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만전 패배로 야구 팬들이 또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투수 교체나 볼 배합에는 정답이 없다지만, 대만과의 1차전 투수교체는 결과론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아쉬움에 대해서 이순철 위원이 쓴소리를 했다. 그리고 해당 비판은 팬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유튜브를 통해 "일단 대만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또한, 만회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다. 홈런을 맞은 것은 2회였다.빠른 교체를 못 하면서 3번 타자(전제셴)에게 2점 홈런을 맞은 게 동력을 상실하게 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대만 언론 또한 “한국 팀의 투수 교체 실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전력적으로 완전하지 않다. 특히, 일본을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되었던 부분이다. 당연히 대만전에서 전력을 다해야한다는 당위성이 포함되어있다. 즉, 가장 강한 투수를 대만과의 경기에 투입해서 일단 1승을 해야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검증된 투수는 사실 곽빈이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류중일 감독이 결승전 선발로 준비를 했었고, APBC 일본전에서도 훌륭한 투구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만 언론에서 대회전 곽빈을 선발 투수로 예상한 것도 이러한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곽빈이 아닌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는 결국 패착이 되었다. 고영표는 올 시즌 좌타자에게 유달리 약한 모습을 보였고, 대만에는 좌타자가 무려 6명이 포진되어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또 있었다. 만루홈런을 허용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선발 투수가 실점도 하지 않았는데, 강판시키는 감독은 없다. 문제는 만루포를 허용한 직후 2루타를 허용했을 때 투수를 바꾸지 않은 것이다. 고영표는 후속 린리에게 대형 2루타를 맞았고, 전제셴에게 KO 펀치나 다름없는 2점 홈런마저 허용했다. 이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뒤이어 나온 불펜 최지민, 곽도규, 김서현 등이 점수는 고사하고 안타도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선발진에서 원태인, 문동주 등이 이탈한 한국 야구가 그나마 전력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박영현, 김택연, 김서현 등으로 대표되는 강속구 구원 투수진이기 때문이다. 구원 투수진의 스피드나 힘에서는 한국도 국제 무대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14일) 오후 7시 타이베이 톈무 구장에서 열리는 쿠바와 조별리그 2차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에이스 리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선발 등판하는 쿠바에도 무릎을 꿇는다면, 대한민국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다. 모이넬로는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11승 5패, 평균자책점 1.88, WHIP(이닝당 출루 허용) 0.94로 평균자책점과 WHIP 1위에 오른 투수다. 류중일호는 지난 항저우에서도 1차전 대만전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으나 2차전부터 반등했고 결국 린위민이 버틴 대만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과연, 이번에도 그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11-14 13:42:04[파이낸셜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가 고질적인 전력난으로 사흘째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발생한 화력발전소 고장으로 시작된 쿠바 정전 사태는 수도 아바나를 포함한 전국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수백만명의 국민이 불편을 겪고 있다. 정전 사태는 18일 밤 일부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재개됐지만 19일 오전 다시 전력이 중단되었다. 이후, 저녁 무렵에 당국은 전력 복구에 진전이 있다고 발표했으나 몇 시간 만에 다시 전기가 끊기며 상황이 악화됐다. 쿠바 에너지부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완전한 전력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긴급조치에 들어가 비필수적인 사업체에는 생산 중단 명령을 내렸고, 학교와 문화시설 등 공공시설도 문을 닫았다. 마누엘 마레로 쿠바 총리는 "최소한의 전기 서비스라도 보장하기 위해 경제를 마비시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10-20 20:35:02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세종학당재단과 함께 2024년 세종학당 15개국 18개소를 새롭게 지정했다. 이로써 외국인들은 전 세계 88개국 256개소로 확대된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및 한국문화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세종학당에서 온·오프라인을 통해 한국어를 배운 수강생은 총 21만6226명으로, 2022년(17만8973명)보다 약 20.8% 증가했다.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에 세종학당을 처음 개설할 당시, 전 세계 세종학당 규모는 3개국 13개소, 수강생은 연간 740명의 규모에 불과했으나 2012년 재단 출범 이후 한국어 확산을 체계적으로 지원한 결과, 매해 빠르게 성장했다. 이번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서는 각국의 한국어 학습 열기를 입증하듯 40개국 97개 기관이 신청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경쟁률(5.4대 1)을 기록했다. 한국어 교육과 국제문화교류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세종학당 지정심사위원회는 약 4개월에 걸쳐 서류 심사와 현지 실사, 최종 심사를 면밀히 진행해 운영 역량이 우수한 18개소를 최종 선정했다. 현재 세종학당이 없는 국가 중에서 올해 ‘네팔’과 ‘쿠바’가 처음 지정됐다. 네팔의 경우 고용허가제 송출 국가로 한국어 학습 수요가 매년 급증하는 데 반해 현지 학습 여건은 다소 미흡했다. 하지만 수도인 카트만두에 세종학당이 지정된 만큼,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과 한국문화 확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2월 한국과 수교한 쿠바는 다양한 문화 및 인적 교류가 기대되는 나라다. 