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증오와 집착,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다." 장르물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김대우 감독은 오는 20일 '히든페이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히든페이스'는 감정의 아이맥스 영화 같다"며 "자기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며 질주하는 인물들을 보며 관객들 역시 대리만족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는 차별화된 스토리와 반전, 색다른 연출 기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의 타이틀(히든페이스)을 유지한 데 대해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며 "기존 작품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 '인간중독'(2014)과 '방자전'(2010)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입증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요 인물을 포착하는 카메라 앵글의 다양한 구도와 거친 사운드, 조명의 대비감, 슈베르트의 음악의 서정성을 적극 활용했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즉흥곡 제3번이 '성진'이 나오는 주요 장면에 사용됐다. 밀실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해석한 음악들을 설계해 반영했다. 영화 전반부의 고혹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슈베르트 음악에 대해 김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이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두 사람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감춰진 얼굴'이라는 타이틀 의미 그대로 미궁에서 출발한 영화는 각 인물이 지닌 다면성을 과거와 현재,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전환점이 되는 각 사건을 통해 하나하나 벗겨나간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합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성진과 수연, 미주의 욕망과 감정에 서스펜스를 더해 장르적 매력을 높였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기만 아는 욕망이 있을 텐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기는 사람도 있다"며 "나 역시 관계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향한 탈피의 과정들이 공포와 스릴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해석했다. 성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출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수연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연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진심이 담긴 로맨스, 남들에겐 일탈로 표출되지만, 그가 자기의 진짜 욕망을 달성했는지는 영화의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비밀이 탄로 난 이후 인물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제의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은 괴리감과 섬뜩함이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포였다"고 털어놨다. 또 낯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성진의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하는데 따른 고충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 속 나와 다른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여정이 연기한 수연은 모든 상황과 사건, 인물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에고이스트다. 또 박지현이 연기한 미주는 연인 사이를 갈라놓은 갈등의 촉매제이지만 한편으론 이들의 삶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두고 김대우 감독은 "선악이 불분명한 인간을 탐구한 밀실 스릴러"라고 말한 바 있다. 배신을 당한 피해자로 보이는 인물이 상대를 배신하고, 여기에 또 다른 이의 배신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점층식으로 쌓여가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표면부터 아래로 탐험해나간다. 특히 영화의 핵심 테마이자 촬영 장소인 밀실은 갇히고 닫힌 공간이지만, 끝없는 반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밀실 안팎으로 느껴지는 뚜렷한 명암 대비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역전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밀실 외에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지휘자실, 저택, 식당,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를 통해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전달한다. 여기에는 정반합과 모순을 아우르는 김대우식 스토리텔링이 또다시 녹아들어 있다. 숨겨진 공간인데 모든 걸 지켜보는 전지적 공간이고, 닫힌 공간이지만 본색이 열리는 공간이다. 단절돼 있지만 가장 솔직한 얼굴로 연결되는 소통의 장이다. 특히 '배신의 끝은 파멸'이라는 상투성에 의문을 던진다. 김 감독은 "밀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극장에 앉아 공간이 주는 입체감, 또 음향적인 충격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자기 속의 생각과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18 18:11:58[파이낸셜뉴스] “인간이 인간에게 느끼는 증오와 집착, 질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었다.” 