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기불황 아래 이태원 대형 클럽들은 사고지역 근방을 제외하고는 진작에 모조리 문을 닫았어요. 애초부터 이곳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게 예견됐던 셈이죠." 서울 이태원 해밀톤 호텔 근방에서 가방 상점을 운영하는 50대 A씨가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참사 후 '추모 휴점'에 나섰던 A씨는 사흘 만인 2일 가게 불을 다시 켰다. 밀린 잔금 처리와 물건 배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A씨는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을 때 이번 일을 본보기로 삼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후 가게 문을 닫고 애도에 동참했던 일부 상인들은 이날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정부의 초동대처 미흡으로 아까운 생명을 잃은 젊은 영혼들을 생각하자면 미안한 마음에 가게 문을 닫고 애도를 해야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수 없이 가게 문을 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상인들은 참사사고 인근 지역에 대해 '처음부터 대규모 인파가 몰릴 수밖에 없던 곳'으로 지목하며 경찰과 지자체의 초동 대처 미흡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영업 재개한 상인들 이날 이태원관광특구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추모 동참을 위해 휴업에 나섰던 일부 상인들은 이날부터 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상인들은 바닥 청소를 하거나 진열된 물건을 정돈하며 영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엔 압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젊은 영혼 생각에 무거움이 자리했다. 일부 상인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을 바라보며 애도를 표하면서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 A씨는 기자에게 "참사 후 가게 문을 닫는 동안 마음이 몹시 힘들어서 오늘은 문을 열었다"며 "방문하는 손님들도 '살아남은 사람은 일상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시더라"고 토로했다. 또 2년 전 이태원 발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모처럼 상권이 살아나려던 분위기속에서 발생한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2년 전 이태원 클럽발(감염) 피해로 진 빚을 아직 다 못 갚았는데 이번 일이 터져 막막할 따름"이라며 "가죽 장사는 10~12월이 최적기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형 참사로 마음이 무겁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수 없이 문을 열어야 하는 복잡한 현재 상황이 마음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딸·아들 같은 청년들이 피해를 입어 큰 충격을 받았다. 인근 상인으로서 애도를 표할 길이 휴점 밖에 없었다"며 "속 사정을 드러낼 곳이 없어 한 마디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초동대처 미흡 등 '행정력 부재' 비판 상인들은 이번 사고가 경찰·지자체 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행정력 부재'의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해밀톤 호텔 인근에서 35년간 양복점을 운영해 온 B씨는 기자에게 "사고 당일 현장에 있던 일부 시민들이 이태원파출소를 직접 찾아가 경찰에 현장 통제를 요청했다고 하더라"며 "'우리도 손을 댈 수 없다', '접근이 안된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유흥 상점이 사고 근방인 세계음식문화거리 부근에 몰려 있는 게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원래는 이태원 지역 여러곳에 대형 클럽이 분산돼 있었지만 2년전 코로나19 확산이후 대형 클럽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그나마 이태원역과 가까운 세계음식문화거리로 유흥업소들이 밀집하게 됐다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형 클럽 거리가 세 곳으로 분산돼 있었다"며 "사고 근방을 제외한 클럽 상권이 전부 침체돼 이 곳으로 사람이 몰릴 것을 예측했더라면 (처음부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알았더라면 애초부터 수만명의 인파가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해 경찰과 지자체가 좀 더 촘촘한 초동대처를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여성 의류 상점을 운영하는 C씨는 "지하철에서 인파가 한 번 내릴 때마다 수만명이 (사고 근방인) 1번 출구로 쏟아져 나온다"며 "지자체, 경찰, 지하철공사가 삼위일체가 돼 사전에 대규모 인파 통제 방안을 찾았어야 했는데 지금은 서로가 '나몰라라' 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해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2022-11-02 16:33:15[파이낸셜뉴스] 우아한형제들이 올 하반기에 소상공인대상의 협약보증 대출을 1000억원 규모로 추가 진행한다. 지난해 처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50억원 규모의 대출 보증을 실행한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자율규제 상생방안 협의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 보증 계획을 결정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낮은 신용과 담보 부족으로 대출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위해 마련한 협약보증 대출 프로그램을 하반기에 1000억원 규모로 추가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미 보증 지원을 받은 소상공인도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다음달 2일부터 보증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린다. 또 기존에는 외식업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소재 상인들만 대상이었지만, 일반 상점가와 골목형상점가까지 확대했다. '상점가'와 '골목형상점가'는 도소매점포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각각 대통령령, 지자체의 조례로 지정된다. 이 프로그램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해 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우아한형제들과 KB국민은행이 보증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도움을 드리는 상생 금융 프로그램이다. 