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카자흐스탄 '악타우'-조지아 '트빌리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카자흐스탄의 악타우를 출발해서 러시아를 지나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로 간다. 총 2000km가 넘는 거리로 국경을 두번 넘어야 하고 총 5일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6시간 걸리는 베뉴(Beyneu)까지는 이미 왔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이라 마음이 편하다. 매끈한 도로면에 드라이브할 맛이 나 쌩쌩 달려본다. 도로뿐 아니라 길 옆 쉼터며 화장실 등 시설들이 아주 좋다. 다음날 새벽같이 길을 나선다. 5시간 거리의 아티라우(Atyrau)가 목적지이다. 12월 외부기온은 영하4도 정도. 오늘도 오후 3~4시 정도에 아티라우에 도착해서 쉬면 좋을 것 같다. 지평선에 닿은 하늘에서 태양이 뜨며 하늘을 부드럽게 물들이고 있다. 동틀녁 드라이브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저멀리 지나가는 기차는 혹시 시베리아로 가는 열차가 아닐까? 긴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며 러시아를 지나며 있었던 일들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아티라우에서 잘 쉬고 다음은 8시간 거리의 아스트라한(Astrakhan). 오늘 다시 러시아로 들어간다. 실소가 절로 나오지만 뭐 할 수 없다. 주유도 잘 하고 계속해서 가는데 벌써 3일째 비슷비슷한 사막의 황량한 풍경에 이젠 좀 질리는 감이 있다. 점점 길 상태가 안좋아지기는 하는데 그래도 누쿠스-국경길보다는 갈만하다. 고생을 찐하게 한 후에는 웬만한 것은 별것 아니게 생각되기 마련이다 자갈길을 지나 누더기길. 사람이 사는 곳은 이미 한참 전부터 찾아볼 수가 없다.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길이 더 안 좋아진다. 아무도 없어 보이는 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경찰이 우리차를 세웠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여유가 있다. 과속도, 신호위반도 아무 잘못한 것이 없으니 떨 필요 없다. 다만 어거지쓰며 돈을 뜯어내려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서류를 들고 내려서 경찰과 한참 이야기한 후 다행히 웃으며 차로 돌아오는 탄. 경찰은 도로표지판을 가리키며 속도를 40km 이상 내지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고 또, 펜과 노트를 주며 자기 이름이 파르캇이라며 한글로 이름을 써달라는 건가 싶어 써주니 좋아하더란다. 웃으며 잘 보내주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국경이 가까워오자 다리 위의 작은 초소에서 또다시 우리를 세웠다. 여기가 국경인가 싶은데 자동차등록증과 여권 등을 보더니 간단히 보내주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났다니 희안하다. 여권을 보니 카자흐스탄 출국 도장은 찍혀있는데 러시아 입국도장은 없다. 아예 입국관련 절차가 없었던것 같다. 뭔지 모르겠다. 우리는 검문검색도 없고 그냥 출국도장 찍고 끝이라는 것이 너무 희안하다며 이상해했다. 하지만 20분이상 더 가자 드디어 익숙한 모습의 러시아 국경검문소가 등장했다. 대형트럭들이 줄서 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했다. 알고보니 이곳은 카자흐 국경을 지나 강을 넘어 10km 더 가야 러시아쪽 국경검문소가 있는 특이한 곳이었다. 다행히 입국절차가 까다롭지 않아 약 한시간정도 걸려 입국에 성공했다. 몇달만의 러시아 재입국이라 왜 다시 오냐고 따지지는 않을지, 또 당시 러시아가 전쟁 중이어서 입국을 막거나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후딱 끝나서 다시 러시아에 들어왔다. 러시아는 전시 상황이었지만 딱히 위험하거나 불편한 것이 없었다. 두나라 국경이 떨어져있다는 것을 몰라 혼란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통과했다. 어두워진 저녁 아스트라한에 도착했다. 강이 흐르고 도시 여기저기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있는 아름다운 작은 도시였다. 아스트라한에서 잘자고 다음날 7시간거리의 남쪽 그로즈니(Grozny)로 간다. 오전 8시에 출발했는데 한밤중처럼 깜깜하다. 겨울에다가 한참 북쪽이라 해가 늦게 뜨나보다. 도시를 막 벗어나자 어두운 하늘에 신기하고 거대한 노란 빛이 보였다. '여기가 지옥불이 있다는 투르크메니스탄도 아니고 저런 자연현상이 있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인공적인 조명일 것 같긴 한데 저쪽은 사람 사는 지역도 아니고 대체 저 커다란 불빛은 무얼까?' 너무 궁금했다. 마침 우리의 진행방향에 있어서 얼마후면 만날 것 같았다. 불이 난 건 아니겠지? 검은 연기같은 건 보이지 않으니 그건 아니겠고 가까이 갈수록 빛은 더 거대하게 보였다. 하늘에 타원형 거대한 빛뿐 아니라 그 아래 지상에도 마치 해가 뜨는 것처럼 작고 강한 빛이 동그랗게 보였다. 하지만 방향이 동쪽이 아니다.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점점 가까이 가자 드디어 눈으로 빛이 나오는 곳을 볼 수 있었는데 무얼 위함인지 왜 이곳에 저렇게 강한 조명들을 설치해 켜두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인공적으로 설치된 거대한 노란 조명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좀 더 드라마틱한 UFO라던지 그런 것을 기대했었는데.ㅎㅎ 나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가다보니 무슨 국경검문소같은 곳이 또 있고 차들을 세운다. 조지아는 아직 멀었는데 뭘까? 알고보니 체첸 공화국의 검문이었다. 그 후에도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까지 서너번 더 검문을 받아야했다. 이쪽 정치 상황이 안좋다던데 삼엄하게 검문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까다롭게 구는 사람도 없었고 절차도 간단했다. 그로즈니의 시내 한 숙소에서 또 하룻밤 자고 동틀무렵 조지아를 향해 출발했다. 저 멀리 웅장한 산맥이 벽처럼 늘어서있다. 저 산을 넘어야 조지아에 갈 수 있다. 오늘 드디어 조지아에 들어가는 구나. 러시아 입국 이틀만에 다시 아웃. 국경에 다가갈수록 산들이 높아진다. 산과 산 사이 계곡에 구불구불 국경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 나있다. 조지아 국경검문소에는 차들과 보행자들이 엄청 많았다. 이곳에서도 동승자는 따로 수속을 하라고 해서 나는 차에서 내려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가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어 도장을 받으려고 갔는데 내 여권을 보더니 알수없는 말을 하며 여권은 주지 않고 옆으로 비켜서 기다리라는 것 같았다. 그곳에서 이삼십분을 기다렸는데 아무도 나에게 신경을 안쓴다. 탄이 기다릴텐데 답답하고 조바심이 난다.