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와 국립오페라단이 공동 주최하는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포스터)'가 오는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19일 국립오페라단에 따르면 탄호이저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꽃'이라 평가받는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낭만적인 오페라다. 지난 1979년 중앙국립극장에서 한국 초연 이후 전막 오페라로는 45년 만이다. 당시 한국어로 번역해 공연한 것을 고려하면 원어로 선보이는 첫 '탄호이저'인 셈이다. '탄호이저'는 사랑을 통한 구원을 노래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 간의 갈등, 예술가의 고뇌를 세밀하게 담고 있다. 독일에서 내려오는 전설과 중세 독일에 실제로 있었던 노래 경연 대회라는 소재를 결합해 바그너가 작곡은 물론 직접 대본까지 썼다. 13세기 초 기사 탄호이저는 영주의 조카딸 엘리자베트와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있었지만, 관능적인 사랑의 여신 베누스(비너스)가 사는 동굴에 찾아간 뒤로 쾌락에 젖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참회와 구원'이라는 서사 아래 펼쳐진다. 바그너가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스스로 부제를 '낭만적인 오페라'로 붙일 만큼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철학적 주제와 서술적인 이야기 구조로 공연시간만 180분을 훌쩍 넘는다. 음악과 극이 유기적으로 튼튼하게 얽혀있다는 점, 또 이탈리아 오페라 형식을 탈피해 무한선율의 음악세계를 예고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인생에 한번은 반드시 들어야 하는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들이 뭉쳤다. 2016년 국립오페라단 '로엔그린'을 이끌었던 지휘자 필립 오갱이 다시 한번 한국을 찾는다. 연출은 유럽 오페라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맡았다. 국립오페라단과의 인연은 2015년 '후궁으로부터의 도주' 이후 두 번째로, 독일 오페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바그너 오페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선보일 예정이다. 탄호이저 역에는 독일 출신 테너 하이코 뵈르너와 스웨덴 출신 테너 다니엘 프랑크가 함께한다. 또 엘리자베트 역에 레나 쿠츠너와 문수진, 베누스 역에는 쥘리 로바르-장드르와 양송미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이외에 성악가 톰 에릭 리, 김태현, 최웅조, 하성헌, 유신희, 전병권, 강도호, 이준석, 김현정이 출연한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대작 오페라, 그것도 바그너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내년에도 바그너의 작품을 계획 중인데 앞으로 더 깊고 심오한 바그너의 세계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예술의전당 '디지털 스테이지'와 협업을 맺고 보다 높은 수준의 화질과 사운드로 오페라 '탄호이저'를 온라인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오는 10월 19일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를 통해 관객들을 만나며, 이후 예술의전당 편집·보정 작업을 거쳐 VOD로 제작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9-19 18:14:50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맞아 푸치니 오페라부터 셰익스피어 희곡을 영어로 만든 '한여름 밤의 꿈', 묵직한 바그너의 '탄호이저'까지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오페라가 관객을 만나러 온다. 세계 정상급 음악가도 내한한다. 푸치니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성악가 안젤라 게오르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 지휘자 콘스탄틴 트링크스가 대표적이다. 메아리 작가와 손잡고 독특한 일러스트 포스터를 선보인 국립오페라단은 올해 로시니부터 브리튼, 코른골트, 바그너, 푸치니까지 ‘도발적이거나 몽화적인 작품들’로 라인업을 꾸렸다. 또 파리올림픽을 맞아 유럽 3개국에서 K오페라 ‘처용’을 콘서트오페라로 선보인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보다 대중적이다. ‘라 트라비아타’로 시작해 푸치니 대표작 ‘토스카’와 ‘라보엠’을 올린다. 국립오페라단, 바그너 전막 공연 등 도전적 시도 국립오페라단 최상호 단장은 2024년 라인업 특징으로 “초연작과 영어 오페라 등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꼽았다. 또 “앞으로 바그너 작품을 많이 선보일 계획인데, 그 시작점이 될 ‘탄호이저’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정기공연 시작을 여는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2월 22~25일)은 로시니가 21세에 27일만에 완성한 희극 오페라다. 국내 대표적인 오페라 연출가 최지형과 제57회 브장송 지휘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결승에 올라 특별언급상을 수상한 30대 지휘자 이든이 함께한다. 4월에는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을 20세기 영국 유명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이 오페라로 재탄생한 ‘한여름 밤의 꿈’(4월 11~14일)을 올린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영어 오페라다. 최 단장은 “오베론과 티타니아를 노부부로 그리는 등 요정의 세계가 배경인 원작과 다른 현대적 해석이 관전 포인트"라며 “카운터 테너부터 베이스, 하이 소프라노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할리우드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음악감독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가 작곡한 ‘죽음의 도시’(5월 23~26일)는 새로운 분위기를 전할 예정이다. 죽은 아내와 닮은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현실과 꿈, 그 경계에 선 영화 같은 오페라다. 지휘자 콘스탄틴 트링크스가 이끄는 ‘탄호이저’(10월 17~20일)는 국립오페라단이 2019년 ‘바그너 갈라’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전막 작품이다. 