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온라인상에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을 옹호 및 동조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김일성 초대 북한 최고지도자 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제작해 집에 걸어둔 6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2일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 대해 원심과 동일한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추가로 A씨가 제기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8월 12일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이라는 제목으로 한 게시물을 작성했다. A씨는 이후 2020년 7월까지 총 103건의 문건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의 게시물들은 주로 북한 체제의 정통성과 우월성을 선전하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A씨는 김일성 사진과 함께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주체의 태양으로 영원히 높이 받들어 모시리'라는 문구가 적힌 액자를 집에 걸어둔 것으로도 나타났다. A씨는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과 평화통일원칙을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 등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그들에 의한 국가전복 시도를 차단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 A씨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하고, A씨에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 양측 모두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해 항소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 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은 원심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기각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1-13 08:15:45[파이낸셜뉴스] 북한의 군사전략은 기습전, 배합전, 속전속결전을 그 핵심으로 한다. 그리고 북한이 바로 이 군사전략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목표는 적화통일, 즉 한반도 공산화다. 1950년 6월 25일 김일성은 이 목표달성을 위해 기습남침을 감행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한국은 유엔군의 지원을 받아 김일성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을 막아내었다. 한편 이런 목표달성에 실패한 김일성은 그 목표달성의 최종책임자 자리를 김정일에게 넘겨주었고, 지금은 김정은이 그 책임자 자리에 앉아 있다. 김일성의 적화통일이 실패로 끝낸 지 70주년이 되는 2023년 지금 북한이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다고 걱정하면 자칫 과도한 우려라고 비아냥을 살 정도로 북한의 최종야욕에 둔감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둔감성은 북한의 화전양면전술이나 회색지대전략의 함정에 빠져서 안보 사안을 너무 가벼이 여겨온 시간들이 누적된 결과다. 경제협력을 하면 북한이 변할 것이란 실험적 정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났지만 제2버전 그리고 제3버전의 경제협력에 집착하는 사이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했고 이제는 그 핵무기를 작전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단계에 와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해 가면서까지 달성하려는 최종목표가 70년이 지난 지금은 달라졌을까? 이를 걱정하면 과도한 것일까? 지금의 북한은 적화통일이 목표일 수 없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희망적 추론에 집착하는 사이 이를 역이용해서 북한은 적화통일을 위한 준비를 은밀히 진행하여 왔다는 사실을 김정은이 확인시켜주었다. 2023년 8월 29일 전군지휘훈련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김정은은 “남반부 전 영토 점령”이 작전계획의 목표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적화통일 야욕이 70년 동안 지속되어 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김일성의 적화통일 망령이 김정은을 통해 되살아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되레 그 망령이 은밀하게 숨어서 적화통일 목표 달성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것이고 그 준비에 핵 무력 완성도 포함되어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북한의 입장에서 들여다보려는 내재적 접근과 경제협력을 통해 안보도 지킬 수 있다는 집착도 희망적 사고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이 나서서 ‘강 대 강’ 대결을 조성해 한반도 긴장을 높일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북한의 강압대응에 무기력한 모습이 되어서도 안 된다. 핵무장을 완성한 북한에 낮은 자세로 ‘강 대 약’으로 대응한다면 안보가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위험천만하고 비겁한 ‘강 대 약’ 대결보다 안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강 대 강’ 대결이 차라리 안보를 위해서는 나을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북한정권의 목표를 확인한 지금, 한국, 한미, 한미일 그리고 국제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성이 높은 대북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사용은 ‘정권의 종말’이라는 메시지를 수시로 발신하는 것은 그 선명성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형 3축 체계의 작전적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핵협의그룹(NCG)에 기반한 한국형 확장억제 구체화를 서두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안보불감증에서 탈피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군인들의 대적관을 명확히 하는 정신적 요소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8-31 15:13:38[파이낸셜뉴스] 16일 김승겸 합참의장은 연합지상군구성군사령부를 방문해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 상황을 점검하고 "적의 전쟁 수행 의지를 말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의장은 사령부의 전시지휘소에서 연합전투참모단으로부터 FS 연습 상황을 보고받고, 한미동맹의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사령부의 효과적인 작전 수행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실전적이고 강도 높은 FS 연합연습을 통해 유사시 작전 태세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하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의지와 전략은 아직도 불변하며 지금 당장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우리가 계획한 대로 싸워 적의 전쟁 수행 의지를 말살시켜야 한다"고 재강조했다. 