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의사들은 병원 복귀를 거부하고 정부는 면허정지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면 환자는 어떻게 되는가. 특히 응급환자나 수술을 제때 받아야 하는 환자는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 정부와 의사의 강대강 대결이 목숨을 좌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연세대 의대생들은 지난달 26일 졸업식에서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소리 내어 선서했다. 의사의 양심과 의무를 담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이다. 이제 곧 의사의 길로 접어들 사람들이다.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먼저 생각하겠다는 다짐이며, 의사라면 누구나 했을 선서다. 똑같이 선서를 했을 전공의들이 지금 신음하는 환자를 팽개치고 그들이 비웃던 시위꾼들처럼 거리로 나서 떼를 쓰고 있다. 선서문은 그냥 생각 없이, 의무감에서 읽었을 뿐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가운을 입은 것 같은 의사들의 속내를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무슨 변명을 해도 의사들은 '밥그릇 투쟁'을 하고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른다. 변호사를 한 해에 1000명씩 뽑는다고 할 때도 이런 반발은 없었다. 의사들은 왜 이럴까. 그들은 환자의 목숨을 자기들 손에 쥔, 즉 인간 생명을 무기로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다. 응급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 정부가 손을 들 줄 알 것이다. 얼마나 비열하고 졸렬한가. 세상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래서 의사들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도 환자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의사의 직분이다. 그러잖으면 의사로서 자격이 없다. 타이태닉호의 선장은 승객이 다 탈출하는 것을 보고 마지막까지 배와 운명을 같이했다. 방금 전까지 치료하던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수 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자신의 가족이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도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인가. 의사에게 환자는 일시적 가족과 같은 개념이다.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고, 나았을 때 기뻐하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눈물로 유족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인술(仁術)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인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의사들이 고생하는 것은 안다. 국민들은 병을 고쳐주는 의사를 적대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너무 돈벌이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보니 소아과나 외과 등을 기피하고, 치료를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들의 모습을 흔히 보았다. 서울에서도 분야만 잘 고르면 돈벌이가 되니 지방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작금의 사태가 그래서 발생한 것 아닌가. 코로나 팬데믹 때 땀을 철철 흘리며 검사를 하던 의사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국민들은 위급할 때 몸을 내던질 줄 아는 의사를 존경하면서 환자의 곁에서 애를 태우며 치료에 전력을 기울이는 의사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한다. 의사들은 지금 바로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2024-03-04 18:54:44[파이낸셜뉴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전편들을 뛰어넘는 시리즈 최고 사전 예매량(32만장)을 기록하며 어제(20일) 개봉했다. '노량'은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2014)과 지난여름 726만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를 잇는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이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은 “허구 같은 장면이 진짜인 경우가 많다. 고증과 본질적 메시지 그리고 그 사이 창작자의 양심같은 것이 하나로 결합될 때 좋은 사극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 하에 연출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 허구인지 진짜인지 궁금한 부분을 정리했다. ■ 귀신 장수 이순신? “실제로 막내아들 꿈에 나타나”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 영리하고 무예가 출중했던 막내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이렇게 통곡하며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은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라며 울부짖었다(‘난중일기’ 더스토리).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문을 여는 '노량'은 경상도 남해현 노량해협의 겨울 바다에서 살아 돌아가려는 왜와 조-명 연합 수군이 이틀에 걸쳐 펼친 난전과 7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순신의 결의를 조명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 이순신(김윤석 분)의 고통이 꿈속 장면을 통해 절절히 표현된다. 