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금융사에 상속 절차를 맡기는 유언대용신탁 시장의 몸집이 커지면서 시니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산이 어느 정도 축적된 연령층이어서 한 번 계약을 맺으면 오랜 시간 적지 않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비이자수익 확대라는 은행권의 목표와도 맞물린 결과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3조4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말(8800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잔액은 2021년 말 1조3400억원, 2022년 말 2조500억원, 2023년 말 3조1100억원 등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융사(수탁사)와 계약을 맺고 재산을 맡긴 후 배우자, 자녀 등 수익자·상속인에게 배분하는 서비스다. 고객은 생전에 금융사를 통해 재산을 관리·운용하며 수익을 받고, 금융사는 고객이 사망하면 사전에 설계한 방식으로 가족에게 재산을 지급한다.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의 유언이 변경되는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사후 금융사의 전문적인 재산 관리를 통한 자산 증식을 기대할 수도 있다. 고령화로 시니어가 은행권의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유언대용신탁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선두주자인 하나은행은 시니어 세대 특화 브랜드인 '하나 더 넥스트'를 출범해 고령층을 다양한 방법으로 포섭한다는 전략이다. 하나 더 넥스트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등 그룹 내 협업을 바탕으로 은퇴 설계, 상속·증여 등 금융과 비금융 분야 전반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른 은행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내년에 전용 전산시스템을 구축, 수탁자산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예금, 부동산 등으로 제한된 수탁가능자산 유형을 외화채권 등으로 다양화해 고객들의 선택지를 넓힐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KB위대한유산신탁' 'KB위대한기부신탁' 등을 운용하고 있다. 'KB위대한유산신탁' 서비스는 변호사와 세무사 등 전문가 그룹과 프라이빗뱅커(PB)가 모여 솔루션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최근 대한법무사협회와 신탁서비스 업무협약을 진행하는 등 유언대용신탁을 포함한 자산승계신탁 상담고객에게 법률, 세무 기부 등 다양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한 번 시니어 고객과 계약을 맺으면 길게는 수십년 동안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신탁 잔액을 늘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며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2024-11-04 18:05:26KB국민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연장하기로 했다.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는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해제할 경우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도 1일부터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키로 하는 등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IBK기업은행이 11월 한 달 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KB·NH 가계대출 억제에 2금융권 합류 10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연장 시기를 못박지 않았지만 올해 말까지 제한 조치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 9월 초 해당 조치를 실시하면서 10월 말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는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집주인이 남은 잔금을 세입자의 전세자금 대출로 치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갭 투기 방지를 위해 하나은행을 뺀 5대 시중은행이 시행 중이다. 사실상 입주를 앞둔 둔촌주공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둔촌주공은 1만2032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문제로 둔촌주공조합과 집단대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입주시기가 다가올 수록 둔촌주공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기 위해 대출 가능한 은행을 찾아 떠도는 '전세대출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금융권도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합류하고 있다. 신협중앙회는 오는 6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하고, 1주택 보유자에게도 주담대 보증보험인 모기지신용보험(MCI) 상품을 제한해 투자 목적의 주담대를 사전 차단하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신협 이외의 금융기관에서 받은 수도권 주담대는 대환대출 취급도 중단한다. 은행권 가계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새마을금고도 다주택자 주담대 제한 조치를 예고했고, 농협중앙회도 다주택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문을 각 단위조합에 발송하고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가계대출 '축소' 나선 銀 일부 은행은 가계대출 억제를 넘어 경쟁적으로 줄이고 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에 이어 IBK기업은행은 11월 한 달 간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전액 면제했다. 면제 대상은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 상품을 제외한 모든 가계대출 상품이다. 앞서 신한은행도 11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우리은행도 모든 가계대출을 대상으로 같은 조치를 내놨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만기일 전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은행이 고객에게 물리는 비용으로, 보통 고정금리 상품에는 0.7∼1.4%, 변동금리 상품에는 0.6∼1.2%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급증한 가계대출을 고객들의 대출 상환을 줄이려는 자구책이라는 평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두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금융감독원에 경영계획으로 보고한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까지 관리한 가계대출 증가율이 내년 가계대출 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수요자 일부를 제외한 신규 가계대출을 막는 것을 넘어 가계대출 축소 폭 확대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조 단위의 가계대출 상환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4-10-31 18:09:12[파이낸셜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의 