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한약이 난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 실험 결과, 늙은 실험쥐에 한약을 먹인 결과 임신율이 10%에서 70%까지 상승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와 '에이징(AGING)'에 실려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융합연구부 유수성 박사팀이 사물탕이 노화로 인한 난임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한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난소 기능을 사물탕이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킨다는 것도 증명해 냈다. 유수성 박사는 "결혼연령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난임도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물탕과 체외수정시술을 병행하는 한·양방 통합 치료기술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물탕은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 등 4가지 한약재로 구성된 처방으로 불임증, 월경불순, 갱년기장애, 임신중독, 산후증 등에 쓰이고 있다. 연구진은 40주된 고령의 실험쥐에게 사물탕을 4주간 먹인 후 난임과 관련된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난소 조직의 유전자 분석 결과, 사물탕을 먹인 고령 실험쥐는 난포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이 젊은 쥐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한 항암제로 난임을 유발한 실험쥐는 사물탕을 먹인 후 난자성숙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정상 쥐에 가깝게 회복됐다. 또 건강한 난자를 생산할 수 있는 난소 예비력 평가를 위해 원시난포 개수를 살펴봤다. 그 결과, 사물탕을 먹인 실험쥐는 원시난포가 마리당 평균 14.3개로 무처치 대조군 6.2개의 두 배 이상으로 난소 예비력이 상승했다. 이와함께, 배란유도 후 건강한 성숙 난자 수도 실험군은 마리당 평균 1.1개로 무처치 대조군 0.1개보다 많았으며, 교배 후 임신 성공률은 70%로 대조군 10%에 비해 뚜렷하게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연구진은 항암제로 난소기능이 떨어진 실험쥐에게 4주간 사물탕을 먹였다. 이후 다시 4주후 항암제의 만성독성으로 유발된 난소 예비력 감소와 난자의 질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사물탕을 먹인 실험쥐에서 배란유도 후 확인된 건강한 성숙 난자 수는 마리당 평균 6.8개로 무처치 대조군 3.7개보다 많았다. 한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난임(불임)환자 수는 약 22만8000명이고 난임 시술을 받은 환자는 13만여 명으로, 17년 1만2569명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했다. 난임 치료에는 주로 배란유도, 인공수정, 체외수정시술 등이 쓰이는데, 최근 결혼연령의 증가로 건강한 난자를 생산할 수 있는 난소 예비력이 감소하고 있다. 이로인해 건강한 난자의 배란·채취가 어려워져 치료 성공률이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1-07-12 00:39:16[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이시진은 젊어서 감기에 걸린 후 20년간 기침을 했다. 몸이 허약함에도 불구하고 정(精)을 보존하지 않고 과로를 하고 함부로 생활을 해서 마침내 골증열(骨蒸熱)이 생겼다. 골증열이란 만성 소모성 질환에서 보이는 증상 중 하나로 음기(陰氣)와 혈기(血氣)가 부족하여 골수가 메말라서 뼛속이 후끈후끈 달아오르고 몹시 쑤시는 증상을 말한다. 대사질환, 호르몬 관련 질환이나 결핵 따위의 만성 소모성 질환에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시진은 피부가 타는 듯한 뜨거운 열감과 함께 조수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조열(潮熱)도 있었다. 때로 물이 켜지는 갈증은 주로 낮에 심했다. 지속적으로 기침을 했으며 매일 밤 가래를 1사발이나 토했다. 여름철이 되면 번갈(煩渴)로 식사도 잘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이시진은 주위 의원들에게 진찰을 받았다. 한 의원이 진맥을 해 보더니 “맥이 부(浮)하면서 홍(洪)한 것을 보면 폐(肺)에 조열(燥熱)이 있는 듯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호, 맥문동, 형력(荊瀝)이 들어간 여러 가지 처방을 복용했다. 형력은 말초리풀과 식물인 모형(牡荊)의 줄기를 베어 덥혀서 흘러내린 즙을 모은 것이다. 모형력(牡荊瀝)이라고도 한다. 풍열(風熱)을 없애고 가래를 삭이며 기와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옛날에는 대나무를 가열해서 뽑아낸 죽력(竹瀝)이 없으면 대신 형력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효과가 없자 다른 의원들도 앞다투어 “폐가 실(實)하니 상백피와 지골피가 들어간 사백산(瀉白散)이 좋겠습니다.” 혹은 “골증열은 혈허(血虛)로 인해 음허열(陰虛熱)이 뜨는 것이니 사물탕(四物湯)이 좋겠소.” 혹은 “기침이 심하니 정천탕(定喘湯)은 어떻습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처방을 이것저것 복용해 봐도 증상은 더욱 극심해졌다. 의원들은 자신들의 처방을 복용하고서 차도가 없자 “이시진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떠들고 다녔다. 이시진은 몸이 아파도 의서 읽는 것만은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금나라의 명의인 이동원(李東垣)의 책을 읽게 되었다. ‘폐열(肺熱)이 타오르는 듯한 증상을 치료할 때 답답하고 갈증이 나서 물을 켜지만 낮에만 증상이 심해지는 것은 기분(氣分)의 열(熱) 때문이다. 황금탕(黃芩湯) 한 가지로 폐경과 기분의 화를 쓸어내려야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시진은 자신의 무릎을 탁하고 치면서 ‘아~ 바로 황금이로구나.’라고 여겼다. 이시진은 이 구절이 자신의 증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동원의 처방에 따라서 황금(黃芩) 1냥에 물 2잔을 넣고 1잔이 될 때까지 달인 다음 단번에 복용하였다. 그랬더니 다음 날부터 몸의 열이 물러가기 시작하더니 점차적으로 20년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가래와 기침, 골증열이 모두 다 나았다. 이시진은 ‘약이 병증에 맞으면 북과 북채와 같구나. 치료의 오묘함을 내 몸을 통해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러한 놀라운 경험을 하고서는 황금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자세하게 정리를 했다. 자신의 경험을 남겨서 후세의 의원들이 황금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이시진에게 처방을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던 의원들이 찾아왔다. “도대체 어떤 처방을 사용하신 겁니까?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하고 물었다. 이시진은 “황금만을 사용했습니다.”라고 했다. 의원들은 이처럼 오래된 기침을 동반한 골증열을 황금만으로 치료했다니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묻기를 “이 의원은 우리에게 황금으로 오래된 골증열을 치료할 수 있었던 기전을 감히 설명할 수 있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시진은 설명을 못할 것도 없었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이시진은 말하기를 “황금은 열독(熱毒)과 골증(骨蒸)에 주로 쓰는 약재입니다. 많은 의서에서 황금(黃芩)은 폐화(肺火)를 쓸어내리고 습(濕)을 제거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황금 중에서도 편금(片芩)은 폐화를 치료하고, 조금(條芩)은 대장의 화를 치료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를 따랐을 뿐입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의원이 “황금(黃芩)이나 편금(片芩), 조금(條芩)은 모두 같은 약재이고 이름만 다른데, 쓰임새가 다른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시진은 “황금 중에서 굵고 속이 부서지는 것을 편금(片芩)이라고 해서 술에 넣고 볶아서 쓰면 폐화(肺火)를 내립니다. 그리고 황금 중에서 가늘고 속이 찬 것은 조금(條芩)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대장(大腸)의 화를 내립니다. 저는 이 중에서 편금을 다려서 먹었습니다.”라고 했다. 질문을 했던 의원이 재차 묻기를 “편금(片芩)이 폐화를 사하고, 조금(條芩)이 대장의 화를 사하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이시진은 “원래 가벼운 것은 기운이 위로 뜨고 무거운 것은 기운이 가라앉는 법입니다. 그래서 황금 중에서도 속이 마르고 가벼운 편금은 위로 올라가 폐의 화를 내릴 수 있고 담을 삭이며 기를 잘 통하게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가늘지만 속이 차고 단단한 조금은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데, 그래서 기운을 아래로 내려서 대장의 화를 내릴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자 어느 한 의원이 “다른 약재들도 기운이 뜨고 가라앉는 것을 그와 같은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이시진은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꽃은 기운이 가벼워서 바람에 쉽게 날아가지요. 