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 캠페인을 촉발했던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경관 가운데 한 명인 존 경찰관 데릭 쇼빈이 25일(이하 현지시간) 22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네소타 법원은 이날 플로이드 살해 혐의로 전 경찰관 쇼빈에게 2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30년형 선고를 요청한 바 있다. 선고 공판은 이날 오후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했으며 쇼빈은 "플로이드 유족들에게 사죄한다"고 밝혔다. 쇼빈은 지난해 5월 25일 흑인 플로이드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당시 운전 중이던 플로이드를 동료 경찰관 3명과 함께 차에서 끌어낸 뒤 무릎으로 그의 목을 눌러 질식해 죽도록 만들었다. 그가 플로이드의 목 또는 그 주변을 무릎으로 누른 시간은 9분이 넘었다. 사망 당시 46세의 플로이드는 인근 가게에서 위조지폐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아 쇼빈의 제지로 차를 멈춰세웠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매튜 프랭크 미네소타주 검사는 선고 공판에서 "그(플로이드)가 쇼빈에게 "숨을 쉴 수가 없다. 나 죽는다"고 호소했다"면서 "목숨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한 사람에 대한 9분30초 간의 잔인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장면은 주변 행인들이 동영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했고, 이후 BLM 캠페인이 시작되며 미 전역에 대규모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쇼빈은 선고공판에서 "지금 충분한 최후소명을 하기 어렵다"면서도 "매우 간략히 말하겠다. 플로이드 유족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좀 더 흥미로운 추가 정보가 나올 것"이라면서 이 사실이 공개되면 "여러분에게 좀 더 위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1-06-26 05:09:16[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지난해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했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된 혐의로 기소된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유죄를 선고받았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12명 배심원은 검찰이 기소한 혐의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쇼빈 전 경관에게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2급 과실치사에 관해 유죄를 평결했다. 2급 우발적 살인 최대형량은 40년, 3급 살인 형량은 최대 25년이다. 또 2급 과실치사는 최대 10년 징역에 2만달러 벌금형이 적용된다. 검찰은 쇼빈에 대한 보석 불허를 재판부에 요청했고, 피터 케이힐 판사가 이를 승인해 쇼빈은 재판 뒤 곧바로 구치소로 보내졌다. 쇼빈은 재판정에서 수갑을 차고 있었으며 헤네핀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가 그를 호송했다. 케이힐 판사는 "8주 뒤에 선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평결문을 다 읽은 뒤 심각한 이번 사안에 평결을 내린 배심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게이힐은 "미네소타주 주민들을 대신해 배심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면서 그저 배심원 임무를 다해준 것 뿐만 아니라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라는 심각한 부담을 잘 견뎌줬다고 평가했다. 유족들은 유죄 평결을 반겼다. 플로이드 유족 변호사인 벤 크럼프와 유족들은 성명에서 "오늘 평결은 이 도시를 넘어 이 나라와 심지어 전세계에까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서 마침내 정의를 찾았다고 말했다. 법정 밖에서는 평결 결과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정의'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또 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는 평결을 환영하면서도 "경찰이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하고, 흑인의 목숨을 존중토록 하기 위한 싸움은 아직 멀었다"고 밝혔다. NAACP는 쇼빈의 유죄 평결에 대해 "정의가 찾아왔다"고 환영해지만 아직은 인종차별 반대 투쟁의 고삐를 늦출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글로벌 네트워크 재단(BLMGNF)'도 성명에서 이번 유죄 평결이 백인 우월주의는 결코 승리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보여주는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BLMGNF는 "백인 우월주의는 민주주의에서 어떤 자리도 없으며, 특히 우리가 생존할 자유를 보장받는데서는 더 그렇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하는 이들을 되돌려 올 수는 없다는 것"이라면서 조지 플로이드는 되돌아오지 못하고, 그의 자녀들과 가족은 플로이드 없이 자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팀 월츠 미네소타 주지사는 "정의를 향해 이 행진을 계속하자"며 인종차별 시정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 법무장관도 쇼빈 유죄 평결은 그저 정의를 위한 첫 걸음일 뿐이라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엘리슨 장관은 "오늘 평결을 정의라고 부르지 않겠다"면서 "정의는 진정한 회복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1-04-21 06:53:55[파이낸셜뉴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1-04-21 06:13:59[파이낸셜뉴스] 11월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결로 사실상 굳어가고 있다. 바이든이 계속 대선 후보로 남았더라면 트럼프에 참패 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트럼프는 바이든과의 가상 대결에서 대선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7개 경합주에서 모두 우세를 보였다. 