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호 홈런 이대호 홈런 이대호 홈런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대호의 과거 방송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방송된 Y-STAR '식신로드'에 출연한 이대호는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다. 일본의 갈비집에서 4명이 100만원 어치의 고기를 먹었다"고 말해 제작진을 긴장시켰다. 이어 이대호를 위해 야심차게 1++(투플러스)한우 맛집을 준비한 제작진은 이대호의 먹는 양과 속도에 당황했다. 이에 이대호는 "제작진 표정이 조지 않다"고 말하며, 고기를 기다리는 상황에선 "손님 불러놓고 뭐하는거야!"라고 호통을 쳐 웃음을 자아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2015-10-26 05:22:44[파이낸셜뉴스] 한 누리꾼이 자신의 어머니가 손님에게 위조지폐를 받았다며 사진을 공유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2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자 엄마가 받으실 뻔한 위조지폐 실제 지폐랑 비교'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위조지폐와 실제 지폐를 비교한 사진을 올리고 "가짜는 홀로그램이 빛에 반사가 안 되고 크기가 더 크다. 또 진짜는 면섬유인데 가짜는 종이라 질감부터 다르다고 하더라"는 어머니의 말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가 돈을 받자마자 질감도 다르고 홀로그램도 빛이 안 나서 바로 알아보셨는데 '이거 위조지폐 아니냐' 물으니까 손님이 '맞다'고 소리 질렀다고 하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도 똑같이 소리 지르면서 '내가 장사가 몇 년인데 이걸 못 알아볼 줄 아냐'고 하니까 바로 도망갔다고 하더라"며 "어머니도 가짜라고 알아보기 힘들었는데 결정적으로 크기가 달랐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사진만 찍었고, 위조지폐범은 들켜서 돈 들고 튀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대면 상거래가 정상화되면서 지난해 위조지폐 발견이 6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화폐 취급 과정에서 발견했거나 금융기관 또는 개인이 한은에 신고한 위조지폐는 184장으로 집계됐다. 권종별로는 5000원권이 116장으로 가장 많았고, 1만원권이 37장, 5만원권이 18장, 1000원권이 13장으로 뒤를 이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0-23 14:41:29[파이낸셜뉴스] 서울 동대문 경동시장의 한 상인이 자신이 파는 과일을 쳐다보고 그냥 간 손님에게 호통을 쳐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경동시장에서 과일 쳐다보고 안 사면 죄인이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남자 친구랑 영화 보고 저녁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이라 산책도 할 겸 경동시장에 갔다”며 “경동시장 과일이 싸고 최고라는 아빠 말이 생각나 뭘 살지 둘러 보고 있었다”고 했다. A씨는 “팩으로 포장된 방울토마토를 들어서 상태를 확인해 보니 싱싱하지 않아서 내려놓고 걸어갔다. 그런데 상인이 뒤에서 비닐 흔들면서 소리 지르고 욕했다”고 주장했다. A씨 커플과 상인의 대화가 담긴 영상에 따르면 A씨 남자 친구가 “왜 그러냐?”고 하자 상인은 “가니까 소리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 친구가 “우리가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냐?”고 묻자 상인은 “살 것같이 해놓고 가시니까. 내가 뭘 잘못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남자 친구가 “우리가 산다고 했냐, 안 했냐?”고 따지자 상인은 “쳐다봤잖아요. 쳐다본 것도 죄다. 안 살 거 같으면 얼른 가버려야지, 그러면 나도 안 그랬다”고 말했다. 남자 친구가 황당해하면서 “사장님 가게 쳐다보면 다 사는 줄 알겠다. 우리는 5초밖에 안 봤다. 사과해달라”고 요구하자 상인은 “5초고 10초고 짜증 나니까 얼른 가라. 남의 물건 쳐다보고 다니는 것도 약 올라 죽겠는데 뭘 사과하냐?”고 짜증을 냈다. 남자 친구가 재차 “5초 쳐다봤다고 소리 지르시는 게 말이 되냐?”고 분노하자 상인은 “내 입 가지고 내가 소리 지르는데 그것도 못 하냐?”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시장에선 물건 쳐다보면 무조건 사야 하는 거냐? 살면서 시비붙은 적 없이 험악하게 생긴 우리 아빠 같은 중년 남성만 쇼핑하기 좋은 곳인가 보다”라며 “상인회에 연락하니 친절 교육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알아서 하라더라”라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학생한텐 신경질, 젊은 여자들한테는 만만한 지 온갖 성질 낸다”, “시장 안 가는 이유가 이거다”, “가격 물어보면 이미 비닐에 담고 있다", "안 사면 욕한다”, “경동시장 유명하다. 안 살거면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른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도 “떡 살까 말까 몇 초 쳐다만 봤는데 할머니가 ‘안 살거면 저리 가라’고 소리 꽥 질렀다”로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5-22 07:41:09매년 설, 추석이나 성탄절 등 연휴 때면 TV에 매번 등장하는 단골 영화가 있다. 가족여행에 함께하지 못하고 집에 홀로 남겨진 귀여운 어린아이가 어설픈 좀도둑을 통쾌하게 상대하는 '나홀로 집에' 시리즈물 등 차고 넘친다. 아이돌 그룹들이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기량을 뽐내는 '아육대'(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대회)부터 트로트를 포함한 노래경연 프로그램까지 모두 명절 '단골 손님'이다. 