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가히 카페 공화국이다. 다방, 커피숍에서 변화해 온 커피 전문점 카페는 커피를 비롯한 식음료를 파는 휴식공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카페는 1927년 영화감독 이경손이 서울 종로 관훈동에 개업한 '카카듀'라고 한다. 거의 100년이 흐른 지금 전국 카페 수는 10만개를 넘어섰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선두주자인 스타벅스 매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93개에 이른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데 일본과는 불과 8개 차다. 카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집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문화가 사라지고 1인가구가 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얘기할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대화공간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부공간, 직장인들의 작업공간으로 카페의 쓰임새는 넓어지고 있다. 분위기가 조금 다른 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던 1960년대만 해도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는 위스키처럼 사치품 취급을 받을 정도로 귀했다. 외제품 단속의 표적으로 삼으며 당국은 커피를 강제로 팔지 못하도록 했다. 어기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다방 업주들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가 졌다. 법원은 "커피를 판다는 것은 좋은 풍속은 아니며 따라서 풍속을 문란케 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국무총리가 공무원들에게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 당시 시중 커피의 90%는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마저 물량이 적어 이미 커피 맛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은 안달을 냈다. 이러다 보니 가짜 커피가 나돌았다. 커피 찌꺼기를 사용한 가짜는 그나마 양반이고 썩은 콩가루에 엿과 설탕을 섞거나 심지어 톱밥에 물을 들여 제조한 가짜 커피도 있었다. 국산 커피를 최초로 생산한 기업은 동서식품이다. 1968년에 서정귀와 신원희, 윤봉기 등이 설립했다.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합작하려 했다가 여의치 않아 '맥스웰' 브랜드로 유명한 미국 제너럴푸드로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1970년부터 커피를 생산했다(조선일보 1970년 12월 22일자·사진). 구한말 국내로 들어와 고종이 '양탕국'이라고 부르며 좋아했던 커피를 순 우리 기술은 아니지만, 드디어 가정에서도 쉽게 즐기게 된 것이다. 광복 후 한국인들이 처음 맛본 커피는 미국산이었다. 미국 본토에서 직접 가져온 고급 커피에 길들여진 한국인의 입맛은 기술제휴로 만든 커피를 단박에 알아차렸다고 한다. 당시 우리 국민은 한 해에 고작 커피 26잔을 마셨지만, 입맛만은 고급이었던 것이다. 처음에 나온 합작 제품을 선호하지 않아 오리지널 미국 제품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는 말도 있었다. 주인이 바뀌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동서식품은 1975년 최초로 호주에 인스턴트 커피 50t을 수출하는 등 빠르게 국내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키워갔다. 이듬해 커피믹스를 개발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였다. 맥스웰 커피를 담은 유리병은 그 자체로 품질이 좋아 도시락 반찬, 특히 국물이 흐르기 쉬운 김치를 담는 용도로 인기였다. 그런데 사실은 1968년에 나온 국산 커피의 효시는 동서식품이 아닌 미주산업의 'MJC 커피'라고 한다. 판매량에서 동서식품에 이은 제2의 커피기업으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서울 압구정동을 필두로 'MJC카페'를 열며 사업을 이어갔지만,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극히 드물다. 1980년대 말에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국내 최초의 캔커피는 1977년의 씨스코에서 내놓은 '타임커피'다. 우유를 반을 섞은 '카페오레'라는 밀크 캔커피도 함께 출시했는데 시기가 일러 사라지고 말았다. 캔커피 시장은 동서식품이 1986년에 첫 제품을 내놓으며 활성화됐다. 동서식품은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1991년 롯데칠성음료가 '레쓰비'를 내놓으면서 시장 판도가 뒤집혔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8-08 18:08:15#OBJECT0# [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에서 먹는 3번째 아침,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한국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지나치며 우리가 향하는 곳이 '맛집'임을 직감했다. 식당의 이름은 '펀 포레스트 카페'로 야외 정원 느낌으로 꾸며진 브런치 카페였다. 카페의 규모가 꽤 컸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파라솔 그늘 아래, 야외 좌석에 앉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와 샌드위치 등을 먹었다. 치앙마이에서 해결한 세 끼의 아침 중 음식, 가격, 분위기 모든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한 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치앙마이 3대 커피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아카아마 프라싱'이라는 곳이었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더티 라떼'와 에스프레소에 꿀과 오렌지 필을 넣은 '마니마나'를 한 잔씩 시켰다. 2층에 올라 커피를 만든는 것을 직접 봤는데 '마니마나'는 칵테일처럼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섞는 과정이 있었다. 커피의 쓴 맛과 달달한 꿀의 맛, 오렌지의 상긋함이 나름 잘 어울렸다. 밥과 커피를 뱃속에 채우고 차를 몰았다. 싼깜팽 온천, 유황물에 삶아 먹는 계란의 맛 이날의 첫 목적지는 치앙마이에서 매깜뻥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싼깜팽 온천이었다. 방문한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았다. 온천 부지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야외 족욕탕부터 시작해서 계란을 삶아 먹을 수 있는 곳, 실제로 온천이 가능한 곳, 정원부지 등 상당히 넓었다. 온천 곳곳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귀여운 동상과 음식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계란을 사서, 갈고리에 담긴 쇠 막대를 통해 100도 가까운 온천 물에 담가 놓았다 나중에 꺼내 먹을 수 있다. 한국 찜질방의 구운 계란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직접 유황물에 계란을 삶고 나중에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넉넉한 일정으로 오면 한 켠에 마련된 실내 온천장에서 유료로 온천을 즐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1년 내내 여름인 이곳에서 굳이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도 싶었다.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유황 온천물에는 '온도가 105도에 달하니 접근금지'라는 경고 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온천 부지를 둘러보다 음료를 하나 사서, 삶은 계란과 함께 먹었다. 매깜뻥, 시골의 향수와 소박한 삶의 모습 매깜뻥(매캄퐁)은 싼깜팽과 인접한 암퍼 매언에 자리한 농촌 마을이자 홈스테이 시범 마을로 알려졌다. 커피와 차를 재배하는 이곳에 참아 하룻밤 묵어가며 시골 향수를 채우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치앙마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이곳을 최고로 꼽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산속 깊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매깜뻥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의 초입에는 커다란 강아지의 얼굴 벽화를 볼 수 있다. 