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북한 화물열차가 중국으로 잇따라 진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철도 화물운송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북한의 두 번째 화물열차는 17일 오전 8시30분께 중국과 북한을 잇는 중조우의교를 넘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역으로 들어왔다. 전날 오전 단둥에 도착한 첫 번째 화물열차는 이날 9시께 중조우의교를 다시 건너 북한 신의주로 돌아갔다. 첫 화물열차는 화물칸이 빈 채로 왔다가 콩기름과 밀가루 등 생필품과 의약품을 싣고 북한으로 출발했다. 두 번째 화물열차도 같은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의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단둥에서 신의주까지 철도 화물 운송이 이미 재개됐다”면서 “양측은 방역 안전을 확보하는 기초 위에서 화물 운송업무를 잘하고, 양국의 정상적인 무역 왕래를 돕겠다”고 말했다. 북중 화물열차 운행은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2020년 1월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지 24개월 만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01-17 18:45:27러시아 연해주 주도(州都) 블라디보스토크는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이다. 러시아 극동의 군사·물류 요충지다. 사할린 천연가스, 아무르주 수력발전 등 에너지 기착지다. 유라시아를 잇는 9200㎞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구부린 손가락 모양의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은 이질적이다. 곡물과 수산물, 광물 등을 실은 상선과 대형 여객선, 극동 태평양함대가 한데 모여있다. 북극항로와도 닿는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으로 50여㎞ 떨어진 곳이 국경도시 하산이다. 두만강을 넘으면 북한이다. 북러는 철길만 놓여 있다. 하산으로 가는 길은 드넓은 평지와 숲, 적막하다. 절반쯤 왔을 때 닿는 작은 마을이 크라스키노, 한인 정착지가 있던 옛 연추(延秋)다. 야트막한 봉우리에 오르면 일본군과 벌인 하산전투(1938년) 승전기념탑이 있다. 사방이 트여있어 남서쪽으론 중국 훈춘과 북한이 어렴풋이 보인다. 훈춘에서 이어진 철길에는 화물열차가 다닌다.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1909년 겨울 안중근 의사가 11명의 동지와 단지동맹을 결행한 너른 평지가 나온다. '한반도 호랑이'의 오른발 발톱에 맞닿아 있는 연해주는 발해, 고구려의 땅이었다. 청나라 땅이었다가 러시아의 땅(1860년 베이징조약)이 됐다. 2018년 이곳을 가봤다. 6년 전 그때,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여객기와 유람선을 타고 온 한국 관광객들이 넘쳤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포옹했다. 열차를 타고 평양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럽까지 가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기대도 했다. 아뿔싸. 3국의 국경이 맞닿는 연해주, 이 침묵의 땅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그런데 평화를 그렸던 우리의 기대가 보기 좋게 빗나간 쪽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평양에서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어 관계를 격상했다. 북러는 수년째 중단된 하산-나진 두만강 도로 교량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선을 오가는 여객열차도 운행을 재개한다. 북러 교역 확장을 넘어, 폐기됐던 유사시 군사개입이 명시된 조약까지 되살렸다.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무기, 폭탄을 대거 공급하고 있다는 게 서방의 분석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추진잠수함, 정찰위성 등과 같은 위협적인 군사기술 교류는 레드라인을 넘은 중대한 문제다. 중러도 더없는 밀착 관계다. 수교 75주년, 푸틴은 지난 5월 경제사절단과 함께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러시아 영토에서 중국 자동차를 생산하자고 했다. 중러는 천연가스파이프(PNG), 철도 등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러시아 극동을 오간 철도 화물량(1470만t)이 지난해 25% 늘었다고 한다. 중국 입장에선 동북 3성 공업지대 생산품을 실어내기 위해 태평양 관문을 열어야 한다. 그곳이 연해주다. 훈춘과 연해주를 잇는 고속도로를 놓은 것도 그 때문이다. 북중러의 급격한 밀월은 철저한 이해타산에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한국은 놓칠 수 없는 파트너다. 연해주 산업단지에 한국 기업 투자를 희망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극동 최대 조선기지를 세우려는 계획에 한국의 조선기술이 필요하다. 북극항로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쇄빙선도 한국 조선소가 만들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물론 곡물, 수산물 등의 중요한 수출시장도 한국이다. 패권국은 자국 이익을 우선한다. 맹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우린 10위권 경제대국이다. 경제력이 외교의 힘이다. 외교는 협상이다. 국방은 실체다. 군비 지출 세계 2, 3위가 중국, 러시아다. 한반도의 안보 지각판이 크게 이동하고 있다. 그 방향이 동북아 신냉전 고착일지 계산된 이합집산일지 모를 일이다. 목하 밀월 중인 북중러를 상대해 치밀한 외교력, 협상력이 요구된다. '우크라이나 무기 직접 지원'과 같은 강경카드는 이행하기 전에 힘이 더 세다. 