양사가 출연한 돈을 보증재원으로 활용해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소상공인에게 보증서를 발급하면 소상공인은 부족한 신용이나 담보를 보증서로 대신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해당 협약보증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최대 2%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생업에 바쁜 소상공인을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모바일 접수 창구를 운영해 소상공인들이 어렵지 않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서울 이태원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태원1, 2동 소재 소상공인에게는 50억 원을 별도 구분해 업종 제한 없이 협약보증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2월 프로그램 시작 이후 지난 22일까지 5개월간 700여 명의 외식업, 전통시장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271억원에 대한 보증서가 발급됐다. 김중현 우아한형제들 가치경영실장은 "대출 보증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5개월여만에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사장님 700여분께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며 “기존 105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소진 이후 하반기에 추가로 1000억원 규모의 대출 보증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사장님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4-25 08:47:0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논란에 대해 "좀 아쉽다"고 말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11일 '최순실 국정농단'을 소환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설 명절 밥상머리 민심에 윤 대통령의 '사과 부재'를 올려놓기 위해 총력을 쏟는 모양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가 '좀 아쉽다'니, 윤석열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됐는지 반드시 기억하시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KBS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최모씨가) 자꾸 오겠다고 해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의, 김건희 여사에 의한, 김건희 여사만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파우치 세레나데'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좌절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며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렵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강 대변인은 "박절하게 대하기 어려워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순직해병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서천시장 화재 피해 상인들을 그렇게 대했나"라며 "공직자와 공직자 가족이 사적인 인연을 핑계로 고가의 선물을 수수해도 모른 척 넘어간다면 사정기관은 왜 존재하며, 김영란법은 왜 만들어졌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강 대변인은 이어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자에게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국가수반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이라며 "사정기관 수장 출신 대통령부터 가장 앞장서 법과 원칙을 형해화해도 모자라 희화화시킬 작정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또 강 대변인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논객을 청와대로 불러 탄핵을 오래된 기획이라며 '꼼수의 변명'을 늘어놨던 일까지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애초에 사과는 바라지도 않았다. 현직 대통령에게도 칼날을 들이밀며 '공정과 법치'를 부르짖던 강골검사 윤석열의 원래 스타일대로 결자해지하시라"라며 "김건희 여사 지키기에만 빠져 눈과 귀를 닫아버린 윤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떻게 됐는지 반드시 기억하시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2-11 14:34:23[파이낸셜뉴스] 이만희 사무총장은 22일 "일방적 특별조사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진상규명에만 초점을 맞춘 야당의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정쟁을 유발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특조위 사례에서도 총 3년 6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 수백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결론은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숱한 음모론으로 사회적 갈등만 야기됐을 뿐 새롭게 밝혀지거나 드러난 사실이 없었다"며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참사 지원 예산으로 요트 체험, 제주도 여행, 펜션 여행을 하는 등 예산을 부적절하게 유용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했다. 야당은 전날(2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특별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대화와 타협은 의회민주주의 기본이지만 민주당은 의사일정변경까지 시도하며 특별법을 강행하려 했다"며 "21대 국회 내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입법 독주 행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보상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집중하자는 입장이다. 이 총장은 별도의 특별법을 지난 11일 발의한 바 있다. 