그래서 꽃잎이나 꽃봉오리는 눈병이나 두통, 불면증 등 두면부 질환을 치료합니다. 국화(菊花)나 신이화(辛夷花)가 그렇습니다. 반대로 씨앗은 결국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운이 무겁고 하기작용이 강해서 신장이나 하초에 작용합니다. 구기자(枸杞子)나 차전자(車前子), 복분자(覆盆子)가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의원들은 잘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서로를 쳐다보더니 ‘더 이상 물을 것이 없구나.’ 여기면서 인사를 하고서 물러갔다. 황금은 요즘에도 처방에 다용된다. 황금은 꿀풀과 속썩은풀의 뿌리다. 속썩은풀이란 이름은 마치 속이 썩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자로 부장(腐腸)이란 이름도 있다. 황금이 들어간 가장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열독(熱毒)을 치료하는 황연해독탕이 있다. 이 처방은 호흡기의 염증성 질환, 염증성 장질환, 아토피피부염, 습진, 화병 등 다양한 열성 질환에 사용되는 기본방이다. 보통 설사, 복통이 있을 때는 사용하지 않지만 열증이면서 염증이 심한 경우는 약이 된다. 물로 다려서 먹어도 좋고, 끓여서 피부에 습포제로 사용해도 좋다. 만약 약재의 효능이나 부위별 쓰임새를 알고서 쓴다면 이처럼 북채로 북을 치는 효과를 낼 것이다. * 제목의 ○○은 ‘황금(黃芩)’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본초강목> 予年二十時, 因感冒咳嗽旣久, 且犯戒, 遂病骨蒸發熱, 膚如火燎, 每日吐痰碗許, 暑月煩渴, 寢食幾廢, 六脈浮洪. 遍服柴胡, 麥門冬, 荊瀝諸藥, 月餘益劇, 皆以爲必死矣. 先君偶思李東垣治肺熱如火燎, 煩躁引飮而晝盛者, 氣分熱也. 宜一味黃芩湯, 以瀉肺經氣分之火. 遂按方用片芩一兩, 水二鐘, 煎一鐘, 頓服. 次日身熱盡退, 而痰嗽皆愈. 藥中肯綮, 如鼓應桴, 醫中之妙, 有如此哉. (내가 20년 동안 감기로 기침이 난 것이 오래되었고, 또한 경계를 함부로 어겨 마침내 골증열이 되어 피부가 타는 듯 뜨거웠고 매일 담을 1사발이나 토하였으며, 여름에는 번갈로 침식을 거의 전폐하였고 육맥이 부홍하였다. 시호, 맥문동, 형력이 들어간 여러 가지 약을 두루 복용하자 한 달여 만에 더욱 극심해져 모두 반드시 죽을 것이라 여겼다. ‘선대의 학자인 이동원이 폐열이 타오르는 듯한 증상을 치료할 때 답답하고 갈증이 나서 물을 켜지만 낮에만 왕성한 것 기분의 열 때문이다. 황금탕 한 가지로 폐경과 기분의 화를 쓸어내려야 한다.’라는 것을 우연히 생각하였다. 마침내 이 처방에 따라 편금 1냥에 물 2잔을 넣고 1잔이 될 때까지 달인 다음 단번에 복용하였다. 다음 날 몸의 열이 다 물러갔고 가래와 기침이 다 나았다. 약 가운데 중요한 관건은 북과 북채와 같고, 치료 중의 오묘함은 이와 같은 데 있다.) <동의보감> ○ 黃芩. 性寒, 味苦, 無毒. 治熱毒骨蒸, 寒熱往來, 解熱渴. 療黃疸, 腸澼泄痢, 痰熱胃熱, 利小腸. 治乳癰, 發背, 惡瘡, 及天行熱疾. 其腹中皆爛, 故一名腐腸. 惟取深色堅實者, 爲好. 圓者名子芩, 破者名宿芩. 中枯而飄, 故能瀉肺中之火, 消痰利氣, 入手太陰經. 細實而堅者, 治下部, 瀉大腸火, 入水而沈. 入藥, 酒炒上行, 便炒下行, 尋常生用. (황금.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열독, 골증과 한열왕래를 치료하고, 열로 갈증이 나는 것을 푼다. 황달, 설사, 이질, 담열, 위열을 치료하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 유옹, 등창, 악창과 유행성 열병을 치료한다. 그 속이 모두 썩어 문드러져 있어서 부장이라고도 부른다. 색이 진하고 단단한 것을 쓰는 것이 좋다. 둥근 것을 자금이라 하고, 부서진 것을 숙금이라고 한다. 속이 마르고 가벼운 것은 폐의 화를 사할 수 있고 담을 삭이며 기를 잘 통하게 하여 수태음경에 들어간다. 가늘고 속이 차고 단단한 것은 하부를 치료하고 대장의 화를 사하며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다. 약에 넣을 때는 술에 볶으면 상부로 가고, 동변에 볶으면 하부로 간다. 보통은 생것을 쓴다.) ○ 黃芩. 主熱毒骨蒸. 取片芩, 酒炒用能瀉肺火. 或以天門冬膏爲丸服, 名曰淸金丸. 條芩能瀉大腸之火, 煎服, 丸服幷佳. (황금. 열독과 골증에 주로 쓴다. 편금/황금 중에서 굵고 속이 부서지는 것을 술에 넣고 볶아서 쓰면 폐화를 사한다. 천문동고로 환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이것을 청금환이라고 한다. 조금/황금 중에서 가늘고 속이 찬 것은 대장의 화를 사한다. 달여 먹거나 환으로 먹는데, 모두 좋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8-07 14:28:05암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할 게 별로 없다. 보통 집으로 돌아가 통원치료로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도 끝나면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문상현 슬찬한방병원 병원장은 7일 "최근 유방암과 같이 생존율이 높아 통증관리와 재발관리가 필요한 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느끼는 암성통증, 암치료 중 전이와 암치료후 재발 등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암환자는 2010년 20만8659명에서 2020년 24만7952명으로 18.8% 증가했다. 그 중 여성암 1위인 유방암은 2010년 1만4678명에서 2020년 2만4923명명으로 69.7%나 늘어났다. 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치료로 △고주파 온열 치료 △고압산소치료 △암성통증 완화 등이 있다. ■체온상승시키는 '고주파 온열치료'고주파 온열치료(Oncothermia)는 선택적으로 암 조직에만 에너지를 가해 암조직에 열을 발생시키고 생체 대사율을 증가시켜준다. 암세포에 산소의 공급을 막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제 4세대 최첨단 암치료법'이다. 온코써미아는 13.56MHz 고주파 전류를 유도해 전류가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고주파 전류가 사람 몸에 흐를 때 대사가 활발한 부분, 즉 전리된 이온(나트륨 이온, 칼슘 이온 등)이 많은 부위는 전기 전도도가 우수 해 전류가 집중적으로 흐르게 된다. 암 세포 하나하나의 세포막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외액은 이온 농도가 높다. 따라서 전기 저항이 정상 세포보다 낮아 전류가 집중적으로 흐른다. 정상세포는 44도 이상부터 타격을 받지만 암세포는 40~43도에서 고사하거나 괴사한다. 이 때문에 40~43도의 온도에 맞춰 온열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고주파 온열 요법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심부 체온을 약간 상승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돕기 때문에 항암치료 부작용인 면역력 저하를 방지하고 통증 부위의 혈류 상승으로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온열요법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로 증명이 됐다. ■높은 기압에서 '고산소 치료'고압산소치료(HBOT)는 일상생활의 대기압, 즉 1기압이 아닌 인위적인 2~3기압의 환경에서 인체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치료다. 고압산소요법은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에서 농도 100%의 고순도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이다. 몸속에 산소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고 재생속도를 높여 성장 및 새 혈관 형성을 돕는다. 고압산소치료를 이용해 2기압을 높이면 산소 농도가 2배가 된다. 여기에 산소통을 연결해 100% 산소를 추가하면 고밀도 산소가 돼 암세포가 싫어하는 환경이 된다. 문 병원장은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 중 하나가 저산소 환경"이라며 "암 조직을 보면 조직 중간에는 무산소일 정도로 농도가 떨어지므로 암세포가 적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저산소 상태에서는 몸의 피로물질인 젖산이 많이 만들어져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온몸이 아프기 때문에 통증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 ■한방으로 적절한 암성 통증관리암환자가 겪는 가장 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증상이 있다. 바로 '암성통증'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에게서 통증까지 유발될 확률은 52~80%에 이른다. 특히 진행중인 암환자의 70%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그중 50% 이상의 환자가 적절한 통증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성 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보통은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파고 들거나, 신경을 압박하거나, 장기를 손상시키는 등 직접적으로 암이 원인이 돼 통증이 일어난다. 하지만 때론 수술이나 약물, 방사선치료 등으로 신경이나 근육세포가 손상되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던 환자의 경우 암치료 중에 다른 질병에 의한 통증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통증의 정도는 암의 종류, 진행정도 및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암성통증 관리는 일반적으로 약물요법을 사용한다.