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대가 국립대 법인화에 따른 재산 소유권 이전을 둘러싸고 인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7일 인천대와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대는 송도 11공구 부지 중 33만㎡에 대한 소유권과 700억원 이상의 안정적 국비지원, 건물 신축 일괄 착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 1월 법인화 전까지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인천대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재산을 내줄 수 없다는 시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대는 지난 2008년 인천시와 합의한 법인화 지원계획을 근거로 들어 재산의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대가 인천시에 요구한 재산은 송도와 제물포 캠퍼스, 연수구 송도동 미래관 등 모두 13종류이다. 인천시는 송도 11공구 부지의 경우 매립면적이 당초 9.917㎢(300만평)에서 6.611㎢(200만평)로 감소한데다 그간의 사정변경 등으로 인천대에 땅을 공급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송도 4공구 유수지도 방재시설로 지정돼 법적으로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인천대는 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난달 18일 단독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 무상양여 재산 목록을 제출해 정부의 중재를 요청했다. 인천대는 또 교수협의회, 전국대학노동조합 인천대지부, 공무원노동조합 인천대지부,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 대학 구성원들로 지난 2일 인천대의 정상적인 법인화로의 전환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kapsoo@fnnews.com
2012-11-07 09:24:22[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것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의 삶,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파이낸셜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일상 뒷편에 숨겨진 문제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이는 사회에 전하는 일종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1 20대 대학생 A 씨는 중·고교 시절은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A씨는 "저 같은 학생을 두고 흙수저 중에서 '흙'도 없는 그냥 '수저'라고 말한다. 학창 시절 크고 작은 알바를 계속하다 보니, 생활력은 강해졌지만, 공부는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언제 이 생활이 끝날지,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 서울의 명문 사립대 졸업을 앞둔 또 다른 20대 B씨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집에서 끊었던 용돈을 다시 지원받기로 했다. 그는 "오로지 취업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게, 집에서 도와주고 있다"면서 "취업하면 다시 다 갚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창 시절부터 공부면 공부, 취업이면 취업,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례에서 본 20대 청년들 삶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부모의 경제력으로 취업 준비를 더욱 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학자금 걱정 없이 오로지 대학 생활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제는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그저 옛말일 뿐이고 계층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계층 사다리'를 찾기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계층 상승의 주요 통로가 되는 교육 기회조차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결정되면서 균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사회 가치마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발선 다른 흙수저는 금수저를 이길 수 있을까 금융자산이 적은 부모를 둔 '흙수저' 청년이 상대적으로 자산 수준이 높은 부모 밑에서 자란 ‘금수저’보다 대기업·정규직으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할 가능성이 8% 낮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흙수저는 첫 직장에서 받는 급여도 금수저보다 11%나 적고 근무 연수가 길어질수록 임금 격차는 벌어지는 만큼 불리한 여건에 놓여 있다. 지난해 1월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오태희 한국은행 과장과 이장연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의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을 게재하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밝혔다. 해당 논문은 부모 소득이 아닌 자산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집중 분석한 것으로 부모 재력에 따라 자녀의 일자리 수준이나 임금이 달라지는 이른바 ‘흙수저 디스카운트’를 실제 데이터로 입증했다. 건강이나 수학능력시험 점수 등 각종 변수를 통제하고 분석한 결과, 부모의 금융자산 보유 정도에 따라 자녀의 노동시장 성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4분위(상위 25%)인 부모를 둔 자녀 대비 1분위(하위 25%)인 부모의 자녀가 대기업·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확률은 7.6%포인트 낮게 조사됐다. 1분위 부모의 자녀는 첫 일자리에서 받는 임금도 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10.7% 적었다. 금융자산 2분위(하위 25~50%) 부모의 자녀도 4분위 부모 자녀보다 대기업·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6.7%포인트 낮고 첫 일자리 임금도 5.3% 적었다. 다만 부모의 부동산 자산은 특별한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부모의 금융자산이 자녀의 첫 직장이나 첫 월급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구직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동성 제약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경쟁이 치열한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찾으려면 준비 기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청년 입장에서는 부모의 지원 없이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흙수저 디스카운트’가 첫 직장이나 첫 임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흙수저(1분위 부모의 자녀)는 금수저(4분위 부모의 자녀)보다 직장 1년 차 임금이 6.5% 적은데 5년 차에는 12.8% 적은 수준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흙수저 디스카운트’가 세대 간 소득 이동성을 제약하고 사회계층 세습화로 이어지면서 성장 잠재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거지방'에서 '플렉스방'까지…MZ세대 소비 놀이도 양극화 흙수저 금수저 양극화 현상은 MZ세대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로 볼 수 있는 '소비 인증샷 카톡 대화방'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나 '거지방'은 흙수저들의 팍팍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이들은 대화방에서 절약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서로를 위로한다. 