이 꿈속 장면은 흔히 100% 영화적 상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난중일기’에 기반에 둔 것이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절대적 순간에 선몽을 많이 꿨다. “귀신 장수”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꿈속에서 어떤 선인이 이렇게 싸우면 이기고 저렇게 싸우면 진다는 식의 전략 전술을 알려주기도 했고, 죽은 아들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죽인 자가 아군 진영 포로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노량’에서는 퇴각하려는 일본군을 조용히 보내 왜와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명의 장수 진린(정재영 분)이 왜를 끝까지 섬멸하려는 이순신과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진린은 면을 죽인 일본군 포로를 이순신에게 내어주며 원한이라도 풀라고 한다. 이순신은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시 꿈속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진 시마즈 “살아서 본국 귀환” 백윤식이 연기한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는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일본 측 지휘관으로 당시 퇴로를 찾다가 관음포에 갇히고, 수차례 탈출 시도를 하다가 어떻게든 탈출에 성공했으나 대부분 함대가 수장된다. 비록 전 투에서 패해 전력을 모두 잃었지만 시마즈가 조선 수군을 공격함으로써 해상봉쇄가 일시적으로 풀렸고 덕분에 일본군의 퇴로가 열렸다는 점이 인정되어 전후 봉록을 받았다. 또한 '난중잡록' 등에 의하면 이순신을 저격하여 전사시킨 조총병 부대가 시마즈 부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김한민 감독은 “시마즈는 지금의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 출신이다. 아이러니하게 메이지 유신(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천황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립된 사건)을 일으킨 지역이고 이후에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지역의 맹주였던 시마즈가 (노량해전의) 중심에 있었다”고 극중 백윤식이 연기한 왜군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를 언급했다. 앞서 백윤식은 “전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은 노련한 전력가이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이순신에 맞서는 캐릭터라 맹렬한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시마즈 의상을 수작업한 일본인 기능보유자가) 고향 분이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서 "(시마즈를 연기하는 내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돌이켰다. '노량'에서 시마즈는 아비규환의 전쟁 속에서 이순신의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가 왜군에게 공포를 안겨줬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며 “결국 요시히로는 목숨만 건진 채 본국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 이순신 장군 “북치다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백병전 도중 죽은 동료들과 막내아들의 환영을 본다. 이 장면은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이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 당시 멸치잡이 바지선을 타고 일출을 본 적이 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며 “그 일출을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보셨을 것”이라며 이 장면을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그 처참한 전장을 환히 들여다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환영을 본 뒤 아군을 독려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바다 가운데서 태산처럼 북을 친다. 김한민 감독은 “북소리는 이순신의 대의를 함축적으로 표상한다. 이순신 장군의 살신성인이 북소리"이라고 설명했다. "북소리가 시작되면 히데요시가 신음소리를 내고, 시마즈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한다. 반면 진린과 같은 우리 편은 젖먹던 힘까지 낸다. 고니시가 도주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북소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님은 실제로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노량’에서 이순신이 치는 북소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관객의 마음까지 울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20 15:59:52"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지울수 있다면, 나 지신부터 지우고 싶다". '리플리증후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영화 리플리는 이런 독백으로 시작한다. 호텔 종업원이던 톰 리플리는 프린스턴 대학교 학생이 호텔에서 열린 파티에서 대신 피아노를 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대학 로고가 있는 외투를 걸치고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에 파티에 있던 조선소 재벌은 그의 아들과 동문이라는 이유로 그를 무척 반긴다. 얼떨결에 대학동문이라고 첫 거짓말을 해버린 리플리는 이후 거짓말의 노예 신세로 전락한다. 한번 내뱉은 거짓말은 그 거짓말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 다른 거짓말을 하도록 하는 악순환의 반복에 빠져드는 법이다. 재벌의 부탁으로 이탈리아에서 여자친구와 체류하고 있는 아들을 만나 미국으로 돌아오게 해달라며 여행경비 등을 지원받고 이탈리아에서 아들과 만난 리플리. 아들의 호감을 사는데 성공했지만 각자 너무 다른 삶을 살았기에 둘의 취향은 엇갈렸다. 충동적이고 감정에 충실한 아들과 달리 매사 신중하고 교활한 리플리는 보트위에서 서로 말다툼끝에 몸싸움까지 벌이다 리플리는 아들을 죽인다. 리플리는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바다에 아들 시체를 버리고 급기야 아들의 행세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다 아들을 잘 아는 지인들의 수상쩍은 시선에 결국은 그들까지 죽이고 자포자기한다. 리플리증후군은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사라지는 의미를 나타내는 말로 종종 쓰인다. 그러나 거짓말은 영원히 감춰지지 않는다. 결국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이니까. 