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기록 삭제·조작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주요 피고발인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에 나서며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16일 오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서욱 전 국방부 장관·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나 수첩 등을 압수했다. 또 검찰은 국방부 예하부대, 해경 등 사건 관계자들의 주거지 및 사무실도 동시 압수수색 했다. 검찰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압수수색 재개는 지난 7월 13일 국정원 압수수색 이후 한 달여만이다. 검찰은 지난달 7일 국정원이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사망 당시 47세)가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한 첩보보고서를 무단으로 삭제한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고발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이대준씨 유족 측은 서 전 장관, 이영철 전 합참 정보본부장, 박지원 전 원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도 연이어 고발했다. 앞서 이대준씨 유족 측은 월북조작 혐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로 서주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윤성현 당시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당시 해양경찰청 형사과장도 고발한 바 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17일 오전에도 검찰은 전날 벌인 전방위 압수수색의 연장선상에서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해양경찰청 청사와 서버 소재지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수사관 20여명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씨 피살 사건을 처음 수사한 해경청 보안과 등에서 관련 전자문서와 메신저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날 해경청을 압수수색을 한 것은 사건 당시 월북 추정 결론을 내린 해경의 수사 상황과 이후 이 판단을 뒤집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해경은 2020년 9월 서해에서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해경은 이씨 월북 판단의 주요 근거로 이씨가 사망하기 전 자주 도박을 했고 채무도 있던 사실을 공개하고, 군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전문기관을 동원해 분석한 해상 표류 예측 결과를 들었다. 그러나 해경은 지난 6월 16일 1년9개월 만에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국방부도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판단과 배치되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감청정보 파일 일부를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민감정보가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는 부대에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일부를 밈스에서 삭제했지만 '7시간 분량'의 정보 원본은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밈스 담당자와 감청정보(SI·특별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첩보부대 777사령부 소속 부대원,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직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또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데 방점을 두고 지침을 내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 관련자들의 자택 및 사무실도 압수수색 중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검찰은 최근 참고인 등 기초조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핵심 피의자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압수물 분석을 끝내는 대로 박 전 원장, 서 전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나설 전망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 관련인과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조사 등 전방위적 수사는 유가족의 명예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와 관련된 의혹 규명 측면에서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의견이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만약 문재인 정부가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고 이재준 씨가 월북할 의도로 북으로 향했다고 사실을 왜곡했다면 책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정원이나 국방부의 기록물을 수색하는 것 외에도 자택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던 이유는 이들 책임자가 비밀문건을 본인 소유 휴대폰 등에 보관해 해당 기관에서 가지고 나왔는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물론 윤 정부가 최악의 지지율 등 정치적인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 전 정부의 고위 인사를 표적 수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며 "하지만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기밀로 분류된 문서의 관리 차원에서도 엄격한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풀이했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성급한 월북판단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낱낱이 규명되야할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고인의 명예에 관한 일"이라며 "해당 해수부 공무원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서해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임무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후 월북자로 내몰리는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고인이 '월북’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 과정과 이유를 밝혀야 고인의 명예가 조금이라도 회복되고 유가족의 쓰라린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되새기고 이를 통해 재발 방지를 유도하는 차원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중요하다"며 "이런 과정 없이 접경지역을 지키는 군인의 책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확고히 하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임무를 수행 중이던 공무원이 NLL 북측해역에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가는 구호작전은 고사하고 어떠한 의도에서든 ‘월북판단’으로 몰아간 것은 아닌지, 이는 정쟁과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과 국가 존재의 이유'이므로 '실제적 진실'을 남김없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8-18 03:04:13[파이낸셜뉴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놓고 해경의 입장이 바뀌면서 문재인 정부 고위급 인사를 향한 무더기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사건 관련 피의자만 10명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현재 수사를 맡고 있는 공공수사1부에 반부패수사부 소속 검사가 투입되는 형태의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현재 박 전 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10명의 직권남용 등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다. 국정원이 고발한 박 전 원장을 제외하면 모두 고인의 친형 이래진씨가 직접 고발했다. 지난 6월 22일 이씨는 서 전 실장과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6월 16일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서해 피살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기존 입장을 바꾼 뒤다. 