김 의장은 또 북한이 이날 ICBM 발사 등 도발을 고조하는 상황에 대해 "적의 무모하고 무도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단호하고 과감한 대응을 통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결전 태세를 확고히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연습에 참여 중인 미군 지휘소를 찾은 김 의장은 미 증원 장병들을 격려하고 "고조되는 위협과 변화된 안보 환경에서 연합연습을 통해 철통같은 동맹의 작전 태세를 한층 더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구성군사령부는 전시에 한미가 연합으로 구성하는 사령부로, 지상군·해군·공군 구성군사령부를 두게 된다. 육군 지상작전사령관이 지상군구성군사령관 역할도 수행한다. 한미는 FS 연습을 맞아 구성군사령부가 구성된 상황을 가정해 대북 경계·감시 활동을 강화하면서 FS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3-16 16:36:15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이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지적하며 최근 북한의 우호적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하원에서 열린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기 개발 목적이 적화통일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사령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목적과 관련해 "김정은이 자신의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일들을 하고 있다는 '지배적인 시각'이 있으나 그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김정은)가 하나의 공산체제 아래에서 재통일을 추구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은 또 "그(김정은)는 할아버지가 실패하고 아버지가 실패한 일을 추구한다"면서 "김정은과 공산 정권의 지배를 받는 통일된 한반도"가 김 위원장의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은 지난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괄적이고 빠르게 개발해 미국과 동맹국들에 전례 없는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위협이 미국 본토까지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사령관은 하와이와 괌의 미사일 방어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적절하지만 3∼4년 후, 또는 2020년대 초에는 훨씬 더 많은 조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하와이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증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해리스 사령관은 청문회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을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라고 언급하면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매료될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실에 근거해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과 대화를 한다면 완전하고 입증할 수 있으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18-02-15 14:25:50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7일 "문재인 대통령께서 평소 소신대로 갔으면 적화통일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문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고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 되는 게 시간 문제라고 이야기했나"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고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한다고 했고 사드배치를 안 하겠다'고 그런 식으로 했는데 지금은 다 바뀌고 있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현재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으로 허위사실에 따라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이 "말문이 막힌다. 재판에서 유리한 형량을 받으려고 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방문진 이사장인데 '아니면 말고'라는 태도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인가. MBC 신뢰도 저하와 경영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고 이사장은 "저는 보도 영향 주지 않는다"며 "저 때문에 어디 (영향이)있겠나"라고 반박했다. 고 이사장은 전 정권에서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사실에 대한 질문에는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17-10-27 11:53:39이명박 대통령은 5일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면서 "우리도 당장 흡수통일을 하겠다거나, 북한을 망하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도 않고 시도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와룡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통일부 2012년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이길호 온라인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 정부는 유화책을 비롯해 여러 정책을 써봤지만 북한에서는 핵무기가 만들어지고 천안함·연평도 같은 사건이 생겼다"면서 "앞으로 북한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지만 우리는 일관되게 기본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유연하게 협력해 나갈 준비도 돼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남북문제에 대해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북한을 미워해서가 아니고 싫어해서도 아니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세계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해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켜나가는 위에서 유연하게 인도적인 지원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현재도 하고 있지만 어린이·노약자·취약자에 대한 배려는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을 진정으로 아끼기 때문에 북한이 정말 열린 마음으로 경제자립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남북이 서로 대등하게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남북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나가면 한반도가 번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 누가 할 수 있겠나. 