바야흐로 인간의 본성은 거짓말로 점철돼 있다고 주장해도 무방한 시대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진실을 왜곡하고 속이는 거짓말의 대가다. 거짓말은 인간사에서 가장 일상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거짓말이라면 양심에 찔려 고통을 당하는 나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그럼에도 체계적인 거짓말은 특정 의도와 목적을 향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어떤 인간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믿고 구세주로 떠받들 때 진실의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하다. 특히 집단의 공동 신념은 거짓을 확신으로 둔갑시켜 집단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일조하지만 다른 집단을 배제하는 폐쇄적이고 비이성적 태도를 낳는다. 강한 확신과 신념에 찬 수많은 헛소리들이 번성하는 이유다. ■인간은 거짓말의 대가다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작품 '물오리'에는 "보통사람에게 인생의 거짓말을 빼앗는 것은 그들의 행복을 빼앗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간이 현실을 견딜만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거짓말에 취해 인생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인생의 본질인 것처럼 중요하게 다뤄진다. 하물며 어떤 사회가 거짓말에 능숙해지고 이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공론화해 사실로 굳어진다면 거짓과 진실의 구별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인간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목적론적 사고방식'이다. 모든 것을 일관되게 목표를 위해 관찰하는 것 말이다. 미국 철학자이자 기호학자인 찰스 샌더스 퍼스는 이런사고방식을 "전체 교향곡을 듣기 보다 피날레만 듣는 것"이라는 말로 꼬집었다. 수미일관하게 특정 목적을 위해 내달리는 인간의 사고와 행위는 거짓말을 양산하고 번성하게 할수 있는 토양을 제공해주니까 말이다. 여러변수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현실을 '일관성'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사고방식은 전체주의나 독재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 할 만하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표방하지만 권력의 분배와 작동은 준독재체제나 준전체주의 사회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많은 지성인들은 민주주의를 최악을 피하는 차악쯤으로 여겨온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민주주의의 토양에서 권력과 자본을 최대한 소유한 집단이나 세력이 대중들에게 이게 최선이라고 거짓말을 한 결과가 아닐까. 거짓위에 구축한 제도와 정책으로 이것이 최선이라고.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재직한 첫 한 해 동안 2140가지의 거짓 또는 허위주장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추산했다. 거의 하루에 평균 5.9가지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재임 기간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과 근본주의의 물결이 일면서 이성적 논의보다는 두려움과 분노에의 호소가 우위를 차지해 민주주의 제도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오늘날 뉴스와 정치의 오락화부터 지독한 정치적 분열, 기만적인 포퓰리즘까지 광범위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진실의 기반을 침해하고 있다. 고야는 '진리는 죽었다'라는 유명한 판화에서 진리의 여신 베리타스가 치명적인 병에 걸릴수 있는 완벽한 생태계를 묘사하면서 거짓의 우위 시대를 예고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의견을 가질 권리는 있지만 사실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의견이 사실로 둔갑해 객관성의 외피를 입고 사회를 휘젓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거짓과 진실따위는 관심이 없으며 각자의 취향과 감정에 따라 의견을 사실로 둔갑시켜 공론화하는데만 열을 올릴 뿐이다. ■진실과 거짓사이에서 그러나 거짓말은 생존 투쟁에 없어서는 안될 무기이자 생존의 기술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거짓말을 할 기회를 일절 주지 않는 사회는 존속할수 없다. 자기 생각을 늘 솔직하게 털어놓아야만 하는 공동체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인간은 무조적적인 진실을 감당할수 없도록 설계됐다. 자신을 타인과 외부로부터 방어하고 지켜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거짓말과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인간이 그동안 경험한 진실이자 지혜다. 이미 17세기에 파스칼은 진실은 사라지고 거짓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경고하며 거짓말의 시대가 올 것임을 예측했다. 히틀러 시절 독일에서 탈출한 러시아 철학자 쿠아레는 "우리의 시절처럼 거짓말이 횡횡한 때는 결코 없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체계적이고 끊임없이 것짓말을 해댄 적은 정말 없었다"라고 탄식했다. 개인 대 개인간의 거짓말은 본능과 인정투쟁에 따른 것이라 차부해도 사회전체 또는 공동체가 거짓과 진실의 경계를 바로잡거나 거짓말의 발흥을 억제하는 역할에 실패한다면 그 사회는 파산할수 밖에 없다. ■진실은 자유가 없다? 현대에 들어와 이념투쟁과 진영대결의 심화는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키우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이익을 지키느라 애를 쓰며 남들과 이익을 나누고 싶지 않아서 자꾸 거짓말을 하는 속성을 강화시킨다. 그렇지만 진실과 허위 사이에 회색지대가 얼마든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거짓말하기는 우리를 곧잘 흑백논리에 빠트려 진실을 가려버린다. 거짓말을 통한 이익 추구는 결국 의지의 문제로 치환된다. 거짓말은 우연적이거나 어쩌다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저짓말을 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거짓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각지각의 직접적인 인상을 버려야 성립하는 것도 그래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세계와 거리를 둘줄 알아야 거짓이 가능하다. 