먹이를 노려보는 범과 같이 두 눈을 부릅떠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24-07-03 18:24:47[파이낸셜뉴스] 최근 북한 당국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 분위기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감시망이 느슨해진 틈을 노려 노동자들을 대거 중국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지난 4월 말부터 최근까지 불과 보름 사이 최소 약1000~2000명 규모의 신규 노동 인력을 중국으로 파견하고 있다고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코로나19 이후에도 북한 노동 인력의 중국 입국을 승인하지 않았다가 지난 3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임기연장 계획에 거부권을 행사해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전문가패널이 해체되자 유엔 안보리 감시망이 약화된 사이 노동자 입국을 허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일리NK는 중국 현지에 파견된 북한 영사관 간부들이 신규 노동자들이 중국으로 파견되기 전인 지난달 초부터 노동자들이 채용될 공장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북한 신규 노동 인력들은 곧바로 중국 지린(吉林)성에 위치한 의류 또는 전자부품 공장에서 노동을 시작한 상태로 알려졌다. 해당 인력들은 주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과 무산군을 통해 각각 중국 지린성 투먼(圖們과 난핑(南坪)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재까지 신의주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이 밀집된 랴오닝성 단둥(丹東)으로 유입되는 북한 신규 인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단둥-신의주는 북·중 간 최대 교역 거점이고 버스, 트럭, 화물열차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오가는 지역이지만 중국인이나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감시에 쉽게 노출되는 지역으로 북한 신규 노동 인력이 신의주를 통해 직접 단둥으로 파견되지는 않고 있다고 관련 소식통은 설명했다. 반면 지린성 투먼과 난핑 쪽 북·중 접경지역에는 검문·검색이 강화돼 있어 중국인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지역을 통해서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인력과 물품에 대한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중국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의 방북을 보도하면서 “(중국 측과)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 강화할 데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중국은 새로운 북한 노동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에 종전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랴오닝성에 위치한 공장들도 신규 북한 노동 인력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둥-신의주 간 직통로로 인력을 받기가 어렵다면 우회로를 통해서라도 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5-15 16:29:22[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김정은 일가를 위한 사치품 수입이 연간 수억~수십억원대에 이른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19일 통일부 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연간 수억~수십억원 상당 규모로 김정은 일가를 위한 사치품을 수시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사치품 공급과 이전 자체가 대북 제재 위반인 데다 김정은 일가 관련 정보가 극비여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탈북자 증언과 정보당국의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시기 국경봉쇄로 반입 규모가 일시 위축됐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되는 양상”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북한은 각국에서 수집·구매한 사치품을 중·북 접경지에 집하하고 육로·해상 또는 항공편으로 운송하는 방식을 쓴다”며 “경유지를 여러 단계 거치는 방식으로 최종 도착지를 숨겨 밀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 기간에는 육로 반입이 어려워 화물선을 이용해 불·편법으로 사치품을 은밀하게 선적한 후 반입했고, 최근 봉쇄 완화로 신의주 쪽 육로가 열리며 화물 열차·차량을 이용하는 비중이 증가 추세로 보인다고 통일부는 분석했다. 구입 품목은 평양의 서기실이나 ‘최고위층’이 직접 선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김정은 일가는 최근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공개 석상에서 사치품을 노출했다. 지난달 15일 김정은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러시아 비행기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김여정의 손에 들려 있던 가방은 고가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추정됐다.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생산공장을 찾은 김여정의 손에는 검은색 가방이 들려 있다. 이 가방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의 것으로 추정되는 퀼팅(누빔) 패턴과 금속 재질의 장식을 드러내고 있다. 