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가을 오페라 ‘탄호이저’가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주최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는 한국에서는 45년 만에, 원어로는 처음 선보이는 전막 공연이다. 지휘자 필립 요갱과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의 참여로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17일 개막한 이 공연은 침대가 놓인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선입관과 예상을 완전히 깨부쉈다. 기존 공연들이 주로 중세풍의 성이나 자연 속 연극무대에서 시작한 것과 달리 무대 장치나 소품, 인물들의 의상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그린 듯 익숙하다. 하지만 요나 김 연출은 베누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설명되는 파리 버전(1861년)과 드레스덴 초연 버전(1845년)을 섞어 만든 이번 공연에서 시대와 배경을 뚜렷이 규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간'을 이야기하기 위한 그만의 설계다. 극 전반에 걸쳐 무대 위를 누비는 라이브캠은 공연의 감동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 화면을 시각적 장치로 적극 활용했다. 연기자들의 세세한 표정 변화와 미묘한 몸짓, 객석에서 잘 보이지 않던 동선까지 카메라가 따라붙으며 관객의 눈이 되어준다. 무대 공간 역시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내면 상태에 따라 함께 변화하며 거울 역할을 한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 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바그너가 작곡하고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가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과정이 '참회와 구원'의 서사 아래 펼쳐진다. 서곡을 비롯해 순례자의 합창, 볼프람의 아리아 '저녁별의 노래' 등을 통해 특유의 서정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1막은 엘리자베트와 결혼을 앞둔 탄호이저가 그녀의 지고지순함에 질려 호텔로 도망친 뒤 베누스와 쾌락을 즐긴다는 설정을 그린다. 무대 중앙엔 객실이, 양 옆에는 엘리베이터가 자리잡고 있다. 그의 주변으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등장하거나 엘리자베트가 나타나 탄호이저를 염탐한다. 붉은 드레스는 탄호이저 내면의 욕망과 환상을 투영한 것으로, 쾌락과 금욕 사이에 갈등하는 상황을 감각적인 대결 구도로 연출했다. 무대 공간 속 소품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탄호이저가 머무는 객실 벽에는 17세기에 활동한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1594~1665)의 '미다스와 바쿠스'가 걸려 있다. 물질(황금)을 추구하는 미다스와 이를 실현시켜준 술과 풍요의 신 바쿠스를 묘사한 작품으로, 욕망에 갇힌 탄호이저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2막에서는 '사랑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음유시인들과 탄호이저의 노래경연대회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인들은 하나같이 군복 차림을 하고 있다. 명령 체계를 따르는 군대 제복을 통해 규율이 지배하는 집단과 조직, 강박적 신앙을 드러냈다. 또 베누스는 욕망의 붉은색, 엘리자베트는 성녀의 색인 푸른색과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하지만 동일한 외투를 입어 여성으로서의 동질성을 나타냈다. 이는 바그너가 두 여성에게 공통된 여성성을 음악과 대본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3막에서는 두 여주인공이 신부 베일을 함께 쓰고 여성의 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양립했던 두 인물이 사실은 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두 개의 얼굴이라는 깨달음을 준다.3막 결말 부분에서는 탄호이저를 구원하기로 마음먹은 엘리자베트가 거울 조각으로 자살하고, 탄호이저 역시 권총으로 자살한다. 원작에서는 엘리자베트의 희생을 통해 탄호이저가 구원을 얻었다는 암시로 끝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임신한 베누스가 무대 위로 걸어 나오며 막을 내린다. 이로써 비극 뒤에도 삶(생명)은 계속되며, '탄호이저'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인간의 이야기라는 울림을 남긴다.탄호이저 역은 하이코 뵈르너와 다니엘 프랑크, 엘리자베트 역은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은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연기한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공연은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7 08:07:29"오페라 '탄호이저'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페라 '탄호이저'의 연출을 맡은 요나 김(사진)은 탄호이저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관객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가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탄호이저는 지난 1845년 독일 드레스덴 궁정 가극장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1979년 중앙국립극장에서 한국어로 번역해 선보였다. 원어로 된 전막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오페라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은 파리 버전(1861년)과 드레스덴 버전을 섞고 독창적인 무대 설계와 의상 디자인을 가미해 '서울 버전'을 탄생시켰다. 개막을 3주 앞둔 지난 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요나 김은 "쾌락주의가 지배하는 현시대에도 육체와 정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다"며 "하나의 이데올로기만 주장하는 양분법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압력을 받으며 결국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를 세밀하게 담고 있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 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직접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는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사는 동굴에 찾아간 뒤로 쾌락에 젖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회와 구원'이라는 서사 아래 펼쳐진다. 공연은 철학적 주제와 서술적인 이야기로 러닝 타임만 180분이 훌쩍 넘는다. 이는 유튜브에서 1분 이하 숏폼 영상을 즐겨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즐겨보는 대중의 소비 취향을 거스르는 게 아닐까. 요나 김 연출은 "오페라 자체가 우리나라 문화가 아닌 데다 어렵고 낯설다. 그럼에도 요즘 세대의 기호에 맞춰 작품을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서사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이러한 낯선 스토리텔링이 도리어 의미가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관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대는 계속된다. MZ세대에게 이런 경험이 얼마나 놀랍고 새로운 건지 상상해보라"며 "익숙한 틀을 깨면서 사고의 전환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페라 관객 층은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며 '오페라 대중화'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요나 김 연출은 "오페라 작품이 쉬울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연출에 있어 원작의 난해함을 의도적으로 하향평준화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 대사 하나하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자기에게 해당하는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고 메시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출가로서 가장 선호하는 관객 유형은 '바그너에 대해 모르고 공연장에 오는 사람'을 꼽았다. 