웬만한 집콕, 방콕 시청자라면 다 알 만한 경험이다. 정치권에도 매년 어김없이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가 있다. '막말 또 막말' '저질국감 재연' '여야 볼썽사나운 네탓 공방'. 지난 2015년 9월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때 어느 종합일간지들의 기사 제목이다. 이건 새발의 피다. '무더기 증인 신청' '고압국감' '호통국감' 등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매년 국감 시즌이면 거의 모든 신문을 도배하곤 한다. 국감제도는 1948년 대통령제 정부 수립 때부터 도입됐다. 중간에 폐지됐다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우여곡절 끝에 부활됐지만 매년 국감 때마다 국회의원은 '슈퍼 갑(甲)', 피감기관과 공무원들은 늘 '고양이 앞에 쥐' 신세였다. 우리의 국감은 미국식 청문회 제도와 영국식 국정조사가 뒤섞였는데 매년 9월 정기국회(100일간) 내 약 한 달간 집중 진행되는 건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15대 국회 국감 당시 '호통 정치인'으로 유명한 한 야당 중진의원이 있었다. 그는 피감기관을 상대로 방만·부실 운영을 따지던 중 관련 수치와 맥락이 어긋나자 본인도 순간 겸연쩍어했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대뜸 담당 공무원을 불러 일으켜 세우더니 불호령을 내리며 말 그대로 십자포화를 날렸다. 호출당한 담당 공무원은 영문도 모른 채 쩔쩔매면서 연신 의원의 눈치만 봤다. 험악한 분위기에 주눅 든 공무원은 그 나름의 답변을 하려 했지만 또다시 이어지는 의원의 호통에 결국 입을 다물었다. 당시 누가 봐도 의원 질의에 문제가 있었지만, 해당 의원은 험악한 분위기 연출로 본인의 무지를 덮은 셈이다. 이런 일은 과거에 비일비재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감의 장점은 분명하다. 정부의 1년간 국정운영 농사에 대한 허와 실을 따져 국정 집행의 효율을 높이고, 잘못된 전철은 되풀이하지 말자는 게 주목적이다. 정부의 부실·방만 운영을 최소화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자는 거다. 하지만 최근 22대 국회 첫 국감의 민낯은 입법부의 과도한 통제권 남용으로 드러났다. 행정부 견제라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특히 입법권력을 장악한 거대 야당은 견제와 통제 수준을 넘어 행정부를 쥐락펴락하기 일쑤다. 걸핏하면 증인·참고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국회모욕죄'로 고발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겨냥한 공세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내 다수당이라는 입법권력을 총동원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도 거야의 김 여사 의혹 파상공세를 막는 데 치중하느라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신성해야 할 국감장은 시정잡배나 내뱉을 만한 반말에다 욕설과 비속어가 난무하는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특정 직업군을 폄훼하거나 피감기관과 여야 의원 간 고성과 막말도 오갔다. 일부 여야 의원의 과도한 '충성경쟁'은 눈꼴사나울 정도다.가뜩이나 실물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하루 종일 질문 한 번 안 하고 돌려보내기도 다반사였다. 1998년 이후 매년 국감을 평가해온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올해 첫 국감 성적표를 최악 수준인 '평점 D-'로 매겼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와 경제, 외교 면에서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당리당략만 있고 민생은 설 자리가 없는 국감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여야 의원들은 입만 열면 "국민이 보고 있어요"를 달고 산다. 당장 이 말을 되돌려 주고 싶다. haeneni@fnnews.com
2024-11-04 18:42:15【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일본에서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갑질' 고객의 숙박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호텔 직원에게 무릎 꿇기를 강요하거나 방 업그레이드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등 '특정 행위'를 하면 호텔에서 숙박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여관업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호텔업 종사자를 보호하고, 숙박 질서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후생노동성은 갑질 고객에 해당하는 '특정 요구 행위'의 구체적인 예를 적은 지침을 정리했다. 숙박료 할인이나 방 업그레이드 요구 외에 시간을 지키지 않는 체크인이나 체크아웃, 계약에 없는 픽업 등이 해당한다.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 않아도 직원을 대하는 방식 역시 갑질로 간주할 수 있다. 장시간 호통을 치거나 무릎 꿇기를 요구하는 경우다. 만취해 장시간 간호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등 종업원에게 과도한 부담이 갈 때도 숙박을 거절당할 수 있다. 특정 종업원에게만 응대를 요구하거나 일부 종업원을 출근시키지 말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민폐 행위다.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특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사례도 분명히 했다. 