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송경진 혁신경제포럼 상임이사(사진)가 각국 외교·안보 수장들과 ‘신흥 컨센서스 : G20과 개발 중요성’에 대해 토론한다. 혁신경제포럼은 송 상임이사가 오는 3월 2~4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인도 정부의 연례 국제 전략대화인 제8회 라이시나 다이얼로그(Raisina Dialogue)에 참석한다고 27일 밝혔다. 행사에는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장관,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외교)장관, 앨런 가누 모리셔스 외교장관, 이태리 안보 정보국장 등이 참석한다. 송 상임이사는 △G20이 개발 의제를 다뤄야 하는 이유, △국제금융기구들의 신흥국 지원 역할,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간 갈등 해소 관련 G20의 역할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라이시나 다이얼로그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역할과 목소리를 확대하고 다자주의 부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인도 정부의 최고위급 연례 국제 전략대화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2-27 11:00:06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서명한 17건의 행정명령 중 11건이 전임자의 행정명령을 취소하는 조치였을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철회 및 거리두기에 바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 기조는 대부분 계승, 확대할 것 같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최근 인도태평양전략(인태전략)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2017년 인태전략을 대중 외교, 안보, 경제 전략으로 제시했다. 2018년 미국 태평양사령부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하기까지 했다. 강력한 대중정책과 동맹강화를 천명한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신설한 인도태평양조정관 직책에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임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취임 첫날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태지역을 위한 한미동맹, 한·미·일 삼자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사실상 한국의 인태전략 참여를 압박했다. 일본, 호주, 인도, 아세안 등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뿐 아니라 유럽의 프랑스, 영국, 독일 등도 자국의 인태 비전 혹은 전략을 제시하고 미국 주도의 인태전략에 속속 참여하고 있다. 모든 나라의 인도태평양 비전이 미국의 전략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규칙기반 질서, 다자주의, 포용주의, 그리고 세계 평화와 경제, 무역 활성화를 중요한 가치로 포함한다. 동시에 어떤 나라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각국의 중국과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이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조정관도 과거 수차례의 기고와 연설을 통해 인도태평양지역 국가들의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할 때 미·중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태전략이 동맹강화전략인 점과 미·중의 경쟁적 협력관계를 위한 미국의 구상(중국의 역내 역할 인정 및 국제기구 지분 확대, 규칙기반 경제무역 관계, 기후변화·인프라·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중국이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주목한다면 어느 정도는 양자택일의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태전략 미참여와 의도적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한국의 외교는 변곡점에 놓였다. 미·중 간 양자택일 회피 방법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일종의 임시방편으로 내세운 것이 한국의 신남방정책이다. 신남방정책은 인태전략의 하부 혹은 지지 정책은 될 수 있으나 대체전략이 되기에는 부족한 양자 경제협력 정책이다. 이제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한국의 가치와 원칙을 반영한 인도태평양 비전 혹은 전략을 수립, 천명해야 미·중 경쟁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유주의적 질서에 기반한 동맹의 가치도 존중하면서 우리의 국익과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우리의 인태전략은 사안별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계몽된 이기심'의 판단기준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인태전략은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협력의 촉매제 역할뿐 아니라 한·중 관계에서도 적절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당분간 미국은 국내 현안 해결에 국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므로 우리에게 약간의 시간이 있다. 정치권, 정책입안자, 전문가, 업계 등이 참여하는 광범위하고 다층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한국의 인도태평양 비전을 수립, 전 세계에 천명해야 한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1-01-28 18:04:23코로나19 위기는 리더십 시험대이자 리더십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국민의 코로나19 방역 협조 덕분에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했다. 그러나 백신 확보 과정에서 드러난 대통령과 정부의 일관성 없는 설명과 불투명한 소통은 국민의 혹독한 비난과 지지율 하락 그리고 분열을 초래했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밝힌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빛이 바랬고, 위기관리 리더십은 실종됐다. 코로나19 위기관리 리더십으로 유럽 최고 리더로 재부상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12월 9일 하원 연설은 호소력과 설득력에서 탁월하다. "후일 지금 무엇을 했는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라는 공동의 책임과 역사의식을 자극하고 참여와 협조를 구했다. 