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인공지능 방산기업 쉴드AI(Shield AI)와 체결한 계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언론은 이 계약이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했고,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KF-21과의 연관성, 로열티 부담, 수출 차질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실제 계약의 성격과 경과, 해당 회사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이러한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에 기반하지 않거나 과장된 ‘카더라’ 식 의혹 제기임이 이미 드러났다. KF-21과 무관한 무인기 AI 실험 이번 KAI-쉴드AI 계약은 KF-21 전투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이 양사의 주장이다. 이 계약은 KAI가 개발 중인 차세대 다목적 무인기에 인공지능(AI) 조종 기술을 시험 적용하기 위한 기술 실험 계약으로, 유인 전투기 플랫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양사는 분명히 밝혔다. KAI는 이번 협업의 목적이 자사가 개발 중인 AI 조종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는 데 있으며, KF-21과 같은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과는 무관함을 명확히 했다. 또한 이 계약은 졸속으로 이루어진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KAI가 2년여에 걸쳐 글로벌 AI 기업들과 협력을 타진해 온 장기 검토의 결과물이다. 그중 하나로 선택된 것이 쉴드AI와의 이번 실험적 계약이다. 계약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는 한 장면이 있다. 지난해 미 공군 장관인 프랭크 켄달이 F-16에 해당 무인 파일럿 기술이 장착된 전투기를 타고 인간 조종사와 도그파이트(공중전)를 벌이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방송한 NBC의 리포터는 “이러한 기술을 보유하고 실제 전투기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군대는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라는 국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 수의계약은 일반적인 방식 계약 형식이 ‘수의계약’이라는 점을 문제 삼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방산 분야에서 흔히 적용되는 합법적 방식이다. 특히 전략적 기술 협력이나 보안성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의 경우, 수의계약은 일반적인 선택지다. 이번 계약은 KAI 내부 법무실과 조달 부서가 전 과정에 참여해 체결됐으며, 미국과 한국 양국의 관련 법령을 모두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쉴드AI 역시 해당 계약이 미국 수출 통제법과 한국 계약법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즉, 이번 계약은 단순히 요건을 갖췄다는 수준을 넘어 법적 타당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한 공식 협약이다. 실체 없는 ‘카더라’식 로열티 주장 일부 언론 보도는 KAI가 쉴드AI에 과도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며, 이로 인해 향후 수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양사는 이번 계약에 로열티 조항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계약은 AI 조종 기술의 성능을 단기적으로 검증해보는 실험적 성격의 계약이므로, 로열티 지급이 발생할 구조가 아니다. KF-21 개발이나 수출과도 무관하며, 계약이 해당 전투기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른, 증거와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다. 쉴드AI 또한 이번 계약은 비공개 기술 실험 계약일 뿐이며, KF-21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재확인했다. 국내 파트너 선정은 해당 회사의 몫이자 권한 쉴드AI의 한국 파트너로 ‘퀀텀에어로’가 선정된 점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는 이 회사 대표의 과거 업력이나 규모를 문제 삼았지만, 쉴드AI는 기술력, 장기 비전, 헌신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파트너를 선정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이는 단순한 국내 대리점 계약이 아니라, 장기적 기술 협력과 공동 개발을 염두에 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이 쉴드AI의 입장이다. 방위산업 특성상 신생 기업이라도 미래 가능성과 신뢰도가 확보되면 협력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쉴드AI의 선택 기준은 이를 반영한 것이다. 논란의 실체는 정보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 결국 이번 논란은 ‘수의계약’이라는 외형, ‘KF-21’이라는 상징성, ‘AI’라는 낯선 기술 요소가 결합되며 발생한 정보 비대칭의 산물이다. 방산 계약은 보안과 전략적 기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개 정보가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사실관계가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해석이 확산되기 쉽다. 또한 일부 언론은 ‘방산’이라는 단어와 ‘비리’를 붙여 시선을 끌고, 한국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비꼬는 제목을 달았다. 해당 영상에는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잘못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한 의혹 제기에 직업에 대한 비하까지 결합된 태도였다. 정부와 기업은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정확하고 투명한 팩트 전달이 필요하다. KAI와 쉴드AI가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한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오히려 한국 방산 기술이 글로벌 AI 생태계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기술 확보 시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 방위산업은 독자 개발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다. 