거짓말은 자유의 세계다. 자신이 그려내고 원하는 이미지대로 말할 자유 말이다. 체계적인 거짓말은 확신이 되고 확신은 비합리적 성향에 따른 확증편향을 불러와 거짓을 진실로 오도하는 습성을 뿌리내린다. 반면 진리는 세계에 귀속돼 있어 자유가 없다. 진실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진실에 충실하거나 혹은 진실의 그림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줄때 자유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은 지식과 앎의 전제조건으로 여기에 자신의 결정에 따른 자유가 개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서다. 즉 진실은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고 생각하면서 세계를 온전히 파악함으로써 찾아내는 개념이다. 이는 우리 지식이나 진실은 세계에 의존적이고 세계로부터 자유로울수 없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언어의 포섭 이런 맥락에서 매체는 거짓말의 소통창구다. 과거 언어에 의존하던 매체는 실시간으로 동영상 등 소통에 필요한 첨단기술을 다루면서 거짓말의 전방위적 유포를 가능케했다. 데이터 조작이 대표적인 사례다. 거짓말하는 능력은 이런 매체 기능을 숙지하고 통제할수 있어야 가능하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현실을 제대로 볼수 없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전략적 행동이기도 하다. 조지오웰은 "정치 혼란은 언어의 부패와 관계가 있다"라고 직격했다. 정치 혼란은 말을 의미로부터 분리시켜 정치지도자의 진짜 목적과 공표한 목적 사이에 틈을 벌려놓아서다. 권위주의 정권들은 대개 소통방식 뿐 아니라 사고방식을 통제하기 위해 일상의 언어를 자신들의 목적안에 포섭하는 경향을 띈다. 독재자는 언어를 실재와 다르게 사용해 혼란을 유발시킨다. 헌법에 충성하는게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라고 요구하고 가짜뉴스라는 말을 퍼트려 자신에게 위협이 되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을 겁박하고 소송까자 불사하는 불도저같은 행태를 보인다. 반복되는 거짓은 확신을 낳고 확신은 복잡함을 줄이고 결정을 수월하게 하지만 흑백논리, 양극화, 이분법적 사고와 같은 폐해도 수반한다. 움베르트 에코는 비판적인 여론과 기능을 억누르기 위해 정부가 빈약한 어휘와 초보적인 문법을 사용하면서 이 모든 것은 국가를 위하는 일이라고 외치는 행위를 '초기파시즘'의 징후로 내다봤다. 의회나 입법기관 대신 자신을 '국민의 목소리'로 위장한다. 마치 섬광처럼 절대군주가 다시 날개짓을 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는 순간의 재현이다. ktitk@fnnews.com
2023-10-08 18:41:02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일 ‘거액 가상화폐 보유 논란’이 제기된 자당 김남국 의원을 “탈법·불법이 없다고 당당할 일이 아니다”라며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고 사과할 일”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송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김 의원은) 본질에서 벗어난 발언과 불충분한 해명으로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를 갉아먹는 행위를 중단하라. 국민들과 당원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관련 정보 전체를 공개하기 바란다”며 이같이 썼다. 앞서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위믹스’를 보유했다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었다. 그가 지난 2021년 7월 가상자산 거래에 따른 소득세 부과를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됐다. 송 최고위원은 “현재 김 의원의 코인 보유와 관련해서, 불법·탈법이 있었느냐, 이해충돌 소지가 있었느냐, 서민 코스프레를 했냐 등등 수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며 “국민들이 볼 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저를 비롯한 동료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김 의원은 의혹 해소를 앞세우기보다 개인 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하거나 타당 인사를 끌어들이고 무엇을 걸겠다는 등 불필요한 언사를 남발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며 “더 큰 문제는 김 의원이 입장문을 내면서 국민들과 당원들 앞에 사과는커녕 유감을 표명하는 말조차 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이라는 공직자가, 서민의 아픔을 대변하겠다는 민주당의 국회의원이, 사적 이익을 얻기 위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코인을 사고팔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아울러 “더구나 당시는 대선을 앞두고 전국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던 시점”이라며 “앞에서는 지지를 호소하면서 뒤에서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코인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민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문제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송 최고위원은 “전세 사기로 수천만원을 잃은 이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며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 때문에 코인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다 나락으로 떨어진 청년들이 절규하는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그는 “투기성 위험 자산에 쏠리는 청년들의 현실을 개선하고, 코인 시장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국회의원의 임무”라며 “이를 제쳐 두고 투기성 시장에 함께 뛰어들어 재산 증식에 나서는 것이 어떻게 제대로 된 공직자의 태도가 될 수 있나”라고 했다. 또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집중해도 국민들의 시선에 비춰 보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를 단 채 수십억원에 달하는 코인 거래를 하면서 어떻게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나. 