국가부채 증가를 끔찍이 싫어하는 독일은 작년 10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8.9% 수준인 코로나19 경기부양책을 도입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소상공인과 고용취약계층 대상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 대책은 올바른 방향이다.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코로나19 이후 소득격차의 급격한 확대를 막는 것이 현재 중요한 정책과제다. 작년 1~9월 취약계층인 1~2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10.7%와 7.9% 감소한 반면 3~5분위 근로소득은 소폭 증가(평균 1.2%)했다. 정부정책은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방치하면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극대화된 'K자' 회복과 성장이 나타나고, '한국판 트럼프' 출현에 적합한 정치토양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GDP의 3.5%(10월 기준)로 주요 20개국 선진경제국 중 꼴찌인 우리의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소통 리더십을 보여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노정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실무진에게만 미루지 말고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의 승리 축하와 함께 한국의 협력을 약속하고, 크게 훼손된 WTO의 정상화와 역량 강화에 한국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심화되는 미·중 경쟁에서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과 균형점을 찾는 외교를 지향하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일부 호사가들이 말하는 냉전식 미·중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당초 예상보다 빨리 최대 경제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그들 기준에 합당한 지위와 몫을 거세게 요구할 것이 뻔하다. 이 과정에서 "누구의 규칙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협력적이고 경쟁적인 협상이 지속될 것이다. 때론 매끈하게, 때론 거칠게 펼쳐질 미·중 관계에서 우리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양국 및 주요국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속히 참여해야 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함께하는 것처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빠르게 진입해야 한다. 늦었지만 정부의 참여의사 표명을 환영한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국민이 큰 기대를 갖게 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를 되새기기 바란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려면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19는 국내외적으로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정치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12-31 18:03:07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다자주의 복귀, 동맹 강화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면서 다자주의자이며 동맹 중시자인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바로 그날 중요한 다자회의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의장국의 리더십 결여와 함께 G20 정상회의 중 항공자유화조약 탈퇴 선언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 몽니도 최악의 G20 정상회의에 일조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도출하지 못한 것은 G20 정상들의 리더십에 큰 상처다. 부대행사로 열린 '팬데믹 준비와 대응 컨퍼런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여덟명의 정상급 인사 모두가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45억달러의 기금이 필요한 코로나19 대응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구체적인 기여(5억9300만달러)를 약속한 정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뿐이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상대적으로 잘했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어떤 기여도 약속하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혹자는 G20의 무용론을 내세운다. 대표성, 정당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G7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유엔으로? G7과 유엔의 비효율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호불호를 떠나서 지금의 세계 현실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경제나 코로나19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전 세계 현안 대응에는 G7보다 G20이 더 효율적이라는 대통령의 평가가 있었다는 며칠 전 청와대발 보도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제야 인식했다는 말인가. 이것을 홍보거리로 판단한 참모진의 능력에 대해서는 논할 가치도 없다. 최소한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런 슬픈 코미디는 없었을 것이다.("G7 확대? 韓, G20 활성화에 주력해야" 본지 2020년 7월 31일자) 우리 같은 중견국은 양자 무대보다는 다자 무대에서 실익도 챙기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망선고로 힘을 잃은 다자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만의 힘으로는 안된다.