 2018년에는 지정학적 무역 문제, 2022년에는 기경학적 문제가 가장 큰 이슈다. 한국의 사드 문제는 작은 나라의 숙명이기도 하다. '원숭이 길 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줘서 길들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2016년에는 한국이 닭이 된 것이다. 사드는 미국이 중국 옆집에 있는 우리나라 전봇대에 CCTV를 단 것이지, 우리가 단 것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은 전봇대를 빌려준 우리에게 뭐라고 한다. 2016년의 사드와 현재의 사드는 다르다. 중국은 그 사이 인공위성을 달 뒷면에 올리는 등 군사기술이 발전했다. 이런 상황에 중국이 계속 사드를 거론하는 건 '핑곗거리', '시비걸기' 정도다. 사드 문제는 더 이상 중국의 관심사가 아니다. 현재 미중의 관점에서 중요한 건 기술이고, 반도체지, 사드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중관계에서 사드가 아닌 기술과 반도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미국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합의체 '칩4' 가입을 압박하고 있다. 사실상 8월 말까지 답을 줘야 하는 상황인데 중국의 보복도 우려된다. ▲우수근= 우리 국익의 측면에서 칩4에 가입해야 한다. 중국이 가입하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사실은 용인하고 있다. 중국에서 볼 때 대만이나 홍콩은 사활적인 국익의 핵심이라 양보하지 못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반도체는 한국의 사활적인 국익이다. 한국이 살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을 첨단화해야 하고 그러려면 미국과 협력해야 하는데, 중국이 자꾸 그걸 반대하면 반중 정서나 감정만 자극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칩4 가입을 용인하되, 자신의 카드를 하나 들이밀 것이다. 이번 박진 장관의 외무장관 회담 이후 중국이 처음으로 '3불+1한'을 꺼낸 것은 중국이 한국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표한 것이다. 정리하면, 중국은 칩4와 같이 한국의 사활적 국익과 관련된 것은 용인하지만 사드 문제 등을 거론하는 건 '중국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서 한국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해달라', '미국의 관점이 아니라 한중 국익의 관점에서 타협점을 찾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전병서= 중국 보복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미국의 정책이나 액션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칩4 동맹은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의 '석유생산' 프로젝트다. 반도체 기술을 40년 안에 미국에 내재화하겠다는 것이 칩4 동맹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도 핵심은 반도체 동맹이고, 모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우선 칩4나 IPEF가 가진 내재적 한계가 있다. 두 개 모두 바이든 정부가 주도한 정부 간 협약이지, 국가 간 조약이 아니다. 그래서 2년 후에 미국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두번째는 기술이 시장을 못 이긴다는 것이다. 중국은 반도체 63%를 소비하는 나라인데, 중국에 반도체를 아예 공급하지 않으면 미국 시가총액 1위 애플을 포함해 나스닥 기업 등의 주가 폭락 위험이 있다. 시장 주도권을 쥐기 있기 때문에 중국이 그냥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반도체 원자재와 부품 40%를 중국에서 가져온다. 중국이 소재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칩4에 가입하면 반드시 보복할 것이다. 다만 대만이나 미국,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협상하고 달래서 기술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 '약한 고리'이기 때문에 일단 외교적으로 우아한 수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가 72%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반도체를 갖고 보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산업 경쟁관계에 있고, 중국에 대한 소재부품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OLED 사업이 오히려 폭탄을 맞을 위험이 있다. 이 두 가지 산업을 조심해야 한다. 칩4에 가입한다고 해도 반도체 산업 주가들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최근 5년간 527억불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반도체법이 발효됐다. 이 법에 중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는 조항이 있다. 반도체 전쟁이 계속되는 양상인데, 한국 정부가 취해야 할 역할은. ▲전병서= 미국 반도체법은 527억불을 준다고 해서 큰 것 같지만, 내용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 반도체법은 외국의 장비·기술·제조·설비 회사에 지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미국 내 내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 판단이나 언론, 학계 훈수는 소용이 없다. 여기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삼성과 SK하이닉스 판단에 맡겨야 한다. 세계 1, 3등 기업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손익분기점을 따지고 미래 시나리오를 계산해서 최선의 결정을 할 것이다. ▲우수근= 중국으로서는 미국 반도체법을 보고서 오히려 미국에 대해 더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5년간 527억불을 투자해서 뭘 하겠나'라면서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부가 중국의 이런 표리부동한 면모까지 잘 따져보고, 미중 양국을 더 냉철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봐야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도 오히려 미국에 강경한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강화하고, 중국의 강경 노선을 강화할 수 있는 명분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중 양국의 패권전쟁도 우리의 이런 관점에서 중국의 이런 모습도 면밀히 파악해야 어떻게 나갈 수 있을지도 나오는 것이다. 