장르물의 달인이라 평가받는 김대우 감독은 오는 20일 ‘히든페이스’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히든페이스'는 감정의 아이맥스 영화 같다"며 "자기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며 질주하는 인물들을 보며 관객들 역시 대리만족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히든페이스'는 지난 2011년 개봉한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원작과는 차별화된 스토리와 반전, 색다른 연출 기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대우 감독은 원작의 타이틀(히든페이스)을 유지한 데 대해 “영화의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며 “기존 작품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뜻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 '인간중독'(2014)과 '방자전'(2010)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력을 입증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주요 인물을 포착하는 카메라 앵글의 다양한 구도와 거친 사운드, 조명의 대비감, 슈베르트의 음악의 서정성을 적극 활용했다.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과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즉흥곡 제3번이 ‘성진’이 나오는 주요 장면에 사용됐다. 밀실이 드러나는 중후반부터는 공간이 지닌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해석한 음악들을 설계해 반영했다. 영화 전반부의 고혹적이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슈베르트 음악에 대해 김 감독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이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두 사람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감춰진 얼굴’이라는 타이틀 의미 그대로 미궁에서 출발한 영화는 각 인물이 지닌 다면성을 과거와 현재,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전환점이 되는 각 사건을 통해 하나하나 벗겨나간다. 오케스트라가 여러 악기의 합으로 하나의 곡을 완성하듯 성진과 수연, 미주의 욕망과 감정에 서스펜스를 더해 장르적 매력을 높였다고 제작사 측은 설명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기만 아는 욕망이 있을 텐데,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숨기는 사람도 있다”며 “나 역시 관계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내 모습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향한 탈피의 과정들이 공포와 스릴로 느껴지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해석했다. 성진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출세에 대한 욕심 때문에 수연에게 한없이 굴종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수연에 대한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진심이 담긴 로맨스, 남들에겐 일탈로 표출되지만, 그가 자기의 진짜 욕망을 달성했는지는 영화의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송승헌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과 욕심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비밀이 탄로 난 이후 인물들이 보여준 태도는 실제의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은 괴리감과 섬뜩함이 있었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공포였다”고 털어놨다. 또 낯선 클래식 음악을 이해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성진의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하는데 따른 고충도 있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 속 나와 다른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조여정이 연기한 수연은 모든 상황과 사건, 인물을 통제해야 직성이 풀리는 에고이스트다. 또 박지현이 연기한 미주는 연인 사이를 갈라놓은 갈등의 촉매제이지만 한편으론 이들의 삶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두고 김대우 감독은 “선악이 불분명한 인간을 탐구한 밀실 스릴러”라고 말한 바 있다. 배신을 당한 피해자로 보이는 인물이 상대를 배신하고, 여기에 또 다른 이의 배신이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점층식으로 쌓여가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인간 내면의 다층적 구조를 표면부터 아래로 탐험해나간다. 특히 영화의 핵심 테마이자 촬영 장소인 밀실은 갇히고 닫힌 공간이지만, 끝없는 반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밀실 안팎으로 느껴지는 뚜렷한 명암 대비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와 역전되는 관계를 보여준다. 밀실 외에 오케스트라 연습 공간, 지휘자실, 저택, 식당, 미주의 집 등 다양한 공간의 치밀한 설계를 통해 캐릭터를 둘러싼 서사를 전달한다. 여기에는 정반합과 모순을 아우르는 김대우식 스토리텔링이 또다시 녹아들어 있다. 숨겨진 공간인데 모든 걸 지켜보는 전지적 공간이고, 닫힌 공간이지만 본색이 열리는 공간이다. 단절돼 있지만 가장 솔직한 얼굴로 연결되는 소통의 장이다. 특히 ‘배신의 끝은 파멸’이라는 상투성에 의문을 던진다. 김 감독은 “밀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의 어두운 복도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극장에 앉아 공간이 주는 입체감, 또 음향적인 충격을 제대로 감상하면서 자기 속의 생각과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18 09:50:56"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1987년 현행 헌법 전문(前文)에 처음 들어간 부분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라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9차 개헌 당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은 '역사적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 계승의 의미' 논문). 