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때리기로 이어가는 트럼프의 예측불가성 [fn기고]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성은 다자무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80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두 번째 기조연설에 나선 트럼프는 ‘시간’과 ‘의제’ 모두에서 예측불가 그 자체였다. 우선 트럼프의 시간 독점은 그의 색다른 강대국 정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상의 기조연설은 15분으로 정해져 있다. 시간을 초과했다고 강제 중지시키지는 않지만 시간 내에 끝내야 다른 정상의 기조연설에도 불편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관리에 신경쓰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조연설에 1시간이나 사용하며 자신은 예외라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에도 부정적인 모습일 수밖에 없다. 둘째, 위기에 직면한 유엔을 구하는데 선봉에 서야 할 상임이사국이자 전후 질서에서 줄곧 강대국 지위를 누려온 미국의 대통령이 기대되는 역할에 반대되는 성격의 목소리만 줄 곳 내는 자리가 되었다. 유엔은 말뿐이고 할 일은 제대로 못 한다며 ‘유엔 때리기’에 집중했고, 유엔이 못한 7개 전쟁을 자신은 끝냈다는 등 자신의 성과를 치켜세우기에 급급했다. 핵보유국 공식 인정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 북미 정상회동 추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예측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유엔에 대한 영향력,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유엔 무대에서 보여준 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성은 이미 제 기능이 위축된 유엔의 도전을 심화시키는 요소다. 유엔은 과도기 국제질서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해 이미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규칙기반질서를 지키내는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유엔이 그 역할은커녕 내부적으로 이미 교착에 직면한 상태다. 유엔의 관료화는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다. 나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러시아 등 현상변경 시도를 지속하는 상임이사국의 훼방으로 결의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적 요인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부정적 대유엔 인식으로 인해 유엔의 총체적 난국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위기에 직면한 유엔을 지켜내는 데 집중해야 할 80주년을 맞이한 절호의 기회가 그늘지게 되었다. 유엔의 위기는 한국의 번영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유엔 등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규칙기반질서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왔기에 한국의 이러한 환경을 잘 활용하여 지금의 선진강국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유엔이 약화되면 한국이 번영을 지속하는데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아가 한국은 6·25전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유엔의 지원으로 자유를 지킬 수 있었다. 트럼프의 예측불가성은 추후 진행될 한미 양자외교에서도 발현될 수 있기에 한미동맹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트럼프의 기조연설을 잘 참고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유효하게 대비하여 트럼프 리스크 속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추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위기에 직면한 유엔이 제 역할을 되찾기 위해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인식을 구체적으로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과 달리 한국은 유엔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다.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잘 유지하되 주권국가로서 한국이 국제이슈에서 미국과 다른 시각을 갖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그 이슈가 부상시 잘 검토하여 필요할 경우 독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장기적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글로벌 책임국가 외교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대유엔 기여외교를 수립하여 포함하고, 규칙기반질서 수호를 위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노력을 가시적으로 현시하는 귀중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9-26 10:27:27
협상 무기화된 트럼프의 예측 불가성에 韓, 체계적 대비 필요하다 [fn기고]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1기 행정부와 2기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측 불가성이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예측이 어려운 정책 부상과 SNS를 통한 메시지로 수많은 난제가 부상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1기에서 이미 경험을 했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혼선이나 예측 불가성이 완화될 것이란 시각도 많았다. 실제로도 그럴까? 현실을 보면 그 반대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예측 불가성이 더 심화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게 ‘2주’라는 시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불과 2일 후에 전략폭격기를 보내 핵시설을 타격했다. 일종의 작전교란을 통해서 타격효과를 극대화한 것인데 이는 예측 불가성을 무기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광물협정을 체결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지만 지난 7월 1일 미 국방부가 무기 재고 부족을 이유로 미사일 등 일부 무기 수송을 중단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 아니라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유럽에게도 예측 불가성을 높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이 명확한 이유 없이 취소되기도 했다. 관세협상, 양자회담 등을 앞두고 예측 불가성을 활용해 협상 레버리지를 끌어 올리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 불가성을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가성과 정책 전문성에서 전자에 치우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접근법, MAGA 인사 중심성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MAGA 목표 달성을 위해 예측 불가성을 도구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 평가된다. 