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무순위 청약(줍줍)'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줍줍에 무려 294만명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세차익 10억원 줍줍에 청약홈 서버가 이틀 연속 지연되고, 접수 시간이 연장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줍줍 시장이 '광풍' 수준으로 달아오르면서 ‘패닉바잉’ 진원지가 됐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줍줍 청약시장이 시세차익을 노린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동탄역 롯데캐슬 줍줍은 광풍이나 다름 없다"며 "분양가는 폭등하고 집값은 뛰면서 로또 줍줍 청약 시장은 앞으로 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줍줍 청약자격, 유형 따라 다르다 무순위 청약은 지난 2018년 12월 이전까지는 사업자가 선착순으로 판매하거나 특정 장소에 희망자를 모아 놓고 추첨하는 방식으로 공급됐다. 밤샘 줄서기나 대리 줄서기, 공정성 시비 등이 끊이질 않자 이후부터 청약홈에서 입주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현행 줍줍 제도를 보면 무순위 청약은 입주자모집 공고 이후 잔여 물량의 발생 원인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무순위 사후 접수 △임의공급 △계약취소주택 재공급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유형에 따라 청약자격 요건도 다르다. 우선 무순위 사후 접수는 최초 입주자모집공고시 경쟁이 발생해 당첨자 및 예비 입주자를 선정했으나 자격 미달이나 계약 포기 등으로 잔여 물량이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경쟁 발생 여부는 주택형별로 판단한다. 이른바 미계약 물량이다. 이같은 무순위 사후접수는 만 19세 이상이면 거주지, 주택소유 여부 등에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다. 통상 '전국구 청약'으로 불린다. 임의공급은 최초 및 무순위 입주자 모집 공고시 경쟁이 발생하지 않아 미분양이 된 경우를 말한다. 앞서 미계약과 다른 개념이다. 임의공급(미분양) 청약자격 요건은 사업주체가 정한다. 유주택자를 포함해 국내 거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전국구’ 청약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취소주택은 불법 전매나 위장 전입, 위장 이혼, 통장 매매 등 공급 질서 교란 행위로 인해 계약 해제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된다.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계약이 취소된 경우다. 눈여겨 볼 점은 계약취소주택 청약자격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세대 구성원 또는 세대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294만명이 몰린 통탄역 롯데캐슬 전용 84㎡ 1가구의 경우 무순위 사후접수(미계약) 물량으로 전국구 청약이 가능했다. 반면 계약취소주택 4가구는 화성시 무택자만 신청할 수 있었다. ■처음보는 줍줍 광풍...투자자도 가세 줍줍은 유형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도 다르다. 우선 중복청약 여부를 보자. 부부간은 예외지만 계약취소주택의 경우 규제지역 여부에 상관없이 당첨자 발표일이 같으면 청약자 1명이 중복으로 신청하는 불가능하다. 당첨자 명단 관리대상이기 때문이다. 중복 당첨된 경우 모두 부적격 처리된다. 반면 임의공급은 당첨자 명단을 관리하지 않는다. 중복청약이 허용되는 셈이다. 무순위 사후접수는 규제지역에서만 당첨자 명단이 관리된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중복청약이 가능하다. 줍줍은 원칙적으로 세대 구성원 모두가 청약할 수 있다. 하지만 입주자모집 승인 과정에서 세대주로 한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문에 입주자모집공고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이 외에도 재당첨 제한 여부, 동일 주택 기당첨자 제한 등에서 유형과 규제지역 여부 등에 따라 다르다. 줍줍 청약제도도 일반 청약처럼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 유형별로 각기 다른 규정이 적용되지만 줍줍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계약취소주택을 제외하고는 지역 구분없이 유주택자도 넣을 수 있어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단지마다 수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줍줍 열기는 최근 들어 더 달아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경우 3가구 줍줍 접수에 101만명이 신청했다.이번에 '동탄역 롯데캐슬'에 300만여명이 몰리며 종전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청약 결과에 대해 “지난 2005년 용산 시티파크 분양 이후 처음 보는 수준의 광풍”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는 계속 오르고 공급 불안 우려가 있다 보니 실수요자 뿐만 아니라 투자자까지 뛰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연구원은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주목을 받았다”며 “특정 단지에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예전에 찿아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고 말했다. ■ "줍줍 시스템 보완해야"...부작용 양산 이런 가운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무순위 청약 시장은 일부 줍줍 단지의 경우 'N차' 분양에도 입주자를 모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특정 단지 쏠림은 더 심해지는 상황이다. 줍줍 시장에서도 양극화의 골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묻지마 청약’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다. 일단 넣고 보자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경쟁은 과열되고, 정작 실수요자의 당첨 기회는 줄어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종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무순위 청약에서도 과도한 청약 집중에 의한 과열 방지와 청약시장 왜곡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를 위해 거주 자격, 보유 주택수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순위 청약이 현금 부자들의 잔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높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아파트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만큼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청약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세차익을 위한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전문위원은 “마땅한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줍줍 단지에는 광풍 수준의 열풍이 불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시스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여러 방안을 심도 깊게 논의 및 검토해 볼 단계이다”라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4-07-31 14:42:17또다시 부동산 시장에 '패닉바잉(Panic Buying)'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패닉바잉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억눌렀던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기승을 부렸다. 