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던 중 다른 직원 하나가 지나가다 와서 나에 대해 물어보는 것 같았다. 둘이 뭐라뭐라 이야기하더니 그제서야 나에게 오라고 하고 여권에 도장을 찍어 건네주었다. 나를 오래 붙잡아둔 직원이 미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나오게 된 것만도 감사하다 생각하고 탄이 기다리고 있을 장소로 얼른 나갔다. 아마도 그쪽 국경으로 조지아에 들어가는 한국사람이 거의 없어서 비자가 필요한지 뭔지 잘 모르는 직원이 나를 붙잡아둔 것이리라 어림짐작할 뿐이었다. 다시 탄과 까브리를 만났다. "와, 우리 이제 조지아에 들어왔다!" 중앙아시아를 벗어나 드디어 동유럽 여행이 시작된 것 같아 설레였다. 국경을 지나자 마치 스위스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설산과 예쁜 집들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동유럽의 스위스로 불리는 조지아의 대표적 관광지라고 한다. 호텔과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장거리 여행의 피로와 해지기 전 트빌리시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에 풍경이 그리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해지기전 트빌리시 도착 성공. 시내에 들어오니 차들의 색깔도 다양하고 비싼차도 많이 보인다. 5시도 안됐는데 교통체증이 장난 아니다. 확실히 우리가 익숙한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든다. 중앙아시아와는 완전 다른 세상이다. 넓은 쿠라강이 흐르고 커다란 아치형 다리도 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이번 여행중에 이렇게 큰 다리는 별로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버섯을 닮은 퍼블릭 서비스홀이며 인천공항이 생각나는 음악극장 등 현대적이고 신기한 빌딩들도 있고 또 많은 유럽풍건물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우리 숙소는 시내 중심에 있어서 교통이 매우 편할 것 같았지만 주차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약간 골목으로 들어가 있어 주차할 만한 곳을 잘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숙소까지 짐을 가지고 골목을 걸어들어가야해서 좀 힘들기는 했다. 트빌리시 물가가 비싸 4인 도미토리를 얻었는데 첫날은 우리만 방을 독차지하고 편하게 쉴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JmkbcRpHnOk?si=pcKoyNXf_Bm1MwQ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9 15:01:00<27> 카자흐스탄 악타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오후 5~6시쯤 베뉴에 도착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더 늦기전에 정비소를 찾아 차를 고치고 싶었다. 도로변 정비소를 발견하고 번역기로 시동이 안걸린다고 이야기했는데 기술자가 없다고 한다. 경정비만 하는 곳인가 싶어 다른 곳을 찾아갔다. 여기도 안된다고 해서 이 차를 고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냐고 물어보니 어떤 주소를 알려주어 다시 찾아갔다. 가보니 해가 져서 어두운데다 다니는 사람도 없고 주소의 집에는 초인종도 없어 망설이다 문을 두드려보았으나 답이 없다. 결국 베뉴에서 차를 고칠 수가 없었던 우리는 들개와 술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무섭기도 하고, 또 숙소를 잡아도 차시동을 켜둔 채로 들어가 자야하는 것이 불안해서 차라리 이곳을 떠나 길가에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나는 어제부터 험로의 긴 이동과 추위와 스트레스에 지쳐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만 겨우 쉬고 앉아있었고 운전하느라 더 힘들었을 탄이는 가까스로 남은 힘을 쥐어짜내어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자하며 몇시간을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앞차들을 의지해 달리다가 새벽 2~3시쯤 트럭들이 많이 서있는 공터에서 차를 대고 잤다. 악타우까지 가는 동안 주유할 때면 습관처럼 시동을 끌까봐 계속 긴장하며 서로 이야기해주고 밥먹거나 화장실을 위해 차를 세울 때마다 "시동!"하며 잊지않고 켜두려고 노력했다. 다음날 오전 악타우에 도착했다. 도시가 제법 크고 활기가 넘친다. 일요일인데도 문 연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정비소 문 연 곳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잘되었다. 눈에 띈 정비소에 들어갔는데 안된다고 한다. 캠핑카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 10여곳을 수소문했지만 허탕이었다 서너군데를 더 찾아가보았지만 모두 차를 고칠 수가 없다는 대답에 답답하기만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네비에서 현대자동차 매장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을 보고 찾아갔다. 차량판매와 정비를 같이 하는 곳 같다. 직원에게 번역앱으로 우리 차 상태를 이야기하니 차를 정비센터로 옮기라고 한다.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보자고 했다. 20시간 이상 켜두었던 시동을 끄는 것이 매우 불안했지만 정비사도 있고 하니 꺼보기로 했다. 중앙아시아의 현대차 전시장은 한국과 달리 매우 넓고 시설도 좋다.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하게 잘 대해주셔서 의지가 되고 신뢰가 간다. 정비센터에서 까브리의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어보니 이게 웬일, 시동이 걸린다. 너무 좋아서 박수가 절로 나온다. 여러차례 껐다 켜기를 반복했는데 이상없이 잘 작동한다. 정말 오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다. 심지어 차를 못고쳐서 여행이 중단되어 돌아갈 것까지 각오를 했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서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지 몰랐다. 사실 우리는 십년 전 아메리카 장기여행에서 차가 고장이 난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온두라스에서 두달간 차에서 자며 차를 고치려고 애쓰다 끝내 돌아와야했었기 때문에 감사가 더 컸다. 이왕 정비소에 온 김에 엔진오일과 필터 등을 교환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곳은 큰 리프트가 없어 불가능하다며 가능한 정비소를 알려주셨다. 현지 직원분은 끝까지 시동을 확인을 하며 안심시켜 주셨다.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악타우 시내로 돌아왔다. 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니 없던 힘도 솟아나는 것 같다. 