절대 한쪽으로 쏠려서는 안 된다. ▲우태희= 칩4는 한국이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는 엄청난 국제 분업 구조를 갖고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국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빨리 칩4로 가서 '룰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십조원이 투자가 된 부분에 대해 계속 규제나 제재가 들어올텐데, 우리 기업이 이미 투자한 자산에 대한 보호 조치 등 정부가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레드라인을 정해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칩4에 대해 보복하면 가장 영향을 받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에 정부가 미국에 설득해달라는 것이다. 반도체에 관한 한 기업의 이익이 곧 국익이라는 생각을 갖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이익을 수렴해서 미국에 전달하고 레드라인으로 해서 협상을 해야 한다. 칩4와 IPEF 모두 규범을 형성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때 들어가서 미국과 좋은 조건으로 들어가서 협상하는 것이 좋다. 중국에 대해서는, 당당한 태도로 요구해야 한다. 미중갈등은 한국이 시작한 게 아니라 중국의 2025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또 2015년 한중FTA 비준 이후 서비스 협상이 8년째 지연되는 등 중국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없어서다. 아울러 IPEF의 경우에도 중국이 들어오지 못하는 건 중국이 국제규범과 어긋나는 관행을 하고 있어서라는 걸 지적해야 한다. 중국이 빨리 경제를 업그레이드해서 선진국과 함께 하려면 '너희들이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인데 왜 한국 탓하는지' 목소리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에도 우리 이익을 대변하고 중국 정부에는 조금 더 당당하게 얘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포스트 한중수교 30주년'을 열어갈 윤석열 정부에 제언하고 싶은 것은. ▲우수근= 한국도 반성해야 한다. 중국의 0.00001%의 일그러진 인식을 갖고 한복이나 김치 공정이라고 하면 '제대로 된 지피지기'를 할 수 없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은 과거의 우리를 침략한 중국이 아니라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G2가 된 중국이다. 우리가 중견 강국이 됐음에도 중국을 제대로 모르고 과거에 사로잡혀 있으면 당당한 외교를 할 수 없다. 또 중국을 서구적, 미국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 국가로 봐야 한다. 중국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상호작용 해오고 유교 문화 등을 공유한 나라로, 정체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알고 활용할 것도 많다.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 중국도 북중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좀 더 반영할 수 있다. 중국 고위 관료들에 따르면, 우리가 '친중정권'이라 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크게 한중관계가 개선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한번도 성사되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새 정부에서 중국에 당당한 외교를 하려면 중국에 대한 제대로 된 '지피'가 중요하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영준 기자
2022-08-21 15:57:07[파이낸셜뉴스]미·중 무역전쟁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까지 지속될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미·중 갈등이 전면적인 글로벌 관세전쟁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철강과 반도체 산업이 최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9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미·중 패권전쟁과 대응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통상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연내 타결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트럼프 입장에서는 내년 재임을 위한 성과도출이, 시진핑은 중국 경제안정과 성장지속이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마찰의 조기봉합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전략상 협상을 2020년 미국 대선까지 끌고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미·중 패권경쟁은 2020년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그 이후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장기관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인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중 대립은 무역뿐 아니라 세계 금융과 외환시장까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며 "금융발이 아닌 무역발 실물경제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응전략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왕윤종 현대중국학회장은 "미·중 마찰은 종합적 시각으로 봐야하는데 올해 안에 봉합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미국은 합의 이행을 중국 국내법 개정 수준으로 요구하지만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트럼프는 대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협상 양보는 절대 안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시 국내 철강과 반도체 산업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는 "철강산업은 미·중 통상마찰 이전부터 보호무역주의의 핵심 업종이라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철강은 수출비중이 40~45%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은데 미국의 무역 232조 적용에다 미·중 분쟁까지 겹치면 최대 10년은 대미 수출 복원은 어려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왕윤종 회장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추진중인 상황에서 미·중 분쟁 장기화는 삼성전자 시안 낸드공장, SK하이닉스 우시 D램공장의 볼모화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삼성이나 SK가 미국, 일본 등 비중국권과 탄탄한 반도체 동맹전선을 구축해 대응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박태호 전 본부장(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장기화되는 미중 통상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 기업들은 수출시장, 수출품목, 해외 조립생산기지 등을 다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기술보호주의 확산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외국 선진기업들과의 M&A를 적극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2019-09-09 16:04:34[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제재에 둘러싸인 중국이 제재에 동참하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반도체 생산 장비를 다시 팔라고 압박했다. 