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다. 항암치료할 때 2~3일째 통증이 가장 심하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거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 한약을 함께 사용하면 속이 불편한 증상이 덜해 치료를 견딜 수 있다. 또 항암제 부작용 중 하나가 '수족증후군'이다. 항암제 사용시 흔히 발생하며 발생률은 약 7.3%~63%로 보고되고 있다. 수족증후군은 초기에 손발의 가벼운 통증부터 감각저하, 홍반, 부종, 박리, 괴사로 진행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 항암제의 용량을 감소시키거나 중단시켜, 항암치료의 효과가 낮아지게 만든다. 국내에서는 가미도홍사물탕, 약침, 뜸 치료를 이용한 수족증후군 호전 사례 연구가 논문으로 보고된 바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2-07 18:28:12[파이낸셜뉴스] 암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가 끝나면 할 게 별로 없다. 보통 집으로 돌아가 통원치료로 항암치료를 받게 되는데 이도 끝나면 어떤 치료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문상현 슬찬한방병원 병원장은 7일 "최근 유방암과 같이 생존율이 높아 통증관리와 재발관리가 필요한 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느끼는 암성통증, 암치료 중 전이와 암치료후 재발 등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암환자는 2010년 20만8659명에서 2020년 24만7952명으로 18.8% 증가했다. 그 중 여성암 1위인 유방암은 2010년 1만4678명에서 2020년 2만4923명명으로 69.7%나 늘어났다. 암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는 치료로 △고주파 온열 치료 △고압산소치료 △암성통증 완화 등이 있다. 체온상승시키는 '고주파 온열치료' 고주파 온열치료(Oncothermia)는 선택적으로 암 조직에만 에너지를 가해 암조직에 열을 발생시키고 생체 대사율을 증가시켜준다. 암세포에 산소의 공급을 막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제 4세대 최첨단 암치료법'이다. 온코써미아는 13.56MHz 고주파 전류를 유도해 전류가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고주파 전류가 사람 몸에 흐를 때 대사가 활발한 부분, 즉 전리된 이온(나트륨 이온, 칼슘 이온 등)이 많은 부위는 전기 전도도가 우수 해 전류가 집중적으로 흐르게 된다. 암 세포 하나하나의 세포막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외액은 이온 농도가 높다. 따라서 전기 저항이 정상 세포보다 낮아 전류가 집중적으로 흐른다. 정상세포는 44도 이상부터 타격을 받지만 암세포는 40~43도에서 고사하거나 괴사한다. 이 때문에 40~43도의 온도에 맞춰 온열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고주파 온열 요법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심부 체온을 약간 상승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돕기 때문에 항암치료 부작용인 면역력 저하를 방지하고 통증 부위의 혈류 상승으로 통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온열요법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로 증명이 됐다. 높은 기압에서 '고산소 치료' 고압산소치료(HBOT)는 일상생활의 대기압, 즉 1기압이 아닌 인위적인 2~3기압의 환경에서 인체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치료다. 고압산소요법은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에서 농도 100%의 고순도산소를 흡입하는 치료법이다. 몸속에 산소를 효율적으로 전달해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고 재생속도를 높여 성장 및 새 혈관 형성을 돕는다. 고압산소치료를 이용해 2기압을 높이면 산소 농도가 2배가 된다. 여기에 산소통을 연결해 100% 산소를 추가하면 고밀도 산소가 돼 암세포가 싫어하는 환경이 된다. 문 병원장은 "암세포가 좋아하는 환경 중 하나가 저산소 환경"이라며 "암 조직을 보면 조직 중간에는 무산소일 정도로 농도가 떨어지므로 암세포가 적응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저산소 상태에서는 몸의 피로물질인 젖산이 많이 만들어져 노폐물이 쌓이게 된다. 온몸이 아프기 때문에 통증치료도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중이염이 있는 사람은 고압산소치료시 기압이 올라가 귀의 통증을 느낄 수 있어 진행하기가 힘들다. 한방으로 적절한 암성 통증관리 암환자가 겪는 가장 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증상이 있다. 바로 '암성통증'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에게서 통증까지 유발될 확률은 52~80%에 이른다. 특히 진행중인 암환자의 70%가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그중 50% 이상의 환자가 적절한 통증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성 통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보통은 암세포가 주변 조직을 파고 들거나, 신경을 압박하거나, 장기를 손상시키는 등 직접적으로 암이 원인이 돼 통증이 일어난다. 하지만 때론 수술이나 약물, 방사선치료 등으로 신경이나 근육세포가 손상되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질병을 가지고 있던 환자의 경우 암치료 중에 다른 질병에 의한 통증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통증의 정도는 암의 종류, 진행정도 및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대학병원에서 진행하는 암성통증 관리는 일반적으로 약물요법을 사용한다. 진통제로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다. 항암치료할 때 2~3일째 통증이 가장 심하다.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거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 한약을 함께 사용하면 속이 불편한 증상이 덜해 치료를 견딜 수 있다. 또 항암제 부작용 중 하나가 '수족증후군'이다. 항암제 사용시 흔히 발생하며 발생률은 약 7.3%~63%로 보고되고 있다. 수족증후군은 초기에 손발의 가벼운 통증부터 감각저하, 홍반, 부종, 박리, 괴사로 진행돼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 항암제의 용량을 감소시키거나 중단시켜, 항암치료의 효과가 낮아지게 만든다. 수족증후군은 항암 화학 요법 이후 2일에서 3주 사이에 발생하며 최대 10개월까지 발생할 수 있다. 수족증후군의 분류로 주로 이용되는 NCI분류에 따르면, 수족증후군 1단계에서는 피부 변화가 발생한다. 2단계에서는 피부 증상과 함께 일상 생활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한다. 3단계에서는 통증이 동반된 심각한 피부 증상이 발생하므로 일생생활에 지장이 생긴다. 국내에서 가미도홍사물탕, 약침, 뜸 치료를 이용한 수족증후군 호전 사례 연구가 논문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외에도 유방암 환자의 경우 림프부종이 많이 생긴다. 이때 림프마사지를 진행하면 도움이 된다. 또 암 환자들은 무기력, 불안, 죽음의 공포 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경우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명상프로그램은 심리적인 효과 뿐만 아니라 자율신경기능장애 개선과 면역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2-07 08:55:32[파이낸셜뉴스]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는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도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속출했다. 더위에 지쳐 무기력하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구토까지 나타나는 증상을 흔히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한다. 이는 일사병, 열사병과 같이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혈액과 체액이 손실됨으로 인해 발생한다. 우리 몸의 땀과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일 경우 더 쉽게 발생하게 된다. 특히 고령층, 심장병, 당뇨병, 천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조선시대 더위 이기려 '생맥산' 복용 고석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여름에도 옷을 껴입던 조선시대에는 생맥산으로 더위를 견뎠다"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20번, 승정원일기에는 871번, 생맥산(生脈散)이 등장한다. '생맥산 하절다음(夏節茶飮), 불구첩수지약(不拘貼數之藥)', 즉, 여름에 차로 마시는데, 첩수(복약)에 구애받지 않고 복용한다는 내용이다. 선조 29년 실록에서는 선조가 임진왜란 중 고생하는 대신에게 여름 옷감과 은자, 생맥산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더위를 식혀줄 도구는 부채뿐이였을 그 시대에 생맥산은 임금부터 양반, 백성을 살리는 중요한 약이었고, 음용수였다. 