시각장애인을 방까지 유도하거나 휠체어로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침대나 테이블의 이동을 요구하는 것은 특정 요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후생노동성이 숙박 거부 기준을 명확히 한 계기는 코로나19 사태였다. 감염 확산기에 증상이 있는 고객에 대해 의료기관 진료와 마스크 착용 등 감염 대책을 요청하지 못했다. 개정법 시행 후에는 호텔이 신종플루 등 '특정 감염증'에 걸린 손님의 숙박을 거부할 수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12-13 08:13:00[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제나라에 순우의(淳于意)라는 의원이 있었다. 그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면 낫지 않는 이가 없었고, 생사(生死)를 판단하면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 순 의원이 명의로 소문이 나자 주위의 많은 권세가들이 왕진을 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먼 곳으로의 왕진 때문에 장기간 약방을 비우기 일쑤였고, 약방을 찾은 병자들이 그를 원망하는 자가 많았다. 그러던 중 갑자기 투서(投書)가 날아들었다. 내용인즉슨 자신의 노모가 의원이 약방을 자주 비우는 통에 지속적인 처방을 받지 못해 결국 죽게 되었느니 벌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투서가 한두 장이 아니었다. 순 의원은 장안(長安)으로 압송되었다. 그에게는 다섯 명의 딸이 있었는데, 딸들은 포박되어 압송되는 아비를 뒤따르면서 울부짖었다. 순 의원은 울고 있는 딸들에게 “자식을 낳아도 모두 딸 뿐이니 이럴 때 쓸만한 아들이 없음이 애석하구나! 그 울음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냐.” 하면서 울음을 그치도록 했다. 아비의 호통에 딸들은 울음을 그쳤다. 아비가 역정을 내서이기도 했지만, 아비의 말을 듣자 하니 딸인 자신들의 울음이 의미가 없는 듯 해서였다. 그러나 막내딸만은 마음이 아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아비의 말을 애달파하며 아비를 따라서 장안까지 가서 상소를 올렸다. 상소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저의 아버지는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치료를 행하신 것이 죄라면 죄입니다. 지금 투서에 의해 형벌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제 아버지가 죽게 된다면 그 목숨은 다시 살릴 수가 없고 팔다리가 잘린다면 다시 이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비록 제 아비가 허물을 고쳐 새사람이 되고자 하여도 끝내 도리가 없어 그리하지 못함이 몹시 애통합니다. 제가 아비 대신 관비로 들어가 아비의 형벌을 갚고자 하오니 제 아비에게 선처하여 기회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제 아비를 살려두시는 것이 병자들을 위한 선(善)이 되실 겁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딸의 상소문 내용이 알려지지 알려지자 황상(皇上)이 순 의원을 불렀다. 황상은 “네 딸의 상소문을 읽어 보니 너를 살려두는 것이 병자들을 위한 선(善)이라고 했는데, 내가 너의 의술에 대해 알지 못하니 몇 가지를 묻겠다. 너는 의술을 어떻게 익혔고 누구에게서 배웠느냐? 남김없이 대답하도록 하라.”라고 명했다. 순 의원은 잠시 눈을 감더니 지금까지의 일들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순우의는 젊을 때부터 방술(方術)을 좋아해서 의서를 익히고 환자들을 치료함이 뛰어났다. 아주 젊어서부터 이름을 날려 문왕이 치료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는 문왕의 병을 고친다면 자신에게 관직을 줄 것이 분명했고, 관직이 싫어서 부름을 거절하고 호적을 옮기면서까지 거처를 떠돌았다.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던 중에 공손광(公孫光)이란 의원을 만났다. 그는 공 의원이 의술이 뛰어남을 알고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공 의원은 “나의 의술은 이미 다 전했네. 나는 이미 노쇠해서 가르치는 것도 힘이 들고 이미 더 이상 나에게 배울 것이 없네. 이것은 내가 젊었을 때 전수한 묘방(妙方)들인데 모두 자네에게 줄 테니 남에게 가르쳐주지 말게.”라고 했다. 사실 비전(祕傳)이란 것들은 예부터 이렇게 개인적으로 전수되었다. 순 의원 또한 말년에 누군가에게 ‘자네에게만 전해 주는 것이네.’라면서 전수할는지 모를 일이다. 순 의원의 당시 나이는 26세였다. 이후로 약방에 나오지 않는 공 의원 대신 순 의원 혼자서 환자를 보면서 전수한 방술을 더욱 깊이 연구하여 백세(百世)의 정묘한 의술이라는 평판을 얻기 시작했다. 공 의원은 기뻐하면서 “자네는 반드시 나라에서 손꼽는 명의가 될 걸세. 그런데 나보다 의술이 뛰어난 의원이 한 분 계시네. 바로 양경(陽慶)이라는 분이지. 내가 중년 시절에 그의 방술을 전수하고자 한 적이 있었으나 기회를 얻지 못했네. 양경의 나이도 벌써 70이 다 되어 이미 늙었으니 자신의 의술을 전해 줄 이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네.”라고 했다. 사실 양경은 의술이 뛰어났지만 남의 병을 치료하려고 하지 않아서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던 중 마침 양경의 아들이 말을 헌상(獻上)하러 왔다. 헌상이란 임금에게 진상품을 바치는 일인데, 알고 보니 공손광은 태의원 출신으로 왕실과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공손광을 통해 말을 왕에게 바칠 수 있었다. 공 의원은 이 아들에게 순 의원을 부탁하면서 “순 의원은 의술에 뛰어나니 자네는 그를 자네의 집에 잠시 머물게 하면서 정중하게 대우해야 하네. 그리고 이 편지를 아버님께 전해 주게나.”