최 단장은 “국립오페라단이 가지는 무게감과 작품의 중량감을 봤을 때 ‘탄호이저’는 2024년 최대 기대작”이라며 “관객들에게 바그너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긴 공연 시간과 어려운 연주를 성악가들이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라며 “트링크스는 젊은 지휘자로는 이례적으로 바그너 무대음악 전곡을 지휘한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2021년 한국 초연한 ‘서부의 아가씨’(12월 5~8일)는 도둑 라메레즈를 숨겨주며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미니의 당찬 모습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오페라로 지휘자 홍석원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 서울시오페라단, ‘스타’ 이용훈 이어 올해는 안젤라 게오르규 지난해 세계적 성악가 이용훈의 국내 첫 무대 ‘투란도트’로 화제를 모은 서울시오페라단은 올해 ‘만남’을 주제로 오페라 명작 3편을 선보인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사랑, 행복에 이어 올해의 키워드는 만남”이라며 “만남으로 시작된 사랑은 이별,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의미를 가진 만남을 주제로 '라 트라비아타', '토스카', '라보엠'과 연말 갈라콘서트를 올린다"고 말했다. 베르디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4월 25~28일)는 190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오페라극장의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이지현이 비올레타 역으로 국내 데뷔 무대에 오른다. 하반기에는 푸치니 오페라 중 가장 드라마틱한 ‘토스카’(9월 5~8일)를 선택했다. 안젤라 게오르규가 토스카 역을 맡고,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은 사무엘 윤이 스카르피아 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가난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보헤미안들을 그린 푸치니 걸작 ‘라보엠’(11월 21~24일)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후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거듭난 황수미가 미미 역으로 출연한다. 박 단장은 ‘라 트라비아타’의 시대적 배경을 개화기로 바꾸며 차별화한 이유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언급하며 “관객의 이해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안젤라 게오르규 캐스팅과 관련해 “오페라는 성악가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세계적 성악가를 모시기 쉽지 않았지만 '토스카'에 꼭 필요했다. 최대한 맞춰서 마음과 정성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1-15 09:19:06[파이낸셜뉴스] 미국에 맞서 이란과 밀착하고 있는 러시아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게 근접 대공장비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장비가 실제로 전달되면 레바논 국경에서 헤즈볼라의 도발을 진압하는 이스라엘 공군이나 미 공군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미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게 ‘판치르 S-1’ 야전 방공 체계를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미 CNN도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이 판치르 S-1 전달을 위해 현지 헤즈볼라 간부들과 접촉중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장비는 기관포와 대공미사일, 레이더가 결합된 근접 대공장비로 사정거리는 약 20km다. 주로 트럭이나 기갑차량에 탑재해 야전에서 사용한다. 현재 시리아나 우크라이나 등 다양한 전장에서 쓰이고 있다. 장비 전달은 러시아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 바그너그룹이 시리아에서 쓰던 물건을 헤즈볼라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관계자는 바그너그룹의 판치르 S-1에 대해 애초에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에게 줬던 장비라고 설명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6월 반란 사건 이후 대다수의 중장비를 러시아 정부에 반납했지만 지난 8월 수장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이후 다시 중장비를 지원 받고 있다. 이번 보도에 대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논평을 하지 않았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너그룹의 헤즈볼라 방공망 지원 가능성에 대해 공유할 정보가 없다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WSJ는 방공망 지원으로 러시아와 이란이 서방에 맞서 더욱 밀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시아파 정부군을 지지했다. 이란의 지원으로 설립된 헤즈볼라 역시 내전 이후 시리아 정부군의 편에 서서 참전했다. 서방 언론들은 헤즈볼라가 시리아 내전을 통해 정부군의 야포 및 중장비를 입수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2015년부터 참전하여 시리아 정부군을 도왔다. CNN은 알 아사드가 바그너그룹의 방공망 인도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는 상황이 러시아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미국과 서방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면서 이에 맞서는 러시아가 이란 등 이스라엘을 적대하는 국가들과 더 가까워진다고 설명했다. 이미 이란은 우크라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량의 무인기(드론)를 수출하고 있다. 익명의 유럽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이스라엘 사태에 개입하려는 모습에 대해 “물을 흐리는 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나리오는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일 의회에서 "우크라 분쟁과 중동 분쟁은 분명히 관련이 있다"며 러시아가 이란에 선진 군사기술을 제공하면서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지난달 7일 공격 이후 이스라엘과 포격을 주고 받았지만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에 제 2전선을 만들지는 않았다.