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환경부는 5월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올빼미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정책을 알리고 야생생물 복원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달부터 이달의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하늘다람쥐가 선정된 바 있다. 199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올빼미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지만 자리를 옮기지 않고 거의 한 지방에서만 사는 새로 평지나 산지의 숲에 서식한다. 큰 고사목 또는 고목의 구멍을 둥지로 활용해 번식하며 산림개간 및 고목 제거로 서식지가 감소하면서 올빼미 서식 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다. 올빼미는 몸길이가 35~40㎝, 체중은 350~400g, 날개폭은 약 80~100㎝이고 부엉이와 달리 귀 모양의 깃털인 우각이 없는 둥근 머리를 가지고 있다. 올빼미의 몸 색은 회색이며 배와 등에는 세로줄 무늬에 가로줄이 섞여 있고 부리는 푸른빛을 띤 회색이다. 야행성 중형 맹금류인 올빼미는 설치류, 소형 조류, 양서류, 파충류, 곤충류 등을 잡아먹으며 뛰어난 청력과 날개깃 가장자리의 흠을 이용해 소리 없이 비행할 수 있다. 이런 신체 특성을 활용해 주로 야간에 사냥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에 서식하고 있는 올빼미와 긴점박이올빼미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전을 위해 인공 둥지를 설치해 서식지 내 개체군을 보전하고 부상을 입은 개체를 치료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올빼미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된 282종에 대한 정보는 국립생물자원관 누리과 국립생태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4-30 15:00:44[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사과가죽(애플 레더)을 활용해 만든 가방을 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애플레더는 주스, 잼 등 식품을 만들고 난 후 남겨진 씨앗과 껍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비건 가죽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을 해치지 않는 '비건' 열풍은 패션 업계에서 이미 대세가 됐고, 이제 뷰티 업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아웃'이 유행하면서 친환경 비건 뷰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비건 화장품 시장 2025년 1조원 전망 26일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600억원에서 지난해 57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2025년엔 1조원까지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이 가치와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면서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요즘 소비자들은 미닝아웃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에 반응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신념을 드러내고, 어떠한 지속 가능한 활동에 동참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건 뷰티 브랜드 론칭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LF는 지난 2019년 10월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를 선보이며 업계를 이끌고 있다. 아떼는 100% 비건 뷰티의 실천을 통해 외면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개성까지 빛내주는 컨템포러리 비건 뷰티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동물실험은 물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인증된 제조시설에서 생산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전 제품에 대해 비건 인증을 받았다. 국제산림관리협회(FSC) 인증을 받은 지속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환경 친화적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비건 뷰티 브랜드의 대표주자가 된 아떼는 올해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감각적인 신제품 출시, MZ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유통망 확대, 지구 보호 활동 전개 등을 앞세워 '컨템포러리 비건 뷰티 브랜드' 선두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롱테이크'를 론칭했다. 롱테이크는 오래 지속되는 감각적인 향과 더불어 세심하게 고안된 고효능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다. 지속가능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제품은 목공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목의 톱밥을 재가공한 오크우드 업사이클링 향료를 베이스로 사용했다. 편백잎, 검정콩, 장미꽃 추출물 등 식물 유래 효능 성분으로 비건 인증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토탈 스타일링 브랜드 '비레디(B.READY)'도 올 4월 '블루 수분 선크림'을 출시하며 블루 비건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선크림 외에도 블루 비건 라인으로 블루 세범 파우더, 비건 페이셜 솝을 출시할 예정이다. 블루 비건 라인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성분으로 구성해 한국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았다. 제품 상자 역시 FSC 인증 지류를 사용해 클린 뷰티를 실천하고 있다. 유아 뷰티 제품에서도 비건 라인이 출시됐다. 10년 연속 국내 판매 1위 기록을 수성 중인 핸드워시 대표 브랜드 '아이! 깨끗해'는 임산부와 영유아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비건 핸드솝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식물유래 계면활성제와 클린 성분만을 엄선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공식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라이온코리아와 SK지오센트릭이 공동개발한 친환경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본품 용기의 50%, 리필 파우치의 51%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비건 뷰티 제품 판매량 쑥쑥 비건 뷰티 열풍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판매량으로도 확인된다. 