해당 제품의 라지 사이즈 제품은 디올 공식 온라인몰에서 9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정확한 제품명은 ‘LADY DIOR 라지 백’으로 디올은 이 제품을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백으로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정은의 딸 김주애 역시 지난 3월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 입은 외투가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크리스찬 디올’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을 보면 김주애는 검정색 코트를 걸치고 있다. 해당 코트에 특유의 사각형과 마름모가 겹쳐진 패턴이 포착됐는데, 정치권에 따르면 이는 크리스찬 디올의 ‘키즈 후드 다운 재킷’이다. 제품은 디올 홈페이지에서 1900달러(약 24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일반 주민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치품 소비를 과시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각별히 총애하거나 군사분야에서 특별한 성과를 거둔 간부들에게 고급차량을 하사한다”며 “김씨 일가 생일이나 당대회 등 계기에 행사선물로 오메가 같은 스위스제 시계나 최신 휴대용 전자제품을 지급한다”고 덧붙였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10-19 14:34:34【베이징=정지우 특파원】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을 잇는 압록강철교(중국명 중조우의교)에 버스 행렬이 16일 포착됐다. 다만 경제교류나 인적왕래의 본격적인 재개라기보다는 단기간 이용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오전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을 출발해 압록강철교 건너 신의주에 도착한 버스 2대가 한 시간여 뒤 다시 단둥으로 돌아왔다. 대북 소식통들은 이 버스가 오는 19~26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세계선구권대회와 연관됐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ITF를 통해 동구권 국가에 태권도를 보급,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은 이번 세계선수권에 100여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수단은 이날 중 열차로 베이징으로 이동, 주중 북한대사관 기숙사에서 하루가량 머문 뒤 항공편으로 카자흐스탄으로 떠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중 북한대사관 내에는 400여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당초 중국을 일시 방문하거나 해외를 오가는 북한인들이 잠시 머무는 용도지만, 코로나19 발생 후 귀국하지 못한 북한 유학생들이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국경을 봉쇄하고 타국과의 인적 왕래를 전면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1월 북중 화물열차 운행이 재개됐고, 올해 들어선 원정리∼중국 훈춘, 무산∼중국 난핑 통상구에 대해 제한적으로 화물 트럭 운행도 다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이날 3년여 만에 북한으로부터의 대규모 인적 이동이 재개된 만큼 중국에 체류 중인 유학생 등 북한인들이 곧 단체로 귀국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또 본격적인 인적 왕래를 앞두고 인력 운송 상황을 점검하는 일종의 예행연습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08-16 17:42:03[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지난 소위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7월27일) 제70주년 계기 외교행보가 중국 대표단이 본국으로 돌아감으로써 일단 마무리됐다. 중국 대표단보다 하루 먼저 북한을 찾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전승절 기념 열병식이 종료된 27일 오후 늦게 곧바로 본국으로 되돌아갔다. 3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 70돌 경축행사에 참가했던 리훙중(李鴻忠)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중국 당·정부 대표단이 29일 평양을 떠났다. 리 부위원장 등은 앞서 26일부터 3박4일간 북한에 머물렀다. ■북러 무기지원과 노동장 파견 대화 가능성...러시아와 본격적 인적·물적 교류 가능성 이들 중·러 대표단의 방북은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국경 봉쇄 이후 처음 내부 행사에 외빈을 초청한 것이어서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김정은은 이들의 방북기간 중 전승절 경축공연과 열병식을 함께 관람하고, 중·러 대표단을 위한 연회를 각각 주최하는가 하면 리 부위원장과 쇼이구 장관도 따로 만나는 등 '광폭 활동'을 펼치며 각국 대표단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이 때문에 중·러 대표단의 이번 방북이 1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향후 북한의 전면적 국경 개방과 본격적인 인적·물적 교류 확대로 이어질수 있다는 외교가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대표단은 이번 방북기간 김 총비서와 함께 북한의 무기 전시회장을 김 총비서로부터 북한이 개발한 최신 무기들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었다. 쇼이구 장관은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의 북러 국방장관회담에 임하기도 했다. 김 총비서의 쇼이구 장관 접견 등에서 오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을 이어오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지원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일각에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등지를 재건하기 위한 북한 노동자 파견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중간 교역 본격 정상화.. 