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가 있었다. 라이칭더 집권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국내외 다수 분석은 "2024년 세계 선거의 해에 대만이 민주진영에 첫 승리를 안겼다"였다. 하지만 이런 친중 국민당 대 친미 민진당이란 미중 대리전 프레임은 매우 자의적, 이분법적, 진영 논리적 접근으로서 의미와 해석에 있어 다소 과잉·과장된 측면이 있다. 국민당이나 민진당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친미 세력이다. 라이의 당선은 민진당이 잘했다기보다는 국민당이 못하고 민중당이 선전했기 때문이다. 라이는 40.1%(558만) 득표로 국민당 허우유이의 33.5%(467만), 민중당 커원저의 26.6%(369만)를 앞섰다. 4년 전 총통선거에서 같은 당 출신 차이잉원 현 총통이 얻은 57%(817만)보다 크게 낮았지만, 중도 확장엔 실패했어도 기본은 했다. 이번 40.1%는 차이 정부의 실정과 라이 후보의 개인적 불법행위와는 무관한 '무조건 민진당' 지지층이다. 국민당이 얻은 31%는 지난 1월 16일 전체 대만인의 67%가 자신을 대만인, 3%가 중국인, 28%가 대만인 혹은 중국인이라고 답한 퓨리서치의 정체성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즉 31%(3+28)가 국민당의 기본 지지율이다. 국민당은 준비가 덜 된 총통 후보와 당 지도부의 몸사림, 우유부단으로 승리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유력한 부총통 후보를 내세운 덕에 3위를 면할 수 있었다. 혹 선거를 제대로 치렀다 해도 4년 전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가 얻은 38.6%(552만)가 최대치였을 듯싶다. 이는 국민당의 자업자득 결과이다. 천수이볜 총통 시절 대만인 정체성 교육 강화를 저지하지 못했고, 마잉주 총통 시절 탈대만화 교과서 개정에 실패했다. 그때 학생들이 이제 주요 유권자가 되었고,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었다. 민중당은 이들의 반국민당 성향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반정부 정서에 힘입어 예상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양안관계 관련, 민진당 전체를 일편단심 독립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당내엔 여러 계파가 있다. 차이가 현상유지파라면 라이는 뼛속까지 독립파이다. 재선 시 본인의 속내를 드러내겠지만 라이 1기는 여러 제약이 있다. 당장엔 바이든의 현상유지 대만정책과 여소야대 상황으로 양안정책은 로키(low key)로 갈 듯하다. 미국이 가장 선호하는 친미 인사로서 부총통 당선인 샤오메이친은 미국의 '주대만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지난 바이든 미국의 대만정책은 트럼프 못지않게 국익 우선이었다. 대만침공설 군불은 2021년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폈으나 작년 3월 1일 대만이 대규모 무기구매를 한 직후 잠잠해졌다. 이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미중 모두 상호 필요에 의해 사실상 '정전협정'을 맺었다. 총통선거 직후 바이든은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고 선거 다음 날 예방외교 차원에서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했다. 심지어 선거 직전인 9일 워싱턴 펜타곤에서 미중 국방정책조정회담까지 열렸다. 대만 총통선거가 4월 한국 총선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극단의 정치 지형과 성향은 잘 변하지 않으며 양당체제에 실망한 중도층의 향방이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둘째, 이번 총통선거에서 중풍(中風)은 없었으나 4월 총선 때 북풍은 있을까? 분다면 바람세기는 어느 정도일까. 셋째, 라이 외교는 민주·자유·가치를 내세우면서 유사 입장국들과 연대를 추구할 것인데 한국도 그 대상이다. 넷째, 이번 선거무대 뒤로 미중 국익의 이면합의가 어른거린다. 대만 내부적으로 유사시 미국이 출병할지 회의론이 적지 않다. 그럼 한반도 위기 시 미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보호할 수 있을까. 미중의 국익이 자꾸 어른거린다.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2024-01-31 18:30:10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친미성향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차기 총통으로 선출되었다. 중국은 수시로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대만 근해에 출격시키고, 라이칭더가 당선되면 "대만해협에 전쟁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대놓고 협박하면서 안보불안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대만 '독립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 중국의 노골적 선거개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래서인지 왕이 외교부장은 "대만 지역 선거는 중국의 지방 사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대만 독립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죽음의 길"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미국은 전직 고위 외교관리들로 구성된 비공식 대표단을 선거 직후 대만에 파견, 라이칭더를 면담하고 대만 차기 정부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또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외교장관 담화 등 여러 경로로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을 공식적으로 축하했다. 물론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이들 국가에 "엄정한 교섭(외교경로를 통한 항의)"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주요국의 이러한 반응과 대조적으로 한국 정부는 축하 메시지는 물론이고 대만 총통선거에 대한 그 어떤 공식적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기존 우리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원론적 언급이 전부다. 윤석열 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 등 가치를 중시하고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향하는 인태전략을 추진해왔다.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과 남중국해 등에서 '힘에 의한 현상변경 반대'라는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래서 한국의 이번 침묵은 좀 의아스럽다. 물론 중국이 핵심이익 중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로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중국이 '엄정한 교섭'을 제기하면 한중 관계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현안으로 남아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 조기 개최나 작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무산된 한중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중국의 협조를 바라고 중국 눈치를 살피려는 게 침묵의 주된 이유라면 좀 문제다. 