이런 예측 불가성은 당면한 양자담판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일협상 상황이 단적인 예다. 지난 2월 7일 트럼프-이시바 정상회담 후 치밀한 준비로 일본이 많은 것을 챙긴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되지 않은 현재 트럼프는 동맹국 일본을 항해 “버릇이 없다”며 통상 외교적 용어가 아닌 극단적인 메시지로 공세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나토도 GDP 대비 국방비 5% 증액을 확약했지만 이것으로 동맹 불신이 일단락된 것으로 안심하는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성 고려한다면 안심하는 자세는 동맹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양자협상 공식을 간파하는 것은 국익 사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은 당장 관세협상뿐 아니라 안보전선에서의 다양한 의제도 담판을 해야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측 불가성으로 점철된다는 의미는 두 가지 차원의 대비를 주문한다. 첫째, 협상 이전의 예측 불가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을 앞두고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 예측 불가성을 도구화한다. 이는 상대국이 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소진하는 과정에 협상력이 약화되는 것을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측 불가성은 협상 D-day 당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예측 불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촘촘히 만들어두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둘째, 협상 이후의 예측 불가성이다. 협상 종료 후에는 예측이 가능한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는 경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번의 협상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는 전략적 사고가 아니란 의미다. 따라서 후속 담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 아이템을 일부 남겨두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성을 간파하여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한국의 협상력 제고와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 모두에 중요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7-04 16:22:09
"GDP 5%까지" 국방비 늘리는 나토… K방산 수주 기대감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국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전격 개입하면서 마무리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하고 벙커버스터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초대형 관통 폭탄)을 역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했다. 이번 전쟁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이 이스라엘 하마스 간 분쟁도 만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약 2년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은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유럽의 국방력 강화가 향후 K-방산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란의 전쟁 능력 상실…협상에 응한 주요 이유 6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강력한 개입과 중재에 의한 이스라엘-이란간 휴전이 깨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이란이 다시 전쟁이 가능한 군사력 재건에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이끄는 제2대 라흐바르(페르시아어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는 이란 헌법에 따라 정치, 종교, 군사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를 의미한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다양한 직책을 거쳐 1981년부터는 제3대 대통령직과 1989년에는 종신직 라흐바르에 올랐다. 이란은 신정(神政)체제로 인해 외부의 종용으로 쉽게 휴전에 응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휴전에 응한 이유는 이미 이란 공군이 궤멸된 상태에서 방공망을 상실했으며, 이스라엘이 폭격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보유했던 미사일 3000여발 가운데 이란의 테헤란에서 직선거리 약 1600㎞ 떨어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까지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1000여발도 거의 소진됨으로써 전쟁을 지속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폭격으로 핵보유를 향한 이란 지도부의 거의 종교적 신념까지는 꺾지 못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지만, 현 이란의 지도체제로는 회담의 의미도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시기는 이란의 리더십이 친미로 돌아서거나, 전향적인 이란 내부의 외교 정책 기조의 변화 움직임 등이 보일 때까지 섣부른 레짐체인지 시도 보다는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스라엘 이란 간 휴전은 장기간 이어갈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또 하나의 천조국 예고, 美와 역할 분담은 나토가 GDP의 5%를 국방비로 증액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 트럼트 1기 때부터 지속되어 온 압박도 주효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안보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고 그에 대한 반작용·풍선 효과의 결과라는 분석이 국제 안보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나토 정상들은 지난달 25일 회원국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며, 최대 1.5%는 핵심 인프라를 재건하는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공동성명 채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동시에 유럽과 캐나다가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회의 참석을 위해 나토 회의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의전에 정성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는 32개 나토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전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였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에 방위비 증액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동에 이어 유럽에서 그 위상이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을 제외한 31개 나토 회원국의 GDP 5% 합계는 1조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한해 