반면 오마카세를 즐기는 등 돈 자랑이나 과시를 의미하는'플렉스방'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20대 대학생은 이 플렉스방에 "매달 가족과의 도심 속 호캉스, 1년에 2번 이상 해외여행"이라며 인증샷을 올리기도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모 잘 만나, 하는 일이라곤 '돈 쓰는 일'"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생을 살아가는 출발선이 다른 환경이 빚어낸 갈등이다. 일종의 사회 현상인 셈이다. 다만 기회가 불평등하다고 결과가 평등하지 않다는 지적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누구나 비슷한 출발선에서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보장받는 평등과 빈곤의 대물림 때문에 출발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게 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출발이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의 규칙을 어기고 질서를 해치는 사람까지 옹호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기업에 재직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회사원 최모씨는 "출발선에서의 불공평은 인정한다. 그렇기에 자수성가 사업가들은 존경받는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성공의 과정이 불법이고, 그 명분으로 가난을 삼는다면 누가 박수를 쳐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20대 대학생 박모씨는 "저도 흙수저지만 매일 어제보다 더 괜찮은 내일을 꿈꾸면서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고 가난하다고 해서, 위법한 일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력하면 삶의 질 개선" …'계층 사다리' 복원할 수 있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이 줄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작 국내 중산층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하면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오히려 낮아졌다. 보조금 같은 정부 지원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으로 따진 중산층(중위소득 50~150%) 비중은 2011년 54.9%에서 2021년 61.1%로 높아졌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등을 떼고 남은 소득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쓰는 중산층 기준(중위소득 75~200%)을 적용한 중산층 비중은 61.1%(2021년 기준)로, OECD 평균(61.5%)과 유사했다. 미국(51.2%)과 영국(58.3%), 이탈리아(58.6%)보다 높은 수치다. 그러나 계층이동 사다리에 대한 믿음은 줄었다. ▲‘노력한다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비율은 2011년 28.8%에서 2021년 25.2%로 줄었다. ▲‘자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크게 위축(41.7%→30.3%)됐다. 통계청에서 2년마다 진행하는 ‘사회 조사’를 비교한 결과로,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 확대와 대물림되는 교육 격차가 이 같은 기대를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계층 사다리 복원…대기업·정규직 진입 발판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교육 과정에서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진입할 수 있는 1차 노동시장 진입의 유연화 정책 등을 제언했다. 앞에서 살펴본 '흙수저 디스카운트 효과’ 논문은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에서 출발하더라도 이후 자신의 노력을 통해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노동시장 내 이동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회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양적인 일자리 창출보다는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2차 노동시장에서 대기업·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으로 원활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고용정책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영욱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산층의 현주소와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정부의 이전지출 확대를 통해 중산층 비중은 유지돼 왔으나, 이 같은 정책이 계층 상향 이동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이전지출은 국가가 가구에 지급하는 각종 수당, 보상금 등 현금성 지원을 말한다. 노동소득이 가구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려면 양질의 일자리와 일하기 좋은 환경 조성,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이 연구위원은 “은퇴하는 고령층의 고용기간 연장, 여성 배우자의 취업 장애 요인 해소 등을 통해 가구 내 취업자 확대가 필요하다”며 “공교육의 내실화로 중산층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교육이 계층 대물림이 아닌, 계층이동 사다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21 10:59:55【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의회가 인천지역 고용 위기와 노사 간 갈등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 인천시의회 의원연구단체인 ‘노·사 화합 우수기업 사례연구회’는 10일 의회 산업경제위원회 회의실에서 ‘노·사 화합 우수기업의 성과와 시사점에 관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회가 주최·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김대규 산업정책연구원 연구교수의 발제와 이선옥 인천시의원, 옥우석 인천대 교수, 구한별 전국공공연맹 인천지역본부 기획부장, 박두준 ㈜청우하이드로 이사, 서용성 인천시 노동정책과장, 이주용 노사발전재단 노사협력과장 등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대규 교수는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13위로 상위권이나 노사협력 부문 경쟁력은 141개국 중 130위로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는 향후 국가경쟁력 악화의 잠재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노사협력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노사협력 지원제도를 활용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노사관계가 상생할 수 있도록 유인 △인천시 산업 평화 대상자 선정 시 노사문화 