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애인은 오는 11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없던 공연-어느 장애연극인들의 욕망에 대한 기록'을 낭독극으로 선보인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07년 창단된 극단 애인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장애연극인들이 주체가 돼 '장애예술'과 '장애미학'의 지평을 새롭게 써 내려가는 연구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연구한 방법론을 이번 작품에 반영했다. 극중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남들보다 몇 배는 길고 굵직하고, 밥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코'를 가진 한 스님의 이야기인 '코'(일본작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를 각색해 공연을 준비하는 배우들의 모습에서 출발한다. 개개인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연습을 밀어붙이는 연출과 장애의 관점과 태도를 반영하려는 작가, 그 사이에서 결국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데 심취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통해 동시대 장애연극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여러 힘들의 충돌을 표현한다. 티켓은 전석 무료, 비지정석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하며, 전 회차 수어 통역 및 한글자막 해설이 제공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21 09:39:32[파이낸셜뉴스]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배우 오영수(79)가 영화 ‘대가족’에서 빠진다. 5일 ‘대가족’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해당 영화에서 오영수 출연분을 통편집하고 이순재를 새로운 배우로 투입해 재촬영한다. 양우석 감독의 ‘대가족’은 스님이 된 아들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사장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으며, 김윤석과 이승기가 주연을 맡았다. 조연으로 출연한 오영수는 촬영을 모두 마쳤으나 강제추행 의혹으로 하차하게 됐다. 앞서 지난 2022년 강제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오영수가 출연한 정부 규제혁신 광고 송출을 중단했고, 연극 ‘러브레터’의 지방 공연도 출연이 취소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6단독 정연주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오영수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고, 취업제한 명령과 신상정보 공개 등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2017년 당시 피해자 등이 있는 술자리에서 ‘너희가 여자로 보인다’며 청춘에 대한 갈망을 비뚤어지게 표현하고, 피해자 요구에 사과 문자를 보내면서도 ‘딸 같아서’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피해자에게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반성하지 않고 있는 피고인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오영수는 최후진술에서 “이 나이에 이렇게 법정에 서게 돼 너무 힘들고 괴롭다. 제 인생에 마무리가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참담하고 삶 전체가 무너지는 것 같다”며 “현명한 판결을 소원한다”고 말했다. 오영수의 변호인은 “피해자 진술과 그로 파생한 증거 외에는 이 사건에 부합하는 증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밝힌 뒤 “추행 장소, 여건, 시각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범행할 수 있었을까 의구심도 든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오영수는 2017년 여름 연극 공연을 위해 모 지방에 두 달 가량 머물던 중 8월 산책로에서 피해 여성 A씨를 껴안고, 9월엔 A씨 주거지 앞에서 볼에 입맞춤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오영수는 법정에서 추행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5일 열릴 예정이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06 07:04:52"프로 무대에 선 지 20년 만에 한국에서 오페라 데뷔를 하게 돼 기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꿈 같던 일이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50)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파이낸셜뉴스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칼라프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훈의 첫 국내 데뷔작이자 연극계 거장 손진책의 첫 오페라 연출작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투란도트' 출연은 필연… 두 차례 관객과 만나 이용훈은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케줄이 딱 비는 상황에서 가족을 보려고 한국 방문 일정을 짰는데 놀랍게도 공연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며 "주권자(신)의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투란도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훈은 2주간 주어진 휴식 기간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됐다. 