국방비 약 1조원을 쓰는 또 하나의 천조국의 탄생을 의미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증액되는 나토의 국방비는 각 육·해·공 사이버영역에서 효과적인 전쟁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전통적인 무기체계 강화에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구 전역에 발사되는 적국의 미사일을 발사 직후 제압·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미래형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돔' 프로젝트 등 강화된 핵 방어 체계와 역할 분담을 이루며 서방 진영의 압도적인 국방력 강화에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에측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나토 국방력 재건에 K-방산 기회 이번 이스라엘 이란 전쟁으로 정작 아파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산 원유 수입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석유와 가스 생산·비축·저장에 필요한 주요시설을 대부분 파괴했다. 향후 중국의 에너지 수급은 일정 부분 지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또한 중동지역에서 오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던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나토의 방위비 증강으로 향후 유럽에 대한 군사적 위력 과시가 약화·역전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러-우 전쟁을 통해 나토의 방위 산업 기반이 약화됐다는 취약점이 드러났다. 반면 한국은 주변국의 위협에 방위 산업 분야에 혁신을 거듭해 왔다. K-방산은 나토의 방산 인프라 재건에 지원이 가능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기회 창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도 나토와 같은 수준의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성과 협상 이후까지 고려한 체계적 협상전략 설계가 한미 간 협상력 제고와 동맹 결속력 유지 모두에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7-06 18:30:07
나토 국방비 GDP의 5% 증액에 담긴 함의와 영향은?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미국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전격 개입하면서 마무리 수순에 돌입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B-2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하고 벙커버스터 GBU-57 MOP(Massive Ordnance Penetrator, 초대형 관통 폭탄)을 역사상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했다. 이번 전쟁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이 이스라엘 하마스 간 분쟁도 만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약 2년 4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들은 각국의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관세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유럽의 국방력 강화가 향후 K-방산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짚어본다. 이란의 전쟁 능력 상실…휴전 협상에 응한 주요 이유6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강력한 개입과 중재에 의한 이스라엘-이란간 휴전이 깨지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이란이 다시 전쟁이 가능한 군사력 재건에 답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이끄는 제2대 라흐바르(페르시아어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는 이란 헌법에 따라 정치, 종교, 군사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를 의미한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다양한 직책을 거쳐 1981년부터는 제3대 대통령직과 1989년에는 종신직 라흐바르에 올랐다. 이란은 신정(神政)체제로 인해 외부의 종용으로 쉽게 휴전에 응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휴전에 응한 이유는 이미 이란 공군이 궤멸된 상태에서 방공망을 상실했으며, 이스라엘이 폭격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보유했던 미사일 3000여발 가운데 이란의 테헤란에서 직선거리 약 1600㎞ 떨어진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까지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1000여발도 거의 소진됨으로써 전쟁을 지속할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폭격으로 핵보유를 향한 이란 지도부의 거의 종교적 신념까지는 꺾지 못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지만, 현 이란의 지도체제로는 회담의 의미도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 시기는 이란의 리더십이 친미로 돌아서거나, 전향적인 이란 내부의 외교 정책 기조의 변화 움직임 등이 보일 때까지 섣부른 레짐체인지 시도 보다는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스라엘 이란 간 휴전은 장기간 이어갈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또 하나의 천조국 예고, 美와 역할 분담은나토가 GDP의 5%를 국방비로 증액하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 트럼트 1기 때부터 지속되어 온 압박도 주효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안보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켰고 그에 대한 반작용·풍선 효과의 결과라는 분석이 국제 안보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나토 정상들은 지난달 25일 회원국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회원국들은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며, 최대 1.5%는 핵심 인프라를 재건하는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공동성명 채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토에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동시에 유럽과 캐나다가 더 많이 기여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회원국들은 회의 참석을 위해 나토 회의 전날 네덜란드 헤이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의전에 정성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만찬에는 32개 나토 회원국 정상이 정상회의 전 처음으로 한꺼번에 모였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에 방위비 증액을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동에 이어 유럽에서 그 위상이 달라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을 제외한 31개 나토 회원국의 GDP 5% 합계는 1조달러를 상회한다. 