반가운 버거킹에서 시로의 소울푸드인 햄버거를 먹고 와이파이로 숙소도 예약을 했다. 슈퍼마켓에서 장도 보고 숙소를 찾아갔다. 주소를 보고 찾아갔는데 이곳이 아닌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 찬스를 또 써서 주인과 전화를 해서 한참 떨어진 다른 아파트로 안내를 받았다. 처음 보는 여행자의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고 도와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구글 내비가 잘못된건지 주인이 주소를 잘못 적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제대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찾아간 곳은 마치 성처럼 보인다며 신기해했던 우리가 지나쳐온 곳이었다. 1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 여러채가 단지를 이루고 있고 정원도 매우 훌륭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인지 커다란 트리도 있고 황금말 장식에 어린이 놀이터도 잘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차를 안에 가지고 갈 수가 없어 아파트 밖 상가주차장에 세우고 왔다갔다 하며 짐을 옮겨야하는 것이 조금 불편했다. 건물 내부도 거울과 대리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돼있었고 고마운 현대식 엘리베이터도 두대나 된다. 주인은 동양계 부부였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은 듯 한국드라마와 배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파트는 깨끗하고 주방도 좋고 편안해보여서 처음엔 3일 예약을 했었는데 더 길게 머물어도 되냐고 묻고 기간을 연장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편히 푹 쉬고 밀린 작업도 하고 싶었다. 지독한 강행군으로 탄이 병이 나버렸다 숙소에 짐을 풀자 탄이가 몸져 누웠다. 긴장이 풀어지며 몸살이 났나보다. 몇일간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렇게 탄이는 2~3일을 침대에서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약을 먹으며 쉬어야 했다. 밤이 되면 아파트 건물과 광장의 트리에 조명이 아름답게 들어와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난다. 아픈 탄이랑 오붓하게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근처 상점에서 조각케이크와 생강빵과자를 살 수 있어서 조금 위안이 되었다. 몇일 푹 쉬고난 탄은 잘 회복해서 같이 고깃국도 끓여먹고 소소하게 작업도 하며 휴식의 시간을 갖었다. 탄이가 기운을 차린 후 우리는 악타우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영사관을 찾아갔다. 구글 네비에 번번히 골탕을 먹어왔는데 이번도 역시 이상한 가정주택들이 즐비한 동네로 안내를 하기에 의심스러웠는데 해당주소의 집을 두드려 물어보니 이곳은 아니고 골목따라 조금 더 가면 있다고 알려주셨다. 역시 러시아권쪽에서 구글 네비게이션은 믿을 것이 못된다. 알려주신대로 가보았더니 정말 영사관이 있을 것 같지 않던 동네에 떡하니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나부끼는 영사관이 있었다. 입구에 경비원께 바쿠로 가기 위해 비자신청을 하러 왔다고 하니 여권을 보여달라고 한 후 안으로 안내해주셨다. 영사관 내부는 멋지게 잘 꾸며져있었고 직원들 두세분이 나오더니 우리에게 친절하게 열심히 설명을 해주셨다. 결론적으로 페리는 코로나 이후로 여객(사람)운송을 안해서 바쿠로 가려면 차는 배로, 사람은 비행기를 타야한다고 한다. 배도 비정기적으로 운항해서 언제 출항하는지 선사를 찾아가 알아봐야한다고 했으며 코로나 음성확인서, 백신접종증명서등 각종 서류도 필요하다고 한다. 악타우에서 바쿠가는 페리 탑승이 '동해-블라디보스톡 구간' 만큼이나 어렵고 복잡하다. 둘이 긴 의논끝에 말도 잘 안통하는 곳에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복잡한 서류를 다 준비하는 것 보다 좀 돌더라도 육로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악타우에서 다시 베뉴를 지나 러시아의 아티라우, 아스트라한을 거쳐 조지아에 가는 경로로 정했다. 이쪽 길도 베뉴-아스트라한 사이의 길이 악명이 높다고 들어서 차를 제대로 정비하고 가고싶었다. 현대차 매니저님께 소개받은 정비소에 가서 엔진오일과 한국에서 가져온 연료필터를 교체했다. 타이어 공기압도 체크하고나니 마음이 든든하다. 체력과 자동차 관리를 받고 잘 쉬고 또 다음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준 악타우가 좋은 느낌으로 남았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RxgG4EeEtF0?si=yj5jzbQcD6g7lAbV>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22 10:42:09[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9>] 조지아 '바투미'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트빌리시에서 여러나라 친구들과 함께 맞은 새해 이벤트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역시 우리는 큰도시와 안 친하다. 흑해 연안의 소도시 바투미에 가서 넉넉히 머무르며 쉬고 밀린 영상작업도 하기로 하고 트빌리시를 떠난다. 트빌리시에서 바투미까지는 자동차로 6시간 거리이다. 아침일찍 출발했는데 다행히 휴일이어서인지 교통체증없이 빠져나왔다. 도로상태도 좋고 날씨도 좋다. 지금껏 다녔던 스탄국가와 뭔가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다. 길가에 멋진 휴게소와 주유소도 보이고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긴 시간을 이동하던 중 나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탄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10년전 아메리카 장기여행을 할때말야 캐나다, 미국같이 잘사는 나라에서 멕시코-과테말라 등 점점 못사는 나라로 이동했었잖아. 그때는 사회 인프라며 치안 등이 점점 안좋은 나라로 이동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가난한 나라에서 점점 잘사는 나라로 이동 중이라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물가가 점점 비싸지는 것이 힘드네. 디젤가격, 식비, 숙박비가 점점 더 들고 어려워지니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 그러자 탄이 이야기했다. "맞아, 그래서 긍정의 힘이 중요한 것 같아. 힘들고 어려운 것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모든 일에 부정적이 될 수 밖에 없어. 어떤 일이라도 긍정적인 면을 찾고 감사할 것에 생각을 집중하면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될거야." 참으로 그랬다. 