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 작가 및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한강 작가 서적이 군부대 문고 입고에는 여러 차례 실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 특성상 나타날 수 있는 주관적인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군부대 문고 입고가 반려된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점가 등에 따르면 한 작가의 책들은 군 부대 도서관이나 생활관에 비치되는 ‘진중문고’ 선정 심사에서 번번이 탈락했다. 군 장병들의 정신 전력(전투·경기 등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한다는 진중문고의 특성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 3개 작품은 '진중문고'를 선정하는 국방부 정훈문화자료 심의위원회에 2019∼2021년 여러 차례 상정된 바 있다. 심의위원회는 국장급 공무원 1명과 외부 민간 위원들로 구성되며, 자체적으로 심사해 진중문고를 선정한다. 많은 국민이 읽는 베스트셀러 도서를 위주로 심사하기는 하지만, 심의 과정에서 사회적 사건을 다뤘거나 표현 수위가 높은 책들은 대체로 예외 없이 탈락한다는 것이다. 군 안팎 관계자들은 한강의 작품들이 이런 진중문고 특유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도서의 문학적 가치와 별개로 군에서 장병들이 보는 진중문고 고유의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쪽으로 치우친 역사관이 있는 도서는 진중문고 진입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10-15 11:05:40[파이낸셜뉴스]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른바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방송 4법은 그동안 공영방송 편향성 등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며 이같이 의결했다. 방송4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방송3법에 방통위원회 의결 정족수를 4인으로 늘리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단독처리해 지난 7월 30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됐다. 한 총리는 이번 법안에 대해 "야당은 재의요구 당시 지적된 문제점들을 전혀 수정하거나 보완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제한하는 규정이 추가돼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더욱 침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통위 의사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야당 측 2인의 불출석만으로도 회의 개최가 불가능해져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될 소지가 크다"며 "이는, 정부 행정권의 본질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삼권 분립의 원칙에 반한다"며 재의 요구권 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재의 요구안을 재가하면 대통령은 취임 후 16~19번째 거부권 행사 법안이 되고 22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지난7월채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이후 두번째 거부권 행사로 기록된다. 윤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8-06 11:03:00[파이낸셜뉴스] 지난해 국내 포털·유튜브 이용자 중 절반가량은 네이버·다음 등 포털과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 서비스가 편향을 유발한다고 대답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채널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조사는 전국 2777가구, 4581가구원(만 16세~69세)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하루 1회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2018년 시작된 해당 조사는 2022년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됐다. 이번 설문에는 지능정보기술·서비스 이용 현황, 포털·유튜브 등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에 대한 인식,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이용자 경험 등에 대한 문항이 포함됐다. 응답자들은 포털과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에 대해 전반적으로 추천 서비스가 자신의 취향에 잘 맞춰져 있다고 대답했다. 포털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잘 맞춰져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68.9%, 유튜브는 71.2%다. 동시에 해당 플랫폼 서비스의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가 가치편향을 유발한다는 응답도 50% 안팎의 비중을 기록했다. '(서비스) 빈번한 이용은 가치관의 편향을 낳을 것이다'라고 대답한 비중은 포털이 49.9%, 유튜브가 51%다. 응답자들은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 제공자가 준수해야 할 윤리적 책무로 '알고리즘의 콘텐츠 선별 기준 공개(62.9%)'를 가장 많이 뽑았다. 2022년 대비 9%p 상승한 수치다. 생성형 AI와 관련해선 응답자 중 12.3%가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용 현황 비중은 텍스트 생성이 8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음성·음악 생성(10.5%), 도메인 이미지 생성(4.8%), 이미지 생성(3.6%)가 그 뒤를 이었다. 생성형 AI 이용 동기로는 '정보 검색에 효율적이다(88.1%)'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컸다. 그 뒤는 '대화 나눌 상대가 필요해서(71.8%)', '일상적 업무 지원(70.2%)' 순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응답은 '높은 지식수준을 요구해 이용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62.3%)'다. 이외에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것 같아서(57.3%)', '이용하기 복잡할 것 같아서(56%)'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방통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향후 이용자 보호 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생성형 AI 관련 결과는 올해 하반기 발표할 '생성형 AI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06-20 11:10:56[파이낸셜뉴스] 방송인 조수빈이 13일 미디어오늘 보도와 관련해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역사저널 그날'의 신동조·김민정·최진영·강민채 PD는 성명을 내고 “4월30일로 예정된 개편 첫 방송 녹화를 3일(업무일) 앞둔 4월25일 저녁 6시30분경, 제작1본부장이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씨를 ‘낙하산 MC’로 앉힐 것을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이미 MC와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준비를 마치고 유명 배우를 섭외해 코너 촬영도 끝낸 시점이었는데, 본부장이 비상식적 지시를 내리면서 녹화가 2주째 연기됐고 지난주 금요일(10일) 마침내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조수빈씨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2023년 4월~2023년 9월)이자 백선엽 장군 기념사업회 현직 이사이며 채널A 메인 뉴스 앵커를 거쳐 현재 TV조선 시사프로 MC이다. 