불법 거래만 안 했으면 상관없고, 평소에 검소하게 생활하면 상관없나”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본인의 행위가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행위이며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재차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더 이상 분별없는 발언으로 당 전체를 욕되게 하지 말고, 첫 등원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공직자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숙고한 후 명확한 해명에 나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3-05-09 10:07:50[파이낸셜뉴스] tvN 금토드라마 ‘배드 앤 크레이지’가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한 전개와 짜릿한 임팩트의 엔딩을 그리며 지난 7주간 12부작의 막을 내렸다. 지난 28일 방영된 최종회에서는 치료감호소에서 탈출한 류수열(이동욱 분)이 K(위하준 분), 이희겸(한지은 분), 오경태(차학연 분)와 공조해 신주혁(정성일 분)과의 끝장전을 펼쳤다. 특히 신주혁의 이중인격 가면을 벗기고 그가 정윤호(정윤석 분)임을 밝히는 게 급선무였다. 이후 류수열은 양근수(최광제 분)가 10년 전 근무했던 병원 진료 기록을 통해 신주혁이 앞서 류수열을 공격했던 복면남의 이름을 차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런 가운데 과거 사건이 시작된 류수열의 옛집에서 두 사람의 최후의 결전이 그려졌다. 신주혁은 류수열에게 상해를 가한 채 “그때도 지금도 널 구해줄 사람은 나 밖에 없어”라며 자신의 구원을 받길 요청했지만 류수열은 스스로를 온전히 믿으며 그의 손길을 거부했다. 결국 류수열은 신주혁을 향해 분노가 담긴 회심의 박치기로 그를 단죄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K는 류수열에게 “넌 내가 아니라 네가 구한거야”라는 말을 건네며 애틋하게 이별했다. 극 말미 부정 청탁을 받은 경찰청장에게 날린 류수열의 강렬한 발차기 한 방은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 사슬을 끊기 위해 나선, 모두가 기다려왔던 히어로의 탄생을 알리며 사이다를 폭발시켰다. 이처럼 마지막까지 통쾌한 대리만족을 안긴 ‘배드 앤 크레이지’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 tvN 장르물 외연 확장 부패 형사 류수열과 그의 양심이 의인화된 인격 K의 브로맨스라는 참신한 소재는 ‘배드 앤 크레이지’의 통쾌한 액션과 범죄를 척결해 나가는 사이다 전개에 강력한 힘과 다채로운 맛을 부여했다. 자아가 분열된 한 몸에서 본체 류수열과 이중인격 K는 만나면 늘 티격태격하지만 절로 웃음을 유발하는 케미와 악인들의 만행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 통쾌하고 화끈한 액션으로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여기에 베일에 싸인 류수열의 과거와 잃어버린 기억, K의 탄생에 얽힌 미스터리를 추리하고 해석하는 장르적 재미와 쾌감을 선사했다. 이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붙잡으며 지루할 틈 없는 몰입감을 선사, tvN표 장르물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반응을 얻었다. ■ 액션-멜로-코미디 다 된 이동욱-위하준 이동욱은 극중 출세지향 결과주의 형사 ‘류수열’ 역을, 위하준은 미친 정의감의 헬멧남 ‘K’ 역을 맡아 액션, 멜로, 코미디까지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을 펼쳤다. 이동욱은 K를 만나 류수열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K가 류수열의 육체를 지배했을 때는 180도 돌변한 눈빛으로 캐릭터를 풀어내는 등 배드 앤 크레이지한 양면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열연으로 몰입력을 높였다. 위하준은 류수열의 또 다른 인격이자 썩어빠진 쓰레기들을 처단하러 온 이 시대의 마지막 히어로 캐릭터에 대한 세심한 접근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정의를 위해서라면 직진밖에 모르는 K를 귀엽게 그려내면서 특유의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배드 앤 크레이지’를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캐릭터 맛집으로 불리게 했다. ■ 성장형 히어로 통해 보여준 메시지의 힘 ‘배드 앤 크레이지’는 사건이 중심이 아닌 ‘성장형 히어로’로 대변되는 류수열의 심리와 행동에 집중한 플롯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류수열은 위기의 순간마다 곁에서 자신을 격려하는 K를 보며 스스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잃지 않고 사명을 깨달았다. 류수열의 성장과 고민을 서사로 납득시켜 캐릭터의 매력을 십분 발휘했고, 정의와 나 자신을 위해 싸우는 인간적인 히어로의 탄생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그려냈다. 무엇보다 범죄 사건의 진실을 쫓는 미스터리를 통해 피해자의 트라우마와 그들이 겪는 고통 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화두로 올리며 이를 곱씹게 만드는 메시지의 힘을 발휘했다. 특히 가정 폭력, 아동 학대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와 맞닿은 질환들을 다루며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한지은-차학연에서 정성일-김히어라까지 이동욱, 위하준뿐 아니라 한지은, 차학연 등은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연기력으로 시너지를 만들었다. 열정적인 형사 이희겸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한지은은 물오른 액션과 함께 전 남친 류수열과 다시 엮이는 구연인 로맨스로 설렘을 안겼다. 높은 텐션과 끈끈한 유대를 오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안방극장의 온도를 달궜다. 