이는 중국의 선의에 기대는 과거 대중 저자세 외교로 회귀하는 것이자, 대중외교 원칙의 부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일중 정상회의나 한중 정상회담 모두 중국의 비협조와 외면으로 성사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중국의 선의를 기대하거나 보복이 두려워 알아서 원칙을 굽히는 저자세 외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면서 대중 관계 개선에만 공을 들였던 과거 한국 정부가 중국에 끌려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중국은 그동안 한중 정상회담 재개와 관계 정상화, 경제적 당근과 보복 등의 재료를 적당히 섞어 버무리면서 한국에 대한 외교적 길들이기를 해왔다. 미일에 밀착하면서 인태전략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중국이 압박할 이유는 전임 한국 정부보다 훨씬 더 크다. 지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의 정상회담 외면이나 한때 적극적 자세를 보이던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한 미지근한 태도로의 돌변이 그렇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나 안정적 경제공급망 확보 등 우리가 마주한 대외적 도전은 대부분 중국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안보위협인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등에서 북한을 두둔하는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그동안 수출과 핵심광물 수입에서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안보 리스크가 되었다. 중국의 직접적 영향력하에 있는 최인접국인 한국의 가장 큰 외교적 딜레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다시 힘이 세진 중국에 과거와 같이 주권과 국가적 존엄을 무시당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중국이 한국을 존중하도록 하는 양자 관계를 새롭게 구축할 것인가가 우리에게 놓인 가장 큰 숙제다. 대만 선거에 대한 정부 침묵의 이유가 대중 관계에 대한 조급함에 따른 중국 눈치보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2024-01-18 18:23:16[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성향의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이에 따라 민진당은 창당 38년만에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그러나 민진당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중국이 위협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은 상황이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13일 밤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와 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558만6019표를 얻어 40.0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국민당의 허우요이 후보와 자오샤오캉 부총령 후보는 467만1021표를 얻어 33.5%의 득표율을 얻었고 민중당 커원저 후보와 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369만466표를 얻어 득표율이 26.46%다. 투표 전에는 1, 2위 후보 간 접전이 예상됐지만 개표를 시작한 이래 라이칭더 후보는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71.86%로, 2020년 투표율 74.9%에는 못미쳤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승리를 확정한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2024년 지구촌 첫 대선에서 민주주의 공동체의 승리를 거뒀다"면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대만은 민주주의 편에 설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만 사람들은 스스로의 행동을 통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막는 데 성공했다"라고 덧붙였다.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흡수 통합을 견제하려는 민진당의 기존 정책은 더 속도를 내게 됐다. 라이 후보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대등과 존엄을 전제로 대화하고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겠다"면서 "차이잉원 현 대만 총통의 대중 정책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독립 선언을 하지 않고, 현상 유지 정책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관계는 긴장이 더 높아지고 중국의 선택에 따라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커다란 균열과 충돌 우려 등 시련이 예상된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는 2024년 첫 번째의 지정학적 분수령이 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을 둘러싼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양안 관계의 기본 구도와 발전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은 벼랑끝 전술과 긴장이 지속되고, 필시 더욱 심해질 것을 사실상 확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총선 선거와 함께 진행된 11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집권 민진당, 제1야당 국민당, 제2야당 민중당 등 주요 정당 모두 과반의 입법원(의회)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민당은 전체 의석의 52석을 확보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됐다. 이어 민진당이 51석을 얻었고 민중당은 8석, 무소속이 2석을 가져갔다.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국민당은 14석을 더 얻었고 민진당은 10석을 잃었다. 대만 입법원의 정원은 113석으로, 지역구 입법위원 73석, 비례대표(지역무구분위원) 34석과 원주민 대표 6석(평지와 산지 대표 각각 3석)으로 구성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1-14 15:24:59[파이낸셜뉴스]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의 경고에도 집권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 부총통을 총통으로 선출했다. 이번 선출로 3임기 연속 민진당 소속 총통이 집권하게 됐다. 대만뉴스 매체 포커스타이완은 14일 이번 총통 선거 승부는 중국 문제를 보는 시각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 보도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20~39세인 청년 유권자들은 안보나 양안관계 보다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을 원했음에도 민진당의 라이 부호가 당선됐다. 