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아지는 듯하던 우리 경제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보다 0.1~0.2%p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내년인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3·4분기에 내수는 예상대로 회복세를 보인 반면 수출 성장률이 생각보다 나쁘다고 진단했다. 경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같이 출장 중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률 전망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낙관적 시각으로 경제 상황을 설명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경제가 확연히 살아나고 있다며 낙관론을 유지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경제동향 10월호에서도 수출과 제조업 중심으로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3·4분기 성장률이 쇼크 수준의 수치를 보이면서 낙관론은 무색해졌다.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로 집계됐는데, 한은의 예상치인 0.5%에 한참 못 미친다. 2·4분기 역성장(-0.2%)에 이은 연속 부진이어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 달성도 어렵게 됐다. 예상과 결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4·4분기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3·4분기에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지만 자영업의 대거 폐업과 가계부채 부담 탓에 흐름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증가세를 이어오던 수출도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중국의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는 등 글로벌 환경이 나쁘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20일 일평균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8월과 9월에 각각 18.5%, 18.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올해가 두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인 2.6%는 물론이고, 한은 전망치(2.4%)에도 도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글로벌 경제환경도 시계 제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미국·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악재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력상품 경쟁력도 위태롭다. 9월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꺾였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고율의 관세정책이 부활해 우리 기업에도 직간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실기론과 더불어 연속 금리인하설도 제기되고 있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도외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급등도 금리결정에서 중요한 요소다. 다음 금리결정도 단지 경기만이 아니라 같은 요소들을 놓고 따져 결정하는 게 맞는다. 낙관론이나 비관론이나 과도하면 경제에는 독약과 같다. 낙관하면 대처가 미흡하고, 비관하면 경제를 더 위축시키게 된다. 현재로서는 지금보다 더 나쁘거나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좋지 않다.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냉철한 판단 아래 정책을 짜야 한다.
2024-10-27 18:37:2426번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경험한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중심의 '작은 정부론'에 방점을 찍었다. 주택공급 억제, 부동산 세제 강화, 대출규제 강화, 주택임대사업 혜택 폐지 등 시장을 옭아맸던 대못 규제들은 철폐하고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임대정책 수정 등 대대적인 정책 변화가 예고된다. 다만 주택공급과 집값 안정화의 우선순위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와 임대차 3법 개정 등은 거대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재건축 완화, 집값급등 대안도 필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충분한 주택공급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 △주택임대시장 정상화 △부동산 세제 정상화 등을 약속했다. '투기와의 전쟁'으로 수요억제에 집중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를 완전히 뒤집겠다는 게 우선 목표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대표공약인 '5년간 주택 250만가구 공급'은 이미 부동산 전문가들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주요 공약으로 안전진단 가중치 변화, 30년 이상 정밀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인센티브 등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는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들 방안은 행정부나 대통령 권한으로 충분히 가능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업 진입을 막아서는 안전진단 완화가 현실화되면 목동 등 재건축 단지들의 시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이 활성화되면 지역 임대가격 불안과 더불어 건설사·조합원 중심의 이익창출 등 부작용이 예상돼 공공기여 등 환경·교통 측면의 이익배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완화가 재개발·재건축 물량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가격급등과 전월세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건 차기 정부의 부담이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개발·재건축은 주로 서울 도심과 관련된 만큼 개발 기대심리에 따른 단기적 가격급등이 불가피하다"며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과 재건축이 발생하면 이주수요에 따른 전월세 시장 불안도 예상돼 시간이 걸리더라도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임대차 3법 보완, 거래세는 완화"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 신고제)를 시행해 세입자 주거안정대책을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은 전월세 가격 폭등, 전세보증금 이중가격 형성 등 각종 부작용만 드러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세가격은 2016~2019년 3% 미만 상승률을 보였지만 최근 2년간 23.8%나 폭등해 문 정부 부동산정책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됐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폐지보다는 보완이 낫다는 입장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 3법은 도입한 지 2년밖에 안돼 원상복귀하면 시장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임대주택 공급이나 임대료 보조책,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전월세 시장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기에 악용된다며 사실상 폐지 위기에 몰린 등록임대사업의 복원도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문 정부가 4년과 8년 등록임대사업의 신규 등록을 중단하고 종합부동산세 합산과세 면제와 양도세 중과 배제를 백지화하면서 민간 임대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세제완화도 전면적인 거래세 완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종부세를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해 보유세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2년 한시적 배제만으로는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지 않는다"며 "부동산을 소유 중심에서 이용 중심으로 전환시키려면 거래세를 더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2-03-20 18: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