체질과 병증에 맞게 복용해야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2대 1대 1의 비율로 물어 달여서 여름에 다용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사람의 기(氣)를 도우며 심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 생맥산은 여러 병증에 여러 처방을 합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여름철에는 기력을 북돋기 위하여 '보중익기탕'을 합방하거나 여성들에게는 '사물탕'을 합방하고 소화 장애나 역류가 있는 환자에게 '오적산'을 합방하기도 한다. 고 교수는 "생맥산의 구성 약재 중 맥문동은 쉽게 체할 수 있고 인삼은 체질에 따라 열을 조장할 수 있기에 무분별한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며 "지나치게 더위를 먹어 수분과 전해질 손상이 있거나,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자거나,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체질과 병증에 맞게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생맥산, 피로 해소에도 도움 생맥산의 대표적인 효과 중 하나는 피로 해소다. 국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생맥산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 피로물질이 감소했으며 운동 시에 최대 산소 섭취량을 늘려주고, 최대 심박수와 피로물질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맥산의 맥문동은 코로나 후 만성 기팀에 유용한 처방인 '맥문동탕'의 주요 구성성분이다. 세계적인 저널(Frontiers in Pharmacology)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생맥산은 만성 기침 환자의 기침 지수를 60%가량 낮추었음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생맥산이 위장관 내의 박동기 역할을 하는 세포인 카잘(cajal) 세포의 활성을 증가시키며, 위장관 운동의 개선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보고가 있었다. 고 교수는 "야외 근로자 및 고령의 노인, 농부 등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이 경우에 생맥산을 활용하면 좋다"며 "그러나 찬 음료는 과도하게 섭취하면 배탈이 나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차게 음용하는 경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8-06 16:49:2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한 마을에 명의로 소문난 주씨(朱氏) 의원이 있었다. 주 의원은 쉽게 진단하고 처방도 빠르게 내렸기에 환자들은 주 의원이 의술에 도통한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주 의원의 약방에는 특히 중풍 환자들이 많았다. 주 의원은 중풍 환자가 오면 “왼쪽이요? 오른쪽이요?”라고 물었다. 물론 진맥도 하고 관형찰색(觀形察色)도 했지만 마비된 팔다리의 좌우를 중요시했다. 환자가 “왼쪽이 마비요!”라고 하면 “반신불수 중에서 왼쪽을 쓰지 못하는 증상은 어혈(瘀血)이나 혹은 혈(血)이 부족한 상황에 해당하니, 사물탕에 도인, 홍화, 죽력, 생강즙을 넣어 쓰면 되고....”라고 하면서 약방문을 적었다. 또한 환자가 어눌한 말씨로 “어른찍이 마벼어!”라고 하면 “오른쪽을 쓰지 못하는 증상은 담(痰)에 속하고 기(氣)가 허한 것이므로 이진탕이나 사군자탕에 죽력, 생강즙을 넣어 쓰고, 말이 어눌한 어삽(語澁)은.... 담(痰)이니... ”하면서 약방문을 적어 내려갔다. 중풍으로 오른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면 보통 말씨도 어눌했다. 주 의원의 이론은 간단명료해서 제자나 후학들이 많이 따랐다. 그래서 주 의원의 약방에는 제자를 자처하는 의원들도 꽤 많았다. 그 마을에는 장씨(張氏)라는 의원이 있었다. 장 의원은 주 의원이 어떻게 환자들 보는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다. 사실 중풍이라는 것이 증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한두처방으로 쉽게 치료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 의원이 어찌 그리고 쉽게 진단하고 자신있게 처방할 수 있는지 의아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주 의원의 약방에 직접 가서 진찰하는 모습을 보고자 했다. 장 의원은 조용히 주 의원이 진찰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그런데 주의원이 진찰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한숨이 나왔다. ‘휴~~ 어찌 저리 쉽게 판단하는 것일까? 모두들 주 의원의 주장을 무작정 믿기만 할 뿐 그 잘못됨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구나. 뒤따르는 제자들 또한 자신이 서서히 늪에 빠져들고 있음을 모르고 있음을 어찌할꼬....’라고 걱정했다. 주 의원이 중풍환자를 보면서 “좌측은 혈(血)이고 우측은 담(痰)과 기(氣)니....”하면서 약방문을 쓰고 있을 때,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장 의원이 불쑥 “대체로 사람 몸의 기혈(氣血)은 본래 서로 분리되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왼쪽만 혈(血)이고, 오른쪽만 담(痰)과 기(氣)란 말입니까?”하고 물었다. 주 의원과 제자들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고 장 의원을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주 의원의 의론(醫論)에 누구도 토를 다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의 얼굴과 말투를 보니 공부를 꽤 한 의원임을 눈치채고는 무시할 수 없었다. 주 의원은 약방문을 써 내려가던 붓을 잠시 내려놓고 제자들과 환자들을 한번 둘러 보고 나서는 “간(肝)은 목(木)에 속하고 위치가 좌측이며 혈(血)을 주관하지요. 또한 폐(肺)는 금(金)에 속하고 그 위치는 우측이며 기(氣)를 주관합니다. 비(脾)는 토(土)에 속하고 위치가 서남쪽에 배당되어 있어 역시 우측에 있으며 습(濕)과 담(痰)을 주관하지요. 그러니 좌측은 혈(血)로 인해서 병들고, 우측은 기(氣)와 습(濕), 담(痰) 때문에 병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장 의원이 “주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바는 오행(五行)의 방위 순서로서 그 이치를 말한 것일 뿐이니, 그렇다면 어찌 서방인 우측에는 목(木)이 없고 동방인 좌측에는 금(金)이 없다고 하겠습니까? 또한 각 경맥(經脈)은 모두 좌우를 동일하게 흐르고 있고 오장에는 모두 기와 혈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왼쪽에는 폐의 기운이 없고 오른쪽에는 간의 기운이 없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어떻게 왼쪽은 반드시 혈(血)과 관련된 병만 생기고, 오른쪽은 반드시 담(痰)과 기(氣)에 관련된 병이 생긴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주위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 광경을 의아해하면서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제자들 중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주 의원은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황제내경>의 내용을 예시로 말을 이어갔다. 당시로서 <황제내경>의 내용이라면 그 누구도 거부할 없었다. “<내경>에 보면 음양(陰陽)으로 기혈(氣血)을 나누고 좌우(左右)로 경중(輕重)을 따진다고 했소. 그리고 좌우는 음양이 운행하는 도로라고 했지요. 그래서 좌우를 기혈로 구분함이 뭐가 문제요?”라고 했다. 그러자 장 의원이 “아무리 <내경>에 나와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그렇게 견강부회(牽强附會)해서 어찌 인체의 병증에 공식처럼 적용될 수 있단 말이요. 주 의원처럼 한다면 소를 모는 목동조차도 의원노릇을 할 수 있겠소이다.”라고 하자, 주 의원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 의원의 제자들 또한 <황제내경>의 이론까지 비판하는 장 의원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장 의원은 이어서 “중풍은 좌우로 구분해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을 보면 주 의원님은 음양오행이라는 망령에 빠져든 것과 같소. 단지 병이 왼쪽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혈병(血病)이고 오른쪽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담(痰)과 기병(氣病)이라고 단정한다면, 담증(痰症)이 아닌데도 담증으로 치료하고 혈증(血症)이 아닌데도 혈증으로 치료하게 되는 오류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두통의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의원들은 오른쪽 편두통은 기허(氣虛)요, 왼쪽 편두통은 혈허(血虛)라고 해서 편하게 처방하지만 분명 그 반대의 상황도 있는 것입니다. 이를 보면 마치 땅에 말뚝들을 박아 새끼줄을 쳐 놓은 것처럼 경계를 지어 놓은 것과 같으니, 어찌 우측에는 기허두통이 없고 좌측에는 혈허두통이 없겠습니까? 만약 좌우(左右)를 정해놓고 치료를 한다면 이는 자칫 마치 오류가 없는 곳을 공격하는 꼴이니, 그 폐단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때 주 의원의 제자 중 한 명이 “아니, 당신의 의술이 얼마나 뛰어난 지는 모르겠지만, 감히 남의 약방에서 어찌 스승님을 욕보이는 것이요? 