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명언이다. 즉 미래를 예측에 의존하며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전략과 계획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요 국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디지털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5G·6G, 양자 등 정보통신기술(ICT)로 대표되는 디지털 혁신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ICT 표준은 혁신을 가속화하고 시장경쟁을 촉진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이러한 표준은 기업에 기술 개발을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시장 확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인터넷 시대를 시작한 TCP·IP 프로토콜 표준은 전 세계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 정보공유와 협력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다. 또한 국내에서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해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로밍 서비스 등도 표준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실생활에서 유익하면서도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보편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ICT 표준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디지털 시대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후발주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진다.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그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효과와 같이 디지털 시장을 선점한 자는 더 많은 이용자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혁신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 기술에 대한 국제표준 선점은 글로벌 ICT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는 ICT 표준을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간주하고 관련 정책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2023년 5월 핵심·신흥 기술표준전략을 발표하며, 연방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와 표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은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그램(2021~2027)을 통해 R&D와 표준 연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국가표준화 계획을 통해 기술 혁신과 국제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8월, '국가 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024~2028)'에서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12대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와 국제표준 선도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민관 협력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해 국제협력을 통한 국제기구에서 주도권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글로벌 ICT 표준 컨퍼런스(GISC 2024)' 개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11월 4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이 행사는 'ICT 표준과 지식재산: 포용적 혁신'을 주제로, 국가 전략기술에 대한 표준화 동향과 전략을 공유하고, ISO/IEC JTC 1 국제표준화 총회와 함께 올해 우리나라 주도로 설립한 국제표준화기구인 첨단항공교통국제연합(G3AM)과 양자정보기술 분야 표준화기구인 QuINSA 등 국제워크숍과 연계함으로써 국제협력을 통한 리더십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디지털 시대의 룰 세터(Rule Setter)로서 민관 협력을 통해 ICT 표준 개발을 선도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미래 디지털 질서를 주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2024-11-04 18:46:40[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치열한 레이스를 펼치는 가운데, 당선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배터리 산업은 당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축소 가능성이 있어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3일 한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으로 '한미 산업 협력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내 투자 확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AI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에 더해 엔비디아 연합 대 반엔비디아 연합(UA링크) 간 대결 구도를 감안해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반도체 패권을 위해 '동맹국 클러스터 중심' 대외정책을 펼치는 반면, 공화당은 '자국 중심'을 주장하고 있다. 권 교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칩스법 개정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 강화 가능성이 큰 데 반해, 트럼프가 되면 칩스법 상 가드레일 조항과 보조금 수령을 위한 동맹국 투자 요건 강화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반도체 산업의 주요 관심사는 AI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반도체와 인재 확보가 필수인데, 만일 트럼프가 된다면 이 두 가지를 중국으로부터 철저히 차단시키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3D 메모리칩이 중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반도체 첨단장비의 중국 내 반입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트럼프 당선 시 반도체 투자 지원이 자국 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직접 보조금이 필요한 만큼, 국회 내에서 반도체 특별법 등이 신속히 검토되고 통과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분야에서 IRA 혜택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배터리 전쟁'의 저자 루카스 베드나르스키는 "최근 수십 년간 미국 제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법안은 IRA"라며 "해리스가 당선되면 IRA를 포함한 배터리 정책 전반의 기조가 유지될 것이지만, 트럼프가 된다면 IRA 혜택이 축소되어 한국 배터리 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해법으로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미국 기업들이 채굴한 리튬을 활용할 수 있고, 양국 기업과 대학 간 공동 연구개발(R&D) 추진은 물론 한국 배터리 연관 스타트업들이 미국 벤처자본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탈중국 배터리 공급망 정책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같은 미국의 배터리 정책 기조를 전제로 "배터리 원료·소재의 내재화 및 조달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두 후보의 탈중국 공급망 정책이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의 광물자원 확보, 소재 가공 및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중국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고 미국 공급망 분야의 핵심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9-23 09:53:57[파이낸셜뉴스] 26조원의 반도체 지원 대책을 내놓은 정부가 글로벌 '패권경쟁'에 대한 지원 의사를 강조했다. 