민간 기술과의 융합, 개방형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주국방 실현을 앞당기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란보다는 사실에, 의혹보다는 기회에 주목해야 할 때다. 그래야 대한민국 국방이 강해진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2025-05-26 17:37:51[파이낸셜뉴스]삼성전자가 자사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TV가 독일 시험·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TÜV Rheinland)'로부터 '리얼 퀀텀닷 디스플레이' 인증을 획득했다고 8일 밝혔다. 프랭크 주트너 TUV 라인란드 코리아 대표이사와 손태용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 테렌스 청 TUV 라인란드 아시아 퍼시픽 제품 인증 총괄(왼쪽부터)이 '리얼 퀀텀닷 디스플레이' 인증 수여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5-05-08 11:48:32구관이 명관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불황이 예상돼 공연계가 검증된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 CJ ENM과 EMK뮤지컬컴퍼니가 신년에 내놓은 작품도 자사 스테디셀러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CJ ENM의 '베르테르'는 팬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지난 2003~2004년 4연 당시 재정적 문제를 겪을 때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모금해 공연을 살린 바 있다. 지난 2018년 초연된 175억원대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는 초연 개막 후 한달 만에 최단기간 누적관객 10만명을 돌파한 EMK의 히트작이다. ■시대를 초월한 사랑의 힘 각자도생의 시대에 순수한 사랑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청춘의 열병,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징과 같다. 괴테 역시 젊은 시절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으며 그의 오랜 친구는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다 고뇌 끝에 자살했다.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지금은 연극계 스타 연출가가 된 고선웅이 약 25년전 밀레니엄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그는 작품 도록 인사말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짝사랑에 힘겨워하던 청년의 편지에 후끈 달아올랐다"며 "그때가 32세였다"고 돌이켰다. 2003~2004년 시즌 연출자로 합류했던 조광화 연출은 이번 시즌 러브콜을 받고 걱정이 앞섰다. 어느새 60세가 된 그는 "청년의 감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연습 첫 주 배우들과 함께 하자 무언가가 날 흔들었다. 내 안의 베르테르가 다시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깊은 내면에 베르테르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베르테르의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담은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마음을 파고든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한 극적인 요소가 강조된 서정적인 뮤지컬로 대중가요처럼 친근한 멜로디가 강점이다. '베르테르'는 요즘 유행하는 성격 유형(MBTI) 중 감정형(F)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 대상도 달라질 수 있다. 배우 전미도는 "때로 우리는 베르테르가 되기도, 롯데가 되기도, 또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토가 되기도 한다"며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더 가까운가"라고 반문했다. 베르테르 역에 새로 합류한 가수 출신 김민석은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으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설익은 풋풋한 연기가 베르테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3월 1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냉혹한 신분사회를 웃음으로 뚫다꿈일까/제발 날 떠나지 마 내 사랑/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어딘가 날 위해 부르던 너의 노래/다시 들려오는 그 천국이 있을까/나 이제 너에게로 갈게(뮤지컬 '웃는 남자' 넘버 중) 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은 동명의 원작 소설이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입이 찢어진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대세'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조명과 영상의 환상적인 조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180분간 펼쳐지는 극의 서사를 따라 시각적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귀족 사회의 위압감과 웅장함을 하층에서 상층을 올려다보는 구조로 구현한 상원 의회 장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은밀하고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 조시아나의 침실 장면 등은 무대 미술이 빛나는 대표 장면이다. 특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천위로 두 주역이 날아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캔 잇 비?