이달 초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6월 TV 토론회에서 참패하면서 후보 사퇴 요구가 커지자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격돌할 시 얼마나 승산이 있는지를 조심히 예측, 조사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해리스는 지난 22~23일 등록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조사에서 4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트럼프에 2%p차로 우세를 나타냈다. 바이든이 후보 사퇴전 실시돼 지난 2일 CNN이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해리스 45%로 트럼프에 불과 2%p 차이로 열세를 보였다. 그러나 해리스는 바이든 선거 캠프가 거둔 선거후원금도 인계받을 수 있는데도 민주당은 그를 약한 후보라는 것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원인으로는 그가 부통령이라는 점이 거론되고 있다. 부통령은 상원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것 외에는 존재감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바이든과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는 오랜 정치 경력을 경험으로 대통령을 견제하는 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었으나 초선 상원의원으로 당선 2년만에 바로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고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해리스는 의회에 인맥과 경험까지 부족했다. 부통령이 된 후 불법이민 등 까다로운 문제에서 고전해야 했다. 불법이민이 트럼프가 출마하는 대선 중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해리스는 벌써부터 이 문제로 공화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텍사스 주지사인 그레그 애벗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차르’를 맡았던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텍사스주와 멕시코 사이 국경에 장벽높이와 철조망 규모, 배치 주방위군을 3배 늘려야 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만큼은 아니지만 질문에 안맞는 대답을 하면서 조롱을 받아 한동안 카메라 앞에 등장하는 것을 기피하기도 했다. 이전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가 단합을, 바이든은 일하는 계층의 근성을 강조하며 대선 후보로 부각된데 비해 해리스는 상원의원 시절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 인증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해리스가 지낸 검사나 주법무장관이 필요한 것이지 부통령 이미지에는 도움이 안된 것으로 지적됐다. 해리스가 2020년 대선 때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데에는 특히 조지 플로이드 폭행 사건으로 인한 인종적 정의가 부각되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위해 소수 인종과 젊은층, 대졸 학력 여성과 민주당이 표방하는 다문화를 믿는 유권자들을 끌어모아야 했다. 그러나 시간은 바뀌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해리스에게 표를 던져줬던 흑인과 라틴계 성인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흑인에 대한 경찰의 구타 사건이 증가하는 시기에 범죄에는 엄격했던 검사 출신인 해리스의 이력은 미국의 진보 진영에게는 매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부통령이 된 지 4년이 지난 현재 해리스가 중도좌성향 진영이 추구하는 기후변화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같은 이슈가 아닌 다문화 미래를 위한 민주당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최근 해리스가 4년전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면서 일으킨 열기를 이번에도 다시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11월 대선 승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될 것으로 외신들은 예상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7-24 14:18:14[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아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린 모습이 담긴 사진이 미 대선 구도를 뒤흔들 만큼 강력한 사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사진은 미국 AP통신 소속인 에반 부치(Evan Vucci) 기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 피습 직후인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촬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를 흘리며 주먹을 움켜쥐는 뒷배경으로 파란 하늘 아래 성조기가 펄럭여 "트럼프의 모습이 마치 영웅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치 기자는 "평소처럼 평범한 유세였는데 왼쪽 어깨너머로 여러 발의 총성이 들렸다. 그 순간부터 나는 단상으로 달려갔고 트럼프 전 대통령 위를 감싼 경호 요원들을 찍기 시작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총성이 들리는 순간, 이것이 미국 역사에 남을 순간임을 직감했다"며 "이런 일을 기록하는 것이 바로 우리 기자들의 임무"라고 부연했다. 에반 부치는 2003년부터 20년 넘게 AP에서 일한 베테랑 기자다. 지난 2020년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 시위 현장을 취재한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부치가 자신의 SNS에 올린 이 사진들은 폭발적 반응과 함께 엑스 등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트럼프가 주먹을 쥔 사진은 내일 모든 신문 1면에 실릴 것"이라고 평했다. 또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행정부회장은 "이 사진은 2024년 미 대선을 규정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인사들은 잇따라 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리치 매코믹 하원의원은 이 사진을 게시하며 "우리 후보를 암살하려는 이 비겁한 시도가 트럼프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킬 것"이라고 썼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고 했고,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우리는 악을 극복하고 격퇴할 것이다. 절대 항복하지 말라"고 했다.