스승님의 이론이 틀렸고, 당신의 이론이 맞다는 증거가 있소? 이 또한 당신의 생각일 뿐 아니요?”라고 따졌다. 그러나 장 의원은 “그럼 이렇게 해 봅시다. 지금 이 약방에 있는 중풍 환자 중 왼쪽이 마비된 환자들 중 내가 변증을 해서 기병(氣病)이나 담병(痰病)이 원인으로 판단되는 자가 있다면 내 방식으로 치료해 보겠소. 당신의 스승이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왼쪽 마비 환자는 어혈(瘀血)이나 혈병(血病)이기 때문에 기(氣)나 담(痰)으로 보고 치료하면 분명 악화되거나 치료효과가 없어야 할 것이요.”라고 했다. 분위기는 불현듯 의술 대결로 치달았고, 보는 눈들이 많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장 의원은 중풍 환자들 중 좌측 마비 환자들을 진맥해 보더니 그 중 기병(氣病)과 담증(痰症)으로 진단되는 환자를 한 명 선택했다. 환자는 좌측 팔다리가 마비되어 걸을 때 왼쪽 다리를 끌었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면서 가래를 그르렁거렸다. 간혹 속이 느그르거리면서 두통과 어지럼증도 있다고 했다. 장의원은 이 환자에게 순기도담탕(順氣導痰湯)을 처방했다. 순기도담탕은 중풍으로 팔다리가 마비되고 기체증(氣滯症)이 있으며 담(痰)이 성하여 말이 어눌하거나 현훈이 있는 증상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당연히 순기도담탕은 좌우를 구분하지 않았다. 장 의원은 환자에게 “이 처방을 잘 복용하시고 보름 뒤에 이 약방으로 다시 오시오.”라고 했다. 보름이 지난 후 주의원의 약방으로 장 의원이 도착을 했고, 한 식경 이후 환자가 약방 마당으로 걸어 들어 왔다. 환자는 지난 번에 비해 손과 팔에 힘이 생겼으면 걷을 때 다리를 끄는 것이 줄었다. 환자는 항상 목에서 그르렁거리던 가래가 줄었고 울체된 기운도 없어졌다고 했다. 또한 정신이 맑아지고 어지럼증도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좌측 마비환자에게도 기병이나 담병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주 의원은 이 환자가 순기도담탕으로 좋아진 것을 보고 “내 자신이 관념에 사로잡혀 치료를 해 온 것 같습니다. 내가 중풍치료에 좌우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오로지 나의 독선(獨善)이었던 것 같소.”라는 것이다. “이제 보니 중풍을 치료하는 방법은 좌우(左右)의 구분이 아니라 그 병이 얕은지 깊은지, 허한지 실한지, 그리고 마비의 정도는 어떠한지, 오장육부의 증상이 겸해 있는지 등을 잘 구분하는 것이겠습니다. 장 의원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라고 했다. 주 의원의 말을 듣고 장 의원은 적잖이 놀랐다. ‘주 의원은 큰 사람이구나. 이 짧은 시간에 자신의 오류를 깨고 깨달음을 얻다니 진정 의술의 경지가 나보다 높도다.’라고 생각했다. 주 의원의 제자들도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스승이 자신의 오류를 바로 인정하고 타인의 이론을 받아드리는 것을 보면서 나름 느끼는 바가 있었다. 장 의원으로 인해서 주 의원의 중풍 치료에 있어 좌우 이론을 따르는 후학은 더 이상 없었다. 장 의원은 주 의원의 요청에 의해서 따라 주 의원의 약방에 머물며 서로 토론하면서 환자들을 함께 치료했다. 과거에 아무리 명성이 있는 의원의 이론일지라도 장 의원과 같은 의원들이 있었기에 후학들은 무작정 따르지 않고, 기존 이론의 비판을 통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 * 제목의 ○○은 좌우(左右)입니다. 또한 주씨(朱氏) 의원은 원나라 때의 주단계(朱丹溪), 장씨(張氏) 의원은 명나라 때의 장경악(張景岳)이란 옛날 의사를 빗댄 것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경악전서> ○ 論丹溪中風說. 又丹溪曰 “半身不遂, 大率多痰. 在左屬死血與瘀血, 宜四物湯加桃仁, 紅花, 竹瀝, 薑汁; 在右屬痰, 屬氣虛, 宜二陳湯, 四君子湯加竹瀝, 薑汁”. 據丹溪此說, 若乎近理, 故人多信之, 而不知其有不然也. 夫人身血氣, 本不相離, 焉得以左爲血病, 右爲痰氣耶? 蓋丹溪之意, 以爲肝屬木而位左, 肝主血也; 肺屬金而位右, 肺主氣也; 脾屬土而寄位西南, 故亦在右, 而脾主濕與痰也. 然, 此以五行方位之序, 言其理耳, 豈曰‘西無木, 東無金’乎? 且各經皆有左右, 五臟皆有血氣. 卽如胃之大絡, 乃出於左乳之下, 則脾胃之氣, 亦出於左, 又豈左非脾, 右非肝; 左必血病, 右必痰氣乎? 중략. 以此辨之, 而再參以脈色, 察其病因, 則在氣ㆍ在血, 或重或輕, 斯得其眞矣. 若謂‘左必血病, 右必痰氣’, 則未免非痰治痰, 非血治血, 而誅伐無過, 鮮不誤矣. (단계는 이렇게 말했다. “반신불수 중에서 왼쪽을 쓰지 못하는 증상은 어혈이나 혈이 부족한 상황에 해당하니, 사물탕에 도인, 홍화, 죽력, 생강즙을 넣어 쓰고, 오른쪽을 쓰지 못하는 증상은 담에 속하고 기가 허한 것이므로, 이진탕이나 사군자탕에 죽력, 생강즙을 넣어 쓴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치에 맞는 것 같아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주장을 믿기만 할 뿐, 그 착오는 알지 못한다. 대체로 사람 몸의 혈과 기는 본래 서로 분리되지 않는 것인데, 어떻게 왼쪽은 혈이고, 오른쪽은 담과 기란 말인가? 대체로 단계가 주장한 의도는 다음과 같다. “간은 목에 속하고 위치가 왼쪽이며 혈을 주관한다. 폐는 금에 속하고 위치가 오른쪽이며 기를 주관한다. 비는 토에 속하고 위치가 서남쪽에 배당되어 있어 역시 오른쪽에 있으며, 습과 담을 주관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행의 방위 순서로서 그 이치를 말한 것일 뿐이니, 어찌 서쪽에 목이 없고 동쪽에는 금이 없다고 하겠는가? 또한, 각 경맥에는 모두 좌우가 있고, 오장에는 모두 기와 혈이 있으니, 가령 위의 대락은 왼쪽 젖 아래로 나왔고 비위의 기도 왼쪽으로 나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왼쪽은 비가 없고, 오른쪽에는 간이 없다고 하겠는가? 또한, 어떻게 왼쪽은 반드시 혈과 관련된 병이고, 오른쪽은 반드시 담과 기에 관련된 병이라고 하겠는가? 중략. 이런 방식으로 변별하고, 다시 맥과 안색을 참조하여 병의 원인을 살펴보면, 병이 기에 있는지 혈에 있는지, 또는 병이 중한지 가벼운지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만약 병이 왼쪽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혈병이고, 오른쪽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담과 기의 병이라고 단정한다면, 담증이 아닌데도 담증으로 치료하고 혈증이 아닌데도 혈증으로 치료하게 된다. 이는 오류가 없는 부분을 공격하는 꼴이니, 오류가 없을 가능성이 작다.) ○ 凡治風之法,宜察淺深, 虛實, 及中經, 中臟之辨. 蓋中經者, 邪在三陽, 其病猶淺; 中臟者, 邪入三陰, 其病則甚. 若在淺不治, 則漸入於深; 在經不治, 則漸入於臟, 此淺深之謂也. 又若正勝邪者, 乃可直攻其邪; 正不勝邪者, 則必先顧其本, 此虛實之謂也. 倘不知此, 則未有不致敗者.(대체로 중풍을 치료하는 방법은 그 병이 얕은지 깊은지, 허한지 실한지, 그리고 중경인지 중장인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다. 중경이라는 것은 사기가 삼양경에 있으므로 그 병이 그래도 얕은 것이다. 중장이라는 것은 사기가 삼음경에 들어간 것이므로 그 병세가 깊은 것이다. 만약 병이 얕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깊은 지경에 빠질 것이고, 사기가 경맥에 있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점차 오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것은 병이 얕은지 깊은지를 말한 것이다. 또한 만약 정기가 사기를 이기면 직접 그 사기를 공격할 수 있고 정기가 사기를 이기지 못하면 반드시 먼저 그 근본을 돌아봐야 하니, 이것은 허와 실을 말한 것이다. 만일 이러한 점을 알지 못하면 실패에 이르지 않을 수가 없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1-30 17:51:06[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한 관리가 열병(熱病)을 앓게 되었다. 관리의 열병은 마치 상한병(傷寒病)처럼 감기증상이 있는 듯 하더니 속열이 나면서 답답해 했다. 주위의 대부분의 의원들은 상한으로 인한 열병에는 땀을 내야 한다면서 발산제(發散劑)만 처방했다. 그러나 관리는 이러한 처방을 복용하고서는 열이 떨어지는 듯했으나 지속적인 고열은 조열(潮熱)로 바뀌었고,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열(潮熱)은 음허증(陰虛症)에 나타나는 열로 정상 체온을 유지하다가도 일정 시각만 되면 오르는 열을 말한다. 그러다 옆 마을 의원에게도 관리를 진찰하도록 요청이 들어왔다. 옆 마을 의원이 진찰을 해 보니 벌써 대변을 보지 못한 지 3일째가 되었고 진맥을 하니 맥은 깊게 숨겨져 있으면서 완만하고 활(滑)했다. 활맥(滑脈)이 잡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열을 담(痰)이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관리는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의원이 보기에 관리는 상한(傷寒)이 아닌 온역(溫疫)에 가까웠다. 의원은 대승기탕(大承氣湯)에 생지황 3돈을 가하여 처방해서 이것을 다려서 하루 2첩을 다려서 나눠서 복용하도록 했다. 대승기탕은 체격이 실하고 속 열이 심하고 배가 아주 더부룩한 경우를 치료할 때는 급하게 설사시켜 치료하는 처방이다. 또한 고열로 인한 헛소리나 광증(狂症)에도 사용한다. 그러나 자칫 잘못 처방하면 부작용이 심해 주의해야 한다. 의원이 보기에 관리가 열로 인한 조갈(燥渴)과 흉민(胸悶), 대변불통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보면 적방이라 할 수 있었다. 관리가 대승기탕을 5첩을 복용하고 나자 큰 증상은 잡힌 듯했고, 관리의 집안사람들은 기뻐했다. 의원이 다시 진맥을 해 보니, 양쪽 척맥(尺脈)에 활삭(滑數)한 기미가 있었다. 이는 열(熱)이 되살아려고 하면서 역시 담(痰)도 남아 있는 맥상이다. 의원은 가족들에게 “숨어 있는 열을 아직 다 없애지 못했습니다. 흉격 사이도 열담(熱痰)이 풀리지 않았고 소변도 시원스럽게 보지 못하고 있으니 삼백산(三白散)을 복용하여 대소변을 통해서 남은 독을 씻어내어야 합니다.”