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국제사회에 대한 지적, 물적 기여도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많이 거론된 세계보건기구(WHO)나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필요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지 의제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WTO, WHO 개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만으로는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백악관 국가경제보좌관을 수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신행정부 취임 직후 G20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초청해 세계경제 협력과 코로나19 위기 글로벌 대응을 논의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실제 이행된다면 미국의 다자무대 복귀 선언과 함께 글로벌 리더십 발휘를 약속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 시대의 일방주의에 작별을 고하고 돌아올 다자주의를 맞이할 준비를 할 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년 초 G20 특별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의제와 기여를 보여줄 것인지 지금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협의하고 고민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실력에 걸맞은 역할을 기대한다. '국뽕'에 절인 미사여구가 아닌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에 귀기울여야 한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11-26 18:03:22사모펀드 옵티머스의 금융비리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민연금 직원들의 심각한 일탈이 알려지기도 했다. 금융부문은 그 특성상 크고 작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여성 리더나 여성 관리자 비율이 높은 조직의 부패지수가 낮고, 투명성이 높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2018년 기준 부장급 이상 여성 임원 비율이 3.3%에 불과한 우리 금융계도 여성 리더와 임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 투자처를 결정하는 지속가능한 ESG 투자가 세계적 대세다. 이런 분위기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투자전략이 '젠더렌즈투자'다. 투자수익도 늘리고 젠더격차도 줄여 해당 기업의 시스템에 변화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의 한 개념이다. 다양성이 높은 기업의 실적이 더 좋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크레디트스위스연구소는 여성 이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거대자본 금융회사의 성과가 여성 이사가 전무한 금융회사보다 26%나 더 좋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가 496개 대형 사모펀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산관리자의 다양성이 높은 사모펀드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496개 사모펀드 중 여성 자산관리자 비율이 3분의 1 이상인 사모펀드는 수익률이 -0.57%였던 반면 자산관리자가 남성으로만 구성된 380개 사모펀드 수익률은 -1.64%였다. 남성 자산관리자로만 구성된 사모펀드는 과도한 IT부문 투자로 인해 균형 잡힌 투자에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젠더 다양성을 갖춘 팀과 여성에 대한 긍정적 영향력을 유발한 기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 회사의 수와 투자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한 보고서(Project Sages 3.0)에 따르면 2017년 58개 사모펀드·벤처캐피털 회사가 11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2019년에는 138개 회사가 48억달러를 투자했다. 138개 사모펀드·벤처캐피털 중 84개사가 처음으로 참여한 기업으로 젠더렌즈투자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 최근에는 투자시장의 큰손인 주요국 연기금이 젠더렌즈투자 전략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2016년부터 연기금 운용 시 자산의 20%를 여성, 소수민족, 장애인 등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할 것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의 투자원칙은 저위험, 지속가능성과 장기수익창출 가능성 기업에 대한 투자다. 젠더 다양성이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포함된다. 2018년 캐나다 상장기업 중 이사회에 여성이 없는 45개 기업의 지명위원회 위원장 의결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했다. 단기간에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도 젠더렌즈투자에 눈을 돌릴 때다. 국내외 총투자액 혹은 총투자기업의 일정 비율을 우량 여성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발표하고 기금운용 보고서에 여성기업 투자 현황도 반영할 때가 됐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민간 상근 전문위원회 등 국민연금기금 운용 관련 주요 위원회에 일정 비율 이상의 여성 참여정책을 도입해 시스템 변화도 함께 주도해야 한다. 젠더렌즈투자를 통해 ESG를 실천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저위험, 지속가능한 성장과 세계적 연기금으로서 위상을 지키는 길이다. 경제만 세계 12위가 아니라 여성유리천장지수도 8년 연속 OECD 꼴찌에서 벗어나 12위로 올려 보자.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10-29 18:06:5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국 제안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국민을 들뜨게 한 6월 1일 청와대발 'G11 초청'이라는 한·미 정상통화 내용이 발단이다. 백악관 홈페이지부터 주요 외신 기사까지 훑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11'이라고 직접 언급했는지도 불투명하다.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직접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필자로서는 진실 여부를 가릴 수 없다. 