장 교수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탄생 자체를 임시정부로 소급시키는 것보다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대한민국이 계승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고, 그런 의미에서 1919년 건국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정신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주장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임시정부가 '임의 단체'라거나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탄생한 임시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포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등불이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의 위상만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승만과 김구 등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해석·재해석하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일제 에서 벗어난 지 80여년이 된 지금도 갈등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듯하다. '엄밀한 역사적 사실'과 '합리적 해석'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왜곡된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 둘로 쪼개진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골이 더 깊어진 현실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두고 "친일 매국 정권" 운운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영일 전 의원은 '건국사 재인식'(동문선)에서 "(대한민국) 건국사 왜곡은 북한 심리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1948년 이래 집요하게 되풀이해 온 김일성 패거리들의 건국사 왜곡 담론을 그대로 믿고 옮기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소련의 위성정권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은 빼놓고 "이승만이 통일을 바라는 전 민족의 염원을 외면하고 미국의 힘을 끌어들여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운 것이 민족분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승만을 격하해야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사 출신, 중앙정보부 근무, 민정당 사무총장, 국정원장 등을 역임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결과적으로 좌파의 선동에 따라 국론분열에 앞장선 것은 아이러니다. 광복회는 이른바 뉴라이트 판별기준이라는 것도 제시했다. 임시정부 및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입장, 일제하 우리 국민의 국적 등 9가지가 그것이다. 기준 자체도 문제지만 자신들의 잣대로 뉴라이트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국민 누구도 광복회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합리적 해석을 벗어난 과거사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다. 파리올림픽에서 일본 선수에게 지고도 축하를 건네며 실력 차이를 쿨하게 인정한 신유빈 선수.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한일전, 친일파 운운하는 미숙한 어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사 선동 외에 내놓을 미래 비전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에게 일본과 일본인은 외국과 외국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철 지난 과거사 선동에 발목 잡히지 않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세계를 자유로이 누벼야 한다. 문제는 광복 후 80여년이 된 지금도 '친일파' 운운하며 독립운동을 하는(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지만 그들이 끼치는 해악은 국론 분열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각 독립운동가들은 알아야 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의 열쇠는 자신에게 있음을. 아니 그대로 걸어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것은 열등감의 반영이라고 한 아들러의 말이다. 일본 논문을 통째로 베끼는 사람이 친일파 선동에 앞장서는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08-19 18:04:49[파이낸셜뉴스] ‘임시정부법통’은 정신 계승 건국사 왜곡은 북한 심리전 질곡 탈출 열쇠는 자신에게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1987년 현행 헌법 전문(前文) 에 처음 들어간 부분이다.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라는 주장의 근거이기도 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9차 개헌 당시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문구를 새로 넣은 것은 ‘역사적 정통성의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 계승의 의미’ 논문). 장 교수는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은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탄생 자체를 임시정부로 소급시키는 것보다는 임시정부의 정신을 대한민국이 계승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고, 그런 의미에서 1919년 건국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정신 계승’이라는 관점에서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정부라는 주장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임시정부가 ‘임의 단체’라거나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1919년 3·1운동 이후 탄생한 임시정부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적 구심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동포들에게 독립의 희망을 놓지 않게 하는 등불이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의 위상만이 아니다.