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비건)를 위한 라면이 하나둘 나오면서 4파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풀무원 등 주요 라면·식품업체가 하나씩 비건라면을 내놓았다. 비건라면 수요가 늘면서 새우젓이나 멸치젓이 들어가 있지 않은 비건 김치를 곁들이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100% 식물성 원료로만 맛을 낸 '맛있는라면 비건'을 출시했다. 표고버섯, 파, 브로콜리 등으로 맛을 낸 국물에 청양고추 조미유를 별첨해 칼칼함을 더했다. 면은 튀기지 않은 건면으로, 감자전분을 20.4% 함유해 쫄깃함을 자랑한다.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355㎉의 낮은 열량을 자랑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비건인구가 증가하고, 선택적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이 늘어남에 따라 비건라면을 내놓았다"며 "비건과 비건 아닌 사람 모두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면, 스낵 등 다양한 비건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풀무원식품은 지난해 비건라면을 출시했다.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 가운데 정면이 비건라면이다. 이 제품 역시 칼칼한 매운 맛이 특징이다. 콩으로 만든 채수와 장으로 만든 밑 국물을 더해 고기 육수와 같은 진한 풍미까지 지녔다. 튀기지 않은 면을 사용해 칼로리는 385㎉에 불과하다. 풀무원 관계자는 "정면은 '비건라면은 슴슴하다'는 선입견을 깼다"며 "칼칼한 매운맛과 진한 국물로, 채식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좋아해준 덕분에 출시 이후 300만봉지 넘게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에 나온 오뚜기 '채황'은 '채소라면의 황제'라는 뜻이다. 버섯, 무, 양파, 마늘, 양배추 등 10가지 채소를 사용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면이 유탕면이어서 열량은 465㎉로, 다른 비건라면에 비해 다소 높다. 소비자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인 비건라면은 2013년 출시된 농심의 '야채라면'이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이름처럼 6가지 야채가 들어 있어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특징이다. 튀기지 않은 건면을 사용, 칼로리가 350㎉로 비건라면 가운데 제일 낮다. 비건라면에 어울리는 비건김치도 속속 나오고 있다. 주로 배추를 절인 후 양념에 넣는 새우젓이나 멸치젓 대신, 간장이나 죽염을 더하는 방식이다. 시중에는 요리연구가 심영순의 비건김치, 풀무원 비건김치 등이 출시돼 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풀무원 깔끔한 썰은김치 비건'은 배추, 무, 마늘, 생강, 파, 고추 등 식물성 원료만 사용해 깔끔하고 시원하다. 비건김치의 경우 채식주의자뿐만 아니라 젓갈을 싫어하거나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어린이나 외국인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21-04-18 17:57:27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95년부터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지역축제 중 관광상품성이 큰 축제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지속가능한 축제'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축제'를 대상으로 이른바 '문화관광축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전년도 평가를 바탕으로 일정한 숫자의 '문화관광축제'를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각 지자체 및 전문가 심의를 통해 '예비' 문화관광축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또 여기에 직접 지원이 종료된 전년도 문화관광축제 중 일부를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해당 축제의 성과를 점검한다. 이렇게 해서 올해 4월 보고서가 나온 지난해 평가에는 문화관광축제 20개, 예비문화관광축제 25개, 종료(명예)축제 20개 등 총 65개 축제가 평가 대상에 올랐다. 해마다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가 1000개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거론되는 축제는 이미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인지도 '보령머드', 만족도 '한탄강얼음축제'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에선 보령머드축제와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20세 이상 전국 남녀 3005명에게 '문화관광축제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84.9%가 보령머드축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화천산천어축제(70.3%), 금산인삼축제(64.7%), 소래포구축제(61.8%), 무주반딧불축제(59.3%), 함평나비대축제(56.1%), 수원화성문화제(55.5%), 청송사과축제(53.0%), 논산딸기축제(52.1%), 부산국제록페스티벌(52.1%) 등이 10위권에 포진했다. 문화관광축제를 알게 된 주된 경로는 언론이 59.