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도 이 사진을 올리며 "우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적들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오늘 그는 이를 보여줬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아버지가 주먹을 든 사진과 함께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 사진이 올해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폴리티코는 이번 피격 사건으로 공화당 내에선 '트럼프가 이미 선거에서 이겼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데릭 반 오든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이번 공격에서 살아남았다. 그는 방금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말했다. 안소니 데스포지토 하원의원은 "이번 총격 사건은 의심의 여지 없이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15 08:12:31[파이낸셜뉴스] 잘생긴 외모와 실력으로 복싱계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을 받은 라이언 가르시아(25·미국)가 인종 차별 발언으로 세계복싱평의회(WBC)로부터 제명당했다. 7일(한국시간) USA투데이는 마우리시오 술라이만 WBC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가르시아가 제명됐다고 보도했다. 술라이만 회장은 "WBC 회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해 가르시아를 우리 조직의 모든 활동에서 추방한다"고 밝혔다. 앞서 가르시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종 차별 용어를 반복하고, 2020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비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가르시아의 소속사인 골든보이 프로모션의 창립자 오스카 델라 호야는 "우리 회사에는 증오나 편협한 마음이 자리할 곳이 없다"며 "가르시아의 이번 발언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판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가르시아 역시 "제가 '트롤링'(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면서 즐기는 행위)을 했다"며 "불쾌하게 했다면 죄송하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술라이만 회장은 "WBC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거부한다"며 "가르시아가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르시아는 4월21일 열린 WBC 슈퍼 라이트급 경기에서 WBC 슈퍼 라이트급 챔피언인 데빈 헤이니(25·미국)를 상대로 2-0으로 판정승하며 스타로 급부상했다. 비록 계체량 실패로 승리에도 타이틀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많은 인기를 얻은 가르시아는 빠르게 추락했다. 그는 헤이니와 경기가 끝난 직후 금지약물 오스타린(Ostarine)이 검출돼 미국 뉴욕주 체육위원회로부터 1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6월에는 베벌리힐스에 있는 한 호텔 객실과 복도를 파손해 체포되기도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7-07 19:47:18"한 주는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이 발언은 정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때 영미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미국 대선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긴 시간이지만, 추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인다. 바이든의 고령 핸디캡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등 외교정책에서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법질서(law and order)'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마약과 이와 연관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수의 미국인은 바이든이 마약과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해 치안 상태가 악화했다고 믿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는데, 이때 급진 좌파 진영에서 들고나온 구호가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였다. 경찰을 아예 해체하자는 주장이었는데, 시위대 편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구호였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매우 과격하다는 반응이었다. 바이든은 임기 초반 급진 좌파 세력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약과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대통령 당시 트럼프는 시위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법질서 확립을 잘할 수 있는 후보로 트럼프를 더 많이 꼽고 있다. 바이든은 '문화전쟁(culture war)'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우선 '워키즘(wokism)'이다. 원래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woke)' 있자는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극단적 양상으로 변질되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가치와 기독교가치를 좀먹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수의 미국인은 좌파 정치인이 워키즘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이고, 트럼프만이 이런 문화 좌파로부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줄 정치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음은 '이민' 문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비난하던 바이든은 포용적 이민정책이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10월 입장을 바꿔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이민 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에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은 입장 선회 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잃고 있다. 