당초 내년 8월 예술의전당 오페라 '오텔로'로 국내 데뷔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공연으로 한국 데뷔를 10개월가량 앞당긴 셈이다. 국내 데뷔 자체가 늦은 점에 대해서는 "해외는 빠르면 5년 전부터 제안이 오지만 국내는 아무리 기간을 둬도 1년 혹은 한 달 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미 스케줄이 차서 일정이 밀리고 밀리다 보니 이제야 국내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이다. 푸치니는 3막에 등장하는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을 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후배인 프랑코 알파노가 작품을 마무리해 푸치니 죽음 이후 2년이 지난 1926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다. 이용훈에게는 익숙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그조차 예상 못한 이벤트에 가깝다. 그는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등 많은 분이 힘을 써주셔서 하게 됐는데, 우연은 아닌 듯하다"며 "10월처럼 좋은 계절에 뵙고 싶었는데,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용훈은 서정적이면서 활기찬 음색을 지닌 '리리코 스핀토 테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0년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이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빈 국립오페라극장, 뮌헨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스칼라극장, 파리 오페라극장 등 세계 최고 무대에 서왔다. '투란도트'와는 유독 인연이 깊다. 2021-2022시즌 호주오페라 공연과 미국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오페라 공연, 2022-2023시즌 영국 로열오페라 코벤트가든 공연, 최근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 공연까지 꾸준히 '투란도트'에 출연했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에서는 26일 개막일과 28일, 두 차례 출연한다. ■이제껏 없던 '투란도트'… "조건없는 희생의 숭고함 전해" '투란도트'는 용맹한 왕자 칼라프가 얼음같이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목숨을 건 수수께끼 대결을 벌이고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의 대부분이 칼라프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투란도트의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오페라단 버전은 이 결말을 시녀 '류'에 초점을 맞춰 새로 연출한 '레지테아터(원작의 시공간을 재해석한 공연)'로 선보인다. 손진책 연출의 상상력으로 거듭난 '투란도트'가 이용훈에게는 어떻게 해석됐을까. 이용훈은 "지금까지 투란도트 무대에 110~120회 정도 섰는데 한두 작품을 빼곤 모두 이야기를 비트는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최근 드레스덴 공연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차용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관객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말하며 새로운 연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연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귀국해 부담감을 가질 법도 하지만 그는 "다른 훌륭한 출연진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많이 협력해주고 있다"며 "저도 너무 기대가 되는 공연이다. 저의 첫 무대를 함께해주실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투란도트'를 "시녀 '류'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표현한 손 연출은 "목숨을 건 사랑은 19세기 초까지 이어진 낭만주의 시대의 신화"라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희생한 '류'의 사랑만이 집권자의 광적 집착과 트라우마에 휩싸인 죽음의 도시를 인간적 감정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테너 이용훈과 신상근·박지응이 칼라프 역을 나눠 맡고, 투란도트는 소프라노 이윤정·김라희, '투란토트'의 주요 인물이자 칼라프의 시녀인 류는 소프라노 서선영·박소영이 각각 연기한다. 티무르 역은 양희준·최공석, 핑은 박정민·전태현, 팡은 김성진·김재일, 퐁은 전병호·최원진, 지휘는 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인혁이 맡는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10-23 18:22:59“프로 무대에 선 지 20년 만에 한국에서 오페라 데뷔를 하게 돼 기쁩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꿈 같던 일이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월드 클래스’ 테너 이용훈(50)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앞두고 들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파이낸셜뉴스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칼라프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유수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용훈의 첫 국내 데뷔작이자 연극계 거장 손진책의 첫 오페라 연출작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투란도트' 출연은 필연···두 차례 관객과 만나 이용훈은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케줄이 딱 비는 상황에서 가족을 보려고 한국 방문 일정을 짰는데 놀랍게도 공연 시기가 맞아떨어졌다”며 “주권자(신)의 힘에 의해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의 ‘투란도트’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훈은 2주간 주어진 휴식 기간 한국 무대에 오르게 됐다. 