살인사건의 진범을 집요하게 쫓으며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했던 ‘오경태’ 차학연의 집념 넘치는 모습이 빛난 가운데 선배 양재선(차시원 분)과의 티키타카로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악역들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신주혁’ 역의 정성일, ‘용사장’ 역의 김히어라, ‘안드레이’ 역의 원현준은 찰나의 등장에도 뇌리에 박히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미스터리를 배가해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양근수’ 역의 최광제, ‘류동열’ 역의 김대곤, ‘김계식’ 역의 임화룡, ‘도유곤’ 역의 임기홍 등 출연 배우들이 캐릭터에 착붙한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의 눈을 붙들어 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01-29 10:11:58소말리아는 아프리카 동북부인 ‘아프리카 뿔’에 위치해 지부티, 에티오피아, 케냐 등과 국경을 두고 있는 나라입니다. 1960년에 영국과 이탈리아로부터 독립하였으나 1991년부터 발생한 내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실화를 바탕으로 소말리아 내전으로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 직원들이 필사의 탈출을 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모가디슈’는 소말리아의 수도이기도 합니다. 작품 속에서, 대사관 부인은 소말리아 내전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짂원들에게 기도를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직원 중에는 불교 신자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제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하여 국교부인과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입니다. 종교는 초월적 세계, 즉 피안의 세계에 대한 주관적 확신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기본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양심의 자유와 함께 정신적 자유의 기초가 됩니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의 자유, 종교적 행위의 자유, 종교적 집회 · 결사의 자유를 내용으로 합니다. 신앙의 자유는 국가가 국민이 종교를 가질 권리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 더 나아가 종교를 갖지 않을 권리까지도 보장하는 것입니다. 신앙의 자유는 정신세계에 기초한 내심의 자유이기 때문에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외부로 표출되기 때문에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입니다. 종교적 행위의 자유에는 신앙고백의 자유, 종교적 의식 및 집회 · 결사의 자유, 종교 전파의 자유, 종교 교육의 자유 등이 있습니다. 종교 전파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종교 또는 종교적 확신을 알리고 선전하는 자유인 포교행위 또는 선교행위 등을 말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종교 전파의 자유는 국민에게 국민이 선택한 임의의 장소에서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전쟁 중인 이라크, 내전 중인 소말리아, 외국인 대상으로 한 폭탄 테러, 납치가 빈발하는 아프카니스탄 등에서 선교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선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대학이 대학예배의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학칙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예배 시간의 참석만을 요건으로 할 뿐 그 태도나 성과 등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 학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 무효의 학칙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이 급속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법률로 대면 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의 제한은 될 수 있지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생각은 자유라는 말처럼, 종교의 자유는 내면에 있을 때에만 절대적인 자유입니다. 종교의 자유가 외부로 표현될 때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서 제한될 수 있는 상대적 자유인 것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2021-07-30 14:23:30[파이낸셜뉴스] 직장인 절반가량은 출퇴근 대중교통 스트레스로 퇴사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들은 과도한 밀어내기로 신체접촉을 발생시키거나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을 최악의 출퇴근 빌런, 즉 스트레스 유발자로 꼽았다. 10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62명을 대상으로 출퇴근 스트레스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참여한 직장인들 가운데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은 76.1%로 확인됐다. 이용빈도는 △주 5일(74.6%) △주 3~4일(12.6%) △주 1~2일(9.7%) 순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23.9%는 출퇴근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는데, 주요 이유로는 △대중교통 이용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32.8%) △혼잡한 지하철, 버스를 피하고 싶어서(11.3%) △환승, 이동구간이 번거로움(8.1%) 등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는 △코로나19 감염우려 때문에 자차 이용중(15.6%)이라고 답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대중교통 이용에서 오는 번거로움 및 지옥철과 만원버스를 피하고자 하는 직장인의 노력이 전해졌다. ‘출퇴근 소요시간으로 인해 직장 근접지 이사까지 알아봤다’고 답한 비율은 59.3%에 달했고, ‘실제 이사했다’고 밝힌 경우도 10.4%로 확인됐다. 한편, 출퇴근 대중교통 이용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유형별로 살펴봤다. 그 결과(복수선택) △좁은 곳에 무조건 들이밀고 들어오는 ‘밀어내기' 빌런(17.2%)과 △전화통화, 대화 목소리가 큰 ‘고막테러’ 빌런(17.1%)이 나란히 1,2위에 올랐다. 