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3일 연설에서 이번 사태를 언급할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1-03 08:59:35[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용병회사인 바그너그룹을 예프게니 프리고진의 아들이 물려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하면서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귀속되거나 러시아 국방부 산하에 편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들이 물려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CNN은 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의 비공식 텔레그램 채널들에서 프리고진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자산과 기업제국 지분이 그의 25세된 아들 파벨에게 대물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런 채널 가운데 하나인 '포트'는 프리고진의 유언장 사본을 입수했다면서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8월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로 가던 도중 개인 제트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미사일 격추 얘기도 나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러시아의 사보타주 공작으로 그가 탑승한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일 공증받은 유언장이라고 소셜미디어 채널에서 주장하는 이 유언장 사본에 따르면 프리고진의 25세 아들 파벨이 바그너그룹을 포함해 프리고진의 모든 자산을 물려 받도록 돼 있다. 비공식 보도에 따르면 파벨 프리고진은 지난달 8일 유산상속을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포트는 아울러 파벨이 유산 상속 과정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바그너에 지불해야 하는 최대 8억달러(약 1조800억원)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바그너와 연관된 텔레그램 채널들에 따르면 파벨 프리고진은 현재 바그너그룹 용병들을 다시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10-03 06:43:38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4개 회원국들이 벨라루스 정부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추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사병으로 바뀌고 있는 바그너그룹이 군사 도발이나 난민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사시 국경을 모두 폐쇄한다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폴란드의 마리아시 카민스키 내무장관을 비롯해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들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났다. 이들은 카민스키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벨라루스 정권에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서 즉각 제거하고, 국경지대에서 모든 난민을 철수해 출신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민스키는 벨라루스와 국경에서 무기가 개입된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난민 밀어내기'가 강도를 더할 경우 벨라루스와 국경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주동안 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민스키는 회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인지를 막론하고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하고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과 화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열어 놨던 모든 국경 통로를 폐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폴란드와 발트3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난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독재로 인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자 지난 2021년에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난민을 초청한 뒤 EU 관할지역으로 들여보냈다. 박종원 기자
2023-08-29 18:21:41[파이낸셜뉴스] 대표적인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4개 회원국들이 벨라루스 정부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추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사병으로 바뀌고 있는 바그너그룹이 군사 도발이나 난민을 밀어 넣는 방식으로 주변국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사시 국경을 모두 폐쇄한다고 경고했다. CNN에 따르면 폴란드의 마리아시 카민스키 내무장관을 비롯해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들은 28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만났다. 이들은 카민스키가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벨라루스 정권에 바그너그룹을 벨라루스에서 즉각 제거하고, 국경지대에서 모든 난민을 철수해 출신국으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민스키는 벨라루스와 국경에서 무기가 개입된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난민 밀어내기'가 강도를 더할 경우 벨라루스와 국경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주동안 벨라루스 국경에서 난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황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민스키는 회견 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도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국경인지를 막론하고 중대한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하고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과 화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열어 놨던 모든 국경 통로를 폐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폴란드와 발트3국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난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벨라루스의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독재로 인해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받자 지난 2021년에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난민을 초청한 뒤 EU 관할지역으로 들여보냈다. 난민을 이용한 신개념 도발 가능성은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반란에 실패한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바그너그룹은 벨라루스군과 합동 훈련을 진행했고 폴란드 정부는 두 세력의 도발을 막기 위해 부분적인 국경 폐쇄와 병력 증강으로 대응했다. 