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승만과 김구 등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해석·재해석하는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일제 지배에서 벗어난 지 80여년이 된 지금도 갈등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듯하다. ‘엄밀한 역사적 사실’과 ‘합리적 해석’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따라 왜곡된 시각이 여전한 탓이다. 둘로 쪼개진 광복절 기념식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골이 더 깊어진 현실을 상징한다. 일본 정부의 사과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두고 “친일 매국 정권” 운운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영일 전 의원은 ‘건국사 재인식’(동문선)에서 “(대한민국) 건국사 왜곡은 북한 심리전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1948년 이래 집요하게 되풀이해 온 김일성 패거리들의 건국사 왜곡 담론을 그대로 믿고 옮기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소련의 위성정권으로 세워졌다는 사실은 빼놓고 “이승만이 통일을 바라는 전 민족의 염원을 외면하고 미국의 힘을 끌어들여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세운 것이 민족분열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승만을 격하해야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사 출신, 중앙정보부 근무, 민정당 사무총장, 국정원장 등을 역임한 이종찬 광복회장이 결과적으로 좌파의 선동에 따라 국론분열에 앞장선 것은 아이러니다. 광복회는 이른바 뉴라이트 판별기준이라는 것도 제시했다. 임시정부 및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입장, 일제하 우리 국민의 국적 등 9가지가 그것이다. 기준 자체도 문제지만 자신들의 잣대로 뉴라이트 딱지를 붙이는 것은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국민 누구도 광복회에 그런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엄밀한 사실과 합리적 해석을 벗어난 과거사에 대한 집착은 자신이 만든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다. 다행스런 것은 우리 젊은이들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에게 지고도 축하를 건네며 실력 차이를 쿨하게 인정한 신유빈 선수.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한일전, 친일파 운운하는 미숙한 어른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할 수 있는 게 과거사 선동 외에 내놓을 미래 비전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발랄한 젊은이들에게 일본과 일본인은 친하게 지내야 할 외국과 외국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젊은 세대는 철지난 과거사 선동에 발목 잡히지 않고 선진국 국민으로서 세계를 자유로이 누벼야 한다. 문제는 광복 후 80여년이 된 지금도 ‘친일파’ 운운하며 독립운동을 하는(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임을 알지만 그들이 끼치는 해악은 국론 분열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각 독립운동가들은 알아야 한다. 스스로 만든 감옥의 열쇠는 자신에게 있음을. 아니 그대로 걸어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옥을 만드는 것은 열등감의 반영이라고 한 아들러의 말이다. 일본 논문을 통째로 베끼는 사람이 친일파 선동에 앞장서는 걸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08-19 13:16:52"2000만원은 너무 싼 죗값 아닌가요?""변호사님, 정말 이게 그 XX가 받는 벌 전부라구요? 2000만원이요?" 그렇다. 2000만 원 남짓. 상간소송이라고들 알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받을 수 있는 판결의 금액이다. 필자가 수임했던 상간소송의 원고가 되는 당사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내 인생은 이렇게 망가졌는데 이것밖에 받지 못하느냐, 죄인이라는 낙인을 찍어주고 싶다, 얼굴을 들지 못하고 다니게 하고 싶다, 상간소송하면 전과가 남느냐, 벌금을 받으면 기록이 남지 않느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등등. 상간소송은 민사소송이고, 형벌이 아니므로 전과가 아니고 범죄자도 아니다. 누군가 제한 없이 소송 진행 내용과 결과를 조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전적인 배상, 쉽게 말하면 돈으로 물어주면 끝이다. 그래서 상간소송이 치명적인 타격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대했다면 처음에는 실망하게 된다. 어린이집서 눈맞은 불륜남녀필자가 수임했던 사건 중 어린이집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눈이 맞은 불륜남녀 케이스가 있었다.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데려갔다가 알게 된 비슷한 나이의 부부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함께 놀이공원, 키즈카페에 갔다. 또 한 번은 자기들 집에서, 한 번은 상대 부부 집에서 초대하여 식사도 하고, 그렇게 친해져 결국 그중 두 사람이 눈이 맞았다. 상대 부부의 아내는 내 아내보다 남편에게 더 잘하고, 아이들도 더 잘 돌보고, 늘 관리된 모습이고, 상대 부부의 남편은 내 남편보다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술 약속도 많이 없어서 평일에는 집에 일찍 들어와 가족 중심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고 느껴진다. 애들을 핑계로 만날 수 있으니 만날 명분은 얼마든지 있었다. 부부 네 명이 항상 시간을 맞출 수는 없으니 어느 날엔 부부 중 한 명만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해주기 위해서 만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가. 왜 이제야 이렇게 만난 것인가. 