좁고 한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꼬치를 파는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이 일려로 나온다.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매깜뻥 폭포'는 반드시 가보는 것이 좋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려 가며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매깜뻥 폭포가 나온다. 폭포가 보인다고 바로 돌아서지 말고 폭포를 따라 산을 오르면 치앙마이 '매사폭포'처럼 산을 따라 또 다른 폭포가 여럿 나온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마지막 폭포가 나오는데 뿌듯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폭포의 정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뷰가 좋은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겸하는 '라비앙 뷰 카페'란곳으로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미쉐린 로띠, 1시간 기다릴 맛은 아니더라 매깜뻥 폭포로 '폭풍 등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이른 저녁 시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 대신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됐다는 유일한 길거리 로띠를 먹기로 했다. 숙소가 타페게이트 근처였는데 미쉐린 로띠 역시 그 근방이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로띠 가게에 갔지만 아직 장사를 시작하고 있지 않았다. 주인 없는 로띠 리어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국 여성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보니 곧 장사를 할 것이라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기다리느니 도보로 치앙마이 시내를 크게 둘러보기로 했다. 1시간 쯤 치앙마이 시내를 둘러보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할머니 두 분이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수십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어 쪽지에 번호를 남기고 시간에 맞춰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는 66번인가를 받았는데 다른 곳에서 30~40분 군것질을 하고 돌아오는 60번대 로띠를 굽는 중이셨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20~30분을 더 기다려서 초코 로띠와 바나나 로띠 2개를 받을 수 있었다. 접시에 받아든 로띠는 거리에 앉은 자리에서 바로 먹어 치웠다. 유튜브 등에도 수많은 로띠 리뷰가 있었는데 먹고난 감상은 나와 일행 모두 "뭐야, 이거 그냥 로띠잖아"였다.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는 로띠도 아니고 싼 것도 아니고 기교가 들어간 로띠도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한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호떡인데 무슨 연유인지 미쉐린가이드를 받아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진 것 같았다. 광장시장 앞에 꽈배기를 먹이 위해 줄을 서 있는 외국인이 생각났다. ■루프탑 펍, '타페이스트'서 라이브 재즈 음악까지 로띠를 먹고 인근에 있는 루프탑 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이드랜드.cnx'라는 곳으로 건물 옥상에 만든 일본식 이자카야 같은 느낌의 술집이었다. 여러가지 꼬치 요리와 일본식 주점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개인적으로는 닭껍질 튀김 꼬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볼을 시켜 놓고 옥상의 난간에 앉아 치앙마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 테이블의 양 옆으로 모두 연인으로 보이는 듯한 2명이 자리를 잡았는데 신기하게도 두 테이블 모두 크게 다투거나,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주도 맛있고, 술도 맛있는 곳에서 '왜들 그리 다운돼 있는지' 알수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하이볼을 한 잔씩 하고 추가로 주문을 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날이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였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싶었다. 펍을 나와 바로 아래에 있는 '카놈완 창모이'라는 디저트 가게에서 태국 현지 디저트를 먹고 라이브 재즈 카페를 들을 수 있는 곳에 가기로 했다. 몇 군데를 검색한 뒤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타페 이스트'란 곳으로 향했다. 실내석과 야외석 대부분이 만석으로 칵테일과 주류 등을 시키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총 3명의 뮤지션을 봤는데 한 명 한 명 모두 개성 넘치고 음악도 좋았다. 음악에 대한 감사함은 팁 박스에 100밧을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타페 이스트에는 다양한 국가, 연령, 사연의 손님이 보였는데 그 중 한 중년 신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영국 프로 축구리그 아스날FC의 감독 '아르센 벵거'를 꼭 닮은 서양 아저씨가 있어서 일행과 소리 죽여 웃음을 참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4-12 16:11:29[파이낸셜뉴스] 이번 여행은 치앙마이 4박, 치앙라이 3박으로 총 7박 8일 일정이었다. 항공권 가격을 아끼기 위해 중국동방항공의 경유 항공편 탔다. 인천→상하이→치앙마이 여정으로 항공권 가격은 20만원이 조금 안 됐다. 기내식이 매번 나온 것은 장점, 상하이 항공에서 밤을 지새운 것은 단점이었다. 치앙마이행 비행기는 1시간 정도 지연이 됐고, 2월 23일 금요일 오후 4시쯤 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했다. 치앙마이에서 4박을 한 뒤 버스를 타고 치앙라이로 이동했다. 한국에 돌아올 때는 치앙라이에서 에어아시아를 탄 뒤 방콕에 내리고, 다시 다른 국적 항공사의 항공편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가격이 싼 경유 항공권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여행의 피로가 쌓인 뒤 귀국할 때는 직항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아래는 총 7박 8일 간의 주요 일정과 일부 식당을 기록한 내용이다. 차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보다는 훨씬 더 많은 곳, 더 멀리 있는 다양한 곳까지 볼 수 있었다. 여행 일자별로 동선을 고려해 이동했기 때문에 치앙마이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참고 사항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가보고 싶거나 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코끼리 보호소에서 코끼리 먹이주기와 목욕시키기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트레킹 △정글을 가로 지르는 짚라인 체험 등이다. 치앙마이는 방콕에 비해 저렴한 물가로 한 달 살기가 유명한 곳이다. 한국의 오피스텔과 비슷한 콘도미니엄을 1달 동안 렌트해 사는데 보통 한 달 월세가 50만원~100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다만 건기와 우기에 따라 치앙마이 미세먼지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이 높다고 하니 참고해야 한다. #OBJECT0# 비행기 놓칠 뻔한 썰.. 여행자의 적 비염 치앙마이행 비행기를 타기 전, 상하이 공항 내부에 있는 벤치에서 사실상 노숙을 해야했다. 경유로라도 중국 땅을 밟아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상하이 공항의 와이파이는 사실상 먹통이었다. 