벨라루스를 둘러싼 발트 3국 역시 국경을 일부 폐쇄했다. 한편 지난 23일 러시아에서는 비행기 추락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비롯한 바그너그룹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다. 벨라루스에 머무는 바그너그룹 병력은 당초 약 4000명 규모로 알려졌으나 반란 이후 급여가 줄면서 상당수가 이탈했다고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8-29 08:59:36[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모든 러시아 용병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 서약을 요구토록 하는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6월 26일 무장봉기를 일으켰다가 이를 곧바로 중단한 뒤 23일 러시아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민간군사기업(PMC)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 사망 이틀 뒤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프리고진 대신 국가와 정권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하도록 바그너 그룹을 바꾸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이날 명령으로 바그너는 해체 대신 사실상 러시아 정부의 지시를 받는 군사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그너 그룹은 6월 단명으로 그친 반란과 프리고진 사망 이후 미래가 불확실해진 상태였다. CNBC에 따르면 그러나 푸틴은 이날 대통령 명령을 통해 바그너를 국가 통제 아래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바그너가 현재 아프리카,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맹활약하고 있어 해체보다는 국가에 충성하는 조직으로 살려 둬 국익과 자신의 정권 안보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푸틴의 요리사'로도 알려진 오랜 친분이 있는 프리고진 사망이 러시아 당국에 확인된 뒤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하루가 지난 24일에야 짧게 애도를 표명했을 뿐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25일 프리고진이 탄 비행기가 요격당하지는 않았지만 사보타주 공격을 받아 추락했거나 안에서 폭탄이 터져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때문에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프리고진과 바그너 수뇌부가 탄 비행기 추락은 사실상 프리고진에 대한 푸틴의 '공개처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러시아가 사고 음모론을 부인하는 가운데 푸틴은 비행기 추락과 관련해 이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현재 사고현장에서 시신 10구를 수습했다. 또 비행기록장치도 수거됐으며 이를 복구해 포렌식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무장봉기 중단을 위한 중재에 나섰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자신이 프리고진의 안전을 보장한 적은 없다면서도 푸틴이 이번 비행기 추락 배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이 그랬다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8-26 08:12:09[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최대 민간군사기업(PMC)이자 지난 6월에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던 바그너그룹이 지도부 상실로 위기에 처했다. 외신들은 조직을 이끌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며 바그너그룹이 해체되거나 러시아군에 흡수된다고 보고 있지만 이들이 프리고진의 복수에 나선다는 관측도 있다. 대장 잃은 바그너 용병, 푸틴에게 복수? 23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서북부 트베리주 쿠젠키노 마을 인근에서는 개인용 제트기가 추락하여 승무원 3명을 포함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탑승자 명단을 인용해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사고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존은 24일 성명을 내고 "바그너그룹의 수장이자 러시아의 영웅, 어머니 조국의 진정한 애국자인 예브게니 빅토로비치 프리고진이 러시아 반역자들의 행동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벨라루스에 주둔중이던 바그너그룹 용병 일부가 벨라루스에서 떠나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우크라 특수부대가 운영하는 국민저항센터(NRC)에 따르면 벨라루스에 있던 바그너그룹 기지 일부가 23일 저녁 해체됐으며, 바그너그룹 용병 일부도 호송대를 꾸려 벨라루스를 떠났다. NRC는 호송대가 러시아 국경으로 향했다고 추정했다. 러시아의 반정부 매체인 모젬 오뱌스니트(MO)는 24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바그너그룹 용병 일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향한 복수를 계획중이라고 전했다. MO는 바그너그룹과 연계된 친정부 매체인 레도프카를 인용해 바그너 그룹 내에 프리고진 혹은 우트킨의 사망 시 작동하는 행동 지침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바그너플레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우리는 푸틴이 이끄는 크렘린 관리들이 프리고진을 살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사망에 대한 정보가 확인되면 우리는 모스크바로 두 번째 '정의를 위한 행진'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23일 또 다른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는 방탄복을 입은 3명의 복면 남성이 등장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한명은 "바그너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며 "한 가지 말한다면, 우리는 이미 시작했다. 기대하라"고 말했다. 러시아의용군단(RVC)의 수장인 데니스 카푸스틴은 24일 바그너그룹에 보내는 영상 메시지에서 프리고진의 복수를 촉구했다. RVC는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우크라 의용군으로 현재 우크라의 지원을 받으며 러시아 정규군과 싸우고 있다. 카푸스틴은 영상에서 "당신들은 지금 중요한 선택에 직면했다"며 "러시아 국방부의 편에 서서 당신의 지휘관을 처형한 자들을 위해 감시견 역할을 할 수도, 혹은 복수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복수를 위해서는 우크라 편으로 전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 이끌 동력 잃어...