당사자들은 그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의 애틋함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다. 불륜커플의 여자는 혼자 괴로워하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 친한 친구라면 이 진정한 사랑을, 이 애틋한 마음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믿음 때문에 두 가정은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친한 친구는 이 사실을 곧장 남편에게 알려주었다. 친한 친구의 눈에는 불륜친구가 완벽한 남편과 완벽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처럼 보여 늘 부러웠고, 자신의 열등감을 드디어 해방해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므로, 그런 시기와 질투를 ‘진실을 함구하는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이라는 이름으로 적절히 변모시킬 수 있었다. 소송 당하자 꺼져버린 불륜커플의 사랑필자의 의뢰인은 불륜녀의 남편이었다. 소송은 각 배우자가 불륜커플의 상대방을 상대로 하는, 크로스 방향의 진행이 되었다. 각 부부의 혼인생활도 이혼으로 마무리가 되었고, 불륜커플의 불같은 사랑도 냉정한 현실의 찬물을 끼얹자 까만 연기만을 남기면서 꺼져버렸다. 불륜녀나 불륜남의 입장에서는 2000만원 배상으로 받는 재산상 타격이 상간소송에서 받는 불이익 전부일까.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대부분은 공감되는 이 말은 상간소송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불륜남녀의 관계에는 어떠한 믿음이나 확신이 없고, 늘 채워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은 결국 평온했던 생활 자체를 잠식하며, 주변 지인들에게는 그들 배우자의 잠재적인 불륜의 상대방으로 점찍어져 경계의 대상이 된다. 자신이 살아온 전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 가족을 잃게 되고, 앞으로 살아갈 전부라고 믿던 연인을 잃는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 같던 친한 지인들도, 돌아서면 오히려 누구보다 더 객관적인 남이 되고,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찾는다. ‘저렇게 살면 안 되지’라는 말이 어디서든 들린다. 아직 불륜 사실이 배우자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이면 괜찮을까. 아니다. 법원에서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소장이 깨뜨릴 가정 평화에 대한 위태로움, 배우자가 혹시라도 알게 된 건 아닌지 몰라 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는 시간, 불가침입의 내 가정에 언제 날아들어 올지 모르는 불안의 화살. 위법하기는 하나 처벌을 무릅쓰면서 저지르고야 마는 직장에의 상간사실 유포, 가정은 깨지더라도 사회생활은 계속해야 하니 이것만은 막고 싶어 하지만, 눈이 뒤집힌 불륜상대 배우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상간자의 친한 지인들은 마치 정해놓은 것처럼 ‘저렇게 바람피우는 걸 배우자도 알고 있나?’, ‘배우자가 불쌍하다’라는 말을 반드시 하고, 반드시 내 귀에 들린다. 소송엔 '금융치료 플러스 알파'가 있다그러니, 배우자가 나를 배신하도록 내 배우자를 유혹하고 나를 기만하며 감히 미래를 논하는 불륜 상대방에 대한 단죄 의지로 상간소송을 시작한다면, 그 의지는 원하는 대로 현실이 되므로 그걸로 충분하다. 상간자가 겪게 될 상실감, 불안감, 이미 폐지된 간통죄보다 더 센 중범죄급 비난은 직접 겪지 않은 당사자는 모를 것이다. 배우자의 불륜에, ‘내가 느낀 가정 파탄의 상실감과 배우자의 배신으로 인한 허망함이 어느 정도인지 너 따위가 알아?’라고 하는 것에 상응한다고 하면, 어느 정도인지 알까. 물론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그 정도 크기의 응징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받는 것이 돈 2000만원 뿐이더라도, 상대방이 지급하는 것이 돈 2000만원 뿐이더라도, 상간소송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힌트! [필자 소개] 박주현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중용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형사 및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내변호사 박변호사’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는 공익성을 가진 특수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의뢰인에 대한 최선의 법률서비스와 변호사로서의 공익적 사명감이 조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은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주현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4-01-26 17:48:17【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관영 매체가 강원도 홍천군 일원에 추진 중인 한중문화타운 논란에 대해 전문가를 인용, 차이나타운은 문화교류를 촉진하는 시설이라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문화적 열등감이라는 표현도 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0일 정지용 푸단대 교수의 말을 빌려 이번 논란은 중국 문화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차이나타운 같은 시설은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한국인들이 더 합리적이고 포용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문화 프로젝트는 두 나라 사이에 오해가 있을 때 꼭 필요한 것”이라며 “반대하지 말고 포용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해 동북지역에는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리아타운이 있다는 설명도 했다. 영화 평론가 스원쉐는 차이나타운 반대는 문화적 열등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차이나타운을 건설하는 게 한국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자신의 문화에 대해 자신감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중문화타운의 경우 중국을 테마로 한 게 아니라는 강원도의 해명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반중감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한중문화타운이 차이나타운이 아니라는 강원도의 설명 내용도 비교적 자세히 소개했다. 