(Can It Be)', '나무 위의 천사(Angels In The Trees)' 등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이끈다. 2막에서 그윈플렌이 상원위원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고 외치는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그 직후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넘버는 그윈플렌의 격정적인 내면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5-02-02 18:47:43[파이낸셜뉴스] 구관이 명관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 불황이 예상돼 공연계가 검증된 작품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 CJ ENM과 EMK뮤지컬컴퍼니가 신년에 내놓은 작품도 자사 스테디셀러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CJ ENM의 ‘베르테르’는 팬층이 탄탄한 작품이다. 지난 2003~2004년 4연 당시 재정적 문제를 겪을 때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모금해 공연을 살린 바 있다. 지난 2018년 초연된 175억원대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는 초연 개막 후 한달 만에 최단기간 누적관객 10만명을 돌파한 EMK의 히트작이다. ■베르테르, 시대 초월 고전과 사랑의 힘 각자도생의 시대에 순수한 사랑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뜨거운 사랑을 꿈꾼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는 청춘의 열병,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징과 같다. 괴테 역시 젊은 시절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 적이 있으며 그의 오랜 친구는 상관의 부인을 연모하다 고뇌 끝에 자살했다. 창작뮤지컬 ‘베르테르’는 지금은 연극계 스타 연출가가 된 고선웅이 약 25년전 밀레니엄을 앞두고 쓴 작품이다. 그는 작품 도록 인사말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짝사랑에 힘겨워하던 청년의 편지에 후끈 달아올랐다”며 “그때가 32세였다”고 돌이켰다. 2003~2004년 시즌 연출자로 합류했던 조광화 연출은 이번 시즌 러브콜을 받고 걱정이 앞섰다. 어느새 60세가 된 그는 "청년의 감성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연습 첫 주 배우들과 함께 하자 무언가가 날 흔들었다. 내 안의 베르테르가 다시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깊은 내면에 베르테르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준다. 베르테르의 순수하고 열정적이며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을 담은 넘버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은 마음을 파고든다.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춤과 노래보다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한 극적인 요소가 강조된 서정적인 뮤지컬로 대중가요처럼 친근한 멜로디가 강점이다. ‘베르테르’는 요즘 유행하는 성격 유형(MBTI) 중 감정형(F)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각자 상황에 따라 감정이입 대상도 달라질 수 있다. 배우 전미도는 “때로 우리는 베르테르가 되기도, 롯데가 되기도, 또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토가 되기도 한다”며 “오늘 당신은 누구에게 더 가까운가”라고 반문했다. 베르테르 역에 새로 합류한 가수 출신 김민석은 지난해 뮤지컬 ‘하데스타운’으로 성공적인 배우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설익은 풋풋한 연기가 베르테르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 3월 16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냉혹한 신분사회를 웃음으로 뚫다...'웃는 남자 꿈일까/제발 날 떠나지 마 내 사랑/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어딘가 날 위해 부르던 너의 노래/다시 들려오는 그 천국이 있을까/나 이제 너에게로 갈게(뮤지컬 '웃는 남자' 넘버 중) 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은 동명의 원작 소설이 원작이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입이 찢어진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대세'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조명과 영상의 환상적인 조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180분간 펼쳐지는 극의 서사를 따라 시각적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귀족 사회의 위압감과 웅장함을 하층에서 상층을 올려다보는 구조로 구현한 상원 의회 장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은밀하고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 조시아나의 침실 장면 등은 무대 미술이 빛나는 대표 장면이다. 특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천위로 두 주역이 날아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마치 동화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캔 잇 비?(Can It Be)', '나무 위의 천사(Angels In The Trees)' 등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이끈다. 2막에서 그윈플렌이 상원위원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고 외치는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그 직후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넘버는 그윈플렌의 격정적인 내면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5-01-31 15:57:25[파이낸셜뉴스] '꿈일까/제발 날 떠나지 마 내 사랑/아직 못다 한 말이 많은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어딘가 날 위해 부르던 너의 노래/다시 들려오는 그 천국이 있을까/나 이제 너에게로 갈게'(뮤지컬 '웃는 남자' 넘버 중) 탄탄한 서사와 멜로디, 서정성 짙은 넘버들로 수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가 지난 2018년 초연 