길옆에 지나가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중앙아시아의 황량함에 익숙해있다가 물도 많고 푸르른 들판을 보니 마냥 좋았다. 사방을 둘러보다보면 산이 보이는 것도 너무 반가왔다. 한참을 달려와서 드디어 바투미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바다, 흑해다.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카스피해를 만나고 이제 흑해에 왔다. 바투미는 조지아 최대의 항구도시라더니 과연 커다란 컨테이너선들과 대형 크레인이 많아 무척 활기차 보였다. 이곳은 유럽풍의 예쁜 건물들과 현대적인 고층빌딩들이 조화를 이루며 있었다. 머리위로 케이블카도 다닌다. 잘 정돈된 깨끗한 거리와 가로수가 야자수인 이국적인 풍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Orbi city라는 거대한 3개 동의 빌딩이었다. 현지 사람이 생활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개인들이 사서 공유숙소로 대여를 해주는 분위기였다. 프론트에서 키를 받으려는데 집주인과 소통이 잘 안되었는지 문제가 있어서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한시간반을 기다려 겨우 카드키를 받을 수 있었다. 한쪽은 바다가, 다른 쪽은 바투미 시내가 보이는 베란다가 있는 원룸이었는데 간단한 주방도 있고 둘이 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하루 18달러로 가격이 매우 좋아서 모든 것이 다 용서가 된다. 이곳에서 예약한 것보다 열흘정도 더 머물기로 결정하고 집주인에게 연장요청을 했다. 오랜만에 집같은 곳에 머물게 되어 너무 좋았다. 저녁때 베란다에 나와 바다를 보면 석양이 아름답게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나와 3분만 걸어가면 바닷가이다. 흑해의 모래사장은 곱고 보드라운 까만 모래와 동글동글 귀여운 자갈로 이루어져있다. 여행지에서 돌이나 모래를 가져오는 것이 금지된 경우가 많아서 참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갈이 너무나 희고 동그란 찹쌀떡같이 예쁘게 보여서 참지 못하고 결국 대여섯개나 줍고 말았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고 바닷가를 떠날때 모두 놓아두었다. 그래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으니 됐다.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와 공원이 잘 꾸며져 있어서 걸어다니기에 참 좋았다. 바투미에서 머무는 동안 탄의 생일이 되었다. 아침에 생일기념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으로 쇠고기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스팸과 계란후라이까지 그럴듯한 한상차림으로 잘 먹고 어떤 선물을 원하냐고 탄에게 물어보니 즐겨입던 옷에 구멍이 났다며 보여주는데 깜짝 놀랄만큼 커다란 구멍들이 양쪽 겨드랑이에 난리도 아니다. 탄이 그동안 이런 옷을 입고 다녔다니, 내가 너무 무심했나 보다. 시내에 바투미 몰이라는 곳에 가서 탄의 옷을 골라주었다. 가로줄무늬가 있는 긴팔 니트였는데 탄이 입어보고는 매우 좋아한다. 점심에는 탄의 생일을 기념으로 맥도날드 매장에 갔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신기한 건물이다. 키오스크에서 영어로 주문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조지아 글자는 예쁘긴 하나 절대 읽을 수가 없다. 2층의 야외 좌석에서 식사를 했는데 우리가 본 중 시설이 가장 멋진 맥도날드 매장이었다. 케찹은 안주지만 자리로 서빙을 해준다. 이럴줄 알고 가방에 쭉 가지고 다녔던 케찹을 꺼냈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버거킹과 KFC 케찹이다. 역시 햄버거와 감자튀김은 어디서건 맛있었다. 촛불도 케잌도 없지만 조촐한 우리끼리의 생일파티를 했다. 맥도날드에서 꺼낸 한국발 '버거킹, KFC케챱'...케챱을 돈주고 사먹는건 사치다! 이슬람 국가를 벗어났으니 이제 돼지고기를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마트에서 계란과 고기와 과일등을 잔뜩 사와서 하루는 돼지고기를 구워 고추와 마늘과 함께 상추쌈을 먹고, 또 하루는 스파게티면으로 자장면을 해먹고 냉동 오징어 등 해물도 사서 짬뽕도 해먹었다. 하루는 탄이 카우치서핑을 통해 알게된 프랑스의 Yon이라는 친구가 추천해준 레스토랑에 가보자고 한다. 그 친구도 장기여행 중인데 얼마전 바투미에서 6개월간 살았다고 한다.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다니 기대가 된다. 길가에 위치한 'Leuville' 라는 레스토랑은 인도 한쪽을 막고 야외좌석을 만들어놨는데 여기는 이런 것도 가능한가 싶었다. 들어가는 문이 희안한 방식으로 열린다. 힌지가 가운데 있어 문을 90도 돌리면 양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도 힙한 분위기가 멋스러웠고 주문은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방식이라 익숙하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잘 했다.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하차푸리, 그리고 새우튀김 샐러드 등을 먹었는데 간도 잘 맞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며칠 후 1월 14일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밖에서 심상치않은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점점 커져서 대체 뭔가 싶어 베란다로 나가보니 바투미 시내쪽에서 폭죽이 엄청나게 터지고 있었다. 조지아는 정교회의 율리우스력 새해를 축하하는 풍습이 있어 우리의 신-구정처럼 새해를 두번 축하한다고 들었었는데 오늘이 그날인가보다. 휘파람소리등 환호성같은 소리도 계속해서 들리고 온 도시에서 쉴새없이 폭죽이 난리였다. 이미 1월 1일에 트빌리시에서 엄청난 새해축하 이벤트를 경험한 우리는 이번에는 숙소 베란다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며 불꽃놀이가 정신없이 계속되는 야경을 편안하게 감상했다.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조지아가 새해를 맞기 가장 멋진 나라라며 이런 불꽃놀이를 2번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 것이 생각났다. 트빌리시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우리가 머물고있는 Orbi city는 가격과 시설 위치 등 다 좋은데 하나 아쉬운 것은 까브리 주차할 곳이 마땅치않아 한참 떨어진 길가에 세워두어야 했다. 짐을 가지러 가거나 할 때면 꽤 먼 거리를 왕복해야했다. 캥핑카의 앞유리 금이 어느새 20cm 정도로 길어졌다 여러날을 숙소에만 있다가 까브리에 가보니 앞유리의 금이 확 길어져있었다. 우즈벡에서 적은 돈으로 대충 때운 것이 아무래도 미봉책이었나보다. 계속 금이 커지고 위험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어 대형 정비센터를 수소문해서 찾아갔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도 여럿이고 무척 크고 제대로된 정비센터같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유리를 팔 뿐 교체는 다른 곳에서 해야한다고 해서 물어물어 10분 거리의 차량 유리교체 전문점을 찾아갔다. 