이씨는 사건 당시였던2020년 9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해경 등에 월북 결론과 관련된 지침을 하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는 이어 6월 28일에는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과 성명불상의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윤성현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당시 해경청 형사과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고인에 대한 월북 조작에 이들이 개입했을 수 있어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8일에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이영철 전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을 고발하며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께 박 전 원장, 서 전 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이 모여 진행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같은 날 오전 10시께 NSC 회의 직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인 밈스(MIMS)에 올라온 고인의 사망과 관련된 군사기밀이 삭제된 혐의로 고발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일에는 국정원이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첩보 보고서 무단 삭제 등 혐의로 박 전 원장을 고발했다. 현재 해당 사건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에 배당돼 있다. 이로써 이 사건 관련 피의자만 10명에 달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지난 5일 검찰에 대통령기록물 압수수색 청구와 8일 박 전 원장 구속을 요청했다.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해서는 범죄가 중대하고, 박 전 원장의 경우 중요 참고인에 대해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검찰도 이씨의 첫 고발 이후 일주일만인 지난 6월 29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사건 관련 주요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단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2-07-09 10:36:57[파이낸셜뉴스] 7일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정보 가운데 일부를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긴 했지만 '원본'은 남아 있다며 "(군사)정보통합체계상 정보를 관리하는 측면에서 필요한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MIMS는 국방정보본부가 운용하는 군 내 전산망으로서 국가정보원, 한미연합사령부 및 각 군 작전사령부 등과도 연결돼 있으며, 각 영역에서 수집한 군사정보·첩보를 종합 분석·평가해 생산한 정보를 이를 필요로 하는 각 부서·지휘관에게 적시에 전파할 수 있게 하려고 군사 목적상 혹은 작전상 보안유지가 필요한 정보들이 이곳을 통해 오간다. 해당 정보가 MIMS에서 삭제된 시점은 2020년 9월 23~24일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생산한 정보 가운데 "민감한 정보가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부대에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MIMS 상에서 열람할 수 없게 하는 조치를 했지만 "정보 원본을 삭제한 건 아니다"는 설명이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정부가 공무원의 월북 의도에 대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배경을 밝히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고 공무원의 명예에 관한 일기도 하다"며 "한편, 월북의사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책무가 제대로 있었는지를 따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 센터장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서해 공무원을 살려낼 수 있는 6시간의 기회를 국가가 최선을 다해 구조활동을 벌였는지는 '국가의 존재 목적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국가의 책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자체의 생존과 ‘국민’의 보호다. 즉, 국민이 없으면 국가도 없기에 국민을 지키는 일이 기본책무의 근간"이라고 짚었다. 국민을 지켜내는 국가의 기본책무가 정치적으로 희석되는 일이 발생했는 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군사적 판단과 구조임무만을 생각하며 접적해역에서 조난상황에 처한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이 어떠한 조치를 했는지도 따져보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소명의식이 현장에서 제대로 발현되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 센터장은 또 "이런 인식이 정상적으로 구현되었다면 조난에 처한 국민이 NLL 북방에 있더라도 현장 해군전력은 북한에 ‘조난당한 국민 구조 차 진입하겠다’고 일방송신 후 구조활동을 펼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며 "혹시라도 정부가 현장의 전력에 조난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국가 차원의 국민보호 방기"라고 해석했다. '서해공무원 피살사건'은 어느 것도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어느덧 2년 가까이 지나갔다. 이런 점에서 여러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국가 차원의 정보제공이 없더라도 현장 전력을 지휘하는 사령부는 현장 조기경보 자산을 이용해 먼저 정보를 확인하고 ‘보텀업’ 방식으로라도 보고하고 선제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쳤어야 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국가의 기본책무'를 상기하는 성찰과 '군대의 정치적 종속의 폐해는 아닌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을 타고 당직 근무를 하던 중 실종됐으며, 하루 뒤인 22일 북한 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발견돼 총격 살해됐다. 당시 북한군은 이씨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해양경찰과 군 당국은 당초 이씨에 대해 "자진 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가 지난달 1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선 "월북 시도를 입증할 수 없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7-07 15:08:40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본인이 집권하면 해당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 측은 지난달 12일 청와대·해경·국방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고, 1심에서 군사기밀을 제외한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았고 청와대와 국가안보실은 이에 항소했다고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불과 1년 전 대통령은 유가족을 직접 챙기겠다고 하셨지만 연락도 없고 방문요청에는 침묵했다고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자격이 없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정당하게 기리지 않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천안함 용사의 명예를 훼손한 유튜버를 검경이 무혐의 처분한 점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이 정부의 공식수사결과를 전면적으로 부인한 것이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무엇보다 국민의 죽음마저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행태에 분노하고 집권세력은 서해공무원의 죽음을 ‘은폐’하려 하고, 천안함 용사의 죽음은 ‘왜곡’하려 했다”며 “제가 집권하면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용사를 비롯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장병에 대한 정당한 예우와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국군장병에 대한 모욕이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고 국민이 안전한 나라, 제복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12-08 07:06:55[파이낸셜뉴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2-07-13 15:56:40지난달 7일 시작한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다. 하지만 민생과 협업은 뒷전이고, 서로 헐뜯는 막말에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일단 부르고 보자'는 관성적 태도로 채택된 증인만 500명이 넘었고, 참고인을 포함하면 1000명에 이르는 인사가 출석 요구를 받았다. 