이후 2020년, 2022년에 이어 네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한민국 뮤지컬 시상식을 휩쓸며 전례 없는 흥행 열풍을 이어간 뮤지컬 '웃는 남자'는 시즌마다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이전 공연에 대한 평가를 뛰어넘는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 뮤지컬은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스스로 "이 이상의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고 꼽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입이 찢어진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그윈플렌'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의 삶을 통해 사회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조명한 작품이다. 뮤지컬계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을 흥행으로 이끈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또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그의 오랜 파트너인 작사가 잭 머피, 그래미 어워드에서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한 제이슨 하울랜드, 압도적인 실력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김문정 음악감독이 참여해 작품에 힘을 실었다. 이번 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스케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조명과 영상의 환상적인 조화는 물론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 180분간 펼쳐지는 극의 서사를 따라 시각적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다. 귀족 사회의 위압감과 웅장함을 하층에서 상층을 올려다보는 구조를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한 상원 의회 장면, 아름다운 곡선으로 은밀하고 강렬한 욕망을 반영한 조시아나의 침실 장면, 왕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화려함을 한껏 담아낸 가든파티 장면 등은 압도적인 무대 미술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함을 전한다. 특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과 흩어지는 파도와 같이 섬세하게 움직이는 천 위로 날아오르는 2막 피날레 장면은 마치 동화 속 장면에 참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크 와일드혼은 '캔 잇 비?(Can It Be)', '나무 위의 천사(Angels In The Trees)' 등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이끌어냈다. 2막에서 그윈플렌이 상원위원 귀족들에게 눈을 뜨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고 외치는 '그 눈을 떠(Open Your Eyes)'와 그 직후에 이어지는 '웃는 남자(The Man Who Laughs)' 넘버는 그윈플렌의 격정적인 내면과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웃는 얼굴을 가진 채 유랑극단에서 광대 노릇을 하는 젊은 청년 '그윈플렌' 역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엘리자벳', '베토벤', '킹키부츠' 등 여러 대작들의 주연으로 활약해온 박은태가 2022년에 이어 두번째로 출연한다. 아울러 따뜻한 음색과 남다른 음악 해석력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이석훈, 감미로운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 규현, 지난 2021년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로 뮤지컬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NCT 도영이 그윈플렌을 번갈아 연기한다. 또 그윈플렌과 데아를 진심 어린 애정으로 거둬 키우는 '우르수스' 역에는 서범석과 민영기, 앞을 보진 못하지만 영혼으로 그윈플렌을 바라보며 그를 보듬어주는 '데아' 역에는 이수빈과 장혜린, 여왕의 이복동생이자 부유한 귀족인 '조시아나' 역에는 김소향과 리사가 출연한다. 이외에도 박시원, 강태을, 문성혁, 김영주, 김지선 등 베테랑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5-01-31 14:47:13탄핵 정국으로 연말 특수를 맞은 공연계에 잠시 먹구름을 드리웠지만 공연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주일 공연 횟수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 6% 감소했지만 총 티켓 판매 수는 8% 늘었다. 뮤지컬업계에선 브로드웨이 히트작의 한국 첫 프로덕션인 '알라딘'이 가족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올해 20주년을 맞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인터파크 티켓 주간 랭킹 1위에 올랐다. 5년 만에 귀환한 시라노도 톱 4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테디셀러 '지킬 앤 하이드'지난 4일부터 본 공연이 시작된 지킬 앤 하이드는 "기대 이상의 발전"이란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기존 무대에 LED 영상으로 배경의 현실감을 높였을 뿐이지만,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캐스팅 덕에 새로운 느낌을 주며 명불허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철지킬' 김성철과 성악가 출신 '엠마' 손지수는 향후 '지킬 앤 하이드'를 책임질 젊은 피로 손색없다. '킹키부츠' '하데스타운'을 거치며 급성장중인 김환희는 '루시' 역할에 새로 합류했는데, '보석의 발견'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4년 한국 초연 이래 누적 관객수 180만명을 돌파한 이 작품은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인격으로 분리된 지킬 박사(홍광호·전동석·김성철 분)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탐구한다. 19세기 사회 양극화가 극심했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을 무대로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이 정신질환을 앓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하는 치료제 연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한국 프로덕션은 지킬을 도전적인 과학자로 재해석했다. 