다만 올해도 '세수펑크' 등 불안한 재정 여건이 지속되며 팹리스·인프라·생태계 등 '포인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말 이건 정부가 줘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이 됐든 검토를 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도 반도체 분야에 총 26조원 규모의 '패키지 지원' 방침을 내세웠다. 기업 750억원·정책금융 750억원·민간 출자 1500억원을 포함한 총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설계하고 실제 지분투자도 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정부는 직접적인 재원 투입보다 펀드·저리대출 등 자금지원을 통한 지원책을 골자로 삼았다. 대정부 질문에서도 직접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최 부총리는 "정부가 재정을 아끼려고 우리 기업들 지원 의사가 없다든지 지원 의지가 약한 것은 절대 아니다"며 "어떻게 지원하는 게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느냐 그런 고민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재정 보조금이나 직접 보조금을 받아서 생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구개발(R&D)이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나 생태계 지원, 인력 양성 등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원을 강조한 부분은 팹리스 산업이다. 최 부총리는 "생태계적인 접근을 해야 된다고 한다"며 "자칫 보조금이라고 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재정이 팹리스의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한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9-11 16:55:35[파이낸셜뉴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이 "기존의 대출·보증 위주 업무에서 복합금융 확대, 개발금융기관(DFI) 수행, 투자업무 활성화, 금고(treasury) 기능 강화 등을 통해 업무를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1일 윤 행장은 '창립 48주년 기념사'를 통해 "전통적인 수출신용기관을 넘어 국제협력은행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산업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전통적인 수출금융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우리 수은의 목표는 빠른 추격자가 아닌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선도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또 최근 각국의 경제·산업정책이 외교·안보전략과 맞물리며 대외정책금융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정책 대응능력을 강화하겠다고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윤 행장은 "수은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수단을 패키지화해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금리경쟁력을 제고해서 해외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자"며 "새로 담당하게 된 공급망안정화기금 업무와 경제외교 지원업무도 차질없이 수행해서 성과를 내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조직문화 측면에서 윤 행장은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혁신하는 조직'이 되자"며 "스스로에게 엄격한 '청렴한 수은'이 되자"고도 언급했다. 끝으로 "한편으로는 '새로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까?'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커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의연하게 뚜벅뚜벅 걸어가자. 머리를 맞대고 힘 모아 함께 성과를 만들어가자"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7-01 17:43:19【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절반의 성공.' 지난 10일(현지시간) 마무리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년 만의 유럽 순방에 대한 평가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유럽 지역에서 중국의 생존 공간과 활동 영역 확대가 목적이었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 동맹국들의 대중국 견제와 압박이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중국의 경제적 전략적 생존 공간 확대의 확보가 절실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서구 국가들 사이의 틈을 벌리고 대중 공동 대열을 무너뜨리기 위한 순방이란 평도 나왔다. 그러나 첫 방문지인 프랑스부터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어려움이 가득한 첩첩산중 속에 놓여있음을 확인케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나 최상급 의전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EU, 중국 EV 등 고관세 부과 경고시 주석은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을 진행했다. 그만큼 EU와의 협안 협의가 급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 중국산 전기자동차(EV)에 대한 고관세 부과와 첨단 기술 이전, 우크라이나전쟁 등과 관련한 중국 기업 제재 등에서 별다른 타협점이나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다. EU와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힘든 행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EU는 중국산 EV에 미국이 부과하고 있는 수준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25% 내외로 예상된다. 중국산 EV에 대한 진입 장벽을 치겠다는 것으로 양측의 무역마찰 격화를 의미한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국 산업의 보호란 측면에서 EU와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 시 주석을 압박했다. 당초 프랑스 방문에서 선물로 거론되던 대대적인 중국의 에어버스 구입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렇지만 외교 문제 등에서 미국, 영국 등과는 다른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온 프랑스와 접촉 면과 공감대를 넓힌 것은 그나마 수확이었다. ■세르비아·헝가리 관계 격상 반면, 세르비아와 헝가리 방문에서는 각각 양자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중부 및 동부 유럽에서 교두보를 더욱 확실하게 다졌다는 성과를 얻었다. 중국은 이들 두 나라와 투자 확보와 유럽 시장에서의 거점 제공이라는 서로의 경제적 실리를 교환했다. 투자와 경협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겨냥했다. 특히 EU 가입국가인 헝가리를 통한 유럽시장 공략 루트를 확보했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헝가리는 일대일로에 EU 회원국 중 최초로 참여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비야디(BYD)가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 유럽 최초 공장 건설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충전 설비 공급망 배치 등에 합의,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굳혔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헝가리에 160억달러(약 21조9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세르비아에서 시 주석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미래를 공유하는 중국·세르비아 공동체' 창설에 관한 공동 성명에 서명했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연합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부치치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낸 것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시 주석의 헝가리 방문 등과 관련, "양국간 협력은 다른 EU 회원국들의 모범이 돼 진영 대결을 넘어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중국이 유럽에 '도전이 아닌 기회'이며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임을 강력하게 보여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june@fnnews.com