국민당이 비록 중국과의 관계 면에서는 나을지 몰라도 대만의 주권을 양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고 대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민진당의 시각이 유권자들을 더 안심시켰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선거 결과는 대만인들이 중국과는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계속 강화하는 현정부의 정책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프랭클린 앤 마셜 칼리지의 부교수 옌웨이팅 교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많은 대만인들이 대만과 생각이 비슷한 국가들과 긴밀해지려는 차이잉원 현 정부의 접근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대만 유권자들이 중국과 가까워지려는 친중 성향 후보 선출을 경계하고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미국 웨스턴켄터키대의 대만정치 전문가인 티머시 리치 교수는 VOA에 보낸 e메일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중국에 대한 회유적 접근을 놓고 대만내 의견의 일치가 없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운동 기간동안 라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와 독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선전해온데 비해 허우 후보는 '전쟁'이냐 '평화'냐라고 강조해 왔다. VOA는 이번 선거 결과에 일부 대만인들은 미국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가져 중국의 위협에 더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안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번 선거는 중국의 경제와 군사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 유권자들이 대만은 사실상 주권국가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자유진영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원함을 보여줬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 8년간 중국 시진핑 정부가 재통일을 하겠다며 무력 통일까지 위협해온 것에 대한 대만 국민들에 대한 거부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직후 중국 외교부는 이번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하나의 중국밖에 없으며 대만도 그 일부라는 것에 변함이 없다며 이것이 대만해협을 두고 평화와 안정으로 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민중당 커 후보는 정치의 외지인인데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해 상당수의 대만 유권자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옌 교수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 국민들이 민진당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지만 국내 정책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며 커 후보의 득표를 볼 때 “앞으로 라이 당선인이 사회와 경제적 문제에 더 치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24 방송은 대만의 젊은 유권자들이 낮은 임금과 높은 물가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만의 중간 임금은 2.37%,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 물가는 임금 상승률 보다 더 높은 2.5% 오르면서 젊은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왔다. 주택 가격 상승도 젊은층들의 불만으로 방 2개짜리 아파트는 약 1000만대만달러(약 28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택의 평균 가격은 중간 연봉보다 9배 비싸 젊은 대만인들에게는 가장 큰 문제거리다. 지난 2019년에 독신자나 어린 자녀를 둔 가계들에게 임대료 보조금을 지급하는 주택정책을 마련한 것은 민진당이 젊은 유권자들로부터 지지율이 높은 요인이 됐다. 라이 후보의 승리에는 소득 불균형과 임금 상승 정체로 유권자들이 국민당 보다 민진당의 공약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1-14 15:24:40[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여당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가 예상된다. 13일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오후 18시 50분(현지시각) 기준으로 51% 가량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257만 331표를 얻어 전체 득표율 41.89%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박빙의 추격세를 보일 것으로 보였던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요이 후보는 203만 2280표로 득표율 33.12%에 그쳤다. 개표 1시간 반 뒤부터 비슷한 득표율 차이가 나타나 민진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당인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153만 2497표로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1만7795개 개표소 가운데 절반이 넘는 9214곳에서 개표 작업이 종료됐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정립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친미·독립성향으로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집권당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지, 중국과의 대화·교류 확대를 호소하는 야당 국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룰 지가 초점이었다. 당락의 윤곽은 이날 밤 9시 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함께 치러진 국회의회 선거인 입법의원 선거 투표에서는 어느 당도 단독 과반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현재는 여당인 민진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이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정권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1-13 20:05:46대만 총통선거(현지시간 13일)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 수장과 중국 차기 외교부장 기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공상단 고위급 인사가 워싱턴에서 만났다. 