공항 내에 마련된 자판기 같은 기기에서 여권을 스캔하고 와이파이 접속 패스워드를 얻었지만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한국의 사이트 전부를 이용할 수 없었다. 인터넷이 막히니 너무 답답했는데, 일부 유럽의 관광객들은 차단된 사이트 없이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 나 말고 다른 한국인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외교 문제 등으로 중국 정부가 한국인의 와이파이만 막아 놓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을 지새우고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정해진 게이트로 이동했다. 보딩 시간이 가까워 오자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은 저비용항공사(LCC)의 지연 안내가 있었다. '몇 시간 지연되는 것인가'하고 물어봤지만 동방항공의 직원은 시간은 정해지지 않고 지연됐다는 말만했다. 게이트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전날 제대로 자지 못해 잠깐이지만 깊은 잠에 빠졌는데 잠결에 퍼뜩 정신이 들며 눈이 떠졌다. 주위를 살펴보니 나를 빼고 모두 비행기 탑승을 마친 상태였다. 허겁지겁 비행기 게이트로 뛰어가 거의 마지막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다. 전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날씨도 쌀쌀했기 때문에 기존에 앓고 있던 비염이 조금 심해졌다. 비행기가 착륙할 시간이 다가오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하자 귀 고막 부분이 찢어질 정도로 아프기 시작했다. 비염이 있는 사람들은 종종 느끼는 고통인데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압력이 증가하기 시작할 때 고막에 미칠듯한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 고막을 사이에 두고 외부와 내부에서 뾰족한 바늘이 동시에 찌르는 느낌인데, 비염이나 축농증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다. 비행기를 탈 때 한번도 이 고통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일 것인데 사실상 이런 고통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님만 화이트마켓과 비어랩 맥주 치앙마이 첫 호텔은 '마야몰'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잡았다. 저렴한 호텔을 적당히 잡은 거라 별다른 특징이 없었고 생각보다 방이 작았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잠시 쉰 뒤에 치앙마이에서 첫 끼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치앙마이는 저렴한 가격에 미쉐린 등록 레스토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오기 전 유튜브 등을 통해 구글맵에 100곳이 넘는 식당을 체크해 두었다. 먹을 것보단 체험과 경험에 우선 순위를 두는 편이라 일정에 맞춰 적당한 곳에 가기 위해 가능한 많은 리스트를 만들어 뒀다. 첫 날 저녁을 먹은 곳은 '흐언므언짜이'라는 현지 음식점이었다. 오래된 목조 건물을 복원한 식당으로 웨이팅이 있어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바로 인근에 '카오소이 매싸이'라는 있었다. 태국 북부 요리인 '카오소이'는 치앙마이를 여행하게 되면 반드시 먹게 되는 메뉴다. 태국 북부지역의 대표 요리인 '카오소이'는 코코넛 밀크에 카레 가루를 넣은 국물에 에그 누들을 넣은 면요리다. 고명으로 튀긴 에그 누들을 올려주고 취향에 따라 닭, 소고기 등 고기를 선택해 먹을 수 있다. 식당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데 흐언므언짜이의 카오소이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호불호 없는 맛이었다. 이후 두 번째 먹은 카오소이 식당은 매콤한 맛이 특징이었다. 카오소이, 태국식 소시지 싸이끄록, 삼겹살을 튀긴 듯한 돼지고기 요리를 먹었다. 저녁을 먹고 도보 거리에 있는 '비어 랩'이라는 펍을 찾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펍으로 가격대는 조금 있었지만 분위기가 괜찮았다. 다양한 수제 맥주와 칵테일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첫 잔은 '치앙마이 블라섬'이라는 하우스 맥주를 골랐다. 메뉴판이 복잡할 땐 직원에게 추천 메뉴를 물어보거나, 가장 윗줄에 있거나, 별 표시가 돼 있는 걸 고르는 편이다. 밥으로 배를 채우고, 맥주로 목을 축이고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원님만'옆에 조성된 플리 마켓인 '화이트 마켓'에 잠깐 들려 구경했다.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일본식 소품 등을 파는 아기자기하고 분위기 있는 시장이었다. 10년 전 홍대느낌 '반캉왓' 치앙마이 이틀째 아침에는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받았다. 닛산의 작은 승합차였다. 사전 흠집 등을 체크하고, 선불금으로 약 1만 밧(4만원)을 건넸다. 역사적인 이유로 태국에 돌아다니는 차량 대부분은 일본산 차다. 다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BYD 같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도 종종 눈에 띄었다. 늦은 아침은 치앙마이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님만해민'의 한 카페에서 해결했다. 님만해민은 치앙마이의 가로수길 이라고도 불리는데 우리가 간 식당은 '로즈마리'라는 작은 카페였다. 열대 과일을 두르고 꿀을 올린 토스트와 샌드위치 등을 먹었다. 이어 차를 몰고 '반캉왓'으로 향했다. 반캉왓은 지역 예술인들이 공동으로 만든 공동체 공간이다. 한국으로 치면 약 10년 전의 홍대거리를 걷는 느낌이 든다. 평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출발 전에 요일을 체크하는 것이 필수다. 작은 수공예품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제 가죽과 종이로 만든 수첩(노트)을 파는 곳이 있었는데 살짝 지름신이 왔지만 참기로 했다. 노트 표지에 적힌 "당신이 책을 읽을 때, 당신은 작가의 언어를 읽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글을 쓸 때, 당신은 당신의 영혼을 읽습니다"라는 문장이 좋았다. 이어 '반캉왓' 인근에 있는 카페 넘버39에 들렸다. 작은 숲 안에 나무로 지은 집이 있고 중간에 파란 호수가 있는 인테리어의 카페다. 사진을 찍기 좋은 카페로 '물감을 섞어 놓은 듯한 푸른 호수'는 실제로 주인이 물감을 풀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음료와 케이크를 먹으며 나무 위에 마련된 작은 집에서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3-22 16:43:46[파이낸셜뉴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치매 노인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카페가 있어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도쿄 서부 교외 지역 센가와에 있는 카페 ‘오렌지 데이 센가와’는 한 달에 한 번씩 이른바 '느린 카페'로 변한다고 한다. 이 카페 종업원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다. 치매가 있어 직원들은 주문을 잊어버리거나 다른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간다고 한다. 매체는 한 손님은 자리에 앉은 후 16분이 지날 때까지 물 한 컵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카페 손님들은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이런 직원의 실수를 감싸고 직원과 함께 웃으며 상황을 마무리한다. 그렇다면 이 카페는 언제부터 치매 노인을 직원으로 채용했을까, 카페는 전 주인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부모에게 한 달에 한 번 카페 일을 맡긴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새 주인도 이를 이어오면서 이 카페는 치매 노인들이 일하는 카페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이 카페는 지역 당국과 협력해 해당 지역의 치매 환자들을 연계해 직원으로 채용 중이다. 치매 직원들은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매체는 전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09-20 14:45:55[파이낸셜뉴스] 렌터카를 빌려 떠난 근교 도시에서의 하루는 후쿠오카 도심에서 보낸 3일과도 바꾸지 않을 만큼 더 풍성했다. 