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건 양반 상놈 없는 세상! 그 세상이 지금 소리에만 있습니다."(이날치 대사 중) 조선 시대 후기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소리를 통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인물 '이날치'의 파란만장한 삶이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부활한다. 국립창극단은 창작 창극 '이날치전(傳)'을 오는 14~21일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유은선 예술감독 겸 단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날치라는 인물을 창극으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는데 이제 현실이 될 시간"이라며 "최근 tvN '정년이'가 화제가 되면서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이날치전'은 전통 창극의 재미에 깊이 있는 예술성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날치전'은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인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한다. 전남 담양 출신인 그는 줄광대로 활동하다 명창의 북재비로 들어가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혀 명창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날치'라는 이름은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국악과 가요·클래식을 넘나들며 방송·공연 대본을 써온 윤석미가 극본을 쓰고 창작집단 '타루' 대표인 정종임이 연출했다. 작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 윤진철이, 작곡과 음악감독은 국악관현악·창극·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다혜가 맡았다. 작품의 주인공인 '이날치' 역에는 이광복·김수인이 더블 캐스팅으로 활약한다. 이날치는 조선 시대 신분사회에 저항하며 소리를 향한 열정으로 살았지만 마지막 행보나 삶에 관해서는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지 않다. 이 작품을 통해 국립창극단과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윤석미 작가는 역사서 속 기록을 토대로 작가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팩션(fact+fiction) 창극을 탄생시켰다. 윤 작가는 "서양 작곡가 모차르트가 특정 귀족이나 궁정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했듯, 이날치가 본인의 능력으로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 주체적 삶을 살고자 했을 모습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며 "죽기 살기로 인생의 기회를 잡았던 19세기 '이날치'의 모습을 21세기로 소환해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정종임 연출은 이날치의 서사를 중심으로 흥겨운 우리 소리와 전통 연희가 다양하게 어우러진 종합 창극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줄광대와 고수, 소리꾼으로 이리저리 떠돈 이날치의 삶은 전통연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며 "우리 소리의 '한'보다는 '흥'을 보여주는데 중점을 두고, 배우와 관객이 함께 즐기는 신명나는 놀이판 같은 무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웅장한 군무부터 전통연희꾼들이 선보이는 남사당패의 풍물놀이, 명창들의 소리판 등 판소리가 가장 성행했던 조선 후기의 모습이 무대에 되살아나는 가운데 줄타기·판소리·고법·사자놀이·탈춤 등 흥겨움 움직임으로 우리 전통예술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이날치' 역의 이광복은 "이날치 명창이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들이 날아들었다는 일화가 있다"며 "판소리가 가진 더늠이나 그 이면들을 깊이 생각해보고 잘 그려낼 수 있는 소리꾼으로서 이날치를 표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늠은 명창이 자신만의 창법과 개성으로 새롭게 짜거나 다듬은 대목을 말한다. 이어 김수인은 "이날치전을 계기로 제 소리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며 "국립창극단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인 만큼 많은 분들이 와서 함께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판소리의 주요 눈대목이 두루 녹아 있어 우리 소리의 흥과 멋을 곱씹게 한다. 작창가 윤진철은 옛 판소리의 특성이 드러나는 성음이나 발성 등 고제(古制) 요소를 가미하면서 당대 명창들의 특징이 돋보이게 소리를 짰다. '춘향가' 중 '천자뒤풀이', '수궁가' 중 '토끼기변', '적벽가', '동남풍 비는 대목',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 등을 각각의 더늠으로 들려준다. 