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기지역 여성구직자들이 채용면접 과정에서 여전히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면접조사 결과, 다수의 20대~30대 여성들이 구직과정에서의 외모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단은 ‘경기도 청년여성 중소기업 취업실태 및 과제’ 연구보고서 작성을 위해 만19~24세 11명, 만25~29세 10명, 만30~34세 10명을 대상으로 구직과정에서의 성차별 경험 등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20대의 경우 ‘외모’와 관련한 성희롱 등을 다수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찐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못생겨도 뚱뚱해도 괜찮다, 전화만 잘 받으면 된다” “커피 탈 일이 많을 거다, 괜찮겠냐?” 등의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A씨는 “구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은 없는데 면접을 보면서 불쾌했던 경험이 있었다”며 “회사에 대해 말해주겠다고 하면서 얘기를 늘어놓다가 갑자기 ‘살찐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 이런 식의 발언을 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또 다른 면접조사자 B씨는 “채용공고에는 세무회계 쪽의 총무 업무라고 했었는데 막상 가니 ‘노래 잘하게 생겼다’ ‘못 생겨도 뚱뚱해도 괜찮다. 전화만 잘 받으면 된다’ ‘바깥에 여직원 봐라. 뚱뚱해도 뽑았지 않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들 면접조사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미혼일 경우 남자친구 유무와 결혼 계획 시기, 기혼일 경우 육아로 인한 업무지장을 우려하는 등의 질문이 많았다는 답변도 했다. 미혼인 C씨는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D씨는 “남자친구 유무를 (면접관이) 물어봤다”고 했고, 기혼인 E씨는 “저의 능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애는 누가 봐 주나. 애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할 거냐. 그런 것만 중점적으로 면접을 봤던 것 같다”고 답했다. 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경우 채용면접 과정에서 직접적인 성차별과 성희롱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채용면접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 또는 기관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면접을 다소 비구조화 된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2-19 21:02:33[파이낸셜뉴스] “여자는 군대를 안 갔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 갈 생각 있냐” 앞으로 채용 과정에서 이 같은 질문은 금지된다. 정부가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16일 “최근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야기된 성차별적 면접 논란을 계기로,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 요인을 해소해 성평등 채용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과 조처를 강화하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여기서 언급된 면접 논란은 최근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가 출연한 유튜브 채널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 5편’ 영상에 성차별 질문을 받았다는 폭로 댓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작성자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임한 동아제약 면접에서 인사팀장이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적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SNS 등을 중심으로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지난 6일 최 사장 명의 사과 댓글이 올라왔지만 들끓은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두 부처가 △성평등 채용 안내서 배포 △기업·기관 인사담당자 대상 성별균형 역량강화 교육 실시 △고용상 성차별 방지를 위한 현장 지도 등의 대응책을 마련한 것이다. 노동부는 상·하반기에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위반에 대한 집중 신고 및 지도·점검 기간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구인광고의 성차별 여부 모니터링과 ‘고용상 성차별 익명신고센터’ 운영도 강화한다. 아울러 노동자에게 불리한 행위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 적절한 배상 등 노동위원회 차별시정절차 신설도 추진 중이다. 노동부는 “향후 채용절차법의 현장 안착을 위해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채용 단계별로 성차별적인 채용 요인을 점검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과 면접에서 하지 말아야 할 질문사례를 담은 성평등 채용 안내서를 노동부와 3월 말까지 경제단체, 개별 사업장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성평등 채용 안내서에는 채용 관련 국내법령과 제도를 알기 쉽게 정리해 담았다. 채용 지원자가 실제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이 이뤄졌는지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진단표도 함께다. 여가부는 올해 처음으로 기업·기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성별균형 인사관리 역량강화 교육’을 3차례 실시한다. 보다 많은 기업의 교육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제단체와 협력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성별 다양성 확보는 기업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한다”며 “채용 등 고용 전반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정착·확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15일에는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회원들이 서울 동대문구 동아제약 본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제라도 문제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1-03-16 14:21:45[파이낸셜뉴스] 면접에서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동아제약에 대해 불매운동 기류가 커지고 있다. 