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소셜미디어(40.6%), 광고(36.9%), 주변인(3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를 최대 3개까지 선택해달라'는 질문에선 인천펜파포트음악축제(37.8%)에 이어 강릉커피축제(33.0%), 대구치맥페스티벌(33.0%), 진주유등축제(31.6%), 부산국제록페스티벌(30.1%), 수원화성문화제(26.5%), 무주반딧불축제(25.8%), 포항국제불빛축제(23.4%), 논산딸기축제(21.5%), 보령머드축제(21.4%)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선호 축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릉커피축제나 논산딸기축제처럼 지역 특산물을 전면에 내세운 지역특산물형 축제(61.6%)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며, 문화예술형 축제(50.6%)나 전통역사형 축제(41.1%)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또 축제 방문시 고려 사항으로는 축제 프로그램의 흥미성(72.6%), 축제 장소의 접근성(67.3%), 축제 개최 시기 및 기간(48.6%), 축제 주제의 독특성(30.0%), 축제 참가 비용(25.4%) 등을 꼽았다. 각 축제를 직접 경험한 축제 참가자(지역주민 제외)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왔다.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와 달리 지원 종료(명예)축제 20개를 빼고 문화관광축제 및 예비문화관광축제 45개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지난해 실제로 열린 축제에 대한 설문을 종합한 결과여서다. 이에 따르면 전반적 만족도가 가장 높은 축제는 5점 만점에 4.07점을 받은 철원한탄강얼음트레킹축제가 1위에 올랐으며, 이어 포항국제불빛축제(3.96점),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3.93점), 목포항구축제(3.88점), 임실N치즈축제(3.88점), 보성다향대축제(3.85점), 청송사과축제(3.84점), 곡성세계장미축제(3.81점), 대구치맥페스티벌(3.81점),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3.81점), 한산모시문화제(3.81점)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경제·지역발전 기여도 '곡성장미축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역경제 및 지역발전 기여도 조사에선 또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지역주민 281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선 응답자의 78.1%가 해당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1회 이상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4회 이상 참여했다는 응답 비율도 25.4%나 됐다. 이들은 대체로 축제 목적에 공감(3.91점·5점 만점)하고, 축제 개최에 대해 긍정적 인식(3.94점)을 가지고 있으며, 축제의 지속적인 개최를 지지(3.97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이슈를 평가해볼 수 있는 이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축제는 곡성세계장미축제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곡성섬진강기차마을에서 열린 곡성세계장미축제는 축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2위)를 비롯해 지속 개최 지지도(2위), 축제 목적 공감도(3위), 지역환경 발전 기여도(3위) 등 다른 조사 항목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해 지역주민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축제로 평가됐다. 이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지역경제 기여도에선 4.40점을 받은 곡성세계장미축제 외에도 한산모시문화제(4.21점), 수원화성문화제(4.06점), 괴산고추축제(4.03점), 평창송어축제(4.03점) 등이 4점 넘는 점수를 받으며 상위권에 올랐고, 지역발전 기여도 조사에선 곡성세계장미축제(4.17점)에 이어 수원화성문화제(4.14점), 고령대가야축제(4.10점), 순창장류축제(4.00점), 한산모시문화제(4.00점) 등이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7-13 18:53:10[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일에 파면 축하 전광판을 내건 치킨 프랜차이즈 지점이 별점 테러 끝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번 소동은 지난 7일 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가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지점의 사정을 알리면서 온라인상에서 먼저 화제가 됐다. 이용자 A씨는 "XX치킨 인천예술회관점이 윤석열 파면 축하 전광판을 내걸었다는 이유로 윤석열 지지자들로부터 별점 테러 등 악의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라며 "별점 테러 중에는 아예 허위 사실 유포로 추정되는 글까지 존재한다"라고 적어 해당 치킨 지점의 사정을 알리고 신고 및 응원을 독려했다. 글과 함께 A씨가 올린 두 장의 사진에는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의 전광판이 붙어있는 매장의 사진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리뷰 사이트에 게시한 악플 내용이 갈무리되어 있다. 매장에 악플을 남긴 이들은 해당 프랜차이즈 본사 고객 문의 게시판에도 단체로 항의 글을 남겼고, 논란이 불거지자 본사는 "특정 매장의 부적절한 정치적 게시물로 인해 불편을 겪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라는 입장문을 냈다. 특히 "이번 사태를 엄중한 일로 보고 해당 매장에 대해 본사 고위 임원이 직접 방문해 강력하게 경고했다"라며 "해당 점주는 자신의 부적절한 게시물로 인해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본사와 여타 가맹점 및 고객들에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사과했다"라고 밝혔다. 