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로부터 방치된 중증 조현병 환자를 지원하고, 보호자 구속 이후 홀로 남겨진 미성년 자녀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검사들이 올해 1·4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로 각각 선정됐다. 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직무대리 박명희·주임검사 서지원)는 보호자로부터 방치된 중증 조현병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행정 감독기관, 전담 의료기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함께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하는 등 종합·체계적 지원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보호자는 피해자가 편집조현병을 앓고 있는 중증 정신장애인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피해자의 치료를 거부하고, 한겨울에도 난방 등을 하지 않으며, 주거지에 대소변이 묻어있는 등 청소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방임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인천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정민·주임검사 조현희)는 경범죄 범칙금 통고 처분에 격분, 인화성 물질을 들고 경찰서로 찾아가 난동을 부린 혐의(공용건조물 방화예비)로 보호자가 구속된 이후 홀로 남겨진 13세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줬다. 정지우 기자
2024-05-02 18:45:48[파이낸셜뉴스] 보호자로부터 방치된 중증 조현병 환자를 지원하고, 보호자 구속 이후 홀로 남겨진 미성년 자녀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검사들이 올해 1·4분기 ‘인권보호 우수사례’로 각각 선정됐다. 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직무대리 박명희·주임검사 서지원)는 보호자로부터 방치된 중증 조현병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행정 감독기관, 전담 의료기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과 함께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하는 등 종합・체계적 지원을 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보호자는 피해자가 편집조현병을 앓고 있는 중증 정신장애인지만 종교적인 이유로 피해자의 치료를 거부하고, 한겨울에도 난방 등을 하지 않으며, 주거지에 대소변이 묻어있는 등 청소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방임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인천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정민·주임검사 조현희)는 경범죄 범칙금 통고 처분에 격분, 인화성 물질을 들고 경찰서로 찾아가 난동을 부린 혐의(공용건조물 방화예비)로 보호자가 구속된 이후 홀로 남겨진 13세 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줬다. 대검은 “피의자는 약 11년 전 배우자와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면서 기초생활 수급자 지원을 받고 생활하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생계에 대한 대책이 없음을 확인한 뒤 기초생활수급자격 유지,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팀에 보호조치 의뢰 등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 형사부(부장검사 박지나·주임검사 신승헌)는 경찰에 성폭력 사건 전면 재수사 요청해 강간치상죄 등으로 피의자를 구속기소하고, 성관계 영상을 삭제해 2차 피해를 사전에 방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지검 경주지청 형사부(부장검사 김지영·주임검사 권은비)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며 연인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는 피해를 입었던 북한이탈주민에게 임시 거주지를 찾아주고 생활용품과 기초생계 급여 지원 검토 등의 도움을 줬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5-02 15:23:39<편집자 주> 한때 간간이 화제가 됐던 '마약 사범'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 주변에서도 마약 사건이 흔히 발생할 정도다.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한국은 지난 2016년 이후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하지만 마약 사범은 급증 추세에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마약 수사·탐지·조사·치료·법률 분야에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실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죄송합니다. 방금 전까지 진료 보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2일 인천 서구에 있는 인천참사랑병원에서 만난 천영훈 병원장 (사진)은 보라색 진료용 가운을 입은 채로 나타났다. 그의 눈은 반쯤 충혈된 상태였다. 손으로는 얼굴을 연신 쓸어내렸다. 대화 중간 중간에는 목 운동을 하며 피로와 사투를 벌였다. 그는 이 병원을 지키는 2명의 마약 투사중 1명이다. 인천참사랑병원은 한국 민간의료기관중에서는 마약중독증 치료의 본산으로 불린다. 대검찰청의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서 중독증 치료를 받은 이들 421명 중 65.6%에 해당하는 276명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쯤 되면 대형 마약 치료 시설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현실은 열악하다. 마약중독증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정신과 전문의는 2명에 불과하다. 한 명은 천 병원장 자신이다. 나머지 한 명은 천 원장을 사형으로 섬기며 마약중독증 치료의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마약 치료 전문의는 의사 기피 1순위"마약중독증 치료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정신과 전문의가 마약중독증 치료를 할 수는 없다. 중독증 치료는 의사와 환자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가장 좋은 효과를 얻는다. 이 때문에 중독증 치료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쌓아오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정신과 전문의만이 치료에 나설 수 있다. 