쿠바 아바나에 최초로 지정된 세종학당이 한국어 확산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어 학습 열기가 특히 높은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어를 통한 문화 교류가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문체부는 예상했다. 올해 새롭게 지정된 세종학당 18개소는 업무위탁계약 체결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6개월 동안 시범 운영을 한 후 내년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간다. 문체부는 기존 세종학당의 운영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점검해 개선 방안을 지원하고, 운영이 미흡하거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은 과감히 지정을 해제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오는 8월 권역별 세종학당 지원·관리 체계 강화계획을 담은 세종학당 혁신방안을 발표한다"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한국어 및 한국문화 확산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6-24 06:45:50[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와 쿠바가 지난 2월 수교한 이후 첫 고위급 협의가 이뤄졌다. 양국관계는 물론 북한 문제를 비롯한 지역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카를로스 페레이라 쿠바 외교부 양자총국장과 양자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한-쿠바 수교를 계기로 제반 분야에서 협력 확대·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키로 했다. 우선 조속한 시일 내 상호 상주 공관 개설을 마무리하기 위해 협력키로 했다. 정 차관보는 주쿠바대사관 개설을 위해 상반기 중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임시사무소를 개설하고, 공관 개설 요원이 이번 주 안에 도착할 예정을 밝혔다. 페레이라 총국장은 지난달부터 공관 개설 요원이 활동을 시작해 주한대사관 개설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양측은 양국의 개발·경제협력과 인적교류 문화·스포츠 협력 등 그동안 이뤄졌던 교류를 평가하고, 당국 간 소통을 통해 활성화 방안을 찾기로 했다. 특히 쿠바 측에선 한국 기업의 대(對) 쿠바 투자와 교역을 확대하고, 농업·에너지·보건 등 분야에서의 실질 협력 증진을 희망했다. 또한 양측은 지역정세와 국제무대에서의 협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이를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논의된 지역정세에는 한반도, 즉 북한 문제도 포함됐다. 북한이 최근 오물풍선 살포와 GPS 전파 교란 도발, 또 북한군 10여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다. 쿠바는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는 만큼,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을 펴는 데에 여러 협력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 차관보는 양자협의 전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쿠바 수교에 대해 북한은 별다른 이야기는 안 하고 있지만, 자신들이 외교적 고립에 빠지게 된 매우 큰 외교적 실패라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6-12 16:01:02[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쿠바가 지난 2월 수교한 뒤 처음 서울에서 고위급 대면협의가 이뤄졌다. 양국관계는 물론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12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카를로스 페레이라 쿠바 외교부 양자총국장과 양자협의를 가졌다. 페레이라 총국장은 지난 9일 제17차 한-중남미 미래협력포럼 참석을 위해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다. 양자협의가 시작되기 전에 정 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수교 후속 조치와 실질협력 및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전날 “양자협의에서 한반도 문제도 자연스럽게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페레이라 총국장은 양국 첫 공식 면담이라는 점을 짚으며 “양자관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며 북한 문제도 논의할지 묻는 질문에는 “한국 관련 사안을 얘기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6-12 14:30:21[파이낸셜뉴스] 올해 2월 수교를 맺은 쿠바의 고위급 인사가 처음 공식방한 해 오는 12일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와 협의할 예정이다. 양국관계 전반과 더불어,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는 만큼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카를로스 페레이라 쿠바 외교부 양자총국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지난 9일 입국했다면서 “한-중남미 미래협력 포럼에 참석했고, 12일에는 정 차관보와 외교부 청사에서 양자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쿠바는 지난 2월 수교를 맺고 상호 가장 빠른 시기에 공관을 설치키로 한 만큼, 양자협의에선 공관 개설 논의를 비롯해 양국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수교 이후 첫 고위급 인사 방한이라 양국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는 빠른 시일 내 공관 개설을 위한 요원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파견해 임시사무소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고, 쿠바 측은 지난 5월 주한공관 개설을 위해 입국해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른 의제로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들어갈 것”이라며 “경제협력 확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 협력 증진 방안이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6-11 15:16:48[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와 쿠바가 상호 상주공관을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 수교를 맺은 지 두 달만이다. 1999년부터 시도해온 25년 간의 수교 노력의 결실이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송시진 조정기획관이 이끄는 우리 정부 대표단은 24~27일 쿠바를 방문해 쿠바측과 상주공관 개설 등에 대해 협의했다. 양측은 서울과 아바나에 각각 상주공관을 설치키로 합의하고, 이를 확인하는 외교공한을 교환했다. 