이는 1800여개의 메스실린더를 형형색색으로 가득 채워 구현한 지킬의 실험실을 통해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표현해냈다. 지난 11일 공연에서 김성철은 영화 '올빼미' '지옥 시즌2' 등 대중매체에서 입증한 연기력과 호소력 짙은 가창력을 바탕으로 이 작품의 서사를 설득력있게 풀어내 극적 재미를 안긴다.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그는 '팬레터' '빅피쉬' '데스노트' '몬테크리스토'를 거쳐 대극장 주역 배우로 안착했다. 지킬·하이드에게 빛과 같은 존재인 약혼녀 '엠마' 역의 손지수는 청아한 목소리와 풍성한 성량으로 '뉴 엠마'의 탄생을 알린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뮤지컬계에 입문한 그의 노랫소리는 엠마 캐릭터의 정체성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지킬을 사랑하게 된 클럽 무용수 '루시'는 지킬의 또 다른 인격 하이드와 엮이는 기구한 인생으로 이 작품의 비극성을 드높인다. 지난 2010년 23세 나이에 '루시' 역에 도전, '아기 루시'라는 별명을 얻은 선민은 치명적 매력을 지닌 가련한 운명의 루시를 무르익은 연기와 노래로 소화해낸다. 내년 5월 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낭만 호걸' 시라노의 귀환"세상이 날 짓밟아도 달을 쫓아 나는 가리, 콧대를 높게 치켜들고"(시라노 대사 중)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시라노'는 지난 2017년 초연과 2019년 재연에 이어 새로워진 무대 구성과 연출로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배가 됐다. 160분이 눈 깜짝할 새 스쳐 지나간다. 뮤지컬 '시라노'는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낭만 호걸'이었던 시라노의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을 그린다.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 작사가인 고(故) 레슬리 브리커스가 쓴 사랑의 언어와 위트 넘치는 대사는 낭만적인 무드를 증폭시킨다. 또 18인조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풍성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시라노'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슬프지만 웃기고, 심각하면서도 가벼운 상황 전개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요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일깨워 준다. 이번 시즌 시라노 역을 맡은 조형균·최재림·고은성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힘찬 에너지를 전하기도, 애절한 노래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는 등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록산 역의 나하나·김수연·이지수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검술 액션도 매끈하게 소화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이번 시즌 달라진 무대 구성은 신선한 현장감으로 시선을 붙든다. 찢어진 종이가 겹겹이 쌓여 마치 오래된 책을 보는 듯한 네모 프레임이 등장하고, 그 안으로 다채로운 영상이 펼쳐진다. 내년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4-12-16 19:08:59[파이낸셜뉴스] 탄핵 정국으로 연말 특수를 맞은 공연계에 잠시 먹구름을 드리웠지만 공연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주일 공연 횟수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 6% 감소했지만 총 티켓 판매 수는 8% 늘었다. 뮤지컬업계에선 브로드웨이 히트작의 한국 첫 프로덕션인 '알라딘'이 가족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올해 20주년을 맞은 스테디셀러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인터파크 티켓 주간 랭킹 1위에 올랐다. 5년 만에 귀환한 시라노도 톱 4에 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명불허전 스테디셀러 ‘지킬 앤 하이드’ 지난 4일부터 본 공연이 시작된 지킬 앤 하이드는 "기대 이상의 발전"이란 평가가 과장이 아니다. 기존 무대에 LED 영상으로 배경의 현실감을 높였을 뿐이지만,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캐스팅 덕에 새로운 느낌을 주며 명불허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철지킬' 김성철과 성악가 출신 '엠마' 손지수는 향후 '지킬 앤 하이드'를 책임질 젊은 피로 손색없다. '킹키부츠' '하데스타운'을 거치며 급성장중인 김환희는 '루시' 역할에 새로 합류했는데, '보석의 발견'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4년 한국 초연 이래 누적 관객수 180만명을 돌파한 이 작품은 지킬과 하이드라는 두 인격으로 분리된 지킬 박사(홍광호·전동석·김성철 분)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을 탐구한다. 19세기 사회 양극화가 극심했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 런던을 무대로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이 정신질환을 앓던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분리하는 치료제 연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한국 프로덕션은 지킬을 도전적인 과학자로 재해석했다. 이는 1800여개의 메스실린더를 형형색색으로 가득 채워 구현한 지킬의 실험실을 통해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표현해냈다. 지난 11일 공연에서 김성철은 영화 '올빼미' '지옥 시즌2' 등 대중매체에서 입증한 연기력과 호소력 짙은 가창력을 바탕으로 이 작품의 서사를 설득력있게 풀어내 극적 재미를 안긴다.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그는 '팬레터' '빅피쉬' '데스노트' '몬테크리스토'를 거쳐 대극장 주역 배우로 안착했다. 