이 가운데 미국은 동맹들에게 이미 판매한 제품마저 관리하지 말라고 요구했으며, 열강들의 이러한 힘 대결로 인해 한국처럼 양국 사이에 끼여 있는 국가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진핑 "中 못 막아, 협력만이 살 길"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를 "인위적으로 기술 장벽을 만들고, 산업과 공급망을 차단하는 것은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정으로 안전한 세상은 깊은 통합과 상호의존의 세상이어야 한다"며 공급망의 "탈동조화(디커플링)는 출구가 없다. 개방적 협력만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항상 '네가 져야 내가 승리한다'는 흑백논리의 이원적 사고가 낡은 것이라고 여겨왔다"면서 "중국인은 발전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그 어떤 세력도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중국의 리창 총리도 뤼터와 따로 만나 "세계는 변화와 혼란이 교차하고 보호주의와 냉전적 사고방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양국이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발언은 네덜란드 반도체 생산 장비 업체 ASML을 겨냥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ASML은 현재 매출 순위에서 세계 2위지만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 장비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ASML은 전 세계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EUV를 이용하면 실리콘 웨이퍼에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극도로 미세한 회로를 새겨 넣을 수 있다. 중간에서 난처해진 네덜란드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2018년부터 중국 반도체 산업을 옥죄기 위해 네덜란드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벌였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ASML이 중국에 EUV를 팔지 못하게 막았다. ASML은 대신 중국에 상대적으로 구형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팔았다. 조 바이든 미 정부는 2022년 10월 중국 반도체 업계에 대한 미국산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ASML과 매출 3위 업체인 일본의 도쿄일렉트론에도 규제 동참을 요구했으며, 최근에는 DUV 역시 팔지 말라고 압박했다. ASML은 지난 1월 1일 성명을 내고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DUV 시스템 출하 허가를 부분 취소했다”며 중국으로 가야할 DUV 장비 3대의 수출을 중단했다. 뤼터는 시진핑의 강경 발언에 "디커플링은 네덜란드 정부의 정책적 옵션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네덜란드는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며 "중국과의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서 심화시키고 경제와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실무 회동에서도 네덜란드를 압박했다. 중국 상무부의 왕원타오 상무부장(장관)은 27일 헤오프레이 판레이우언 네덜란드 대외무역·개발협력부 장관과 만나 노광장비를 언급했다. 왕원타오는 네덜란드를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덜란드가 계약 정신을 굳게 지키고, 기업의 계약 의무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노광장비 무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보장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판레이우언은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는 어떤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고, 독립·자주적 평가에 따른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네덜란드를 압박하는 동시에 설득하려고 애썼다. 시진핑은 27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네덜란드로부터 첨단 제품 수입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美 "이미 판 장비도 사후 지원 끊어야" 네덜란드는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추가 압박을 받고 있다. 미 경제 매체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미 상무부의 앨런 에스테베스 산업안보차관은 27일(현지시간) 연례 경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맹국 정부들과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정부가 동맹국 장비 업체들이 중국 내 장비와 관련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에스테베스는 “우리는 어떤 서비스가 중요하고,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 지 결정하기 위해 동맹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들과 대화에서 핵심 부품에 대한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미국의 요청으로 장비 수출을 규제했지만, 장비 기업들이 수출 통제 이전에 중국에 판매한 장비와 관련해 유지·보수 등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이 보유한 장비를 계속 운영하여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미국의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사후 관리 및 지원마저 차단할 계획이다. 미 언론들은 이미 미 정부가 ASML을 상대로 지원 중단을 압박중이라고 전했다. 