2024-05-12 18:16:00#OBJECT0# #OBJECT1# [파이낸셜뉴스] 대만 총통 선거에서 반중 성향의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인 대만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반도체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남아 확장 전략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에 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국내 집중 투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책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TSMC에 러브콜' 싱가포르 "파격혜택" 28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TSMC와 자회사인 뱅가드반도체국제그룹(VIS)의 공장 유치를 위해 △토지 △수자원 △전력 △인재 혜택과 더불어 파격적인 세제 및 보조금 혜택을 제시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구체적으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VIS가 차량용 반도체 칩 생산을 위해 20억달러(약 2조6760억원)를 들여 첫 12인치(30㎜) 칩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TSMC와 자회사 VIS의 싱가포르 공장 신설설은 2022년에도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TSMC가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에 널리 사용되는 7∼2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공장 설립 가능성을 싱가포르 정부에 타진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공장 신설로 이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연구개발(R&D), 설계, 소재·장비, 제조, 테스트, 인프라까지 잘 구축된 싱가포르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글로벌 연구기관들은 현재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에서 반도체 비중이 7% 선인데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과 애플에 칩을 공급하는 파운드리 점유율 3위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9월 약 5조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새 공장을 완공했으며, 4위인 대만의 UMC도 싱가포르에 새 공장을 건설 중이다. 세계 3위의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 유럽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STM, 칩 설계 기업인 AMD, 테스트사인 아덴텍도 싱가포르에 둥지를 틀고 있다. 현지 업계는 반중성향인 라이칭더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되고, 반도체 신공장 건설 과정에서 지방정부와의 마찰로 계획이 연이어 좌초되면서 TSMC가 일본, 미국, 독일을 넘어 싱가포르를 유력 해외 생산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시선이다. 말레이·베트남도 부상..삼성·SK '국내 투자 올인' 싱가포르 외에도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반도체 패권경쟁을 틈타 '포스트 차이나' 지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페낭은 인텔, AMD, 브로드컴, 인피니언 등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낙점했다. 독일 기업인 인피니언의 경우 독일 현지보다 말레이시아 고용 인력이 더 많다. 인피니언은 70억유로(약 10조1696억원)를 투입해 차세대 전력반도체인 탄화규소(SiC)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 베트남도 반도체 생산기지로 주목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의 접견 후 "총리에게 베트남을 엔비디아의 제2의 고향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차이나'를 노리는 베트남은 2030년까지 첫 팹(반도체 제조 공장) 건설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웠다. 현재 인텔과 일본의 르네사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했으나 패키징, 테스트, 설계에 한정돼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각종 세제 혜택과 값싼 인건비와 더불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구축된 반도체 생태계는 매력적"이라면서 "특히 한국이 출산율과 석·박사급 고급 인재 배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달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석·박사급 반도체 전문 인력이 현재 많이 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1-28 15:53:17[파이낸셜뉴스]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울산광역시 소재 기업 고려아연을 방문해 "이차전지(배터리)는 우리나라 안보·전략 자산의 핵심이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최대 승부처"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고려아연과 계열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 기공식'에 참석해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부문 세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이차전지 소재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감사하다”면서 "이차전지 원재료 확보와 가공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때에 국내에서 양극재의 핵심 광물인 고순도 니켈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의미가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의 안정화·자립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가 방문한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고려아연과 켐코는 올인원 니켈제련소 건설을 위해 5063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니켈’은 전기자동차에 가장 많이 쓰이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다. 최근 자동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 니켈의 함량을 80% 이상 끌어올린 하이니켈 2차전지가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제품이다. 고려아연과 켐코는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통해 세계최초로 니켈이 함유된 다양한 원료를 처리한 고순도 황산니켈을 경제성있게 생산할 계획이다. 