그러나 이는 G7과 주요 20개국(G20)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특성, 여전한 양 체제 간 경쟁·긴장 관계 그리고 G20 체제 설립과 공고화에 기여한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외교 실책임엔 틀림없다. '글로벌 운영위원회'를 자처한 G7이 대표성·효율성·정당성이 부족하고, 시대에 뒤처졌다(outdated)는 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다만 G7 확대 논의의 계기가 없었다. 2008년 9월 15일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자 '우리끼리 오붓하게'라는 정서가 매우 강한 G7은 즉각 책임론에 직면했고 확대 논의가 시작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9월 23일)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10월 17일)에서 G7을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G13 혹은 G14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경제위기 앞에서 각국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G7 확대 문제에 집중할 수 없었던 세계는 당장은 주요 신흥국이 포함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의 틀을 활용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G20 정상회의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격상된 것이라는 주장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국제정치 및 대륙별 균형을 고려할 때 확대될 G 모임에 참여 가능성이 희박함을 인식했던 우리는 G20 체제로 확대와 공고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동시에 조용히 미, 중, 영, 프, 독, 일 등 주요국에 대통령특사를 파견해 견고한 논리로 설득해 나갔다. 우리의 1차 목표는 일회성 G20 정상회의 유치보다는 G20 체제로의 확대 및 공고화였다(2010 서울 G20정상회의 백서 참조). 필자는 한국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위장된 축복'이라고 본다. 위기가 없었다면 G20으로 확대는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9년 피츠버그에서 'G20을 세계경제 협력의 최상위 포럼'으로 어렵게 합의한 후에도 G20과 G8(러시아 축출 이전이라 G8)의 체제경쟁과 긴장관계는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G8과 G20은 보완관계'(2009)와 'G20은 시의적절한 포럼'(2010)이라는 정상 기고를 통해 '경제는 G20의 영역'임을 분명히 하고 G20과 G8의 역할 분장과 협력을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이 지적한 'G7과 G20은 잘 정비된 체제'라는 발언은 바로 이런 노력과 과정을 통해 형성, 각인된 것이다. 2009년 대한민국은 G20 최대 업적의 하나인 보호무역주의 동결(standstill) 제안·합의를 도출했다. 금융위기 방지를 위한 국제통화기금의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제안, G7의 시혜적 개념에서 벗어나 개도국의 성장을 강조한 '서울개발컨센서스'를 일부 G7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G20의 의제로 채택하게 하는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주도했다. G20의 유용성과 체제를 강화하면서 대한민국의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입증해냈던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장된 국내용 'G7 선진국' 미사여구보다는 설립과 체제 공고화에 크게 기여해 오너십을 가진 G20 활성화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 국제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제시하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07-30 17:46:59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5월 19일자 서신에서 미국의 기여금(4000만달러) 중단 및 탈퇴 가능성을 제기하고 WHO 개혁을 요구했다. 11월 3일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 대안은 없이 WHO 개혁 문제를 미·중 패권다툼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 서신은 심지어 차기 WHO 사무총장 후보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어이없는 '김칫국 마시기' 설전으로까지 이어졌다.코로나19 사태는 상당 기간 제기돼온 WHO 개혁의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 절박감이 있는 위기 때 시작하고 위기 이후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WHO가 직면한 근본 문제는 재정적 어려움이다. WHO의 의제와 우선순위 설정, 역량 및 독립성, 사업의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1993년 세계보건회의의 회원국 의무분담금 비확대 결정으로 재정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돼 의무분담금 비중이 2019년 전체 예산의 22%에 불과하다. 나머지 78%는 공여국이나 공여기관이 제공한 부정기 자발적 기여금으로 채워졌다. 그 결과 각종 글로벌 보건이슈를 다루는 WHO의 2018~2019년 예산이 겨우 44억달러(약 5조4000억원)로 우리 보건복지부의 2020년 보건예산 약 13조원의 절반도 안 된다.더욱이 높은 자발적 기여금 비중은 공여자에 대한 WHO의 의존성을 높이고 독립성을 저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중국 WHO' '친중국 사무총장' 등 편파적 비난의 배경과 무관치 않다. 자발적 기여금은 대개 특정 목적과 활동에 쓰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한국의 작년 WHO 기여금 역시 꼬리표가 달린 자발적 기여금이 72%를 넘는다. 공여자와 WHO 우선순위가 항상 일치하는 것도 아니므로 이런 운영방식은 WHO의 운신 폭을 좁히고 의제를 지나치게 확대해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매우 포괄적인 웰빙의 문제마저도 WHO의 의제가 돼버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의무분담금은 줄이면서 의제는 추가하고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한 회원국들의 오판과 과욕이 WHO의 역량과 위상 약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WHO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무총장이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 회원국을 설득하는 리더십과 신뢰를 구축하지 못한 실책도 크다. WHO 사무국의 과도한 출장비(일인당 연 3900만원) 지출 등 방만한 운영에 대한 일부 회원국의 불만도 높다.그러나 세계는 여전히 글로벌 보건체제가 필요하고, 정부 간 기구인 WHO가 그 중심에서 다양한 기관들의 중재자 및 의제설정자로서 역할하길 기대한다. 한국은 그간 세계보건회의 논의나 WHO 운영과 효율성 등 개혁 문제에 대해 호주, 일본 등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한국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코로나19 대응 경험과 높아진 위상을 바탕으로 WHO 개혁과 글로벌 보건 의제설정에 기여할 수 있다. 