바로 남과 북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탈북자 문제와 관련,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탈북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정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는 "전통적인 외교관의 업무가 확대됐다"면서 "과거 외무고시만으로 외교관이 되는 시절은 이제는 아니다. 완전히 개방된 외교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courage@fnnews.com | 전용기 기자
2012-01-05 15:42:43북한이 지난 15일 남북을 연결하는 경의선·동해선 도로를 끊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굳히려는 '폭파 쇼'였다. 그 흙먼지 자욱한 광경이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한, 문재인 정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폭탄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이른바 통일 운동권이었던 그가 "평화를 위해 통일하지 말고 따로 살자"고 했으니…. 마치 김정은의 '반(反)통일·2국가 노선'에 장단 맞추듯이. 지난해 말 김정은은 난데없이 통일을 지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북한은 각종 기념물, 법령, 출판물 등에서 통일이란 어휘를 삭제하는 중이다. '김씨 조선' 3대째 상속자가 선대인 김일성·김정일의 80년 유업을 샅샅이 지우고 있는 꼴이다. 김일성 정권 이래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군사력이나 대내외 여건이 유리할 때는 무력통일을, 그렇지 않으면 고려연방제 등을 미끼로 평화통일 공세를 펴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6·25전쟁이 전자의 사례다. 미군이 발을 빼면서 베트남전에서 북베트남 공산정권의 승리가 임박한 1975년에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은 남침을 거론했었다. 마오쩌둥이 지원을 거절해 불발로 그쳤지만. 그렇다면 김정은이 왜 통일 포기라는 '급변침'을 택한 것일까. 남한과의 국력 차를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일 듯싶다. 시쳇말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69분의 1 규모였다. 북한 경제가 1960년대 한국 경제 수준이란 뜻이다. 북한이 핵무장에 매달리는 까닭도 달리 있겠나. 경제력이 뒷받침하는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밀리게 되자 찾은 궁여지책이다. 김정은으로선 통일은커녕 당장 정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쇄국은 북한의 생존 필요조건"(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이란 분석 그대로다. 지난 2020년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현 상황에서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늘렸다가 '남쪽 날라리풍'(한류)이 유입되면 체제가 밑바닥부터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결국 통일 포기 선언은 체제 붕괴의 공포에 질린 김정은의 고육책이다. 남한 내 종북 세력을 키우려는 기도, 즉 통일전선전술이 씨알도 안 먹히니 담을 쌓겠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김영삼 정부 때 여야가 합의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화해협력·남북연합을 거쳐 '1국가·1체제·1정부' 통일국가를 지향한다. 임종석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이란 수사로 변용해 당위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위협을 일삼는 상황이라 공허하게 들린다.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두 국가론'의 한계는 분명하다. 사회주의 체제라 하기도 민망한, 북한의 개혁·개방 여지를 없앤다는 점이다. 이는 볼모인 북한 주민이 학대받고 있는데도 인질범(세습정권)의 안위만 무기한 보장하는 격이다. 혹여 김정은의 어린 딸 김주애에게까지 봉건·독재 권력이 이어진다면 북한 보통 사람들의 고통은 그만큼 연장될 게 뻔하다. 그런데도 야권 일각에서 통일 포기론에 힘을 싣고 있으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독일식 흡수통일을 추구해선 안 된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불성설이다. 시장경제 체제의 서독은 '두 국가'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체제 동독을 상대로 1국가 원칙을 한사코 견지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흡수통일을 내세운 적은 없었다. 동독인들이 투표를 통해 동독 대신 서독이 주도하는 독일연방에 가입하는, 결과적 선택을 했을 뿐이다. 지난 연말 김정은이 선곡한 '반통일, 두 국가론'은 동독의 주장을 답습한 변주곡이다. 우리가 이를 따라 부를 이유는 없다. 만일 우리가 지금 통일을 포기하겠다고 한다면? 먼 훗날 북한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묵살하겠다는, 이런 태도야말로 민족사에 죄를 짓는 일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2024-10-22 18:25:48#유엔과 대한민국 "유엔은 인간을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인류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창설된 것이다."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 건물 내부에 새겨진 다그 함마슐드 제2대 사무총장의 말이다. 최근 뉴욕 방문 중 인연이 닿아 총회장 등 유엔 본부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함마슐드라는 익숙한 이름 앞에 발길이 멎었고, 그가 남긴 발언도 인상에 남았다. 조금 '연식이 있는' 우리 세대는 함마슐드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의 고국인 스웨덴식 발음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jold)가 맞다고 한다.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그는 유엔을 논쟁과 토론의 장에서 평화를 위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24일 창설된 유엔(국제연합)이 '인류를 지옥에서 구한' 가장 극적인 실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948년 12월 12일 파리 총회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한 것도, 1950년 안전보장이사회의 한국전 참전 결정을 한 것도 유엔이었다. 