극중 인물인 박만순·송우룡·김세종·박유전 네 명창들이 소리 실력을 겨루는 통인청대사습놀이(전주대사습) 장면에서는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힙합의 랩 배틀처럼 소리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풀어낸다. 작곡가 손다혜는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피리·아쟁·모듬북 등 국악기와 신시사이저·어쿠스틱기타 등의 서양 악기를 조화롭게 사용해 극적인 몰입도를 높였다. 무대는 지름 10m 원형으로 설계해 소리판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렸다. 또 무대를 둘러싼 성곽과 기와로 장식한 솟을대문 등이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고, LED 패널의 영상을 통해 시공간의 전환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날치의 조력자이자 의형제인 '개다리' 역은 최용석, '어릿광대' 역은 서정금이 맡아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날치를 사랑한 여인 '유연이' 역은 신입 단원 이나경이 연기한다. 이날치가 줄광대로 활약하는 장면에서는 국가무형유산 줄타기 이수자 남창동이 대역으로 나선다. 이외에 국립창극단 단원들과 전통연희꾼, 청년교육단원 등 40여명의 출연진이 유쾌한 놀이판을 펼친다. 오는 19일과 20일 공연 종료 후에는 제작진·출연진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04 10:49:09"3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꿈 같이 흘렀어요. 수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것 자체만으로 대단하다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어쩌면 이제야 꽃을 피운 것도 같아요.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꽃을 선물하듯, 우리 모두가 힘을 얻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시를 노래하는 소리꾼 장사익(75)은 오는 2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3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공연팀과 연습이 한창이던 지난 2일 장사익은 "이번 공연의 주제는 '꽃을 준다 나에게'로 정했다"면서 "알고 지낸 시인이 오랜만에 편지를 보내왔는데, 같이 적어 보낸 시 중 하나가 꼭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시는 원래 노래였다"고 운을 뗐다. 국악 연주자 출신으로 지난 1994년 소리판 '하늘 가는 길'로 데뷔한 그는 '가장 한국적인 느낌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소리로 수행하듯 정진해왔다. 눈부실 만큼 희고 정갈한 한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장사익은 최근 방송인 KBS 1TV '가요무대'를 비롯해 2TV '불후의 명곡' 등 공중파 무대, 나아가 전국 공연과 해외 순회 공연까지 나서며 활발히 활동했다. 지난 2015년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로가수 이미자와 특별쇼 무대에 올랐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어린이 합창단과 애국가를 울려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40대 중반에 가수로 데뷔한 그는 30주년을 맞은 올해 공연이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장사익은 "2년마다 숙제를 하듯 꼭 공연을 여는데 마침 30주년이 됐다"며 "가수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상상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은 50~60대에 하는 30주년 공연을 70대에 한다는 점이 멋쩍지만 숫자 3을 좋아한다"며 천진하게 웃었다. '꽃을 준다 나에게'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홀연히 세상에 나왔다가 사람들과 만나 살면서 많은 이들에게 축하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하면서 늘 꽃다발을 줬다"며 "그런데 정작 돌아보니 내가 눈물 나게 기쁠 때 나에게는 꽃을 준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어 주제로 정하고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타이틀곡을 비롯해 그가 30년간 애정을 갖고 불러왔던 대표곡들로 꾸려진다. 1부와 2부로 나눠 자작곡과 시대별로 인기를 누린 대중음악들을 차례로 선보인다. 그가 건넨 공연 초대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사랑한다, 축하한다. 남들에겐 스스럼없이 건넨 꽃. 돌아보니 나에겐 꽃 준 적 없네. 이제 노래 인생 30년을 다독이며 꽃을 준다, 나에게! 간절함으로 피어난 감사의 꽃을!' 장사익의 노래는 국악과 가요를 절묘하게 아우른 크로스오버 장르에 속한다. 대표곡으로는 그의 인생을 투영한 '찔레꽃'이 있다. 오케스트라 또는 밴드의 반주를 따라가는 노랫말은 정형화된 장단을 뛰어넘어 이야기하듯 흘러간다. 이는 호흡과 서사를 중요시하는 창법과 관련이 있다. 관중과 시선을 교류하며 호소하고, 때론 혼잣말을 하듯 속삭이며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완성시킨다. 눈물짓는 관람객들이 유독 많은 이유도 공연이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장사익은 "국악에는 매듭을 맺고 푸는 개념이 있다. 