시급한 민생 현안을 다루고 정부 국정운영에 대한 감시라는 국감 본연의 기능은 사라지고 오로지 정쟁만을 위한 국감으로 변질됐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매년 국감 때마다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관행과 악습을 살펴보고, 향후 내실있는 국감으로 제도개선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지난달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자들의 공간인 소통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어르신들은 예정된 시간이 되자 일제히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규탄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국악인들을 '기생'으로 표현한 양 의원의 사죄를 요구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신영희 명창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뿔난 국악인들에 결국 양 의원은 자신의 막말을 사과했다. ■어김 없는 고성·호통·막말민생과 정책이 실종된 제22대 국감은 정쟁과 맹탕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특히 여야의 날선 공방 속에서는 어김없이 고성과 호통이 난무했다. 국감을 지켜보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낯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실제 지난달 1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는 윤종균 민주당 의원이 여당을 향해 "지금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라며 소리치자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나라를 누가 이렇게 만들어. 이재명이가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맞받으며 소란이 빚어졌다. 과거 국감에서도 고성과 호통은 언제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됐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었던 지난해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감에서 여야가 충돌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기동민 전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으나 당시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고 국감은 9분에 중지됐다. 이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그럴 줄 알았다.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안 벗어나죠"라며 "착하게 좀 살아요"라고 말했자 김 위원장은 "박범계 의원, 체면 좀 차리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의 이같은 행태가 지속되면서 감사원 국감은 2시간 내내 단 한명도 질의를 하지 못하고 파행됐다. 국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고압적인 태도와 막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24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고성을 지르며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고 조치를 했고, 김 의원은 당직을 사퇴하는 수순을 밟았다. 매년 국감에서 되풀이되는 고성과 호통, 고압적 자세는 내각제적 요소를 담은 한국의 대통령제로 인한 근본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령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여당 현역 의원이 장관직을 맡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은 "국감시 여당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입장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국감의 모습이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행정부, 여당을 대상으로 호통을 치는 모습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무더기 자료 요구에 밤샘 대응국감의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무더기 자료 요청이다.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국감이 이벤트성으로 개최되다 보니 국회의원으로서는 자료 제출 요구의 폭과 깊이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올해는 물론 과거의 국감장에서는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되기 전 항상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무더기 자료 요청은 고스란히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피로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부처가 모인 세종특별시에는 국감을 하루 앞둔 날이면 어김없이 청사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다. 각 의원실에서 요구하는 자료에 대응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사무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이 끝나더라도 서면으로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의원실이 많아 국감 대응은 끝이 없다. 중앙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국감 기간이 되면 자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야근을 밥먹듯 한다"며 "정부에서 대응하기 힘든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난감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무리한 자료 요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자료 제출 거부의 이유로는 개인정보 보호, 영업기밀 보호 등이 주로 거론되지만 막무가내식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피감기관도 존재한다. 올해 국감에서 보훈부의 경우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위원 명단, 회의록 등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로 신변위협, 외부압력 등을 들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과다 자료를 탓하기 전에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자료 제출 거부, 증인출석 거부 등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하게 돼 있으나 소액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4-11-06 18:23:00[파이낸셜뉴스] #. 지난달 14일 오후 국회 소통관.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자들의 공간인 소통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어르신들은 예정된 시간이 되자 일제히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규탄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 국악인들을 '기생'으로 표현한 양 의원의 사죄를 요구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신영희 명창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뿔난 국악인들에 결국 양 의원은 자신의 막말을 사과했다. ■어김 없는 고성·호통·막말 민생과 정책이 실종된 제22대 국감은 정쟁과 맹탕이라는 오명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특히 여야의 날선 공방 속에서는 어김없이 고성과 호통이 난무했다. 국감을 지켜보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낯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실제 지난달 1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는 윤종균 민주당 의원이 여당을 향해 "지금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라며 소리치자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나라를 누가 이렇게 만들어. 이재명이가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맞받으며 소란이 빚어졌다. 과거 국감에서도 고성과 호통은 언제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됐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었던 지난해에는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감에서 여야가 충돌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기동민 전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했으나 당시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고성이 나오기 시작했고 국감은 9분에 중지됐다. 이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그럴 줄 알았다. 어떻게 한 치의 오차도 안 벗어나죠"라며 "착하게 좀 살아요"라고 말했자 김 위원장은 "박범계 의원, 체면 좀 차리세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의 이같은 행태가 지속되면서 감사원 국감은 2시간 내내 단 한명도 질의를 하지 못하고 파행됐다. 국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고압적인 태도와 막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24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고성을 지르며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고 조치를 했고, 김 의원은 당직을 사퇴하는 수순을 밟았다. 