넓은 주차장에 대형트럭들이 서있는 끝에 까브리가 서있는데 트럭들에 비해 매우 앙증맞아 귀여워 보였다. 대형차량 위주로 서비스를 하는 곳인가 하며 사장님께 유리교체에 대해 물어보려는데 영어를 못하셔서 스마트폰의 번역앱으로 어렵게 소통을 시도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손님이 우리를 보고 영어를 할 수 있다며 통역을 자처해주셨다. 덕분에 필요한 것을 물어볼 수 있었고 사장님은 까브리로 와서 유리 크기도 재고 부품이 있는지도 이곳저곳에 전화하며 알아봐주셨는데 우리가 곧 튀르키예로 갈거라는 이야기를 듣자 이곳에는 까브리 차종인 포터2의 유리가 없어 튀르키예에서 주문해 와야하는데 5일이 걸린다며 그곳에 가서 고치는 것이 나을거라고 이야기 해주셨다. 튀르키예의 트라브존에 가면 바로 고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가 어려워 긴장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최선의 선택지를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했다. 우리는 보름간 바투미에서 잘 쉬고 흑해를 원없이 즐기고 밀린 작업도 잘 할 수 있었다. 여행을 계속할 새 힘을 얻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rc_87hS1vqI?si=_OEjakcEGe2UyKDy>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2 10:32:35<26>국경을 넘어 카자흐스탄으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한달여간의 우즈벡 여행을 마치고 오늘은 국경을 넘는다. 타슈켄트에서부터 앞으로의 경로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우리가 원한 최선의 경로는 우즈벡 남서쪽의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나 이란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투르크메니스탄 가는 방법이 쉽지 않았다. 코로나 전에는 3~5일짜리 경유(Transit)비자가 있었다는데 발급이 중단된 듯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타슈켄트에 있을때 투르크메니스탄 대사관을 찾아가 한시간을 기다려 겨우 직원을 만나 물어보았는데 초청장이 있으면 몰라도 외국인 입국이 금지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또한 이란도 까르네(무관세 통행증)가 필요하며 대행사 등을 통해 미리 행정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꽤 많은 돈이 드는 것 같았고 운이 나쁘면 돈을 내도 입국이 안될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쪽 경로는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북쪽으로 카스피해를 돌아 가야했는데 국경지나는 것을 최소화하기위해 일단 카자흐스탄에 재입국해서 카스피해 연안의 악타우에서 배에 차를 실어 아제르바이잔으로 보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구글 맵에 누쿠스에서 악타우까지는 약 1000km거리에 14시간이 걸린다고 나온다. 하지만 경험상 +3~4시간이다. 압둑의 아버지께서 이 구간의 길이 매우 안좋고 국경 전엔 주유소나 마을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주셨다. 까브리가 캠핑카이니 숙소나 마을이 없어도 아무데서나 쉬고 밥을 해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어제 시내에서 주유소 두 곳을 찾아갔었는데 디젤이 없었다. 가는 길에 살 수 있겠지 했는데 허름한 주유소를 하나 찾아내어 들러봤지만 역시 디젤은 없었다. 더 가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나올까봐 다시 누쿠스로 돌아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 사막 한가운데 있는 식당겸 트럭 휴게소를 발견했다. 현지분들께 번역앱을 동원해 경유를 파는 가까운 주유소를 물어본다. 러시아어를 쓰는지 페르시아어를 쓰는지 우즈벡어를 쓰는지 모르니 번역앱도 무용인 경우가 많다. 손짓 발짓까지 동원해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니 황당하게도 여기에서 디젤을 판다고 한다. 품질이고 가격이고 따질 상황이 아니다. 디젤이 있다는게 반가와 당장 30리터를 달라고 했다. 직원 두분이 말통에 담은 디젤을 가져와 까브리 연료통에 넣어주었다. 이제 좀 안심이 된다. 이정도면 국경 지나 베뉴까지도 문제 없다. 누쿠스에서 멀어지니 사방이 평평하고 누런 사막이 시작되고 도로 상태가 안좋아진다. 와아...단언컨대 지금껏 경험한 최악의 도로다. 아스팔트를 몇십년간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게 되었다. 구겨진 옷의 주름이 잡히듯 쪼글쪼글한 아스팔트에 바퀴가 반이상 빠질듯한 크고 깊은 구멍이 계속 이어진다. 길이 얼마나 안좋은지 도로 옆에는 차들이 아스팔트 길을 피해 맨땅으로 다녀서 만들어진 흙길도 보인다. 차라리 흙길이 나을까 싶어 우리도 한번 가보았는데 울퉁불퉁 차가 미친듯 요동치고 흙먼지가 엄청나게 날려서 딱히 나을 것도 없다. 엉망인 도로탓에 사람도 차도 생고생이다. 10~20km밖에 속도를 낼 수가 없다. 그마저 악성 구간을 피하려고 가다서다를 반복해야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 12시간을 왔는데 국경은 아직 한참 남았고 날은 어두워져버렸다. 마땅히 쉴 곳도 없어 밤에도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가는 것이 위험한 것을 넘어 공포스럽기 까지 했다. 그냥도 12시간을 운전하면 어마어마하게 피곤할텐데 길 상태에 온 신경을 쏟아부으며 운전한 탄이 기절할 정도로 힘들어 한다. 공터고 뭐고 아무것도 없지만 도로를 조금 벗어나 흙바닥 위에 차를 세웠다. 사막의 추위에 수많은 별들도 눈에 안들어온다. 무시동 히터를 켜고 전기요를 의지해 잠을 청해보았다. 밤새 추위와 싸우다 살아서 눈을 떠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아침기온 영하 7도. 체감은 -10도가 훨씬 넘는 듯 무섭게 춥다. 오늘은 꼭 국경을 넘자! 하며 기운차게 출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화이팅하며 출발한지 30분도 채 안되어 갑자기 도로위에서 시동이 꺼졌다. 어제 거친 도로에 종일 시달리느라 까브리가 병이 난걸까? 추운 날씨에 오그라든 손으로 겨우 점프용 예비 배터리를 연결해보았다. 여전히 시동이 안 걸린다. 어제 넣은 경유가 문제일까? 영하의 날씨에 얼어버렸나? 궁여지책으로 휴대용 버너를 차 아래에 놓고 연료통을 데워보려 했지만 영하의 세찬 바람에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전화한통으로 견인 출동 서비스를 불렀을텐데. 막막했다. 도로위에서 차가 멈춰버렸다. 배터리 점프도 해보고 연료통도 데워보지만 소용없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해결될지도 모르겠지만. 바이칼호에서 우리가 견인을 해주었던 생각이 났다. 우리가 견인을 받아야하는 일이 생길줄은 몰랐는데. 