메시지 전달이 맺는 것이라면 관객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해방시키는 것이 매듭을 푸는 과정"이라며 "공연장을 나갈 때는 마음이 하얀 도화지처럼 깨끗해져 삶의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감동은 미국과 러시아 등 해외 공연에서 만난 외국인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외국인들에게는 내 노래가 한국의 아리아처럼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사익은 10여년 전 20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 팀을 꾸려 한 달 가까이 미국 전역을 돌며 순회공연을 했다. 한국인 출신 관객이 70%가량이었던 미국과 달리 러시아 공연은 90%가 현지인들로 객석이 채워졌다. 그럼에도 음악의 힘은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게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부모에 대한 추억을 표현한 노래들을 부를 때, 그 애잔한 정서가 서로에게 통했다"고 회상했다. 늦깎이 데뷔를 했던 그는 어느덧 초로가 됐다. 또다시 10년이 흘러 40주년 공연에 대해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장사익은 "임종 직전에도 작은 춤사위를 잊지 않던 어느 명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지금까지 노래해온 것도 기적이지만 40주년에 대한 꿈은 갖고 있다"며 "이번 공연이 나나 여러분이 살아왔던 모든 과정이 헛된 것이 아닌 위대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꽃을 준다 나에게' 공연은 서울에 이어 11월 9일 대구 경북대대강당, 12월 8일 대전예술의전당, 12월 25일 천안예술의전당, 2025년 1월 4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10 18:16:34"초연 당시 (배역) 나이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기 어려웠지만 노인을 흉내 내기보다 소리로 표현하는 리어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소리꾼 김준수(33·사진)가 2년 만에 다시 늙은 왕 리어로 돌아왔다. 개막 10여일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 중인 그는 "그 어떤 연기보다 리어의 감정에 집중하는 순간에 자연스러움을 느꼈다"며 50년의 세월을 뛰어넘고 캐릭터에 몰입한 비결을 설명했다. 셰익스피어 비극 '리어왕'을 우리 언어와 소리로 재창조한 국립창극단의 '리어'가 오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리어'는 한국적 말맛을 살리는데 탁월한 극작가 배삼식이 극본을 맡고, 창극 '귀토'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한승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작곡한 작품. 여기에 무용·연극·뮤지컬을 종횡무진 오가는 안무가 정영두가 연출·안무를 맡고 국립창극단 간판스타 김준수가 리어를 맡는 등 드림팀이 꾸려지면서 초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셰익스피어 비극과 창(唱)의 한 서린 울부짖음이 최상의 조화를 빚어냈다'는 호평도 얻었다. 김준수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농익은 소리와 깊어진 연기로 분노와 회한, 원망과 자책으로 무너지는 인간의 비극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1막 후반부 증오와 광기, 파멸의 소용돌이 속 리어가 독창하는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그는 이 장면에 대해 “리어의 분노와 배신, 허망, 다양한 감정들이 폭발하는 신이기 때문에 가장 힘이 들고 에너지가 배가 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면을 위해서 1장부터 쌓아가는 리어의 감정선에 집중합니다. 그랬을 때 1막 후반부에 터지는 독창의 에너지가 배가 되더라고요. 2막 후반부에 (막내딸) 코딜리어를 다시 만나 지난 후회와 자신의 어리석음을 노래하는 신이 있습니다. 그 신은 할 때 마다 눈물이 나고 가장 인간적인 리어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에 와닿습니다.” 또 전통 창극과 차별화된 매력을 묻자 “전통 창극은 다섯바탕(흥보전,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각각의 맛이 있다면 ‘리어’는 다섯 바탕의 맛을 다 느껴볼 수 있는 응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며 ‘답했다. 한편 ‘리어’는 인간의 욕망과 어리석음을 2막 20장에 걸쳐 그려낸다.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물(水)의 철학으로 불리는 노자 사상과 엮었다. 무대도 ‘물’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무대에 총 20t 물을 채워 수면의 높낮이와 흐름의 변화로 작품의 심상과 인물 내면을 표현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18 19:36:43【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을 대표하는 소리꾼 김소영이 정기공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창작 민요와 판소리 수궁가, 춘향가 등을 들려주며, 취송당 정순임이 특별출연한다. 