또 다수의 정치적 행사에서 진행을 본 이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수빈씨는 이날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를 통해 "조수빈 씨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됐다"며 "조수빈 씨는 KBS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의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프로그램 진행자 선정과 관련해 KBS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무엇보다 해당 보도에서 조수빈 씨를 ‘낙하산’이라는 표현과 함께 특정시각에 맞춰 편향성과 연결 지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13 15:01:47[파이낸셜뉴스] "일국 외국부 대변인 발언으로는 수준 이하로 무례하고 무지하며 편향돼 있다." 북한의 '선제적 핵 공격 법제화'를 지적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편향적"이라고 지적한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을 향해 정부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1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가 '선제적 핵 공격'을 법제화한 세계 유일한 국가라고 주장하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말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3일 출입기자단에 별도로 배포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논평에 대해 "이러한 발언은 북한의 위협적인 수사와 지속적인 무력 도발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명백하고도 객관적인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하로바 대변인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국가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러시아의 지도자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를 호도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1일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며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초부터 북한 정권은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민족 개념을 부정한 채 대한민국을 교전 상대국이자 주적으로 못 박았다"며 "반민족·반통일 행위이며 역사에 역행하는 도발이고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 핵심인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며 "북한 정권은 지난 70년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시스템 붕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고 중요 정치 일정이 있는 해에는 늘 사회 교란과 심리전, 도발을 감행해 왔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2-03 10:15:06[파이낸셜뉴스]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진행자 신장식 씨가 방송에서 하차한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방송은 패널 편향 논란으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법정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신씨는 29일 MBC 라디오 표준FM(95.9㎒)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생방송에서 “다음달 8일 마지막 방송을 하기로 했다”며 “방송을 둘러싼 작금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MBC와 상의했지만 생각이 모두 일치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형기 시인의 시 ‘낙화’를 낭송하기도 했다. 그는 “MBC에 더 부담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모든 생활과 계획을 ‘뉴스하이킥’ 중심으로 짜놓았기에 이후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인 신씨는 2000~2008년 세 차례에 걸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민주노동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보신당 대변인을 지내기도 했다. 2021~2022년까지는 TBS FM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을 진행했다. 선방위는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의 지난해 12월 20∼22일, 25∼26일, 27일 방송분에 친야권 성향 패널이 친여권 성향 패널보다 현저히 많이 출연하고 패널 발언이 편향돼 있다며 ‘관계자 징계’를 지난 24일 의결한 바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1-30 07:12:5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다음엔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다. 최근 괴한으로부터 피습된 정당인들 얘기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을 방문했다가 60대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 남성은 '내가 이재명'이라는 종이 왕관을 쓰고,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접근한 뒤 흉기로 이 대표의 목을 노렸다. 상처가 깊거나 부위가 조금 달랐으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다. 배 의원은 지난 15일 자주 찾는 장소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배 의원 측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학생은 배 의원이 신분을 확인해주자 주머니에 감춰뒀던 둔기로 배 의원의 머리를 10차례 넘게 가격했다. 불과 한달 사이 정치인 테러가 연이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범죄는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는 것과 함께 엄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정치인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 같은 이상동기범죄와는 다르다. 대부분은 목표가 명확하고, 자신과 신념이 다른 사람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역대 정치인 테러사건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극단적 행동 뒤에는 정치인이나 당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폭행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5월 30대 남성 김모씨는 김 대표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안면을 가격했다. 