당초 내년 8월 예술의전당 오페라 ‘오텔로’로 국내 데뷔를 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공연으로 한국 데뷔를 10개월가량 앞당긴 셈이다. 국내 데뷔 자체가 늦은 점에 대해서는 “해외는 빠르면 5년 전부터 제안이 오지만 국내는 아무리 기간을 둬도 1년 혹은 한 달 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미 스케줄이 차서 일정이 밀리고 밀리다 보니 이제야 국내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이다. 푸치니는 3막에 등장하는 류의 죽음까지만 작곡을 한 상태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후배인 프랑코 알파노가 작품을 마무리해 푸치니 죽음 이후 2년이 지난 1926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다. 이용훈에게는 익숙한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그조차 예상 못한 이벤트에 가깝다. 그는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등 많은 분이 힘을 써주셔서 하게 됐는데, 우연은 아닌 듯하다"며 "10월처럼 좋은 계절에 뵙고 싶었는데,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용훈은 서정적이면서 활기찬 음색을 지닌 '리리코 스핀토 테너'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0년 '돈 카를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이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빈 국립오페라극장, 뮌헨 오페라하우스, 밀라노 스칼라극장, 파리 오페라극장 등 세계 최고 무대에 서왔다. '투란도트'와는 유독 인연이 깊다. 2021-2022시즌 호주오페라 공연과 미국 링컨센터 메트로폴리탄오페라 공연, 2022-2023시즌 영국 로열오페라 코벤트가든 공연, 최근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페라 공연까지 꾸준히 '투란도트'에 출연했다. 이번 '투란도트' 공연에서는 26일 개막일과 28일, 두 차례 출연한다. 이제껏 없던 ‘투란도트’···“조건없는 희생의 숭고함 전해” ‘투란도트’는 용맹한 왕자 칼라프가 얼음같이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와 목숨을 건 수수께끼 대결을 벌이고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극의 대부분이 칼라프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투란도트의 모습으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오페라단 버전은 이 결말을 시녀 ‘류’에 초점을 맞춰 새로 연출한 ‘레지테아터(원작의 시공간을 재해석한 공연)’로 선보인다. 손진책 연출의 상상력으로 거듭난 ‘투란도트’가 이용훈에게는 어떻게 해석됐을까. 이용훈은 “지금까지 투란도트 무대에 110~120회 정도 섰는데 한두 작품을 빼곤 모두 이야기를 비트는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최근 드레스덴 공연이 세계적으로 히트한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차용한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관객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말하며 새로운 연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연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귀국해 부담감을 가질 법도 하지만 그는 "다른 훌륭한 출연진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많이 협력해주고 있다"며 "저도 너무 기대가 되는 공연이다. 저의 첫 무대를 함께해주실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투란도트'를 "시녀 ‘류'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표현한 손 연출은 “목숨을 건 사랑은 19세기 초까지 이어진 낭만주의 시대의 신화”라면서 “아무런 조건 없이 희생한 ‘류’의 사랑만이 집권자의 광적 집착과 트라우마에 휩싸인 죽음의 도시를 인간적 감정이 살아 숨쉬는 도시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정상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테너 이용훈과 신상근·박지응이 칼라프 역을 나눠 맡고, 투란도트는 소프라노 이윤정·김라희, '투란토트'의 주요 인물이자 칼라프의 시녀인 류는 소프라노 서선영·박소영이 각각 연기한다. 티무르 역은 양희준·최공석, 핑은 박정민·전태현, 팡은 김성진·김재일, 퐁은 전병호·최원진, 지휘는 진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정인혁이 맡는다. 또 무대는 이태섭, 의상은 김환, 안무는 김성훈이 참여해 극의 배경을 원작의 고대 중국이 아닌 시간과 장소가 불분명한 지하세계로 그릴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10-23 08:07:34[파이낸셜뉴스] 단출한 무대에 여자가 걸어 나와 말한다. “오랜만이에요. 벌써 2년쯤 됐나? 우리 못 만난 지가.” 그는 어느새 바닥에 앉아 달뜬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여전해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다정한지.” 한쪽 의자에 앉은 쇠약한 남자도 과거의 어떤 순간을 떠올린다. “글쎄,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난 그걸 만지고 말았지…그냥 아무 생각 없었어.”(남자) 빈 공간을 채우는 독백 사이로, 가끔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독백이 마치 대화하듯 교차한다. 안무가 정영두는 천천히, 느리게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한 손을 하늘로 뻗어다가 그 손으로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고, 때로 소리나게 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절제된 움직임을 부드럽게 이어갔다. 