하고 말했다. 삼백산이란 처방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지만 여기서는 견우자(나팔꽃씨), 상백피, 백출, 목통, 진피 등으로 이루어진 처방으로 방광에 쌓인 열이 대소변을 통해서 빼내는 처방이다. 의원은 삼백산에 열독을 치는 석고를 가하고자 했다. 그런데 주인 집안의 가까운 친척 중 의서를 많이 읽은 자가 있었는지 반대를 했다. “가벼운 병에 약의 기운이 쎈 약을 쓸 수 없는 법 아니오?”라는 것이다. 아마도 관리가 초기에는 증상이 중했으나 의원이 대승기탕을 투여한 이후 증상이 호전이 된 것만을 보고 가벼운 병증이라고 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무리 명의라도 환자의 가족이 반대를 하니 안타깝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러더니 관리의 가족은 또 다른 의원을 불러 처방을 요청했다. 새로 온 의원은 약성이 가볍고 시원한 기운을 가진 약재들을 처방했다. 이러한 약재들은 기운이 서늘하면서도 기운을 위로 끌고 올라간다. 이는 원래 옆 마을 의원이 기운을 끌어 내리려고 했던 치료법과는 정반대의 처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의원의 처방을 복용하고 나자 관리는 안색이 초췌해지더니 가슴을 답답해 하면서 밤낮으로 통증을 호소했다. 지금까지 진료를 요청받은 의원들은 서로 모여 상의까지 했다. “맥도(脈度)로 보자면 삭(數)하지 않으니 반드시 열이 있다고 볼 수 없을 것이고, 눌러보아도 힘이 없으니 필시 기가 허한 것입니다.”하고는 육군자탕(六君子湯) 4첩을 지어 복용시켰다. 육군자탕은 반하, 백출, 진피, 복령, 인삼, 감초로 구성된 처방으로 기가 허해서 담(痰)이 성(盛)한 것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그랬더니 육군자탕을 복용하고서 관리는 아파서 소리를 지르면 신음소리를 더욱 내면서 미음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더더욱 한 의원은 어디서 구했는지, 처녀의 월경수(月經水)를 썼지만 흉격 사이가 답답하게 막혀 내려가지 않았다. 그러자 온 집안사람들이 손쓸 바를 몰랐다. 집안의 어른들은 옆 마을 의원을 다시 불렀다. 의원이 진맥을 해 보니, 촌관맥이 삽삭(澁數)하고 때로 부정맥의 기운이 있었으며, 양 척맥은 침소(沈小)하고 활실(滑實)하였다. 의원이 “이 병은 하초(下焦)에 숨어 있는 열을 다 씻어내리지 못하여 열담이 흉격에 가득 차 막힌 것이니, 맥이 색소(濇小)한 것은 열이 원기(元氣)를 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자 주위의 여러 의원들이 “누가 진맥만으로 장부를 꿰뚫어 볼 수 있단 말입니까?”하며 서로 비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 마을 의원이 “이제 조만간 목숨을 걸고 병과 전투를 치르지 않으면 환자의 기혈(氣血)이 모두 고갈되어 손을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라고 하자 환자의 온 집안사람들은 주의 의원들의 비웃음에도 비로소 놀라며 의원에게 간절히 처방을 구하였다. “제발 아시는 방법대로 해서 어떻게든 살려만 주시오.”라는 것이었다. 사실 의원 입장에서 환자를 앞에서 두고 완치를 장담해서는 안될 노릇이었지만 다른 의원들에게만 치료를 맡겨 놓았다가는 죽음을 재촉하는 것 같아 어쩔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옆 마을 의원은 다시 대승기탕에 생지황 1냥을 더하여 하루에 2차례 복용시키고자 했다. 이번 약은 의원이 직접 다렸다. 약을 모두 달인 후 부엌 안쪽에서 칼을 갈고 있는 부인에게 대승기탕과 함께 토룡탕(土龍湯, 지렁이탕)에 우황환 10환을 타서 아침, 저녁으로 2사발, 자기 전에 1사발을 먹이라고 신신당부하여 일러주었다. 부인은 “이 처방이면 대감을 살릴 수 있는 것이요?”라며 물었다. 의원은 괜히 꼬투리를 잡힐까 봐 “단지 제가 아는 대로 처방했을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삼백탕 대신 다시 대승기탕을 처방한 것은 다른 의원들이 인삼 등의 열약(熱藥)을 쓰면서 열독이 다시 심해진 까닭이었다. 또한 토룡탕에 우황환을 복용시킴은 환자의 맥상이 삽(澁)하면서도 중간중간 결기(結氣, 끊어짐/부정맥)가 있는 것은 심장의 어혈이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집안사람들은 의원의 말대로 2일 동안 약을 썼더니 환자는 이윽고 다시 대소변이 편하게 나왔으며 열은 떨어지고 편히 자고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밥을 달라고 한다고 했다. 의원은 다시 진맥에 나섰다. 맥이 처음에는 느렸으나 이제는 빨라지며 힘이 생겼다. 또 2일 동안 동일한 처방을 썼더니, 크게 설사하고는 여러 증세가 점점 사라졌다. 그래서 현재 복용 중인 처방을 중지하고 시호사물탕(柴胡四物湯)에 대황 2돈을 더하여 하루 2차례 3일을 마무리로 복용시켰더니 제반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 관리의 동생이 의원을 맞았다. 동생은 의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의외의 말을 했다. “의원님 다행입니다. 만약 의원님이 형님을 살려내지 못했다면, 형수가 칼을 갈고 기다리고 있어 필시 약을 처방한 의원님을 찔러 죽이고자 하여서 집안사람들은 매우 걱정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니 처방조차 받지 못할 것 같아서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마침내 효험을 보았으니 다행입니다. 이제야 말씀드림에 너무 송구하고 죄송합니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들으니 의원은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환자의 열이 심하고 기가 약하여 양기가 소모되고 음기가 고갈되어 살릴 수 없게 되었다면, 이것이 어찌 의원의 죄란 말인가? 의술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부인이 약을 사용하는 시기가 늦어졌거나 다른 의원들의 처방에 문제가 있었음을 생각지 않고 칼을 들고 튀어나왔다면, 그 놀라움이 어떠했을까?’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의원의 처방으로 환자가 살아났으니 다행이다. 옆 마을 의원은 상한(傷寒)의 중병이나 온역(溫疫)을 고쳐서 기사회생시킨 것이 헤아릴 수 없지만, 대략 자신에게 있었던 가장 놀란 경험이기에 후학들의 경계로 삼고자 치료 기록을 남기고자 했다. 상한 열독(熱毒)이나 온역에 과도하게 발산(發散)을 시키거나 열한 기운의 보약을 함부로 처방하는 안될 일이다. * 제목의 ○○은 ‘죽임’입니다. ■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상한경험방> 傷寒潮熱胸滿. 一官人得傷寒, 諸醫多用發表之劑, 潮熱升降, 胸滿不睡. 召我診之, 脈沈伏緩滑, 此未及治挾痰之毒熱, 用大承氣湯加生地黃三戔, 日再服五貼, 大勢似歇. 主家甚喜. 更診則兩尺有滑數之意. 余曰 “隱熱猶未盡祛, 膈間亦不得利, 及服三白散以滌餘毒.” 主家至親有知醫者, 以爲病輕藥重, 決不可用. 更邀他醫, 用輕淸調理之劑, 病人顔色悽慘, 晝夜叫痛. 諸醫不移侍之皆曰 “以脈度言之, 不數必無熱, 而按之無力, 必是氣虛.” 製用六君子湯四貼, 痛聲尤出, 粥飮亦廢. 一醫用月經, 膈間煩滯而不下, 擧家罔措. 余診之, 寸關澁數, 時有結氣, 兩尺沈小滑實. 余曰: “此病下焦隱熱未能滌下, 熱痰窒滿胸膈, 而脈之濇小, 熱傷元氣故也.” 諸醫曰: “誰能洞見臟腑乎?” 相與哂笑. “今明間如不用背城之戰, 氣血俱竭, 難可下手.” 病人一家始驚動, 懇求藥方. 以大承氣湯加生地黃 一兩, 日再服, 兼以地龍汁調牛黃膏數十丸, 日用二器, 夜服一器之意, 申申叮囑. 病家依余言用之二日, 病人仍得穩睡有食念, 大便滑泄. 余又診之, 脈始遲而數有力. 又勸用二日, 大泄之, 諸症漸退. 改以柴胡四物湯加大黃 二戔, 日再服三日而差. 病人之弟賀曰: “此病若不救, 吾嫂氏已磨劍待之矣. 必欲刺用藥醫, 故吾輩深憂之, 今果收效, 兩家之多幸.” 余聞此言, 不覺心悚. 如或熱重氣弱, 已成陽耗陰渴而不救, 則此豈醫罪? 不知醫理之婦人, 不思用藥之晩, 持刀突出, 其驚爲如何哉? 余治傷寒重病, 起死回生, 未知幾許, 而略服最駭處, 以戒後人.(상한조열흉만. 어떤 관리가 상한을 앓게 되어 여러 의원들이 땀내는 약을 많이 썼더니 조열이 오르내리고 가슴이 그득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나를 부르기에 진맥을 해보니, 맥이 침복하고 완활하였다. 이것은 담을 끼고 있는 열독을 제때 치료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승기탕에 생지황 3돈을 더하여 하루에 2차례 먹여 5첩을 썼더니 대세가 멎은 듯하였고, 주인 집안에서는 매우 기뻐하였다. 다시 진맥을 해 보니, 양쪽 척맥에 활삭한 기미가 있었다. 내가 “숨어 있는 열을 아직 다 없애지 못했습니다. 흉격 사이도 열담이 풀리지 않았으니, 삼백산을 복용하여 남은 독을 씻어내어야 합니다.”하고 말하였으나, 주인 집안의 가까운 친척 중 의술을 아는 자가 가벼운 병에 약 기운이 센 약은 절대 쓸 수 없다고 하였다. 다시 다른 의원을 불러 약성이 가벼워 기운이 위로 뜨는 약을 썼더니, 환자의 안색이 처참해지고 밤낮으로 통증을 호소하였다. 여러 의원들이 변함없이 모시며 모두 “맥도로 보자면 삭하지 않으니 반드시 열이 없을 것이고, 눌러보아도 힘이 없으니 필시 기가 허한 것입니다.” 하고는 육군자탕 4첩을 지어 썼더니 아파하는 소리가 더욱 크게 나오고 미음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한 의원이 월경수를 썼지만 흉격 사이가 답답하게 막혀 내려가지 않자 온 집안사람들이 손쓸 바를 몰랐다. 내가 진맥을 해보니, 촌맥과 관맥이 삽삭하고 때로 부정맥의 기운이 있었으며, 양 척맥이 침소하고 활실하였다. 내가 “이 병은 하초에 숨어 있는 열을 다 씻어내리지 못하여 열담이 흉격에 가득 차 막힌 것이니, 맥이 색소한 것은 열이 원기를 상하게 했기 때문입니다.”하니, 여러 의원들이 “누가 장부를 꿰뚫어 볼 수 있단 말인가?”하며 서로 비웃었다. 내가 “조만간 목숨걸고 전투를 치르지 않으면 기혈이 모두 고갈되어 손을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니, 환자의 온 집안사람들이 비로소 놀라 간절히 처방을 구하였다. 때문에 대승기탕에 생지황 1냥을 더하여 하루에 2차례 먹이고, 아울러 지렁이 즙에 우황고 10환을 타서 낮에는 2그릇, 밤에는 1그릇을 먹이라는 뜻을 신신당부하여 일러주었다. 