첫째, WHO의 조직 안정과 역량 강화를 위해 의무분담금 비율 확대 문제를 제기하고, 우리의 자발적 기여금도 꼬리표를 줄이고 WHO 재량 비중을 늘려야 한다. 둘째, 국적을 떠나 가장 능력 있는 인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차기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 피해 최소화에 크게 기여한 우리의 공공의료체계의 장점을 WHO의 약화된 공공성 강화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의 이니셔티브를 개발·제안하자. WHO 개혁에 지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05-28 17:47:47체제적 위기는 세계질서에 변화를 수반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합(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및 세계보건기구(WHO), 1973년 1차 오일쇼크 이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탄생했다. 위기에 대응한 리더십과 국제공조의 결과물이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제위기에 직면한 세계는 '위기 때는 리더십과 국제공조'라는 공식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26일) G20 화상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코로나19 국제공조 공동선언문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크지 않다. 가장 중요한 미국과 중국이 위기극복을 위한 리더십은커녕 음모론을 제기하며 상호비방에 바쁘기 때문이다. 일시적 화해 제스처는 '일시적'일 뿐이고 기저에는 위기극복에 역행하는 미·중 패권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는 분열된 투 트랙의 세계질서를 마주보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동맹국들에 어떤 도움이나 리더십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단키트 수출지원을 요청한 당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생존과 미국인을 위해 모든 것을 미국에서 해야 한다는 자국주의와 고립주의를 주창했다. 전후 70년간 글로벌 공공재와 리더십을 제공하며 세계질서를 주도했던 초강대국 정상의 발언이 맞나 싶었다. 막대한 자원과 재원을 가진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스스로 영향력을 줄이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 설사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더라도 유지될 기조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G2로 급부상한 중국은 코로나19 위기를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구축에 중요한 기회로 본다. 유럽국들에 의료진, 의료장비 등 필요한 공공재를 지원하고 있다. 작년 3월 유럽연합(EU)은 중국을 체제적 라이벌로 선언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중국이 필요한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협력을 '보건 실크로드'라고 부르며 일대일로를 통한 자국의 영향력 확대와 패권국을 향한 야심을 감추지 않는다. 최근 득세한 자국주의, 고립주의와 일방주의가 코로나19 이후 세계화의 퇴조와 미·중의 체제경쟁을 심화시키고, 투 트랙의 분열된 신냉전의 세계질서를 가속화할 판은 이미 깔렸다. 한국이 코로나19 이후 취할 포지셔닝에 대한 국가 전략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냉전시대를 경험한 원로 정책결정자들의 지혜도 반드시 모아야 한다. 각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시각도 변했다. 바이오헬스케어, 인공지능(AI)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의 생산라인과 공급망의 리쇼어링, 즉 '국내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미국은 마스크, 의료장비 등 코로나19 대응물품 공급망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겠다고 한다. 정보은폐 의혹으로 인민의 신뢰를 잃은 중국 공산당도 민생안정을 위해 소비와 내수 부양책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미·중이 자국 생산과 내수를 강화하면 세계무역이 감소한다. 이 새로운 지형에서 대외의존도가 가장 높은 한국은 세계화의 최대 수혜국에서 세계화 퇴조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이다. 내수시장이 크지 않은 우리와 같은 중소규모 경제는 국내총생산과 일인당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경제·사회·정치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혁신에 기반한 산업구조조정을 병행해 과도한 수출 의존성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내수를 신속하게 확대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당장은 코로나19와 경제위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동시에 금세 다가올 투 트랙의 분열된 신세계질서의 특성을 이해하고 빠르게 대비하는 것이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03-26 16:39:03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주요국의 '자만심(complacency)'을 경계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소식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하락세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골드만삭스는 1·4분기 미국 경제성장이 대중 수출 및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1.2%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경제의 성장률도 5%대로 하향조정될 전망이다.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경제는 0.22%포인트 하락한다고 본다. 코로나19 장기화 땐 이미 시작된 소비 위축, 수출 감소, 고용 타격 등 경제적 파장은 실로 전방위적일 것이다. 대기업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단기적 체감고통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이상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지금은 '비상경제시국'이다. 지금은 과감하고 선제적이며 신속한 결정과 대책이 필요하다. 2020년 재정의 최대 조기집행은 물론이고 추가경정예산도 투입해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을 당초의 62% 수준이 아니라 70% 수준 이상으로 높여도 좋다. 