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략적 명확성’이라는 대전략 수준의 철학적 기조는 ‘전략적 모호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다. 전략적 명확성은 글로벌중추국가(GPS) 외교와 한국 고유의 인도-태평양전략이라는 가시적인 대외정책을 탄생시킨 근본적인 기제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적 대외정책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시키고 글로벌 레버리지도 높였다. 과거와 달리 이제 해외에서 전문가를 만나면 한국 전문가와 단지 북핵을 넘어 다양한 국제사안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전략적 명확성으로 높아진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트럼프 2.0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전략적 명확성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는 듯한 모습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 전략적 명확성이 자칫 동맹외교만을 위해서 설계된 것처럼 오인되기도하고, 동맹을 거래로 인식하는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는 이러한 외교 철학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 측면도 없지 않다. 국제무대에서 선진강국 한국의 위상에 부합하는 역할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거나 미온적으로 대처하려는 모습도 발견되기도 한다. 한반도에 집중하여야 한다는 목소리나 인-태지역 해상교통로 보호 참가 등 원해에서 한국의 확장된 역할에 부담스러워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따라서 트럼프 2.0 시대에 대미 레버리지를 통해 윈윈(win-win) 거래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전략적 명확성에 대한 중간점검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명확성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첫째, 전략적 명확성은 편중외교가 아니다. 마치 전략적 명확성이 동맹 강화를 위한 수단 수준의 성격이 있는 것처럼 곡해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은 동맹과 유사입장국을 강조하지만 ‘포용’도 협력의 원칙으로 담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명확성은 동맹외교뿐 아니라 포용외교도 담아내고 있는 탄력적 철학이다. 전략적 명확성의 결과로 동맹이 강화될뿐 아니라 유사입장국 공조도 높아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나아가 신냉전 기제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포용외교도 전략적 명확성 하에 추진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략적 명확성은 안보와 국익확장이라는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원칙이자 철학이다. 전략적 명확성은 지정학적 이웃과 동맹을 동일선상에 두는 균형외교로는 국익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다. 나아가 이는 과도기 국제질서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험을 회피하는 수준의 저자세 헤징전략으로는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우위 선점, 북한 비핵화 및 억제 등 산적한 도전과제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셋째, 전략적 명확성은 필연적으로 무대 확장으로 연결된다. 한국에게 한반도 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한반도만을 바라봐서는 안보도 경제도 챙길 수 없다. 지리적으로는 무관한 유럽이 인도-태평양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역내가 지정학적 중심지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여는 지정학적 융합이라는 현실을 정책적으로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한반도에 얽매여 인도-태평양 국가임을 주저한다면 시대를 읽어내는 선구안 부족을 넘어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반도 외부에서 외교 레버리지를 높이고 안보 역량을 현시하면 한반도 억제에도 선순환을 창출하는 기제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외적 레버리지가 있어야 북한 비핵화나 한국의 통일정책 구상과 같은 정책적 목표를 다른 국가와 공유하고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며,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 억제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제고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명확성의 특징은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한국이 전략적 명확성을 견지해야 할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전략적 명확성이 외교적·전략적 혁신성 차원뿐 아니라 선진강국이라는 위상에 부합하다는 측면에서도 적실성 있는 대외정책의 철학적 기조라는 점을 다시한번 주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전략적 명확성 견지라는 정책성 일관성뿐 아니라 안보, 외교, 경제 등 모든 차원에서 트럼프 2.0 시대에 한미 동맹관리는 각별히 중요한 사안이 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20 14:37:24[파이낸셜뉴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은 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습니다." 김일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글로벌성장이사는 20일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현실화될 보호무역, 고금리 등 '트럼프노믹스 2.0 시대'에 대비해 중소기업의 대응 키워드를 '다변화'로 제시하고 싶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핵심 키워드는 수출시장 다변화, 수출품목 다변화, 수출채널 다변화다. 김 이사는 앞서 '미국 우선주의' 구호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인 승리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을 걱정했다. 한국은 '수출 역군', '수출 보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수출이 중요한 나라다. 무역협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 비중은 35.7%로 2020년대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중국과의 공급망 분리 등 보호무역주의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경제 참모진들은 벌써부터 달러 가치 인하를 통한 미국 상품 수출 촉진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에 국내 중소기업 업계는 트럼프 시대를 예의주시 중이다. 미국은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중소기업 최대 수출국으로 부각된 만큼 정권 교체로 인한 변화가 더욱 체감될 수밖에 없다. 거래 규모만 94억달러(13조772억원)에 달한다. 김 이사는 "미국발 관세 폭탄과 달러 가치 하락은 국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며 "개방형 통상 국가로 성장해 온 한국이 큰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이 중진공을 통해 수출 다변화 전략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중진공은 미국, 중국 외에도 16개국 25개 세계 주요 교역 거점을 기반으로 사무 공간부터 바이어 발굴, 현지 인허가·인증 등 신규 시장 발굴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지 직접 진출이 어렵다면 연평균 2000만명이 넘는 바이어가 방문하는 고비즈코리아 온라인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도 시장 다변화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진공은 코로나19 펜데믹, 지역정세 불안 및 미국발 공급망 재편 등 매년 반복되는 물류 대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업으로 인천공항 제2물류단지 내 국내 최초 중소기업 전용 항공 물류센터도 구축 중이다. 