무리한 신체접촉 또는 대중교통 이용시 전화통화 매너를 지키지 않는 경우를 가장 큰 출퇴근길 민폐유형으로 꼽은 것. 3위에는 △이럴거면 마스크는 왜 하나 ‘턱스크’ 빌런(14.3%), 이어서 △눈앞에서 좌석 새치기하는 ‘양심탈출’ 빌런(13.9%) △가방 또는 소지품으로 신체를 타격하는 ‘타격왕’ 빌런(13.5%) △술ㆍ음식 냄새가 지독한 ‘화생방’빌런(9.6%) △음식물 섭취하는 ‘테이크아웃’빌런(4.8%) △내 집 안방마냥 드러눕는 ‘만취’ 빌런(4.2%) △무조건 붙잡고 말을 건네는 ‘도를 아십니까’ 빌런(3.4%) 순으로 출퇴근길 악당 유형이 집계됐다. 순위권은 아니었지만 기타 답변을 통해 ‘정류장 근처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 ‘승객이 내린 후 타지 않고 먼저 들어오는 사람’, '몸부터 비집고 들어오는 통아저씨(아저씨 외 모든 대상 해당)’ 등의 다양한 출퇴근 민폐 유형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렇듯 각종 스트레스 유형이 확인된 가운데, 응답자의 48.5%는 ‘출퇴근 스트레스로 퇴사까지 고려했다’고 답해 그 심각성을 전했다. 본 설문조사는 이달 2일부터 7일까지 엿새간 실시됐다.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14%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0-11-10 09:18:50[파이낸셜뉴스] 잘 나가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후보(안산 단원을)가 여성비하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김 후보가 지난해 고정 출연한 팟캐스트 ‘쓰리연고전’에서 다수 출연진이 부적절한 성인식을 내보였다는 것이다. 문제를 폭로한 박순자 미래통합당 후보는 김 후보가 출연진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점을 들어 사실상 ‘함께 즐긴 공범’이라고 지목했다. 김 후보는 "자신의 운전기사 폭로를 덮기 위한 악의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며 즉각 반박했다. 1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박 후보는 지지자로부터 제보 받았다는 김 후보 팟캐스트 편집본을 그대로 틀어 관심을 모았다. 이 팟캐스트는 ‘연애고자 탈출을 위한 팟캐스트 방송’을 표방한 오디오 콘텐츠로, 팟캐스트 특성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형식을 가졌다. 문제 코너는 소위 ‘숙맥’으로 출연하는 김 후보가 다른 출연진들로부터 조언을 듣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박 후보는 “진행자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보면 ‘너 결혼하기 전에 백 명은 따먹고 가야 한다’, ‘처갓집에서 하고 있는데 밖에는 장인장모가 있어’, ‘남미계열 백인이잖아, 이게 탄력도 나름 좋다고’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수치스러운 성 비하 발언들이 난무한다”며 “(출연한 김 후보가) 과연 떳떳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주요 출연자 중 한 명인 김 후보가 다른 출연진의 수위 높은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녹음본에선 이동형 작가와 박지훈 변호사 등이 논란을 살 만한 발언을 수차례 거듭했다. 특별히 문제될 발언은 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박 후보는 n번방 사건에 대해 “참담하다 못해 절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던 김 후보가 "표리부동하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여성의 몸 사진을 보면서 한 마디씩 품평을 하는 행위가 n번방 성착취 영상물을 보며 '가슴이 어떻다', '다리가 예쁘네', '한 번 쟤랑 해봐야겠다', '강간해야겠다' 하는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며 김 후보를 저격했다. n번방 사건과 마찬가지로 부적절한 공간에 함께 자리한 김 후보도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이날 공개된 녹음본 외에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김 후보의 발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발언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후보는 “발언이 문제인가”라며 “이런 방송이 진행됐다는 걸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만 답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성명을 내고 "다른 진행자들께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마치 제가 동조했던 것처럼 박후보가 공격했지만 실상 그렇지 않았다"며 "n번방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용하여 억지로 저를 엮어 선거판세를 뒤집어 보려는 의도와, 지난 동안 언론에 보도된 ‘박순자 수행비서 양심선언번복’과 관련하여 어제인 4월 12일 공개된 수행비서의 통화녹음 파일을 덮기 위해서 물타기를 하려는 목적"이라고 항변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0-04-13 14:58:39▲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엑시트’의 조정석과 임윤아가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재난 영화를 선보인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 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짠내 폭발 청년 백수인 용남과 퍽퍽한 현실 회사원 의주는 대학 시절 산악부 에이스로 활동했던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저 눈칫밥만 먹는 청년 백수와 막내와 다를 바 없는 연회장 부점장일 뿐이다. 용남의 어머니 고희연 자리에서 우연히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되고, 옛 추억을 떠올릴 새도 없이 도심 전체로 퍼진 유독가스에 대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조정석에게 코믹과 짠내는 낯설지 않은 수식어들이다. ‘엑시트’에서는 그간 선보였던 코믹 연기의 정수가 담긴 웃음을 선사한다. 이를 돋보이게 한 것은 바로 망가짐을 불사한 임윤아의 공이 크다. 두 사람의 억울한 듯한 울상을 보면서 웃음을 참기란 쉽지 않다. 두 사람은 목숨을 위협하는 유독가스를 피해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티키타카(사람들 사이에 합이 잘 맞아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로 웃음을 선사한다. 또한 백퍼센트 현실 반영 리액션으로 애틋함마저 자아낸다. 흔히 재난영화를 살펴보면 특수 훈련을 받거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전문요원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엑시트’의 용남과 의주는 그저 주어진 사회 현실에 치여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 캐릭터다. 