이는 한해 국방비 약 1조원을 쓰는 또 하나의 천조국의 탄생을 의미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증액되는 나토의 국방비는 각 육·해·공 사이버영역에서 효과적인 전쟁수행 능력 강화를 위한 전통적인 무기체계 강화에 쓰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구 전역에 발사되는 적국의 미사일을 발사 직후 제압·요격할 수 있는 미국의 미래형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돔' 프로젝트 등 강화된 핵 방어 체계와 역할 분담을 이루며 서방 진영의 압도적인 국방력 강화에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에측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나토 국방력 재건에 K-방산 기회…대미 협상력 제고해야이번 이스라엘 이란 전쟁으로 정작 아파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중국은 이란으로부터 상당량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특히 이란산 원유 수입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그런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석유와 가스 생산·비축·저장에 필요한 주요시설을 대부분 파괴했다. 향후 중국의 에너지 수급은 일정 부분 지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러시아 또한 중동지역에서 오랜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했던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하고 나토의 방위비 증강으로 향후 유럽에 대한 군사적 위력 과시가 약화·역전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당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러-우 전쟁을 통해 나토의 방위 산업 기반이 약화됐다는 취약점이 드러났다. 반면 한국은 주변국의 위협에 방위 산업 분야에 혁신을 거듭해 왔다. K-방산은 나토의 방산 인프라 재건에 지원이 가능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기회 창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도 나토와 같은 수준의 국방비 증액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성과 협상 이후까지 고려한 체계적 협상전략 설계가 한미 간 협상력 제고와 동맹 결속력 유지 모두에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7-06 11:49:44
김정은이 트럼프 행정부를 바라보는 두가지 감정, '기대'와 '공포' [fn기고]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예측 불가한 트럼프의 공세정책과 팽창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미국을 두고 “횡포 무도한 강탈자”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그린란드 병합과 파나마 운하 통제권 등 팽창주의 정책에 대해서도 꼬집으며 주권 침해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권위주의 정권인 북한이 민주주의 정권인 미국을 상대로 현상변경정책을 비난하는 상황은 과거의 기준으로 보면 아이러니 그 자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국제안보 환경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한편 북한의 이러한 비난은 ‘기대’와 ‘공포’가 교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공식 핵보유국으로 등극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약화시켜 한반도 주도권을 장악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거래식 접근법을 좋아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적당한 협상을 통해 북한의 국제적, 전략적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대는 과거 미국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는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최고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 뉴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김정은을 잘 안다며 친분을 강조한 이틀 후에 미국에 대한 북한의 비난 논평이 나온 것에서도 확인된다. 더욱이 미국의 팽창주의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라는 단어를 꺼내어 들지 않고 그 비난의 대상을 ‘현 미 행정부’라고 지칭하며 우회적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도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정상회담에 대한 여지와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김정은은 자신을 치켜세우는 트럼프를 향해 직접적인 비난은 피하면서도 자신을 지속 주목하게 하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비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의 트럼프 행정부 비난 논평에는 ‘공포감’도 내재돼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보란 듯이 영토 점령을 운운하고 주권을 강탈하려는 미국을 보면서 자칫 북한 자신도 그 표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녹아있다. 다른 국가의 주권 침해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자칫 자신의 주권이 심대한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은 자신이 제재 등 상당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마침내 핵무장에 성공한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북한을 상대로 최대압박을 가하고 심지어 군사력을 활용한 핵 제거까지 나설 수 있음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공포의 배경에는 트럼프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략목표를 달성하려는 예측불가성이 있다는 사실에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정제되지 않은 거친 공식 적용에는 세계 어느 국가도 열외가 없을 것이라는 초조감이 배어 있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공격까지 정책 옵션에 포함했던 사실을 주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북한이 열병식을 하는 기회를 활용해 북한군을 일거에 제거하자는 발언을 했다고 회고록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과거 핵무기를 개발하던 시리아와 이라크를 상대로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타격하면서 미국이 묵인하거나 심대한 우려 표명 없이 지나갔던 역사적 사례도 있기에 북한의 이러한 공포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극대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기대와 공포는 동전의 양면이다. 너무 많은 ‘기대’로 트럼프의 거래적 접근에 협상력을 높이고자 전략적 도발까지 전개하면 ‘공포’는 단지 걱정이 아닌 현실적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공포’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대미 레버리지를 제대로 가동키지 못해 결국 ‘기대치’를 충족시킬 성과를 달성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기대와 공포는 일종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딜레마를 역이용함으로써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발 공포와 한국형 3축 체계의 공포가 융합되면 핵으로 무장한 북한을 상대로 ‘공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도발 억제에도 기능 발휘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은 조선, 반도체 등 한국의 핵심자산을 활용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도 한미동맹의 결속력이 잘 유지되도록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기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종용하고, 오판하면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공식이 단지 공포를 넘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도록 하는데 한미동맹은 결정적 장치다. 따라서 트럼프 2기에서 우려되는 한미동맹 약화라는 리스크 제거는 안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사전조건일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2-19 16:36:55