이 청원에 60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는데, 20만 명 이상 동의를 얻는 청원에 대해서는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이 공식 답변해야 한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덧붙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1-04-20 15:44:42[파이낸셜뉴스] 세계 속에 한국을 바로 알리기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해온 서경덕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뉴욕타임스>에 'Korea's Kimchi, It's for everyone'이란 광고를 실었다. 직역하면 '한국의 김치, 모두를 위한 것'이란 뜻이다. 이 광고는 지난해부터 중국이 김치 종주국을 왜곡해온 것에 대항하는 차원이다. ■세계에 '김치=한국 음식' 알린다 서 교수는 18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 미주판 A섹션 5면과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유럽·아시아판) 5면에 실린 광고에서 "김장 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며 "역사적으로 수천 년 동안 한국의 대표 음식 문화로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김치를 한국음식으로 홍보하는 건 중국의 문화왜곡에 맞서 세계인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한 조치다. 실제 지난해 들어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가 제공하는 김치 정보와 유명 유튜브 제작 영상콘텐츠 등에서 김치가 중국 음식이란 표현이 들어갔고, 장쥔 유엔(UN) 주재 중국 대사까지 나서 직접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찍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하는 등 중국이 김치 종주국인 것처럼 위장하는 행태가 논란을 빚어온 상황이다. 중국 외교부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공산당 산하 기관에서까지 이 같은 논란을 "문화적 열등감의 표현이자 집단감정의 반영"이라 표현하는 등 기름을 붓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차원의 공식적인 항의 등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설명자료를 내고 "우리 김치(Kimchi)에 관한 식품규격은 2001년 유엔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 회원국들이 이미 국제 표준으로 정했다"며 "이번에 ISO 24220으로 제정되는 내용은 ‘파오차이’에 관한 사항이고, 이는 쓰촨 지역의 염장채소"라고 정리했을 뿐이다. ■중국 문화왜곡 시도, 국제사회는 '싸늘' 중국의 문화적 왜곡 야욕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 해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신력 있는 국제표준화기구가 일찌감치 파오차이 규격이 김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 논란을 미연에 차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 김치가 파오차이에 해당한다'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오보란 판정도 받은 상태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중국이 한국 전통음식인 김치 제조법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거짓보도에 한국이 퇴짜를 놨다"고 보도한 게 대표적이다. 역사는 물론 김치와 한복, 윤동주 시인 국적 등을 왜곡해 문화적 패권주의 야욕을 드러내는 중국의 움직임에 시민들의 경각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일각에선 이러한 움직임이 국내 김치 산업 강화와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라남도 해남 지역 한 농민은 "국산 김치가 비싸다고 값싸고 품질도 형편없는 중국산을 대량으로 사다가 먹는 현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소비자가 품질 좋은 김치를 찾고, 김치산업도 잘 자리를 잡고 있었다면 감히 중국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1-19 16:32:37▲ 사진=김현우 기자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상속자들’부터 이후 ‘미생’, 영화 ‘스물’, ‘쎄시봉’, 그리고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까지 배우 강하늘은 대한민국 어떤 누구보다 가장 다양한 청춘을 만나고 있다. 이런 그가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를 통해 1945년 누구보다 뜨거웠으나 누구보다 혼란스러웠고, 누구보다 아팠던 윤동주 시인을 그렸다. 동주는 시인을 꿈꾸지만 반대하는 부모님과 갈등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얼빠진 표정을 짓는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청년이다. 동주는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벗이자 사촌인 몽규가 신춘문예에 당선돼 자신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것 같아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시인이자 평소에도 좋아하던 위인 윤동주를 연기하는 것은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강하늘에게 ‘동주’라는 영화는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것 이상의 작품이었다. “부담감이 많았어요. 다만 영화를 촬영하면서 욕심이 있었다면 저희 집에 ‘쇼생크탈출’, ‘대부’ 등 포장도 안 뜯고 전시해둔 DVD들이 있거든요. 제 작품은 하나도 없는데, ‘동주’가 여기에 속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다시 봐야 알 것 같아요.(웃음)” ▲ 사진=김현우 기자그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결국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부끄러워하는 동주를 보며 우리도 부끄러움을 느꼈고, 아파하는 동주를 보며 우리도 아팠다. 