경쟁력이 곧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혁신과 기업의 혁신 노력, 그리고 적극적인 금융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15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개최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 및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첨단산업·중견기업·중소기업에 대해 총 '75조9000억원+α' 규모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위원장은 우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뤄내면서 그동안의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이제는 경쟁 관계로 바뀌어가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산업에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술 혁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해당 분야의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자국 경제 블록화와 지정학적 역학 구조 변동 등으로 기존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고도 부연했다. 이에 이번 은행권 및 정책금융기관과 협업을 통해 마련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은 △신산업·혁신성장 첨단산업 분야 지원(26조원) △밸류체인 강화 및 산업구조 개선(30조6000억원) △경영애로 해소 및 재기 지원(19조3000억원) 등 기업 경영 상황 및 규모에 맞는 자금 공급을 골자로 한다. 특히 총지원 규모 75조9000억원 중 은행이 20조원 규모로 지원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번 기업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정부 부처 간, 그리고 정부-정책금융기관-시중은행이 협업을 통해 기업의 맞춤형 수요를 촘촘하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대환대출 플랫폼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과 향후 우리 경제의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면 우리 은행들이 기존 주담대 위주의 소비자금융에서 벗어나 기업에 대한 지원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번 기업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계기로 우리 은행산업이 기업발전에 보다 큰 역할을 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2-15 09:40:28[파이낸셜뉴스] 예금취급기관 간 수신경쟁이 단기간에 과도해지면 수신 안정성이 나빠지고 대출금리가 인상되는 등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져 상시 유동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와 소위 '레고랜드 사태' 등 영향으로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점이 특히 비은행권의 재무안정성을 크게 저하시켰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조달행태 변화 및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1년 동안 일부 은행이 유동성 규제 정상화에 대응하고 채권 시장 경색 등에 대응하기 위해 수신을 크게 확대한 점에 주목했다. 연쇄 효과로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도 예금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예금만기가 짧아졌는데 이 영향으로 전 금융권 통틀어 수신 안정성 저하, 대출금리 인상 등 결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금 외 수신 기능이 제한적인 비은행권에서 타격을 크게 받았다. 은행권의 예금금리 스프레드가 지난해 3·4분기 중 83bp(1bp=0.1%p)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어 비은행권도 지난해 4·4분기 중 142bp로 크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예금금리 스프레드란 채권 금리 등 시장성 수신금리 대비 금융사가 신규취급액기준 가중평균예금금리를 얼마나 높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클수록 예금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과도한 수신경쟁이 없었던 시기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 스프레드는 각각 0.06bp, 0.52bp였다. 다만 이 수치가 수신경쟁 시기인 지난 2021년 3·4분기부터 2023년 2·4분기까지에는 은행권 평균 0.40bp, 비은행권 0.82bp까지 오른 것이다. 또 고금리를 통한 비은행권의 수신 행태가 지속되며 올 상반기 늘어난 예금의 64.9%가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에 예치됐다. 올 상반기 비은행권 예금은 1·4분기와 2·4분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9조1000억원, 55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이에 유재원 금융안정국 은행리스크팀 과장은 "패널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수신 경쟁이 심화할수록 예금취급기관의 총자산수익률 변동성이 확대되며 수익안정성이 저하됐다. 예대금리차 수준이 낮은 일부 예금취급기관에서 이런 특징이 더 두드러졌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 자제를 권고하는 등 관리하려고 했는데 이런 노력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연구 대상 시점인 올 상반기를 넘어 하반기에도 대규모 예금 만기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 유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처럼 예금 만기 도래액이 증가해서 극심한 부담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도 그렇고 은행도 내년 1~2월까지 유의해야 한다. 아직 완전한 (수신경쟁 심화) 해소는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올 하반기에도 수신 경쟁이 나타나고 있지만 비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폭이 은행권의 인상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무안정성 저하 때문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며 "수익성 저하 우려가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12-11 11:04:50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양적 성장보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힘쓰라고 지도했다. 25일 금융감독원은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가 주재한 주요 은행 부행장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은행권 자금 조달 △가계·기업대출 △외화유동성 현황 및 전망 등을 청취한 금감원은 향후 위험요인과 대응방안을 은행권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먼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지정학적 손실우려(리스크)가 커지고, 미국의 긴축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은행권의 외형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연내 스트레스 DSR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제도로, 일종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를 줄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박충현 부원장보는 "현재 은행권의 자금조달 및 운용, 외화유동성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최근 고금리 상황, 대내외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외형 확대 경쟁보다 연말까지 리스크관리에 유의해달라"고 전했다. 그는 "은행채 발행제한 완화 조치가 채권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발행규모와 시기 등을 세심히 관리"하고 "대외리스크 증대 가능성에 대비해 외화조달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고, 외화유동성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박문수 기자