요나 김은 "우연한 계기로 공연장에 온 관객은 마치 준비도 안된 채로 찬물에 뛰어드는 사람과 같다"며 "지식에 앞서 온몸으로 작품을 만나, 스토리를 따라 흡입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때 연출가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을 위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뭉쳤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탄호이저 역에는 독일 출신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스웨덴 출신 테너 다니엘 프랑크가 함께한다. 또 엘리자베트 역에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에는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또한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와 협업을 맺고 보다 높은 수준의 화질과 사운드로 오페라 '탄호이저'를 온라인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오는 19일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며, 이후 예술의전당 편집·보정 작업을 거쳐 VOD로 제작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4 18:20:52"오페라 '탄호이저'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페라 '탄호이저'의 연출을 맡은 요나 김은 탄호이저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 관객들에게 이같이 전했다. 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가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탄호이저는 지난 1845년 독일 드레스덴 궁정 가극장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1979년 중앙국립극장에서 한국어로 번역해 선보였다. 원어로 된 전막 오페라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오페라계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은 파리 버전(1861년)과 드레스덴 버전을 섞고 독창적인 무대 설계와 의상 디자인을 가미해 '서울 버전'을 탄생시켰다. 개막을 3주 앞둔 지난 2일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요나 김은 "쾌락주의가 지배하는 현시대에도 육체와 정신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들의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다"며 "하나의 이데올로기만 주장하는 양분법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변화에 대한 압력을 받으며 결국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작품이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를 세밀하게 담고 있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 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직접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는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사는 동굴에 찾아간 뒤로 쾌락에 젖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회와 구원'이라는 서사 아래 펼쳐진다. 공연은 철학적 주제와 서술적인 이야기로 러닝 타임만 180분이 훌쩍 넘는다. 이는 유튜브에서 1분 이하 숏폼 영상을 즐겨보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즐겨보는 대중의 소비 취향을 거스르는 게 아닐까. 요나 김 연출은 "오페라 자체가 우리나라 문화가 아닌 데다 어렵고 낯설다. 그럼에도 요즘 세대의 기호에 맞춰 작품을 기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서사를 소비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이러한 낯선 스토리텔링이 도리어 의미가 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이어 "관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대는 계속된다. MZ세대에게 이런 경험이 얼마나 놀랍고 새로운 건지 상상해보라"며 "익숙한 틀을 깨면서 사고의 전환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페라 관객 층은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며 '오페라 대중화'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요나 김 연출은 "오페라 작품이 쉬울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연출에 있어 원작의 난해함을 의도적으로 하향평준화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 대사 하나하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나 자기에게 해당하는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고 메시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출가로서 가장 선호하는 관객 유형은 '바그너에 대해 모르고 공연장에 오는 사람'을 꼽았다. 요나 김은 "우연한 계기로 공연장에 온 관객은 마치 준비도 안된 채로 찬물에 뛰어드는 사람과 같다"며 "지식에 앞서 온몸으로 작품을 만나, 스토리를 따라 흡입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때 연출가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연을 위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뭉쳤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탄호이저 역에는 독일 출신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스웨덴 출신 테너 다니엘 프랑크가 함께한다. 또 엘리자베트 역에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에는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또한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와 협업을 맺고 보다 높은 수준의 화질과 사운드로 오페라 '탄호이저'를 온라인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오는 19일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며, 이후 예술의전당 편집·보정 작업을 거쳐 VOD로 제작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4 10:43:57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포스터)'가 오는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19일 국립오페라단에 따르면 탄호이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꽃'이라 평가받는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낭만적인 오페라다. 지난 1979년 중앙국립극장에서 한국 초연 이후 전막 오페라로는 45년 만이다. 