제14회 김소영민족소리원 정기공연 '소리콘서트 소리비12'가 오는 12월 4일 오후 8시 울산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열린다. 총 3부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놀이패 동해누리의 '한탄강의 봄'을 시작으로 1부를 연다. 안예은이 작곡한 역적 ost '상사화'와 전래동요 '새야새야', 함경도민요 '타박네야'를 들려준다. 이어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취송당 정순임 명창이 '유관순열사가'를 부른다. 2부에서는 창작곡 '울산아리랑', 바람, 구름 그리고..'를 들려주며, 바이올리니스트 유남규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왈츠2'를 연주한다. 3부는 2022년 창작곡인 '니가 이놈 토끼냐'(판소리 수궁가), '춘향 이리오소!(판소리 춘향가)를 잇따라 들려준다. '니가 이놈 토끼야'는 토끼가 수궁에 잡혀 들어가는 대목으로 위트가 뛰어난 대목이다. 이 대목을 동서양 악기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느낌을 표현했다. '춘향 이리오소!'는 춘향가 중에서 사랑가 대목을 현대적인 색감으로 표현한 곡이다. 마이클잭슨의 빌리진 도입부 운율을 모티브로 표현했다. 3부 끝 곡으로는 민요 '아희야 뱃놀이 가잔다!'가 연주된다. 지난 2020년 창작한 이 곡은 경상도 뱃노래와 남도 뱃노래를 혼합해 영호남의 화합과 신명성을 강조한 곡이다. 민요의 선율과 현대적인 선율이 잘 어우러졌다. 한편 이번 정기공연에는 고수 정성룡, 피리·태평소·생황 정영희, 가야금 김수현, 일렉트릭 기타 주경하, 베이스 기타 김승언, 놀이패 동해누리의 김정영, 김주아, 장재석, 춤을 맡은 박연아 이태영, 강서인, 최예진, 박종원댄스컴퍼니 등이 함께 출연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3-11-29 09:47:28[파이낸셜뉴스] 국민소리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립창극단의 서정금 명창이 중견 소리꾼들과 함께 천년옛길 길목인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계곡에서 대대적인 세계판소리 아카데미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제자들과 현장을 방문했다. 물한계곡의 경우, 이른바 득음을 하기 위한 소리꾼들의 발성 연습 등에 최적의 장소로 꼽히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0일 전통문화예술양성위원회에 따르면, 서정금 명창은 “천년옛길이 있는 물한계곡은 국악예인들이 공부하기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잘 보존된 원시림이 영동군의 문화관광산업에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2025영동세계국악엑스포' 유치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서 명창은 "천년옛길(물한계곡 둘레길)을 활용한 국악인들의 산공부 수목원 등의 활성화로 문화관광 산업에 한발 다가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 명창은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제28회 임방울국악제에서 판소리명창부 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정진하고 있는 소리꾼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3-08-20 17:29:26[파이낸셜뉴스] ‘꾼’이란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 잘하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 붙이는 접미사이다.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꾼들이 있고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에 40년 기자 경력의 박상문씨가 꾼들을 인터뷰해 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는 기회를 갖는다. 그 첫번째 꾼은 이은혜이다. 젊은 소리꾼인 그는 이 시대에 흔치 않게 만요 소리꾼이다. 만요란 익살과 해학을 담은 우스개 노래로 일제 강점기에 한국에서 발생한 코믹송 장르를 일컫는다. 만요는 억압적인 식민지 사회에서 뒤틀림과 풍자로서 우스꽝스러운 겉모양과는 달리 안으로 현실의 슬픔을 토로하고 부조리한 사회를 고발하려는 비판성을 자유로운 가사에 담아 표현한 곡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이때에 만요의 즐겁고 자유로운 가사와 숨은 이야기가 많은 국민에게 즐거움과 치유가 될것이라 믿으며 첫 번째 꾼의 이야기를 파헤쳐 본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잠실에서 태어났으나 경기 과천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국립국악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후 이화여대 석사를 마쳤다. 최근에는 직장 근처인 부산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젊은 국악인으로서 현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공연은 어떤 공연들인가. ▲약 5년간 기본기를 다잡고 싶어서 12잡가에 빠져 살았다. 