사실 패닉바잉은 스포츠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이다. 패닉바잉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과다 지급 또는 구매하는 비이성적 행위를 뜻한다. 스포츠 선수 이적시장에서 영입대상이 줄어들 때 거액의 이적료를 들여 선수를 데려오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패닉바잉을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낸 것은 파이낸셜뉴스의 공이 컸다. 본지는 2020년 6월 15일자 신문에 "하반기 부동산 패닉 바이(Panic Buy) 현실화?"라고 보도했다. 당시 기사에서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가 21번째 부동산 규제카드를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하는 정책효과보다 오히려 정책 실패에 따른 부동산 시장 상승세로 인해 매수 대기자 사이에서 '패닉 바이(Panic Buy)'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고 진단했다. 이후 패닉바이는 패닉바잉으로 변신하며 '묻지마 매수'라는 말을 대신하게 됐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패닉바잉 현상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것이다.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진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거나 보합권에 머문다. 공급이 줄어들면 수요자들은 이를 귀신같이 알고 매수에 나서면서 가격을 끌어올린다. 그 때문에 이를 조절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하다. 수요·공급의 원칙이 깨지면서 가격왜곡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 탓에 공급을 제대로 늘리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가계대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과수요를 방치했다. 두 가지 현상이 합쳐져 지금의 패닉바잉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착공 후 입주 때까지 3~4년 이상 걸린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착공한 물량은 윤석열 정부 초반기 입주물량이 되는 셈이다. 7월 현재 서울·수도권 입주물량은 2013년 7월 이래 가장 적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 서울·수도권은 2749가구가 입주하는데 지난 2013년 7월(2094가구) 이래 월간 기준으로 가장 적다. 그렇다면 향후 부동산 시장을 엿볼 수 있는 착공물량을 보자. 올해 1·4분기 전국의 아파트 착공실적은 역대 두 번째로 저조했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주택건설실적통계(착공)'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전국 아파트 착공실적은 3만7793가구로, 전년 동기(4만6128가구) 대비 18% 감소했다. 이는 2011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삼성증권은 최근 '주택시장 전망 2014년 데자뷔' 보고서를 통해 공급충격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은 아파트 분양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2023년 분양 급감으로 2026년까지 입주량 감소는 예견된 미래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대체재인 빌라의 2024년 준공실적이 빌라 전세사기, 역전세 여파로 전년 대비 4분의 1가량으로 떨어졌다. 오피스텔 준공물량도 전년 대비 절반가량이다. 그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 2026년 아파트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내 집 마련에 나서야 하는 서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경제 문제를 정치화할 때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어느 순간 부동산 시장도 정치가 장악해 버렸다. 분석 대신 주장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예견된 미래조차 손놓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이 야속할 뿐이다. courage@fnnews.com
2024-07-17 18:07:04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본격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세로 매매거래는 늘고, 전세거래량은 줄면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전세거래 감소에도 전세가율이 11개월 연속 오름세를 타고, 외지인들의 원정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갭투자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5월 4974건으로 5000건에 육박한다. 이날 기준 6월 거래량은 4251건으로 한달여 남은 신고기한을 감안하면 전달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비해 5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9987건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만3652건에서 4월 1만239건으로 줄더니 1만건이 무너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월 기준으로 1만건 이하로 떨어진 것은 '패닉바잉' 붐이 일었던 지난 2021년 9월(9814건) 이후 32개월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전세가격 상승과 사기 여파 등으로 월세로 이동한 수요도 있지만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수요가 내집마련 수요로 돌아선 영향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통상 집값이 하락할 때 전세거래는 늘고, 집값이 상승할 땐 전세거래가 줄어든다"며 "집값이 반등하자 이번 기회에 내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갭투자의 지표인 전세가율의 상승도 매매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해 7월(50.94%) 이후 올해 6월(53.67%)까지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전세가율 상승은 서울 아파트에 대한 원정투자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갭투자가 가능해져서다. 특히 강남3구 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마용성'에서 활발하다.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마용성 전체 거래에서 갭투자 비중은 17%로 강남3구(15.7%)를 넘어섰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마용성에서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15억원 내외에 전세 7억원 물건을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경우 매수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지표들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20% 올라 15주 연속 올랐다. 지난 2021년 9월 셋째 주(0.20%) 이후 145주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전세가격도 0.20% 올라 59주 연속 상승세다. 올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도 0.68%에 이른다. 특히 성동구의 경우 2.47% 상승했다. 고 교수는 "4일 기준으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이미 4000건을 웃돈다"며 "현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7000건을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집값 폭등기인 지난 2021년에는 월 최고 거래량이 5952건(1월)이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전세가격 상승은 일정 시차를 두고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금리 변동성도 줄고 있어 향후 집값 전망에서 전세가격 흐름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최용준 기자