근교 도시에서 2박은 온천과 료칸의 도시 유후인, 규슈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히타에서 각각 1박씩 묵었다. 특히 목적지로 이동간 중간중간 들렸던 '지온노타키 폭포'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왔던 '분고모리 역', 지상 173m에 아찔하게 펼쳐진 '코코노에 꿈의 대현수교' 등은 렌터카 여행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장소였다. 이 밖에도 구글 지도에서 우연히 찾아 들리게 된 작은 공원에서 보게 된 히타의 석양, 공원 연못에서 만난 초대형 잉어와 철갑상어 등도 이색적인 볼거리 였다. ■날씨는 비, 온천의 도시 유후인으로 향하다 "방금 위험한 여자라고 생각했지?" "그게..." "괜찮아. 어차피 인간이라는 건 모두 조금씩은, 어딘가 이상한 생물이니까." 마치 그녀가 세계의 비밀,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언어의 정원'의 한 장면이다. 구두공이 꿈인 15살 남자 고등학생과 미각 장애를 가진 27살의 고전문학 여선생은 비오는 날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 서서히 가까워진다. 후쿠오카에서의 3일째 아침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카타 인근의 렌터카 회사에서 경차를 빌려 목적지인 유후인으로 향했다. 당초에는 유후인에 도착하기 전 중간 중간 다양한 명소들에 들릴 계획이었으나 쏟아지는 비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필 여행 중에 만난 비는 불청객이었지만, 좋게 생각하면 장거리 이동이 있는 날 비가 와서 다행이었다. 오후 1시쯤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imi ola house'라는 이름의 독립 별체형 숙소였다. 유후인에서는 대부분 당일 저녁 가이세키 요리와 다음날 조식까지 나오는 료칸에서 묵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굳이 료칸에서 값 비싼 가이세키 요리를 먹느니 보다 유명한 식당에서 따로 먹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또 해당 숙소의 평점은 다른 곳이 7~9점인 것과 달리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 홈페이지에서 본 주인장이 기르는 고양이 역시 귀여워 보였다. 집 주인은 30대 후반의 일본인 여성이었다. 얼리 체크인이 가능한지 문의했으나 집 청소 등으로 오후 3시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비닐 우산 2개를 빌려 차를 몰고 긴린코 호수로 향했다 유후인에 오면 누구나 찾는 긴린코 호수는 수온과 공기의 온도 차로 인해 물안개가 떠 있는 경치로 유명하다. 호수의 온도도 온천수가 흘러들어가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편이라고 한다. 긴린코 호수부터 시작해서 유후인 역으로 가거나 반대 방향으로 도보 투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을 따라 '금상고로케'를 비롯해 '닭튀김', '벌꿀아이스크림', '치즈푸딩' 등 먹거리가 넘쳐난다. 또 이색적인 상점과 기념품 샵도 많아 어디에 들리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부모님과 형 등 가족으로 구성된 우리 일행은 비가 왔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구경하지는 못했다. 가장 먼저 들린 곳은 '하나 요리'라는 카페로 경단과 인절미떡, 녹차 아이스크림, 커피 등을 파는 곳이었다. 이후 거리를 따라 펼쳐진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고 금상고로케와 닭 튀김을 먹었다. 숙소로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도시락과 아사히 캔 맥주, 음료, 간식, 초밥 등을 싸왔다. 숙소는 4명이 묵기에도 충분히 넓었다. 온천은 숙소 내부에 작게 마련돼 있었다. 가족탕으로 쓰기엔 좁았고 1명이나 2명 정도가 적당한 사이즈였다. 온천수 샤워를 하고 넷플릭스로 한국 방송을 틀어 놓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주인장은 사보오 군이라는 고양이와 둘이 살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오고 간단하게 규칙을 알려주는데 고양이가 거실에 있을 때는 절대로 외부로 나가는 창문이나 들 창을 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호스트는 미국과 호주 등 다양한 곳에서 외국 생활을 하고 몇 년 전부터 꿈이었던 전원 생활을 위해 이 곳에서 고양이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에 유기묘 1마리를 더 입양할 생각이라고 한다. 다음날 조식 준비를 위해 밥을 얹히는 그녀에게 부모님은 궁금한 게 많았던지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나는 중간중간 말을 전달했다. 'imi ola house'의 뜻을 물어보자 "물고기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했다. 외할아버지가 쓰시 던 집을 수리해 현재는 게스트하우스로 쓰고 있으며 한국 관광객은 물론 일본, 다양한 국적의 손님이 찾는다고 했다. 그녀의 남동생은 현재 한국인 아내를 만나 한국에 살고 있다고도 했다. 의례적인 인사로 "다음에 한국에 놀러와라"고 물어봤지만 "사보오 군(고양이) 때문에 외국을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벳푸 지옥온천 보고 히타로 가는 길 다음날 아침 8시30분, 조식은 숙소의 호스트가 직접 만들어서 대접해 줬다. 계란말이와 연어구이, 미소국과 매실 짱아찌, 당근채 무침, 연두부 등 소박하고 정갈한 일본 가정식이었다.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벳푸로 향했다. 벳푸에는 총 7가지 주제로 '지옥온천 투어' 상품이 유명하다. 호스트에게 물어보니 '바다 지옥'을 추천한다고 해서 그 쪽으로 향했다. 바다 지옥의 입장료는 1인당 450엔, 7가지 모두를 보는 입장권은 2500엔 정도였다. 하지만 굳이 비슷한 컨셉의 온천을 모두 둘러보기 보다 바다 지옥을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바다 지옥은 말 그대로 중앙의 메인 온천이 푸른 빛깔로 보였다. 온천 근처에 갤러리와 상점이 있고 온천으로 가는 호수와 주변의 산책로도 꽤나 방대한 넓이 였다. 온천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곳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뜨끈한 온천 물에 발을 담그고 2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바다 지옥을 보고 다시 렌터카를 탔다. 다음 목적지는 사기리다이 전망대. 사기리다이 전망대는 유후인에서 벳푸로 넘어가는 고개 중턱에 있다. 국도 한 켠에 차를 세우고 내려다 보면 유후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날과 달리 날씨가 맑아 반대편 하늘 끝까지 보일 듯 했다. 전망대를 지나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창문을 열고 달렸다. 시원한 산 공기와 눈 앞에 펼쳐진 6월의 푸른 녹음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됐다. 산 길은 대관령을 오르는 국도처럼 꼬불꼬불하고 휘어졌으나 그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 다음으로 들린 곳은 '코코노에 꿈의 대현수교' 였다. 400엔인가 500엔의 입장료가 있었다. 벳푸에서 온천 2곳을 둘러 보는 것보다 확실히 온천 1곳과 현수교를 보는 편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다. 현수교 위에서는 건녀편의 절벽과 폭포가 한눈에 보인다. 현수교 이 쪽과 저 쪽에서 각각 도장을 찍는 인증 이벤트도 있다. 현수교를 둘러보니 시간은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거나 먹을 만한 메뉴가 없어서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코코노에마치의 한 우동집을 검색하고 도착했지만 식당은 영업 종료 시간보다 1시간 빠른 2시에 이미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중간에 'A 쿠프'라는 대형 마트에 들려 도시락과 간식을 사서 늦은 점심을 떼웠다. 이후 도착한 곳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 나왔던 분고모리 역사였다. 수십년 전 역사의 모습을 간진학 폐건축물과 검은색 철도가 놓여 있는 장소다. 특별하게 다른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동 중에 들려 한숨을 돌리기엔 좋았다. 역사를 지나는 철길이 현재도 작동하고 있는데 시간이 맞으면 슬랭덩크에 나왔던 한 장면처럼 경고음이 울리며 열차 가림막이 올라가고 실제로 열차가 지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7-01 14:40:36[파이낸셜뉴스] "주인님, 이제 노래 들려 드릴게요. 뮤직 스타트 외쳐주세요!" 