한 총리는 "이차전지 산업정책의 주요한 목표는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다"면서 "이를 위해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핵심 광물 보유국과 통상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광물가공과 소재 생산, 배터리 제조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까지, K-배터리 산업의 전(全) 주기에 걸친 선순환 생태계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하려 한다"면서 "기술 초격차의 마중물이 될 R&D와 규제혁신에도 심혈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니켈제련소 기공식 참석에 앞서 고려아연의 현장 근로자를 격려하고자 이들과 함께 오찬을 가졌다. 연구개발∙생산, 임신∙육아 등 여러 직무와 근로여건을 가진 근로자가 참여해 격의없이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애로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총리는 오찬에 앞서 “현장 근로자들이 경제와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규제혁파 및 인프라 개선 등 이차전지 특화단지 육성을 위해서 노력하겠으며 참석하신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애로사항이 있다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3-11-15 15:32:03#OBJECT0#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기업이 기술패권 경쟁을 선도할 것으로 주목받는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역량 확보를 위해 손을 잡았다. 오픈랜 기술은 통신사가 하나의 장비제조사 장비에 종속될 필요없이 표준·개방형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장비 성능 및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오픈랜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지난 4월 출범한 '오픈랜 인더스트리 얼라이언스(ORIA)'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ORIA 출범 선포식을 개최했다. ORIA는 통신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유관기관·단체가 의장단사로 있는 단체다. 소프트웨어 기업 등 29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다. 정부와 ORIA는 2026년 64억달러(약 8조5504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픈랜 시장 선점을 위해 민관 및 기업 간 협력, 국내외 시장 진출 확대, 인프라 구축,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도 이날 출범식에서 전 주기 상용화 지원 인프라 구축, 기술·표준 경쟁력 확보, 민관 협력 기반 생태계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오픈랜 생태계 지원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시험·실증 체계를 확대해 국제인증체계(K-OTIC)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 및 글로벌 협력 기회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장비제조사 중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디시네트워크에 vRAN(가상화 무선접속망)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오픈랜 가상화 솔루션 등을 현지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계기 전문업체 쏠리드와 미국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이들과 함께 실내외 오픈랜 테스트를 지속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통신장비 제조업체 '이노와이어리스'와 오픈랜 테스트 과정 중 연동 오류 시 이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시험 검증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네트워크를 둘러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오픈랜은 기술패권 경쟁을 선도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며 "ORIA를 중심으로 민·관, 대·중소기업 간 협력과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오픈랜 기술과 표준 관련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해 향후 국제 공동연구 등 첨단기술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3-08-16 15:16:43[파이낸셜뉴스]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4일 국가표준기술원 홈페이지에 '2022년 국가표준백서'를 공개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백서에는 최근 미국의 8대 핵심기술 국가 주도 표준전략 발표 등 기술 패권 경쟁 시대를 준비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의 지난 일 년간의 정책 성과가 담겼다. 백서는 총 5부 18장으로 구성됐다. 정책 성과를 기사 형태로 정리한 10대 뉴스, 표준·제품 안전·시험 및 인증·기술규제 등 4대 정책 및 주요 실적을 정리한 1~4부, 전기·전자, 기계, 바이오 등 31개 산업의 최신 표준화 동향을 담은 5부 순서다. 이를 위해 약 70명의 담당자가 집필했다. 진종욱 국표원장은 "백서는 과거를 연구하여 미래를 산다"며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첨단산업의 표준 선점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08-03 14:05:06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양자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자기술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자기술은 아직 국방분야나 전문가들이 활용하는 슈퍼컴퓨터 등 쓰임새가 한정돼 있다. 실생활에서 사용할수 있는 응용분야는 아직 미개척지와 같아 젊은 과학자들의 다양하고 참신한 연구로 선점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한인과학기술인 대회 참석차 귀국한 중국 칭화대 김기환 교수는 6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20세기 중반 최초로 개발된 컴퓨터 '에니악'과 비슷하다"라고 비유했다. 김 교수는 중국 칭화대에서 이온트랩을 이용한 양자컴퓨터와 시뮬레이터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 석학이다. 양자기술이 적용된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이라는 원리를 이용해 기존 컴퓨터 보다 많은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김 교수는 "양자기술이 여러가지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어 굉장히 위협적일 수도 있고, 혁신적일 수도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4년간 약 28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양자기술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투입했으며, 지금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2035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양자경제 중심국가로 도약한다는 양자과학기술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정부의 양자핵심인력 2500명 양성 계획과 뜻을 같이했다. 그는 "이같은 대내외 환경에서 우리나라가 세울 전략은 양자기술 연구에 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겼다. 양자기술 연구는 컴퓨터와 통신, 센서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양자컴퓨터와 양자센서 분야에서 중국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양자통신은 중국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양자통신은 연구단계를 넘어 응용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며 중국이 이를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인력과 자금을 늘려 더 빨리 미국 수준에 도달하거나 앞서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7-06 18: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