이 총장은 "국민의힘 특별법에 따르면 피해지원심의위원회와 희생자추모위원회가 설치돼 피해자 보상과 지원이 가능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추모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참사 당일 피해를 입은 상인들 지원은 물론 재판 결과에 따라 피해자와 유가족에게도 신속한 배상이 가능하도록 근거조항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을 향해 이 총장은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12-22 10:11:00[파이낸셜뉴스]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12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이다. 야당이 12월 내 처리를 예고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보인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제는 참사를 정쟁화하고자 하는 기도는 멈춰야 한다"며 특별법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장은 자신이 발의한 특별법에 대해 "재발방지와 유가족 지원, 추모 사업 등 실질적인 내용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먼저 보상 및 지원 등을 위한 지원 등에 관한 업무 수행을 위한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와 추모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희생자 추모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토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장은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는 참사 당일 구조 수습 활동으로 신체 경제적 피해를 입으신 분들과 영업활동 제한으로 피해를 입은 이태원 상인들에 대한 보상도 심의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며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서 배상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더욱 신속한 배상 관련 업무가 이루어지도록 배상금 관련 근거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태원 참사는 다시 발생해선 안 될 비극"이라며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물론 고통받는 유가족과 부상자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별법에 대해 이 총장은 "진상 규명에만 초점을 맞춘 대규모 특조위 발족 등을 중심으로 한 특별법"이라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이미 경찰과 검찰의 대규모 수사와 국회의 성역 없는 국정감사를 통해서 사고의 원인 등은 규명됐으며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거론하며 "참사를 이용한 불필요한 정쟁이 유발되고 많은 소모적 논쟁이 있었지만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내용들은 없었다"며 "예산과 시간만 낭비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총장은 "국가적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것은 상처 회복과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국민들께서도 결코 원치 않으실 것"이라며 "희생자 및 피해자분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 특별법 통과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12-12 15:33:35"이태원은 전 세계 젊은이가 모이는 공간이에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다시 창의적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이태원의 정체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남은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1번출구 앞 골목에서 159명이 희생된 참사 현장을 지켰던 남인석씨(82)의 이야기다. 2일 본지는 남씨를 비롯해 이태원 참사를 직접 경험했던 다양한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날 현장에 참사를 직접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이태원 상인들이 바라는 것은 참사 전 일상의 회복이었다. 일상 회복을 바라는 상인들 입장에서 경찰이나 지자체에 짙은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경찰이나 지자체의 여러 대응이 참사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었다. ■"이태원 문화 복원해야"이태원에서 40년, 그 골목에서만 12년째 잡화점을 운영해 온 남씨는 그날 가게 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청년들을 끌고 들어와 살려낸 장본인이다. 그는 참사 이튿날 희생자들을 위해 제사상을 차려준 뒤 반년 이상을 참사 현장인 가게에서 먹고 자며 그 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1㎞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참사를 겪고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남씨는 바라는 것은 이태원 문화의 복원이었다. 남씨는 "이태원 문화가 좋아서 온 청년들이 무슨 죄냐"며 "지자체와 경찰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핼러윈 데이 축제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이태원 자체나 젊은이들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태원을 나쁜 이미지와 연관시키거나 참사 이후 혐오지역으로 낙인찍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유족과 청년들이 함께 추모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망이 있다면 과거 자신이 세 들어 가게를 운영하던 자리에 추모공원이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자리에 조성된 추모공원 '그라운드 제로'처럼 이태원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게가 있던 건물은참사 이후 무허가 건물로 확인돼 철거됐다고 한다. 남씨는 "그 작은 땅이 쪼개져 31명이 소유주로 돼 있지만 특별법이 통과되면 9·11 테러 현장처럼 분수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권이 회복돼야 하는데…이어 참사 당일 112에 최초 신고했던 박모씨를 찾았다. 박씨는 핼러윈 데이를 대하는 올해 보여준 경찰과 지자체의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해 참사 당일에는 신고를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지나치게 과잉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금요일과 주말은 사람이 적어 대응이 필요 없었는데도 많은 인원과 장비가 동원됐다. 