매년 국감에서 되풀이되는 고성과 호통, 고압적 자세는 내각제적 요소를 담은 한국의 대통령제로 인한 근본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령 한국의 대통령제에서는 여당 현역 의원이 장관직을 맡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상응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은 "국감시 여당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입장에 동조할 수 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국감의 모습이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 행정부, 여당을 대상으로 호통을 치는 모습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무더기 자료 요구에 밤샘 대응 국감의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무더기 자료 요청이다. 한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국감이 이벤트성으로 개최되다 보니 국회의원으로서는 자료 제출 요구의 폭과 깊이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올해는 물론 과거의 국감장에서는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되기 전 항상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무더기 자료 요청은 고스란히 피감기관 공무원들의 피로 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부처가 모인 세종특별시에는 국감을 하루 앞둔 날이면 어김없이 청사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다. 각 의원실에서 요구하는 자료에 대응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사무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이 끝나더라도 서면으로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의원실이 많아 국감 대응은 끝이 없다. 중앙정부부처의 한 공무원은 "국감 기간이 되면 자료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야근을 밥먹듯 한다"며 "정부에서 대응하기 힘든 자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어 난감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무리한 자료 요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자료 제출 거부의 이유로는 개인정보 보호, 영업기밀 보호 등이 주로 거론되지만 막무가내식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피감기관도 존재한다. 올해 국감에서 보훈부의 경우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위원 명단, 회의록 등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는데 그 이유로 신변위협, 외부압력 등을 들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 과다 자료를 탓하기 전에 정부의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 자료 제출 거부, 증인출석 거부 등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하게 돼 있으나 실제로는 기소되는 경우도 드물고 기소되더라도 소액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4-11-06 15:43:30[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유병호 신임 감사위원 임명 제청안을 재가했다. 김영신 감사위원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랐음에도 영전한 사례가 됐다. 이를 두고 개인비리 수사가 아니라는 점이 감안된 것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감사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이 제출한 유병호 사무총장을 새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는 제청안을 재가했다. 유 감사위원은 임찬우 감사위원이 17일 퇴임한 이튿날인 18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두 번째 감사위원이다. 유 감사위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주요 국가통계 실태’ 등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굵직한 감사들을 지휘한 인사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도 주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표적 감사 의혹이 제기돼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다. 유 감사위원뿐 아니라 최 원장과 김 감사위원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는 점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최 원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두 분 모두 풍부한 감사 경험과 감사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조직 내 신망도 두터운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감사위원과 사무총장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임용 제청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수사에 따른 부적절성 논란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해명하진 않은 것인데, 정부 내에선 감사원의 업무 특성상 고발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 결과에 앙심을 품은 이해관계자들이 고발에 나서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개인비리가 아닌 업무에 따른 수사는 감사원 인사 과정에서 특수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 관계자는 본지에 “감사 업무에 따른 보복성 고발로 인한 수사까지 모두 인사 과정에서 문제를 삼으면 감사원 행정이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16 18:01:08[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유병호 감사위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유 감사위원은 감사원 사무총장을 맡으며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고발당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이 유병호 사무총장을 감사위원으로 임명 제청을 한 것을 재가했다. 유 감사위원은 임찬우 감사위원이 17일 퇴임한 이튿날인 18일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윤 대통령이 임명하는 두 번째 감사위원이다. 유 감사위원은 1994년 공직을 시작해 1997년부터 감사원에서 근무했다. 직전 사무총장을 비롯해 공공기관감사국장, 심의실장, 지방행정감사1국장, 국방감사국장, IT감사단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과 ‘주요 국가통계 실태’ 등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굵직한 감사들을 지휘했다. 특히 유 위원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도 주도했는데, 표적 감사 의혹이 제기돼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된 상태다. 유 위원 후임 사무총장은 최달영 제1사무차장이 승진임명됐다. 적극행정면책, 사전컨설팅, 고위험 중점분야 등 제도들을 도입하는 데 역할을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16 11:38:09[파이낸셜뉴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서해공무원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유족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8일 SNS에 "전직 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한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극악무도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민이 적군에 의해 피살되고 시신까지 소각되는 비극적 사건에 문재인 정부는 도리어 북한 눈치나 보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며 "첩보자료를 삭제하고, 근거도 없이 이씨를 자진 월북으로 발표하며 사생활까지 추가 공개하는 등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관계기관들이 일사분란하게 한 사람을 월북으로 몰아간 것은 최종책임자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작 이 사건의 최종책임자인 문 전 대통령이 진상 규명에 나선 감사원에 대해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한 말을 여전히 생경하다"며 "이제는 사실 앞에 분명한 사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과 유족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3-12-08 15:4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