수출물품 입고·보관·포장·출고 등 모든 물류 공정이 한 곳에서 가능하도록 첨단 자동화된 스마트 물류설비를 도입해 2026년 4·4분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이사는 "보호무역 강화, 리쇼어링 촉진, 관세 정책 변화 등 여러 요소가 한국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변화를 기회로 삼기 위해선 수출 시장의 다변화, 현지화 전략 강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이 필수적으로, 중소기업의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대응을 바란다"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2024-11-19 15:57:10#OBJECT0#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국내 화학 업종들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화학 업종지수는 이달 들어 급락했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3851.05p를 기록한 이후 지난 15일 장중 3205.30p까지 빠지는 등 보름도 안 돼 -16.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2.45%, 이날 1.06% 오르며 일시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업종 내 대형주인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10% 넘게 하락해 상승폭을 제한했다. 롯데케미칼은 시가총액 3조원마저 붕괴되며 최근 15년 내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3년 연속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약 10조원의 설비 투자(CAPEX)로 올해 3·4분기 말 차입금은 10조7225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차입금 비율도 2021년 -5.3%에서 3·4분기 36.1%로 급증했다. IBK투자증권 이동욱 연구원은 "일반 기업의 적정 순차입금 비율이 20%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과거 대비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3·4분기 말 기준 3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고, 코스피 화학 업종과 코스피200 에너지·화학의 3·4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 비율이 각각 62.0%, 105.2%인 것을 감안하면 유동성 우려는 과도하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훼손된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롯데건설 추가 지원에 대한 롯데캐미칼의 명확한 의견 발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상인증권 백영찬 연구원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중국의 공격적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 지속으로 단기간 내 적자를 탈피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화학 업종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 가스 산업의 지형 변화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석유, 가스 시추 확대로 미국의 에너지 수출 증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회 요인이 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이진호 연구원은 "내년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약세가 전망된다"며 "향후 공급량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미국, 캐나다 등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화학 업종 기업들의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가 최대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iM증권 전유진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은 2025년 완연한 턴어라운드까진 아니더라도, 바닥에서 분명히 벗어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3년간 이어진 다운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가 하락과 대규모 증설 부담이 완화됐고 중국 부양 효과가 누적되고 있어 내년에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4-11-19 14:51:05"수입 물량 증가로 농축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시장 점유율도 줄어들 우려가 크다."(대한한돈협회 손세희 회장)"미중 관세 전쟁이 재발하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면, 대체 수출국은 한국과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GS&J 서진교 원장) 도널드 트럼프 2.0 행정부가 현실화되면서 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량 확대로 국내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거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정부가 비관세 장벽에 해당하는 검역 규정을 완화하라며 통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수입 금지 '사과·배' 품목 포함될까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의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낮추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 농업 부문의 시장 개방률이 약 98%에 달해 대부분의 농산물이 포함되어 있지만, SPS 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미국산 수입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남경수 KREI 전문연구원은 "FTA로 체결된 농산물도 해외에서 질병이 있는 경우 검역을 이유로 수입을 막고 있다"며 "SPS를 이유로 각 나라가 전략적으로 통상을 운영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사과, 배, 복숭아 등은 해외에서 발병하는 질병을 이유로 수입이 금지돼 있다"며, "미국이 이러한 품목에 대한 검역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SPS 규제에 막힌 '30개월 미만 월령 제한 및 가공육 수입 금지'를 지적하며 사과, 블루베리, 체리 등 원예작물에 대한 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범진 정책조정실장은 "SPS가 무역 제한조치로 작용하지 않도록 규제 효력을 약화시키면, 병해충과 가축 질병 등을 이유로 수입을 제한해 온 생과실 및 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GS&J 서진교 원장은 "미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 축소를 요구할 경우, 농산물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경우, 그 물량이 한국과 일본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축산농가의 위기…수입산 공세에 국내산 고전축산농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은 미국으로, 수입량의 35.0%에 해당하는 19만3280t이 올해 들어 유입됐다. 