정반대 의미에서 대응 실패라는 생각"이라며 "10년 넘게 핼러윈 데이에 매년 10만명 이상이 모이는 축제였음에도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용상)구청장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27~28일 핼러윈 데이 기간이었지만 이태원은 평소 주말보다 한산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200m에 걸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용산구청 직원도 이태원 곳곳에서 순찰을 돌았다.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비판은 다른 상인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참사 극복이나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태원에서 남미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A씨는 "대다수 상인들은 매년 추모제를 여는 것에 동의한다. 문제는 영업을 방해하는 구청과 경찰"이라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전쟁 난 것처럼 바리케이드를 치고 평소보다 과도하게 단속하면 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다시 핼러윈이 돌아온 만큼 예년 대비 70% 수준으로 물량을 준비했다. 하지만 물량의 상당수는 재고로 남았다고 한다. A씨는 "직원이 원래 5명이었는데 장사가 안돼 1명밖에 안 남았다"며 "핼러윈 데이는 세계음식문화축제와 함께 이태원 상인들의 대목인데 이러면 살아날 길이 없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1-02 18:22:47[파이낸셜뉴스] "이태원은 전 세계 젊은이가 모이는 공간이에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냄으로써 다시 창의적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이태원의 정체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남은 사람들이 희생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1번출구 앞 골목에서 159명이 희생된 참사 현장을 지켰던 남인석씨(82)의 이야기다. 2일 본지는 남씨를 비롯해 이태원 참사를 직접 경험했던 다양한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그날 현장에 참사를 직접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이태원 상인들이 바라는 것은 참사 전 일상의 회복이었다. 일상 회복을 바라는 상인들 입장에서 경찰이나 지자체에 짙은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경찰이나 지자체의 여러 대응이 참사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었다. "이태원 문화 복원해야"이태원에서 40년, 그 골목에서만 12년째 잡화점을 운영해 온 남씨는 그날 가게 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청년들을 끌고 들어와 살려낸 장본인이다. 그는 참사 이튿날 희생자들을 위해 제사상을 차려준 뒤 반년 이상을 참사 현장인 가게에서 먹고 자며 그 자리를 지켰다. 지금은 1㎞ 떨어진 녹사평역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참사를 겪고 1년의 시간이 지는 지금 남씨는 바라는 것은 이태원 문화의 복원이었다. 남씨는 "이태원 문화가 좋아서 온 청년들이 무슨 죄냐"며 "지자체와 경찰이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핼러윈 데이 축제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이태원 자체나 젊은이들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태원을 나쁜 이미지와 연관시키거나 참사 이후 혐오지역으로 낙인찍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는 유족과 청년들이 함께 추모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날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소망이 있다면 과거 자신이 세 들어 가게를 운영하던 자리에 추모공원이 생기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자리에 조성된 추모공원 '그라운드 제로'처럼 이태원의 새로운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가게가 있던 건물은참사 이후 무허가 건물로 확인돼 철거됐다고 한다. 남씨는 "그 작은 땅이 쪼개져 31명이 소유주로 돼 있지만 특별법이 통과되면 9·11 테러 현장처럼 분수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권이 회복돼야 하는데...이어 참사 당일 112에 최초 신고했던 박모씨를 찾았다. 박씨는 핼러윈 데이를 대하는 올해 보여준 경찰과 지자체의 대응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해 참사 당일에는 신고를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지나치게 과잉 대응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금요일과 주말은 사람이 적어 대응이 필요 없었는데도 많은 인원과 장비가 동원됐다. 정반대 의미에서 대응 실패라는 생각"이라며 "10년 넘게 핼러윈 데이에 매년 10만명 이상이 모이는 축제였음에도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용상)구청장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달 27~28일 핼러윈 데이 기간이었지만 이태원은 평소 주말보다 한산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200m에 걸쳐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용산구청 직원도 이태원 곳곳에서 순찰을 돌았다.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에 대한 비판은 다른 상인들의 입에서도 나왔다. 참사 극복이나 상권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태원에서 남미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A씨는 "대다수 상인들은 매년 추모제를 여는 것에 동의한다. 문제는 영업을 방해하는 구청과 경찰"이라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전쟁 난 것처럼 바리케이드를 치고 평소보다 과도하게 단속하면 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A씨의 경우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다시 핼러윈이 돌아온 만큼 예년 대비 70% 수준으로 물량을 준비했다. 하지만 물량의 상당수는 재고로 남았다고 한다. A씨는 "직원이 원래 5명이었는데 장사가 안돼 1명밖에 안 남았다"며 "핼러윈 데이는 세계음식문화축제와 함께 이태원 상인들의 대목인데 이러면 살아날 길이 없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1-02 15:21:23[파이낸셜뉴스] "보라색 리본과 팔찌, 스티커를 나눠드립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앞에는 참사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참사 기념품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바로 옆 참사 현장이었던 골목길 입구에 조성된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반면 각종 분장으로 꾸민 사람들로 가득했던 예년의 이태원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다. 