환자의 집안에서 내 말대로 2일 동안 약을 썼더니 환자가 이윽고 편히 자고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며 대변이 줄줄 나왔다. 내가 또 진맥을 해보니, 맥이 처음에는 느렸으나 이제는 빨라지며 힘이 생겼다. 또 2일 동안 더 권하여 썼더니, 크게 설사하고는 여러 증세가 점점 사라졌다. 다시 시호사물탕에 대황 2돈을 더하여 하루 2차례 3일을 먹이니 나았다. 환자의 동생이 하례하며 “이 병에서 살려내지 못했다면, 우리 형수가 이미 칼을 갈고 기다리고 있어 필시 약을 처방한 의원을 찌르고자 하였을 터라, 우리들은 매우 걱정되었습니다. 지금 마침내 효험을 보았으니 양가의 다행입니다.” 하였다. 이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졌다. 만약 열이 심하고 기가 약하여 양기가 소모되고 음기가 고갈되어 살릴 수 없게 되었다면, 이것이 어찌 의원의 죄란 말인가? 의술의 이치를 알지 못하는 부인이 약을 사용하는 시기가 늦어졌음을 생각지 않고 칼을 들고 튀어나왔다면, 그 놀라움이 어떠했겠는가? 내가 상한의 중병을 고쳐서 기사회생시킨 것이 헤아릴 수 없지만, 대략 가장 놀라운 경험이기에 후인들의 경계로 삼고자 한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1-02 18:16:17지난 3년간 우리는 기침에 아주 민감해졌다. 이전에는 옆에서 기침을 하더라도 조금 거슬리는 정도의 불편함을 넘어갔으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주변에 기침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쳐다보고 멀리하게 된다. 기침은 기도 확보를 위해 이물질이나 분비물을 기도 밖으로 배출하는 신체반응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침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는 기침이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급성 편도염, 급성 비인두염, 후두염, 부비동염 등 감기 관련 질환, 기관지확장증, 천식, 폐결핵, 폐암, 기도협착, 심장질환 등의 질환이 기침을 동반한다.한의학에서는 기침을 '해수(咳嗽)증'이라 하며 발병 원인, 오장육부와의 관련성, 시간적,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치료한다. '동의보감'에서도 기침을 16종으로 분류해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기침에 대한 한약치료는 바이러스 등 외부요인에 의한 기침에는 삼요탕, 삼소음을 처방하며 면역력 저하로 만성이 된 기침에 보폐탕, 가래가 많은 기침에는 이진탕, 마른 기침에는 경옥고나 사물탕, 야간에 심한 기침에는 육미지황탕 등 각각의 증상에 맞춰 치료하고 있다. 이러한 한약 치료의 효과는 연구로 밝혀져 있다. 대표적으로 기침 치료에 대한 연구에서 반하사심탕과 양약 복용 병행 시 양약 단독 치료 보다 효과적이었고, 반하사심탕 단독 치료 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기침은 지속 기간에 따라 질환의 위험도를 나눠볼 수 있다. 주로 감기(상기도 바이러스 감염)등의 질환은 3주 이내에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 3~8주 지속되는 아급성 기침은 기도과민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8주 이상은 만성기침으로 분류된다. 흡연이 원인일 수 있으며 기관지확장증, 폐결핵, 폐암, 천식, 위식도 역류질환 증 위험성이 높은 질환일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우리의 일상을 빼앗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침 증상은 원인과 양상이 감기 등과 달라 쉽게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 호전과 함께 면역력 등 신체 기능 및 균형의 정상화, 신체 전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한 한의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안덕근 자황한방병원 병원장
2022-12-29 18:15:23[파이낸셜뉴스] 지난 3년 간 우리는 기침에 아주 민감해졌다. 이전에는 옆에서 기침을 하더라도 조금 거슬리는 정도의 불편함을 넘어갔으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과 함께 주변에 기침소리가 들리면 저절로 쳐다보고 멀리하게 된다. 기침은 기도 확보를 위해 이물질이나 분비물을 기도 밖으로 배출하는 신체반응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침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는 기침이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급성 편도염, 급성 비인두염, 후두염, 부비동염 등 감기 관련 질환, 기관지확장증, 천식, 폐결핵, 폐암, 기도협착, 심장질환 등의 질환이 기침을 동반한다. 한의학에서는 기침을 ‘해수(咳嗽)증’이라 하며 발병 원인, 오장육부와의 관련성, 시간적, 계절적 특성을 고려해 치료한다. '동의보감'에서도 기침을 16종으로 분류해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기침에 대한 한약치료는 바이러스 등 외부요인에 의한 기침에는 삼요탕, 삼소음을 처방하며 면역력 저하로 만성이 된 기침에 보폐탕, 가래가 많은 기침에는 이진탕, 마른 기침에는 경옥고나 사물탕, 야간에 심한 기침에는 육미지황탕 등 각각의 증상에 맞춰 치료하고 있다. 이러한 한약 치료의 효과는 연구로 밝혀져 있다. 대표적으로 기침 치료에 대한 연구에서 반하사심탕과 양약 복용 병행 시 양약 단독 치료 보다 효과적이었고, 반하사심탕 단독 치료 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기침은 지속 기간에 따라 질환의 위험도를 나눠볼 수 있다. 주로 감기(상기도 바이러스 감염)등의 질환은 3주 이내에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 3~8주 지속되는 아급성 기침은 기도과민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8주 이상은 만성기침으로 분류된다. 흡연이 원인일 수 있으며 기관지확장증, 폐결핵, 폐암, 천식, 위식도 역류질환 증 위험성이 높은 질환일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빼앗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침 증상은 원인과 양상이 감기 등과 달라 쉽게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 호전과 함께 면역력 등 신체 기능 및 균형의 정상화, 신체 전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한 한의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안덕근 자황한방병원 병원장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2-12-29 09:01:12[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날 밤, 한 선비가 부랴부랴 의원을 찾았다. 자신의 조카가 사경을 헤맨다는 것이다. 선비는 자신의 형수가 과부가 된지 벌써 1년이 되었고 형수에게는 한 살배기 아이가 있다고 말하였다. 허겁지겁 말하기를 “제 조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더니 벌써 한달동안 계속해서 낫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경기를 하고 또한 가래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숨을 가쁘게 쉬니 좀 살려 주십시오. 형수도 불쌍한데, 어린 조카까지 아프니 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컨대 진맥이라도 좀 해 주십시오.”라며 울먹이는 것이다. 의원은 늦었지만 마지못해 진맥을 해 보기로 하고 선비의 집으로 함께 나섰다. 의원은 아이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온몸이 바싹 말라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얼굴을 보니 창백하고 입술은 푸석거리며 점막이 들떠 있었고 며칠 동안 물도 전혀 못 마신 것처럼 건조함이 극에 달한 듯했다. 그러면서도 빰은 불그스레했다. 이는 혈허(血虛)가 심해져서 음허증(陰虛症)도 함께 동반된 증이다. 가래 소리를 들어보니 그르렁거리면서 가래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간혹 기침을 하면서 울컥하고 올라온 가래를 보니 패서(敗絮, 오래돼서 섞은 솜뭉치)처럼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이는 폐장까지 조증(燥症)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미약(微弱)하면서 세삭(細數)하고 불규칙했다. 미약함은 원기(元氣) 부족이고, 가늘고 빠른 맥은 혈허(血虛)나 음허(陰虛)에서 보이는 맥으로 만성적으로 병을 앓으면서 진액이 부족해지거나 극심한 탈수 혹은 과다출혈 후에도 나타나는 맥이다. 진맥을 마친 의원은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인삼을 넣어 보(補)하는 약을 쓰려니 조열(燥熱)이 걱정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을 쓰려니 원기(元氣)가 이미 미약해져서 실로 손을 쓰기 어렵구나.’라며 깊이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부인이 의원의 팔을 붙들고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이었다. “의원님, 의원님. 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살려주십시오. 저는 이미 지아비도 없는 과부가 되어 원통한데, 이 핏덩이마저 저 세상으로 간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라 말입니까? 흑흑~” 의원은 부인의 애절한 말에 차마 가망이 없다는 대꾸를 하지 못하고 바깥사랑채로 나갔다. 의원을 따라 선비가 나오자 의원은 한숨을 쉬며 선비에게 “이런 극심한 조병(燥病)에는 사람의 피만한 것이 없습니다. 