또 해당 점주가 사과문을 게시할 예정이라며 "문제의 게시물 내용은 해당 점주의 개인 의견일 뿐 본사와는 전혀 무관하다"라며 "차후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 본사는 폐점을 비롯한 최고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분노할 만한 일”, “본사 대응이 더 당황스럽다, XX치킨은 저 지점 빼고 불매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 ‘맞불’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파면 축하 전광판을 내걸었던 해당 지점은 결국 8일 '최근 매장 외부에 노출하였던 정치 관련 부적절한 게시물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전광판에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4-09 14:47:46[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축하 전광판을 내건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별점 테러를 받았다. 본사 측은 사과문을 올리고 엄중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해당 가게에 치킨 주문을 하는 등 응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A 씨는 "○○치킨 인천예술회관점이 윤석열 파면 축하 전광판을 내걸었다는 이유로 윤석열 지지자들로부터 별점 테러 등 악의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그중에는 허위 사실 유포로 추정되는 글까지 존재한다. 신고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집 점주는 가게 앞에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전광판을 내걸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 내용을 공유한 뒤 해당 지점을 찾아 별점 1점과 함께 악플 테러를 시작했다. 이들은 "별로다. 차라리 시장 통닭 먹을 듯", "입만 버렸다. 도대체 조리를 어떻게 했길래 맛이 이렇냐?", "거저 줘도 안 먹을 맛" 등 리뷰를 남겼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날 밤 해당 치킨집 본사는 "특정 매장의 부적절한 정치적 게시물로 인해 불편을 겪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본사는 "이번 사태를 엄중한 일로 보고 해당 매장에 대해 본사 고위 임원이 직접 방문해서 강력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점주는 자신의 부적절한 게시물로 인해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고 본사와 여타 가맹점 및 고객들에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사과했으며 이 같은 내용의 사과문을 매장에 게시할 예정"이라며 "문제의 게시물 내용은 점주의 개인 의견일 뿐, 본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후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 본사는 폐점을 비롯한 최고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매장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맹점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자영업자와 지인이라고 밝힌 누리꾼 B 씨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매장에 전화하고 별점 테러하고 있다. 본사에서는 점주에게 직접 연락해 폐점 혹은 사과문 게재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종용해서 점주가 힘들어한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가게 지인도 "파면 날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씩 무료로 주는 이벤트 했다가 영업 방해를 받고 있다"며 "본사에서 점주에게 '부적절한 언행 해서 죄송하다'는 현수막 걸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점주를 응원하는 누리꾼들이 나서 "인천 시민이 돈쭐내주겠다", "여기 사장님 SSG 랜더스 팬으로 유명하다. 으쓱이(SSG 팬 호칭)들이 도와주자", "○○치킨은 앞으로 저 지점 빼고 불매한다" 등 반응을 보이며 선한 리뷰를 남기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4-08 20:30:54샌드박스네트워크와 인기 크리에이터 일주어터가 손잡았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측은 “1인 크리에이터이자 예능인 일주어터(김주연)가 2025년 1월부로 전속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샌드박스의 새 식구로 합류하게 됐다”고 6일 밝혔다. 일주어터는 이번 파트너십 계약을 기점으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광고, 매니지먼트, IP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샌드박스의 체계적인 크리에이터 중심 지원 서비스 아래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일주어터는 유튜브 내 65만명 이상의 채널 구독자를 보유한 1인 콘텐츠 창작자로, 2017년 SBS ‘웃찾사’로 데뷔한 뒤 유튜브 시장으로 활동반경을 넓혀 크리에이터로서 잠재력을 입증한 인물이다. 