초창기 음원의 잡가와 현행 잡가를 비교해 공연에 올리고, 12잡가 완창발표회를 끝으로 그동안 계획해왔던 잡가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현재는 이전부터 관심분야였던 1920~1930년대 노래들을 즐겨듣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만요와 1920~1930년대 노래들을 소재로 재미있는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다. ―어린 시절에도 국악신동이라든가 노래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나. ▲어린 시절에는 국악을 접하기 어려워서 큰 관심이 없었다. 다만 어린 나이부터 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운 덕에 음악적으로는 조금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늘 음악시간을 기다렸다. 노래하기를 좋아해서 부모님 허락도 없이 백화점에서 주최하는 동요대회를 혼자 접수하기도 하고, 합창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다. 내 생각엔 노래를 잘하는 아이 보다는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였던 것 같다. 좋아하는 만큼 노력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데 언제부터 민요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나. 민요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계기는. ▲노래를 늘 좋아했다.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시간에 강강술래를 접했고, 무용선생님의 소개로 집근처에 있는 국악학원을 알게 되어 13살 무렵 처음 민요를 접하게 됐다. 학원을 즐겁게 다니다보니 실력이 빨리 늘었고 스승님의 권유로 국립국악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민요는 누구한테 사사받았고 어떤 지도를 받았나. ▲고교 진학 후부터 현재까지 이춘희 선생에게 사사받았다. 고3 입시까지는 1대1 개인지도를 받았고, 실력을 더 쌓기 위해 여름과 겨울 방학마다 선생 댁으로 합숙을 하러 갔다. 이 선생은 소리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우선이라는 말씀을 늘 하셨고 며칠동안 본인의 자택에서 합숙하면서 인성은 물론 삶의 지혜도 배울 수 있었다. ―민요를 공부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고 힘들 때 어떤 방식으로 극복했나. ▲피아노를 오래 배운덕에 다른 사람들보다 음감이 좋았고 선율을 빠르게 익힌 편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연습을 게을리 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연습하는 방법을 몰라서 친구들 연습하는 방에 놀러만 갔던 것 같다. ―힘든 점이 있었다면 반대로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기뻤던 순간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들은 해외공연이 마음 속에 남는 게 많아서 기억에 남는 것 같고, 대학생때는 친구들과 어떤 욕심도 스트레스도 없이 웃으며 공연을 하러 다니던 때가 가장 즐겁게 민요 활동을 했던 시절 같다. 지금은 좀 더 성숙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에너지를 기울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중에는 민요, 트롯트, 만요 등이 있는데, 어떤 분야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나. 만요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에 익살과 해학을 담은 코믹한 노래인데, 특별히 만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민요는 업으로 삼고 있으니 제외하고, 만요도 재미있지만 요즘은 트로트가 너무 재미있다. 2012년, 국악평론가 윤중강 선생의 추천으로 조선천재 김해송의 만요 앨범 녹음에 참여하게 되면서부터 관심이 생겼다. 나와 잘 맞는 노래장르라고 생각했다. ―‘세상은 요지경’, ‘왕서방 연서’ 등 당시 유행했던 만요 중에서 김해송이 작곡하고 박향림이 부른 ‘오빠는 풍각쟁이’로 많은 공연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오빠는 풍각쟁이’에 남다른 애정을 갖는 이유는. ▲처음 앨범작업 시 녹음했던 그 때가 생생히 기억난다. 내 목소리와 그 노래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는지 곡 선정과 가수 선정도 윤중강 선생의 추천으로 녹음하게 됐다. ―음악극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공연했던 음악극에 대한 소개. ▲대학교 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가졌고, 내가 전공한 국악으로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대학교 4학년때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뮤지컬을 한다는 공고를 보고 고민없이 지원해서 오디션에 합격하여 공연을 올리게 됐다. 그 이후 국립극장 예술단 미르라는 단체에서 별주부전 토끼 역 외에 다양한 작품 활동을 시작으로 음악극의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그 외에 부지화 ‘바람에 날려를 왔나’의 주연 이춘희 역, 국립부산국악원 ‘부산 아라’의 주연 홍련 역, ‘오늘이’, ‘알콩달콩우렁친구’, ‘인어공주 황옥’ 등 다수의 음악극에서 주연을 맡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온전히 전통에 바탕을 둔 전통국악과 좀 더 현대인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약간의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소위 퓨전국악이 있다. 