지난 28일 방문한 서울 마포구 모바일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승리의 여신: 니케' 테마 카페. 게임 세계관 속 캐릭터 '코코아', '소다', '에이드'로 변신한 메이드들이 노래가 시작되자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박수를 치고, 캐릭터 이름을 부르며 호응했다. 친구 두 명과 같이 카페를 방문한 대학생 남모씨(21)도 그 중 하나다. 남모씨는 이날 오전 8시 20분 께부터 긴 줄을 서야만 했다. 오후 2시가 돼서야 입장한 그는 "니케는 OST가 매력적이라서 빠지게 됐다"며 "오늘 노래에 맞춰 다같이 율동을 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밤 10시부터 기다려" 게임 메이드 카페 인기 '니케' 테마 카페는 국내 개발사 시프트업과 서비스사인 레벨인피니트가 게임 서비스 6개월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다. 지난 4월 27일 시작해 오는 5월 4일까지 진행되며 지휘관(이용자)들을 맞이한다는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1층은 굿즈숍, 2층에는 메이드 카페가 준비돼있다. 카페에서는 약 한 시간 동안 15팀이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메이드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대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으로 행사를 즐겼다. 세 캐릭터 메이드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잘 읽은 오므라이스 계란 위에 케첩으로 귀여운 캐릭터를 그려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준비된 세션이 끝나자 "주인님 다음에 또 오세요", "다음에 보자"라며 계단까지 배웅도 잊지 않았다. 니케 테마 카페를 찾는 발걸음은 끊기지 않고 있다. 니케 캐릭터로 자차를 래핑하거나 차박을 하며 기다리는 열혈 게임 이용자들도 다수였다는 설명이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전날 밤 10시부터 기다린 방문객들도 있었고 행사에 만족해 이틀 연속 온 이용자도 있었다"며 "이른 오전엔 날씨가 쌀쌀해 대기가 힘들 것 같아 무릎 담요 160장, 핫팩 등을 구비해 나눠드렸다"고 전했다. "서브컬처 게임, 이제는 주류로 불러줘" 니케를 포함한 서브컬처(비주류) 게임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은 일본 애니메이션풍 게임을 통칭하며, 개성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팬층이 두텁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일부 마니아층만 하는 게임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다수가 즐기는 게임이 되고 있다. 실제 인기 서브컬처 게임 '원신'을 개발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26일 은하 판타지 RPG '붕괴: 스타레일'을 출시했다. 해당 게임은 현재 엔씨소프트 '리니지M' 등 국내 주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안착해 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게임에서 저력을 보이고 있다. 넥슨게임즈의 수집형 RPG '블루 아카이브'는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는 올해 초 TV 애니메이션 제작이 발표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게임은 이제 주류라고 봐야 한다"며 "인기가 높아지면서 하드한 MMORPG에 주력하던 국내 게임사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3-04-28 19:10:50【 대전=김원준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7일 오후 대전역 광장. 역을 등지고 대전 원도심 중심을 가르는 중앙로 왼편을 바라보면 건물 사이 아케이드 지붕 아래 '중앙시장'이라고 쓴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이다. 시장 입구에선 냉동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떨이~ 떨이~"를 외치며 손님을 불러모은다. 도로가에는 대야 한가득 달래, 냉이 등 푸릇한 봄나물을 담아 파는 좌판도 열렸다. 호객하는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이 뒤엉켜 시끌벅적하다.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 과자 굽는 달달한 냄새와 고소한 기름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장터 본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한데 늘어선 어물전과 정육점, 젓갈가게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걸음을 멈추자 젓갈집 주인이 '맛을 보라'며 젓갈 한 점을 권한다. ■문화관광형시장…'중앙철도시장' 별칭 입구에서 100여m쯤 들어왔을까. 사거리 아케이드 천장에 이정표가 걸려 있다. 이정표는 사방으로 양키거리, 홈커텐거리, 한복거리, 귀금속거리를 가리킨다.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수입물건을 파는 양키거리를 따라 걸으니 도로건너 맞은편에 '중앙철도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웬 철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중앙시장은 지난 2015년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철도를 테마로 한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철도와 고락을 함께한 장터의 별칭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 내 특화구역도 모두 간이역을 연상케 하는 이름이 붙었다. 먹자골목역, 생선골목역, 양키역, 원단·홈커텐역 등등. 중앙철도시장 간판이 붙은 입구로 들어서면 커튼홈패션 상점과 주단 상점이 줄지어있다. 이곳에서는 커튼과 이불, 침구, 한복, 양복 등을 판매한다. 원단·홈커튼 상점들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시장의 남쪽 끝에 중앙메가프라자 구역이 나온다. 이곳엔 미싱가게와 주단상점, 골동품점, 중고 LP음반 판매점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장 맨 가장자리에 있어 지금은 행인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에는 이곳 옥상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어 중앙시장 구역 중 가장 핫한 곳이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한때 이곳은 헌책방 거리로도 유명했지만 현재는 서너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먹자통엔 호떡·빈대떡…노포 맛집 즐비 시장 구경에 허기질 때 쯤엔 먹자통으로 가면 된다. 맛집이 즐비한 이곳은 대전역 정반대편 은행동 쪽으로도 입구가 나 있다. 대전 원도심 상징인 목척교 옆 입구에 '먹자골목' 간판이 보인다. 아직 골목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음식 냄새가 발길을 잡아끈다. 골목 초입 호떡집에는 손님 열댓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골목 안쪽으로 완도상회, 영동상회, 부산상회 등등 전국 각지의 지명을 딴 상호가 정겹다. 쟁반 가득 쌓인 튀김과 순대, 김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노릇노릇 기름에 익어가는 빈대떡 등 먹거리 종류도 가지가지다. 생닭을 잡아 기름 솥에서 바삭하게 튀겨내는 '서울치킨'과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맛집인 '함경도집', TV예능 프로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북식 만두집 '개천식당' 등은 중앙시장을 대표하는 노포 맛집이다. 먹자골목외에도 시장 곳곳에는 순대와 잔치국수, 팥죽, 식혜 등을 파는 노점이 자리잡고 있다. 노점에서는 '착한 가격'에 반주 한 잔 하며 요기도 할 수 있다. 30년째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지키며 커피와 식혜를 팔고 있는 김은주씨는 "아이가 다섯살 되던 해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모두 30대 중반이 됐다"면서 "예전에는 어르신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신혼부부 등 젊은이들도 많아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위시장 17곳에 도·소매점 2000여곳 중앙시장은 대전 동구 원동에 있다. 