우수기업과 가족친화인증 기업에 대한 가점을 부여하고 대출금리 우대, 보증료 감면 또는 면제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선옥 의원은 “노사 화합을 이끌기 위해선 인천지역 특성에 알맞은 일·생활 균형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3월 문화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된 ‘인천시 일·생활 균형 지원에 관한 조레안’이 앞으로 일·생활 균형 정책 수립의 기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용성 인천시 노동과장은 “노사 간 대화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정례화해 상호 신뢰를 구착하는 것이 노사협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천시 노사협력 우수기업 사례가 산업현장 전반에 확산되도록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창호 연구회 대표의원은 “열악한 근무 환경, 불공정한 임금체계, 낮은 임금수준 등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 간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가족친화인증 제도의 홍보 및 활성화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지역 또는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3-10-10 17:25:46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견제를 위해 우방국에 규제 동참 압박을 높이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장기 경영계획은 시계제로 상태에 놓인 지 오래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을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두 나라 사이에 낀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막기 위한 미국의 규제조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생산거점 다변화를 통한 '탈중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공장에 쏟아부은 막대한 투자 규모와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하며 중국 사업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미 대중규제 압박… 삼성·SK 곤혹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중국 첨단산업 규제를 강화하며 반도체 선두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사실상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논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 측에 '마이크론 제품의 대중 판매가 금지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부족 물량을 공급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의회도 정부와 보폭을 맞추며 대중규제 대응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중국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도록 허용할 경우 긴밀한 한미동맹이 약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미국의 대중규제에 중국이 강력 대응을 천명하자 양국 사이에 낀 국내 반도체 업계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 현지에 핵심 생산거점을 다수 두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 차지하는 독과점적 지위를 감안할 때 미국 정부의 압박 수위가 예상보다 거세지고 있어서다. 대중견제 동참을 요구하는 미국의 거센 압박을 무작정 거부할 수도 없고, 핵심 반도체 매출처이자 핵심 생산거점인 중국을 외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핵심거점을 구축한 상태다. 삼성전자 시안1·2공장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25만장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물량의 40%를 담당한다. SK하이닉스도 우시 1·2라인에서 생산한 D램 제품이 회사 전체 물량의 48%를 차지한다. ■삼성·SK, 中 매출 급감·투자 축소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유예조치를 지렛대로 삼고 있어 미국 측의 요구를 거부할 시 해당 조치가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 생산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한시 유예조치를 적용받고 있다. 향후 중국 공장 첨단설비 반입이나 업그레이드가 어려울 경우 미세공정 수요 증가 및 공정개선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워 실적 타격뿐 아니라 사업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첨예한 미·중 갈등 속에 중국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현지 투자를 줄이는 추세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내 매출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4분기 중국 지역 매출은 7조9153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8607억원) 대비 46.7% 감소했다. 1·4분기 중국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여 만이다. 특히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1·4분기 삼성전자 중국 매출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26.2%보다 7.4%p 떨어진 18.8%에 그쳤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1·4분기 연결 기준 중국 현지법인 합산 매출이 1조5461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8185억원)와 비교해 59.5% 급감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도 이 기간 31.4%에서 30.4%로 하락했다.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 낮춰야"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생산거점 다변화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인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특히 개별 기업이 국제정세에 적극 관여하기 어려운 만큼 우리 정부가 기업 입장을 대변해 미·중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미·중 간 관계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기 전까진 중국에 대한 제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반도체 생산기지를 제3국 등 외국에 분산시키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과 협력을 최우선시하되 공급망의 다각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중국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미·중 갈등 심화시 결국 미국에도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로 보여 양국 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는 낮추는 게 맞지만,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한 규모를 볼 때 철수는 말이 안 된다"며 "향후 4~5년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며 기술경쟁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사업은 현상유지를 하는 동시에 대체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3-06-21 18:43:36'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22년의 징역형을 받고 수감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으로 오는 31일 0시 석방된다. 