문화전쟁에서 '낙태'만이 바이든에게 유리한 이슈다. 여성 표가 바이든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오랜 기간 낙태권을 찬성했지만, 공화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꿨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이 판결 번복을 이끈 대법관 세 명을 임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다. 지난 4월 애리조나주가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과했다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금지법을 거부할 것임을 다짐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컬트와 같은 그의 팬덤은 여전히 견고하다. 올해 3월 바이든이 국정연설 후 지지율이 오르며 박빙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연설의 컨벤션 효과는 다했고, 다시 트럼프의 반등이 시작됐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6월 말 맞짱토론을 한다. 일종의 조기 승부수인데, 바이든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추세를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5-20 18:33:24“한 주는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이 발언은 정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때 영미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미국 대선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긴 시간이지만, 추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인다. 바이든의 고령 핸디캡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가자(Gaza) 전쟁 등 외교정책에서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법질서(law and order)’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마약과 이와 연관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수의 미국인은 바이든이 마약과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해 치안 상태가 악화했다고 믿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는데, 이때 급진 좌파 진영에서 들고나온 구호가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였다. 경찰을 아예 해체하자는 주장이었는데, 시위대 편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구호였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매우 과격하다는 반응이었다. 바이든은 임기 초반 급진 좌파 세력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약과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법질서 확립을 잘할 수 있는 후보로 트럼프를 더 많이 꼽고 있다. 바이든은 ‘문화전쟁(culture war)’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우선 ‘워키즘(wokism)’이다. 원래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woke)’ 있자는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극단적인 양상으로 변질되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가치(family value)와 기독교가치를 좀 먹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수의 미국인은 좌파 정치인이 워키즘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이고, 트럼프만이 이런 문화 좌파로부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줄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음은 ‘이민’ 문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비난하던 바이든은 포용적 이민 정책이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10월 입장을 바꿔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이민 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에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은 입장 선회 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잃고 있다. 문화전쟁에서 ‘낙태’만이 바이든에게 유리한 이슈다. 여성표가 바이든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오랜 기간 낙태권을 찬성했지만, 공화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꿨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이 판결 번복을 이끈 대법관 세 명을 임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다. 지난 4월 애리조나 주가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과했다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 금지법을 거부할 것임을 다짐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컬트와 같은 그의 팬덤은 여전히 견고하다. 올해 3월 바이든이 국정연설 후 지지율이 오르며 박빙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연설의 컨벤션 효과는 다했고, 다시 트럼프의 반등이 시작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6월 말 맞짱토론을 한다. 일종의 조기 승부수인데, 바이든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추세를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24-05-20 09:16:31[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흑인 분장'을 한 혐의로 퇴학당한 고등학생들이 학교와 소송을 벌여 100만 달러(약 13억7000만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배심원단은 마운틴뷰의 명문 사립 세인트 프랜시스 고등학교가 2020년 인종차별을 이유로 학생 3명을 퇴학시키기 전에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고 학생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소송에 참여한 2명의 학생은 학교로부터 각각 50만달러(약 7억원)의 배상금을 받고, 총 7만달러(약 1억원)에 이르는 등록금도 돌려받게 됐다. 