열차, 항공, 관광 재개 등 논의 가능성 또 북중 간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중단됐다가 작년 하반기 부분적으로 재개된 화물열차·트럭을 이용한 교역의 본격 정상화와 더불어 향후 여객열차와 항공편 운행 재개, 중국인 등의 북한 관광 재개 등에 관한 사항이 논의됐을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번 전승절 행사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대내외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중·러 양국 대표단은 이번 방북과정에서 격리기간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평양에서 공식일정에 돌입했고 김정은도 이들과의 악수 등 신체적 접촉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는 올 3월 왕야쥔(王亞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입북 뒤 약 1주일간 다른 지역에 격리 후 평양에서 공식 업무를 시작하도록 조치한 것과 사실과 대조된다.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방역기조의 변경 여부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매체가 전하는 현지 주민들 모습은 이미 이달 초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수만명이 모인 이번 전승절 경축행사에서도 '노마스크'가 유지됐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올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AG)에 북한이 선수단과 함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수 있단 전망에도 한층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은 한미일이 북한발 '위협'에 맞서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맞대응' 차원에서 전면적 개방보다는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러시아와의 접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7-31 17:49:40[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핵 고도화를 위해 도발을 감행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북한 내 식량사정도 어렵고, 경제 상황마저 악화되는 가운데 오로지 북핵 지상주의만을 위해 허공에 쏘아 올리는 미사일 도발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기는 현재로선 어렵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은 올해 미사일 71발을 발사했으며 서방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북한 생산 단가를 적용해도 약 2600억원(약 2억달러)을 탕진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성(포)-17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 발사에만 1430억원(1억1000만 달러)을 허공에 날렸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43발 발사에도 500억원(3900만 달러)을 허비한 것으로 당국은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또 이같은 미사일 발사 총비용은 북한 모든 주민이 46일간 먹을 수 있는 양인 쌀 50만t을 살 수 있는 금액이며, 내년 북한 식량 부족분(80만여t)의 6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북한 주민의 궁핍한 생활과 열악한 경제사정은 익히 널리 알려져 있는데도 북한의 사치품 수입은 여전한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11월 초 2년 만에 북한-러시아 간 교역, 열차 운행을 재개하면서 가장 먼저 김정은 일가와 고위층용 말 '백마' 수십 마리를 가장 먼저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산 고가의 오를로프종 준마를 가장 먼저 반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오를로프종 준마는 2019년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을 등정할 때와 올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년 기념 열병식 때도 등장한 말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올인하면서도 주민들을 위한 생필품 수입이 최우선이 아닌 행태를 보이는 것은 김정은이 강조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민낯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특히 함경도 지역에 다수의 아사자가 발생했으며, 이 지역 주민들은 "눈물 없이 못 볼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농장원이 당국의 수매 강요로 "쌀 한 톨 못 쥐었다"고 검열관에게 반발하는 동향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은 중간 간부층에서도 '고난의 행군기보다 못하다' 식량 공급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기관과 기업소 책임자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모가지가 날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해 최악의 식량난을 겪은 후 증산에 주력했으나 기상 악화와 비료 부족으로 올해 수확량(451만t)은 전년 대비 18만t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20일 대북 지원에 대해서 "유엔의 대북 지원 프로젝트와 프로그램들을 온전히 이행할 수 없는 현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필요한 북한 주민에게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엔 대변인은 지난 6월 ‘북한의 전례 없는 빈도의 미사일 발사가 인도적 지원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북 인도적 지원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지난 2일 발표한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분기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식량 지원 필요국으로 재지정했다. 