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과 글은 직선이다. 우회화법은 찾아볼 수 없다. 단도직입적이다. 그는 무사적 지식인의 표본이다. 과녁에 정확하게 꽂히는 그의 메시지는 그래서 간결하고 매섭다. 무사는 상대방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으로 목표를 완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문사적 지식인들이 자기방어와 회피에 능한 것과 결이 다르다. 양비론과 상투성에 기대지 않는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부를 건다. 이재명은 한국 정치에서 '이재명 스타일'이라는 낯선 풍경을 만들었다. 주류의 엄숙주의를 깨고 그만의 날렵하고 유연한 자세로 주류의 벽을 허문다. 그를 지지하는 열혈팬들과 그를 비난하는 그룹이 선명히 나눠지는 지점도 여기다. 의지와 열정이 넘쳐 간혹 오해를 부르지만 실상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국민에게 철저히 복무하겠다는 자세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경제관료들과 설전을 벌이는 그의 모습은 정치권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사례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이후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과격하다거나 급진적이라는 주장은 대단히 표피적이다. 최근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그가 철저한 질서신봉자이자 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주어진 질서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자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람이다. 다만 공정경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다. 공론장을 지배하는 담론의 방식은 체제 순응적이고, 기계적 중립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급진적, 이단아로 치부된다. 한국사회에서 그의 말과 글이 급진성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하는 건 이런 맥락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핵심으로 곧장 돌진하는 그의 메시지는 그래서 강력한 물질성과 파괴력을 동반한다. 3차 재난지원금 지급부터 공공장기임대주택, 포용금융, 공정경쟁시스템 구축까지 그의 정책 추진은 거침이 없다. 오랫동안 고질병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민낯을 철저히 도려내려 한다. 기득권의 저항은 그가 헤쳐가야 할 장애물이다. 부동산정책의 혼란과 난맥상은 정책의지의 부족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개혁성의 후퇴이자 기득권 눈치보기에 급급한 결과다. 판을 바꿀 수 있는 상황임에도 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의 결여다. "난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책은 정책 담당자들의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따를 수 있죠." 여기에 그의 모든 정치적 목표가 집결된다. 정치인을 비롯해 고위공직자들이 국민에게 신뢰를 못 받는 이유는 정책의 당파성이 부족해서다. 당파성은 옳은 방향에 투신하는 걸 말한다. 중용은 철저히 당파성을 뜻한다.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영논리로 접근할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무엇보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주문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관료는 다른 사회집단보다 독자적인 권력이 강하다. 정책을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해서다. 인사권으로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 정부조직은 무너진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무엇보다 정책의 완성도와 조직의 창조성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다. 이재명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 1, 2위를 다툰다. 그의 과감한 개혁성과 청사진이 국민에게 호소하는 바가 많다는 방증이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정책사회부장
2021-01-03 17:50:26[파이낸셜뉴스]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10일 출범한다. 1기 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지 10년만이다. 2기 위원회는 앞으로 3년간 과거사 진실규명 활동에 나선다. 행정안전부는 과거사정리기본법 시행에 따라 10일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출범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출범하는 위원회는 진실규명을 위한 독립위원회로 첫 조사개시일부터 3년간 활동한다. 위원은 총 9명이다.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4명씩 추천한다. 1기 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2006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총 1만1175건의 진상규명 신청을 받아 4년 2개월 동안 항일운동, 민간인 희생 사건, 인권침해 사건 등을 조사했고, 총 8450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때 밝혀진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희생자만 2만620명에 달한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진실규명 활동이 멈춰버렸다. 민간단체와 언론의 노력 등으로 형제복지원 등 어두운 과거사가 추가로 밝혀졌으나 정부 차원의 조사와 피해자 보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진통 끝에 10년만에 2기 위원회 출범을 골자로 하는 과거사기본법이 개정된 것이다. 2기 위원회의 진실규명 범위는 △일제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행한 항일독립운동 △일제 강점기 이후 이 법 시행일까지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시기 민간인 집단사망・상해・실종사건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사건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 △역사적 중요사건으로서 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등이다. 