추경도 빠르면 빠를수록 바람직하다. 국회는 정치적 계산과 정쟁을 멈추고 추경부터 속히 처리해야 한다. 재정과 추경은 단기 경기대응과 중장기 혁신성장에 동시 투입돼야 한다.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파격적인 초저금리나 무이자 지원도 필요하다. 지금은 도덕적 해이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꺼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우선순위다. 마스크, 손소독제 등 필수품을 갖춘 '코로나19 대응박스'를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도 생각해 보자.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을 높일 혁신성장의 기틀 구축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연구개발(R&D)이 핵심이다. R&D 과제성공률 99.7%는 역설적으로 실패율 99.7%이다. '실패하면 안 되는 행정'을 금과옥조로 삼는 감사의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과 미래를 바꾸는 R&D와 혁신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린다. 혁신성장의 주력산업이 될 신성장산업에 대한 정부 감사를 5년, 10년 단위로 하는 것도 혁신이다. 중앙은행의 적극성도 요구된다. 어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부동산 우려도 있고, 통화정책의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금융·물가안정 정책이다. 아울러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안전망 역할을 하는 주요국과의 두툼한 통화스와프 협정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행의 양자 통화스와프 총액은 약 800억달러로 확대할 여지가 많다. 경제적 의미를 초월하는 전략적 선택인 통화스와프 협정은 위기 시 우리의 진정한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미·중 무역분쟁, 자국제일주의, 고립주의 등의 파고 속에서 세계경제의 깊은 통합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파장과 규모를 고려할 때 국제공조 차원의 구체적 행동이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신속히 회동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G20 정상들이 글로벌 유행병에 대한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글로벌 메커니즘 구축도 시급히 논의하기 바란다.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글로벌 의제 설정에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인다면 더욱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할 것이다. 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20-02-27 17:35:21매년 12월 기다려지는 보고서가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다. 경제활동 참여 및 기회, 교육성취, 보건·수명 및 정치세력화와 미래 직업에서 성 격차를 측정·추산한다. 올해 153개 조사대상국의 성 격차 해소에는 99.5년, 한·중·일이 속한 동아시아는 139년이나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정치 분야의 더딘 진전이 큰 원인이다. 경제 부문은 작년 추산 202년보다 퇴보해 257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기회는 남성의 절반도 안 된다. 여성 이사의 비율은 2.1%로 일본(5.3%)에도 한참 뒤지는 세계 꼴찌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여성의 경제·사회 진출 확대가 필수라는 주장과 달리 현실은 달팽이보다 느리다. 일자리가 많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 여성의 낮은 진출로 인해 경제활동 참여 기회로 이어지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공학박사 과정에서 여성 비율은 단 14.1%다. 성 불균형이 성 고정관념과 격차를 악화·영속화할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AI의 성 편견을 지적해왔다. 성 편견을 걸러내진 못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버트(BERT)'에게 '보석' '아기' '돈' 등 100개의 단어를 입력하자 '엄마'라는 단어 외 99개는 남성과 연계했다는 충격적 결과도 있다.여성의 경력단절 감소대책으로 가족친화인증기업 제도가 있다. 2017년 2800개 기업에서 2018년 3328개로 늘어났지만 민간기업 참여가 저조하고, 대중의 인지도나 관심이 낮은 현실적 문제가 있다. 정책이 탄력을 받으려면 추진요인이 중요하다. 가령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되면 5년간 한시적 세액공제, 일부 세금환급 등 세제혜택을 고려할 수 있다. 기업의 변화는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가족친화인증기업 제품 우선 선택' 소비자운동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분야보다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더 아쉽다. 성 격차 지수는 0.672(1점 만점)인데 정치세력화는 0.179에 불과하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7%로 세계 평균(25%)보다 훨씬 낮다. 정치권이 여성의원 수를 줄이는 결과로 귀결될 석패율제도 논의를 포기한 것은 천만다행이다.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여성할당제를 공약한다. 한 번도 지킨 적은 없다. 생각도 의지도 없는 듯하다. '적절한 여성을 찾기 힘들다' '지역구는 험지라서 정치 무경험 여성을 공천하기 어렵다' 등 너무 뻔한 이유를 댄다. 여성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널리 찾지 않은 결과다. 정치권은 인재가 풀뿌리부터 경험하면서 정치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시스템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 여당의 586세대가 매우 남성중심적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내·외부에 있다. 오해에 불과하고 성 격차 해소에 진정성이 있음을 증명하려면 '30% 여성할당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TV에 얼굴 몇 번 비쳤다고 공천하는 기본도 룰도 없는 공천은 역사로 남기자. 많은 권한이 부여된 정치권이 단계별 계획을 세워 차세대 정치인재 양성시스템을 구축하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성 격차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송경진 FN 글로벌이슈센터장
2019-12-26 17: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