의류, 잡화, 요식업 등 20여개 품목 도·소매점과 점포 2000여곳이 영업 중이다. 단위 상인회만 17개로 이 단위시장을 하나로 묶어 활성화구역 상인회를 이루고 있다. 1970~1980년대 한참 번성하던 때는 점포 수가 4000개를 넘었다. 귀금속, 한복, 침구 등 혼수품을 주력으로 의류와 그릇, 식품, 생활잡화 등의 상점이 웨딩과 패션, 푸드 등으로 특화돼 있다. 30~5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가게도 즐비하다. 면적은 11만13627㎡(3만5000평)로, 대전역 왼쪽 맞은편 일대 전체가 중앙시장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중부권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대전 원도심 핵심 상권인 중앙로를 끼고 중구 은행동과 대전역이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길 건너 대전역 옆에는 또 다른 대형 전통시장인 역전시장이 성업 중이다. 중앙시장의 뿌리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이 행정단위로 기틀을 갖춘 때가 1914년 3월이니 그보다 3년이 앞선다. 중앙시장의 전신은 당시 대전에 거류하던 일본인이 세운 '대전어채시장'이다. 본래 위치는 동구 원동 일대, 옛 대전백화점 자리였다. 초창기에는 부산·마산·군산·목포·인천·원산 등지의 생선과 대전근교의 과일·채소가 판매됐다. 중앙시장이 생겨나면서 대전 최대장터인 인동시장이 점차 쇠퇴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시장이 폐허가 됐지만 피란민들이 대전역 인근 원동에 몰리면서 일대 상권은 다시 살아났다. 피란민들은 의류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며 시장의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엔 전국 상권…고속道 개통에 축소 중앙시장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권이 전국에 미쳤다. 충청권은 물론 전라도, 경북, 경기 일대 주단·포목·한복업계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빈털터리도 중앙시장에 들어오면 금세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과 돈이 모여들었다. 성장기로 접어들었던 1969년에는 시장을 휩쓴 대형화재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목조구조의 점포 360여동이 눈 깜짝할 새 화마에 휩쓸렸다. 이후 1980~2000년대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방소매상들이 서울, 부산 등지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중앙시장의 규모는 점차 축소됐다. 소비행태 변화와 상인들의 고령화, 마케팅 부족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시장 기능이 조금은 약화됐다. 전성기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 수가 5만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4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중앙시장은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옛 산업은행도 볼거리 대전지역 근대문화유산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도 중앙시장 구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2002년 5월 등록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이 건물에는 일제강점기 경제침탈의 아픈 역사가 배어 있다. 이곳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한성은행이 1912년 대전지점을 개설한 자리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산업정책 지원 금융기관인 조선식산은행이 한성은행을 철거하고 1918년 10월 대전지점을 신축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선식산은행이 한국식산은행으로 개칭되고 다시 1954년 4월부터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이용됐다. 1997년 산업은행 대전지점이 신도심인 대전 서구 둔산동으로 이전한 뒤 잠시 대전우체국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한 안경전문 기업이 사들여 활용하고 있다. 도면회 대전시사편찬위원(대전대 교수)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태동한 중앙시장은 충북과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의 도·소매상들이 모이던 대전을 상징하는 시장으로, 초창기부터 대단히 발전된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 특화·현대화 사업 지원 중앙시장엔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 동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전통시장별 특화사업과 현대화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중앙시장은 점차 쾌적하고 편리한 신개념 전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장과 이웃한 대전천에서 진행 중인 생태복원사업도 호재다. 최근 중앙시장은 행정안정부의 '전통시장 주변 편의시설 조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간 전통시장 시설개선사업은 주로 아케이드와 주차장, 간판정비 등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시장 유인형 시설이 설치된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고객 맞춤형 편의시설이다. 어린이 동반 부부와 젊은층을 불러들이기 위한 키즈카페와 책카페 등도 들어선다. 방문객이 시장 음식을 깨끗한 곳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고객편의 시설도 마련된다. 박황순 대전중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상인 중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이 많다 보니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시도 과정에 많은 장벽이 있다"면서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시장 만들기 위해 동구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2023-03-26 19:36:58【대전=김원준 기자】봄기운이 완연한 지난 17일 오후 대전역 광장. 역을 등지고 대전 원도심 중심을 가르는 중앙로 왼편을 바라보면 건물사이 아케이드 지붕아래 '중앙시장'이라고 쓴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중부권 최대 전통시장인 대전 중앙시장이다. 시장 입구에선 냉동 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떨이~ 떨이~"를 외치며 손님을 불러모은다. 도로가에는 대야 한가득 달래, 냉이 등 푸릇한 봄나물을 담아 파는 좌판도 열렸다. 호객하는 상인과 흥정하는 손님들이 뒤엉켜 시끌벅적하다. 바삐오가는 행인들 사이로 느긋하게 매대를 둘러보는 사람도 눈에 띈다. 중앙시장에는 웬만한 건 다있다. 배가 고프면 먹으면 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사면 된다. 시장 초입에 들어서자 과자 굽는 달달한 냄새와 고소한 기름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과자점, 분식점, 한과점 등 각종 주전부리 가게에서 풍기는 맛깔스런 냄새다. 입구 왼쪽을 따라 늘어선 이들 가게 앞 손님들 손에는 저마다 과자 한 봉지씩 들려있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서면 장터 본연의 모습이 펼쳐진다. 한데 늘어선 어물전과 정육점, 젓갈가게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걸음을 멈추자 젓갈집 주인이 '맛을 보라'며 젓갈 한 점을 권한다. ■문화관광형시장...'중앙철도시장'별칭 입구에서 100여m쯤 들어왔을까. 사거리 아케이드 천장에 이정표가 걸려있다. 이정표는 사방으로 양키거리, 홈커텐거리, 한복거리, 귀금속거리를 가리킨다.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수입물건을 파는 양키거리를 따라 걸으니 도로건너 맞은 편에 '중앙철도시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웬 철도시장?'