이재명 피습범이 접근해온 수법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비방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면서 당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폭행하려 했으나 찾지 못하자 김 대표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6년 5월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괴한 지모씨로부터 커터칼로 얼굴 부위를 공격당한 바 있다. 지씨는 과거 전과로 오랜 기간 수감된 것이 억울해 여당 측에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다고 범행동기를 밝혔다.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 가해자들에게서도 공통점이 감지된다. 이들은 평상시 유튜브나 방송, SNS 활동 등을 즐겼으며 특히 정치 관련 콘텐츠에 관심을 보였다는 의혹이 전해진다. 이재명 대표를 공격한 김씨의 이웃에 따르면 그는 평상시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다고 한다. 그는 범행 직후 경찰 조사에서도 "이재명을 죽이려고 했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배 의원을 폭행한 중학생의 동기는 현재까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 학생이 폭행 전 배 의원의 신분을 확인한 점, 이재명 지지자들 사이에 끼어 동영상을 스스로 촬영한 점 등을 살펴보면 행동을 촉발한 배경을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가 이번 테러의 토양이 됐다고 본다. 각자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를 강하게 헐뜯는 메시지가 피의자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된 결과라는 것이다.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의 '필터 버블'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용자 선호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알고리즘이 오히려 사용자들을 확증편향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필터 버블은 확증편향을 일으키는 소스가 있어야만 작동한다. 확증편향 자체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범행을 결정 짓는 방아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명분과 세력의 싸움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팬덤정치와 네거티브 공세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과격한 언동과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더욱 경계하기 바란다. 확증편향을 부추겨 만든 팬덤정치는 반작용도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혐오는 파괴력이 있지만 지속성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없다. 아울러 검경 등 수사기관도 빈틈없는 수사로 음모론 등 의문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ksh@fnnews.com
2024-01-29 18:21:09[파이낸셜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다음엔 국민의 힘 배현진 의원이다. 최근 괴한으로부터 피습된 정당인들 얘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일 부산을 방문했다가 60대 남성으로부터 공격받았다. 이 남성은 ‘내가 이재명’이라는 종이왕관을 쓰고, 이 대표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접근한 뒤 흉기로 이 대표의 목을 노렸다. 상처가 깊거나 부위가 조금 달랐으면 생명이 위독해졌을 수도 있다. 국민의 힘 배현진 의원은 지난 15일 자주 찾는 장소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배 의원 측에 따르면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국민의 힘 배현진 의원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학생은 배 의원이 신분을 확인해주자 주머니에 감춰둔 둔기로 배 의원의 머리를 10차례 넘게 가격했다. 불과 한달 사이 정치인 테러가 연이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범죄는 정확한 동기 파악과 함께 엄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정치인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묻지마 칼부림’ 사건 같은 이상동기범죄와는 다르다. 대부분은 목표가 명확하고 자신의 신념과 다른 사람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역대 정치인 테러 사건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극단행동 뒤에는 정치인이나 당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8년 5월, 30대 남성 김모씨는 김 대표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는 척 하다가 안면을 가격했다. 이재명 피습범이 접근해온 수법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쇼’라고 비방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면서 당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폭행하려 했으나 찾지 못하자 김 대표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당시 한나라당 대표시절이던 2006년 5월에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괴한 지모씨로부터 커터칼로 얼굴 부위를 공격당한 바 있다. 지씨는 과거 전과로 오랜기간 수감한 것이 억울해 여당측에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 가해자들에게도 공통점이 감지된다. 이들은 평상시 유튜브나 방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즐겼으며 특히 정치 관련 콘텐츠에 관심을 보였다는 의혹이 전해진다. 이재명을 공격한 김씨의 이웃에 따르면 그는 평상시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다고 한다. 그는 범행 직후 경찰 조사에서도 “이재명을 죽이려고 했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배 의원을 폭행한 중학생의 동기는 현재까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 학생이 폭행 전 배 의원의 신분을 확인한 점, 이재명 지지자들 사이에 끼어 동영상을 스스로 촬영한 점 등을 살펴보면 행동을 촉발시킨 배경을 어렴풋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가 이번 테러의 토양이 됐다고 본다. 각자 진영 논리에 빠져 상대를 강하게 헐뜯는 메시지가 피의자 머릿 속에 깊이 각인된 결과라는 것이다.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의 ‘필터 버블’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사용자 선호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알고리즘이 오히려 사용자들을 확증편향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필터 버블은 확증편향을 일으키는 소스가 있어야만 작동한다. 확증편향 자체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범행을 결정짓는 방아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명분과 세력의 싸움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팬덤 정치와 네거티브 공세는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는 과격한 언동과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을 더욱 경계하기 바란다. 