천 원장은 "일반 의사도 근무 시간 이외에는 술을 마시거나, 극도로 슬픔을 느끼기도 해 알코올중독증 환자나 우울증 환자와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의사가 마약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마약중독증 환자와는 공감대를 이루기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증 치료 전문의를 양성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양성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마약 중독 치료 전문의는 기피 대상 1순위다. '돈 안 되는 진료과목'이기 때문이다. 천 병원장은 "금전적인 보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일이다. 단순히 의사의 사명감으로 포장해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들이는 인풋에 비해 아웃풋(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누가 마약 중독 치료 분야에 뛰어 들려 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 부담 상당하지만 수가는 낮아"마약중독증 환자 1명을 1개월 동안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500여만원이라고 한다. 간호사, 치료재활사 뿐 아니라 환자를 상시 지켜볼 추가 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 수가는 조현병 등 다른 정신질환과 동일하다고 한다. 일반 정신질환의 2~3배의 인력을 투입하고도 조현병과 같은 수가를 보장 받으니 민간 의료기관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분야다. 그는 "마약중독증 환자들이 병동이란 하나의 공간에 같이 입원을 하면 자신들끼리 마약거래의 정보를 주고받는 등 범죄를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때문에 마약치료 병동의 의료진들은 단순 의학적 조치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감독하는 일까지 병행해야 한다"며 "이 모든 것을 사람이 직접 관리해야 하니 다른 질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 보다 숙련된 의료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돈' 안돼도 드라마틱한 치료 과정에 보람"인천참사랑병원 역시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3~5월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는 '1020' 세대를 포함해 입원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직원들이 '번 아웃(burn out)'됐다. 임계점을 버티지 못한 간호사 등 의료진의 퇴사 러시가 이어졌다. 병원은 기본 근무체계인 3교대 근무조차 운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 원장은 "환자로부터 욕 먹고, 협박 당하고 심지어 맞기까지 하지만,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의료수가는 조현병 등 다른 질병의 그것과 동일하다. 이는 직원들의 월급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해야 하는 것에 회의를 느껴 떠나는 직원들을 차마 붙잡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천 병원장이 정신과 전문의로서 마약중독증 치료환자를 돌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그는 중독증 치료 환자용 병상이 많기로 소문난 원광대 의대를 졸업했다. 모교에서 수련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중독증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의로 성장했다. '돈도 되지 않는' 마약중독증 치료에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서 "배운 게 도둑질이라서"라고 운을 뗀 천 병원장은 의사로서의 소명감보다는 개인적인 만족에 의해 이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정신질환증 환자와 달리 마약중독증 환자가 치유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다"며 "불가항력적인 수많은 유혹 등을 이겨내고 하나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인격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밝혔다. "마약은 '정신 당뇨병'천 원장은 마약중독증을 '정신 당뇨병'에 비유했다. 당뇨병 처럼 완치가 안 되는 병이므로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천 원장은 "우리는 마약중독증을 일탈과 의지 부족으로 치부하지만, 사실은 뇌의 신경계통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엄연한 질병"이라며 "사람의 뇌를 갈아 끼우지 않는 이상 마약중독증은 완치가 어려워 치료 이후 병원 밖에서 하는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중독자에게 '너는 의지가 부족해 마약을 못 끊는 것이다'는 식으로 멸시하거나 손가락질을 하게 된다면 자포자기한 이들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사회가 이들을 암 덩어리로 취급하지 말고 포용적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원장은 최근 마약중독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2020년부터 내원하는 환자 수가 급격히 늘더니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400여명의 환자가 내원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인천참사랑병원을 내원한 마약중독증 환자가 5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내원 환자는 2배 가량 늘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천 원장은 "이제는 정부에서 부처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상황에 맞게 치료와 재활, 예방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동시에 그에 맞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11-02 14:35:46[파이낸셜뉴스] 지하철역에서 80대 노인 등을 상대로 일명 '묻지마 폭행'을 저지른 40대 남성이 1심 재판에서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남성은 정신적 장애를 앓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폭행 수위가 높아 엄한 처벌을 피할 수는 없었다.