美 대신 中?… '트럼프 귀환'에 불안감 커지는 국제사회 [트럼프 美 47대 대통령 취임]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으로 글로벌 안보와 국제 무역 질서가 커다란 기로에 서면서 국제사회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자주의 및 자유 무역이 흔들리는 가운데, 균형점 찾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에 미국 국내에선 경제 호전 등 낙관론이 60%에 달했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기조와 세계 경찰 역할 포기 등 미국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해 나가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 속에서 일본과 중국 등 일부 국가들은 조기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막후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복귀, 전세계 전전긍긍 국제사회는 무엇보다, 미국발 고율 관세 부과 등 관세 무기화가 현실로 임박하자 전세계 무역 분쟁 및 전쟁 격화 등을 초조한 태도로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 무역주의는 전 세계 자유무역 체제를 균열시키며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큰 나라에 어려움을 안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국발 관세 공격 앞에서 다른 나라들도 저마다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는 '각자도생'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경쟁국·동맹국 구분없는 관세 압박으로 전세계에 무역 전쟁 촉발 우려는 더 커져가고 있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가 부과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고 시중 국제 금리도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속에서 연초부터 달러나 유로화 명목의 외화 채권을 발행하려는 개발도상국들도 늘고 있다. ■미국 빈자리 중국이 대신하나 "왜 세계 경찰이 돼 부담을 져야 하냐"라는 입장은 동맹국 부담 증가로 이어지게 됐다. 한국과 일본 등은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과 관련, 대안 마련에 노심초사중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역시 같은 처지로, 트럼프는 지난 7일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며 압박했다. 그는 집권 1기, 다른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합의 사항을 지키지 못하면, 미국이 NATO에서 탈퇴하겠다라고 위협한 바 있다. 동맹과 다자 협력을 경시하고 미국 이익을 앞세운 '고립주의' 접근법이 국제사회에서 '미국 1극의 안정 상황'인 '팩스아메리카'의 종식과 함께 충돌과 국지전 빈발, 지역정세 불안정성 고조 등을 가져 올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국제 리더로서 미국의 빈자리에 중국이 '새로운 큰형'으로서 대신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힘을 통한 평화' 기조와, '예측 불가성'은 각국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억지 장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중 전략경쟁과 중·대만 관계, 러시아-이란-북한 등 '불량 국가'들의 도발, 북한의 '모험주의' 등이 주요 변수이다. 집권 1기 때 파리기후 협약에서 탈퇴했던 트럼프는 바이든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서 돌아서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 발굴 이용을 적극화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및 반도체 지원 등의 정책이 바뀌면 현대차·기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바이든 정부에서 막대한 대미 투자를 한 한국의 기업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국제사회는 더 커질 '미국 우선주의'와 예측 불가측성 속에서 안보 및 무역 질서의 격변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2025-01-20 18:22:47
영토확장이 가능한 시대로 퇴보하나? [fn기고]
[파이낸셜뉴스] 물리적 힘을 동원하여 상대방의 주권을 빼앗거나 영토를 확장하는 일은 국제무대에서 용인할 수 없는 원칙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648년 베스트팔렌 체제를 거치며 주권은 외부에서 개입할 수 없는 철통 국제원칙으로 작동해왔다. 마찬가지로 국제무대에서 군사력을 동원한 영토확장은 규칙적으로나 규범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불변의 원칙은 없는 것일까? 주권 원칙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시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그래도 주권 원칙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높았기에 국제원칙을 지켜내려는 다자적 대러전선을 형성되었다. 푸틴의 영토 야심을 극명하게 드러낸 러시아의 도발에 국제사회는 고강도 대러제재에 나섰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적·재정적 지원에도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대러전선을 주도한 국가는 미국이었고 이러한 전선의 결속력은 지금까지 나름대로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주권 원칙 약화의 제2라운드가 시작될 조짐이다. 제1라운드를 시작한 것은 러시아였지만, 제2라운드는 미국에 의해 시작되고 있다. 러시아의 불법적 영토확장 시도에 주도적으로 제동을 걸었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에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영토야심의 우려를 자아낼 수 있는 발언들을 쏟아내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올바른 방식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방에 주권 영토 일부를 양보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종결되는 우려에 그치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이 단지 국제문제에 대한 방기나 미관여가 아니라 미국의 영토확장을 위한 적극적 행보를 벌일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 파나마 운하, 그린란드를 영토확장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이러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미국의 캐나다 대상 영토확장 의도가 문제로 비화되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을 주문하는 언급으로 도마에 올랐다. 