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순 의원은 양경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다. 양경의 집은 부유했다. 그래서 먹고 사는데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아들도 아버지의 대를 이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경 또한 순 의원의 사람됨과 의술을 높이 평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의술을 전수해 주었다. 사실 순 의원은 양경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그 의술을 직접 평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양경 곁에 3년 동안 머무르며 양경의 방서(方書)와 금서(禁書)를 모두 사사하니 처방은 정묘했으며 직접 처방을 시험해 보니 그 효험이 놀라울 정도였다. 순 의원은 이처럼 황상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고했다. 황상이 “너는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라고 묻자, “스승님이 작고하신 지 10년이 되었으니 제 나이는 이제 39세가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아직 젊었다. 그러자 황상은 “너는 누구를 어떻게 치료해 봤느냐?”하고 물었다. 순 의원은 “어느 날 제나라 왕의 희첩의 오라비의 집에서 주연을 베풀어 손님을 청할 때 저를 불렀습니다. 초청된 손님들이 앉고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았을 때 저는 왕후의 동생을 보고, 그에게 ‘군(君)에게는 병이 있습니다. 지금 허리가 아프고 소변도 시원하지가 않습니다.’라고 일렀습니다. 그러나 왕후의 동생은 ‘아니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는 지금 요척통(腰脊痛)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동무들과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는 놀이를 하다가 그날 저녁부터 허리와 등줄기가 아프고 소변을 볼 수가 없더니 지금까지 낫지 않았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병을 알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그의 안색을 보니 태양혈 부위의 색택이 건조하고 귀가 초췌하게 말라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팔미환을 복용시켰더니 보름만에 병이 나았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치천왕이 극심한 두통이 생겨서 저를 불렀습니다. 진맥한 결과 담음(痰飮)으로 생긴 담궐두통(痰厥頭痛)으로 머리가 아프고 몸에 열이 나며 환자는 번거롭고 답답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세상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위장형 두통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족양명위경의 족삼리혈, 함곡혈, 해계혈 좌우 혈자리 각 3군데에 자침하자 두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순 의원은 “그 밖에도 진찰하여 기일을 예측하고 생사를 판단한 일, 치료하여 병을 낫게 한 일이 많으나 오래되어 거의 잊어버리고 다 기억하지 못하므로 감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황상은 “그렇다면 자네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니, 순 의원은 “제가 병자를 치료할 때는 반드시 그 맥(脈)을 짚어 보고 나서 치료하는데, 맥이 병정에 어긋나는 경우는 치료할 수 없고 순(順)한 경우라야 치료합니다. 허나 마음을 집중하여 진맥하지 못하면 생사를 예측하거나 치료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이 때때로 틀리게 되니, 아직 의술이 완벽하지 못한 것이 한입니다.”라고 했다. 황상은 다시 “겸손하구나. 그렇다면 너에게 의술을 사사하는 제자가 있느냐?”라고 묻자, 순 의원은 “지금 약방에 함께 기거하는 제자들이 몇 명 있고 그 중 명석한 의원이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얻었듯이 제가 죽기 전 저의 모든 방서를 그 의원에게 전해 주려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때 갑자기 신하 중 한 명이 급히 문서 꾸러미를 가지고 나타났다. 순 의원이 장안으로 압송되었다는 소식에 순 의원으로부터 치료를 받아서 완치된 자들의 탄원서들이었다. “순 의원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또는 “순 의원이 아녔다면 저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벌하지 말아 주소서.”라는 내용들이었다. 황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상은 잠시 내신들과 상의를 하더니 “내가 너를 벌해서는 안 되겠구나. 앞으로 의술에 더욱 매진하도록 하거라. 네 딸의 말처럼 너를 살려두는 것이 병자들을 위한 선(善)이 될 것 같구나. 그리고 앞으로 왕진을 금하니 그 어느 권세가가 불러도 약방을 비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 의술이 뛰어남을 알았지만 나도 너를 부르지 않겠다.”라고 했다. 순 의원은 딸의 상소문 덕분에 벌을 받지 않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막내딸에게 “네 덕분에 아비가 살았구나. 네가 아들보다 낫다.”라고 하면서 앞으로 약방에서 함께 자신의 진료를 돕도록 했다. 그날부터는 순 의원은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왕진을 사양하면서 약방에만 머물며 자신을 찾는 환자들의 치료에 집중했다. 환자들이 아파 약방을 찾으면 순 의원은 항상 그곳에 있어 다행이었다. * 제목의 ○○○은 상소문(上疏文)입니다. ■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의부전록> 醫術名流列傳. 