일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해당 질문이 성차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동아제약은 뒤늦게 사장 명의로 사과댓글을 달고 담당자를 중징계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반면 남성들 사이에선 군필 남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부족한 점이 이 같이 개별적인 성차별로 불거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아제약 "군대 갈 생각 있냐" 일파만파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동아제약이 판매하는 약품에 대한 불매리스트가 여초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유튜브 프로그램 '네고왕'에 등장한 동아제약이 지난해 신입사원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했다고 지목된 것이 이유다. 최호진 동아제약 대표(55)가 등장하는 해당 영상에 달린 댓글이 논란의 시발점으로, 댓글을 작성한 A씨는 지난해 11월 면접에서 부적절한 질문을 다수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논란이 일고 있는 질문을 한 사람이 OO팀장"이라고 특정하며 "(면접 뒤) 비상계단에 쪼그려 앉아 서럽게 울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면접관으로부터 "여자는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면접관은 A씨 외 다른 남성 지원자에게는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동아제약은 지난 6일 최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작년 11월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1명이 지원자에게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면접 당시 회사는 인사제도 개편을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이었고, 특히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군필자 신입 초임 가산 제도에 대한 이슈가 논의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동아제약은 인사책임자에 대해서도 직책 해임 및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동아제약 사태로 일부 기업의 성차별적인 면접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정 성별 지원자에 대해서만 부적절한 질문을 하는 사례가 비단 동아제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중견 및 중소기업 등에선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 지원자들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한 교육기업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는 이모씨(30·여)는 "'결혼한 것으로 아는데 가족계획이나 변동가능성이 있느냐'는 말을 듣고 어떤 답을 해야할지 난감했다"며 "동아제약만의 일이 아니라 성차별적인 시선이 만연한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군필 남성 푸대접부터 바로잡아야" 주장도 일각에선 군가산점이 철폐되고 군 경력을 승진에 반영하지 않는 등의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이 이 같은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군복무를 통해 병역 의무를 다한 남성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분위기가 과도한 편가르기와 부적절한 우대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실제 공무원과 공기업 등에서 군필 지원자를 우대하는 군가산점제는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아 사라진지 오래다. 해당 제도는 취업난으로 공무원과 공기업이 각광받게 되며 여성계를 중심으로 여성과 미필 남성에 대한 차별이란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군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지 말라'는 인사제도 개선안까지 내려 관심을 모았다. 지침이 반영된 곳은 36개 공기업, 95개 준정부 기관, 209개 기타 공공기관 등 모든 공공기관으로, 기재부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2년에 걸친 군복무에도 각종 혜택이 철폐되는 상황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즉각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여성도 군대에 보내라'는 취지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청년이 원하는 ‘정의와 공정’에 훨씬 못 미치고, 오히려 청년들 분노에 도화선만 붙이는 꼴"이라며 "다수 청년들은 ‘기재부의 탁상행정으로 청춘 장병에 대한 헤아림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마저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남성만 강제 징집대상으로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 가운데 그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성별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교 출신으로 최근 전역한 김모씨(28)는 "면접에서 병풍처럼 세워놓고 답하기 곤란하거나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어떤 건지 그 심정을 잘 알고 그런 게 없어져야 된다는 것도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논란을 아예 군대에 대해 묻지 말라거나 하는 식으로 몰아가는 일부 여성들의 주장은 매우 편협하게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3-10 09:23:05지난해 동아제약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질문을 받은 피해자가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사과문을 요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A씨는 8일 브런치를 통해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만일 동아제약에서 빠른 시일 내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내지 않는다면 저도 다음 스텝(단계)을 밟겠다”면서 “혹시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저를 고소하실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하시기 바라고 동아제약은 여성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가속화하고 사회에서 더 큰 망신만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게 문제의 질문을 한 사람은 단순히 ‘면접자 중 한 명’이 아닌 ‘인사팀장’”이라며 “저러한 사람이 인사팀장이고 또 인사팀장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성차별이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공개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2'엔 진행자 장영란이 동아제약을 찾아 ‘생리대왕’으로 그려진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과 함께 생리대 제품 할인 협상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기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A씨가 지난해 동아제약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면서 성차별 논란이 일었다. 