이 길을 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시동이 안 걸리니 히터도 안되서 추위에 덜덜 떨며 마냥 기다린다. 한참만에 대형트럭이 한대, 두 대 서주었는데 언어 소통이 안되어 결국 그냥 가버리고 망연자실 그저 착한 사마리아인같은 분이 나타나시기를 빌고 또 빌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차가 멈춘지 3시간이 지났을때 드디어 생명의 은인이 나타나셨다. 크고 힘세보이는 대형트럭도 여러대 그냥 지나갔는데 정작 우리를 도와준 것은 딱 봐도 수십년은 된 듯한 낡은 밴 뒤에 달구지까지 매단 차. 길이 너무 험해서 섣불리 견인해주겠다 나서지 못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분은 우리차를 보자마자 견인줄을 준비해서 달구지와 까브리에 묶는다. 이제 살았다 싶고 너무너무 감사하다. 드디어 밴이 끄는 대로 까브리가 움직인다. 서너시간 만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밴 기사님이 운전을 매우 잘하시는 분이었다. 길이 워낙 험해서 그냥 가기도 위험한 길을 우리 1톤 트럭을 매달고 잘도 가신다. 하지만 험로에 앞차가 언제 급제동을 할 지 알 수 없기에 탄이는 초긴장모드로 오른팔에 심한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사이드 브레이크를 수없이 잡아당겨야 했다. 30분쯤 지나 탄이 약간 여유가 생겼는지 "개인적으로는 대형트럭보다 밴 사이즈의 차가 견인해주어서 따라가기가 훨씬 나아"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견인줄이 툭 끊겼다. 헉. 탄이 크락션을 울려 신호를 한다. 밴 기사님은 차를 세우고 다시 견인줄을 까브리에 묶는다. 길이 험해 견인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니 견인줄이 끊어지는 것 쯤은 당연하다 싶다. 끈이 무지 오래된 듯 낡기도 했다. 앞차는 길이 조금이라도 좋다 싶으면 막 달린다. 그러면 오래된 아스팔트에서 자갈들이 탁탁 소리를 내며 마구 날라온다. 이미 금간 앞유리가 완전히 깨져버리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는게 중요하다. 천천히 가자고 할 수도 없는 상황. 끈에 묶인 채 앞차에 매달려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참 가다가 길에 서있는 승용차 앞에서 밴이 차를 멈추었다. 어리둥절 내려보니 역시나 고장차량이다. 이미 한대를 구조해 견인중이면서도 또 다른 어려운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신가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참 대단하다. 이 차량은 앞 타이어 하나가 완전히 빠져 길에 놓여있는데 타이어를 연결하는 쇠부속이 부서진듯 했다. 밴 기사님은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무슨 조치를 한 후 우리는 다시 출발했다. 두어시간이 지나 국경 근처의 한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훨씬 지났지만 나는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탄이도 마찬가지였지만 밴기사님께 식사대접이라도 하겠다며 식당에 들어갔다. 식사 후 차 고칠 곳을 물어보니 근처에는 정비소가 없다고 한다. 이대로 견인된 채 국경을 넘을 수 있을까? 밴기사님과 식당주인분이 나와 까브리를 이리저리 살펴보신다. 퓨즈 박스도 열어보고 엔진룸도 열어보고 그러더니 견인 중 시동을 걸어보잔다. 탄이 안해본 게 아니어서 별 기대는 안되었지만 두분이 봐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 고마와 밴의 달구지는 빼고 우리차를 직접 묶어 견인하며 식당사장님이 우리차를 운전하였다. 식당 주차장을 한바퀴 돌기도 전에 "부릉~"하며 시동이 걸렸다. 나는 옆좌석에 앉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이야~!"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얼떨떨한 얼굴로 탄이가 다가온다. 이럴수가! 까브리가 다시 살아났다!! 눈물이 날 정도로 까브리 엔진소리가 반가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엔진을 끄고 다시 시동을 걸어보니 안 걸린다. 다시 밴으로 견인해서 시동을 걸었더니 다행히 또 걸렸다. 두분 모두 이대로 운전하고 가되 정비가 가능한 곳까지 가기 전에는 절대로 시동을 끄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말은 안통해도 무슨 이야긴지 너무 잘 알것 같았다. 2시간 이상을 무시무시한 험로를 견인해주신 밴기사님을 탄이는 꼭 안아드리고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한국 과자등 선물과 사례로 100달러를 드렸다. 더 달라면 더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탄이는 왜 자기가 했을때는 안됐을까 매우 의아해했지만 어쨌든 시동이 걸린 것을 신통방통해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6시간만에 시동이 걸려 까브리가 다시 스스로 움직여서 다니는 것이 너무너무 고마울 뿐이었다. 식당에서 약 30분정도 더 가니 국경사무소가 나왔다. 우즈벡에서는 여행자가 어디에 묵었는지 거주지 증명이 필요하다고 해서 가는 곳마다 시간과 돈을 들여 서류를 준비해왔는데 국경에서는 아무도 보자고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좀 아까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준비해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국경에 서있는 차들 맨 뒤에 줄을 서니 앞에 낯익은 밴이 보인다. 먼저와서 줄서고 계시는 우리 은인. 카자흐스탄 국경수비대 분들이 웃으며 반겨주셨다. 국경에서 나 혼자 또 내려서 걸어가야 할 것을 각오하고 핫팩과 옷등 추위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었는데 차에 그냥 타고 있으라며 친절히 배려해주셨다. 국경에서 이런 환대는 처음이다. 탄이 차에서 내려 서류작업을 하고 돌아와서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며 보여준다. 와, 꽤 멋진 남자향수다. 수비대의 젊은 친구 한사람이 계속 정말 잘 도와주었고 마지막엔 이 것까지 선물해줬다고 한다. 그 친구 말고도 한국 자동차 등록증이 생소하다보니까 하나 둘 여러 사람들이 모여들어 차근차근 물어보고 굉장히 호의적으로 수속 밟는 것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덕분에 무사히 기분좋게 통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경통과는 항상 스트레스 받고 힘든 일이었는데 오늘은 여러모로 감동이었다. '일희일비'라고 나쁜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것 같다. 어제부터의 고생을 조금 위로받는 듯 했다.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니 길이 갑자기 너무 좋아졌다. 어제 종일, 그리고 아침에도 그 악몽같은 험한 길을 비틀대며 지나와야했는데 비단결같은 아스팔트가 진심 감동스럽다. 