이런 시대의 아픔과 미완의 청춘들의 먹먹함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 “모든 신이 어려웠지만 특히 윤동주 시인이 돌아가시고 나서 영안실에서 누워 있는 장면이 가장 힘들었어요. 이미 돌아가신 상황이라 죽어 있는 것처럼 있어야 했죠. 그런데 옆에서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시는데 저도 자꾸 눈물이 나는 거예요. 제가 울면 다시 촬영해야 하니까 참으려고 애썼지만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동주’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만주 북간도 사투리와 일본어가 사용된다. 대본의 절반은 북간도 사투리, 나머지는 일본어였기 때문에 대사를 외우는 것부터 감정을 넣는 것까지 모든 순간을 고민해야 했다. “사실 대본으로만 봐도 힘들었어요. 대사에 감정을 넣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죠. 일본어 대사를 보면서 어떤 마음일까 생각해 봤고, 사투리는 한마디로 닥치니까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귀에 익도록 사투리로 연기한 작품들을 틀어놓고 잤고, (박)정민 형과 만날 때마다 연습하곤 했어요.” “나중에는 사투리를 안 쓰는데, 그 이유는 시를 표준어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 평소엔 사투리를 쓰다가 내레이션만 표준어로 하면 이질감이 들 것이라는 판단이었죠. 실제로 저 같은 경우도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고쳐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흥분하면 저도 사투리가 튀어 나오는데, 그래서 동주도 몽규와 다투는 신에서 사투리를 써요.” ▲ 사진=김현우 기자시인의 삶을 그렸기 때문에 작품 곳곳에 선물처럼 시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레이션으로 읽는 강하늘의 목소리는 깨끗해서 맑은 영혼을 가졌던 윤동주 시인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어떤 마음으로 읽느냐가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았어요. 후시녹음을 했는데, 특히 ‘서시’는 편하게 앉아서 읽으니까 마음에 안 와 닿더라고요. 오버일 수도 있지만 정성스럽게 읽고 싶어서 의자 위에서 무릎을 꿇고 읽었죠. 대본 리딩 할 때도 눈물이 났는데, 실제 녹음 때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이 첫 마디가 안 나오더라고요.” “이 역할을 맡게 돼서가 아니라 원래 윤동주 시인의 팬이었어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버전 별로 갖고 있을 정도예요. 영화 찍으면서 더 좋아진 시는 ‘자화상’이에요. 예전엔 이 시를 읽으면서 당연하게도 ‘한 사나이’가 윤동주 시인 본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는 송몽규로 해석하더라고요.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싶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이 영화는 눈물을 짜내는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은 어느 샌가 눈물로 변한다. 만약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잘 참아냈더라도 엔딩을 장식하는 ‘자화상’이라는 노래는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든다. 이 노래는 기교 없이 덤덤하게 부르는 강하늘의 목소리와 만나 무엇인가를 해야 했지만 그것을 하기엔 너무나도 연약했던 시대를 담아냈다. “노래를 하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윤동주라는 인물로 나왔던 사람이 노래를 한다는 것이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생각해 봤었죠. 혹시나 흐름을 깨지 않을까 걱정돼 감독님께 말씀드렸더니 안 좋으면 안 쓰겠다고 하셔서 안심했었어요.(웃음)” ▲ 사진=김현우 기자최근 강하늘은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을 통해 형들과 함께 아이슬란드로 떠났었다. 그는 수북이 쌓인 눈에 뛰어 들어가 파닥파닥대며 천사 모양을 그리거나 나무 아래에서 쏟아지는 눈을 맞거나, 눈 속에 와플과 커피를 플레이팅 하는 등 낭만적인 행동을 거침없이 행하곤 했다. 그가 봤던 밤하늘은 대체 얼마나 예뻤길래 눈 위에 덥석 누워버릴 수 있었던 걸까. “제가 사실 4차원적이긴 해요. 감성을 넘어서 똘끼도 있고요.(웃음) 오로라는 ‘못 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웃음)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중에 감히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하늘에서 커튼에 왔다 갔다 하거든요. CG를 보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여행을 다녀와서 달라진게 있다면 마음이 조금 여유로워졌다는 거예요. 아이슬란드 속담 중에 ‘모든 고독은 아이슬란드에서 왔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공항에 내리는 순간 눈이 쫙 펼쳐져 있고 지평선밖에 안 보여요. 돌들도 몇 천 년 간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거기서 제가 살아온 순간들을 따지면 정말 너무 작거든요. 그걸 보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 같아요.” 2016년 1월 1일부터 ‘꽃보다 청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오는 17일 영화 ‘동주’와 ‘좋아해줘’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드라마 ‘보보경심: 려’ 촬영을 시작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그는 공연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그의 모습을 앞으로는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꽃보다 청춘’은 정말 의도하지 않게 간 것이었고(웃음), 영화도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개봉을 하는데, 다들 아시겠지만 제 의사가 반영된 것은 아니에요. ‘보보경심’도 언제 촬영에 들어가는지 모르고 하게 됐는데 이번에 들어갔어요. 사실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죠. 제 욕심이지만 ‘보보경심’ 끝나고 무대를 계획하고 있어요. 공연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구체화할 수는 없으나 꼭 하고 싶어요.” 한편 ‘동주’는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이주희 기자