지킬·하이드에게 빛과 같은 존재인 약혼녀 '엠마' 역의 손지수는 청아한 목소리와 풍성한 성량으로 '뉴 엠마'의 탄생을 알린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뮤지컬계에 입문한 그의 노랫소리는 엠마 캐릭터의 정체성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지킬을 사랑하게 된 클럽 무용수 '루시'는 지킬의 또 다른 인격 하이드와 엮이는 기구한 인생으로 이 작품의 비극성을 드높인다. 지난 2010년 23세 나이에 '루시' 역에 도전, '아기 루시'라는 별명을 얻은 선민은 치명적 매력을 지닌 가련한 운명의 루시를 무르익은 연기와 노래로 소화해낸다. 내년 5월 18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낭만 호걸’ 시라노의 귀환, '시라노' “세상이 날 짓밟아도 달을 쫓아 나는 가리, 콧대를 높게 치켜들고”(시라노 대사 중)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시라노’는 지난 2017년 초연과 2019년 재연에 이어 새로워진 무대 구성과 연출로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배가 됐다. 160분이 눈 깜짝할 새 스쳐 지나간다. 뮤지컬 ‘시라노’는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룬다.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낭만 호걸’이었던 시라노의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을 그린다.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 작사가인 고(故) 레슬리 브리커스가 쓴 사랑의 언어와 위트 넘치는 대사는 낭만적인 무드를 증폭시킨다. 또 18인조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풍성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시라노’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슬프지만 웃기고, 심각하면서도 가벼운 상황 전개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요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일깨워 준다. 이번 시즌 시라노 역을 맡은 조형균·최재림·고은성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힘찬 에너지를 전하기도, 애절한 노래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는 등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록산 역의 나하나·김수연·이지수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검술 액션도 매끈하게 소화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이번 시즌 달라진 무대 구성은 신선한 현장감으로 시선을 붙든다. 찢어진 종이가 겹겹이 쌓여 마치 오래된 책을 보는 듯한 네모 프레임이 등장하고, 그 안으로 다채로운 영상이 펼쳐진다. 내년 2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장인서 기자
2024-12-16 10:51:36[파이낸셜뉴스] "세상이 날 짓밟아도 달을 쫓아 나는 가리, 콧대를 높게 치켜들고"(시라노 대사 중)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시라노'가 한층 깊어진 감동을 선사하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지난 2017년 초연과 2019년 재연에 이어 새로워진 무대 구성과 연출로 기존 관람객은 물론 새로운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시라노'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 이후 10일부터 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제작사 RG컴퍼니와 CJ ENM가 "듣는 재미, 보는 재미가 배가 됐다"고 자신했을 만큼 160분이 눈 깜짝할 새 스쳐 지나간다.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시인이자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이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쓴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각색한 작품이다. 스페인과 전쟁 중이던 17세기 프랑스에서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었던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연애편지 대필이라는 재미있는 설정을 바탕으로 '낭만 호걸'이었던 시라노의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을 그린다.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드라마틱한 음악, 작사가인 고(故) 레슬리 브리커스가 쓴 사랑의 언어와 위트 넘치는 대사는 낭만적인 무드를 증폭시키고, 8인조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풍성한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새로 작곡한 '연극을 시작해', '말을 할 수 있다면', '달에서 떨어진 나' 등 3곡의 넘버는 서사의 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시라노'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공연의 각색을 맡은 김수빈 번역가는 "배경이 17세기의 프랑스일 뿐, 지금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일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작품의 줄거리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연출과 무대 구성, 배우들의 활약으로 오랜 이야기는 또다시 힘을 얻었다. 노래와 대사를 유려하게 넘나드는 목소리와 제스처, 생생한 표정들은 짙은 호소력을 가진다. 슬프지만 웃기고, 심각하면서도 가벼운 상황 전개는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요즘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일깨워준다.이번 시즌 시라노 역을 맡은 조형균·최재림·고은성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이 요구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힘찬 에너지를 전하기도, 애절한 노래로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는 등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이다.