다음 목적지인 베뉴에 가서 차도 고치고 숙소도 잡아야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QMehVDxsPGQ?si=zf30tAbmRBYQu1wt>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8-14 10:51:49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이 중앙아시아 물류 노선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시와 경제진흥원은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중앙아시아 주요국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물류개척단을 파견했다고 6일 밝혔다. 경제진흥원, 부산연구원, 장금상선, 유니코로지스틱스 등 기관과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이번 물류개척단은 중앙아시아 주요기관과 시설을 방문, 현지 물류현황을 파악하고 부산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육상 물류노선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육로 물류운송의 핵심지역이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대체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시와 경제진흥원은 물류개척단을 파견해 부산과 중앙아시아 주요 도시 간 물류환경개선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제협력의 관계를 다졌다.먼저 지난 8월 29일 물류개척단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부산-중앙아 경제협력포럼'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사마르칸트 주정부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국의 상공회의소 관계자가 참석해 부산과 중앙아시아의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8월 31일에는 카자흐스탄 악타우시 우정의 집에서 '부산-악타우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 주정부와의 협업으로 성사됐다.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 부주지사, 악타우시 부시장, 악타우항, 쿠리크항, 카자흐 투자청, 카자흐 철도청 등 현지 물류관련 기관 관계자 등 40여명이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해 카자흐스탄 현지 물류노선 현황과 부산과 악타우 간 상호 협력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공유했다. 아울러 물류개척단은 카자흐스탄 악타우 경제특별구역과 악타우항, 아제르바이잔 바쿠 경제자유구역과 바쿠항을 각각 방문해 각 지역 현지 물류현황을 파악하고 부산과의 협력방안을 도모했다. 경제진흥원 진양현 원장은 "EU의 러시아 제재와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카스피 해를 통과하는 중앙회랑(TITR)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물류개척단 파견이 물류노선 확장과 중앙아시아 경제권 시장개척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3-09-06 18:29:36[파이낸셜뉴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이 중앙아시아 물류 노선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시와 경제진흥원은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중앙아시아 주요국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으로 물류개척단을 파견했다고 6일 밝혔다. 경제진흥원, 부산연구원, 장금상선, 유니코로지스틱스 등 기관과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이번 물류개척단은 중앙아시아 주요기관과 시설을 방문, 현지 물류현황을 파악하고 부산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육상 물류노선의 활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육로 물류운송의 핵심지역이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대체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시와 경제진흥원은 물류개척단을 파견해 부산과 중앙아시아 주요 도시 간 물류환경개선과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제협력의 관계를 다졌다. 먼저 지난 8월 29일 물류개척단은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부산-중앙아 경제협력포럼'을 진행했다. 이 행사에는 사마르칸트 주정부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4개국의 상공회의소 관계자가 참석해 부산과 중앙아시아의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8월 31일에는 카자흐스탄 악타우시 우정의 집에서 '부산-악타우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 주정부와의 협업으로 성사됐다. 카자흐스탄 망기스타우 부주지사, 악타우시 부시장, 악타우항, 쿠리크항, 카자흐 투자청, 카자흐 철도청 등 현지 물류관련 기관 관계자 등 40여명이 라운드테이블에 참가해 카자흐스탄 현지 물류노선 현황과 부산과 악타우 간 상호 협력 방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공유했다. 아울러 물류개척단은 카자흐스탄 악타우 경제특별구역과 악타우항, 아제르바이잔 바쿠 경제자유구역과 바쿠항을 각각 방문해 각 지역 현지 물류현황을 파악하고 부산과의 협력방안을 도모했다. 경제진흥원 진양현 원장은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를 잇는 중간지역에 위치해 부산발 유럽행 육상 물류운송에 중요한 역할을 지닌 지역”이라며 “특히 EU의 러시아 제재와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카스피 해를 통과하는 중앙회랑(TITR)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물류개척단 파견이 물류노선 확장과 중앙아시아 경제권 시장개척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3-09-06 09:36:46【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역에 56번 째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발생했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전날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입국한 31세 남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는 입국한 날 KTX울산역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검사를 받았다. 이 남성은 회사원으로 지난 1월 2일 악타우에서 파견근무 중이었다. 현재는 울산시 남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동거 가족은 없다. 