해체 및 흡수 유력 그러나 서방 언론들은 바그너그룹이 지도부 상실로 동력을 잃었다며 해체되거나 러시아군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추락한 비행기에는 프리고진과 우트킨 외에도 발레리 체칼로프, 예브게니 마카리안, 세르게이 프로푸스틴같은 바그너그룹의 중역들이 대거 탑승했다. 체칼로프는 바그너그룹의 모회사이자 식품 기업인 콩코드매니지먼트의 급식과 군납 사업 등을 담당하던 프리고진의 최측근이었다. 마카리안과 프로푸스틴은 각각 시리아와 체첸에서 용병들을 지휘하던 인물이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바그너그룹에 다른 지휘관들이 남아 있지만 프리고진에 비하면 카리스마나 정치·경제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러시아 야권 정치인으로 활동하는 크세니아 소브착은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바그너는 목이 잘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크렘린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 군대가 두 개 있었는데 이제는 체첸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의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10년 가까이 우크라와 중동·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12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활동해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수천 명의 용병들을 파견해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개발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러시아 정부는 정규군을 투입할 수 없는 작전에 바그너그룹을 투입해 해외 영향력을 키웠다. 우크라 전선에서 싸웠던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3일 쇼이구를 비롯한 군 지휘부와 권력 갈등이 절정에 달하자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한 다음 자신을 따르는 바그너그룹 병력과 함께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프리고진의 사망에 대해 바그너그룹이 아프리카의 유일한 용병 기업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러시아 병사들이 프리고진을 따르든 다른 러시아 관리의 지시에 응하든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던 리언 패네타는 23일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인수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이 알아서 기존 운영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상황을 매우 걱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패네타는 “그러니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바그너그룹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주장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바그너그룹이 따로 푸틴을 공격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건이 시위를 부추기기보다는 겁을 먹게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그룹이 분노는 하겠지만 심각한 정치적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디언은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했던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이번 사건 이전부터 낮은 임금 때문에 주둔지를 이탈했다고 전했다. 현재 벨라루스 주둔 바그너그룹 병력은 한때 5000명 이상에서 약 4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8-25 14:00:38일명 '푸틴의 요리사'이자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숨졌다. 다만 비행기 추락이 사고인지 러시아 방공망의 요격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프리고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23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본부는 "모스크바에서 이륙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인근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승무원 3명을 포함한 탑승인원 10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에는 프리고진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시신 8구가 현장에서 수습됐지만 아직 프리고진의 시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 항공 당국은 비행기 추락 직후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탑승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당국은 프리고진과 그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확인했다. 친 바그너 성향의 소셜미디어도 프리고진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의 친 바그너 채널인 그레이존은 사고 지점에 바그너그룹 전용기 2대가 비행 중이었다면서 1대가 추락한 뒤 나머지 1대는 모스크바 남부의 오스타피예포 공항으로 회항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레이존은 프리고진이 회항한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이후 그가 사망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레이존과 일부 현지 매체들은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를 러시아군이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항공데이터를 추적하는 플라이트레이더24는 프리고진이 탑승한 비행기가 '극적인 하강'을 경험했다면서 러시아 방공망에 요격당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청소년 시절에 절도 등으로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20세에는 조직범죄 가담 혐의로 체포되어 약 9년간 옥살이를 했다. 프리고진은 석방 이후 양아버지와 함께 고향에서 소시지 가판을 열었고 장사가 잘 되자 식료품 사업에도 손을 댔다. 그는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 식당 사업을 시작했다. ■푸틴의 요리사에서 반란군 수장으로프리고진은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청에서 일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손님으로 만나 친분을 쌓았다.