선거 결과에 따라 동아시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양국의 평화와 안정을 약속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블링컨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반관반민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에 방문한 류젠차오 중국 공화당 대외연락부장(중련부장)과 회동했다. 대니얼 크리튼 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셰펑 주미 중국대사 등 양국 관계에 관여하는 주요 인사가 이날 회동에 배석했다. 미 국무장관의 중국 측 공식 카운터파트는 외교부장이지만 블링컨 장관은 앞으로 자신의 대화 상대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류 부장과 회동을 외교장관 회담에 준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날 주요 논의 과제는 대만 총통선거 이후 양국 관계였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대만해협 주변에서 중국의 무력 시위 수준이 높아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각자 입장을 확인하고 압력을 강화하지 말 것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무부는 회담 후 자료를 통해 양측이 협력 가능한 분야와 이견이 있는 분야를 포함해 여러 현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선거를 두고 미국에서는 라이칭더가 당선돼 현 집권여당인 민진당 정권이 연장될 경우 정권 교체를 기대하고 있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1-13 12:47:44[파이낸셜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총통 선거 직후 고위급 대표를 대만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파견되는 대표는 현직이 아닌 전직 고위 관리들로 구성돼 가능한 공식적인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미중 긴장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소식통 5명을 인용해 국무부 전 부장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공화당의 스티븐 해들리를 주축으로 대표단을 꾸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은 취임 초 두 차례에 걸쳐 전직 고위 관료들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한 바 있다.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의 지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총통 선거 직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을 더 격앙시킬 수 있다.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바이든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관계개선에 합의한 뒤 조금씩 해빙 분위기를 형성하던 양국 관계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전망이다. 한 행정부 전직 관리는 바이든이 총통 선거 직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역풍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처럼 예민한 시기에 미국이 취할 목표는 중국과 대만 모두 긴장을 늦추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고위급 대표단 파견은 대만과 부둥켜 안는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고, 중국을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은 좀 더 모호한 행동으로 효과를 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중국은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1-11 07:32:49【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대만 총통 및 총선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대만, 양안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혜 관세 중단 등 무역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지시를 받은 총선 후보 및 가짜 뉴스 유포자를 구속하는 등 중국 영향력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일 인민일보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시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주요 내용을 중단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친미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이 대선에서 이길 경우 이 같은 조치를 본격화하겠다는 압박이다. 중국과 대만은 ECFA에 따라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나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해 왔다. 중국이 실제 무역제재에 나설 경우 대만의 대중국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11월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35%에 달한다. 상무부 대변인은 "(집권) 민진당이 독립을 주장하며 '92합의'를 인정하지 않아 대응 조처로 관세 감면 철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농간을 부리며 책임 회피를 위한 정치적 책동에 나섰다"라고 비난했다. '92합의'는 대만과 중국이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또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양안 통일에 긍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륙의 공세에 대만측의 대응도 바빠졌다.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 등 여론전에 총선 후보자와 가짜 뉴스 유포자 구속 등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9일 "대만은 양안 무역 분쟁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의견을 내고 기존 틀에서 협상할 것을 제안했으나 (중국은) 듣지 않았다"면서 "중국의 목표는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중국이 개입하지만 이번 선거는 가장 심각하다"면서 "선전이나 군사적 협박, 인지전, 가짜 뉴스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섭이 성공한다면 대만은 총통이 아닌 행정 장관을 선출하게 될 것"이며 "홍콩처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 검찰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 나선 무소속 후보를 중국으로부터 지시와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속했다. 타오위안시 검찰은 마지웨이 후보가 지난 4월 중국 여행 중 중국 공산당 간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뒤 출마 등록을 했으며 선거 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만 당국은 또 가짜 여론조사 기사를 보도했다며 대만 기자도 구속했다. 