일주어터라는 이름처럼 차별화된 원푸드 다이어트 도전을 주제로 일주일간의 실행 과정을 구독자들과 가감 없이 공유하는 것은 물론 신선한 입담과 예능감으로 가파른 채널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주어터는 KBS ‘빼고파’, SBS ‘골 때리는 그녀들’ 등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해 ‘라면꼰대’, ‘맛피아와 팝옾카페’ 등 인기 웹 예능까지 전천후 활약하며 예능인으로서 폭넓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관계자는 “일주어터가 ‘멀티 엔터테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활동 전반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채널 재정비를 마치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돌아올 일주어터의 새로운 활동에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5-01-06 11:22:26떨림을 생각해 보라. 첫사랑의 떨림, 초등학교 입학식의 떨림… 그런 것들이 다 리듬이다. 생명은 리듬으로 성숙하고 리듬으로 환희를 느끼고 삶의 이유를 찾아낸다. 자연은 언제나 축제다. 시리도록 감사하고 언제나 경탄하는 대상이다. 자연이 철학이고 자연이 바로 성경이다. 사계절을 넘어가는 것은 가장 큰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일주일에 두어 개쯤 약속이 있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래야 리듬이 있다. 두 달쯤 후에 보내야 하는 원고 청탁이 두어 개쯤 있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래야 리듬이 있다. 이삼 주 후에 강의가 두어 개 있는 생활을 사랑한다. 그래야 리듬이 있다. 날마다 아침이면 세상 이야기를 전해주는 신문이 있고 무감각하게 켰다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뉴스, 드라마, 영화를 보고 몸이 어떠냐고 가끔 전화해 주는 친구가 오늘은 잔치국수라도 먹자고 하면, 이만하면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도 쓸쓸한 마음이 몸을 알리면 자연을 보면 된다. 자알 보면 자연은 언제나 축제다. 무상으로 바라보는 자연은 시리도록 감사하고 언제나 경탄하는 대상이다. 자연이 철학이고, 자연이 바로 성경이다. 사계절을 넘어가는 것은 가장 큰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이 옷이 마음이 모두 더불어 새로운 경험으로 넘어간다. 그러므로 리듬은 생명이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그 어떤 사물도 그냥 스치지 않고 사유를 가지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주변에는 자연이 있으니 나와 자연과 사람들이 너울을 만들어 가며 리듬 있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내가 조금도 도움을 주지 못한 산이나 거리에서도 계절을 변화를 보여주며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다. 아무것도 준 것은 없는데 받는 것이 너무 많다. 사실 우리가 즐겨야 하는 것이 주변에 너무 많은 것이다. 제아무리 주머니가 비어 있어도 사실 하루에 우리가 버는 것이 많다. 하늘 하나만 쳐다보아도 말이다. 친구가 전화를 했다. "어떻게 살아?" "그저 그래." 이게 첫 대화다. 어떤 친구는 "숨 쉬는 운동하며 살아"라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 별 감동도 긴장감도 없는 대답이지만 모든 걸 비워 낸 늙은이들의 대화 같지만 "그저 그래" 그 안에는 바람과 폭우와 폭염이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루지 못한 간절한 소망이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삶에 대한 열정이 남모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는 아니고 뭔가 더 행동적인 격렬함이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나는 뭔가 바라고 있는데 인생이 왜 이래…. 그래서 "그저 그래" 속에서 꿈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리듬이다. 우리가 바다를 좋아하는 것은 파도 때문이다. 하얀 포말을 만들어 내며 쏴아 하고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면 "속이 시원해진다"고 말한다. 정지상태, 정체된 상태를 거부하는 것이다. 혼자 정지된 것처럼 있을 때 고요히 입으로 무엇인지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은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가벼운 신발을 신고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익숙한 것이지만 눈여겨 바라보는 일도 리듬이다. 한숨을 쉬는 일도, 자고 일어나서 이불을 탈탈 터는 일도 리듬이다. 떨림을 생각해 보라. 첫사랑의 떨림, 생의 역사와 지식의 첫발로 시작되는 초등학교 입학식의 떨림, 새로운 교단에 혹은 회사 첫 출근의 떨림, 새로운 사회경험과 스스로의 안을 느끼는 육체의 떨림…. 그런 것들이 다 리듬이다. 생명은 리듬으로 성숙하고 리듬으로 환희를 느끼고 그 리듬으로 삶의 이유를 찾아낸다. 하늘 보고 땅 보고. 이 자연스러운 순간도 리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늘의 고통이 내일의 행복으로 가는 너울이다. 그러나 몸은 멈추어 있는데 더 격렬한 리듬이 바로 우리 내면의 리듬이다. 내면의 떨림, 손끝이 오그라드는 듯한 떨림이 젊은 시절에는 구멍가게에 사탕처럼 많았다. 그뿐이겠는가. 생이 잘 풀리지 않아 출렁 내려앉는 두려움, 허망함, 다시 두려움이 온 몸을 휘어잡는 일도 사실은 리듬이었다. 삶에는 수평이 없다. 살아보니 그렇다. 바닥을 쳤다가 다시 서서히 오르는 정상적인 생활도, 좌절도, 희망도 리듬이다. 우울과 환희라는 낱말이 그래서 만들어졌을 것이다. 대학 시절 어느 교수님이 인생은 살기 나름이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너의 기준에 걸터앉아 휘파람도 불고 하늘을 보라고 하셨다. 낭만적인 말이고 개인적인 창의성을 기르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휘파람이란 말이 가장 듣기 좋았다. 그러나 그 교수님의 말은 맞지 않았다. 