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푸틴은 외국 귀빈이 방문하면 프리고진의 식당에서 접대를 했다. 2001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프리고진의 식당을 방문했다. 프리고진은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는 푸틴의 위세를 업고 학교 및 군부대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동시에 정부 조달 사업을 쓸어 담으면서 신흥 재벌(올리가르히)로 거듭났다. 이후 푸틴이 우크라를 본격적으로 집어삼킬 야욕을 보이자 2013년에 민간군사업체 바그너그룹을 세워 이를 도왔다. 바그너 용병들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 크림반도를 불법 합병할 당시 현지에서 러시아군을 대신해 활동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군부에 직원들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지난 6월 23일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후 프리고진은 36시간 만에 반란을 중단하고 벨라루스로 망명했다. ■바이든 "놀랍지 않아"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휴가 중인 바이든은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에 구체적으로 발생했는지는 모르나 "놀랍지 않다"며 푸틴의 개입을 의심했다. 바이든은 "러시아에서는 푸틴이 개입하지 않는 것은 많지 않다"면서도 아직 설명을 할 정도로 이번 사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지난달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만나 올해 6월 반란 이후 위험한 처지에 놓인 프리고진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과거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던 리언 패네타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앞으로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인수한다고 내다봤다. 패네타는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이 알아서 기존 운영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상황을 매우 걱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바그너그룹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주장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바그너그룹 용병들 또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8-24 18:12:35[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최대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이하 현지시간)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바그너그룹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조직과 이권 사업을 흡수한다고 내다봤다. 과거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장과 국방장관을 지냈던 리언 패네타는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을 인수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이 알아서 기존 운영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는 상황을 매우 걱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패네타는 “그러니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아시아 등 바그너그룹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바그너그룹의 지휘권을 주장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바그너그룹 용병들 또한 자신의 목숨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옛 소련 시절 해외 공작을 수행하던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은 소련 붕괴와 국방 개혁으로 해외 활동 인력이 줄어들자 2013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프리고진과 함께 바그너그룹을 세웠다. GRU는 미국의 '블랙워터'같은 PMC를 참고해 바그너그룹을 창설하고 GRU 산하 병력으로 사용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 10년 가까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한 12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활동해했다. 특히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 수천 명의 용병들을 파견해 군사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광물 개발권 등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러시아 정부는 정규군을 투입할 수 없는 작전에 바그너그룹을 투입해 해외 영향력을 키웠다. 우크라 전선에서 싸웠던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3일 군 지휘부와 권력 갈등이 절정에 달하자 바그너그룹 병사들을 이끌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진군하는 반란을 일으켰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한 다음 자신을 따르는 바그너그룹 병력과 함께 벨라루스로 이동했다. 그는 6월 29일에 바그너그룹 간부들과 함께 푸틴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푸틴은 당시 접견에서 바그너그룹 대표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정부는 아프리카 각국에 연락해 바그너그룹의 이권 사업을 자신들이 이어받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이동한 이후에도 아프리카와 벨라루스에서 계속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프리고진 사망 이후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인수 속도를 높인다고 전망했다. 익명의 유럽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신시키며 바그너그룹의 역할을 점점 더 많이 떠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그너그룹이 해체된다는 전망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리고진을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했던 바그너그룹 병력들이 낮은 임금 때문에 주둔지를 이탈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벨라루스 주둔 바그너그룹 병력은 한때 5000명 이상에서 약 4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08-24 10:5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