골목 뒤 메인도로인 세계음식문화거리도 마찬가지였다. 핼러윈 소품으로 장식한 가게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200m 가량에 걸쳐 경찰의 안전펜스가 설치된 거리에는 경찰과 용산구청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삼엄함이 느껴졌다. 이태원에서 가장 붐비는 공간 중 하나인 해밀턴호텔 뒤편에 모여 있는 라운지바들은 손님이 거의 없이 텅텅 비어 있었다. 추모공간이 조성된 골목은 일방통행을 이유로 통행이 통제되고 있었다. 추모객을 맞이하는 시민단체들은 "길을 막으면 추모를 못한다", "오히려 병목현상이 생긴다"며 경찰과 작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골목 진입 자체를 막던 경찰은 뒤늦게 "추모하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가시도록 하라"며 지침을 변경했다. 일부 상인들은 경찰과 지자체의 과잉 대응이 이태원 상권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외국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A씨는 "어제 매출이 평일 수준에 못미쳤다. 평소 금요일에 비하면 5분의 1이 안된다"며 "추모와 진상규명은 당연히 해야 한다. 유족들과 상인은 같은 생각인데 경찰이 전쟁난 것처럼 바리케이트를 치면 누가 놀겠냐"고 지적했다. 각종 단속이 평소보다 심했다고도 설명했다. A씨는 "똑같이 음악을 틀었는데 소음 단속을 나와 계도를 하고 야외 홍보물이 조금 튀어나왔다고 뭐라고 한다"며 "안그래도 장사가 안되는데 시비를 거는 거 아닌지, 장사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 식당 직원 이모씨(30)는 "어제는 놀러온 사람보다 경찰과 구청 직원이 더 많아서 놀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주말보다 없을 줄은 몰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태원에 가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참사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도 이태원 상권 회복이 추모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한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권리위원회 위원은 "이태원이 오면 안 되는 장소가 되지 않기를 유가족과 생존자 모두 바라고 있다"며 "이태원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추모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이유에서 핼러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기념품을 준비했다고 박 위원은 전했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시민들에게 팔찌와 리본을 나눠주는 동시에 핼러윈 분장의 하나인 타투 스티커를 붙여줬다. 추모 공간에 조성된 벽 위쪽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에 나오는 메리골드 꽃길을 만들어놨다. 메리골드는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꽃말을 가진 꽃으로, 멕시코에서 조상을 기리는 명절에 고인을 가족 곁으로 안내하기 위해 메리골드로 집안을 장식하는 것처럼 꾸몄다고 박 위원은 설명했다. 다만 핼러윈을 복장을 한 일부 젊은이들은 일 년 전 참사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핼러윈 분위기로 꾸민 20대 여성 A씨는 "이태원에 오랜만에 왔다"며 "작년 참사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무관하게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B씨 역시 "남자친구하고 밥먹으러 온 것뿐이다"라고 했다. 반면 이태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조모씨(30)는 "지인이 주변에서 카페를 해서 추모할 겸 방문했다"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은 오기 꺼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전히 즐기길 원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서 생계를 꾸리는 상인들도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바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씨는 "분향소를 들렀다가 저녁을 먹으려고 한다"며 "참사에 대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무작정 이태원을 피해서 상권이 죽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3-10-28 21:11:45서울 용산 이태원이 다시 붐비고 있다. 오는 10월 29일이면 '이태원 참사' 1주년이 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지만 여전히 이태원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용산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상인들은 '핼러윈'이라는 이름을 지웠다. 사고로 곳곳에서 불법건축물 논란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불법건축물도 곳곳에 있었다. 참사 관련 재판이나 특별법도 결론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에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왔던 유가족들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4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인 이태원에는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서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앞에서는 오는 29일까지 시민추모대회가 열린다. 대전, 광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등도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롯데월드 등 테마파크는 핼러윈데이 테마행사를 올해 열지 않기로 했다. 거리에는 관련 물품으로 장식한 상점을 찾기 어렵다. 추모 분위기가 강한 배경에는 이태원 참사의 책임공방이 '공회전' 중인 영향이 크다. 사건의 주요 책임자로 지목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3회씩 공판을 거쳤음에도 '재난안전법상 관리 책임 여부'를 둘러싸고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야당 측의 탄핵소추로 참사 책임의 중심에 섰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아직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등 '윗선의 책임' 또한 불투명한 상태다. 