코믹한 말과 행동으로 악의 없는 웃음을 주는 시라노, 전투를 앞두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크리스티앙에게는 용기를 심어주는 인생 선배 시라노, 전하지 못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고독한 시라노 등 인물이 지닌 다면적 매력을 강하고 섬세하게 그린다.록산 역의 나하나·김수연·이지수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검술 액션도 매끈하게 소화하며, 시대를 앞서가는 주체적인 여성의 상을 그려냈다. 가스콘 부대의 신입 병사이자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크리스티앙 역은 임준혁과 차윤해가 맡았다. 두 사람 모두 정확한 딕션과 깔끔한 가창력,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삼각관계에서 비롯된 순수한 낭만성을 드러낸다. 이와 더불어 극에 재미를 더해주는 이율(드기슈 역), 최호중(르브레 역), 원종환(라그노 역) 등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이번 시즌 달라진 무대 구성은 신선한 현장감으로 시선을 붙든다. 찢어진 종이가 겹겹이 쌓여 마치 오래된 책을 보는 듯한 네모 프레임이 등장하고, 그 안으로 다채로운 영상이 펼쳐진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주요 장소를 생생하게 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계절을 나타내는 커다란 나무 등 대도구와 무대 중앙 회전 장치를 적극 활용한 점도 돋보인다. 라그노의 빵집, 가스콘의 훈련장, 록산의 집, 수녀원, 전쟁터 등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장면들은 팝업 형태 그림책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효과를 준다.탄탄한 실력을 갖춘 앙상블과의 시너지도 눈여겨볼 만하다. 정도영 안무가와 홍현표 무술감독은 합심해 만든 화려한 액션 군무가 핵심 장면에 녹아들었다. 하이라이트 넘버인 '가스콘'에서의 전투 장면은 극도의 긴장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공연은 오는 2025년 2월 23일까지 이어진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2-14 11:56:47올여름 공연 피서를 계획한다면,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추천한다. 상반기 '일 테노레' '디어 에반 핸슨' '헤드윅'을 즐겨본 관객이라면 하반기는 '하데스 타운'으로 출발해도 좋다. 10년 넘게 사랑받은 '영웅'과 '시카고' 그리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젠틀맨스 가이드'도 공연 중이다. 따끈따끈한 초연작도 줄줄이 개막했다. 일본만화 원작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과 '베르사유의 장미'가 국내 극장가를 강타한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그리스 신화 재해석, 소울 넘치는 '하데스타운' 극작·작곡·작사를 맡은 아나이스 미첼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하데스 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한 '소울' 넘치는 작품이다. 극의 형식 또한 독특하다. 모든 등장인물과 라이브 밴드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제우스의 전령 헤르메스가 마치 재즈 클럽의 사회자인 듯 극을 이끈다. '하데스 타운'은 그리스 신화에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살리기 위해 지하세계로 향한 오르페우스와 하데스에게 납치돼 가을·겨울에는 지하에 사는 아내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엮었다. 현대적 재해석을 더한 이 작품은 1920~30년 미국 대공항 시기 혹독한 현실과 흑인 노예와 유럽 이주민이 공존하던 뉴올리언즈에서 생성된 재즈를 차용해 에우리디케는 가난하고 강인한 현실주의자, 오르페우스는 음악적 재능을 지닌 몽상가이자 가난한 웨이터로 재창조했다. '저승의 신' 하데스는 광산을 운영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 페르세포네는 남편의 조급한 사랑이 답답한 애주가 여신으로 거듭났다. 원형극장을 연상시키는 무대에서 다섯 주연배우와 세 '운명의 여신' 그리고 앙상블이 함께 꾸미는 무대는 그야말로 심심할 틈이 없다. 여기에 피아노·첼로·기타·드럼 등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가 배우들과 유기체처럼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로 무대를 꽉 채운다. 특히 이 작품은 노래와 음악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성스루' 뮤지컬로 뉴올리언즈 재즈·아메리카 포크·블루스 등 커튼콜 포함한 37곡의 넘버들이 공연 내내 흘러 넘친다. 지난 12일 개막일 분위기는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코로나19 기간인 2022년 국내 초연 후 이번이 두 번째 시즌인데도 배우들이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졌다. 한국 최초 '여성 헤르메스' 역을 맡은 최정원은 마치 어머니처럼 넉넉한 품으로 '지옥으로 가는 길(Road To Hell)'을 선창하며 이야기의 포문을 열었다. '오르페우스' 박강현은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음악의 신'의 열정과 어수룩한 남자의 순정을 표현했다. 슬픈 눈의 '에우리디케' 김환희는 들꽃처럼 강인하게 빛났고 '페르세포네' 김선영은 대체불가 개성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하데스' 김우형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지하세계 왕의 위엄과 섹시함을 뽐냈다. 사랑의 불안과 빼앗긴 자유의 노래가 마음을 울렸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라는 메시지가 따뜻한 위안도 안겼다. 원작은 2019년 토니상 8관왕에 올랐고 2020년 그래미 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남자주연상, 여자조연상을 수상했다. ■추억의 일본 만화, 무대서 재현 '4월은 너의 거짓말'은 일본 만화 특유의 밝고 순수한 10대 감성을 뮤지컬로 만들었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과 영국 웨스트엔드 해롤드핀터 극장에서 동시 개막한 이 작품은 불운의 신동 피아니스트 소년과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가 만나 음악으로 교감하며 변해가는 스토리. 아이러니하게도 극중 천재 소녀, 소년의 뛰어난 연주를 실제로는 들을 수 없다. 