그에 앞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제헌의원 선출, 5월 31일 제헌의회 개원, 7월 17일 제헌헌법 제정·공포,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하에 이루어진 바 있다. 신생 대한민국이 탄생하고, 생명이 스러지지 않고, 튼튼한 골격을 갖추기까지 유엔의 도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 북한에 의한 남한 침공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1950년 6월 2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문 제82호를 채택하였다. 북한의 남침을 규탄하고 적대행위의 중지와 38도선 이북으로의 철군을 요구한 결의안이다. 27일 유엔은 제2차 안보리를 소집하여 결의문 제83호를 채택하여 유엔 헌장에 따른 집단안보 발동을 결정하였다. 유엔의 6·25전쟁 개입은 유엔 창설 이래 집단안보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당시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화민국(대만), 소련이 상임이사국이었고 이들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상임이사국 하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는 불가능하다. 유엔의 한국전 참전 결의가 채택된 2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소련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소련의 불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신속한 참전 결정, 인천상륙작전 등과 함께 한국전쟁을 둘러싼 미스터리이며 기적의 하나라는 얘기도 있다. #병 주고 약 준 소련 1948년 1월 서울에 도착한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남북한 총선거 실시를 위해 북한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 측에 방북의사를 전달했지만 소련은 1월 22일 그로미코 유엔 대표를 통해 협조 거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위원단의 접근이 가능한' 남한만의 총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이승만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에는 1946년 2월 9일 소련의 통제하에 '북조선림(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어 사실상의 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이 공식 출범하고 북조선인민위원회를 계승한 것은 남북분단의 책임을 8월 15일 정부를 수립한 대한민국에 돌리려는 기만책이었다. 대한민국 승인을 결의한 1948년 12월 파리 총회에서 소련의 극렬한 반대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소련의 이러한 태도가 여전했고, 김일성의 남침 배후에 스탈린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1950년 6월 27일 안보리 불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고 이세기 전 국토통일원(통일부)장관은 '6·25 전쟁과 중국: 스탈린의 마오쩌둥 제압전략'(2015·나남)에서 당시 소련은 치밀한 계산하에 안보리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에 중국과 미국의 참전을 유도해 힘을 빼고, 중국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 의존하도록 만들려는 계산이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유엔 안보리 결정에 의하여 총 67개국이 직간접적인 도움을 통해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대한민국이 지옥에 떨어지는 걸 막는 데 성공하였다. 미국·영국·캐나다·터키 등 군사를 파병한 16개 국가, 과테말라·대만·독일 등 물자를 지원한 40개 국가,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의료 및 복구사업에 도움을 준 11개 국가가 그들이다. 남북한 총선거를 방해함으로써 남북 분단에 큰 역할을 한 소련이 결과적으로는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통일 야욕을 저지한 유엔군 파병에 기여한 셈이다. 안보리 불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로서는 기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제연합일(國際聯合日, United Nations Day) 또는 유엔의 날 대한민국 정부는 전쟁 중인 1950년 9월 18일 국제연합이 창설된 10월 24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1950년 전쟁 과정에서 유엔과 유엔군의 지원으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국제연합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시점은 한국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된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인천 상륙 작전이 있은 지 불과 3일 뒤의 일이다. 1973년 3월 30일부터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국제연합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유엔군 참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로도 국제연합일은 중요한 국가기념일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1975년까지 법정공휴일로 지켜졌다. 1976년 북한이 국제연합 산하 기구에 공식 가입하게 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항의로 공휴일 지정을 철폐하였다. 현재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가기념일로 존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낭독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외무부 산하 한국유엔협회가 기념 리셉션을 개최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이와 같이 국제연합일은 대한민국에서 그 위상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국가기념일이다. 사람들이 이름과 날짜를 기억하는 다른 폐지된 공휴일들과 달리 존재 자체도, 날짜도 아는 이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등에서 일부 인용) #유엔묘지 혹은 유엔기념공원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93. 대연4동 779번지. 과거 '유엔묘지'로 알려졌던, 재한유엔기념공원(공원)이 위치한 곳이다. 1980년대 초 부산 근무 시절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던 장소를 찾아 가자니 진작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졌다. 