2024-07-04 18:10:36서울 집값이 심상찮다. 강남권 주요지역의 고가 아파트는 이미 한 차례 손바뀜이 일어난 후 재차 상승을 시작하고 있다. 그 새 한강변 주요 지역도 바람이 불면서 강북 지역도 최근 매매 거래가 늘고 있다. 특히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단지들 거래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넘어서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2022년 이후 하락하던 집값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잠자던 집값을 2년여 만에 일으켜 세운 것은 청년층과 무주택자를 위한 특례보금자리론,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자금대출이다. 고금리시대에 금리를 할인해주자 젊은층이 몰리면서 집값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주택거래량은 지난 3월 4229건을 시작으로 4월 4376건, 5월 4755건 등 3개월 연속 4000건을 넘어섰다. 6월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확신하고 있다.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4000건을 넘어선 것은 2021년 8월 4204건 이후 사실상 34개월만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1주택자 실수요만으로 이 정도 거래량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엔 주목해야 할 변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전세시장을 잘 봐야 한다. 오는 7월31일부터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지 만 4년이 지나기 때문이다. 전세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가격 상승을 억제하던 고삐가 풀리게 되는 것이다. 주택 수급 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재건축 등은 사실상 올스톱 된 상황이고, 서울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3기 신도시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유동성도 큰 변수다. 신생아대출 기준 완화 등으로 젊은층의 주택 매수세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또 고금리 시대가 끝나고 각 국이 본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2021년 '패닉 바잉'을 넘어서는 집값 폭등장이 올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전셋값 폭등 막을 수 있을까 전세시장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는 오는 7월31일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전월세상한제 해제 물량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31일부터 세입자가 원할 경우 기존 계약기간 2년에 더해 총 4년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고 집주인이 세입자와 재계약을 할 때 직전 임대료에서 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제 4년이 지나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물량이 나오게 된다. 지난 2020년 집주인들은 전월세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너도나도 전셋값을 대폭 올렸었다. 이로인해 월 평균 0.1%를 밑돌던 전셋값 상승률은 순식간에 1~2%까지 폭등했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장세가 하반기부터 다시 펼져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사기 후유증으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도 전세값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2020년 7월 4억9922만원에서 그 이듬해 6월 6억7792만원까지 급등한 후 거품이 꺼지기 시작해 2023년 6월에는 5억7059만원으로 1억원 이상 내렸었다. 그러나 빌라 등에서 전세보증금 사고가 속출하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 5월 기준 6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반면 연립주택 전세가격은 2022년 10월 2억5286만원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 5월에는 2억2372만원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은 철저하게 실수요자가 모이는 곳이어서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곧바로 매매시장으로 옮겨붙는게 일반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젊은 수요자들의 유동성 장세 온다 유동성 장세도 중요한 변수다. 특히 신생아 특례대출은 하반기 주택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2년 이내 출산(입양 포함)한 가구에 최저 1%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제도다. 보금자리론 등 기존 정책대출과 다르게 가구 연소득 최대 1억300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어 주택구입을 계획한 젊은 수요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부부합산 소득을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2025년부터는 2억5000만원까지로 늘려 사실상 소득제한을 폐지한다. 앞으로는 소득수준이 높은 중상류층 젊은 수요자들까지 대출상품을 활용해 주택시장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돕기 위해 일반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면서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에서도 주택시장이 반짝 상승했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0.1~0.4%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소득요건을 없애자 주택수요가 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신생아 특례대출은 금리 우대폭이 특례보금자리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장금리는 이미 내리기 시작했다 금리 인하 변수도 주목해야 한다. 