배우 손숙, 연극인생 60주년 기념 연극 '토카타' 신시컴퍼니가 오는 8월19일부터 9월10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토카타’를 공연한다. '토카타'는 손숙 연극 인생 60주년 기념 연극이다. 제목인 ‘토카타’는 접촉하다, 손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에서 유래된 것으로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의 형식을 뜻한다. 손진책 연출은 1일 ‘토카타’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로 인해 2여 년 간 서로 단절된 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은 거기로부터 나왔다”며 “심리적인 접촉과 물리적 접촉에 관한 연극”이라고 말했다. 등장 인물도 단출하다.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홀로 된 여인(손숙 분)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극한 상황에서 한때 화려했던 접촉을 생각하는 중년 남성(김수현 분) 그리고 존재론적 고독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추는 사람(정영두 분)이 출연한다. 특별한 내러티브도 없다. 손 연출은 “세 인물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와 춤을 선보이는 독특한 4악장의 연극”이라며 “세 인물의 삼중주"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언덕을 옮겨 놓은 듯한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과 최우정의 음악이 더해질 뿐이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손숙, 김수현과 배삼식 작가, 이태섭 무대미술가, 박명성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손숙은 “60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대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근데 대본이 너무 신선했다. 배우가 해야 할 여지가 많았다. 좋은 작품 써줘서 배삼식 작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삼식 작가는 “때론 서늘하고 괴팍할 수도 있는 작품을 흔쾌히 받아준 손숙 선생님께 감사하다. 영광“이라고 말했다. 선배의 60주년 기념연극을 함께하게 된 김수현은 ”혹시나 작품에 누가 될까봐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정영두 역시 “60주년 기념 연극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즐겁고 기쁘게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연출은 “대사가 음미할 부분이 많다. 대본이 마치 악보와 같아서 연기의 디테일이 많이 요구된다. 손숙의 연기를 보면서 연륜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게, 삶을 저렇게 볼 수 있구나, 삶이란 이렇게 찬란하구나. 슬프다거나 고독한게 아니라 마치 삶의 찬가를 듣는 것 같았고 그렇게 느낄수 있도록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숙 "토카타가 나를 일으켜세웠죠" 흔히 기념 공연은 배우의 대표작을 리바이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 작품은 기존 기념 공연의 공식에 따르지 않은 신작일 뿐 아니라 장르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이다. 배삼식 작가는 “이 작품을 (손숙 배우님께) 써드리고 박정자 선생님께 많이 혼났다. 힘든 작품을 드렸다고. 그런데 작가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손숙 선생님에 대한 ) 예의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사가 없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서사는 지난 2년, 팬데믹 기간 산책길에서 나왔다. 할 일 없던 시간에 혼자 걷던 시간에 생각했던 것들이다. 남녀의 행위를 보면, 여자는 끊임없이 (실제로) 산책하고, 고립된 남자도 기억을 더듬으며 (머릿 속을) 산책한다”고 설명했다. “촉각은 우리 인간이 가진 감각 중 가장 오래됐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인해 인간 간 접촉이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촉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꾸밈을 최대한 배제했다. 순수한 목소리가, 무대에서 들려지길 원했다. 손숙 선생님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연습실에 올 때마다 기뻤다”며 손숙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손숙 역시 이번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하며 살다보니 60년이 지났다”는 그는 “이번 연습을 하면서 지난 1963년에 내가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손 연출이 배우를 가만두지 않는다. 달달 볶는다. ‘손을 움직이지 말고 마음을 움직여라'는 둥 어려운 소리를 한다. 몸도 쓰게 만든다. 그래서 몸은 힘든데, 머리는 굉장히 맑다. 연습 나오는 게 오랜만에 설렌다.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삼식 작품을 좋아하는 게 대본에 향기가 있다. 품위도 있다. 배삼식 작가의 작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토카타’는 원래 상반기에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손숙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하반기로 연기됐다. 손숙은 “결과적으로 이 작품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갑자기 아프면서 한 3개월 걷지를 못했다. 꼼짝없이 집에 있다 보니 거의 매일 하루에 한두 번씩 작품을 봤다. 