당시 한국어로 번역해 공연한 것을 고려하면 원어로 선보이는 첫 '탄호이저'인 셈이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를 세밀하게 담고 있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 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직접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는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사는 동굴에 찾아간 뒤로 쾌락에 젖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회와 구원'이라는 서사 아래 펼쳐진다. 바그너가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스스로 부제를 '낭만적인 오페라'로 붙일 만큼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철학적 주제와 서술적인 이야기 구조로 공연시간만 180분을 훌쩍 넘는다. 음악과 극이 유기적으로 튼튼하게 얽혀있다는 점, 또 이탈리아 오페라 형식을 탈피해 무한선율의 음악세계를 예고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인생에 한번은 반드시 들어야 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뭉쳤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연출은 유럽 오페라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맡았다. 국립오페라단과의 인연은 2015년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이후 두 번째로, 독일 오페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보일 예정이다. 탄호이저 역에는 독일 출신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스웨덴 출신 테너 다니엘 프랑크가 함께한다. 또 엘리자베트 역에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에는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대작 오페라, 그것도 바그너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내년에도 바그너의 작품을 계획 중인데 앞으로 더 깊고 심오한 바그너의 세계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와 협업을 맺고 보다 높은 수준의 화질과 사운드로 오페라 '탄호이저'를 온라인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오는 10월 19일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며, 이후 예술의전당 편집·보정 작업을 거쳐 VOD로 제작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9-19 18:14:50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푸치니 오페라부터 셰익스피어 희곡을 영어로 만든 '한여름 밤의 꿈', 묵직한 바그너의 '탄호이저'까지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오페라가 관객을 만나러 온다. 세계 정상급 음악가도 내한한다. 푸치니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성악가 안젤라 게오르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 지휘자 콘스탄틴 트링크스가 대표적이다. 메아리 작가와 손잡고 독특한 일러스트 포스터를 선보인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로시니부터 브리튼, 코른골트, 바그너, 푸치니까지 ‘도발적이거나 몽화적인 작품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또 파리올림픽을 맞아 유럽 3개국에서 K오페라 ‘처용’을 콘서트오페라로 선보인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보다 대중적이다. ‘라 트라비아타’로 시작해 푸치니 대표작 ‘토스카’와 ‘라보엠’을 올린다.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전막 공연 등 도전적 시도 국립오페라단 최상호 단장은 2024년 라인업 특징으로 “초연작과 영어 오페라 등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꼽았다. 또 “앞으로 바그너 작품을 많이 선보일 계획인데, 그 시작점이 될 ‘탄호이저’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정기공연 시작을 여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2월 22~25일)은 로시니가 21세에 27일만에 완성한 희극 오페라다. 국내 대표적인 오페라 연출가 최지형과 제57회 브장송 지휘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결승에 올라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30대 지휘자 이든이 함께한다. 4월에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20세기 영국 유명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이 오페라로 재탄생한 ‘한여름 밤의 꿈’(4월 11~14일)을 올린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영어 오페라다. 최 단장은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노부부로 그리는 등 요정의 세계가 배경인 원작과 다른 현대적 해석이 관전 포인트"라며 “카운터 테너부터 베이스, 하이 소프라노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음악감독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가 작곡한 ‘죽음의 도시’(5월 23~26일)는 새로운 분위기를 전할 예정이다. 죽은 아내와 닮은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현실과 꿈, 그 경계에 선 영화 같은 오페라다. 지휘자 콘스탄틴 트링크스가 이끄는 ‘탄호이저’(10월 17~20일)는 국립오페라단이 2019년 ‘바그너 갈라’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전막 작품이다. 최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이 가지는 무게감과 작품의 중량감을 봤을 때 ‘탄호이저’는 2024년 최대 기대작”이라며 “관객들에게 바그너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긴 공연 시간과 어려운 연주를 성악가들이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며 “트링크스는 젊은 지휘자로는 이례적으로 바그너 무대음악 전곡을 지휘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2021년 한국 초연한 ‘서부의 아가씨’(12월 5~8일)는 도둑 라메레즈를 숨겨주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미니의 당찬 모습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오페라로 지휘자 홍석원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서울시오페라단, ‘스타’ 이용훈 이어 올해는 안젤라 게오르규 지난해 세계적 성악가 이용훈의 국내 첫 무대 ‘투란도트’로 화제를 모은 서울시오페라단은 올해 ‘만남’을 주제로 오페라 명작 3편을 선보인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사랑, 행복에 이어 올해의 키워드는 만남”이라며 “만남으로 시작된 사랑은 이별,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의미를 가진 만남을 주제로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라보엠'과 연말 갈라콘서트를 올린다"고 말했다. 베르디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4월 25~28일)는 190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이지현이 비올레타 역으로 국내 데뷔 무대에 오른다. 하반기에는 푸치니 오페라 중 가장 드라마틱한 ‘토스카’(9월 5~8일)를 선택했다. 안젤라 게오르규가 토스카 역을 맡고,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은 사무엘 윤이 스카르피아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가난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보헤미안들을 그린 푸치니 걸작 ‘라보엠’(11월 21~24일)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후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거듭난 황수미가 미미 역으로 출연한다. 