실제 기업정보 공유사이트인 잡플래닛에는 A씨가 면접관으로부터 ‘여자는 군대 안 갔으니까 남자보다 월급 덜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 갈 생각이 있나’ 등의 질문을 받았다는 폭로글이 올라와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 네티즌들 사이에서 동아제약 불매 운동이 일자 최 사장이 직접 유튜브에 댓글을 남기고 사과했다. 최 사장은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2020년 11월 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지원자에게 당사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지원자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또 이번 건으로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성 네티즌들의 동아제약 불매운동은 사그러들 줄 모르는 분위기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3-08 15:24:28구직 경험자 10명 중 3명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2043명을 대상으로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30.8%가 ‘있다’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성별에 따라서는 ‘있다’고 답한 여성의 응답률이 50.8%로 남성(15.8%)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성별을 의식한 질문이라고 느낀 유형은 ‘향후 결혼 계획’(56.3%, 복수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애인유무’(47.4%), ‘출산 및 자녀계획’(37.5%), ‘야근 가능 여부’(35.9%), ‘남성/여성중심 조직문화 적응에 대한 생각’(30.2%), ‘회식 참여에 대한 생각’(23.7%), ‘짐 들기, 커피타기 등 성 역할에 대한 생각’(21.6%), ‘출장 가능 여부’(20.5%), ‘외모에 대한 지적’(16.5%) 등이 있었다. 성별에 따라 살펴보면, 여성은 ‘향후 결혼 계획’(66.9%, 복수응답)을, 남성은 ‘야근 가능 여부’(46.5%)를 각각 1순위로 선택해 차이를 보였다. 전체 응답자의 78.4%는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서 성차별을 당한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질문을 한 기업 형태는 ‘중소기업’(68.2%, 복수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중견기업’(40.1%), ‘대기업’(21.3%), ‘공기업 및 공공기관’(12.4%) 순이었다. 한편, 응답자 41.7%는 본인의 성별이 ‘불리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리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여성이 64.5%로 남성(24.6%) 보다 2배 이상 더 많았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2016-05-12 08:34:04"태재대의 수업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식을 내재화하는 과정입니다."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이 지난 5일 파이낸셜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태재대의 수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태재대는 사이버대와 일반대가 결합한 4년제 하이브리드 대학으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교수들의 발언이 최소화된 수업에서는 약 20명의 학생이 토론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기회를 부여받는다. 태재대 학생은 서울에서 학기를 시작해 2학년 2학기부터 도쿄·뉴욕·홍콩·모스크바 4개 도시를 돌며 해외 현장 경험을 쌓는다. 염 총장은 "대학이 지식을 독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면서 "태재대 수업은 듣는 행위가 아니다.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태재대는 지난 9월 개교해 첫 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는 두번째 신입생을 모집한다. 염 총장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고려대 총장직을 역임하며 성적 장학금과 입시 논술전형 등을 폐지하는 등 교육 혁신을 이끈 인물로 불린다. 그가 올해 개교한 태재대의 총장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차별화된 교육을 펼칠지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국에 대학은 많다. 태재대가 필요한 이유는. ▲15세기에 금속활자가 만들어지고 지식이 확산되면서 세계 문명이 바뀌지 않았나. 지금 그런 변화가 디지털로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기존에 했던 단순 반복적인 일은 인공지능(AI)이 하게 되고, 인간은 AI보다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시대다. 암기 중심의 세분화된 전공을 가르치는 방식은 불필요하다. 태재대는 튜터식으로 개인형 교육을 진행한다. 시대 흐름에 발맞춘 것이다. ─기존 대학교와 얼마나 다른가. ▲20세기 후반 들면서 일반 대학은 대부분 연구 중심으로 바뀌었다. 평가받을 때 학생 교육보다 연구 업적을 더 많이 보기 때문이다. 이 탓에 강의는 소홀해지고 시대에 뒤처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태재대는 다르다. 토론형 수업으로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해외에서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지식이 아닌, 자신만의 독창적인 지식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해외 현장 학습에 대해 설명한다면. 특히 러시아도 포함돼 있다. ▲해외 주요 도시로 나가서 그 도시에 어떤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제안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이다. 현재로선 러시아에 가기 어렵지만 2~3년 후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에 근접해있는 주요 강국으로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인재들이 알아야 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만약 러시아에 갈 수 없다면 구러시아권에서 학습하게 될 것이다. ─올해 9월에 첫번째 신입생을 선발하고 3개월이 지났다. 