퓨전국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전통을 기반으로 한 퓨전이라면 구성이 튼튼한 공연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양한 퓨전국악 공연을 많이 해왔으나 서양음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 대중성 확보 그로 인한 다양한 관객층 확보에 대한 부분은 현장에서도 크게 다가오는게 현실이었다. 앞으로도 다채로운 국악 퓨전 공연들로 인해 국악이 대중들과 한층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고 보급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해외공연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 특별한 계획은. ▲해외공연은 부채춤과 같은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접하는 프로그램이나 사물놀이와 같이 청각과 리듬적으로 예술성을 접하는 프로그램 등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전통 노래도 가사의 참된 의미가 제대로 전해진다면 외국인에게도 충분히 깊은 예술성이 전달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들로 인해 가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해외공연은 늘 아쉬움을 남는 것 같다. 가사 내면의 뜻을 알릴 수 있는 공연들이 많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다. ―나이로 보면 앞으로도 활동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이 있는데, 국악인으로서 민요가수로서 앞으로 더 관심을 갖고 하고 싶은 장르는. ▲아직도 국악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요즘에는 트로트라는 루트를 통해 국악인들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악 그 자체로 방송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알려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대중성 확보를 위해 좀 더 탄탄한 구성의 공연을 만들어 다양한 매체와의 시도를 통해 저를 알리고 국악을 알리고 싶다.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에 관련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 학업을 통해 실기뿐 아니라 이론에도 학문적으로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실기를 잘 하기 위해서 당연시 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르고 있는 노래들의 의미를 알고 부르고 싶었고, 어떻게 전해져오며 어떻게 변형돼 왔는지 알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진부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알고 나면 재미있다. ―대학이나 예술고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후학양성에 대한 의견은. ▲내가 부르는 노래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래와 음악에 대한 가치관 등을 서로 공유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모방한다기 보다는 모방을 통한 창작을 깨우치게 하고 싶다. 학생들 개개인의 가치관을 열어줌으로써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어 주고 싶다. ―국악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만의 신념이나 철학이 있나. 또 미래에 이은혜는 어떤 인물로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나. ▲내가 하고 있는 음악의 이유를 항상 생각한다. 그 안에서 나의 입장과 내가 취해야 할 태도를 생각한다. 내 음악에서는 이유와 입장과 태도를 늘 중시 하려 노력한다. 삶을 즐길 줄 아는 멋있는 여자로 기억되길 기대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06-13 16:56:29【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고양문화재단은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 갈라 시리즈인 전통 판소리 <바탕>을 오는 10일과 11일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창작 판소리 <작창>을 7월15일과 16일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각각 선보인다. 이자람은 서울대 국악과 졸업 후 2007년부터 <사천가>, <억척가>, <노인과 바다>, <이방인의 노래> 등 작품을 직접 작창하고 있는 소리꾼으로 1인 다역을 맡아 판소리 공연으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두며 한국 문화계를 선도하는 아티스트다. 