2023-10-25 18:15:54[파이낸셜뉴스] 미래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 갈 주체로 10대(틴즈)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은행권에서도 관련 금융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핀테크 업체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10대 공략에 나서고 있어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10대를 겨냥한 금융상품·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권세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10대만 놓고 보면 기업 입장에서 시장성을 논하기 어려우나 이들이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라는 점, 그들의 부모 세대는 경제 활동이 왕성한 주요 소비자라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틴즈는 ‘부(富)’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 시장 역시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뱅크 mini'는 금융 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7~18세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금융 서비스로 은행 계좌가 없어도 돈을 보관하거나 이체가 가능하며 mini 선불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온·오프라인 결제를 할 수 있다. 토스유스카드는 7~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만든 선불카드로 가상 계좌에 이체하거나 편의점에서 현금을 충전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 가능하다. 에듀핀테크 기업 레몬트리에서 만든 '퍼핀'은 어린이를 위한 용돈 관리 앱으로, 부모가 자녀의 카드 사용 내역 및 잔액을 실시간 조회할 수 있고 카드 신청, 분실 신고, 해지도 가능하다. 시중은행에서도 10대를 겨냥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였다. '리브 Next'는 Z세대를 겨냥해 KB국민은행에서 만든 앱으로, 결제나 송금 등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이외에도 퀴즈, 게임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아이부자'는 부모가 자녀에게 용돈을 주고 투자 등 금융 활동을 함께하는 페어앱(Pair-App) 서비스로 하나은행에서 선보였다. 단순한 금융서비스 제공을 넘어 10대를 겨냥한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연구위원은 "과거 도요타도 대중차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렉서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고객에게 전용 프리미엄 멤버십을 제공한 것처럼 KB도 디지털 멤버십 제도를 도입해 디지털 세대를 주요 고객군으로 리포지셔닝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틴즈의 눈높이에 맞는 용어를 사용하고 그들이 재미와 흥미를 느낄 만한 콘텐츠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금융’이 가진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9-12 15:42:09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금리인상 후폭풍으로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은행 건전성·유동성 관리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은행 경쟁촉진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난달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스몰라이선스·챌린저뱅크 등 신규 은행 추가 도입과 은행권-비은행권 간 경쟁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특화은행 모범사례로 꼽았던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 도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신규 은행의 등장은 은행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국내 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충격 여파로 곳곳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금융당국에서도 올 금융 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1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채무보증액까지 더하면 150조원 수준이다. 금리 급등으로 집값이 하락하며 사업 수익성은 떨어졌는데, 금융비용은 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0.61%로 3년내 최고치로 올랐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가까스로 진정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기업 연체율도 뛰고 있다. 국내 상장사 1664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34.9%(581개)로 전년 동기 대비 1%p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을 합쳐도 이자를 내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다.취약차주 이용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지표도 악화되는 추세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3%로, 6개월 전보다 0.4%p 상승했다. 저축은행권의 합산 연체액은 3조4344억원으로, 2016년 6월 이후 약 6년만에 3조원을 넘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이 과도한 수익을 올린 것 때문에 은행 경쟁촉진 방안이 나왔는데 현재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돼 이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정부가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당국도 은행권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은행권의 경쟁이 심화했을 때 은행들은 리스크를 더 안고서라도 무리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런 다양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구조 재편에 앞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3-15 18:18:14[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매주 열고 주제별 대책 마련에 나선다. 