북한을 ‘전반적으로 식량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국가’로 분류하고 외부 지원이 필요한 45개국에 포함한 것이다. FAO는 해당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7년 이래 북한을 줄곧 외부 식량 지원을 받아야 하는 나라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수년간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 악재들을 겪으면서 식량과 경제지표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북한 지역의 기상 여건과 병충해 발생, 비료 수급 상황, 국내외 연구기관의 작황 자료, 위성영상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면서 북한의 올해 식량작물 생산이 지난해보다 3.8%, 수량으론 약 18만t 줄어든 451만t으로 추정하면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보다 생산량이 줄어든 주요인은 가뭄 등 기상을 꼽았다. 작목별로 보면 지난해에 비해△쌀은 9만t 감소한 207만t으로 △옥수수는 2만t 감소한 157만t으로 추정·조사됐다. 감자와 고구마 수확량은 49만t, 밀과 보리 18만t, 콩 18만t, 기타 잡곡 2만t으로 조사됐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농촌진흥청보다 북한의 올해 식량 생산 사정을 더 어렵게 평가하면서 평안남도의 경우 쌀은 지난해보다 7%, 옥수수는 10~14% 정도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기존의 집단농업체제를 완화하고 생산물에 대한 농민들의 자율적인 처분권을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하면서 어느 정도 식량난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았지만 매년 이어지는 물난리와 가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중 교역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식량가격 폭등 등이 겹치면서 식량 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북한 경제 전반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최근 공개한 ‘2022 통계편람’을 통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0년의 마이너스 4.3%에 이어 지난해 2021년에도 마이너스 2.9%라고 추정했다. 국경 봉쇄로 물자와 식량 보급이 계속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늘어난 1억3100만 달러, 수입 규모는 같은 기간 44% 줄어든 4억9000만 달러로 추정해 3억59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실질 GDP는 강력한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시작된 2017년 마이너스 3.5%, 이듬해인 2018년 마이너스 4.1%를 기록했고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엔 마이너스 4.5%로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보였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북·중 교역 봉쇄가 풀릴 경우 북한의 내년 경제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대폭 완화하면서 북·중 접경지역에서 육로 교역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북한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유지되는 한 북한 경제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12-21 16:44:20[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가 전년 대비 17.3% 감소한 7억1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UN 대북 제재 지속,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등으로 수출과 수입 모두 2020년에 이어 지속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OTRA가 14일 발표한 ‘2021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2021년 수출은 전년 대비 8.2% 감소한 8196만달러, 수입은 18.4% 감소한 6억3137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적자는 2020년 6억8437만달러에서 지난해 5억4941만달러로 19.7% 감소했다. 2021년 북한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중국과의 교역은 같은기간 10.4% 감소한 6억8166만달러(수출 5811만달러, 수입 6억2355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는 2020년 6억6480만달러에서 2021년 5억6544만달러로 축소돼 김정은 집권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북한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88.2%에서 2021년 95.6%로 확대됐다. 