예술감독, 연출, 연극배우, 음악감독, 밴드 보컬, 라디오 DJ, 그리고 최근에는 산문집을 내며 작가까지 도전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능 소리꾼이란 애칭을 얻었다. <바탕>은 판소리 한 편을 지칭하는 단어로 ‘한 바탕 논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대체로 전통 판소리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적벽가>를 판소리 다섯 바탕으로 지칭하는데 이번 공연은 김연수-오정숙-이자람으로 이어지는 <동초제 수궁가>를 메인 레퍼토리로 하여 일반인에게 친숙한 전통 판소리 작품의 눈대목(하이라이트) 부분을 추가, 약 90분 길이로 구성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이자람과 호흡을 맞춰온 이준형이 고수를 맡아 진행한다. <작창>은 (판)소리를 짜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판소리를 본인이 직접 작창해 공연하는 이자람의 오리지널 작품들로 구성된 갈라 시리즈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제목이다. 서구 거장인 베르톨트 브레히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희곡과 단편을 판소리로 재창작한 <억척가>, <이방인의 노래> 등 국내를 넘어 해외 무대에서도 각광받은 작품들 주요 대목을 통해 오늘날 판소리는 어떤 모습인지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수 이준형과 함께 기타리스트 김정민이 공연을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두 공연 모두 판소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장단, 추임새 등을 소리꾼 이자람이 공연 중간에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알려주며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다.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한 달 차이로 두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두 번의 판소리 갈라 시리즈를 통해 전통 판소리와 창작 판소리의 서로 다른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2년간 코로나19에 지친 소중한 가족과 친구, 연인에게 줄 수 있는 ‘이자람 판소리 종합선물세트’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티켓은 두 공연 모두 전석 4만5000원이며, 24세 이하 청소년 할인, 고양시 소재 직장인 할인 등과 함께 최대 30% 패키지 할인을 제공한다. 세부사항은 고양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6-09 07:46:53【파이낸셜뉴스 김포=강근주 기자】 김포문화재단 통진두레문화센터는 오는 21일 ‘2022 통진마티네콘서트’ 2회차 공연으로 <소리꾼, 탭꾼>를 선보인다. 가정의달인 5월을 맞이해 가족의 마음을 두드릴 경쾌한 탭댄스와 흥겨운 판소리가 만나 무대를 가득 채울 공연으로 준비했다. <소리꾼, 탭꾼>은 우리 전통문화인 ‘판소리’와 서양의 음악이자 전통 춤인 ‘Tap’이 판소리에서 ‘고수’, 탭댄스에서 ‘Rhythm’ 요소를 접점으로 콜라보해 또 하나의 예술적 가치를 창출한다. 동서양이 ‘소리’와 ‘리듬’으로 만나 어우러지는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국악의 새로운 예술적 재미와 가능성을 관객과 나누고자 기획됐다. 이번 콜라보 공연에는 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최진숙 명창과 영화 ‘스윙키즈’ 탭댄스 안무가로 활동한 이연호 대표(요노컴퍼니)와 코리아 탭 오케스트라의 박용갑, 손윤, 송대의 고수가 출연하며, 판소리 사랑가, 클래식 탭 등을 선보여 어린이 관객도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예술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소리꾼, 탭꾼>은 김포북부지역 전문 공연장인 통진두레문화센터에서 오는 21일 오후 4시 진행되며, 티켓은 전석 1만원(김포시민 및 2명 이상 다자녀 30% 할인)이다. 예매는 9일 오후 2시 김포문화재단 누리집(gcf.or.kr)를 통해 오픈 예정이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2-05-07 20:07:55"개인적으로 전통예술을 좋아합니다. 이전에도 국립창극단과 '트로이의 여인들' 작업을 하면서 학습과 실험을 이어왔는데 이번 작품 '리어'를 통해선 '오래된 소리', 물이 흐르고 흩어지는 소리를 찾아보려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영화 '기생충','옥자'의 음악감독으로 한국을 너머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정재일 음악감독(40·사진). 뮤지컬과 무용, 전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경계 없는 행보를 보여온 그가 또다시 새로운 행보에 나섰다.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리어'의 음악을 맡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 영화·TV·다큐멘터리 등 전세계 모든 영상 매체에서 독창적인 음악에 상을 수여하는 '2021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TV쇼·드라마 부문상을 수상하고 명품 브랜드 샤넬의 '넥스트 프라이즈'의 한국인 유일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전통 색채가 강한 작품의 음악작업에 다시 뛰어들게 된 것은 다름아닌 한국의 소리와 맺은 인연 때문이다. 