2016-02-16 17:20:19가끔 이상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다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정상일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오랫동안 싸움에 익숙해 왔다. 비근한 예로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오랫동안 사활을 건 싸움을 해 왔고 또 하고 있다. 또 여기엔 이와 관련한 수많은 단체들이 뒤얽혀 복잡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니 참으로 이상하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란 싸움의 다른 이름이란 말인가. 하긴 그렇게들 말해왔던 것도 같다.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들의 공통점은 역시 정치적 싸움이거나 외세에 대한 방어, 혹은 저항이 대부분이다. 왕권과 신권의 싸움이나 신권 내부의 각종 당쟁(사화)으로 조선을 설명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근대 일본 등 외세와의 싸움도 그 안에 쇄국과 개화의 싸움, 갑오농민싸움을 비롯한 왕권(혹은 외세)과 민중의 수많은 투쟁, 의병투쟁에 내재한 근대와 반근대의 싸움 등 각종 싸움들이 내재해 있다. 해방 후 좌우익의 싸움, 남북전쟁, 그 이후의 분단싸움들은 아주 익숙한 것들에 속한다. 사회는 또 어떠한가.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가혹한' 경쟁이다. 그 경쟁으로 누군가는 승자가 되겠지만 누군가는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때때로 패자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해 투신자살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하곤 한다. 교육열이 그렇게 치열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 사회의 전투성을 여실하게 반영해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결과 승자는 우월감에 도취해 패자를 무시하고 패자는 열등감에 빠져 적개심으로 살아간다. 이것이 구한말 우리 사회가 적극 받아들여 문명화하려 했던 서구의 그 적자생존과 우승열패, 부국강병론의 역사적 결과이자 오늘날 우리 사회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구도이기도 하다. 이처럼 한국 사회는 초조와 불안과 조바심으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사회이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민주라는 이름으로, 자유라는 이름으로, 평화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너무나 많이 너무나 오랫동안 싸워 왔다. 이러한 싸움의 환경에서 각종 논객이나 네티즌의 정도 이상의 공격성은 때로 섬뜩할 때가 있다. 이러니 살인적인 보복운전이나 가족 간의 어이없는 파괴적 불화, 살기등등한 왕따 폭력 등 각종 비정상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것도 그리 새삼스러울 것 같지가 않다. 레비스트로스는 그의 주저 '슬픈 열대'에서 열대 원주민을 야만화하면서 자신들을 문명화했던 서구의 그 '변증법적 이성'이나 여러 시민혁명적 가치들도 크게 보면 서구적 나르시시즘의 하나로서 매우 서구 중심적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는 참혹한 제국주의와 인종차별을 불러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 말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그 본연의 정신에 충실하지 못하면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하겠다. 우리는 시시비비의 정당성만 생각했지 그 정당성 뒤에 가려진 싸움 주체들의 나르시시즘이나 자기중심성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설득과 타협, 관용과 양보 등의 평화로운 가치와 환경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진지한 모색과 인식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이다. 김진기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2015-06-10 17:04:24드라마 ‘오늘만 같아라’가 현실감 있는 등장인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MBC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 속 각기 다른 아픔들을 가진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 ‘오늘만 같아라’는 극 초반 고향친구인 춘복(김갑수 분), 상엽(홍요섭 분), 준태(이한위 분) 등 세 부부의 가족 이 지닌 아픔이 공개된 후 그로 인한 갈등으로 긴장감이 더해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춘복은 가족을 지키고자 아들 지완(이재윤 분)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을 감추고 친구 준태 부부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겉으로는 냉정하고 야박하게 대하는 등 악역을 자청하지만 실은 속 깊고 한없이 여린 캐릭터이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어 춘복의 이복동생 해준(김승수 분)은 잊고 지냈던 생모 옥자(정재순 분)가 갑자기 나타나자 차마 외면할 수 없어 길러준 어머니 갑분(김영옥 분)과의 약속까지 뒤로한 채 옥자를 만나며 도움을 줘 갑분에게 서운함과 실망감을 안겨준다. 특히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서 갑분이 옥자의 집에서 밥을 먹는 해준을 목격하고 어마어마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며 갈등 심화로 이어져 극의 긴장감을 더할 예정이다. 그 밖에도 회사에서 조기퇴직을 감행한 준태(이한위 분)와 그런 남편의 열등감의 대상인 춘복의 주유소에서 남편 몰래 일하며 악착 같이 생활비를 충당하는 정심(박순천 분) 등 현실세계를 반영한 등장인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ralph0407@starnnews.com남연희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관련기사 ▶ 조우종 망언 "김태희 얼굴 예쁜데 몸매는 별로"..안티급증? ▶ ‘뿌리깊은 나무’ 충격결말 함구령, “감탄할만한 결말 준비” ▶ 불후의 명곡2 음원공개, "사장되는 음원 너무 아까웠다" ▶ 조수빈 아나, '뉴스9' 이틀째 불참...KBS 노조파업 여파 ▶ 천일의 약속 결말, 수애 죽음 후에도 김래원 "나는 아직이다"
2011-12-22 12:0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