방대한 논의 과제와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TF 실무작업반 첫 회의를 연다. 지난달 22일 TF 1차 회의가 열린 지 일주일 만이다. 실무작업반은 과제별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조직이다. 첫 회의에서는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을 다룬다. 구체적으로 △증권회사·보험회사·카드회사에 대한 법인 지급 결제 허용 △인터넷 은행 중·저신용층 대출 비중 조정 △대출 비교플랫폼 확대 등 약 10가지 소주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회사, 카드회사, 증권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법인 지급 결제가 허용될 수 있을지가 업계 최대 관심사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핀테크 기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은행 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혁신 액셀러레이터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각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법인 지급 결제가 허용될 경우 2금융권도 은행 업무 영역 진입이 가능해진다. TF는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 △금리 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손실흡수 능력 제고 등 나머지 다섯 가지 과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6월 말까지 개선안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03-01 15:52:42금융당국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은행의 독과점 해소를 위해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스몰 라이선스)하고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 등 '챌린저 뱅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최근 금융회사들의 '성과급 잔치' 논란과 관련해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들이 감시하고 임직원의 성과급을 환수 또는 삭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생·손보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핀테크산업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TF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은행권 내 경쟁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 간 경쟁, 인가 세분화 및 챌린저 뱅크 등 은행권 진입 정책을 검토하고 금융과 정보기술(IT) 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을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챌린저 뱅크는 단기 수익성보다는 금융시장 혁신에 중점을 둔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소규모 특화은행을 말한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영국을 중심으로 도입됐다.보수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도 찾는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는 '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에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다. 금융사 경영진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가 참여하는 제도도 도입될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등을 참고해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 경영진 급여에 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성과급 지표가 구성된 건 아닌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성과급 일부를 이연 지급하는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고 있는지 등도 살필 예정이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2-22 18:44:46윤석열 대통령이 5대 금융지주의 과점 체제를 비판하고 나서자 새 대출기관 등장,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저축은행 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과점 체제를 깨라'는 말 자체가 경쟁을 촉진해 금리인하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인 만큼 금융당국이 실제 과점 정도가 낮은 저축은행 경쟁 모델을 참고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4, 제5의 인터넷은행이나 스몰라이센스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을 늘리는 방향은 장기 과제로 삼고, 당장은 시중은행도 저축은행과 같은 경쟁구도를 만들겠다는 방향이다. 16일 금융위원회의 제2기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가 일반은행 대상 시장집중도를 분석한 결과 2018년 1차 경쟁도 분석 당시와 비교하면 대체로 집중도 지표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총자산 상위 3개사의 점유율(CR3)로 평가한 결과, 국내 은행산업의 시장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일반은행은 23위, 시중은행은 18위로 나타났다. 평가위는 "우리나라 은행업의 시장집중도는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주문한 특단 조치의 방점 역시 과점으로 인한 은행의 '경쟁 판도' 자체보다 소비자 금융부담 완화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차)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가 강조된다. 예대마진 축소는 가산금리 조정으로, 취약차주 보호는 사회공헌으로 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대환대출, 예금 비교 추천 플랫폼 등을 통해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강화하거나 금융·정보기술(IT) 간 장벽 완화를 통해 유효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 대표적으로 저축은행 업계다. 최근 법정최고금리 수준이 내려가면서 위로는 대부업, 아래로는 캐피털 업계와 영역이 겹쳤다. 인터넷은행, P2P 등 새로운 대출 취급기관의 중금리 영업도 경쟁을 부추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 정책이 아니라 은행권이 과점 지위를 이용해 손쉽게 얻은 이익을 민생으로 돌리는 방안에 맞춰질 전망"이라며 "새 사업자 진입은 경쟁효과는 덜하지만 소비자 보호 등의 부작용은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 과점 체제 깨는 것에만 목적이 맞춰지면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한 메가뱅크 육성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은행이 무한경쟁에 내몰려 도태되면 국가경제 시스템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2-16 18:4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