무방비 상태에서 도시 전체에 넓게 퍼진 뿌연 유독가스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응원하는 마음이 솟구친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엑시트’의 가장 큰 강점은 유쾌함이다. 그저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영화를 즐기면 된다.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상황도,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장면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주인공 또한 남주인공과 비등한 클라이밍 실력을 가지고 있어 민폐 캐릭터가 아니다. 영웅 심리로 자신을 희생해 남을 구하려는 것이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양심이 이끄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물론 그러한 선택에 후회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또한 탈출하는 동안 주변 사물과 도구 등을 활용해 위기를 벗어나는 용남과 의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맥가이버’ 시절의 감성을 느끼는 관객들도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그동안 갈고 닦아왔지만 쓸모없어 보였던 기술과 재주가 언젠가 빛을 발할 수도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유쾌한 이야기 이면에는 배우들이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으며, 벽을 타고 오르는 등 사전 훈련이 없이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액션들을 조정석과 임윤아는 척척 해낸다. 두 사람은 러닝 타임 내내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뛰고 있을 때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뛰는 게 아니면 벽을 타거나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작품 속 용남과 의주가 흘리는 눈물은 어쩌면 잘생김과 예쁨을 포기한 두 배우가 실제로 힘들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처럼 ‘엑시트’는 도심 속 유독가스 누출이라는 신선한 설정과 안쓰러움과 응원을 유발하는 짠내나는 캐릭터들의 열연, 위기 상황에서 돋보이는 끈끈한 가족애 등이 한 작품에 모여 관객들에게 유쾌한 여름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엑시트’를 본 후유증 아닌 후유증이라면, 무관심의 대상이었던 옥상의 문은 열려 있는지, 지하철이나 건물 등에 비치돼 있는 방독면의 실제 사용 시간은 얼마나 될지, 우리 주변에 있는 빌딩들의 층고는 어떻게 되며, 비상계단은 어디에 있을지 등에 관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부는 ‘클라이밍을 배워야 하나’라는 고민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 조정석과 임윤아의 출구 없는 짠내 퍼레이드는, 오는 31일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2019-07-17 20:03:35올 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영화 ‘군함도’가 26일 개봉 첫날부터 비상이 걸렸다. 베일을 벗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측됐던 문제지만, 스크린 독과점을 둘러싼 논란이 제대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대중 앞에 공개되기 한참 전부터 연일 회자되며 ‘예비 천만영화’의 행보를 걸었던 ‘군함도’는 제강점기 ‘지옥섬’이라 불리던 하시마 섬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이 탈출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베테랑’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들어선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힘을 합쳤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하는 것과 더불어 순수 제작비만 220억 원인 사실이 알려지자 초대형 작품을 향한 기대감은 날로 커졌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군함도’는 개봉 첫날부터 70%에 달하는 예매율을 보이고 55만 예비 관객을 확보하며 흥행길만 걸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호평보다는 혹평이, 칭찬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객에게 모습을 비춘 ‘군함도’가 뼈아픈 강제 징용 사실을 단순히 배경으로 다뤘다는 아쉬운 눈총과 함께 과도한 스크린 독점 수가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현재 ‘군함도’에게 주어진 스크린 수는 교차 상영까지 포함해 2000여 개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최고 스크린 수를 기록했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게 주어진 1991개를 월등하게 앞선 수준이다. 아울러 ‘군함도’의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가 CJ CGV에게 스크린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극장에 가면 ‘군함도’ 말고 선택지가 거의 없으니, 이 정도면 강제 천만 영화”라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쏟아냈다. 더불어 ‘사랑이 이긴다’ ‘너를 부르마’ 등을 연출했던 민병훈 감독까지 SNS을 통해 전면적으로 일침에 나섰다. 26일 민병훈 감독은 “제대로 미쳤다. 2168.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영화관 스크린수 2500여개.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류승완 감독은 수차례 ‘국뽕 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으로서 기억해야할 사명과 아팠던 본질에 집중하길 바랐다. 하지만 ‘군함도’는 자신들이 지닌 의미마저 빛바래질 위기에 처했다. 이제 흥행에 성공하거나 혹은 실패해도 긍정적인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위치가 되어 아쉬움을 남긴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
2017-07-26 19:3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