사고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었던 '불법증축' 문제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특별점검을 해 신촌역, 홍대입구 등 인파가 몰리는 75개 구역에서 불법건축 및 무단적치물 위반행위 2611건을 적발했다. 서울시는 이행강제금을 최대 4배까지 올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지난 1월 입법 예고했으나 서울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참사 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맴돌고 있다. 이태원 특별법(10·29이태원참사 피해자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은 지난 6월 말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의 주도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이후 지난 8월 말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결됐지만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등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했던 기억을 뒤로한 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이렇게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도 처벌받은 이도 없다"며 "정부·여당은 국민 159명이 희생당한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이를 왜곡하고 국민의 기억에서 참사를 지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3-10-24 18:30:57이태원 참사 이후 공허했던 세계음식문화의 거리에 최근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참사의 기억만 지울 수 있다면 예년의 일상과 다름없어 보였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는 팔짱을 낀 채 거리를 활보했고, 맛집을 찾아 서성였다. 카페에서는 외국인들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은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다만 지난 1년 동안 바뀌기를 바랐던 '불법증축'마저도 일상인 것처럼 그대로라는 점은 안타까웠다. ■"이태원, 못 올 곳 아니다"24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하모씨(19)는 "1년 전 이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미안함 등 만감이 교차하지만, 이곳(이태원동)을 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남 통영에서 서울로 관광을 왔다는 이모씨(40대)도 "1년 전 사회적 재난이 일어난 곳이라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못 올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지역 주민들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중앙시장에서 장을 보고 귀가 중이던 한모씨(70대)는 "이곳(이태원)이 귀신에 씐 곳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 역시 그냥 사람 사는 곳"이라며 "요즘 들어 다시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태원이 일상을 찾아가면서 관광객도 늘고 있었다. 참사 전에도 이태원은 서울의 대표 관광특구였다.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온 사오우씨(40)는 2박3일의 짧은 서울여행이지만 일부러 이태원을 찾았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크게 인기를 얻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경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오우씨는 "뉴스와 신문 등 일본의 미디어도 이태원 참사를 비중 있게 보도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며 "1년 전에 다수의 인파가 압사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던 장소라고 알고 있지만, 사건의 비극과 장소성은 별개의 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태원이 다시 붐비기 시작하자 지역 상인들의 일상도 회복되고 있었다.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참사 전 대비 60~70%는 회복됐다고 한다. ■이태원 불법증축 '여전해'그동안 바뀌기를 바랐지만 아직 그대로인 부분도 있었다. 참사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불법증축' 건물이다. 이태원을 거닐다 보면 곳곳에서 불법증축으로 의심되는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참사가 발생했던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도 불법증축이 의심되는 구조물이 있기도 했다. 테라스 확장을 통한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만들어진 구조물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골목은 여전히 비좁았다. 용산구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적발한 불법증축물이 총 27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199건에 대해 이행강제금 2억6450만원을 부과했다. 참사 이전 적발돼 시정되지 않은 불법증축물까지 합하면 총 1883건에 달한다. 아울러 해밀톤호텔 서쪽 가벽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해밀톤호텔이 참사 전 북쪽에 세운 불법증축물과 서쪽에 에어컨 실외기를 가리기 위해 설치한 철제 가벽은 이태원 참사 발생 골목의 인구밀집도를 높여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관련해 해밀톤호텔 측은 북쪽 증축물은 철거했으나 서쪽 가벽은 불법적 요소가 없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밀톤호텔 서측 골목 앞에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모든 분들의 편안한 쉼을 기원합니다'와 '두 번 다시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안전한 한국을 만들겠습니다' '남은 우리는 그 한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등이 적혀 있었다. 이날 포스트잇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테이프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던 A씨는 "우리 사회가 그날의 참담함을 기억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10-24 18:2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