대통령 선거를 두달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진 반대진영 전직 대통령 사면을 놓고 정치적 의미와 파장에 대한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 분열을 노린 문 대통령의 정략적 판단이란 평가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따른 영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26일 정치평론가들과의 긴급대담으로 이번 사면정국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이번 대담에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성철 대구 가톨릭대 특임교수(가나다순)가 참여했다. ―현 시국에서 이뤄진 박근혜 사면의 정치적 의미는. ▲장성철=의도가 있는것 같다. 대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보수 분열에 먹잇감을 던져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건강상 문제가 크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현시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큰 사면을 꺼냈다는 것 자체가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란 생각이다. 윤석열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감옥 보낸 것으로 봐야 하니, 그 부분에 대한 책임론이 나오게 되면 그게 윤 후보에게 긍정적이진 않을 것 같다. 그런 차원에서 야권의 분열과 윤석열 후보에게 마이너스 영향을 끼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 내포된 것 같다. ▲배종찬=표면적으로는 정치사회적 통합이다. 박근혜 사면은 줄기차게 보수진영에서 요구된 것이니까.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사면이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내년 3월 9일 이후로는 대통령 사면을 시도했다가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번 사면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사회적 통합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보인사에 대한 정치적 배려다. 한명숙 전 총리 복권은 검찰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사항인데도 이뤄졌다는 것은 진보진영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다. ▲이준한=사회갈등이 너무 심하고 정치적 양극화가 굉장히 강해 사회적·정치적인 통합이 좀 필요하다는 말을 그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의미를 찾거나 해석하거나 이럴 필요가 없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사면으로 정치적으로 크게 이득 볼 게 없다. 대통령 탄핵만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창피한데 특별사면에 따른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도 창피한 노릇이다. 자기들이 잘 해서 선거에 이길 생각은 안하고, 하필이면 이때 사면돼 우리가 이로울까 불리할까 고민하는 것은 한국 정치 수준을 퇴보시키는 언행이라고 본다. ―박근혜 사면이 이재명 후보에게 미칠 영향은. 일각에선 중도층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만큼 강한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 강(强)타격은 윤석열, 약(弱)타격은 이재명이다. 이재명으로선 정권 차별화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정치적·이념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호남, 40대, 화이트칼라, 진보층 일부가 이탈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이재명 지지기반에도 부분적 타격은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한명숙 복권,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면과 같이 진보진영에 대한 배려가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사면은 진보층의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정치적 배려와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겠다. ▲장=중도 확장은 안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 지지층은 왜 사면해주느냐고 할 텐데, 이건 그들에게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게 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혀 있으니까.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렇게 큰 감정이 없을 것 같다. ▲이=박근혜 탄핵 때도 찬반이 있듯이 이번 특별사면으로도 의견이 많이들 엇갈릴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의 특별한 고유권한으로서 다른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임기 말에 이러한 사면을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를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수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윤석열 후보의 입장이 애매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그것은 당연한 거다. 윤 후보 자기가 박 전 대통령을 잡아 자기가 수사하고 자기가 감옥에 처넣었다. 그런 사람이 차기 대선 후보로 나왔다. 박근혜 이슈가 가라앉아 레이더망에 포착이 안 되기를 희망하고 있을 텐데 이번 특별사면으로 '박근혜 잡아넣었던 사람이 우리 대통령 후보였네'라고 자각하게 된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아마 정체성이 헷갈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 입장에선 마냥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배=윤석열 후보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하나는 지지층의 혼란, 혼선 유발이다. 윤석열 후보한테는 박근혜와 관련된 탄핵의 강이 재조명된다. 그래서 TK(대구경북), 60대 이상, 또 보수층에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충돌현상이 내부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장=상대 당이나 박근혜를 강하게 지지하는 쪽에선 윤 후보를 공격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제가 여당에 있어도 이걸로 슬쩍 한마디 두마디씩 던지게 되면 윤 후보가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재기 가능성은 있을까. ▲장=없다. 건강도 좋지 않고, 그분이 정치 재기를 하려면 말의 영향력과 정치적인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이제 지역적인 기반이나 팬덤층도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래서 재기하기가 어렵다. 