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부장판사 강민호)은 노인복지법 위반,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6)에 대해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14일경 서울의 한 지하철역 남자화장실 입구에서 아무 이유 없이 B씨(83)를 넘어뜨리고 마구 폭행해 전치 1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를 때린 직후 여자화장실 입구에 서있던 C씨(88)와 주변에 있던 D씨(36)에게도 무차별적 폭력을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편집조현병을 앓고 있던 상태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강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A씨의 범행 사실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했다. 이날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피고인의 범행 모습이나 그 결과, 피해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엄한 처벌은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고 그것이 범행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라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3-27 05:52:22[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것을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과거 한 약방에는 진맥에 어려움을 느끼는 제자가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제자는 유독 진맥만은 터득하기 어려움이 있었다. 의서를 통해서 진맥법을 읽었지만 자신이 느끼는 맥상이 정확하게 의서에서 말하는 어느 맥상인지 확신할 수 없어 힘들어 했다. 자존심 때문에 진맥이 어렵고 잘 안된다는 것을 말하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제자가 용기를 내어 스승에게 물었다. “진맥(診脈)의 진수는 어떻게 득해야 합니까? 의서에도 이르기를 맥의 신묘한 이치는 반드시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니 말로 전수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맥은 깨닫는 것입니까? 아니면 아는 것입니까?” 스승은 제자의 질문을 받고 의외의 답을 했다. “만약 깨달음이 있었다면 그 깨달은 바를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말하지 못한다면 깨닫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거짓된 것이다.”라는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말로써 하는 설명만이 아닌 뭔가를 한번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가서 거문고를 켜는 여인을 데리고 오거라.”라고 일렀다. 거문고 켜는 여인이 도착했다. 여인은 ‘행여나 약방에서 거문고를 켤 일이 있을까’하고 의아해하면서도 거문고를 들고 왔다. 여인은 약방에 처음 와보는 터라 이런저런 약초를 구경하느라 돌아다녔다. 그때 스승은 여인 몰래 가지고 온 거문고의 할 줄을 약간 느슨하게 만들어 놓았다. 스승은 제자와 함께 보는 앞에서 대뜸 “이 자리에서 거문고를 한번 켜 줄 수 있겠는가”라고 요청했다. 여인은 자신이야 거문고를 켜는 사람이고 이처럼 치료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니 더더욱 마다할 것도 없었다. 여인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자연스럽게 거문고 6개의 현(絃)을 한번씩 튕겨 보더니 거문고 줄들을 조금씩 조였다. 바로 그때, 스승이 여인에게 물었다. “자네는 거문고를 켤 때 그 소리가 평소와 다르면 어떻게 하는가?”라고 물렀다. 여인은 “거문고는 6개의 줄이 있는데, 각 줄은 서로 굵기와 길이와 장력이 달라서 서로 다른 소리를 냅니다. 오래돼서 늘어진 줄이나 끊어진 줄은 바꿔주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줄이 연결된 부들을 당기고 풀어 장력을 조절하기도 하고, 줄을 받치는 안족(雁足)의 위치를 조절하기도 하고, 돌괘를 돌려서 음높이를 조절하기도 합니다. 방금 전에도 한 줄이 약간 느슨해서 돌괘를 돌려서 정상 음높이로 만들었습니다.” 스승은 “그럼 그 줄의 소리가 제대로 난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여인은 “들어서 아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때 제자가 “들어서 안다는 것은 너무 주관적인 표현이 아닌가요” 여인은 “그럼 어찌 표현해야 합니까? 어릴 적부터 거문고를 켰고, 정확한 소리가 나면 음이 아름답고 소리가 정확하지 않으면 줄을 조절해서 거문고를 켤 때는 항상 동일한 소리가 나게 조절해 왔습니다. 거문고를 켠 지 10여년이 지났는데, 이제는 거문고의 한 줄을 튕기면 그 소리가 좋은 소리인지 나쁜 소리인지 알게 되었고, 줄의 긴장을 풀어야 할지 느슨하게 할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것이 들어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또한 제가 듣는 거문고의 한 줄의 소리를 제가 들어도, 제 스승이 들어도, 심지어 제 제자가 들어도 그 한 줄의 소리라고 여긴다면 이것이 어찌 주관적이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여인의 말에 스승은 고개를 끄덕였고, 반면에 제자는 마치 자신이 거문고를 켜는 여인보다 못한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스승은 ‘이놈이 무언가를 깨달았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자에게 “너는 27맥 중 현맥(弦脈)은 어떤 맥상이라고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제자는 “의서에 기록되기를 현맥은 마치 활의 시위나 거문고 줄을 만지는 듯한 팽팽함이 느껴지는 맥으로 간기(肝氣)가 울결(鬱結)되거나 울화(鬱火)병에서 느껴지는 맥상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스승은 다시 “그럼 너는 혹시 활시위나 거문고 줄을 만져 본 적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그 순간 제자는 ‘아차’ 싶었다. 지금껏 현맥에 관한 내용을 글로만 읽었지 정작 활시위나 거문고 줄을 당겨볼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스승은 “그럼 지금 한번 거문고 줄을 만져 보겠느냐.” 제자는 양반다리를 하고 거문고를 올려 놓았다. 제자는 손가락으로 거문고 줄을 만져 보면서 ‘아~ 이 거문고 줄의 팽팽함이야말로 현맥의 팽팽함이구나’하고 느꼈다. 스승은 “그럼 여인이 보는 앞에서 한번 연주를 해 보거라. 네가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 될 것이 걱정하지 말거라.”라고 안심을 시켰다. 제자는 손가락을 이용해서 튕겨보기도 하고, 술대를 이용해서 튕겨보기도 했다. 나름대로 음의 높낮이가 다른 것을 알고는 자신이 아는 곡조를 비슷하게 흉내 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여인은 소리없이 속으로 키득거렸다. 화음이라고 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승은 그 상태에서 제자의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거문고의 줄을 이리저리 조절해서 장력을 바꿔 놓았다. “그럼 이제 이 줄들을 원래의 각 줄의 정상적인 장력으로 조현(調絃)해 보거라”라고 했다. 