눈이 나빠 대본을 녹음해 밤마다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걸 해야지,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야지, 생각했다. 연극이 연기 돼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했지만, 나로선 연극이 연기된 게 모노드라마나 다름없는 긴 대사를 외우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8-01 18:32:226070세대 이야기 구연 배틀 '오늘도 주인공'이 오는 13일 tvN STORY 채널을 통해 첫 방송된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5일 밝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에서도 실시간 업로드될 예정인 '오늘도 주인공'은 문체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제작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늘도 주인공'은 대한민국 최강 6070 이야기 예술인들이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온 노년세대의 새로운 인생 도전을 담는다. 총 6회로 예정된 방송에서는 영상심사로 선발된 6070 이야기 예술인 50명 중 현장 오디션에 합격한 16명이, 4명씩 4개팀을 이뤄 이야기 구연극 경쟁을 펼친다. 개그우먼 박미선이 MC를 맡고 뮤지컬배우 정영주, 개그맨 장동민, 뮤지션 육중완, 개그우먼 홍윤화 등 4명이 팀장이 되어 참가자들과 함께 이야기 구연극을 만들어간다. 특히 뮤지컬, 국악, 밴드, 넌버벌 퍼포먼스 4개 분야의 융복합 장르를 각각 담당해 6070 이야기 예술인과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 구연극을 탄생시킬 예정이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 2009년부터 전국 유아 교육기관에 6070 이야기예술인(이야기 할머니)을 파견해 유아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1기 30명 선발을 시작으로 매년 활동 규모를 확대해 올해는 3000여명이 8600여개 유아 교육기관에서 우리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체부는 '오늘도 주인공' 최종 공연에서 선보인 4개의 이야기극을 소극장 무대에 맞게 각색해 오는 10월부터 전국 3개 주요 도시에서 10회에 걸쳐 오프라인 공연을 진행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3-06-05 10:29:06[파이낸셜뉴스] 뮤지컬 '썸씽로튼'이 오는 10일 두 번째 시즌의 막을 내린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있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뮤지컬의 기원을 뮤지컬로 풀어낸 '썸씽로튼'은 지난 2019년 내한 공연으로 한국 관객들과 처음 만났다. 다양한 문학 작품과 뮤지컬을 패러디하고 인용해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썸씽로튼'은 뮤지컬을 몰라도 재미있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썸씽로튼'만의 지적 유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제작사 엠씨어터의 작품에 대한 확신과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썸씽로튼'은 내한 공연 후 1년 만인 2020년 한국 초연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팬데믹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도 작품을 향한 프로덕션과 관객들의 힘으로 무대를 이끌어갔으며 그 결과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닉 바텀' 역의 강필석이 남자 주연상을 수상했고 셰익스피어역의 서경수가 남자 조연상, 김성수 음악감독이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닌해 말부터 오는 10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의 그늘에 가려 영세한 극단을 운영하는 닉 바텀을 중심으로 미래의 극장에서 대박 날 아이템은 뮤지컬이라는 예언가의 말에 따라 인류 최초 뮤지컬 제작에 나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극은 있었지만 뮤지컬이 없던 1595년을 배경으로 닉 바텀을 포함해 극 중 인물들은 시종일관 '뮤지컬이 무엇이냐'라고 질문한다. 이들에 대한 질문에 '썸씽로튼'은 노래와 춤, 달콤한 로맨스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언제 봐도 환상적인 눈앞의 무대를 통해 "바로 이것이 뮤지컬"이라고 대답한다. 뮤지컬에 바치는 헌사라 불릴 만큼 장르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이야기는 배우들의 열연과 완벽한 앙상블이 더해져 더욱 깊은 몰입감과 생동감을 선사했다. 닉 바텀 역의 강필석, 김동완, 이충주는 안정적인 연기와 흔들림 없는 가창력으로 든든하게 극의 중심을 이끌었다. 셰익스피어 역의 최재림과 서경수는 저마다의 개성을 장착한 캐릭터로 또 한 번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먼저 마지막 공연을 마친 닉 바텀 역의 양요섭과 셰익스피어 역의 윤지성 역시 그룹 및 솔로 활동을 통해 쌓아온 무대 매너와 노련함에 자신만의 매력을 더해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해 크게 호평받았다. 셰익스피어를 위협하는 재능을 지닌 나이젤 바텀 역을 맡은 임규형과 황순종이 맑고 따뜻한 음색으로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인 캐릭터의 매력을 그려냈다면 비아 역의 이영미, 안유진, 이채민은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보컬로 바텀 형제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현명하면서 강단 있는 캐릭터 비아를 완성했다. 