확증 편향을 부추겨 만든 팬덤 정치는 그만큼의 반작용도 커지기 마련이다. 혐오는 파괴력이 있지만 지속성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없다. 아울러 검·경 등 수사기관도 빈틈없는 수사로 음모론 등 의문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4-01-29 14:45:14[파이낸셜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달도 지나지 않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폭행을 당하면서 '정치 혐오'에 의한 연쇄 테러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으로 상대 진영을 적으로 몰아가는 정치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방범죄 등이 정치인 연쇄 테러의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발적 범행"주장...경찰, 공범여부 등 불구속수사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보호자 입회하에 배 의원을 피습한 A군을 상대로 행적과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A군은 "연예인 사인을 받으러 미용실에 갔다가 그 건물에 온 배 의원을 우연히 만났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지만 이는 경찰 조사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배 의원은 차량에서 나와 3~4m가량 이동했는데 A군이 다가와 두 차례 배 의원임을 확인한 뒤 바로 공격했다는 것이다. A군은 평소 지인들과의 대화방에 정치 관련 글이나 영상을 SNS나 단체 채팅방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치기사에 댓글도 자주 다는 등 또래에 비해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 대표를 습격한 김모씨(67) 역시 평소 은둔형 생활을 하며 정치 유튜브를 즐겨 봤고 태극기 집회에도 참여해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문에 김씨의 당적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병원 진료 및 처방 내역과 학교생활기록부 등도 살피며 진술의 사실 여부를 파악 중이다. 공범이나 배후 세력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분간 불구속 상태로 A군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은 현행범 체포 등으로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에 대해 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입원 조치로 사실상 신병을 확보한 만큼 일단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전날 오후 체포 시한이 만료되기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알고리즘이 '확증편향' 키워"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는 올해 두드러진 극단 현상으로 '확증편향'을 꼽았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듣고 자신의 신념을 더욱 굳히는 현상이다. 학회는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에서) 확증편향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며 "특히 이해하기 쉽고 친숙한 정보, 특히 짧은 동영상 등을 볼 때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진다"고 분석했다. 유튜브와 SNS에서 사용자의 취향 중심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유튜브 뉴스 이용과 확증편향성' 분석에 따르면 주요 진보, 보수 유튜브 채널을 3개씩 총 6개 채널을 선정해 시청자 123만8632명을 추적한 결과 한쪽 진영의 주장만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는 비중은 양쪽 진영 주장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는 비중 보다 5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를 막기 위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초중고 교육에서 정치 교육은 사라진 지 오래"라면서 "언론과 정치가 합세해 올바른 정치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회는 온라인의 혐오 정치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이어졌던 정치권의 극단적인 분열 양상과 팬덤 정치들이 이제 일반 시민사회에도 투사되고 있다"며 "이를 인위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겨야 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주원규 기자
2024-01-27 13:35:47[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공단이 언론을 통해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이의를 제기한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9일 발표한 신 지배구조 규정에 정한 기준에 따라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현 회장(최정우)이 3연임을 위해 지원한다면 그건 개인의 자유”라며 "현 회장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오직 포스코의 미래와 주주 이익을 위해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없이 냉정하고 엄중하게 심사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내년 1월 8일까지 회장 후보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내부 후보자의 지원과 주주 추천 등 경로를 거쳐 추천된 외부 후보자를 망라한 20∼30명 정도의 롱리스트를 작성할 계획"이라며 "이후 외부 저명인사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의 자문을 받아 빠른 시일 내에 숏리스트로 압축해 차기 회장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원장인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런 과정을 수시로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은 내외부인 차별 없는 공정한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율 6.7%를 차지하는 최대주주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최정우 현 회장이 공식 연임 도전 의사 표명 없이도 차기 회장 후보에 포함될 수 있어 연임에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따로 공개 모집 절차 없이 CEO후보추천위원회가 포스코 내부 회장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핵심 임원진과 외부 주요 주주 추천 인사들로 후보를 모으는 방식이다. 내년 1월 상순까지 20∼30명 규모의 롱리스트를 꾸리고, 1월 말에는 다시 후보군을 5명 내외로 압축해 '숏리스트'를 작성한다. 내년 2월에는 이를 '파이널리스트'로 좁혀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이사회에 추천하게 된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3-12-29 10:4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