그분이 정치를 재기한다고 해서 따라갈 만한 정치인들도 없을 것이다. ▲이=국가적으로 정치 양극화를 가장 심화시킨 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었다. 박근혜 탄핵으로 이 사회가 쪼개졌는데, 그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신은 좀 억울한 게 있겠지만 조금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게 정치적으로 명예회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활동을 재개하면 정치 양극화 갈등지수가 최악으로 갈 것이다. 특별사면으로 나온 전직 대통령이 과연 그렇게 할까. ▲배=가능성은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후광 효과인데, 이번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박근혜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 대통령이든 대통령이라는 인물, 선거에 나서는 인물은 세가지 요소가 있는데 '지.세.리'다. 지역, 세대, 이념 기반인데 박근혜는 지역과 세대 기반은 거의 무너졌고, 이념에서도 보수 전반 또는 국민의힘 지지층 전반을 다 흔들 정도는 아니다. 윤 후보가 정권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2027년에 치러질 차차기 대선에 대한 영향력은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사실상 보수진영 내의 구심점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전민경 기자
2021-12-26 18:12:05[파이낸셜뉴스] 한국 양궁의 2020도쿄올림픽 금메달 석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궁이 페미니스트 대혼란에 빠지면서다. 오늘 29일 도쿄올림픽위원회에 따르면 2020도쿄올림픽 양궁 남녀 개인전에 6명이 출전한 한국 양궁대표팀선수 중 벌써 3명이 탈락했다. 오늘 오후 5시45분에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개인전 64강 경기를 치르는 안산(광주여대) 선수가 이 경기에서 삐끗하면 금메달에 도전하는 남녀 한국 선수는 단 2명만 남게 됐지만 안산은 32강에 가볍게 올랐다. 도를 넘은 페미니스트 논란에도 실력발휘를 한 것이다. 페미니스트 논란과 관련, 안산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DM(메시지) 확인 못해요…죄송"이라는 글을 올린 상태다. 32강에 오른 안산 선수는 강채영(현대모비스)와 함께 금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여자 대표팀에는 이미 탈락자가 있다. 어제 장민희(인천대)가 32강에서 탈락한 것이다. 남자 대표팀에서는 유일하게 김우진(청주시청)이 16강에 안착해 금메달 도전에 나서고 있다. 도쿄올림픽 3관왕에 도전했던 김제덕(경북일고)이 어제 32강에서 탈락했고 오늘 오진혁(현대제철)도 32강에서 인도선수에게 무릎을 끓었다. 한편, 현재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안산 선수의 페미니스트 논쟁이 한창이다.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 안산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남성 네티즌들로부터 제기되자 여성 네티즌들이 대한양궁협회에 선수 보호를 촉구하면서 젠더갈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대한양궁협회는 "큰 경기를 앞둔 안산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줬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1-07-29 15:08:04[파이낸셜뉴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관 협력 시스템 정비로 재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정부와 여당의 추진으로 국회에 상정된 재해구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대해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재해구호법의 발전적 개정 방향 모색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지난 16일 열린 이번 포럼은 자연재난 피해를 본 이재민의 보호와 생활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한 재해구호법의 제정 취지에 따른 재해구호 분야에서의 민·관의 역할을 살피기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온라인(웨비나)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해구호법은 이재민에 대한 구호와 의연금품의 모집 절차와 사용 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자연재난으로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임시주거시설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을 이재민에게 제공하고, 복구, 피해 보상 등을 규율한다. 재해구호법 29조 4항에 따라 방송사와 신문사, 사회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이사회를 배분위원회로 구성해 의연금의 배분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모금단체가 각자 기부금품을 모아 단체의 설립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한 기부금품법과 달리, 재해구호법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모집 허가를 받은 단체들이 모집한 금품을 배분위원회에 납입한 뒤 법령이 정하는 대로 이재민에게 전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연금이 모집단체가 난립해 의연금이 중복·편중·누락 지원되는 것을 막고, 모집경비를 15%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과 달리, 2%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최근 3년 사이 배분위원회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명하는 사람 등이 대거 참여하고, 희망브리지의 사업 계획과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2개월 전까지 행안부 장관에게 제출해 승인받도록 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재해구호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국민 성금을 모아 배분하는 민간기관을 산하기관화해 의연금을 세금처럼 정부 뜻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희망브리지 김정희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재해구호법의 입법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개정안 발의가 아쉽다. 재해구호 분야에 있어 희망브리지와 같은 민간기관의 역할을 새롭게 고찰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럼은 이주호 세한대 교수의 주제 발표로 시작했다. 이 교수는 ‘재해구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의 요지 및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희망브리지 라정일 재난안전연구소 부소장이 ‘재해구호법 개정안의 법적 쟁점과 개정 방향’으로 주제 발표했다. 