에스테베스는 일단 중국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비(非)핵심 장비에 대한 서비스까지 막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에스테베스는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1월 17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과 이스라엘, 대만 등을 언급하며 해당 동맹국들이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제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IA는 미국 업체들만 중국 수출이 막혔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미국의 동맹들도 제재에 동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28 14:23:17미국이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 수위를 연이어 높이면서 중국에 대규모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줄타기 경영'이 우려되고 있다. 당정이 미국과 전략적 동행을 하기로 한 가운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겉으로는 "지켜보자"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도 저도 못하는 좌불안석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한국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자 생산거점이다. 2일 로이터통신 및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YMTC를 포함해 중국에서 메모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제조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초안 단계지만 미국이 중국의 군사기기에 들어가는 칩이 아닌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타깃으로 하는 첫 수출규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도 미국 상무부는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에 14나노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는 기존 10나노에서 강화된 수준으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가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다. 팀 아처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정부의 수출 제한조치가 확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굴기' 억제 의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의회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총 520억달러(약 68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육성법'을 통과시키면서 중국 견제조항을 명시했다. G2(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당정은 미국 노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당정 정책협의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칩4 동맹' 이슈에도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략적으로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현실화하면 중국 내 공장이 있는 우리 반도체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성장성 둔화, 인건비 급등, 강압적인 정책 등으로 요즘 우리 기업들은 중국 투자를 축소하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생산거점이자 주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낸드 생산라인과 쑤저우 테스트·패키징 공장이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생산라인, 충칭 후공정 공장, 다롄 낸드 생산라인 등을 운용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SK 등 우리 기업들은 수십조~수백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중국 눈치가 보일 것"이라며 "미국에 호응하면서도 중국의 보복제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2-08-02 18:43:13[파이낸셜뉴스]기술 패권전쟁으로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미 대선을 앞둔 올 3·4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미·중이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할 만큼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하반기에 대외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력 수출업종인 반도체 기업이 양국 경제전쟁의 틈새에서 대표적인 '넛 크래커(nut-cracker)'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미·중 통상전쟁 재점화, 한국기업의 대응방안'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미·중 무역분쟁이 수 년 내에 끝나지 않을 것이며, 미 대선을 앞둔 3·4분기에 가장 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1월 미·중 무역협상 관련 1차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지 않으면서 양국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미·중 갈등과 함께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화되는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이 세계화 시대 모범국가였던 한국에게 불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미·중관계의 향방은 트럼프의 지지율과 중국의 태도가 결정할 것으로 보이지만 3·4분기에는 더욱 격화될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한국 입장에서 전통 제조업은 탈중국화를, 소비재와 서비스는 중국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 수출품목 1위인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의 소용돌이에 급격히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17.2%를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내세워 화웨이를 상대로 5G 장비 보급 차단,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와 인텔, 브로드컴 등 반도체 하드웨어 공급 