공교롭게 5월에 이어 다시 방문한 지난 6일에도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공원은 외국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의 유해가 묻힌 세계 유일의 묘지라고 한다. 2023년 현재 전사자의 배우자를 포함한 2320구가 안장되어 있다. 정문을 지나 묘원 입구로 들어서기 전 벽면에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전사자들의 사진이 참배객을 맞는다. 사진 속 파릇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날씨 탓에 더욱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먼 땅에 와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친 그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추모관, 상징구역, 추모명비, 무명용사의 길, 위령탑과 묘역을 둘러보던 중 평소 우리의 안보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타일랜드(태국), 콜롬비아 등의 참전비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태국 참전비에는 "(우리) 함께 미래를 향하여(TOGETHER TO THE FUTURE)"라는 글이, 콜롬비아 참전비에는 "자유를 위한 콜롬비아인의 죽음은 그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그들 덕분에 우리를 포함한 인류가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빗속에 묘역을 참배하는 외국인들이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파트마(Fatma)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튀르키예, 루퍼트 깁슨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영국 관광객이었다. 파트마는 튀르키예 국민들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must visit)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들이 안장된 장소는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른 문헌을 통해 튀르키예인들은 종교적 이유로 망자가 사망한 곳을 신성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파트마는 영화 '아일라'를 통해 튀르키예인들은 한국과 특히 친밀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아일라는 한국전 참전 군인 슐레이만 하사(최종 계급 대령)와 한국 소녀 아일라 사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튀르키예에서 관객 528만7000여명을 동원, 공전의 히트를 친 반면 한국에서는 고작 4만3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뿐이었다. 양국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게 당연했다. 영국(89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안장자 수(462명)를 기록한 형제국 튀르키예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유엔군 참전의 날.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 국제연합일과 별개로 우리 정부는 '유엔군 참전의 날'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2013년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1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되었다. 특히 11월 11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18년 11월11일 오전 11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시각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11월11일 11시 기념식을 갖는다. 캐나다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2007년 세계가 한국 시간 11월 11일 11시에 맞춰 부산유엔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기 시작한 후,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매년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도 11월 11일 유엔기념공원에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 기념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최근 안보 상황과 유엔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북한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특수부대 1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북한은 헌법을 개정하여 남한을 적대국으로 공식화 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안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이 유엔헌장 제51조에 입각한 자위권행사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유엔 관련 기념일을 '잊혀진 기념일'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활동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을 돌아보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더욱 든든히 할 때이다. 유엔기념공원 방문과 함께 유튜브에서 영화 아일라 시청도 권하고 싶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10-20 19:25:05[파이낸셜뉴스] 북한이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최고인민회의(남한의 국회 격)를 열고 사회주의헌법 개정에 나선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도화하기 위해 헌법에 있는 통일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해양국경선’ 등 영토 규정을 신설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는 최근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시한 적대적 두 국가 개념을 헌법에 반영해 최고인민회의에서 ‘통일·동족’ 개념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제9조) 내용을 헌법에서 삭제하면서 헌법 서문에 포함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일을 과업으로 내세우고 실현을 위해 심혈을 다 바쳤다’는 취지의 서술도 삭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부는 김정은이 선대 업적과 유훈을 부정하면서도 올해 들어 자신의 독자적인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점을 근거로 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과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인식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추가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면서 자신들이 설정한 ‘해상국경선’을 주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991년 