당시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25% 캐나다 대상 관세부과에 항의했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가 51번째 주 관련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의 이러한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일들이 쌓여 국내 불만이 고조되면서 총리직에서 사퇴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더불어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파나마의 소유권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국 선박에게 비싼 통행료를 받는 파나마 정부에 비판을 가하면서 나온 이야기다. 나아가 트럼프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사안을 미중 패권경쟁의 대리전 성격으로 만들었다. 그린란드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특히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관심은 1기에도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사안이다. 한편 이번에는 단지 관심을 넘어 덴마크가 보유한 그린란드에 대한 법적 권리에 의심을 품는 듯한 발언을 넘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덴마크가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듯 공세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1기 당시와는 그 수위가 다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캐나다는 경제적 강압과 경제안보를 내세웠지만,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의 경우에는 군사적 강압 혹은 군사력 운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경제안보 문제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는 국가안보 문제로 연결시킨 것이다. 공공재를 제공하는 패권국의 책임을 포기하고 되레 영토확장이라는 현상변경에 나서는 미국을 최소한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런 사안이 불거지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예측불가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토확장 야심으로 비칠 수 있는 상기 세 가지 사안이 실제로 영토야심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거래전략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이러한 발언이 MAGA 질서의 단면을 가늠케 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안보·지역안보·국가안보 모든 차원에서 따져볼 사안인 것은 분명하다. 영토확장 야욕으로 의심될 수 있는 발언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든 권위주의 진영의 국가들이 이러한 발언을 역이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에 이 발언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중국도 대만침공 명분으로 역이용할 수도 있다. 협상에 기반한 통일정책을 포기한 북한이 무력으로 한반도 통일에 나서는데도 악이용될 소지도 있다. 영토확장 의도 부상은 나름 잘 준수되어왔던 주권 원칙의 약화를 의미하고 나아가 규칙기반 질서 붕괴의 단초로 작용하기에 이러한 상황을 역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권위주의 진영의 국가들이 이중기준(Double standard) 문제를 거론하며 거침없는 행보에 나설 수도 있다. 나아가 자유민주주의 진영 내 불협화음과 결속력 와해로 비추어지면서 반대급부로 권위주위 진영 결속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조롱 섞인 수사적 강압으로 캐나다 총리가 사임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은 이러한 신호로 읽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현 국제질서 변경을 바라는 것은 단지 권위주의 진영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도 현 질서에 불만이 있다는 점이다. 그 불만이 대선을 통해 정책화된 것이 바로 MAGA 질서다. 국제적 측면에서 MAGA 질서가 무엇인지 아직은 모호하다. 그것이 추후 비자유주의적 국제질서로 변화될지, 아니면 파워중심 국제질서로 귀결될지, 그것도 아니면 모험주의적 거래질서로 특화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국제질서가 단지 ‘신냉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냉전 2.0’으로 고도화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무리는 아니다. 예측불가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국은 국제질서 변화, 국제안보 메커니즘의 불확실성 등 요동치는 정세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다양한 상황에 대처가능하도록 정책적 탄력성을 높여 국익과 안보를 달성하는데 총체적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정책적 탄력성은 변화의 시기에 안정적인 한미동맹 관리를 위해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과도기 국제안보질서라는 도전에 직면해서 주권과 국토를 지켜내는 일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1-09 15:39:18
사실로 드러난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지정학적 융합 가속화되나? [fn기고]
[파이낸셜뉴스] 현재 국제질서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성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국제질서 규정도 쉽지 않다. 냉전기처럼 블록(Bloc)이라는 세력권을 주도하는 초강대국(Superpower)이 현재는 부재하고, 탈냉전기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사실상 패권지위를 자랑하던 당시의 미국은 2024년 현재의 미국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점에서 현 국제질서는 단극체제도 양극체제도 아니며 그렇다고 러시아와 북한이 목표로 설정한 다극체제와도 거리가 멀다. 이런 점에서 현재는 과도기적 국제체제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고 이것은 신냉전 질서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신냉전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지역의 지정학이 그 경계를 넘어 다른 지역의 지정학에 연결되고 심지어 융합되는 기제가 있다는 점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인도-태평양 지정학 관리에 치중하던 미군의 전력을 분산시킬 뿐 아니라 한국 등 인도-태평양지역 국가의 안보 및 경제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지정학적 융합의 가장 큰 추동력을 제공한 계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러-우 전쟁은 단지 두 국가만의 전쟁이 아니다. 