이는 2021년 15만4193t, 2022년 15만7473t, 지난해 17만7576t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소고기의 경우 올해 20만36t이 수입되어 전체의 45.2%를 차지했으며, 지난해에도 47.1%로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차기 정부가 추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돼지고기는 스페인, 소고기는 호주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국 측에서 수입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KREI) 김상효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가 비료와 농약 사용 등 환경 규제를 완화해 농산물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미국 농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내 시장에 더 저렴한 가격의 미국산 육류와 곡물이 유입되면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전국한우협회 서영석 정책지도국장은 "한우는 소비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과 사료비 인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늘어나면 한우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4-11-17 18:19:29'미국우선주의(MAGA)'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4대 그룹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관심은 '트럼프 코드'에 맞춘 전략적 인사에 쏠린다. 트럼프 시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요구가 더욱 노골적·전면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4대 그룹은 미국통을 대관에 전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하고 미국 관료 출신을 대외협력총괄로 영입한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사는 다른 4대 그룹 연말 임원인사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더 강해져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서 우리 재계도 긴장이 역력하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의 파격인사처럼 다른 그룹들도 새로운 미국을 잘 아는 인사들의 약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통 영끌해 전진배치 나선 재계 17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후로 미국의 자동차정책 및 관세정책이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 LG 등 다른 주요 그룹들도 이에 맞춘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해외 대관 관련 외국인 임원의 중용 혹은 미국통들의 깜짝 발탁 등이 시나리오다. 특히 최근 기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연구소, 삼성종합기술원(SAIT) 등 연구개발(R&D) 조직에서의 깜짝 승진과 해외 석학 영입 가능성이 주목된다. 삼성은 이미 올해 인공지능(AI) 연구 및 반도체 기술개발을 위해 글로벌 학계와 협업을 강화하며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 미국 내 R&D 거점 확대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해외 대관역량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산하 해외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 퍼블릭 어페어스(GPA)'팀을 실로 승격하고 외교부 출신 김원경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 사장은 외교통상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기획단 협상총괄팀을 맡았던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화당이 행정부는 물론 상원과 하원 등 의회까지 싹쓸이하면서 공화당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해졌다"며 "해외 대관 강화 기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1기를 복기하며 트럼프 2기 대응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삼성은 2014년 이미 첫 외국인 임원을 배출했다. 영국인인 데이비드 스틸 당시 부사장을 북미 총괄 기획홍보팀장으로 발령 냈다. 약 8년 후인 2022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리퍼트 전 대사는 오바마 정부 때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와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글로벌 인사 파격 발탁, 이젠 '당연' 구광모 회장 6년 차를 맞이한 LG그룹은 안정 기조 속에서도 파격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은 오는 21일께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인사를 할 예정이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관전 포인트다. LG그룹 역시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가전사업 부문에서 외국인 임원을 선임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북미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LG가 이번 인사에 이런 기조를 반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CEO 직속으로 해외영업본부를 신설했다. 해외영업본부장은 북미 지역대표를 지낸 윤태봉 부사장이 맡았다. 해외영업본부는 LG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기업간거래(B2B)를 비롯,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사업에 대한 해외지역 실행력을 강화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의 북미 확장을 위해 현지 전문가 영입과 함께 경영전략 조직의 개편을 검토 중이다. 특히 SK온과 SK하이닉스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새로운 법안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핵심 조직에 글로벌 인재를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 상반기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확대 신설한 SK하이닉스는 정·관계 네트워크와 더불어 주특기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을 앞세워 '트럼프 리스크'를 상쇄할 계획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준석 기자
2024-11-17 18:17:53도널드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농업·축산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타깃이 배터리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농축산물 시장도 압박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하며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압박 카드로 사용한 바 있다. 17일 국내 산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트럼프 2기 정부의 타깃이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2020년 166억달러(약 23조원)였던 흑자 규모는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444억달러(약 62조원)까지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도 흑자 규모는 더욱 커져 1~9월 동안 399억달러(약 56조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수준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준 미국의 10대 무역적자국 중 한국은 8위에 올라 있다.농축산물 분야는 같은 기간 34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대미 농축산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이 미국 정부의 핵심 타깃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농축산물 시장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돼지고기와 쇠고기 같은 주요 품목에 대해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요구했으며, 미국이 자동차와 철강 등 주요 산업분야에서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 한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농축산물을 협상 카드로 사용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은 "미국은 자국의 관심품목, 한국의 무역흑자 폭이 감소하는 품목 그리고 한국이 제3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최용준 기자