첫 학기는 어땠나.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 중 일부는 영어로 토론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더라.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토론 그룹도 만들어주고 영어 개별지도도 해줬다. 그렇게 두달 정도 지나니까 적응하더라. ─구체적인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3~5명씩 한 조를 이룬 뒤 교수에게 주제를 받아 토론·발표를 진행한다. 토론에선 소통 능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 다른 학생과 얼마나 협력하는가가 중요하다.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동기부여 하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지식을 찾아보고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더해 토론에 나선다. ─평가는 어떻게? ▲우리는 중간·기말고사 별도로 없다. 교수는 학생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비판적으로 토론하는지를 평가한다. 학생들은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2~3주에 한번씩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에세이도 평가 대상이다. ─내년 3월 신입생 모집은? ▲최대 70명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 중 70%는 미래인재 전형으로 뽑는데 자신이 태재대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에 대해 에세이를 내야 한다. 이후 면접은 모집인원의 3배수인 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면접을 보는 학생은 5분 분량의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 면접은 토론면접과 개인면접이 있다. 토론면접은 6명이 15분간 영어 지문을 읽고 60분간 토론하는 방식이다. ─태재대는 9월 학기제로 운영된다. 3월 신입생은 6개월 간의 공백이 생기는데.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9월 학기제로 디자인했다. 3월에 입학한 학생들은 예비학기 코스를 통해 영어와 제2외국어, 에세이 쓰는 법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현 입시제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수능은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줄 세운 다음 오지선다형 문제를 제시하고 두부 자르듯 자르는 게 가장 공평한 평가 방식일까? 그렇지 않다. 공정하다는 건 착각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나뉘고, 고액 학원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고득점을 받지 않나. 태재대는 그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회사가 인재를 발굴하듯이 채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입시비리나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있지 않나. ▲그것은 사회적인 신뢰의 문제다. 우리가 자격 없는 학생을 뽑으면 장기적으로 학교에 이롭지 않다. 그런 학생을 왜 뽑겠나. 만약 공정성을 위해 지금의 정시 제도가 계속 지속된다면 그것은 합리적일까? 사회적인 신뢰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불확실성도 크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20세기 틀에 갇혀 있는 거 같아 안타깝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명문대와 영어만 중요하게 여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기 생각 없이 명문대 나오고 영어만 잘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21세기는 달라지고 있다. 우리는 더 먼 미래를 봐야 한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3-12-12 18:15:35[파이낸셜뉴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주고 성차별 등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하나은행 인사 업무 담당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송모 씨(59)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후임 인사부장 강모 씨(60)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전 인사팀장 오모 씨(54)와 박모 씨(54)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양벌규정(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에 따라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도 원심과 같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이들은 2013∼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고, 은행 고위 임원과 관련됐거나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지난 2018년 재판에 넘겨졌다. 또 여성 지원자의 합격 비율을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추천 리스트에 기재된 지원자들은 서류 심사에서 탈락했더라도 학점 등이 너무 부족하지 않으면 다음 면접 전형을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남성 직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남녀 지원자 합격 비율을 4대1로 사전에 정해두고 남성 위주로 채용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과 2심은 "이들이 만든 추천 리스트가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려는 장치였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에서 채용 공정성은 중요한 가치인데도 피고인들은 면접 점수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지원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하나은행의 공정한 업무 수행을 현저히 훼손했다"며 "불이익을 겪거나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살피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 지었다. 