종합토론은 충북대 이재은 교수를 좌장으로, CSR포럼 김도영 대표, 아주대 김서용 교수, 충북재난안전연구센터 변성수 전문위원, 희망브리지 배천직 책임연구원, 인천대 이창길 교수가 참여해 최근 발의된 재해구호법 개정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 김서용 교수는 “의연금 배분에 있어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도 있으나 오히려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의연금이 형평성 있게 분배될 수 없을 것이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 지금처럼 희망브리지에서 피해지역에 형평성 있게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도영 대표도 “정부에서 관여하는 것보다 오히려 국민 스스로 모아서 스스로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고도화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측이 불허한 재난의 대응을 위해서는 창의성과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므로 민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창길 교수는 “재해구호법 개정 시도는 이재민의 불편함에 기인한 변화가 아니다. 개정안의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민간기관에 대해 공공기관이 트집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오히려 60년간 사회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희망브리지의 활동에 대해 많은 국민이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7-21 13:36:572022년 3월 8일 대통령선거까지 불과 1년2개월여를 앞두고 차기 대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여야 정치권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양강구도가 형성된 여권에 맞서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범야권 재편론을 꺼내든 야권의 잠룡들도 본격적으로 대권 가도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사태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급속도로 재편되는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또 여야 정치권의 극한대립 속에 소모적인 진영논리를 타파하고 국민들을 한데 모을 통합의 리더십도 요구받고 있다. ■ 차기 대통령 덕목 '미래비전·통합' 국내 정치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미래비전'을 꼽았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어 산업구조 대격변이 예고된 가운데 국가 장기적 성장전략과 정책방향을 구상하고, 이를 설득력 있게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우리 정치 리더십은 기업처럼 더 큰 성장을 위해 경쟁조직과도 협력하는 미래설계 측면에서 부족하다. 앞으로도 적폐청산에만 묶여 있는 건 국민들이 원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맞춰 미래에 대한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지방 소멸을 넘어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는 시대에 노출된 위기를 극복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가 차기 대선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기 대통령에게 극단으로 나뉘고 있는 진보와 보수 대립을 봉합할 '통합'의 리더십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촉발된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는 보수와 진보진영 간 이분법제 대립이 심화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특히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행정과 입법 분야를 독식한 정부·여당의 독주는 더욱 고착화됐고, 여야가 타협을 모색하는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려는 여권과 이를 막으려는 야권의 충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극단적 진영논리와 '편가르기'만 득세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진영 갈등을 중재하고 국민들을 통합해야 할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러 갈등과 이해충돌 상황을 중재하는 리더십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특정 진영이나 집권세력의 수장으로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 여야를 아우르는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은 상당히 아쉬운 면이 있다"며 "차기 지도자는 너무 양극단으로 갈라져 있어 중도적 관점에서 통합하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교수도 "지지층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초당적·초국가적 과제에 설득을 해나가며 국민 전체의 공감을 받는 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선 뛰어든 잠룡들 운명 판가름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20대 대선이 1년도 안남아 여야 잠룡들도 세 결집에 나서며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여권에선 '대세론'이 한풀 꺾인 이낙연 대표를 이재명 지사가 잇단 선명성 행보로 존재감을 부각시켜 바짝 따라붙으면서 두 후보가 연일 초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친문재인) 진영 적자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권 대권 판도 최대변수로 꼽히는 친문 진영이 누구의 손을 잡을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줄곧 친문 진영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재명 지사보다 문재인정부 초대이자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대표에게 일단 친문의 시선이 향하고 있지만,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제3의 후보군과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이준한 교수는 "현재는 이재명·이낙연 구도지만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위기상황에서 경륜을 갖춘 안정감 있는 후보나 세대교체를 이룰 후보가 나올 수 있다. 정세균 총리 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당내 '86그룹' 인사들이 계속 대선 후보로 호명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와 달리 여권을 뒤쫓아야 하는 추격자 입장인 보수야권은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채 좀처럼 여권으로부터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무소속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후보군만 난립할 뿐 각종 대권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지지율은 여권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정책, 검찰개혁 과정에서의 잇단 잡음 등 문재인정부의 실정에도 보수야권에서 참신함과 중량감을 갖춘 대권 후보를 키워내지 못하면서 여권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교수는 "야권 후보들은 경륜이나 안정감을 보여주거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측면에서 여권에 비해 조금 부족해보인다"며 "각자 능력 대신 여권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교수도 "야당의 무력함 때문에 여권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게 된 것"이라며 "과거에 대선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주자들로는 야당이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야권이 대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선 '정부심판론'을 기치로 내세워 보수진영을 한데 묶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야권 후보로 분류돼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윤석열 총장의 정계 입문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윤 총장이 야권 후보로서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보수진영도 이에 동의할 경우 윤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뿐 아니라 전체 대권 지형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김주영 기자