차단,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 제재 등에 나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가시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화웨이가 미국과 손을 잡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를 대신해서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에 반도체 생산을 요청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자칫 (화웨이와의) 무리한 거래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까지 제재대상이 되면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기회요인은 중국에 한국산 정보기술(IT) 장비와 소재를 공급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등 한국기업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위협요인으로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일방의 기업과 관계가 깊어질 경우 경쟁 상대국으로부터 정치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비해 양국 수출의존도를 줄이는 무역다변화와 리쇼어링 지원책 확대 등 새로운 글로벌 시장 전략 수립에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석영 전 제네바대표부 대사는 “동맹국인 미국과 경제의존도가 높은 중국 사이에서 무역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 아래 고도의 전략적 대응을 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은 위험분산을 위해 무역시장의 다변화를 추진하고 리쇼어링과 현지생산방식을 고려한 무역·투자 전략을 종합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2020-06-16 14:07:09【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발발 위험이 점차 고조되면서 무역전쟁에 대비한 증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국간 통상 갈등은 말싸움 수준에 머물다 결국 협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세했지만 상황은 지난주 악화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이 중국과의 무역 분쟁 때문에 일부 고통을 받게 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트럼프는 WABC 라디오의 "버니 앤 시드 인 더 모닝" 프로그램 진행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및 다른 국가들과의 통상 갈등을 가리키며 "고통이 없을 것이라고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것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타격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그것 때문에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증시는 최근 무역전쟁 우려로 변동성이 커지며 하락했지만 아직까지 증시에서 공포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7년 1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지금까지 다우지수는 2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7%, 나스닥지수는 27% 오른 상태다. 트럼프가 미국인들에게 증시 하락에 따르는 약간의 고통 감수를 부탁할 근거가 된다. CNBC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발발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일단 중국에 대한 노출이 큰 회사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를 구성하는 기업들 가운데 중국 시장 의존도가 가장 높은 회사는 반도체 회사인 스카이웍스 솔루션스로 전체 매출의 83%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그 뒤를 이어 역시 반도체 생산업체인 퀄컴(64%), 코르보(Qorvo:64%), 브로드컴(54%)의 중국 매출 비중도 높다. 미국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4%, 그리고 애플의 중국 비중은 20%로 나타났다. S&P500 기업 중 매출 측면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위 20개 업체에는 반도체 업체를 포함한 기술주들이 16개나 포함돼 있다. 분석가들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발발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이 아무래도 가장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비해 글로벌 통상 분쟁 우려가 커질수록 미국 국내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분석된다.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미 지난해 고객들에게 트럼프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서 비롯될 수 있는 통상 위기를 경고하며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내 노출이 큰 회사들의 주식 매수를 권유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 피터 오펜하이머는 “시장의 표면 아래에서 통상 갈등은 외국 시장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들과 비교할 때 미국 국내 시장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기업들의 실적에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고객들에게 추천한 미국 국내 매출 비율이 높은 종목은 철도회사인 CSX(100%), 약국 체인 CVS(100%), 저가 상품 판매체인점 달러 제너럴(100%), 금융 소프트웨어 회사 인튜이트(95%), 창고 대여 회사 퍼블릭 스토리지(100%), 통신회사 버라이즌(100%), 웰스파고 은행(100%) 등 7개 업체다. jdsmh@fnnews.com