인생이란 것을 살아 보니 휘파람을 불 시간은 적어도 나에겐 없었다. 휘파람을 불 기운이 있는 나이에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은 없었다. 모든 게 고통이었는데 어찌 휘파람을 불겠는가. 아마도'그래도 휘파람을 불며 힘을 낼 것'이라는 말이었을까. 더욱 틀린 말은 '네 기준에 걸터앉아'라는 말이다. 휘파람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그 고통의 시간에 '자기 기준'은 자리가 없었다. 나는 빼고 완전히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할 일들이 계속되었다. 인생에게 섭섭하다, 아니 젊은 어느 날엔 내 인생의 뺨이라도 치고 싶었다. 자기 기준, 자기 내면, 나의 할 일을 할 수 있는 노후에 들어서니 꿈의 다리에 힘이 빠진다. 몸이라는 존재는 품위가 낮다고 생각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정신이야말로 고급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다. 아니다. 몸이 최고다. 몸 안에 정신이 있을 것이다. 이제 시간이 있으나 움직일 힘이 없다. 이것이 진실이다. 인생은 자신의 순례길을 가며 통행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한푼도 공짜는 없다. 땀 한방울에 가격이 있다. 나는 나이에 따라 순해진다. 빈정거리지 않는다. 친구와 헤어질 때 손을 잡으며 "다시 보자"라고 인사말을 하고 잠을 자려고 침대 위에 누워서는 나는 나에게 말한다. "그래 다시 또 살아 보자"라고. 신달자 시인
2024-06-18 18:22:40【양산(경남)=전상일 기자】 지난 8일 에이원CC에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폭우가 몰아쳤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슬비 수준이었으나 정오를 넘어서면서 강한 비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6언더를 몰아치며 스코어를 줄여나간 선수가 바로 김한별이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6년째 뛰면서 3차례나 우승을 거머쥔 김한별은 3라운드 6언더파 65타를 작렬하며 공동 35위에서 공동 6위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계속 스코어를 줄여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오늘은 퍼트가 잘 떨어지는 날이었다. 1, 2라운드 안되던 것이 오늘 보상 받은 느낌이다(웃음). 특히 클러치 퍼트가 잘 됐다. 비가 오는 날씨이다 보니 정신이 없었는데 이런 것도 오히려 복잡한 생각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한별은 KPGA 투어 통산 43승을 올린 69세 최상호와 함께 돌았다. 그런데 최상호 프로에게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KPGA 공식 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서 김한별 프로는 “정말 많이 배웠다. 잘 안 풀릴 때나 슬럼프를 겪을 때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물어봤는데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거리를 좀 줄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뜻은 공을 몰고 가서 코스 안에서 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선수들을 보면 100%의 힘을 다해 공을 멀리 보내는 경향이 많다고 하시면서 PGA투어 선수들을 보면 70~80% 정도 힘으로 경기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3라운드 경기 때 파5홀에서도 힘을 빼고 부드럽게 스윙을 했다. 웬만한 샷들의 적중률이 높아졌다. 느낌에는 거리도 더 증가한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한별은 “동료 선수나 갤러리, 대회 관계자 분들이 최상호 선수를 대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같은 세대에 경기를 해본적은 없지만 그 상황을 보면 최상호 선수가 그동안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볼 수 있었다. 이틀을 같이 경기했는데 만약 최상호 선수와 맞는 코스에 최상호 선수가 출전했다면 오버파라는 스코어는 볼 수 없었을 것 같다. 모든 면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의 활약 더분에 김한별은 우승권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4타차이는 쉽지 않은 스코어지만 충분히 가능한 스코어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한별 프로는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 오늘처럼 치면 1~2타 차 극적으로 역전 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무빙데이에 이 정도 스코어를 줄인 것이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라고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내비쳤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6-09 11:31:59[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선관위가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는 것을 정치 행위로 규정한 것에 대해 "자유를 노래 부르는 대통령이 이제는 국민들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억압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 용인시병 부승찬 후보 지지유세에서 "정부기관들이, 철저하게 중립적이어야 할 선관위조차도 이제는 이 폭압적인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나중에 혹시 사전투표 가시면 대파는 빼고 쪽파만 붙여서 가시라"며 "이 나라가 '입틀막'도 부족해서 생선 회칼로 기자들 허벅지를 테러했다고 용산의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사람이 언론을 겁박하더니, 이번에는 파를 틀어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 참담한 현실을 두고 스웨덴 연구기관이 '선진국 중에서 독재화의 길을 가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느냐. 