진실규명 신청은 이달 10일부터 2022년 12월 9일까지 2년간 할 수 있다. 신청서를 작성해 주소지 관할 시·군·구청, 시·도나 서울에 위치한 위원회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 등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신청 자격은 희생자나 피해자 또는 유가족, 희생자·피해자 또는 그 유족과 8촌 이내의 혈족이거나 4촌 이내의 인척·배우자 등이다. 개별적으로 신청하거나 단체로도 신청할 수 있다. 행안부는 피해자들의 신청이 누락되는 경우가 없도록 홍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자치단체에도 홍보와 피해조사 지원 등을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위원회 사무실은 서울 중구에 소재하고 있는 남산스퀘어 빌딩(구 극동빌딩)에 마련돼 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2020-12-09 10:04:53[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에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를 내정했다. 임기는 2년이다. 정 신임 위원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 제주 4·3평화재단 이사, 한국냉전학회 회장,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다. 청와대는 정 위원장에 대해 "30년 넘게 동아시아 사회사 및 통일·평화 분야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열정과 소신으로 항일독립운동,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등 과거사 진상규명과 과거사 피해자 치유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근식 위원장은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피해자·유족·관련 단체 등 사회 각계와 진솔한 소통을 통해 1기 위원회에서 완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과거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나아가 암울한 과거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약 4년 7개월간 활동하고 종료됐으나 지난 6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12월 10일부터 2기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다. 2기 위원회는 일제 강점기 또는 그 직전에 행한 항일운동, 한국전쟁 전후시기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인권침해 사건과 조작의혹 사건,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 사건 등에 대한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위원회 조사 기간은 3년이며 1년 연장할 수 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20-11-13 15:17:07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업·취업 전망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한 대졸자의 월평균 임금은 227만원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7년 한국의 사회동향'을 보면, 지난 1995년부터 2016년까지 21년간 중졸 이하와 고졸의 임금은 각각 144.0%, 168.8% 증가했다. 이에 비해 4년제 대학 이상의 임금은 186.3% 늘었다. 취업률은 2015년 2015년 의약계열이 83.2%로 가장 높았고, 공학계열(71.3%)이었다. 이어 사회, 자연, 예체능 순이었다. 교육계열은 50.8%로 이른바 '문사철'로 불리는 인문계열보다도 취업률이 낮았다. 대졸자 취업률은 직업 및 취업 전망을 고려하여 전공을 선택한 집단(73.5%)이 가장 높고 주변 권유로 전공을 선택한 집단(66.4%)이 가장 낮았다. 또, 대졸자의 월평균 임금은 직업·취업 전망을 고려해 전공을 선택한 집단(월평균 227만원)이 가장 높았고, 흥미나 적성을 고려한 집단(월평균 204만원)이 공학이나 의약계열을 제외하고는 낮았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17-12-12 12:01:55“단순한 배상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국가의 신뢰의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최근 수원지법 민사1부는 14년 전 군에서 자살한 손모 이병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은 ‘선임병들의 인격모독’ ‘부적절한 부대배치’ 등이 손 이병 자살의 원인이 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난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가 국가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국방부측은 진상위 결정에 대해 “법률상 국가배상 시효가 지나 청구권이 없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절하자 유족들이 법의 심판에 맡겼고 법원은 국가의 잘못을 꾸짖었다. 국가배상법상 손 이병 자살 당시로부터 5년이 지나 시효소멸이 완성됐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 지난해 7월 ‘진상규명위 결정’을 시효 발생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소송을 진행한 장영하 변호사(법무법인 디지탈)는 “이번 사건은 예산을 투입해 구성한 전문가집단의 결정을 스스로 거스르며 신의의 원칙에 반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린 데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소송은 국가가 스스로의 신뢰를 깨는 모순을 드러냈기 때문에 승소를 자신했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그동안 군 의문사는 군의 자체조사에 의존하다 보니 자살자의 경우 본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진상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동안 군 의문사 사각지대라 할 수 있었던 자살자에 대해 적극적인 국가배상을 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다른 군 자살사건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다툼이 발생할 경우 이들 사건의 국가배상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기자
2008-09-28 19:3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