배우들이 연주를 하다 멈추고 뮤지컬 넘버를 부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첫사랑의 아련함과 풋풋한 학원 청춘물이 지닌 밝은 에너지에 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데스노트' 등을 탄생시킨 프랭크 와일드혼이 전곡 작곡을 맡았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한때 소녀들에게 '오스칼 신드롬'을 일으켰던 동명 만화를 무대로 옮겼다. 남장 여자 오스칼이 아버지의 바람으로 왕실 근위대장이 되나 프랑스혁명이 발발하자 자신의 의지로 혁명 시위대 편에 서게 된다는 내용을 그렸다. 원작과 달리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와 오스칼의 우정은 다뤄지지 않고, 오스칼 집안의 하인이자 소꿉친구로 자란 앙드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 유럽 뮤지컬을 한국에 도입해온 EMK와 '벤허',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 이성준 작곡가가 의기투합했다. '베르사유의 장미' 원작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는 최근 첫 공연을 관람하고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의 음악이 무척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의 가창력이 매우 훌륭했다. 영상과 무대 디자인의 절묘한 조화가 잘 느껴지는 무대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22 18:09:29[파이낸셜뉴스]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 1기 멤버로 세계 각국을 누비다 영화판으로 넘어왔을 당시, 류승룡은 요즘말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한 배우였다. 내게 류승룡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어떻게 보면, 당시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등 대학로 출신의 ‘연기 잘하는 남자’ 배우가 충무로를 주름 잡을 때라 시쳇말로 외모가 밀리던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선 굵은 ‘조연’ 배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장진 감독의 연극과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내다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어느덧 네 편의 1000만 영화 필모그래피를 가진 충무로 대표배우가 됐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부터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 ‘극한직업’(2019)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 제각각 다른 매력을 뽐냈다.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 ‘무빙’에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괴물’같은 초능력자였고, 젊고 잘생긴 선배를 모신 귀여운 후배였으며, 듬직하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인이자 남편이었고, 다정한 ‘딸바보’ 아빠였다. 반복하자면, 류승룡은 무한재생능력을 가진 장주원 역할로 ‘무빙’의 맨몸 액션신을 책임졌고, 조인성과 쿨하고 진한 브로맨스를 펼쳤다. 또 곽선영과 순박한 로맨스로 관객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아내 잃은 슬픔을 상복 바지 갈아입다 넘어지는 장면으로 표현하며 “류승룡 연기 미쳤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도대체 치킨과 무슨 인연인지 ‘극한직업’에 이어 또 치킨집을 창업해 평범한 이웃 아저씨이자 ‘딸바보’ 아빠로 분해 멜로부터 액션, 스릴러 그리고 휴먼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한 작품에서 종횡무진 오갔다. ‘무빙’ 종영 후 만난 그는 계속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이유로 “내가 생각한 것보다 늘 그 이상의 캐릭터가 (내게)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무빙’처럼 웹툰이 영상화되는 등 마치 거미줄에서 줄이 나오듯 끊임없이 시청자가 놀라워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 같다”며 “덕분에 내 생각 이상의 캐릭터를 제안받는다”고 부연했다. "메소드 연기는 '7번방의 선물' 용구(6살 지능의 딸바보) 정도였고, 항상 나로부터 캐릭터를 구축합니다. 대본에 아이디어를 많이 쓰고 연구도 많이 하지만, 거기에 매이면 현장성이 떨어지니까 늘 열어놓고 그 반반을 섞어 연기합니다." 류승룡, 이제는 유머감각 무한재생능력자?! 그는 이날 ‘자유로운 영혼’ 이미지가 강한 류승범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며 자신의 20대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름이 비슷해 형제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으며 극중 ‘프랭크’ 역할의 류승범과 류승용의 대결신을 두고 ‘용호상박’이라고 표현한 네티즌도 있다. 류승룡은 “전 20대에 머리 기르고, 수염 기르고 다녔다”고 돌이켰다. 내면에서 샘솟는 어떤 자유로운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그렇게 발산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정상(?)으로 돌아왔냐‘는 물음에 그는 “설경구 선배가 배우는 자신을 도화지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개성을 빼라고 조언했다”고 답했다. “몹시 힘들었지만 털도 정리하고, 개량 한복을 벗고 청바지를 입었다”고 부연했다. 그옛날 ‘근자감’ 넘치던 류승룡은 그게 근자감이 아니라는 것을 필모그래피로 차곡차곡 증명했다. 그리고 이제는 '근자감'보다 우위에 있는 '무한재생 유머감각'으로 이날 취재진과 가진 자리를 인터뷰인지, 코믹쇼인지 모르게 만들었다. 내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게 있냐는 물음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짧은 다리 물려줘봤지. 큰 머리도 이미 물려줬죠. 너무 속상해”라고 말해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의 연기에 늘 녹아있는 '휴머니즘'적 답변을 보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극복하고 잘 살아가는 모습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05 11:5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