망신스럽지 않느냐"면서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고 무역흑자 세계 5대 강국이던 대한민국이 1년 10개월도 안 되는 이 기간에 북한보다도 못한 200위대 무역적자 국가가 되고 말았다"고 몰아세웠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순방이 민생이라고 듣도 보도 못한 해괴한 소리를 하면서 해외를 줄곧 들락거리시더니, 결국은 외교 망신에 국제적으로 고립돼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환경만 악화되는, 경제 영토가 줄어드는 외교 실패만 불러오지 않았느냐"며 "물가, 이자는 왜 이리 높고 월세는 왜 이렇게 빨리 올라가나. 도대체 국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했는가"라고 맹공했다. 이 대표는 "고통 속에 절규하는 우리 국민들이 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엎드려 큰 절 하면서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강자들이 권력을 누리다가 그 권력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악어의 눈물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표는 "우리는 약자들이 고통스러운 눈물에는 동정할지라도 결코 잘못된 권력을 계속 누리려는 저 악어의 눈물에는 일말의 동정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 이 나라를 망치지 못하도록 4월 10일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달라"고 촉구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4-04-06 13:51:15프로듀서 박문치가 익살스러운 '해피니스'를 펼친다. 소속사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오늘(12일) 오후 6시 전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박문치의 더블 싱글 'Dr. Happiness(닥터 해피니스)'를 발매한다. 'Dr. Happiness'는 'Neighborhood(네이버후드)'의 두 번째 에피소드다. 'Neighborhood'는 K팝과 록, 발라드 등 여러 장르의 가수와 협업해 각기 다른 삶을 노래에 담아가는 박문치의 프로젝트 앨범으로, 이번 싱글은 특색 있는 2개 트랙을 수록한다. 먼저 'SKIT : MIC Test(Feat. 문상훈)'은 내레이션 트랙으로 이번 싱글에 특별함을 더한다. 특히 '심각한 음악 중독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증세'라는 독특한 콘셉트에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문상훈의 유머러스한 음성이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전할 예정이다. 박문치와 문상훈은 최근 공개한 티저 영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한 만큼, 'SKIT : MIC Test(Feat. 문상훈)'에 리스너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타이틀곡인 'Dr. Happiness(Feat. CHS)'는 박문치 특유의 수상하면서도 유쾌함을 담은 곡이다. 특히 트로피컬 사이키델릭 그루브 밴드 CHS가 함께해 음악적 케미를 선보인다. 또한 발매와 동시에 공개 예정인 'Dr. Happiness(Feat. CHS)' 뮤직비디오는 병원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콘셉트와 빈티지한 색감이 특징으로, 보는 이들에게 박문치만의 유쾌한 행복 에너지를 선사한다는 후문이다. '천재 프로듀서'란 수식어에 걸맞게 박문치는 정세운, 영케이를 비롯해 여러 가수들의 곡 작업 및 권진아, 이진아, 죠지 등 아티스트의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또한 MBC '놀면 뭐하니?', KBS2 '빼고파' 등에도 출연해 다방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뽐냈다. 한편, 박문치는 오늘(12일) 오후 6시 전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새 더블 싱글 'Dr. Happiness'을 발매. 매주 월요일 MBC FM4U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slee_star@fnnews.com 이설 기자 사진=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2024-02-12 10:43:19[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중국 후한 시대에 곽옥(郭玉)이라는 의원이 있었다. 곽옥의 의술은 묘해서 효험을 보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인의 천고로 인해 화제(和帝)왕 때 궁으로 들어가 태의승(太醫丞)이 되었다. 화제는 갑자기 궁으로 들어온 곽옥을 탐탁히 않게 생각했다. 그의 의술이 신통하다고는 들었으나 그 의술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화제는 신하들 중 손목이 여자처럼 고운 내시를 뽑았다. 손목과 손만 봐서는 누가 봐도 여자였다. 그리고 이 내시를 여러 명의 궁녀들과 함께 섞어서 휘장 안에 들어가 있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모두 휘장 밖으로 손목을 내밀어 놓게 했다. 화제는 곽옥에게 “짐은 공의 의술이 특출하다는 것을 익히 들었소이다. 그런데 몇몇의 궁녀들이 요즘 알 수 없는 증상들이 있다고 하는데, 진맥을 좀 해 주시오. 궁녀들이 부끄럽다고 해서 이렇게 휘장 안에서 손만 내밀게 되었소.”