아떼가 이달 초 올리브영 라이브를 통해 선보인 '비건 릴리프 선 에센스' 기획 세트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3초에 1개씩 빠르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6분만에 1억원 달성, 방송 시간 동안 총 4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목표치를 400% 웃도는 수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비건 지향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이 기간 20~40대 구매 고객은 전체의 85%를 차지했는데, 가치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20대 Z세대는 물론 40대 X세대까지 두루 높은 구매율을 보이며 매출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떼가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내놓은 특별 제품은 고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떼는 100% 종이 소재의 패키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멀티밤 '그린그린밤'을 개발했는데, 더 많은 고객들이 지구의 날이 가지는 의미와 아떼의 진정성을 경험해 보길 바라는 취지로 아떼 기존 제품 구매 시 무료로 증정했다. 지난 3일부터 고객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한 '그린그린밤'은 현재까지 누적 8000여 개가 증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린그린밤 패키지에 그려진 검은 토끼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토끼'를 모티브로 아트를 전개하는 '뚜까따'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다. 토끼 앞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넘어서 극복한다는 의미의 캐릭터를 패키지에 적용한 것. LF 측은 "100% 종이 소재 패키지의 화장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취지로 뚜까따와의 협업을 추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구매만으로도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건 뷰티 브랜드의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면서 "일반 화장품보다 생산 과정은 어렵지만 비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내가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진정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3-04-26 11:33:06[파이낸셜뉴스] "으흑, 이게 무슨 향이지?" 리슬링(Riesling) 와인을 특징짓고 상징하는 풍미로 알려진 페트롤(Petrol) 향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지난 22일 서울을 찾은 독일 모젤지역 유명 와이너리 셀바흐 오스터(Selbach Oster)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요하네스 셀바흐(Johannes Selbach)를 만난 자리에서다. 페트롤 향은 리슬링 와인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휘발유 향 등 석유 냄새로 화학적 성분은 'TDN(1,1,6-trimethyl-1,2-dihydronaphthalene)'이다. TDN은 포도 송이가 햇볕에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물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씨를 보호하기 위해 껍질에 이 성분을 만들어낸다. 즉, 번식 능력을 잃지 않기 위한 본능적 활동으로 레드 포도 품종의 경우 햇볕이 강해지면 껍질을 두껍게 만들어 씨를 보호하는 것과 마찬가지 작용이다. 페트롤 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지만 대체로 와인의 결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리슬링 품종이 다른 포도 품종보다 TDN 성분 함량이 몇 배나 많지만 페트롤 향이 난다는 것은 포도 생장에 있어 극한을 넘어서는 충격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리슬링 와인에 있어 페트롤 향은 섬세한 풍미를 방해하는 부정적인 요소"라며 "포도가 열에 과도하게 노출돼 껍질에 변화가 생기는 '왁스 스킨(Wax Skin)' 현상으로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슬링 와인에서 페트롤 향은 일정 기간 숙성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은 정상이지만 어린 와인에서 나는 것은 좋지 않은 향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리슬링의 페트롤 풍미는 더운 곳일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추운 곳에서는 숙성이 한참 이뤄진 다음에 생긴다. 독일에서는 서늘한 기후인 모젤(Mosel)보다 좀 더 포근한 라인가우(Rheingau) 지방에서 더 많이 맡을 수 있으며, 햇살이 대체로 강한 신대륙 지역에서 특히 많이 나타난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우리 와이너리는 기요(Guyot)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하지만 왁스 스킨을 막기 위해 줄기 일부를 위로 끌어올려 포도송이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슬링 산지 중 가장 추운 곳인 모젤에서조차 포도송이가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요하네스 셀바흐가 소유한 셀바흐 오스터 와이너리는 총 24ha 규모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인 모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젤팅겐(Zeltingen)에 위치해 있다. 1600년 가족경영으로 시작해 400년 넘게 모젤을 대표해 온 프리미엄 와이너리다. 모젤에서도 드물게 빈야드 대부분이 편암으로 이뤄져 있는게 특징이다. 편암은 잘 부서지는 토양으로 포도 나무 뿌리가 깊게 내리는데 유리한데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PH가 낮아 아주 섬세하고 산도가 좋은 리슬링 와인이 나온다. 게다가 모젤강을 향한 경사도가 심한 곳은 60도에 달한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두 걸음 올라가면 한 걸음 밑으로 내려온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가팔라 모든 포도를 일일히 손으로 직접 수확해야 한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리슬링은 만생종이라 긴 시간동안 천천히 익어가며 여러가지 풍미를 차곡차곡 쌓아가는게 중요하다"며 "셀바흐 오스터는 높은 산도와 섬세한 풍미를 살리기 위해 일반적인 리슬링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를 더 낮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셀바흐 오스터 와이너리는 카비넷의 경우 좀 더 산도를 높이고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다른 곳보다 보다 이르게 수확을 한다. 