중국 편중 현상이 여전한 데다 무역의존도도 최고 수준이던 2018년(95.8%)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 인도, 태국, 홍콩이 북한의 5대 교역국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가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하지만 북한 10대 교역국에서 1위 중국(95.6%), 2위 베트남(1.7%)을 제외하고 나머지 8개 국가가 북한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합하면 1.6%에 불과했다. 2021년 북한의 최대 수출품목인 철강(HS 72)은 전년 대비 109.7% 증가한 2893만달러로 2년 연속 수출 1위에 올랐다. 광물성연료·광물유(HS 27), 시계 및 부분품(HS 91)도 수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북한의 최대 수입품목은 2020년에 이어 원유·정제유 등 광물성연료(HS 27)로 3억7035만달러가 수입돼 전체 수입의 58.7%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및 그 제품(HS 39), 고무 및 그 제품(HS 40)이 수입 상위권이며 비료(HS 31)도 상위 품목에 진입했다. KOTRA 관계자는 "북한은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을 경계해 국경봉쇄를 단행하면서 대외무역 규모도 감소 추세였다"며 "이마저도 UN 대북 제재로 중국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는 1~4월 중국과의 화물열차 운행 재개로 4월까지의 중국 교역이 전년동기대비 약 6배 증가했고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 추세에 있어 무역액이 다소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북한의 국경개방 여부가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2-07-14 10:29:1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돌입한 북한이 지난 16일 항공편을 통해 중국에서 의약품을 대거 반입해간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국영 항공사인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 3대가 전날 오전 중국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 도착한 뒤 의약품을 싣고 같은 날 오후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항공기에 실린 것은 모두 의약품이며, 중국 측 인원은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이 중국에 코로나19 방역 물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중국에서 실어 나른 물품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의약품과 방역물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방역 물자 지원 여부 등에 대해 “중국과 북한은 위기 때 서로 돕는 훌륭한 전통이 있으며 방역은 전 인류가 당면한 공동 과제”라고 답했다. 북한은 이와 별도로 선양과 다롄 등 국경 인접 랴오닝성에서 북한 파견 기관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부터 대북 무역상들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 의약품 목록에는 해열제 등 코로나 관련 의약품뿐 아니라 진통제, 소염제, 인슐린, 당뇨 치료제, 산소 마스크, 면봉, 체온계 등 일반 의약품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파견 기관 관계자들은 지난달 말부터 대북 무역상들에게 의약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지난 12일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처음 공개하기 이전부터 북한 내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중국 내에서 해열제나 감기약 등을 구입하려면 병원의 처방을 받고 구매 기록도 등록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수준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북 무역상들이 수집한 의약품은 오는 25일 다롄항에서 북한 배에 선적해 남포로 보낼 예정으로 전해졌다. 앞서 1년 6개월 만인 지난 1월 16일 운행을 재개한 북중 화물열차를 통해 북한에 들어간 물자 가운데도 각종 의약품이 대거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열차는 현재 운행이 다시 중단된 상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05-17 14:20:57[파이낸셜뉴스] 지난 1월 북중 물자교류가 약 2년여 만에 재개된 후 처음으로 국제사회의 지원물자가 북중 열차를 통해 북한에 들어간 것이 확인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대북 지원물자가 북중 화물열차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9일 보도했다. 이날 유니세프 대변인은 RFA에 "혼합백신 29만6000회분 이상이 2월 마지막 주에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열차로 운송됐다"라고 말했다. 중국 단둥을 통해 북한 신의주로 들어간 백신은 현재 신의주 인근 의주비행장에 설치된 방역 시설에 계류돼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백신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것은 아니고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B형 간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등 아동들에게 위협적인 질병 예방용으로 전해진다. 앞서 유니세프는 지난해 10월 중국 다롄항을 통해 북한의 남포항까지 지원물자를 운송한 바 있다. 이 물자들은 검역을 거쳐 이미 배급 단계에 들어갔다고 유니세프 측이 밝혔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22-03-09 15: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