淳于意. 按史記本傳, 太倉公者, 齊太倉長, 臨菑人也, 姓淳于氏, 名意. 少而喜醫方術, 高后八年, 更受師同郡元里公乘陽慶. 慶年七十餘, 無子, 使意盡去其故方, 更悉以禁方予之, 傳黃帝扁鵲之脈書, 五色診病, 知人死生, 決嫌疑, 定可治, 及藥論甚精. 受之三年, 爲人治病, 決死生, 多驗. 然左右行遊諸侯, 不以家爲家, 或不爲人治病, 病家多怨之者. 文帝四年中, 人上書言意以刑罪, 當傳西之長安. 意有五女, 隨而泣, 意怒罵曰:“生子不生男, 緩急無可使者!” 於是少女緹縈傷父之言, 乃隨父西, 上書曰:“妾父爲吏, 齊中稱其廉平. 今坐法當刑, 妾切痛死者不可復生, 而刑者不可復續, 雖欲改過自新, 其道莫由, 終不可得. 妾願入身爲官婢, 以贖父刑罪, 使得改行自新也.” 書聞, 上悲其意, 此歲中亦除肉刑法.) (의술명류열전. 순우의. 본전에 의하면 태창공은 제나라 태창장을 지냈으며, 임치 사람으로 성은 순우씨이고 이름은 의이다. 젊을 때부터 의학의 방술을 좋아하였으며 고후 8년에 같은 군원리의 공승인 양경에게서 다시 가르침을 받았다. 양경은 나이가 70여 살이었으나 후계자가 없었으므로 순우의로 하여금 알고 있던 방술을 다 버리도록 하고 대신에 금방을 모두 그에게 내주었으며, 황제와 편작의 맥서, 오색으로 병을 진찰하여 사람이 죽을지 살지를 알고 의심스러운 것을 결단하며 치료할 수 있는지를 판정하는 법, 그리고 매우 정묘한 약론을 전해 주었다. 3년 동안 전수받고는 남을 위해 병을 치료하거나 사생을 판단하여 들어맞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이리저리 제후(諸侯)들에게로 나다니느라 집에 머무르지 않아, 혹 남의 병을 치료해주지 않기도 했으므로 병자들의 집에서 그를 원망하는 자가 많았다. 문제 4년에 어떤 사람이 투서를 올려서 순우의가 형벌 받을 죄를 지었다고 하여, 서쪽으로 압송되어 장안(長安)에 가게 되었다. 순우의에게는 다섯 딸이 있었는데, 뒤따르면서 울자 순우의는 성을 내며 꾸짖었다. “자식을 낳아도 아들을 낳지 못했더니 급할 때 쓸 만한 녀석이 없구나!” 이에 막내딸 제영이 아버지의 말을 애달파하여, 마침내 아버지를 따라 서쪽으로 장안까지 가서 상소문을 올렸다. “저의 아비가 관리로 있을 때 제 땅 사람들은 그의 청렴함과 공평함을 칭송하였습니다. 지금 법에 걸려 형벌을 받게 되었는데, 죽은 자는 다시 살릴 수가 없고 형벌로 잘린 몸은 다시 이을 수가 없으니, 비록 허물을 고쳐 새사람이 되고자 하여도 그리할 도리가 없어 끝내 되지 못하는 것이 저는 몹시 애통합니다. 제가 관비로 들어가 아비의 형죄를 갚아서 그가 행실을 고치고 새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상소가 알려지자 황상이 그 마음을 가엾게 여겨, 이 해에 또한 육형의 법률을 폐지하였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4-15 16:03:08"감히 판사에게 변호사가 설명을 한다고요?" "당신은 변호사 자격이 없으니 다음부터 오지 마세요" 매년 연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발표하는 '법관 평가'에는 법정에서 고압적인 언행으로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축시키는 문제 사례들이 담긴다. 변호인의 말을 끊거나, 호통을 치는 법관들의 권위주의적 태도는 매년 문제 사례의 단골손님이다. 대법원이 법관들의 '법정 언행' 개선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컨설팅 사업은 올해 10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참여하는 법관 수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된 법정에서 재판하는 법관들의 모습에 따라 법원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결정되는 만큼, 법정 언행 개선을 위해 대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100여명 안팎만 참여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3년부터 매년 희망하는 법관들을 대상으로 '법정 언행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1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 법정 언행 컨설팅은 법관들이 재판을 진행하는 모습을 스스로 점검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대법원에서 마련한 사업이다. 재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화법과 자세, 감정조절까지 외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듣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문가가 컨설팅 준비를 위해 '법정 블라인드 모니터'도 실시한다. 2017년부터는 사법연수원 기수 순으로 희망자를 선정하고 있다. 법정 언행 컨설팅에 참여했던 법관들은 대체로 "재판하는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참여하는 법관 수는 많지 않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정 언행 컨설팅'에는 2019년 100명, 2020년 117명, 2021년 97명, 올해 113명 등 매년 100여명 안팎의 법관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보통 자기가 어떻게 말하는지 잘 모르다 보니 어떤 모습으로 얘기하는지, 어떤 말투와 제스처를 취하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아무래도 잘 모르기도 하고, 바쁘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법관들은 법정 언행 개선이라는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법정 언행을 인사평가에 반영하거나 컨설팅 사업 참여를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사법 농단 사태 이후 법관들을 상대로 특정 행정 조치를 강요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다, '재판 