수년간 전세계 경제를 옥죄던 고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동 등에서 확전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기준금리를 적어도 연내 두 번은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달부터 금리를 0.25% 내렸으며,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시장금리는 벌써 하락을 시작했다. 이달 기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2%대에 진입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19일 기준 2.98~5.62%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3월4일 이후 3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4.00%를 시작으로 5월까지 3.54%로 6개월째 떨어졌다. 그러나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적용이 갈수록 강화되는 것은 주택시장에 다소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DSR은 차주가 1년에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스트레스 DSR은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폭을 더해 금리를 가산한다. ■주택공급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주택공급 부족은 가장 큰 변수다.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 됐다. 건설원자재값과 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이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기존 규제에 층간소음 규제 등 시공 규정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현행 공사비로는 사업성이 안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 여부를 놓고 조합과 갈등이 계속 불거지고 공사 중단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거의가 중층 이상 단지여서 기준 용적률에 더해 인센티브를 적용해도 현재 규제 하에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주택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추진한 3기 신도시 상황도 좋지 않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PF 위기를 겪으면서 신규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어서다. 이로인해 신도시 입주가 적어도 2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착공 및 인허가 물량은 더욱 참담하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17년~2021년까지 연 평균 52만 가구에 달했지만 2022년에는 38만가구, 2023년에는 23만가구, 2024년에는 30만가구로 급격하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주택시장에서 주요 지표들이 모두 우상향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주택시장이 근래 보기 힘들 정도의 폭등장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kwkim@fnnews.com
2024-06-23 18:55:20지난 4월 생애 첫 주택 매수자가 4만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특례대출 시행에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분양가가 껑충뛰면서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2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3만8946명으로 4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3만9543명) 이후 최다규모다. 올들어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1월 3만324명, 2월 2만8568명, 3월 3만3312명 등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에도 월 평균 3만명대 초반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생애 첫 집 매수자가 급증했다. 4월 생애 첫 집 매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만7619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1만29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3만8946명) 가운데 3040세대가 2만7648명으로 70% 가량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내집마련 수요가 많은 지역은 경기도이다. 생애 첫 집 매수자는 1만5925명에 달했다. 법원 자료 기준으로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했던 지난 2021년에 절정에 달한다. 당시 월평균 4만3000여명으로 2021년 3월에는 5만423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 열풍이 불었다"며 "생애 처음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폭증한 때이다"라고 말했다. 생애 첫 주택 매수자 증가는 전세가격 상승과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등이 한몫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연속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매매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생아특례대출 시행으로 전세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에 사느니 신생아대출을 활용해 내집을 장만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가율이 계속 오르면서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작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9%이다. 지난 2022년 12월(67.3%) 이후 최대치다. 서울도 3월 52.8%, 4월 53.2%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마저 치솟으면서 내집마련 수단으로 청약 대신 기존 주택을 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교수는 "전세가율 상승, 분양가 급등 등을 고려할 때 기존주택 시장으로 수요 이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4-05-20 18:06:32[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생애 첫 주택 매수자가 4만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생아특례대출 시행에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분양가가 껑충뛰면서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2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생애 첫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3만8946명으로 4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3만9543명) 이후 최다규모다. 