2024-11-17 18:09:02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트럼피즘' 여파로 내년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정부에서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교역 및 투자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중제재로 중국이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1%보다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 5월 연구원은 올해 3.0%, 내년 3.2% 성장을 전망했다. 6개월 만에 올해 성장률은 0.1%p 올랐지만 내년 예상 성장률은 0.2%p 하락한 셈이다. 이시욱 대외경제연구원장은 "올해 성장률 전망이 (5월 대비 11월) 상향 조정된 이유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민간소비와 정부지출 효과로 당초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고, 또 인도 경제도 고성장세를 달성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된 것인데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추진이 세계 교역과 투자를 저해하는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전망 키워드로 '강화되는 트럼피즘, 심화되는 성장 격차'를 꼽았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과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 심화가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렸다. 미국은 감세조치가 빠르게 시행된다는 전제하에 올해 2.1%의 안정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지역은 1.3%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했다. 독일 0.8%, 프랑스 0.9%, 이탈리아 0.9%, 스페인 2.2% 등이다. 주요 신흥국들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거리와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차별적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등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특히 중국은 내수를 지지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도입과 대중제재가 현실화되면 종전 대비 0.4%p 하락한 4.1%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중국에 대한 통상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보복관세, 또 미국의 추가적인 대응 등으로 무역에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4-11-14 18:15:06미국 공화당이 집권할 때마다 한국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이 강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 W 부시와 트럼프 1기 정부 시기 유동성 확대 정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2기는 고물가·고금리가 겹쳤다는 점에서 강세장을 예단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12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부동산원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 통계를 분석한 결과 21세기 들어 미국 공화당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한국 부동산 시장과 서울 지역은 상승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2기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다. 지난 2005년부터 2009년(1월 기준)까지 지속된 부시 2기 동안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31.73% 상승했으며, 서울은 무려 52.58%라는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음 공화당 정부인 트럼프 1기(2017~2021년)에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18.23% 상승하며 전국 상승률(8.5%)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미국 민주당이 집권했던 오바마 1기(2009~2013년)에는 전국은 10.26% 올랐고, 서울은 5.22% 하락했다. 오바마 2기(2013~2017년)에는 전국은 9.37%, 서울은 10.96% 올랐다. 바이든 정부(2021~2024년)에서는 전국은 0.65% 빠졌고, 서울은 1% 상승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의 배경으로는 공화당 정권의 특징적 경제기조가 지목된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풀었고, 이 같은 유동성 증가는 자산시장에 상승 압력을 가하며 서울과 같은 핵심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권 변화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 등 국내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공화당 집권기와 한국 민주당 정부의 집권기가 맞물렸는데, 국내에서는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이 시행됐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오히려 주택 시장의 유동성을 낮춰 서울에 매물이 잠기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한국 부동산 시장에 1기 때와 같은 상승세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고물가·고금리라는 현재의 경제환경이 트럼프 집권 효과를 제한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과거 사례들에서 보듯 국내 금리와 유동성 정책, 주택 공급 상황, 부동산 규제 등 국내 요인들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미국 공화당이 집권 뒤 기업 친화적 정책들을 펼치면서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 국내 무역수지도 좋아져 전반적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도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4-11-12 18:08:56[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 미국 주식, 달러를 비롯한 '트럼프 트레이드' 자산에 세계 각지의 돈이 몰리면서 연일 신기록이 바뀌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이후 위험을 무시하는 일종의 ‘환희’ 영역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시가총액 4200조원 넘겨다국적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11일 8만9000달러(약 1억 2465만원)를 넘겼다. 24시간 이전 대비 10% 가까이 뛰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하락했으나 8만8000달러 부근에서 머물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3일 기준 6만8000달러 수준으로 거래됐으나 미국 대선 열린 지난 5일에 개당 7만5000달러를 넘어서며 지난 3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를 약 7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도지코인 가격 역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가상자산 시장조사업체 코인젝코에 의하면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1일 기준 3조달러(약 4203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초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은 5일 이후 약 25% 급등했다. 