포샤 역의 이지수, 이아진, 장민제는 자칫 과장되어 보일 수 있는 캐릭터 설정과 장면들이 이야기 속에 잘 녹아들도록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며 통통 튀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 뮤지컬의 탄생을 예언하는 노스트라다무스 역은 남경주와 정원영이 맡아 각자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제작사 엠씨어터는 종연을 앞두고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모두가 지쳐있는 가운데 한 편의 작품을 넘어 뮤지컬을 사랑한다면 꼭 봐야 작품으로 손꼽히며 '썸씽로튼'을 향한 관객들의 애정 어린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4-07 17:22:12[파이낸셜뉴스] 영화의전당(대표이사 김진해)이 지역 대학생들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부산지역 대학교 관련학과 재학생에게 기술 자격증 교육 및 현장 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기회를 제공, 연극·영화 전문 인력을 계속해서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6일 영화의전당에 따르면 현재 부산의 무대기술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무대 기술진 대부분은 서울과 타 지역에서 수혈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시설물 안전관리, 기자재 인수인계 수준의 서비스를 진행하며 조명, 음향, 디자인 업무는 외부 업체에 의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산오페라하우스 등 개관을 앞둔 부산에서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전당은 이같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자체 기술력으로 각종 행사를 치러내고 있다.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은 설립 최초에 공연장으로서 계획돼 영화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개최할 수 있다. 부산대, 경성대, 신라대 무용학과와 무용단체 공연 제작에 직접 참여했으며, 부산국제연극제 기술지원,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인도영화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등의 개·폐막식 등 각종 행사를 자체 기술진을 통해 운영하고 있다. 또 2015년 뮤지컬 '친구', 2016 뮤지컬 '캐스팅', 프랑스 합작 무용공연 '눈보라' '마티네콘서트', 공동기획 '한낮의 U콘서트'에서 무대, 조명, 음향 및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올해 영화의전당에서는 경성대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무대장비 정기점검에 투입돼 실무를 익히고 있다. 하늘연극장은 상반기 무대점검기간, 하반기 무대점검기간을 통해 자격증을 준비 중인 학생들을 투입시켜 양성하고, 이후 실제 다양한 공연에 기술 스탭으로 참여시킬 계획이다. 영화의전당에서 실습 겸 보조 인력으로 수행중인 박준혁 학생(대학교 4학년)은 무대예술전문자격증 3급을 준비 중이다. 박씨는 "필기시험은 통과했고 실기를 준비 중이다. 학교나 교재에서 배울 수 없던 것을 영화의전당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 흔치 않는 이번 기회로 자격증 취득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다"면서 "무대 기술 관련 체계적인 아카데미가 겸비되면 더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미 무대감독과 프리랜서를 거친 한 졸업생 역시 '무대 예술관련 아카데미 개설'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피력하며 "안전점검 교육 수료에 따른 인증서 및 수료증 발급과 같은 시스템도 갖춰지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영화의전당은 야외광장의 야외큐브 LED 콘텐츠를 동서대 디자인대학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동서대 재학생들의 참여로 완성된 콘텐츠는 지금도 영화의전당 야외광장에 상영되고 있다. 매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대학생을 선발하는 영화의전당 서포터즈 역시 조만간 모집할 예정이다. 선발된 영화의전당 서포터즈들은 올해 1년 동안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이벤트와 홍보 활동에 체험 기회를 갖게 된다. 영화의전당은 실질적인 지역 인재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이사는 “영화의전당은 산학연계발전을 위해 부산의 여러 대학들과 상호협력 하겠다”며 “국내 대표 문화예술 기관으로서, 양질의 콘텐츠 제공과 더불어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2-01-26 14:14:39【파이낸셜뉴스 고양=강근주 기자】 고양문화재단은 연극 <레 미제라블>를 오는 5일부터 6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선보인다. 극단 로얄씨어터 작품으로 2021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방방곡곡 문화공감 민간우수프로그램 선정작이다. 연극 레 미제라블은 2011년부터 수차례 공연됐다. 올해는 대한민국 연극 미래를 위해 연극인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박웅, 문영수, 윤여성, 이호성 등 한국 연극계 원로, 중견 배우와 오디션에서 발탁된 젊은 배우들이 품격 있는 화합의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가 노트르담 드 파리 출간 30년 뒤에 16년 집필기간을 걸쳐 완성한 대작이다. 사랑과 화합, 희망과 구원 메시지를 전하며 시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다. 소설이 200년 전 프랑스 혁명으로 희망이 없던 시절에 국민에게 큰 위로를 전했듯이, 연극 레미제라블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구원과 희망 메시지를 전한다. 티켓은 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이며, 고양문화재단은 보다 저렴한 입장료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공연 정보 및 세부사항은 고양문화재단 누리집(artgy.or.kr)에서 확인 가능하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2021-11-02 04:57:37뜨거운 계절 여름, 후끈 달아오른 대지처럼 무대도 달아올랐다. 