러-우전쟁은 주권이라는 확고한 국제원칙을 무너뜨린 러시아의 현상변경시도에 대처하는 차원의 국제문제 성격이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 지정학에 인도-태평양 국가 등 다른 지정학적 공간의 행위자도 다양한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우크라이나에 인도주의적 지원, 비살상 무기 지원 등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지정학적 융합이 북한과 러시아라는 두 왕따의 불법적 밀착으로 실체화되면서 단지 담론을 넘어 정책화를 통해 대처해야 하는 상황으로 붉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설정하며 양국관계를 신동맹으로 격상했는데 최근에는 부상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설이 10월 18일 국가정보원의 확인으로 실체화되었다. 1500명의 북한군이 이미 러시아에서 도착해 전장 투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빠르게 전 세계의 지정학적 공간을 흔들고 있다. 북한군이 멀리 유라시아 지정학적 전선에 참전한다는 사실은 유라시아와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적 공간을 융합시키고, 유럽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전선을 융합시키는 강력한 기제를 추동시킨다. 따라서 변화하는 지정학적 융합 기제를 냉철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단순히 외교적 주도권 뿐 아니라 전략적·지정학적 주도권마저 잠식될 수 있다. 어느 일방이 지정학적 전선을 융합시켜 세력화하는데 다른 일방이 지정학적 공간을 분리한 채로 방치한다면 융합된 지정학의 공간은 전자의 차지가 되고 만다. 지정학적 융합 기제를 정책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슨 조치가 가능할까? 첫째, 북한군 파병의 불법성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명확히하는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기에 그 자체로 불법이다. 따라서 이런 불법행위를 북한이 도와준다는 것은 당연히 불법행위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고강도 제재를 받는 북한과 러시아가 불법밀칙을 통해 규칙기반 질서를 와해하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현상변경 행위다. 문제는 러시아가 상임이사국 중 하나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이러한 성격 규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당장 유사입장국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모여 규탄성명 등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성격 규정을 명확히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둘째, 북한군 파병 현황, 전장 투입 상황 등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링하는 다국적 정보팀을 구성하여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러-우전쟁이 북한과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못하도록 상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과 러시아가 적용하려고 하는 회색지대전략이 가동되지 못하게 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파병된 북한군이 가짜 신분증을 받아 지역 주민처럼 위장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국정원의 언급을 보면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시 적용한 회색지대전을 북한군 파병 활동에 일부 적용하려는 시도한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따라서 다국적 정보팀을 매개로 서로 간 정보를 공유·축적하고 이를 외부에 알려 회색지대전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유사입장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나 강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군이 파병된 상태에서 유럽 전체를 대신해 대리전 성격으로 홀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그대로 유지시킬지 여부가 도마에 오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당장 유럽의 파병 혹은 추가 무기지원 등의 후속조치가 없으면 북한군 파병을 문제 인식없이 수용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에 정책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한국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러북 신조약 체결 후 한국은 러시아에 레드라인을 넘지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군 파병이 그 레드라인을 넘은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유라시아 전장에 북한군이 투입된 상황에서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북한의 행태가 불법이 아닌 것처럼 묵인해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하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이 레드라인을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의 도래는 공이 한국에 넘어왔다는 의미이므로 대러시아 레버리지 제고의 기회로 삼는 지략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가 대리전 전장이 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는 지략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군 파병은 향후 러시아의 한반도 파병 가능성도 높이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이 당장 이 문제에 정교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유사시 한반도가 북한과 러시아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리전 지대로 전락하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따라서 한미동맹과 유사입장국 공조 플랫폼을 전격 가동해 대처에 나서야 할 결정적 모멘텀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21 12:07:03
40도 펄펄 끓다가 갑자기 폭우… 취약계층 ‘기후재난 안전망’ 시급 [기후위기 시대 재난경보 켜진 대한민국 (8)]
'어제는 폭염주의보, 오늘은 호우주의보' 한반도 여름철 기후가 '극과 극'을 오가는 이상기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최고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 날씨를 보인 경기도 여주 지역은 불과 하루 만인 지난 5일에는 96㎜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극한기후를 보였다. 또한 지난 5일까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강원도는 6일 오전 영서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비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반면 강릉은 지난달 19일 이후 18일째, 삼척은 같은 달 20일 이후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와 폭염이 한반도를 번갈아 위협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폭염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취약계층일수록 피해가 커 각별한 주의가 당부 된다. 특히 올 여름은 폭염이 예년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여름철(6~8월)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8년(31일)이다. 