배심원단은 학생이 퇴학 당시 제대로 해명할 기회를 받지 못했고, 학교는 증거를 충분히 고려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학생들은 2017년 8월 눈꺼풀과 입술 등을 포함한 얼굴 모든 부분에 어두운 색의 제품을 바르고 사진을 찍어 ‘블랙페이스’로 흑인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블랙페이스는 흑인을 흉내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는 분장으로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촬영한 지 3년이 지난 2020년 문제로 떠올랐는데, 당시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과잉 진압으로 사망케 하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된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여드름 치료용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2020년 8월 해당 고등학교를 고소했다. 법정에서도 여드름 치료를 위한 팩이었음을 증명했다. 퇴학 당시 이들은 “처음 발랐을 때는 연한 녹색이었다가 점점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퇴학 결정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학교가 퇴학을 결정할 때 적법한 절차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 학교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돼 학생들에게 피해 배상을 하게 됐다. 학교 측은 항소할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5-12 12:30:19모처럼 시골집에 전 가족이 모였다. 아버지는 근처 도시인 애빌린에 새로 생긴 유명 식당에서 외식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가족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려면 좀 멀고, 아이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시골집까지 오느라 피곤해서 그냥 집에서 밥을 먹고 편안하게 쉬고 싶었지만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특히 아버지가 원하는 것 같아서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식당에 갔다 온 후에 가족들은 모두 똑같은 불평을 쏟아냈다. 너무 멀고, 피곤한데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없이 갔다는 것이다. 사실은 아버지도 가족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그냥 해본 얘기였지만 반대하는 사람 없이 모두가 가겠다고 하니까 멀리 가서 비싼 돈을 쓰고 온 것이다. 결국 그 식당을 진짜 가길 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모두가 원하지 않았지만 누구도 반대하지 않아서 자신의 의사와 상반되는 결정에 동의하게 되는 역설적 상황을 '애빌린 패러독스'라 한다. 조지워싱턴대 교수 제리 하비의 저서 '생각대로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회자되기 시작한 이 심리현상은, 인간은 집단에 반하는 행동을 매우 싫어해서 결국 집단에 동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먼저 파악하려 한다. 특히 상사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방향성이 정해지면 어떠한 의견도 내지 못하고 끌려가게 된다. 혹시 반대 의견을 내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소외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모두가 침묵한 채 가고 싶지 않은 애빌린으로 가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많은 리더들은 과도하게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일반화하여 구성원들도 당연히 자신의 생각을 지지할 거라 과신하며 의사결정을 한다. "누구나 다 이렇게 생각하겠지"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 다 좋다고 할 거야"라는 식으로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것을 '다수의 사람들'을 근거로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면밀히 파악하지도 않고, 모두가 자신의 생각과 같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이런 리더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들을 비정상이라고 쉽게 낙인 찍는 특징도 보인다. 이렇게 실제 구성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잘못된 합의효과(false consensus effect)'라고 한다. 스탠퍼드대 리 로스 교수의 연구에 의해 알려진 잘못된 합의효과는 확증편향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여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자기정당화가 아주 강한 인지편향이다. 그런데 잘못된 합의효과는 확증편향을 넘어서 자신을 과대평가하여 다른 사람들도 나의 믿음, 태도, 가치관을 당연히 공유할 거라 믿는 편향이다. 애빌린 패러독스와 잘못된 합의효과는 모두 조직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의 일종이다. 뉴욕주립대 교수였던 플로이드 올포트가 만든 개념인 다원적 무지는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 부재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비슷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집단사고를 의미한다. 다원적 무지가 판치는 조직에서는 리더 혼자만 얘기하는 회의가 매일 반복되고, 구성원들은 그저 열심히 받아 적기만 한다. 리더가 의견을 물으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예스'만을 외친다. 겉으론 단합이 잘되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런 조직엔 희망도 미래도 없다. 조직 내 원활한 의사소통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를 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퍼스트 펭귄'이 필요한 것이다. 이 또한 리더의 몫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2024-01-16 18:4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