제자는 그래도 나름 자신의 처음 들었던 음을 떠올려 조절해 보았다. 모두 조절을 한 후에 줄을 한번씩 튕켰다. 그러자 여인은 ‘풋~’하고서는 이번에는 소리내서 웃었다. 조현이 전혀 안 되어서 이상한 소리가 난 것이다. 스승은 여인에게 직접 조현을 부탁했다. 여인은 줄을 한두번씩 튕겨보더니 바로 쉽게 조율을 했다. 스승은 여인에게 “어떻게 해서 이렇게 쉽게 조현이 가능하게 되었는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인은 “저는 10여년 전부터 하루 세끼와 잠자는 시간만을 제외하고 거문고만을 켜왔기에 그냥 소리를 듣는데 익숙해졌을 뿐입니다. 어느 날은 하루종일 굶으면서 거문고를 켜는 일들이 있었죠. 거문고를 처음 켜기 시작했을 때에는 모든 줄의 소리가 똑같아 구분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줄을 받히는 안족이 털끝만한 두께만큼만 움직여도 소리가 다르게 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여인의 말을 듣고 있던 제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스승은 제자에게 물었다. “거문고를 켜 보고, 거문고 줄들을 조현해 보니 어떠냐.” 제자는 “거문고 켜는 것이 이처럼 어렵다는 것을 미쳐 몰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문고를 처음 켜보는 것이라 제 연주가 아름답지 못하고 조현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저도 여인처럼 10여년 이상 날마다 쉬지 않고 연주한다면 어찌 불가능하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진맥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라고 답을 했다. 그러자 스승은 “맞다. 너의 진맥도 마찬가지다. 진맥과 연주는 서로 다른 것 같으나 최고의 경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다. 네가 진맥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노력 부족한 것일 뿐이다. 많은 의원들이 왕숙화의 '맥경'이나 이시진의 27맥을 기록한 '빈호맥학'을 암송하고도 진맥에 통달하지 못하는 것은 대체로 진맥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신체의 변화는 모조리 맥에 나타나기 때문에 거문고를 켜듯이 날마다 연구하고 매진한다면 몸에 생긴 병은 결코 도망할 곳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제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자는 거문고 때문에 오늘 크게 깨달은 바 있으니 ‘내 어찌 거문고를 켜는 여인만 못할 손가.’라는 다짐을 했다. 진맥은 거문고를 켜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인생에 있어서 뭐든지 한 가지에 집중하면 도통하지 못할 것이 없는 것이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의적고> 昔人云 脈可以意會, 不可以言傳. 可言傳者, 跡象也. 中有神理, 必意會而心悟之, 非言辭之所可達. 此其欺我也. 悟得到便說得出, 說不出者, 必其悟不到者也, 豈非其說之誕乎?(옛 사람이 “맥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니 말로 전수해줄 수 없다. 말로 전해줄 수 있는 것은 자취를 남기는 형상이어야 한다. 맥에 있는 신묘한 이치는 반드시 뜻으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깨달아야 하니 말로 전달할 바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는 나를 속이는 말이다. 깨달으면 곧 그 깨달은 내용을 말할 수 있거늘 말하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찌 그 말이 속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 의종손익> 弦從中直過指下挺, 狀若弓弦按不移. 弦來端直似絲弦, 緊則如繩左右彈.(현맥은 중간을 곧게 지나가 손가락 아래까지 이르니, 상태가 마치 활시위처럼 팽팽해 세게 눌러도 맥이 움직이지 않는다. 현맥이 올 때는 양끝이 마치 거문고의 줄처럼 곧고 길며 팽팽하기가 마치 좌우 양쪽에서 줄을 당기는 것 같다.) < 동의보감> 眞肝脉至, 中外急如循刀刃, 責責然如按琴瑟絃.(간의 진장맥이 나타나면 가운데나 겉이 모두 긴급하여 칼날을 어루만지거나 거문고와 비파 줄을 누르는 것과 같이 팽팽하다.) < 의문법률> 夫如是者, 是於綱領之中, 而復有大綱領者存焉. 設不能以四診相參, 而欲孟浪任意, 則未有不覆人於反掌間, 此脉道之所以難言, 毫釐不可不辨也.(대체로 이러한 것들은 맥의 요강 중에서도 더욱 중대한 요강으로 존재한다. 만약 사진법을 서로 참고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자기 마음대로 진단하려고 하다가는 잠깐 사이에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것은 진맥의 방법이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이니, 아주 사소한 사항도 잘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0-19 09:33:31성매매를 조건으로 만난 여성을 자신의 주거지로 끌고가려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윤경아 부장판사)는 체포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지난 14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SNS에서 '조건만남'을 하겠다는 피해자를 만난 뒤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자신이 거주하는 옥탑방 인근으로 끌고가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상함을 느낀 피해자가 돌아가려하자 피해자의 신체를 잡고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아당겼으며 목을 조르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자신보다 몸집이 작고 완력이 약한 피해자를 폭행하고 힘으로 제압해 도망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했고 상해를 입게 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편집 조현병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1-05-19 15:56:24[파이낸셜뉴스] 아내가 자신을 살해할 것이라는 망상에 시달리다 끝내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지난 2003년부터 18년간 편집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마성영 부정판사)는 살인 혐의를 받는 정모씨(47)에게 지난 19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치료감호와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정씨는 ‘아내가 나를 살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지난해 8월18일 서울에 있는 모친의 집에서 거실에 있는 아내 A씨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사건 직후 아파트 계단으로 피신했으나 뒤쫓아온 정씨에 의해 숨졌다. 