독립성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혜택'으로 참여 유도해야" '몰라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대법원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각급 법원 차원에서 재판부 간 방청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소위원회 차원에서 희망 법관을 대상으로 '형사 재판부 교차 방청' 시기를 정해 서로 재판 진행 전반을 점검한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서로의 재판을 방청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나 자극이 될 수 있고,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이런 경험이 있어야 어떤 사업이든 '나도 참여해볼까'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서로의 재판을 볼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 보니 법관들은 법대 아래에서 바라보는 재판 당사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기 어렵고, 피상적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언행 개선 효과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참여 법관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법정 언행 컨설팅 사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올해 8월 꾸려진 '법정 언행 컨설팅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법정 언행 컨설팅 사업과 사법연수원 연수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최 의원은 "법관이 국민보다 우월한 존재처럼 심판자의 위치에서 머물러선 안 된다"며 "법원에 대한 신뢰는 법관의 권위가 아닌 법관의 판단에 대한 권위를 세우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며, 법정 언행의 원인을 법원 차원에서 찾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2-10-16 18:51:53"돼지띠여? 나보다 밑이네!" "면도도 할거지? 끝나면 커피도 잡숫고 가~" 지난 15일 서울 도봉구의 한 오래된 이발소에서 만난 민병학씨(77), 그가 52년간 운영 중인 '향토이발관'에서는 매시간 정겨운 대화들이 오간다. 친근한 말투와 이미 오래 전부터 친구인 것 같은 손님들과의 편안한 대화, 함께 울려퍼지는 청량한 가위질 소리는 지하 이발소의 작은 공간을 서울 그 어느 곳보다 따뜻한 곳으로 만들어준다. 이발을 마친 손님들은 직접 머리를 감는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민씨가 감겨주기도 하지만, 대부분 손님들은 스스로 머리를 말리고 로션도 직접 바른다. 후식까지 알뜰하게 챙긴 후 손님이 내민 것은 바로 '무료 이발 초청권'. 혹은 꼬깃꼬깃 주머니에 넣어둔 단돈 3000원이 고작이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이발 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해온 민씨의 철학이 담긴 요금이다. ■"나만큼 오래 머리깎은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민씨는 도봉구에서만 52년째 이발소를 운영 중이다. 동시에 이발 봉사도 52년차가 됐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매번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출장 이발 봉사를 해 왔다. 보육원, 양로원, 장애인 복지관 등 민씨가 다니지 않은 도봉구의 복지시설이 없을 정도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불우이웃에게는 돈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30년 전부터는 '이발 무료 초청권'을 만들어 주변 복지시설에 나눠줬다. 도장이 찍힌 이 초청권을 가져오는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이발을 해준다. 가격도 32년째 올리지 않았다. 노인은 3000원, 일반시민은 5000원이다. 면도 추가비용도 받지 않는다. 향토이발관은 물가 안정에 힘썼다는 이유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서 지정해주는 '착한 가게'로도 인정받았다.그러다 3년 전, 민씨는 하지정맥류로 다리 수술을 받았다. 오랜 시간 서서 일한 탓이다. 그전에는 쥐가 난 다리를 주무르며 머리를 자르러 다녔다. 민씨는 "출장 이발 봉사는 이제 더 이상 다니기 힘들지만 그때 만난 인연들이 여전히 이발소를 찾고 있다"고 말한다. 민씨가 지금까지 무료 이발을 해준 사람들만 한달에 약 600명, 신문배달원 이발 봉사까지 나가던 시절엔 한달에 1000명까지도 머리를 잘랐다. 52년 동안 어림잡아 36만5000명은 무료로 이발을 해준 셈이다. 이 수많은 인연 중 다시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민씨는 가격을 올리지도, 장소를 옮길 수도 없다. ■"노인은 부모요, 젊은이는 내 형제요, 고아는 내 자식이지" 민씨는 지금의 세종시인 충남 연기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3남2녀 중 장남이다. 아버지가 암으로 52세에 돌아가시고 난 뒤엔 초등학생의 나이로 가장이 됐다.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무를 해다 팔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4㎞를 걸어가 3㎏ 정도 나무를 해 오면 겨우 쌀 한말을 받았다. 이후엔 오전 4시반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해야 했던 작은 약국에서 사환 노릇을 하며 월급을 받았다. 