라고 했다. 곽옥은 아무 말 없이 한명 한명 진맥을 했다. 그런데 진맥을 다 마치고 나서는 “약간 과로인 것 같으나 모두 건강하고 큰 병은 없는 듯하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좌측은 양(陽)이고 우측은 음(陰)이라 맥(脈)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있는데, 한 궁녀의 맥이 다른 듯하니 저는 그 까닭이 의아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좌우 신하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더니 화제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혹시 한 궁녀는 이의(二儀) 한 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의(二義)란 음양(陰陽)을 말하는 것으로 ‘이의(二儀) 한 몸’이라는 것은 남녀의 생식기가 한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화제는 깜짝 놀라면서 “그대의 의술은 과히 대단합니다.”라고 하면서 감탄하면서 칭찬했다. 곽옥은 궁에서 주로 왕과 왕손들을 치료했지만, 더불어서 고관대작들의 치료도 맡게 되었다. 어느 날 승상직에 있는 높은 지위의 관리가 두통 때문에 곽옥을 찾았다. “내가 한쪽 골이 아픈지가 벌써 수년이 되었소. 다른 의원들에게 치료를 해 봤지만 헛수고요. 내가 안 해 본 치료법이 없었고, 멀리 이웃나라의 명의가 와서 치료를 했지만 효과가 없었소. 당신은 나를 완치할 수 있겠소?”하고 물었다. 말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병은 무척 어려운 병인데 자신있냐는 투였다. 곽옥은 승상의 말에 부담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관리에게 “치료에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장담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완치를 자신하라고 하니 그 뒷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옥은 어쩔 수 없이 침치료와 함께 탕약을 처방했다. 관리는 치료하는 도중에 질문이 무척 많았다. ‘이 혈자리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 탕약은 부작용은 없는지, 다른 명의들의 처방약과 맛이 사뭇 다른데 어떤 약재가 들어간 것이지, 며칠의 말미를 주면 완치가 가능하겠는지’ 등등 말이 많았다. 침을 놓는 과정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 곽옥의 의술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관리의 두통은 전혀 차도가 없었다. 승상은 “왜 내 병이 낫지를 않는 것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곽옥이 “승상의 지체가 의사인 저보다 높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유를 댔다. 관리는 “아니 내가 자네보다 높은 벼슬인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이것이 치료가 안되는 이유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하고 되물었다. 곽옥은 “승상과 같은 귀인(貴人)은 병조차 벼슬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곽옥이 승상의 치료에 실패했고, 그 이유로 승상의 벼슬 때문이라는 변병을 댔다는 소문이 궁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러자 화제는 다시 한번 곽옥을 시험해 보고자 했다. 치료에 실패했다는 승상에게 관복을 벗고 허름한 옷을 입히고 나서는 파직되었다는 소문을 냈다. 그러고서는 다시 곽옥에게 진찰을 받아 보게 했다. 그랬더니 과연 침 한방에 증상이 사라졌다. 화제는 곽옥을 불러 그 정황을 따져 물었다. “높은 벼슬아치들은 치료가 잘 안된다고 했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했다. 곽옥은 대답하기를 “의술[醫]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意]입니다. 주리(腠理)는 지극히 미세하므로 기(氣)를 따라 정교함을 구사하여 침석(鍼石)을 쓸 때 털끝만큼이라도 실수하면 곧 어그러지니, 신묘함은 마음과 손 사이에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높은 벼슬아치를 치료함에 그 실수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면 기를 집중할 수 없으니 치료에 임해도 어찌 효과가 나겠습니까?”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화제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귀인은 병조차도 벼슬한다고 했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가?” 곽옥은 “무릇 귀한 사람은 높은 위치에서 의사를 거들먹거리면서 상대하기 때문에 의사가 귀인의 병을 볼 때면 마치 병조차 어렵게 여겨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병조차 벼슬을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귀인을 치료할 때 네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첫째 어려움은 귀인은 자신의 의견과 주장이 강해서 의사에게 치료를 전적으로 일임하지 않는 것입니다. 침치료를 예로 들면 침에는 찔러야 하는 분촌(分寸)의 길이가 다르고, 침을 놓는 시간에는 파루(破漏)가 있는 법인데, 귀인의 두려운 감정에 압도되고 조심스러운 마음에 짓눌려 의사의 생각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 병을 어찌하겠습니까? 또한 탕약을 처방할 때조차 귀인은 이 약은 빼고 저 약을 더 넣으라고 명하니 어찌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겠습니다. 