재판부는 "정씨가 편집조현병으로 인해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도 "(생명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살인죄는 그 이유를 불문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딸 역시 자신의 어머니를 허무하게 잃은 슬픔과 그 범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신의 아버지라는 충격에 평생 감내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 속에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언니 등을 비롯한 피해자의 유족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2021-02-27 21:30:32본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어머니를 구타해 살인한 30대 편집 조현병 환자가 2심서도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38)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10년 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고 2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7월께 어머니 A(69)씨의 자택인 서울 성북구의 한 빌라에서 A씨를 밀쳐 넘어뜨리고 주먹으로 얼굴 부위를 수차례 구타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이씨는 A씨가 본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기다리던 모습을 보고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지난 2011년부터 편집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지속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지난해 6월부터 병원을 나와 A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A씨가 “1000만원을 지원해줄 테니 이제는 독립해서 살아라”는 등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과 정신병원에 재차 입원시키려 한 일 등으로 불만이 쌓여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수법, 결과 등에 비춰 사안이 매우 중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봤지만, 이씨가 범죄 당시에 조현병으로 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5년을 선고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도 이씨의 심신미약을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내용 자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내용으로 보이지만 정신병으로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형량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현병 #어머니 #구타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2019-05-02 15:33:11담배 살 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20대 조현병 환자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7단독(특수존속상해 혐의)으로 기소된 A(25)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치료 받을 것을 명령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28일 오후 10시 30분께 대전 대덕구에 위치한 자택에서 “담배 살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다투던 중 흉기로 위협하고 전치 2주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아버지와 다투며 감정이 격해진 A씨는 “너에게 이제 존댓말 못하겠다. 죽여버린다”는 등 폭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평소 편집조현병을 앓던 A씨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고려해 판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잘못 자체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이 편집조현병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점, 피해자도 피고인에 대한 처벌보다는 치료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현병 #환자 #흉기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2019-04-30 13:14:34거리에서 지나가던 부부를 무차별 폭행한 조현병 환자가 항소심서 감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신상실 상태를 인정했다. 인천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인규)는 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67)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원심은 A씨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평소 조현병을 앓던 A씨는 지난 2017년 부천의 한 거리에서 지나가던 부부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길을 지나가던 B씨의 목을 졸라 넘어뜨린 뒤 얼굴을 수차례 때렸으며 함께 있던 B씨의 아내도 수차례 때려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씨는 “사람이 아닌 로봇을 때렸다”고 진술했으며 편집성 조현병으로 심신상실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A씨는 지난 2016년 편집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범행 직후인 2017년 5월 12일에도 편집성 조현병 등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편집조현병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은 인정하나 범행 전후 A씨의 언행 등에 비춰 심신상실에는 이르지는 않았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심신상실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인데 원심의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원심이 선고한 형은 무겁다는 주장이 인정된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조현병 #심신상실 #감형 hoxin@fnnews.com 정호진 인턴기자
2019-04-24 11: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