올들어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1월 3만324명, 2월 2만8568명, 3월 3만3312명 등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에도 월 평균 3만명대 초반 수준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생애 첫 집 매수자가 급증했다. 4월 생애 첫 집 매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30대가 1만7619명으로 가장 많았다. 40대가 1만29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3만8946명) 가운데 3040세대가 2만7648명으로 70% 가량을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내집마련 수요가 많은 지역은 경기도이다. 생애 첫 집 매수자는 1만5925명에 달했다. 법원 자료 기준으로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했던 지난 2021년에 절정에 달한다. 당시 월평균 4만3000여명으로 2021년 3월에는 5만423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 열풍이 불었다”며 “생애 처음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폭증한 때이다”라고 말했다. 생애 첫 주택 매수자 증가는 전세가격 상승과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등이 한몫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연속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매매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신생아특례대출 시행으로 전세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에 사느니 신생아대출을 활용해 내집을 장만하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가율이 계속 오르면서 매매가와 전세가 갭이 작아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66.9%이다. 지난 2022년 12월(67.3%) 이후 최대치다. 서울도 3월 52.8%, 4월 53.2%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분양가마저 치솟으면서 내집마련 수단으로 청약 대신 기존 주택을 택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 교수는 “전세가율 상승, 분양가 급등 등을 고려할 때 기존주택 시장으로 수요 이동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4-05-20 10:18:16"2021년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재현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시 정부가 투기세력 잡기에 골몰했다가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주택공급 방안에 집중하는 것 같다." 최근 금융당국이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가 서둘러 '부동산 공급 활성화대책'을 내놓는 배경을 이같이 짐작했다. 주택공급난 우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통계가 발표되면서다. 이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29.9% 줄었다. 주택 착공은 올해 1~7월 누적 10만2299가구로 전년동기보다 54.1%나 급감했다. 이전 정권에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로 집값이 급등한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분위기다. 저금리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보다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활용, 주택매수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중개 현장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집값이 더 뛸 테니 집을 사려면 추석 전에 사야 한다'며 재촉한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는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국토부는 추석 연휴 이전인 이달 20~25일 '부동산 공급 활성화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크게 금융 지원대책과 비금융 규제완화로 나눠 마련될 예정이다. 이 중 금융 지원대책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금융업권의 고금리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해 공사비를 조달하지 못해 멈추는 사업장이 잇따른다며 토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까다로운 자금지원 요건으로 수혜대상이 제한적이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금리·수수료 요구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조건에 대한 행정지도 △정비사업자금 보증 시 시공사 연대보증 폐지 등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금융지원은 선별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오피스텔 등 현재 필요한 주택공급과 큰 관련이 없거나 지방 등 수요가 크지 않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현장에도 자금지원 요건을 완화한다면 부실만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묘수가 필요한 때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금융부 차장
2023-09-11 18:12:37[파이낸셜뉴스] "2021년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재현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당시 정부가 투기 세력 잡기에 골몰했다가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주택공급 방안에 집중하는 것 같다." 최근 금융 당국이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교통부가 서둘러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배경을 이같이 짐작했다. 주택 공급난 우려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국토교통부의 7월 주택통계가 발표되면서다. 이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누계 주택 인허가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29.9% 줄었다. 주택 착공은 올해 1~7월 누적으로 10만2299가구로 전년동기보다 54.1%나 급감했다. 이전 정권에서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로 집값이 급등한 것을 목격한 사람들은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분위기다. 저금리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보다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는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주택매수에 나서고 있다.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집값이 더 뛸테니 집을 사려면 추석 전에 사야 한다'며 재촉한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는 먹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같은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국토부는 추석 연휴 이전인 이달 20~25일 '부동산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크게 금융 지원대책과 비금융 규제 완화로 나눠 마련될 예정이다. 