2018-04-09 09:44:19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더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강력한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19일 IMF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2.2%, 내년 2.0%로 지난달 전망치보다 최대 0.3%p 낮췄다. 안팎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다. IMF 한국미션단이 지난 2주간 기획재정부 등과 경제 전반을 점검했는데, 한국 경제가 성장과 추락의 경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가계대출 등 금융불안이 안정세를 찾은 점은 긍정적으로, 길어진 내수침체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가중을 부정적인 요인으로 봤다. 요약하자면 내년에는 성장률이 잘해야 2%대이고, 더 나쁘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MF가 제시한 한국 경제의 위협요인과 처방은 사실 새로울 것은 없다. 부동산 관련 금융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건전성 조치 강화, 저출산·고령화로 취약해진 성장잠재력 확충과 여성·외국인 인력 활용·유입 확대, 무역질서 재편과 산업 급변에 따른 혁신기술 확보 등이다. 통화정책의 점진적 정상화, 재정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 적극적인 건전재정 기조 유지도 권고했다. 잘 알고 있지만 이행이 잘 안 되는 것들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한 구조개혁인데, 성과가 미진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혁동력을 잃어가고 국회는 정쟁에 빠져 민생을 외면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고 헛바퀴만 돌고 있다. 우리가 시간을 흘려보내는 사이, 세계는 인공지능(AI)·전기차 등 첨단기술을 놓고 전쟁 중이다. 강대국들은 반도체 패권을 쥐려고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과 공급망을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고율 보편관세 위협도 앞에 놓여 있고 게다가 중국의 철강·조선 등 과잉생산과 전기차·배터리, 범용 반도체의 저가 물량 공세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때리고 있다.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가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에 이어 19일 45년간 잘 돌리던 포항 1선재 공장마저 폐쇄한 것은 한국 경제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포스코는 중국 투자성공의 상징이던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을 비롯, 적자사업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경제위기는 이미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주력산업 위축과 내수침체는 고용과도 직결된다. 올 2·4분기 기준 30세 미만 청년층과 40대 근로자 일자리 19만개가 줄어 2017년 통계 집계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미중 시장에 의존하는 수출중심 경제국가인 우리는 과거와 같은 산업구조와 정책, 규제로는 역동성을 회복하기 어렵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 수출이 잘나가면 전체 경제를 끌어올리는 통계왜곡으로 착시에 쉽게 빠진다. 결국 경제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는 것이다. IMF가 주문한 '강력한 경제정책'은 공무원의 책상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현장에서 통하는 정책이어야 성공한다. 기업들을 옥죄는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는 것부터 근본적인 개혁이 따라야 한다. 산업 구조전환에 필요한 저탄소 미래기술 연구개발(R&D)과 신규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 민생과 투자 촉진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이 국회에 발목이 묶여선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여야 따질 것 없이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2024-11-20 18:13:48【리마(페루)=김학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갖고 북핵 등 안보와 반도체·배터리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포함한 경제 이슈 등을 다루기 위한 3국 협력 사무소를 설치키로 했다. 핵심은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교체기와 관계없이 기존대로 한미일 3국간 안보·경제분야 협력을 지속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 관련기사 4면 아울러 윤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 투자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는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비해 한중간 관계개선을 고리로 한 양국간 경제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시내 한 호텔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 신행정부 하에서도 한일 정상이 한미일 협력 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등, 이번 APEC 기간 한미일·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을 모두 열어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일 3국 협력 사무소를 설치키로 했다. 한미일 협력을 각국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지속시키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한미일 사무국은 안보·경제·첨단기술·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협력 사업을 점검하고, 조율하게 된다. 3국 간 합의에 따라 사무국장은 한국, 미국, 일본 순서로 2년씩 돌아가며 맡게 된다. 조만간 우리 외교부 내에 사무국을 설치해 2년 간 운영할 예정이다. 사무국이 집행위원회를 꾸려 필요에 따라 사업관리 태스크포스(TF)도 함께 운영키로 했다. 특히 3국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참전을 강력히 규탄하고, 러북 군사 협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의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시 주석과 2년만에 한중 정상회담을 열어 내년 한중 FTA 발효 10주년을 맞이해 '한중 FTA 서비스 투자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을 강하게 규탄하면서 안보 현안도 부각됐지만 일단, 한중 양국 정상은 양국 국민에게 이익되는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APEC 마지막 날인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북한에 대해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자 시 주석은 "한반도에서 전쟁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들이 전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11-17 15:5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