정재일은 지난 1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20여년 전부터 '푸리'라는 밴드를 통해 전통음악에 대한 공부와 실험을 해 올 정도로 애정이 있는데다 한승석 음악감독, 배삼식 작가와 이전에 두 장의 앨범 작업을 같이 해오며 여러 음악적 실험들을 해왔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서 다시 함께하게 됐다"며 "텍스트와 드라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배삼식 작가의 대본과 한승석 감독의 작창에 충실하고 정영두 연출의 '물'에 대한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작곡을 했다"고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이 배삼식의 극본을 통해 노자의 사상과 엮이면서 각 인물의 욕망과 본성이 변화무쌍한 물에 투영되는 콘셉트의 이번 작품에 힘을 더하기 위해 정재일은 '증폭'에 포커스를 두고 음악 작업에 매진했다. 정재일은 "작곡이라기보다 현대적인 음향이나 서양의 화성을 결합해 판소리의 시김새나 선율을 증폭시키도록 작업했다"며 "공간 전체를 감싸안는 전자음악과 전통 아악에서 쓰는 편종, 편경의 소리 등 고대로부터 내려져온 소리를 조화시키면서 음향을 통해 드라마에 맞는 기운을 감돌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재일은 "이번 작품에서 작곡가로서 절대 먼저 앞서 나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엇보다 소리꾼들의 시김새에 주목했다.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그저 텍스트와 도창을 뒷받침해주고 선율이 돋보일 수 있게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작업했다"고 말했다. 정재일은 그 과정에서 국악기와 서양악기의 조화에 힘썼다. 거문고와 가야금, 대금, 피리, 아쟁을 연주하는 13인조의 연주자들을 배치하고 가상악기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앰비언트 사운드를 절묘하게 조합했다. "극장이 마치 바닷속에 잠겨있는 듯 공간을 꽉 채우는 음향을 추구했다. 각 배역을 살리는 음악이라기 보다 전체적인 질감을 만들고자 했다. 알 수 없는 음들로 극장 안을 꽉 채워서 무대의 미장센이 곧 음악처럼 보이고 음악처럼 들리게 했다." 정재일은 "20년 넘게 음악을 업으로 삼아오면서 그 안의 의미와 철학을 찾으려 발버둥쳐왔는데 음악은 모든 예술 장르의 가장 친한 친구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는 그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항상 초보자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작업해왔던 것이 지금까지 내 삶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그동안 꽤 유명한 작업들을 해왔지만 제 오리지널 작업보다는 영화, 무용, 연극, 현대미술과 함께 작업을 했기에 누군가는 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이제 모든 지점에 가본 것 같은데 되려 음악이 주인공인 작업을 많이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올해는 음악을 위한 음악을 해보자 생각하며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데 아마 늦가을 쯤에는 열매를 맺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3-14 18:35:18소리꾼 장사익(73)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판소리에서 중요한 대목을 '눈(目)대목'이라고 한다. 대여섯 시간 걸리는 판소리 완창을 요약해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핵심이 되는 부분을 일컫는 말이다. 노래하는 장사익이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을 예술적인 찰나로 포착했다. 너무도 당연한 풍경들이 그와 마주했을 때 낯설고 추상적인 인상이 됐다. 소리꾼으로 알려진 장사익이 전시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하지만 첫 전시와 이번 전시는 결이 다르다. 2019년 서예전을 통해서는 노래하듯 유려한 글씨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사진이다. 그의 눈에 비친 사물의 한 자락을 담아내며 사진인듯 그림인듯 모호한 경계 속 예술적 포인트를 담아냈다. 이번에 그가 주로 담아낸 대상은 막힌 벽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공연이 뜸했던 근래, 벽을 마주한 듯 답답한 일상 속 동네를 산책하며 전봇대에 붙은 작은 부착물, 낡은 벽의 낙서 같은 그림, 시간이 퇴색시킨 담장의 페인트칠 등을 클로즈업해 채집했다. 앞길을 가로막는 벽과 같은 인생 여정을 마주했을 때에도 장사익은 그 벽 앞의 작은 틈과 색을 보며 노랫말을 찾아냈다. 장사익은 "치열하게 작업하는 선생님들에게 혼나지나 않을런지 모르겠다. 배움도 없이 그냥 내 멋대로 노래하듯 해본 일인데 민망하기도 하다"고 밝혔지만 그간 노래와 글씨, 그림으로 체득한 그의 미적 감수성이 이번 사진전에서 빛을 발할 예정이다. 일상에서 늘 스쳐왔지만 분명 존재했던 것들. 이전엔 우리가 보지 못한 일상의 한 조각을 새삼스럽게 발견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전시는 16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3-07 18: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