의서에서도 인혈(人血)은 피육(皮肉)이 마르는 병에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비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인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인혈을 어디서 구하랴. 사실 의원은 ‘인혈을 쓰지 못해서 안타깝다’가 아니나 ‘그만큼 치료법을 찾기 힘들어 난감하다’는 것을 에둘러서 표현하고자 의서의 구석진 곳에 적혀 있는 인혈(人血)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다. 의원 자신도 지금까지 인혈을 써보려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선비의 얼굴을 얼핏 본 의원은 “그러나 인혈을 처방하는 것은 불인(不仁)의 소치일 뿐입니다. 어찌 사람에게 사람의 피를 먹일 수 있겠습니까? 인혈 대신 저는 그저 생맥산(生脈散)과 사물탕(四物湯)을 합해 써볼 뿐이니 이 처방 또한 인혈을 대신할 만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밤이 늦었지만 서둘러 조제해서 가져오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로 구성된 처방으로 이름 그대로 맥(脈)을 생(生)하는 처방이다. 끊어져 가는 맥기(脈氣)를 다시 일으켜 맥을 살려서 잊게 한다는 의미로 심폐기능을 회복시키고 만성적으로 진액이 부족에 의한 일체의 증상을 다스린다. 그리고 사물탕은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혈(補血)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먼저 기혈(氣血)을 보충해서 원기(元氣)를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으니라. 생맥산과 사물탕은 몇가지 안되는 약초로 구성된 처방이면서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고 부작용이 적으니 어린 아이에게도 무난했다. 무엇보다 효능을 따져보면 실로 인혈을 대신할 만했다. 이 상황에 생맥산합사물탕을 떠올린 의원의 의술이 특출함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의원은 생맥산과 사물탕의 처방 내용과 효능을 설명해 준 뒤에 약방에 가서 지체없이 조제해 오겠다고 하면서 선비의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의 여종이 쫓아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의원님, 마님이 잠시 처방을 보류했으면 하십니다. 그리고 의원님이 먼 길을 오셨으니 오늘 밤은 사랑채에서 쉬었다 가셨으면 하십니다. 들어가 계시면 제가 서둘러 다과를 좀 올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의원은 기분이 언짢았다. 아이의 위독함과 함께 처방에 대해서도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했건만 자신의 처방을 못 미더워하는 것 같아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진료가 내치지 않았는데, ‘먼 곳까지 와서 괜히 진맥을 했구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의원은 기분이 상했지만 어찌하겠는가. 환자 보호자가 처방을 거부하니 말이다. 의원은 밤도 깊어 어쩔 수 없겠다 싶었는지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기로 하고 사랑채에서 베개에 기대어 설핏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여종이 의원을 깨웠다. 아이를 다시 진찰해 달라는 것이다. 의원은 ‘혹시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었나?’하고 걱정하면서 서둘러서 아이가 있는 방으로 건너가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는 호흡이 편안해지고 가래 소리는 줄었으며 화색이 돌았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여전히 세삭(細數)했지만 완만하면서도 간간이 유력함이 느껴졌다. 의원은 ‘괴이한 일이로다. 괴이한 일이로다.’하면서 의아해했다. ‘잠시 잠들어 있던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원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고개를 떨구던 순간, 등잔불 아래에 있던 사발에 뭔가가 검게 말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원이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부인은 별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의원은 밖으로 나와 여종에게 그 사발에 묻은 것이 무언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여종은 “마님은 의원님께서 아이의 증상에 사람의 피가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작은 서방님으로부터 전해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의원님의 처방을 보류시켜 놓고 의원님이 잠시 주무시는 틈을 타서 자신의 왼손 어제를 칼로 찢어 피를 사발에 받아서 아이에게 먹인 것입니다. 그래서 차도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고자 다시 진맥을 청하신 것입니다. 차도가 없다 하시면 다시 오른쪽 어제를 찔러 피를 더 먹이시고자 하십니다.” 어제(魚際) 부위란 손바닥의 엄지손가락 쪽 두툼한 살집 부위를 말한다. 여종의 말을 듣고서는 부랴부랴 방에 들어가 부인의 왼손을 보니 천으로 감싸져 있었고, 뒤이어 얼굴을 쳐다보니 핏기가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의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원은 경솔했던 자신의 말에 대해 뉘우쳤다. ‘아뿔싸~’ 하지만 아이가 살아났으니 다행이다. ‘의원의 의술이 아닌 어미의 지극정성 때문에 아이가 살아났구나. 의서에 인혈(人血)을 사용함은 불인(不仁)이라고 했건만, 어미가 자신의 몸을 해하여 자식을 살린 것을 보니 모정(母情)은 인(仁)을 넘어서는구나.’ 의원은 이 일을 통해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의원은 마음이 울리는 바가 심대(深大)하여 아이의 약방문과 함께 부인의 출혈 과다 후 도움이 될 만한 보약까지 약대(藥代) 없이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아이와 부인은 의원의 정성스러운 치료로 모두 건강을 회복했고,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 제목의 ○○는 바로 ‘인혈(人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상한경험방> 一士人夜言 “兄嫂早寡, 只有一歲幼兒, 症似外感, 彌月留, 時有驚氣, 痰蓄甚促, 請諧往診之.” 其脈細數, 無倫次, 欲用蔘補, 則潮熱可畏, 欲用涼劑, 則元氣已微, 實難下手. 深思之際, 婦人悲辭乞活, 哀不忍聞, 出外廊, 與其士私語曰 “如此之病, 多用人血, 則庶有回生之望, 而無奈何. 只用生脈, 合四物湯, 欲送劑藥肆矣.” 內婢出來, 姑停製藥, 暫時挽留醫臨云. 余倚枕假寐, 而已又請見病兒, 入見則呼吸平緩, 痰蓄稍低, 按脈則細數亦緩. 余曰 “怪哉怪哉! 此兒得生路, 是何事也?” 仍回見燈下砂碟上有血色. 心驚怪異, 出外問于婢, 則內家聽人血好之言, 裂左手魚際, 取血灌之兒口, 而有效. 余晦言輕, 而兒生, 觀此益覺父母愛子至意.(어떤 선비가 밤에 찾아와서 “형수께서 일찍 과부가 되어 한 살배기 아기만 있습니다. 그 아이의 증세가 가기 같더니만 한 달 동안 계속되었고, 때때로 경기를 하며, 담이 쌓여 숨이 가쁘니, 청컨대 함께 가서 진맥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 맥이 세삭하고 불규칙했는데, 인삼을 넣어 보하는 약을 쓰려니 조열이 걱정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을 쓰려니 원기가 이미 미약해져서 실로 손을 쓰기 어려웠다. 깊이 고민하고 있던 차에 부인이 비통한 말로 살려달라고 애걸하여 슬퍼서 차마 듣지 못하고 바깥사랑채로 나가 그 선비와 몰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런 병에는 사람 피를 많이 쓰면 회생할 수 있는 가망이 있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겠습니다. 그저 생맥산과 사물탕을 합해 써볼 뿐이니 약방에 보내 지어오라 하겠습니다.” 하였다. 집안의 여종이 나와 일단 약 짓기를 멈추고 잠시 의원의 진료를 만류하라 했다고 전하였다. 베개에 기대어 설핏 잠이 들었다가 잠시 지나 다시 병든 아이를 봐달라는 청에 들어가서 살펴보았더니, 호흡이 평안해지고 쌓였던 담이 낮아져 있었다. 맥을 짚어보니 세삭하였지만 완만해졌다. 내가 “괴이하도다, 괴이해! 이 아이가 살길을 얻었으니 이 어찌된 일인고?”하고 등잔 아래의 사기접시를 돌아보았더니 그릇에 붉은 핏빛이 있었다. 속으로 깜짝 놀라고 괴이하여 밖으로 나가 여종에게 물었더니 안주인이 사람 피가 좋다는 말을 듣고는 왼손 어제 부위를 찢어 피를 받아다가 아이 입속에 부어 넣었더니 효험이 있었다고 하였다. 나는 경솔했던 나의 말에 대해 뉘우쳤지만 아이가 살아났으니, 이 일을 통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 본초강목> 人血, 醎, 平, 有毒. 肉乾麩起, 燥病也, 不可卒潤也. 飮人血以潤之, 人之血可勝刺乎? 夫潤燥, 治狂犬之藥亦夥矣, 奚俟於此耶? 始作方者, 不仁甚矣, 其無後乎?(사람의 피. 맛은 짜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있다. 몸이 말라 밀기울 같은 것이 일어나는 증상은 조병이므로 갑자기 자윤할 수 없다. 사람의 피를 마셔 자윤한다지만 어찌 사람을 칼로 찔러서 피를 낼 수 있겠는가. 마른 것을 윤택하게 하거나 미친개에 물린 것을 치료하는 약도 많은데 어찌하여 이것을 기다리겠는가. 처음 이 처방을 만든 자의 불인함이 심하니 그 후환이 없겠는가.)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2-12 11: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