울산대학교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다.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0-07-14 10:16:31지하 3000m서 원유 뽑아내 현장서 바로 각국으로 수출 중소도시 하루 쓸 양 생산 年 영업이익 1억5400만弗 국내선 자원개발 비난만.. 中은 국가 나서 광구매입 석유공사의 카자흐스탄 사업은 해외자원 개발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분류된다. 아리스탄 광구의 시설 전경. 【 악타우(카자흐스탄)=이유범 기자】 서울에서 7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 이곳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3시간을 더 가서 도착한 악타우 시는 카자흐스탄의 원유 자원이 풍부하게 묻혀있어 주목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자원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한국석유공사 역시 이곳에서 글로벌 석유회사들과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특히 석유공사의 카자흐스탄 사업은 투자 이후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자원 개발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리스탄 광구 자원개발의 핵심 석유공사의 카자흐스탄 사업은 크게 아리스탄 광구와 쿨잔 광구로 나눌 수 있다. 지난 7일 취재진은 생산량이 비교적 많은 아리스탄 광구를 찾았다. 아리스탄 광구는 악타우에서 승합차를 타고 사막을 지나 6시간가량 지나고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석유공사는 아리스탄 광구에서 지상에서 펌프를 통해 지하 3000m까지 압력을 넣는 방식으로 검고 끈적한 원유를 뽑아낸다. 원유샘플링장에서는 실제 원유를 만져볼 수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원유는 원유중간집하시설로 보내졌다가 중앙처리시설(CPF)로 보내 이곳에서 석유와 가스.물로 각각 분리돼 세계 각국으로 수출된다. 다만 국내 석유수급이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경우 국내로 도입된다. 아리스탄광구(추정 매장량 5530만배럴)는 올해 4월부터 하루 6561배럴, 쿨잔광구(매장량 620만배럴)는 2728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보통 중소도시가 하루 소비하는 물량과 비슷하다. 석유와 가스 판매로 인한 연간 영업이익률도 1억5400만달러에 달했다. 사업 시작 불과 10년 만에 투자수익을 올리는 건 물론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것이다. ■자원 개발, 중장기적 시각 필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실 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본사인 석유공사가 해외자원 개발 실패라는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자원개발 사업의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 10개 광구를 탐사·개발해도 성공률은 10% 안팎이다. 하지만 1개 광구의 개발이 성공하면 나머지 광구의 손실을 메울 정도로 이익이 크게 난다. 석유공사는 카자흐스탄 8개 광구에서 올해 총 5억3700만달러의 매출과 1억5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8개 광구에서 예상되는 평균 영업이익률은 29%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나 애플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석유공사는 내년도 자원개발 예산이 깎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의 자원개발 성공사례보다는 실패사례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반면 중국의 움직임은 우리와 반대다. 최근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하락하는 상황을 광구매입의 적기라고 보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중국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카자흐스탄 광구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게 석유공사의 설명이다. 특히 중국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원개발 정책의 방향이 바뀌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신석우 석유공사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해외자원개발은 실패사례만을 본다면 결코 투자가 이뤄질 수 없다"며 "중국과 같이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자원개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2014-12-18 17:31:11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자금을 지원하는 해외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일할 한국인 컨설턴트를 채용한다. 한국무역협회와 기획재정부는 EBRD대표단이 오는 12월초 한국무역협회 주선으로 방한해 한국인 컨설턴트만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경영 컨설턴트 풀(Pool)을 모집하고, EBRD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컨설턴트 5∼6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채용하는 컨설턴트는 EBRD의 지원하에 몽골, 터키, 몬테네그로, 키르키즈공화국 등의 국가가 추진하는 컨설팅 프로젝트에서 일한다. 이번 EBRD의 국내 컨설턴트 채용은 지난 6월 무역협회와 EBRD간 업무협정(MOU) 체결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한편, 무역협회는 최근 EBRD의 요청에 따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악타우(Aktau)시 쓰레기처리장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컨설팅에 참여할 국내기관 및 기업을 모집 중이다. 컨설팅 사업 이후 2300만달러 규모의 본 사업을 우리기업이 수주할 것으로 협회는 기대하고 있다. 안근배 무역협회 IT전략실장은 “국제금융기구에 우리나라 컨설턴트가 진출하는 것은 국제조달 입찰 프로젝트에 국내기업이 참여하는 길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면서 “무역협회는 앞으로도 국제금융기구와의 협력을 강화해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jung@fnnews.com정상균기자
2010-11-05 16: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