민씨는 "당시엔 돈이 너무 궁해 안 해본 일이 없다"며 "나중에 돈을 벌면 꼭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그러다 우연히 이발소 일을 하는 친구를 따라 면도 기술을 배우게 됐다. 이발 기술도 어깨 너머로 배울 수 있었다. 1966년 8월 20일,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곧장 도봉구로 터전을 옮겨 이발소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이발소를 개업했던 자리가 재개발돼 1993년 지금 자리로 옮기기까지 도봉구를 떠난 적이 없다.한자리에서 오래 있다보니 단골도 수없이 많이 생겼다. 무료 이발 초청권 때문에 고마워서 더 찾아주는 손님도 있고, 싼 가격 때문에 3대째 함께 방문하는 가족들도 있다. 착한 가격으로 전국에 소문이 나다보니 서울은 물론 경기도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제법 많다.민씨는 "그중에서도 고아원 무료 봉사를 하면서 만났던 친구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만난 탓에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도 민씨를 찾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민씨는 "하루는 어떤 아줌마가 큰 소리로 인사를 하면서 들어오길래 누구냐고 물었더니 '성모자애보육원이요!'라고 말하더라. 시집을 갔다며 신랑이랑 같이 찾아와 인사를 하는데, 그런 일도 종종 있다"며 허허 웃어보였다. 좋은 일을 하며 선한 마음을 많이 베풀다보니 칭찬은 저절로 돌아왔다. 향토이발관 벽 한쪽은 온갖 표창장과 감사패로 빼곡하다. 2016년엔 사회복지사들의 추천으로 당시 행정자치부 국민추천포상 훈장도 수여받았다. 하지만 민씨가 특별히 뿌듯하게 여기는 표창은 따로 있다. 1994년에 받은 '자랑스러운 서울시민상'이다. 600년 뒤에 꺼내보는 타임캡슐에 들어간 600명의 명단 중 한 명으로 민씨도 포함됐다. 후대가 볼 수 있도록 이름을 남긴다는 일은 누가 받아도 뿌듯한 경험일 터. 민씨는 "다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당연히 할 일을 한건 데, 자꾸 생각지도 못하게 상을 받게 됐다"며 머쓱해 했다. ■"얼마나 남았겠어? 힘 닿는데까지 해야지" 이날 한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 중 향토이발관을 방문한 손님만 다섯명이다. 민씨는 "오늘 오전만 스무 명이 넘게 왔다 갔어. 이 정도는 한가한 편이야"라며 숨을 돌렸다. 그러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일 하겠어. 길어야 3~4년 일텐데…"라고 말하는 민씨를 향해 오히려 손님들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해야지"라며 호통을 친다. 민씨도 허허 웃으며 "힘 닿는데까지 해야죠"라며 또 힘을 낸다. 다리가 좋지 않은 민씨를 걱정하는 딸들에게 그가 늘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내다보고 살아라'라는 것. 주변을 항상 돌아보며 살라는 말이다. 민씨는 "요즘 세대는 또 다르겠지. 근데 내다보고 사니까 이 나이 먹도록 딱히 큰 병도 없잖아"라며 웃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그동안 그는 지역사회를 향한 봉사활동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주로 다른 손님들이 없는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공짜 손님'들을 위해 매일 새벽 4시반이면 어김없이 이발소 문을 여는 이유도 '내다보는 삶'을 위한 그만의 인생철학 때문이다.이제 민씨는 본인을 '말뚝'이라고 했다. 출장까지 다니지는 못하지만, 향토이발관에 말뚝처럼 박혀 있으면 흐르는 냇물처럼 손님들이 왔다가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이날 민씨가 보여준 무료 이발 초청권의 변천사가 한눈에 담긴 액자와 오래된 흑백사진 앨범은 이미 도봉구의 말뚝이 된 민씨의 지난 세월을 빼곡히 박아놓은 듯했다.'딸랑'하고 다시 손님이 들어온다. 민씨는 당연하다는듯 "오랜만이네~"하며 손님을 맞는다. 원하는 머리 스타일을 다시 물을 필요도 없다는 듯 능숙하게 가위를 집어드는 그의 모습에선 52년 베테랑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이발이 끝난 후 폐지를 모으는 손님을 위해 민씨는 모아놓았던 신문지를 꺼내든다. "이거 가져가는거 잊지마!" "아유, 매번 너무 고마워"라며 인사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이발사와 손님이 아닌, 흡사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을 풍겼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우리 함께’ 주인공을 찾습니다나눔을 통해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전하는 이들의 감동적인 사연을 접수합니다. 파이낸셜뉴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메일 wetogether@fnnews.com
2018-06-28 17:04:31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한 향토기업이 세간의 입방아에 올라 있다. 성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매출은 반 토막이 나고, 해당 회사 임직원은 마치 그들이 크나큰 잘못을 저지른 양 비난이 거세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던 그 기업이 그토록 비난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는 그 회사의 높으신 분의 약자에 대한 사려 깊지 못한 폭언과 폭행이 원인이었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약자에 대한 갑질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앞으로 사건 당사자의 처리는 사법당국에서 마땅한 조치가 이어지겠지만 해당기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종업원들 몫으로 돌아갈 처지에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소한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돌리지 않나, 사무실에 신용카드기를 두고 책을 팔지 않나, 온 세상이 나서서 분통을 터트리고 손가락질을 한 지가 언젠데 이런 유의 갑질 논란이 또 일어나니 더욱 기가 찰 노릇이다. 