한편 인사담당자에게 편법 채용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은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일부 지원자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했지만, 합격권이 아닌 지원자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함 회장은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3-24 07:50:57[파이낸셜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신용협동조합 채용 면접 과정에서 외모 평가, 춤과 노래 지시가 있었다는 진정 사건과 관련해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신협 측에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모 지역 신협 최종 면접에 참여한 여성 응시자 A씨는 면접위원들로부터 "키? 몸무게가 몇이냐" "OO과라서 예쁘네" "춤 좀 춰봐" 등의 발언을 들었다. 면접위원이 사전 동의 없이 면접 중인 A씨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A씨는 직무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발언을 들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신협 이사장과 상임이사들은 인권위에 "A씨의 긴장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이다"며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가 적혀 있지 않아 물어봤다. 노래와 춤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A씨의 자신감을 엿보기 위해 물어본 것이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 대상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노래와 춤을 시연해보도록 하는 행위는 면접 대상자와 면접위원의 위계관계를 고려할 때 선뜻 문제 제기하기가 어렵고, 특히 면접위원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임을 고려할 때 진정인이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봤다"고 일축했다. 이어 "직무에 대한 질문보다 외모와 노래·춤 등과 관련한 질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건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 혹은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1-11 14:47:49[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3부(안종화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함 회장과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은행 법인을 대상으로 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형법상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함 회장이 채용 과정에서 직권남용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함 회장이 지시한 사실과 이를 전달받은 인사부장이 특별채용을 제공한 것이 인정되고 채용업무에 대한 공정성이 침해된 점이 인정된다"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무죄 판결도 법리 오해가 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장 전 부행장과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하나은행 측 변호인은 "남성 지원자가 더 많이 채용했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채용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차별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해 남성을 더 채용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 "애초 업무방해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며 "1심에서도 (업무방해죄) 성립이 되지 않는 이유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함 회장과 장 전 부행장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 전형과 합숙 면접, 임원 면접에 개입하고 불합격 대상자의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사원의 남녀 비율을 미리 정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 3월 함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함 부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기용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함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2-11-17 18:43:53역량이 뛰어난 공무원을 핵심 직위에 채용할 수 있도록 공개 모집 대상 직위를 현재의 국·과장급에서 앞으로 4∼5급까지 확대한다.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채용할 수 있도록 공무원 면접 평정요소를 개선하고, 국·과장 승진 시 필수적으로 거치는 역량평가에 대한 검증을 강화한다.인사혁신처는 17일 이런 내용의 공직문화 혁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재상 재정립 및 인재 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공모대상이 확대된 4~5급은 간부급 공무원에 해당된다. 철저한 역량 중심의 민간 경쟁 시스템을 공직사회에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 대상 확대와 함께 우선 승진 시 경력평정의 단계적 축소와 성과급 지급 시 동료평가 반영 등을 통해 평가의 공정성을 제고한다. 부처별 입직경로·성별 등에 따른 보이지 않는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력과 성과로 경쟁하는 토대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공직문화혁신 기본 계획은 인사처가 지난 6월 공직문화 혁신 추진 방침을 밝힌 뒤 약 2개월간 공직사회 내외부 약 2만7000명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자문단 회의를 거쳐 마련됐다. 혁신계획은 △인재 혁신 △제도 혁신 △혁신 확산의 3개 분야, 총 8대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이와 함께 원격근무가 가능한 장소·시간을 확대하고, 부서장이 사전에 정한 근무시간 외 나머지 시간은 유연근무를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자율근무제'를 시범 도입한다. 혁신 확산 분야는 △공직문화 혁신 진단·상담 추진 △혁신 성과 홍보 및 모든 공공부문으로 확산 과제가 있다. 공직문화 현황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이 지표를 활용해 각 부처 공직문화 수준을 주기적으로 진단·상담하는 등 데이터 기반의 인사관리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보상이나 평가제도도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김승호 인사처장은 "인재 중심 공직문화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 중심의 일 잘하는 정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2-08-17 18: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