시세 상승과 맞물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의 총운용자산은 8일 기준 약 343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이는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금 ETF(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의 자산(330억달러)보다 많은 금액이다. CNBC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10만달러를 돌파한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가상자산 매체 비트코인매거진의 CEO이자 연례 비트코인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데이비드 베일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트럼프의 대선 승리와 여당이 될 공화당의 상하원 싹쓸이를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가 공화당의 의회 장악으로 정책 운영에 탄력을 받는다고 보고 있다. 베일리는 "획기적인 법안을 위한 매우 귀한 기회"라고 강조하며 "미국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규제 완화 기대감 최고조트럼프는 과거 2019년 대통령 재임 시절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며 “나는 가상자산의 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퇴임 이후에도 비트코인이 사기라고 주장했으나 지난 3월 CNBC를 통해 자신이 재선에 성공하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사용을 단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비트코인 컨퍼런스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이 이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이자 세계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그는 동시에 조 바이든 정부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했던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비트코인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되는 투명한 규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SEC에 친(親)가상자산 인사를 배치한다고 예측했다. WP는 차기 SEC 위원장 후보로 대니얼 갤러거 전 SEC 위원이 유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기업 로빈후드에서 일하고 있으며 가상자산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비판했다. 바이든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을 공격했던 공화당 소속 SEC 위원인 마크 우예다와 헤스터 피어스 역시 위원장 후보로 평가받는다. WP는 트럼프 취임 이후 피어스가 SEC 위원장 대행을 맡고 이후 트럼프 2기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의 태스크포스(TF)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美 주식에 달러까지 뛰어, '환희' 경계해야트럼프의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자산에 투자하는 현상(트럼프 트레이드)은 미국 증시 역시 끌어올렸다. 11일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69% 오른 4만4293.13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4만4000선을 돌파해 마감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다. 같은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전장보다 0.1% 오른 6001.35로 장을 마쳤다. S&P 500이 마감가 기준으로 6000을 넘긴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또한 전장보다 0.06% 오른 1만9298.76으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머스크의 테슬라 주가도 8.96% 뛰어 주당 3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도 2.28% 추가 상승했다.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8일 기준으로 약 2년 6개월 만에 다시 1조달러를 돌파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약속했던 법인세 인하 공약과 대규모 규제 완화 조치에 흥분했다. 미국 달러 가치는 미국 증시 활황과 맞물려 가파르게 올라갔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계산하는 달러지수는 11일 0.6% 이상 오르며 지난 7월 이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의 에마뉘엘 카우 유럽 증시 대표는 FT를 통해 "지금 많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트레이드에 조만간 올라타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나타시스의 마부로크 체토우아네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트럼프 2기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대한다며 "보호무역주의 전망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규제 완화와 동시에 관세 인상 및 정부 지출 확대를 주장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된 10년물 미국 국채 가격은 5일 급락한 이후 7일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소폭 반등했다. 미국 씨티그룹의 드류 페티드 미국 증시전략국장은 "시장은 지금 환희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시장친화 정책을 생각하는 긍정론자들이 우세하다"면서 "그들은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나쁜 일에 대한 논쟁을 생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1-12 09:58:55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으로 인플레이션이 강화되면 달러 가치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미·중 갈등이 글로벌 달러 강세로 이어진 2018~2019년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미국증시는 단기적으로 호황을 보이겠지만 트럼프가 공약한 관세인상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달러 패권의 강화·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수출액 감소로 이어져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일 수 있는 만큼 미국증시와 가상자산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지난 5일 미국 대권 향방이 결정된 직후 원·달러 환율과 미국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가상자산을 공식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트럼프의 승리로 가상자산도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는 11일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장,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등 거시 경제·금융 전문가 3인과 글로벌 금융·자산시장에 대한 전망을 주제로 지상좌담을 개최했다.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약한 정책이 실현되면 미국 물가 인상과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집권 초기 달러 약세 유도책을 시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플레이션'과 보호무역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4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중국이 일제히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0.8%, 1.3%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가치 전망은. ▲정 소장=미국의 자국우선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발생하는 무역갈등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재정적자 및 국채발행 확대,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부상할 것이다. 