12월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파기할 가능성도 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북한의 '통일 폐기, 적대적인 두 국가론'은 한반도 공산화 전략 2.0"이라며 "체제 경쟁 패배에 대한 두려움과 북한 내부의 민심이반 차단에 한계를 느끼고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정, '대화와 통일’이 아닌 ‘무력에 의한 점령’으로 목표를 표면화한 것이 본질"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의미에서 북한은 ‘통일론’을 폐기했다기보다는 ‘적화통일’을 군사전략으로 지속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듯한 ‘회색지대 모호성’을 버리고, ‘흑백지대 명확성’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합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07 15:55:33[파이낸셜뉴스] 북한이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버리고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이를 놓고 한국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 시작은 김정은이 띄웠다.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은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 교전 중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면서 ‘통일’ 용어 폐기에 앞장서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북한의 두려움이다. 한국과 북한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지만, 북한은 인민의 식량문제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 등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은 북한 독재체제가 한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패배했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다. 북한이 체제 경쟁에서 패배한 후 이제는 북한정권을 수호해야 하는 문제가 절박한 도전과제가 되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실제로 북한정권의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주민은 한류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고, 기회만 생기면 엘리트층도 북한을 버리고 탈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두 체제' 원칙을 폐기한 것은 더 이상 경쟁을 통해서는 북한체제를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둘째, 축적된 북한 내부 문제와 무관치 않다. 외부의 적을 위협으로 부각시키면 내부 문제는 소소한 것으로 치부되는 관심전환법을 가동시키는 성격도 있다. 북한 내부는 현재 고난의 행군 시즌II로 규정될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고 주민의 불만은 누적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 도발을 통해서 임시방편적으로 민심이반을 차단해 왔으나 더 이상 단편적 대처로는 힘들다는 판단으로 남북관계 재설정이라는 근본적 문제로 눈을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셋째, 한반도 공산화 전략 2.0 차원이다. 즉 북한의 정책변화는 ‘통일’에서 ‘점령’으로 그 목표를 표면화한 것이 본질이다. 사실상 ‘적대적 2국가론’은 이견을 ‘대화’가 아닌 ‘무력’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공식을 담고 있다. 서로 마주하는 적대국가는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강압하여 군부에는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함으로써 군사력을 통해 한반도 점령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셈법이 담겨있는 것이다. 2024년 1월 16일 김정은은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목에 ‘점령’이 포함된 것은 ‘통일론’을 포기한 근본적 이유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수복’을 언급했다는 것은 찾아야 할 영토가 있다는 의미인데 이는 ‘두 국가론’이 아닌 ‘하나의 국가’라는 성격 규정을 담고 있으므로 모순 그 자체다. 따라서 두 국가론은 결국 한반도 점령 의지를 품고 있는 전략이다. 한국을 점령 대상으로 규정한 것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이것이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핵운용무기의 핵무기 운용절차를 체계화한 이유다. ‘적대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극단적인’ 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는 핵인질화 셈법이 녹아있는 것이다. 넷째, 처벌 회피 목적도 있다. 통일정책 폐기는 통일 이후 진행될 수 있는 숙청, 정치범 수용소 만행 등 북한정권의 반인도 범죄를 덮으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다. 집단학살, 인권유린, 공포정치를 일삼은 정치지도자는 나중에라도 그 범죄를 처벌하려는 국제사회의 결기를 걱정하는 모습과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유고연방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는 인종청소 등 극단적 범죄를 저질러 1999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기소된 바 있다. 김씨일가의 공포정치 만행은 북한이 자유화되면 반드시 ‘정의’ 차원에서 따져보아야 하는 사안일 수밖에 없고, 살아있는 김정은은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이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통일을 저버린 것이다. 통일이 되더라도 자신이 처벌을 받을 수 없는 방식, 즉 적화통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통일론’을 폐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통일론’을 폐기했다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적화통일’을 군사전략으로 지속하면서도 외부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던 ‘회색지대 모호성’을 버리고, ‘흑백지대 명확성’을 채택했다는 해석이 합당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전략에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주지시킨다. 나아가 북한의 호전성과 근본적 전략이 사실상 변화가 없음을 인식하여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동맹, 안보협력국, 유사입장국을 대상으로 대북 공조의 폭과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외교무대를 통해 ‘8·15 통일 독트린’ 지지를 확대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6 16: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