올해 서울에선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역대급 폭염을 이미 예고했다. 열대야는 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은 지난 2022년 6월 26일 사상 첫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6월 열대야'를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폭염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 팀장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지구가 온난화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평균 기온뿐만 아니라 최저·최고 기온이 동반 상승하면서 폭염의 빈도나 강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그는 "당장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을 공고히 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탄소를 어떻게 감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나 제도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집중호우로 인한 위험성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호우나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실종자수는 총 171명이다. 10년을 절반으로 나눌 경우 전기에 해당되는 2014~2018년 사망·실종자는 21명이지만, 후기인 2019년~2023년 사망·실종자는 150명에 달한다. 해가 갈수록 호우나 태풍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는 호우나 태풍으로 총 53명이 사망·실종돼 최근 10년 중 가장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이미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는 과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중부권 폭우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2년에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했다. 같은 해 경북 포항에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차 7명이 익사했다. 지난해에는 청주 오송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겨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의 예측 불가성을 언급하며 피해 예방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난 예산 중 70~80%를 대응과 복구에 편성하는데 예방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난대응과 관련한 단기·장기 대책을 나눠 수립해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건 바로 고치고, 오래 걸리는 작업은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4-08-06 18:31:05
"이런 롤러코스터 날씨는 처음"...폭염 뒤 폭우
한반도 여름철 기후가 '극과 극'을 오가는 이상기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일 최고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 날씨를 보인 경기도 여주 지역은 불과 하루만인 지난 5일에는 96㎜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극한기후를 보였다. 또한 지난 5일까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강원도는 6일 오전 영서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비로 인해 도로가 침수되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반면 강릉은 지난달 19일 이후 18일째, 삼척은 같은 달 20일 이후 17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와 폭염이 한반도를 번갈아 위협하고 있다. 집중호우와 폭염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고 취약계층일수록 피해가 커 각별한 주의가 당부 된다. 특히 올 여름은 폭염이 예년보다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여름철(6~8월)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8년(31일)이다. 올해 서울에선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나면서 역대급 폭염을 이미 예고했다. 열대야는 오후 6시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서울은 지난 2022년 6월 26일 사상 첫 열대야가 시작된 이후 올해까지 3년 연속 '6월 열대야'를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폭염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후변화예측 팀장은 "온실가수 배출로 인해 지구가 온난화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평균 기온뿐만 아니라 최저·최고 기온이 동반 상승하면서 폭염의 빈도나 강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당장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을 공고히 하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탄소를 어떻게 감축하느냐에 달려있다.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나 제도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집중호우로 인한 위험성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호우나 태풍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실종자수는 총 171명이다. 10년을 절반으로 나눌 경우 전기에 해당되는 2014~2018년 사망·실종자는 21명이지만, 후기인 2019년~2023년 사망·실종자는 150명에 달한다. 해가 갈수록 호우나 태풍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는 호우나 태풍으로 총 53명이 사망·실종돼 최근 10년 중 가장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올해도 이미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는 과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중부권 폭우로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5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2년에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했다. 같은 해 경북 포항에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차 7명이 익사했다. 지난해에는 청주 오송 지하차도가 폭우로 물에 잠겨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자연재해의 예측 불가성을 언급하며 피해 예방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재난 예산 중 70~80%를 대응과 복구에 편성하는데 예방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난대응과 관련한 단기·장기 대책을 나눠 수립해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건 바로 고치고, 오래 걸리는 작업은 인내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4-07-31 12:5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