그는 중국 푸젠성의 공산당 위원회의 지시를 받고 기사를 써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대만 선거에서 중국의 정보공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군사훈련 등 압력 외에 여론몰이 등 인지전 사례도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선거 개입을 비난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1-10 18:19:17[파이낸셜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6일 여당 민진당 대표 직에서 내려왔다. 이날 치러진 그의 중간평가 성격인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데 따른 것이다. AP 등 외신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이날 단체장을 새로 뽑은 21개 현과 시 가운데 민진당이 단 5곳에서 승리하고 제1 야당인 국민당에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13곳 단체장 자리를 내준 후폭풍이다. 국민당 후보들은 타이베이를 포함해 6개 직할시 가운데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4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민진당은 직할시 가운데 타이난과 가오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자이현, 펑후현, 핑둥현에서 단체장을 냈다. 민중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에서 단체장 자리를 꿰찼다. 민진당은 2024년 총통 선거를 앞둔 이날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권 재창출에 빨간 불이 켜졌고, 타이 총통은 집권 2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차이 총통의 '친미반중' 정책에 대한 지지가 기대 이하였다는 점은 그에게 큰 타격이다. 이번 선거 기간 중국의 위협 속에서 대만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강조했지만 선거에서는 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가 인물 중심으로 치러진데다 대만 시민들이 대만과 중국이라는 양안관계보다 경제, 코로나19 방역 등 민생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한 탓에 차이 총통의 외교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2년 뒤 총통 선거를 앞둔 민진당으로서는 수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특히 타이베이와 신베이 등 대만 수도권 지역에서 국민당에 시장 자리를 내 준 탓에 2024년 총통 선거 국면에서 수세에 몰리게 됐다. 반면 지난 두 차례 총통 선거에서 연패하며 깊은 수렁에 빠졌던 국민당은 타이베이 등 수도권 표심을 휩쓸면서 선거에서 유리해졌다. 변수가 없지는 않다. 민진당은 2020년 총통 선거를 앞 둔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한 뒤 총통 선거 승리를 거머쥔 적이 있어 전망이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한편 이번 선거의 관심이 집중됐던 타이베이 시장에는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 증손자인 국민당의 장완완이 선출됐다. 올해 43세인 그는 역대 최연소 타이베이 시장이 됐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졌던 보건복리부 장관 출신인 민진당의 천스중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승리해 돌풍을 일으켰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2-11-27 05:25:25【베이징=정지우 특파원】이변은 없었다. 향후 4년 동안 대만을 이끌어갈 총통으로 차이잉원 현 총통이 결국 당선됐다. 총통은 한 나라의 정무를 총괄·집행하는 최고 책임자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통령 선거에 해당한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 당선으로 중국과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와 대만 매체 연합신문망,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50분 기준 차이 총통은 57.1%를 득표해 국민당 한궈위 후보(38.6%)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연임을 확정 지었다. 한 후보는 오후 9시께 패배를 인정하고 차이 총통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함께 출마표를 던졌던 중도우파 쑹추위 친민당 후보는 이날 4.3%를 얻는데 그쳤다. 한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나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부족했고 (지지자)여러분의 모든 기대를 저버렸다“며 ”오는 13일 가오슝으로 돌아가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는 가오슝 시장이다. 차이 당선자는 홍콩의 대규모 시위 이후 대만에서 반중국 정서가 강해지는 것을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체제)와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키로 한 합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권자들에게 이는 ‘청년의 미래를 건 도박’이라고 설득했고 중국에겐 ‘대만을 인정하라’고 외쳤다. 차이 당선자는 지난해 초·중순까진 한궈위 후보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이후 ‘일국양제를 받아들이면, 대만도 홍콩처럼 될 수 있다’ 우려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발맞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6월 대만을 40년 만에 ‘사실상의 국가’라고 인정했다. 중국의 일국양제와 상반된다. 또 대만에 2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수출도 승인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런 상황이 홍콩 시위와 엮이면서 차이 당선자의 재선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커졌다. 반면 한 후보는 지난해 11월 혜성같이 등장했다. 그는 대만 지방선거 당시 민진당 텃밭인 가오슝 시장을 20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당 자리로 만들었다. 당초 중국과 관계 개선을 주장하면서 청년층과 밀접한 유대감을 만들어 당선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연일 계속되는 홍콩 시위에도 침묵하다가 결국 유권자의 외면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중국 본토가 대만에 개입했다는 비난과 홍콩에서 지속되고 있는 시위 와중에 국가의 자주권과 민주주의,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선거를 지배했다”면서 “차이 총통의 재선으로 지난 2016년 이후 공식적인 관계가 중단된 중국과 대만 사이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0-01-11 23: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