더불어 둘째 어려움은 귀인은 몸을 섭생함에 있어 이것저것 고량진미를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이며, 셋째 어려움은 귀인은 게으르고 책 읽기만 좋아하고 노동을 싫어해서 기력과 뼈마디가 약하고 기혈순활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넷째 어려움은 귀인은 욕심이 많고 성격이 급해서 무엇이든지 빠르게 결과를 얻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귀인이 낫지 않은 이유입니다.”라고 했다. 화제는 곽옥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곽옥의 의술을 의심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러면서 관리들에게 앞으로는 편한 복장으로 곽옥에게 진찰을 받으면서 직책을 내세우지 말도록 했고, 곽옥의 의술을 의심하지 말고 전적으로 치료를 맡기도록 명했다. 자신도 그렇게 하고자 노력했다. 곽옥은 나이가 들어 관직을 그만두고서 시골에 내려가 낚시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곽옥은 부수(涪水)라는 지역에서 낚시하기를 좋아했는데, 사람들은 그가 누군지 몰라서 부수의 늙은이라는 의미로 부옹(涪翁)이라고 불렀다. 곽옥은 자신을 내보이지 않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걸식도 했다. 그러다가 병이 있는 환자들을 만나면 침치료를 해줬다. 가난한 사람이나 하인이나 상관없이 환자라면 신심을 다했다. 곽옥의 침을 맞고서 낫지 않는 자가 없었다. 사람들은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특출난 명의이면서 높은 벼슬까지 한 노인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귀인은 병조차 벼슬을 한다는 말은 요즘도 통한다. 닥터 쇼핑을 하는 환자들은 좀 더 큰 병원과 유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이 최고의 어느 병원, 최고의 누구에게 치료까지 받아봤다고 자랑삼아 말한다. 그러나 결국 의사를 못 믿기 때문에 또다시 병원을 옮기게 된다. 한의원에서는 불쑥 손목만 내밀고 자신의 병을 진맥만으로 맞춰보라고 한다. 환자가 의사의 실력을 시험한다면 자신의 병은 치료에 실패할 것이다.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자 하면 환자는 무엇보다도 의사를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의사 또한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병은 믿음이 없으면 낫지 않는다. * 제목의 ○○는 ‘벼슬’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부전록> 醫術名流列傳. 後漢. 郭玉. 按《後漢書ㆍ方術傳》, 郭玉者, 廣漢雒人也. 初有老父, 不知何出, 常漁釣於涪水, 因號涪翁. 乞食人間, 見有疾者, 時下針石, 輒應時而效, 乃著《針經診脈法》, 傳於世. 弟子程高尋求積年, 翁乃授之. 高亦隱蹟不仕. 玉少師事高, 學方診六徵之技, 陰陽不測之術. 和帝時爲太醫丞, 多有效應. 帝奇之, 仍試令嬖臣美手腕者, 與女子雜處帷中, 使玉各診一手, 問所疾苦. 玉曰:"左陰右陽, 脈有男女, 狀若異人, 臣疑其故." 帝歎息稱善. 玉仁愛不矜, 雖貧賤廝養, 必盡其心力, 而醫療貴人, 時或不愈. 帝乃令貴人羸服變處, 一針即差. 召玉詰問其狀, 對曰:"醫之爲言, 意也. 腠理至微, 隨氣用巧, 針石之間, 毫芒即乖, 神存於心手之際, 可得解而不可得言也. 夫貴者處尊高以臨臣, 臣懷怖懾以承之, 其爲療也, 有四難焉:自用意而不任臣, 一難也;將身不謹, 二難也;骨節不彊, 不能使藥, 三難也;好逸惡勞, 四難也. 針有分寸, 時有破漏, 重以恐懼之心, 加以裁慎之志, 臣意且猶不盡, 何有於病哉? 此其所爲不愈也." 帝善其對, 年老卒官. (의술명류열전. 곽옥. 정고. 후한서 방술전에 의하면 곽옥은 광한의 낙 사람이다. 당초에 어떤 노인이 있었는데, 출신을 알지 못하며 늘 부수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으므로 부옹이라고 불렸다. 민간에서 걸식하다가 질병이 있는 사람을 보면 때로 침석을 시행했는데 번번이 즉시 효과가 났으며, 마침내 침경진맥법을 저술하여 세상에 전해졌다. 제자인 정고가 여러 해 동안 깊이 탐구하니 부옹은 마침내 그에게 전수하였다. 정고 역시 은거하여 벼슬하지 않았다. 곽옥은 젊을 때 정고를 사사하여 육징을 진찰하고 처방하는 기술과 음양불측의 학술을 배웠다. 화제 때 태의승이 되었으며, 효험을 보는 일이 많았다. 화제가 그를 기이하게 여겨서, 시험 삼아 손목이 고운 폐신을 여자들과 섞여서 휘장 안에 있도록 하여, 곽옥으로 하여금 각각 한 손을 진맥하게 하고는 앓는 바를 물었다. 곽옥이 “좌측은 음이고 우측은 양이라, 맥에는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있는데, 남들과는 다른 듯하니 저는 그 까닭이 의아합니다.”라고 하자, 화제는 감탄하면서 훌륭하다고 칭찬하였다. 곽옥은 어질고 자애로우며 교만하지 않아서 비록 빈천한 자나 하인들이라도 반드시 그 심력을 다했는데, 귀인을 치료할 때는 간혹 낫지 않기도 했다. 화제가 귀인에게 낡은 옷을 입히고 거처를 바꾸게 했더니, 한 번 침을 놓자 곧 나았다. 곽옥을 불러 그 정황을 따져 묻자 이렇게 대답하였다. “의술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입니다. 주리는 지극히 미세하므로 기를 따라 정교함을 구사하여 침석을 쓸 때 털끝만큼이라도 실수하면 곧 어그러지니, 신묘함은 마음과 손 사이에 간직되어 이해할 수는 있어도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무릇 귀한 사람은 높은 위치에서 저를 상대하며 저는 두려움을 품고 그를 받들게 되는데, 치료할 때 네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자기 소견을 내세워 저에게 일임하지 않는 것이 첫째 어려움이고, 몸을 섭양함에 삼가지 않는 것이 둘째 어려움이며, 뼈마디가 튼튼하지 않아 약을 쓰지 못하는 것이 셋째 어려움이고, 안일함만 좋아하고 노동을 싫어하는 것이 넷째 어려움입니다. 침에는 분촌이 있고 시간에는 파루가 있는 법인데, 두려운 감정에 압도되고 조심스러운 마음에 짓눌려 저의 생각도 다하지 못하거늘, 병을 어찌하겠습니까? 이것이 낫지 않은 이유입니다.” 화제가 그 대답을 옳게 여겼고 곽옥은 나이가 들어 관직에서 물러났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2-06 15:4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