박 단장은 ‘라 트라비아타’의 시대적 배경을 개화기로 바꾸며 차별화한 이유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언급하며 “관객의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안젤라 게오르규 캐스팅과 관련해 “오페라는 성악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세계적 성악가를 모시기 쉽지 않았지만 '토스카'에 꼭 필요했다. 최대한 맞춰서 마음과 정성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1-15 09:19:06[파이낸셜뉴스] 미국에 맞서 이란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 근접 대공장비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장비가 실제로 전달되면 레바논 국경에서 헤즈볼라의 도발을 진압하는 이스라엘 공군이나 미 공군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게 ‘판치르 S-1’ 야전 방공 체계를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미 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이 판치르 S-1 전달을 위해 현지 헤즈볼라 간부들과 접촉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장비는 기관포와 대공미사일, 레이더가 결합된 근접 대공장비로 사정거리는 약 20km다. 주로 트럭이나 기갑차량에 탑재해 야전에서 사용한다. 현재 시리아나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전장에서 쓰이고 있다. 장비 전달은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바그너그룹이 시리아에서 쓰던 물건을 헤즈볼라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바그너그룹의 판치르 S-1에 대해 애초에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에게 줬던 장비라고 설명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6월 반란 사건 이후 대다수의 중장비를 러시아 정부에 반납했지만 지난 8월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이후 다시 중장비를 지원 받고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논평을 하지 않았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너그룹의 헤즈볼라 방공망 지원 가능성에 대해 공유할 정보가 없다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WSJ는 방공망 지원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서방에 맞서 더욱 밀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시아파 정부군을 지지했다. 이란의 지원으로 설립된 헤즈볼라 역시 내전 이후 시리아 정부군의 편에 서서 참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정부군의 야포 및 중장비를 입수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2015년부터 참전하여 시리아 정부군을 도왔다. CNN은 알 아사드가 바그너그룹의 방공망 인도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상황이 러시아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미국과 서방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이에 맞서는 러시아가 이란 등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국가들과 더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란은 우크라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량의 무인기(드론)를 수출하고 있다. 익명의 유럽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스라엘 사태에 개입하려는 모습에 대해 “물을 흐리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나리오는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일 의회에서 "우크라 분쟁과 중동 분쟁은 분명히 관련이 있다"며 러시아가 이란에 선진 군사기술을 제공하면서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지난달 7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포격을 주고 받았지만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에 제 2전선을 만들지는 않았다.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3일 연설에서 이번 사태를 언급할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1-03 08:59:35[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용병회사인 바그너그룹을 예프게니 프리고진의 아들이 물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귀속되거나 러시아 국방부 산하에 편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들이 물려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CNN은 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의 비공식 텔레그램 채널들에서 프리고진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자산과 기업제국 지분이 그의 25세된 아들 파벨에게 대물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채널 가운데 하나인 '포트'는 프리고진의 유언장 사본을 입수했다면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8월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로 가던 도중 개인 제트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미사일 격추 얘기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러시아의 사보타주 공작으로 그가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일 공증받은 유언장이라고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주장하는 이 유언장 사본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25세 아들 파벨이 바그너그룹을 포함해 프리고진의 모든 자산을 물려 받도록 돼 있다. 비공식 보도에 따르면 파벨 프리고진은 지난달 8일 유산상속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포트는 아울러 파벨이 유산 상속 과정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에 지불해야 하는 최대 8억달러(약 1조800억원)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바그너와 연관된 텔레그램 채널들에 따르면 파벨 프리고진은 현재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다시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10-03 06:43:38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4개 회원국들이 벨라루스 정부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추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사병으로 바뀌고 있는 바그너그룹이 군사 도발이나 난민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사시 국경을 모두 폐쇄한다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폴란드의 마리아시 카민스키 내무장관을 비롯해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들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났다. 