이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중앙시장은 지난 2015년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철도를 테마로 한 또 다른 이름을 얻었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오랜시간 철도와 고락을 함께한 장터의 별칭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내 특화구역도 모두 간이역을 연상케하는 이름이 붙었다. 먹자골목역, 생선골목역, 양키역, 원단·홈커텐역 등등. 중앙철도시장 간판이 붙은 입구로 들어서면 커텐홈패션 상점과 주단 상점이 줄지어있다. 이 곳에서는 커텐과 이불, 침구, 한복, 양복 등을 판매한다. 원단·홈커텐 상점들을 지나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시장의 남쪽 끝에 중앙메가프라자 구역이 나온다.이 곳엔 미싱가게와 주단상점, 골동품점, 중고 LP음반 판매점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시장 맨 가장자리에 있어 지금은 행인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1970~1980년대에는 이 곳 옥상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어 중앙시장 구역 중 가장 핫한 곳이었다는 게 상인들의 전언이다. 한 때 이 곳은 헌책방 거리로도 유명세를 탔지만 현재는 서너 곳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먹자통엔 호떡·빈대떡…노포 맛집 즐비 시장구경에 허기질 때 쯤엔 먹자통으로 가면 된다. 맛집이 즐비한 이 곳은 대전역 정반대편 은행동 쪽으로도 입구가 나있다. 대전 원도심 상징인 목척교 옆 입구에 '먹자골목'간판이 보인다. 아직 골목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음식 냄새가 발길을 잡아끈다. 골목 초입 호떡집에는 손님 열댓명이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골목 안쪽으로 완도상회, 영동상회, 부산상회 등등 전국 각지의 지명을 딴 상호가 정겹다. 쟁반 가득 쌓인 튀김과 순대, 김밥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노릇노릇 기름에 익어가는 빈대떡 등 먹거리 종류도 가지가지다. 생닭을 잡아 기름 솥에서 바삭하게 튀겨내는 '서울치킨'과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국밥맛집인 '함경도집', TV예능 프로에 소개되며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북식 만두집 '개천식당' 등은 중앙시장을 대표하는 노포 맛집이다. 먹자골목외에도 시장 곳곳에는 순대와 잔치국수,팥죽,식혜 등을 파는 노점이 자리잡고 있다. 노점에서는 '착한 가격'에 반주 한 잔하며 요기도 할 수 있다. 30년째 중앙시장 먹자골목을 지키며 커피와 식혜를 팔고 있는 김은주씨는 "아이가 다섯살 되던 해 부터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모두 30대 중반이 됐다"면서 "예전에는 어르신 손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신혼부부 등 젊은이들도 많아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든다"고 말했다. ■단위시장 17곳에 도·소매점 2000여곳 중앙시장은 대전 동구 원동에 있다. 의류, 잡화, 요식업 등 20여개 품목 도·소매점과 점포 2000여 곳이 영업 중이다. 단위 상인회만 17개로 이 단위시장을 하나로 묶어 활성화구역 상인회를 이루고 있다. 1970~1980년대 한참 번성하던 때는 점포수가 4000개를 넘었다. 귀금속, 한복, 침구 등 혼수품을 주력으로 의류와 그릇, 식품, 생활잡화 등의 상점이 웨딩과 패션, 푸드 등으로 특화돼 있다. 30~5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가게들도 즐비하다. 면적은 11만13627㎡(3만5000평)로, 대전역 왼쪽 맞은편 일대 전체가 중앙시장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중부권 최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대전 원도심 핵심 상권인 중앙로를 끼고 중구 은행동과 대전역이 맞닿아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길건너 대전역 옆에는 또 다른 대형 전통시장인 역전시장이 성업중이다. 중앙시장의 뿌리는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이 행정단위로 기틀을 갖춘 때가 1914년 3월이니 그 보다 3년이 앞선다. 중앙시장의 전신은 당시 대전에 거류하던 일본인이 세운 '대전어채시장'이다. 본래 위치는 동구 원동 일대, 옛 대전백화점자리였다. 초창기에는 부산·마산·군산·목포·인천·원산 등지의 생선과 대전근교의 과일·채소가 판매됐다. 중앙시장이 생겨나면서 대전 최대장터인 인동시장이 점차 쇠퇴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시장이 폐허가 됐지만 피난민들이 대전역 인근 원동에 몰리면서 일대 상권은 다시 살아났다. 피난민들은 의류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에 종사하며 시장의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았다. ■1960년대엔 전국 상권...고속道개통에 축소 중앙시장은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권이 전국에 미쳤다. 충청권은 물론 전라도, 경북, 경기 일대 주단·포목·한복업계를 장악하다시피했다. '빈털터리도 중앙시장에 들어오면 금세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과 돈이 모여들었다. 성장기로 접어들었던 1969년에는 시장을 휩쓴 대형화재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목조구조의 점포 360여동이 눈 깜짝할 새 화마에 휩쓸렸다. 이후 1980~2000년대에도 크고 작은 화재가 이어졌다. 1970년대 들어서 경부·호남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지방소매상들이 서울, 부산 등지와 직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중앙시장의 규모는 점차 축소됐다. 소비행태 변화와 상인들의 고령화, 마케팅부족에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시장기능이 조금은 약화됐다. 전성기 때는 하루 평균 방문객수가 5만명을 넘었지만 지금은 4만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평일과 휴일 구분없이 중앙시장은 활기를 잃지 않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옛 산업은행도 볼거리 대전지역 근대문화유산인 옛 산업은행 대전지점 건물도 중앙시장 구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2002년 5월 등록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된 이 건물에는 일제강점기 경제침탈의 아픈 역사가 배어있다. 이 곳은 순수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한성은행이 1912년 대전지점을 개설한 자리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의 산업정책 지원 금융기관인 조선식산은행이 한성은행을 철거하고 1918년 10월 대전지점을 신축한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조선식산은행이 한국식산은행으로 개칭되고 다시 1954년 4월부터 산업은행 대전지점으로 이용됐다. 1997년 산업은행 대전지점이 신도심인 대전 서구 둔산동으로 이전한 뒤 잠시 대전우체국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한 안경전문 기업이 사들여 활용하고 있다. 도면회 대전시사편찬위원(대전대 교수)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태동한 중앙시장은 충북과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의 도·소매상들이 모이던 대전을 상징하는 시장으로, 초창기부터 대단히 발전된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대전 동구청, 특화·현대화 사업 지원 중앙시장엔 옛 영화를 되찾기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전 동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전통시장별 특화사업과 현대화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중앙시장은 점차 쾌적하고 편리한 신개념 전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장과 이웃한 대전천에서 진행중인 생태복원사업도 호재다. 최근 중앙시장은 행정안정부의 '전통시장 주변 편의시설 조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그간 전통시장 시설개선사업은 주로 아케이드와 주차장, 간판정비 등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시장 유인형 시설이 설치된다. 소비 트랜드를 반영한 고객 맞춤형 편의시설이다. 어린이 동반 부부와 젊은층을 불러들이기 위한 키즈 카페와 책 카페 등도 들어선다. 