이는 곧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을 의미한다. 글로벌 달러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다. 과거 트럼프 1기 중 무역갈등이 심화된 2018~2019년에도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박 대표=트럼프가 내세운 보호무역(관세인상), 자국우선주의, 대중국 전략적 디커플링 정책 등은 미·중 갈등 확대, 전 세계 교역 감소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다. 이는 곧 강력한 글로벌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관세 인상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재정지출 확대, 이민정책 강화에 의한 인건비 상승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 센터장=트럼프 2기 행정부 1~2년차에는 경기 부양과 통화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 행보에 나설 수 있다. 감세에 따른 세수 충당, 정부지출 확대에 필요한 국채발행을 위해서는 저금리 통화정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중국 등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 ─트럼프와 파월(연준)의 갈등이 길어질까. ▲김 센터장=트럼프가 고금리 정책을 강도 있게 비판해온 만큼 집권 1년차, 연준의 금리인하를 더 압박할 수 있다. 암묵적인 금리인하 압박에 인하 폭과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기업의 조달금리를 높이고, 주가 상승을 방해하는 고금리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트럼프는 '레드스윕'을 달성하기 위해 내년에는 저금리를 선호하고, 경기부양에 우호적인 연준 의장을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파월 의장은 트럼프의 압박에도 연준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준에 대한 영향력은 실제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제의 주요 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점진적인 금리인하 경로를 제시하고 있어 트럼프가 과도한 금리인하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이다. ▲정 소장=오히려 트럼프 당선이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면서 금리 상승 압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마냥 금리인하를 종용하기는 어렵다. 연준(파월)과의 갈등이 크게 부각될 이유도 없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에 따른 우리 경제의 변화는. ▲정 소장=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고 60%의 관세 부과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이어지고, 중국도 보복에 나서면서 양국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여전히 대중 수출 비중이 약 20%에 달하는 우리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 대표=미국의 보호무역은 한국의 대미 수출과 대중 수출을 모두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수출 둔화에 따른 국내 경기 하방위험 확대, 무역적자 확대는 원화 약세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9년 국내 GDP 성장률 하락폭(0.4%p)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감소(0.2%p)와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투자·소비 위축(0.2%p)으로 구분해 추정했다. 수출 연계성 등으로 위안화와 강한 동조성(2010년 이후 위안·달러와 원·달러 간 상관계수 0.75)을 보이는 원화는 약세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센터장=보편관세 부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대중국 관세 60% 부과 시 한국 경제와 주요 산업은 글로벌 교역 위축의 간접 피해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 폐기와 칩스법 무력화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차전지, 자동차, 중국 소비주, 인터넷, 반도체 등 상당수 산업이 영향권이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우려를 선반영한 데 따른 정상화, 상승국면 전개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정책이 구체화되면 한국 경제, 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트럼프 당선 후 금리 정책은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 센터장=채권시장 관련 한국과 미국 모두 선거 이전부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진행하고 있어 기존 정책 흐름에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도 상반기까지 한국과 미국 모두 인하 사이클의 지속을 예상한다. 주식시장은 파월 의장이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과 같이 행정부 정책과 통화정책은 별개 영역이다. 이를 예측하거나 가정해서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박 대표=미국 인플레이션 확대를 통한 미 통화정책 경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내수 회복세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면. ▲정 소장=트럼프 트레이드 현상으로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채권, 가상자산, 원자재, ETF 등 각종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트럼프 정부가 IRA 폐지와 관세 강화 등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내세움에 따라 미국 증시에는 우호적이겠지만,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친(親)가상자산 행보를 보여온 정책에 대한 기대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자산이 몰리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향후 미국 주식시장의 호조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집중하기보다 미국의 거시정책 변화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박 대표=가상자산시장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비트코인 가격 급등을 견인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의 금융산업·가상자산 규제 완화는 궁극적으로 규제 완화를 원하는 국내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는 전통적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전력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도 예고했다. 또한 AI 산업의 성장과 데이터센터 수요를 지원하기 위한 전력공급 강화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 변화들은 화석연료산업, 전력설비, 건설·인프라, 원자력발전 등 관련 업종·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센터장=수혜 업종으로 바이오·의약품, 조선, 건설, 기계 등을 꼽는다. 바이오·의약품은 제네릭, 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생물의약품 관련 복제약) 사용 촉진이 우호적이다. 블록버스터급 의약품 특허가 만료 예정이다. 이는 한국산 바이오 시밀러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 조선은 미국 내 LNG, LPG 수요 증가로 운반선 발주를 기대한다. 건설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시 재건 사업 수혜를 기대한다. 기계는 건설, 운반, 하역기계, 화력발전, 가스터빈 등 관련장비·부품 수요 확대를 기대한다. mj@fnnews.com 박문수 이승연 기자
2024-11-11 18:1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