이번 합의로 우리 정부는 근시일 내 주쿠바대사관 개설을 위해 쿠바측과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관 개설 중간 단계로 아바나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공관 개설요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양국은 지난 2월 14일 전격 수교를 맺었다.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미국 뉴욕에서 외교 공한 교환 형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최종 합의했다.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물밑 합의가 이뤄진 건 지난 설 연휴 때이고, 곧장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같은 달 13일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올라 의결됐다. 쿠바-북한 관계를 의식해 극비리에 진행됐다. 안보실에 따르면 쿠바는 1986년 3월 북한과 친선 조약을 통해 ‘형제적 연대성 관계’를 맺은 나라라는 점에서, 이번 수교는 북한으로선 가장 믿고 있던 우방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정치적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현실을 자각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리는 쿠바가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쿠바는 미국 제재는 물론 관광으로 먹고 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워낙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이념적인 것을 떠나 한국과 협력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안보실에 따르면 쿠바와의 교역은 미 제재로 인해 제3국을 통한 대금 결제를 해야 해 규모가 약 2000만달러에 불과한 상태다. 거기다 쿠바 방문 자체만으로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미 입국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두 미 제도상 문제라 우리 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4-28 20:43:06한국과 중남미 공산국가 쿠바의 수교가 부른 나비효과일까. 올해 3월에 쿠바 예술대학(ISA)에 한국어 강좌가 신설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양국 간 극적 수교 발표 이후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 섬나라에서 한류 확산 기운이 이처럼 완연하다. 쿠바가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는 건 엄청난 함의를 지닌다. 수교국 한 나라를 더하는 차원 이상이다.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혁명에 성공한 뒤 1960년 북한과 국교를 맺고 한국과 교류를 끊었다. 이후 카스트로는 반미를 코드로 김일성 주석과 죽이 잘 맞았다. 소련·중국이 참가한 1988년 서울올림픽도 북한과의 의리를 들어 보이콧할 만큼. 1980년대 개혁·개방을 택한 소련은 쿠바의 무기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김일성은 카스트로에게 AK소총 10만정 등을 무상 지원했다. 그래서 김정은 정권으로선 '형제국' 쿠바의 변심은 충격이었을 법하다. 한·쿠바 수교 발표 다음 날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북·일 관계 개선 여지를 거론했다. 일본인 납치와 북핵 문제를 거론 말라는 전제조건과 함께 "기시다 총리의 평양 방문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라기보다 서울 주재 쿠바대사관 개설이 임박한 데 따른 초조감이 잔뜩 묻어나는 대목이다. 탈냉전과 함께 노태우 정부는 사회주의권을 상대로 북방외교를 추진했다. 1989년 헝가리와의 수교가 첫발이었다. 그 성과를 토대로 김대중 정부는 2000년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노크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도 같은 기조였고, 박근혜 정부는 더 적극적이었다. 유독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던 문재인 정부만 소극적이었을 뿐이다. 한·쿠바 수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성사됐지만, 북방외교의 화룡점정인 셈이다. 쿠바는 미국과 사이가 틀어지기 전 사탕수수 수출과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였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럼주와 설탕을 뒤섞은 칵테일 모히토를 즐겨 마셨던 데서 보듯이. 그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오래 체류하면서 '노인과 바다' 등을 썼다. 52년 집권한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았지만, 북한 3대 세습정권처럼 막무가내로 쇄국을 택하진 않았다. 정치·군사적으론 북과 손잡았지만, 2005년 현대중공업의 진출을 반기는 등 한국에 경제 빗장을 열었다. 10페소짜리 지폐에 현대중공업이 수출한 이동식 발전설비 도안을 집어넣었을 만큼. 물론 피델과 라울 등 카스트로 형제가 물러난 이후에도 쿠바의 경제난은 지속됐다. 하지만 곤궁하기론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연명하는 북한이 몇 배 더할 것이다. 그러니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현 쿠바 정부가 더는 북한의 심기를 살필 계제가 아니라고 보고 한국에 다가온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말한 '소프트 파워'는 한·쿠바 수교의 숨은 동인이었다. 소프트 파워는 쉽게 말해 타국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힘)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양국 간 문화·관광 교류가 북한의 견제를 넘어 양국 수교에 불을 댕긴 기폭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명의 한국 관광객이 쿠바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이 지구촌 아이돌로 부상하면서 쿠바 내 최대 한류 커뮤니티 아르코르의 회원 수가 1만명을 넘었다. 결국 쿠바 경제에 도움이 되는 한국 관광객 증가와 한류 확산이 선순환하면서 양국 간 이념장벽을 허문 격이다. 나이 교수가 "1989년 베를린장벽이 포화가 아니라 서구 문화와 방송에 노출됨으로써 변화된 (동독)사람들의 마음이 휘두른 망치와 불도저에 무너졌다"고 갈파한 그대로. 앞으로 K컬처의 놀라운 힘이 핵무장으로 '글로벌 왕따'를 자초하고 있는 북한마저 개혁·개방의 대도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kby777@fnnews.com