방문객이 시장 음식을 깨끗한 곳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련된 고객편의 시설도 마련된다. 박황순 대전중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상인중에는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많다보니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서비스 도입 등 새로운 시도 과정에 많은 장벽이 있다"면서 "상인들의 의식변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보다 깨끗하고 세련된 시장 만들기 위해 동구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3-03-24 09:47:01[파이낸셜뉴스] 하녀 복장을 입은 종업원들로부터 음료 및 음식을 제공받는 일본식 '메이드 카페'가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해당 메이드 카페는 오픈 첫날부터 3월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했는데, 일각에서는 성 상품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메이드 카페는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개업했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며 오픈 첫날 3월 예약을 모두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드 카페는 일본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양식 하녀 복장을 입은 여성 종업원들로부터 음료와 음식 등을 제공받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 유튜버 등이 일본 메이드 카페를 방문한 체험기를 올리면서 관심이 커졌다. 11일 기준 이 메이드 카페에서 모집된 메이드 수는 총 28명으로 전해졌다. 하루 근무 인원은 3~4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곳 역시 일본식 메이드 카페처럼 메이드 복장을 한 직원들이 손님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음식과 음료를 서빙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법 영업 또는 퇴폐업소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해당 카페 점주는 손님들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성범죄가 발생할 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당사자의 동의 없는 촬영 및 메이드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행동과 언행에 대해서도 불법으로 취급한다. 유흥접객 행위 등도 불법이다. 그럼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일본식 코스프레 풍습이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며,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3-16 13:00:10[파이낸셜뉴스] #1. 서울 여의도에서 지난 2018년부터 노래방을 운영한 A씨는 최근 개점 휴업 상태다. 월세가 밀리면서 집주인이 점포를 팔았고 보증금 3000만원 대부분이 월세로 날아갔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4000만원을 냈던 권리금도 간신히 1600만원 돌려 받는데 그쳤다. A씨는 "지난 12개월 중 8개월 이상을 놀고 있는 상태"라며 "노래방은 밤 10시부터 시작인데 문을 열어도 소용없고 집주인한테 남은 보증금을 돌려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 50대인 B씨는 4년전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요가·필라테스 등 실내체육 시설을 오픈하고 지난해까지 가게를 3곳으로 늘렸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줄었고 최근에는 집함금지명령으로 2주간 강제로 문을 닫았다. B씨는 "3곳 모두 90%이상 대출로 개업해 현재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지원금 200만원이 사업장이 아닌 사업주를 기준으로 지급돼 국민신문고에 '사업장 별(600만원)'로 지급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으로 강제로 영업 시간을 제한 당하거나, 가게를 닫은 자영업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연이어 소송에 나서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업종별로 운영 시간과 방식이 상이한데 정부 영업제한 기준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며 피해를 키웠다"며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손실보상) 청구에 나서는 등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자영업자 일방적 희생 강요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코인노래연습장, 카페, 음식점, 호프집, 체육시설 등 자영업자들은 협회를 조직해 국가를 상대로 '위헌법률심판', '손해배상' 집단 소송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다. 전국카페사장연합회와 음식점·호프 비상대책위원회는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총 12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낸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카페 사장 170명, 음식점 사장 70명 등 총 240명이 참여해 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연합회는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방역 정책에 협조했지만 남은 건 감당 못 할 빚더미뿐"이라며 "처음에는 타 업종과의 형평성 없는 정책에 힘들었는데 이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눠 카페 업계를 갈라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 실태조사 없이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강요 △최소한 손실보상마저 법제화하지 않아 충분한 보상을 기대할 수 없는 점을 소송의 이유로 들었다. 이에 앞서 올 1월 18일에는 한국코인노래연습장 협회(47개 매장 참여)는 서울시와 구청을 상대로 25억원 규모의 손실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협회 측은 "일본 도쿄의 경우 하루 최대 60만원, 한달 최대 2000만원을 손실 보상했다"며 "우리나라는 146일 동안 집합금지를 했지만 재난지원금 형식으로 100~300만원 지급하는 정책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참여연대 등 단체들도 1월 5일 "정부의 집합제한조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이들은 "손해에 대한 보상 없이 제한만 강제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받아도 역부족.."오죽 답답하면.." 정부의 영업제한·금지 조치로 소송에 나선 자영업자들은 소송에서 승소해 손해배상(손실보상)을 받더라도 그동안의 매출 감소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심정으로 집단행동에 나서 답답함을 표출하는 것이다. 2월 말 찾은 서울 고속터미널역 부근 반경 2~3km 거리에는 가게를 비우고 임대인을 찾거나 영업을 종료한 업장, 코로나19로 단축 영업을 하는 카페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노래방 점주 A씨는 "정부 재난 지원금 200만~300만원을 받아도 생활비도 제대로 안되는 수준"이라며 "한달에 2000만원 하던 매출은 집합금지 기간동안 '제로'였고 월세와 관리비로 한 달에 400만원 이상 손실이 쌓였다"고 말했다. 체육시설 3곳을 운영하는 B씨는 "체육시설 3곳의 월세가 3000만원 가까이 나오는데 정부 지원금은 200만원으로 1곳에만 나온다"며 "월세 100만원 소규모 시설을 운영하는 곳과 비교하면 역차별 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2개 중소상인·자영업자·실내체육시설 단체들은 정부서울 청사 앞에서 2주째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정부가 당사자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선심성' 재난지원금 및 손실보상 논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1-02-28 16:2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