2021-01-03 17:29:49[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총장 선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인천대가 결국 재선거를 실시해 제3대 총장을 선출한다. 29일 인천대에 따르면 인천대는 28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교육부의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총장임명이 무산됨에 따라 총장 선출을 위한 재선거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인천대는 국립대로 총장임명은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부장관의 임명 제청 거부로 실시되는 재선거에 대해서는 현행 법률이나 대학 정관에 관련 규정이 없다. 인천대는 임시 이사회에서 재선거 방안과 이찬근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2명 중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과거 서울대 사례를 들어 재선거를 실시해 차기총장을 선출키로 결정했다. 다만 앞서 실시된 총장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정책평가단과 총장추천위원회의 재구성 여부, 평가방법 변경 등 재선거 방식을 다음달 14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총장모집 공고부터 후보등록, 합동연설회, 구성원 평가(투표) 등 전 과정이 처음부터 다시 진행된다. 인천대 총장선거가 통상적으로 5개월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차기총장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대의 총장선출이 지연되면서 2대 조동성 총장이 지난 28일 임기만료로 이임식을 갖고 물러났다. 이에 따라 차기총장 선출 때까지 양운근 교학부총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차기총장 임명때까지 대학을 이끌게 된다. 한편 인천대는 지난 5월초 예비후보자를 대상으로 학생·교수·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정책평가단의 투표 결과와 총장추천위원회 평가 점수를 합산해 3명의 후보자를 결정했다. 최계운 인천대 명예교수가 1위, 박인호 인천대 명예교수 2위, 이찬근 교수가 3위를 자지했지만 이사회는 3위를 차지한 이 교수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해 교육부에 추천했다. 이에 일부 학생과 교수 등이 반발하면서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이사회의 총장선출 결의 무효소송, 촛불집회 등이 진행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사회가 추천한 후보자가 탈락해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사회가 총사퇴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총장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2020-07-29 13:52:01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자력으로 180석을 확보하며 명실상부한 슈퍼여당으로 거듭났다. 반면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사수하는 수준의 참패를 당한 미래통합당은 목소리에 힘을 잃었다. 민주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게 되면서 임기 반환점을 돈 문재인 정부는 당초 구상했던 국정 개혁과제들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또한 이 과정에서 야당의 견제 영역이 크게 줄어들면서 정부여당의 독주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협치'로 떠올랐다.정치권 안팎에서는 총선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여당 승리 시나리오 여러 개를 제시하며 특히 180석의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이라는 것이다. 180석은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숫자다. 180석의 동의가 있으면 상임위에서 여야 입장 차로 통과에 난항을 겪는 법안을 바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정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표결을 통해 곧바로 중단시킬 수 있다.특히 여야 협치의 첫 시험대로 오는 7월로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공수처장 임명이 꼽힌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에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후보추천위는 법무부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3명과 여야가 각 2명씩 추천한 인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꾸려진다. 이 중 6명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동의하면 가결된다. 그간 야권은 추천위원회 구성 자체가 편향적이고, 대통령이 최종 선택하는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최종 임명 직전 대통령이 여야 의견을 고루 청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와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여당 입맛대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이같은 여당의 일방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의식해서인지 민주당은 '겸손모드'를 유지 중이다. 선거 직후 지도부가 먼저 몸을 낮추고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선거 직후 해단식에서 자축 대신 "열린우리당의 아픔을 우리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말로 16년 전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언급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대책위원장 역시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 국민의 뜻을 모으고 야당의 협조도 얻어야 한다"며 협치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주당이 이참에 개혁 법안들을 속전속결로 다 처리하겠다는 유혹에 빠질 수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야당에 발목이 많이 잡힐 거고 갈등이 유발돼 국회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되면 국민 여론도 돌아설 수 있다"며 "여당이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국민적 동의와 야당의 협조를 구해가면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2020-04-21 17: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