이 중 금융 지원대책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금융업권의 고금리와 리스크 관리 강화로 인해 공사비를 조달하지 못해 멈추는 사업장이 잇따르고 있다며 토로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까다로운 자금지원 요건으로 수혜대상이 제한적이고 △금융기관의 과도한 금리·수수료 요구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금융기관의 과도한 대출조건에 대한 행정지도와 △정비사업자금 보증 시 시공사 연대보증 폐지 등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금융지원은 선별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오피스텔 등 현재 필요한 주택공급과 큰 관련이 없거나 지방 등 수요가 크지 않아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현장에도 자금지원 요건을 완화한다면 부실만 키울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묘수가 필요한 때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3-09-11 10:19:12[파이낸셜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오래갈 것 같아서 미리 차에 기름 채웠어요"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서씨(28)는 지난 28일 동네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가득 채웠다. 아직 차에 기름이 남아있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주유소 ‘재고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리 넣은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이 7일째 이어지며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사회・환경 변화 등으로 발생한 심리적 불안 때문에 물품을 사들이는 현상인 이른바 '패닉 바잉(panic buying)'에 빠져 미리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넣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시민들은 주유소 재고 부족으로 기름을 아예 못 구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유가 정보 플랫폼 '오피넷'은 지난 11월 30일 오후 5시 기준 서울 등 수도권에서 휘발유 가격이 0원으로 표시된 주유소가 전날 같은 시간보다 2곳 늘어난 26곳으로 집계했다. 주유소는 재고가 떨어지면 오피넷에 가격을 0원으로 보고한다. 정유업계에서는 많은 주유소들이 50% 이하 수준의 재고로 버티고 있어 기름이 동난 주유소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정유회사 관계자는 "현재 파악한 곳만 해도 주유소 10곳이 간당간당하다"고 말했다. 이미 기름이 동난 주유소들은 파업 때문에 미리 주유하려는 손님들도 많고, 단골손님들만 봐도 평소보다 기름을 넣는 양이 더 많아졌다는 입장이다. 공급도 빠듯한데 단기 수요 폭증으로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우려 때문에 기름을 가득 채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공급은 공급대로 지연되고 재고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30일 오전 8시 기준 휘발유·경유가 품절된 주유소는 서울 15곳, 경기 3곳, 인천 2곳, 충남 3곳 등 총 23곳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1일부터 군용 탱크로리 5대, 수협 보유 탱크로리 13대를 긴급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시멘트에 이어 정유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라고 말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2-12-01 07:18:48집값 고점 인식과 금리인상 우려에 지난해 부동산 활황을 주도하던 2030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 현상이 올 들어 잠잠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무주택 청년층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 정책이 시행되지만, 2030세대 사이에서 "무리하게 집을 사지 않고 관망하겠다"는 반응이 팽배하다. ■2030 매수비중 2년 전으로 감소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38.7%로 지난 2020년 상반기(34.6%) 이후 2년 만에 40%(반기 기준)를 밑돌았다. 2030 매수세 감소는 서울뿐만 아니다. 전국 기준으로도 올해 1~5월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 비중은 29%를 기록해 2020년 상반기(27.1%) 이후 처음 30%를 하회했다. 집값 상승이 상한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2030 매수세 약화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집값 급등의 주요 원인인 2030 패닉바잉(공포매수)은 계속되는 집값 상승으로 더 늦어지면 영원히 자가 주택을 마련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원인이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한해 동안 12.9% 상승했다. 반면 올해(1~5월)는 0.2% 감소해 약보합장에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주택구매 시 대출 부담이 커진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통계에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2020년 12월 2.59%에서 지난 5월 3.90%로 1.31%p 올랐다. 향후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어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은 더욱 오를 전망이다. ■무주택 청년층 "대출완화 관심 없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무주택자와 청년층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가 2030 매수세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주택가격 및 소득과 무관하게 80%로 현행보다 10~30%p 상향된다. 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 시 장래소득 증가분을 더 반영한다. 그러나 무주택 청년층의 반응은 냉담하다. 30대 초반 직장인 배모씨는 "계산해보니 장래소득인정액이 17.7% 증가한다 해도 DSR 규제 아래서 늘어나는 대출금은 1억원가량"이라며 "1억원 차이는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하기에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변호사인 30대 홍모씨는 "고연봉 덕분에 DSR 규제는 부담이 안돼서 생애최초 구매자 LTV 완화를 크게 기대했었다"며 "다만, 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돼 상급지는 갈 수 없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노모씨는 "고금리로 대출을 받고 난 뒤 원리금을 갚는 게 문제다"라며 "무리해서 집을 샀다가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어 관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하반기는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이슈"라며 "2030세대 역시 고금리 문제로 관망세가 우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heath@fnnews.com 김희수 기자
2022-07-05 18: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