이들은 카민스키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벨라루스 정권에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서 즉각 제거하고, 국경지대에서 모든 난민을 철수해 출신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민스키는 벨라루스와 국경에서 무기가 개입된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난민 밀어내기'가 강도를 더할 경우 벨라루스와 국경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주동안 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민스키는 회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인지를 막론하고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하고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과 화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열어 놨던 모든 국경 통로를 폐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폴란드와 발트3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난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독재로 인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자 지난 2021년에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난민을 초청한 뒤 EU 관할지역으로 들여보냈다. 박종원 기자
2023-08-29 18:21:41[파이낸셜뉴스] 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4개 회원국들이 벨라루스 정부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추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사병으로 바뀌고 있는 바그너그룹이 군사 도발이나 난민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사시 국경을 모두 폐쇄한다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폴란드의 마리아시 카민스키 내무장관을 비롯해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들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났다. 이들은 카민스키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벨라루스 정권에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서 즉각 제거하고, 국경지대에서 모든 난민을 철수해 출신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민스키는 벨라루스와 국경에서 무기가 개입된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난민 밀어내기'가 강도를 더할 경우 벨라루스와 국경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주동안 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민스키는 회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인지를 막론하고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하고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과 화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열어 놨던 모든 국경 통로를 폐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폴란드와 발트3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난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독재로 인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자 지난 2021년에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난민을 초청한 뒤 EU 관할지역으로 들여보냈다. 난민을 이용한 신개념 도발 가능성은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반란에 실패한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바그너그룹은 벨라루스군과 합동 훈련을 진행했고 폴란드 정부는 두 세력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부분적인 국경 폐쇄와 병력 증강으로 대응했다. 벨라루스를 둘러싼 발트 3국 역시 국경을 일부 폐쇄했다. 한편 지난 23일 러시아에서는 비행기 추락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그룹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다. 벨라루스에 머무는 바그너그룹 병력은 당초 약 4000명 규모로 알려졌으나 반란 이후 급여가 줄면서 상당수가 이탈했다고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8-29 08:59:36[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모든 러시아 용병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 서약을 요구토록 하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6월 26일 무장봉기를 일으켰다가 이를 곧바로 중단한 뒤 23일 러시아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민간군사기업(PMC)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 사망 이틀 뒤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프리고진 대신 국가와 정권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도록 바그너 그룹을 바꾸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명령으로 바그너는 해체 대신 사실상 러시아 정부의 지시를 받는 군사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그너 그룹은 6월 단명으로 그친 반란과 프리고진 사망 이후 미래가 불확실해진 상태였다. CNBC에 따르면 그러나 푸틴은 이날 대통령 명령을 통해 바그너를 국가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그너가 현재 아프리카,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해체보다는 국가에 충성하는 조직으로 살려 둬 국익과 자신의 정권 안보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푸틴의 요리사'로도 알려진 오랜 친분이 있는 프리고진 사망이 러시아 당국에 확인된 뒤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하루가 지난 24일에야 짧게 애도를 표명했을 뿐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25일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요격당하지는 않았지만 사보타주 공격을 받아 추락했거나 안에서 폭탄이 터져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때문에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과 바그너 수뇌부가 탄 비행기 추락은 사실상 프리고진에 대한 푸틴의 '공개처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러시아가 사고 음모론을 부인하는 가운데 푸틴은 비행기 추락과 관련해 이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 사고현장에서 시신 10구를 수습했다. 또 비행기록장치도 수거됐으며 이를 복구해 포렌식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무장봉기 중단을 위한 중재에 나섰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신이 프리고진의 안전을 보장한 적은 없다면서도 푸틴이 이번 비행기 추락 배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이 그랬다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8-26 08: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