이번주 뮤지컬 스테이지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막을 수 없는 조국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담고 불의에 맞서 자신의 삶을 하얗게 태웠던 항일 투사들의 청년 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총 대신 연필' 가슴 속 영원한 청년시인 윤동주 일제 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 속에서 윤동주는 총 대신 연필을 들고 서글픈 마음을 시로 옮겼다. 비극의 역사 속에서도 끝까지 어두운 시대에 맞서 시를 통해 저항했던 청년 윤동주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가 1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다. 2012년 초연돼 벌써 여섯번째 개막을 앞두고 있는 이 공연은 당초 지난 10일 올릴 예정이었지만 당일 공연 관계자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개막을 연기했다. 공연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조선에도 적용해 한민족 전체를 전시총동원체제의 수렁으로 몰아넣던 1938년 경성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북간도에서 어린시절을 함께한 벗이자 동지인 사촌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조선어 강의를 들으며 우리 민족 문화의 소중함을 배워가던 윤동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스승과 친구들, 우리말과 우리글, 자신의 이름과 종교 등 많은 것들을 빼앗기며 절필과 시 쓰기를 반복한다. 어느날 교회 앞 십자가에서 저항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던 윤동주는 자신의 시를 사랑한 이선화를 만나고 그녀의 말에 용기를 얻어 자신의 시 18편이 담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의 시집을 낸다. 이후 1942년 3월 일본으로 건너가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꿈꾸던 윤동주는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히고 송몽규와 함께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된다. 그리고 1년 뒤인 1945년 2월 16일, 일제에 의해 반복적으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으며 생체실험을 당하던 윤동주는 잦은 혼수상태 속에서 어머니와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2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번 작품은 윤동주가 남긴 가슴 절절한 시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팔복', '십자가', '참회록', '서시', '별 헤는 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그가 남긴 대표작 8편을 대사와 가사로 담아냈다. 윤동주 역은 초연 때부터 함께해온 뮤지컬배우 박영수와 서울예술단 단원인 김용한이 맡았다. 공연은 25일까지. ■박열 "편견없이 사랑하고 후회없이 투쟁하라!" 14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박열'은 윤동주보다 20여년 앞서 일본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배우 김수로가 이끌고 있는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제작해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이 작품은 지난 2017년 이준익 감독이 동명 영화로도 제작한 바 있다.작품의 배경은 1923년 일본 도쿄.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원성이 자자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일본 내각은 조선인들이 테러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괴소문을 퍼뜨린다. 그로 인해 6000여명의 조선인이 죽고 이 사건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항일단체 '흑도회'를 지목, 아나키스트 박열에게 일본국왕 폭살 혐의를 뒤집어 씌운다. 이 과정에서 박열은 일본의 계략을 눈치채고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계획에도 없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며 일본 재판정을 투쟁의 장으로 역이용한다. 이번 작품에는 주인공 박열과 더불어 그의 아내 후미코 등 실존 인물들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에 박열의 대척점에 서 있는 도쿄재판소 검사국장 '류지'를 가상인물로 내세워 서사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번 작품의 대본은 신예 이선화 작가가 써내려갔다. 여기에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이유정 작곡가가 가세했고, 배우·극작·연출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성종완이 연출로 참여했다. 공연을 함께하는 배우들의 면모도 탄탄하다. 주인공 박열 역에는 연극 '완벽한 타인'과 뮤지컬 '스모크' 등을 통해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인 김재범을 비롯해 뮤지컬 '붉은 정원'의 김순택, 뮤지컬 '미스트'의 백기범, 뮤지컬 '태양의 노래'의 조훈 등 4명이 캐스팅됐다. 또 박열의 아내이자, 국적은 다르지만 조선인 박열과 뜻을 함께하는 아나키스트 후미코 역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이정화를 비롯해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허혜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최지혜 등이 맡았다. 공연은 9월 12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7-12 18:5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