2024-03-19 18:11:24[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주쿠바대사를 교체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최근 우리나라와 쿠바가 전격 수교를 맺은 데 따른 조치인지 주목이 쏠린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날 마철수 주쿠바북한대사와 만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마 대사의 이임을 계기로 한 자리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X 게시물에 “자매국가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쿠바의 지지와 연대, 변함없는 우정을 언제나 기대할 수 있다”며 “나는 외교사절로서 임기를 마치는 마 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쿠바는 북한의 ‘형제국’이라 불릴 만큼 중국·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우방국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북한에겐 적지 않은 충격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주쿠바대사 교체도 이에 따른 영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우회적으로 한-쿠바 수교에 대한 불만을 표하고 있어서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금껏 한 달 동안이나 한-쿠바 수교에 관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주쿠바대사 교체가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인 일정인지, 또 후임 대사가 누구인지 등은 향후 북한 관영매체 보도 등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3-17 17:48:10[파이낸셜뉴스] 북일정상회담 개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따른 일본 정부의 꾸준한 정상회담 희망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여지를 남겨서다. 하지만 정작 북일 간 핵심 현안인 납치 일본인 문제에 대해 북한은 거리를 두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북일회담 움직임이 나타나는 건 서로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게 윤석열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北김여정 "기시다 평양 올 수도"..日 물론 美도 호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5일 담화를 통해 “수상(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김 부부장은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를 깐 데다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관계 전망의 장애물로만 놓지 않는다면”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북일회담 개최 의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주목이 쏠리는 건 일본은 물론 미국도 반응해서다. 우선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6일 김 부부장의 담화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밝힌 북일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언급하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끊임없이 노력해오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향후 교섭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발언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김 부부장이 납북 문제가 해결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측에서도 조건부 환영을 표했다. 로이터토신 등에 따르면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사는 14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일회담 가능성에 대해 “미국은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며 지지했다. 尹정부 "서울 거쳐야 도쿄 간다" 퉁명..쿠바 수교 '맞불' 인식 깔려 윤석열 정부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나서 16일 아리랑TV 대에서 한미일 협력의 견고함을 강조하며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 워싱턴(미국 수도)과 도쿄(일본 수도)로 절대 갈 수 없다”고 퉁명스러운 반응을 내놨다. 여기에는 북한이 형제국인 쿠바가 14일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어 충격을 받은 데 대한 맞불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2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본의 북일회담 시도에 대한 한일 정부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진전된 게 거의 없는 상태로, 때문에 북한이 한국-쿠바 수교 발표 직후 북일회담 관련 담화를 낸 건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인식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와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시기적으로 한국과 쿠바 간의 수교에 대해 북일 협력관계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라며 “한국과는 적대관계를 강화하면서 일본과는 협력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운 북한연구실장은 “북일회담 카드는 북한이 국제정세 구도를 흔들기 위해 계속 가지고 있던 카드인데 한-쿠바 수교 발표 직후를 기회로 삼은 것”이라며 “한-쿠바 수교에 대한 맞불 성격이 일부 있을 것이고, (11월 대선 때) 차기 미 대통령의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 한미일 안보 협력을 최대한 흔들려는 작전수를 펼치는 것”이라고 짚었다. 日, 납북 해결 어려워도 '기시다 지지율 반등' 기회 삼을 수도 일본 입장에선 북일회담 시도를 통해 기시다 총리의 저조한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모멘텀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납북 문제를 위한 북일회담은 고(故) 아베 신조 총리 때부터 나온 거라 새로운 이야기는 없는데 달라진 건 기시다 총리의 10%대의 저조한 지지율”이라며 “납북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북일회담을 실질적으로 끌고 가려 했다기보다는 국면전환을 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납북 문제에 대한 실질적 성과가 없다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거라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북한 측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북일회담이 반등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의중을 떠보는 것”이라며 “실무접촉은 가능하니까 본격적인 협상과 별개로 이런 의지가 있는지 서로 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2-19 17:4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