언제까지 그래야 할까. 굳이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래도 사회적으로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미담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 대기업 회장이 어느 날 이름난 식당으로 손님을 초대했고, 일행은 똑같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고 한다. 식사가 거의 끝날 즈음 그 회장이 수행원에게 스테이크를 요리한 주방장을 모셔오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수행원은 회장이 스테이크를 절반밖에 먹지 않은 것을 보고 그다음에 일어날 일을 걱정하며 주방장을 데려갔다고 한다. 부름을 받은 주방장은 몹시 긴장한 채 "스테이크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장은 미소를 머금은 채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정말 훌륭한 요리사요. 그리고 오늘 스테이크는 맛이 아주 좋았소. 다만 내 나이가 이미 여든이라 입맛이 예전 같지 않다오. 그래서 오늘 반밖에 먹을 수 없었소. 내가 당신을 보자고 한 것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요. 반밖에 먹지 않은 스테이크가 주방으로 들어가면 당신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서 말이오. 나는 단지 내가 스테이크를 남긴 것이 당신의 요리 솜씨가 나빠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오." 이 이야기는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일본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평소 사람을 얼마나 존중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다. 누구나 다 그래야 하겠지만, 특히 리더 위치에 있거나 경제적 힘을 가진 사람들은 더욱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신을 리더나 힘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는 만큼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분을 사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된 듯한 폭언·폭행 등, 소위 갑질 논란이 언론 매체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사실 이런 갑질이 요 근래에 와서야 일어난 것은 아니다. 필자와 같은 동년배들이 사회생활을 하던 시절에 윗사람들로부터 호통이나 야단(사실은 욕설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을 얻어먹은 경험을 한두 번 안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시절에는 그런 호통이 오히려 윗사람의 관심과 애정(?)의 표시라고까지 생각해 그러지 않으면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랫사람들을 호통이나 강압으로 따르게 하던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상호 존중을 우선하는 사회로 바뀌면서 우리 눈에 갑질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눈감아주지 않는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공감을 나타내고 의욕적인 활동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상대방의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 그게 바로 배려의 리더십이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사이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에서 서로서로 상대를 배려하는 노력이 조금씩 모이면 살맛 나는 세상은 저절로 만들어진다는 믿음을 필자는 갖고 있다. 이제 더 이상 갑질 기사가 언론 매체에서 보이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2016-02-16 16:46:45떴다 패밀리 (사진=방송캡처) ‘떴다 패밀리’에서 이정현이 성희롱범을 제압했다. 지난 3일 첫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떴다 패밀리’에서 나준희(이정현 분)는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에서 한 승객과 시비가 붙은 정끝순(박원숙 분)을 도왔다. 이날 방송에서 나준희는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기내 음식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승무원에게 호통을 치거나 승무원의 손을 잡으며 성희롱 하는 진상승객을 지켜봤다. 이에 정끝순은 진상 손님을 향해 “아까부터 궁금한데 진상 떠는 네 정체가 뭐냐. 일등석을 타면 뭐하냐. 인간수준이 밑바닥인데”라고 지적했다. 결국 끝순과 진상 손님 사이에는 큰 다툼이 일어났고 옆 좌석의 나준희가 이 싸움을 막았다. 나준희는 진상손님에게 “예의랑 싸가지는 어디다 두고 왜 진상이냐”라며 신문지를 말아 진상승객을 제압했다. 한편 이날 ‘떴다 패밀리’에서는 최동석(진이한 분)과 나준희의 첫 만남이 공개됐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hyein4027@starnnews.com김혜인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5-01-04 00:5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