그는 "와인에 따라 추구하는 바가 다 다르지만 카비넷은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포도알이 그린 빛에서 옐로우 빛으로 넘어가는 그 잠깐의 시기에 빠르게 모두 따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아주 과실향이 살아있는 신선하고 드라이하며 알코올이 낮은 와인이 나온다는 것이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또 셀바흐 오스터 와인에 대해 "양조 과정에서 스킨 컨택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숙취가 없는 것도 우리 와인의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스킨 컨택을 거치면 히스타민(Histamine) 성분이 나와 위경련과 두통을 유발하는데 셀바흐 오스터 와인은 포도를 천천히 압착하기 때문에 스킨 컨택 비중이 10% 이내로 아주 적다는 것이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자신들의 대표적 와인 3종을 열어 시음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날 나온 와인은 '셀바흐 오스터 젤팅거 리슬링 카비넷 트로켄(Selbach Oster Zeltinger Riesling Kabinett Trocken)', '셀바흐 오스터 리슬링 존넨누어 GG(Selbach Oster Riesling Sonnenuhr GG)', '셀바흐 오스터 리슬링 카비넷(Selbach Oster Riesling Kabinett)'이다. 젤팅거 리슬링 카비넷 트로켄과 리슬링 존넨누어 GG는 모두가 젤팅거 싱글빈야드에서 나는 특급 포도로 만든 리슬링 와인이다. 그러나 두 와인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젤팅거 리슬링 카비넷 트로켄은 포도나무 수령이 15년 된 어린 묘목에서 나는 포도로 좀 이른 수확을 통해 와인을 만든다. 그래서 포도 송이가 크고 힘이 좋은데 좀 더 빨리 수확하므로 개성이 극단적으로 차고 넘친다. 알코올 도수는 11.8%다. 반면 리슬링 존넨누어 GG는 40년 이상 된 오래된 고목에서 나오는 와인이다. 밭도 젤팅겐 지역에서 가장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수확도 좀 더 늦춰 수확한다. 알코올 도수는 12.5%다. 두 와인은 성격도 완전히 반대다. 젤팅거 리슬링 카비넷 트로켄은 아주 쨍한 산도에 아삭한 느낌의 청량감이 일품이다. 그냥 "바스락 거린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마치 냉장고 문을 열어 새콤한 과실 주스를 들이킬 때 느낌처럼 시원하고 강렬하다. 그러나 리슬링 존넨누어 GG는 여러가지 과실향이 굉장히 강하게 들어온다. 열대 과일의 화려한 향부터 서늘한 청사과향도 있다. 게다가 꽃향도 섞여 있다. 모난 구석이 하나도 없이 아주 좋은 것만 다 뽑아서 담아놓은 것 같다. 루프트한자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에 들어가는 특급 와인이다. 이처럼 두 와인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리슬링 존넨누어 GG는 2019년 제임스 서클링이 96점, 2020년은 93~94점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또 젤팅거 리슬링 카비넷 트로켄은 2019년 90점, 2020년 92점을 줬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리슬링 존넨누어 GG는 숙성 잠재력이 30년 이상인 아주 좋은 와인으로 10~12년 지난 뒤에 열게 되면 바디감이 더 커지고, 복합미도 훨씬 많아져 더 좋은 와인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서빙된 리슬링 카비넷도 시장에서 굉장히 고평가를 받는 와인이지만 앞서 두 와인이 워낙 출중한 모습을 보여서 상대적으로 감흥이 덜했다. 리슬링 카비넷은 젤팅거 싱글 빈야드에서 나는 포도로 빚는 상위 레인지 와인이다. 로버트 파커로부터 2017년 92점을 받을 정도로 좋은 와인이다. 아주 신선한 과실 향과 균형잡힌 산도, 드라이한 풍미가 굉장히 좋다. 다만 앞서 두 와인이 워낙 드라이하고 산도가 강하고 과실향이 좋아 좀 밋밋하게 느껴지기는 했다. 셀바흐 오스터 와이너리는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지만 이미 300여년 전부터 상생경영에도 남다른 실천을 보여왔다. 요하네스 셀바흐는 "지난 360년이 넘게 가족경영을 이어오면서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은 와인을 만들고 있는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가족과 똑같은 마음으로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 존중하며 와인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와인은 떼루아가 가장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만드는 사람도 중요하다는 말이 생각난 자리였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2-27 09:17:21[파이낸셜뉴스]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긴 하지만, 낮의 햇살은 따사롭고 활동하기 딱이다. 저수지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산과 들은 울긋불긋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저마다 예쁨을 뽐내는 시기다. 천천히 걸어도,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좋은 그런 계절이다. 가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하루 코스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추천하는 늦은 아침을 챙겨 먹고 가벼운 차림으로 훌쩍 다녀오기 좋은 낭만 가득한 충북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 괴산 문광저수지 해마다 10월이면 온 세상이 노란색으로 물드는 곳이 있다. 새벽 물안개와 노란 은행나무길이 어우러져 더욱 몽환적인 풍경으로 인기인 곳, 바로 괴산 문광저수지다. 양곡저수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물가 400m 구간에 은행나무 300여 그루가 줄지어 서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저수지에 비친 은행나무 풍경은 보고 또 봐도 절경이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마을 진입로에 은행나무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이다. 해마다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보러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 괴산군의 명품 관광지로 손꼽힌다. 은행나무길 주변에는 포토존과 조명이 설치돼 있어 낮과 밤의 풍경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문광저수지는 준 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의 숲과 오래된 고목이 많아 낚시터 전경이 아담하다. 낚시터에 5개의 수상좌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좌대에는 전기 및 화장실 시설까지 갖춰져 있다. 주요 어종은 붕어, 떡붕어, 메기, 잉어, 동자개, 가물치 등이다. 은행나무길 바로 위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저수지 둘레 생태 체험길인 에코로드도 여행 명소다. ■ 보은 삼년산성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보은 삼년산성. 삼년산성이 있는 곳은 보은의 오정산이다. 보은군 최대의 곡창지대 복판에 솟아있는 오정산은 해발 325m이지만, 보은 분지 자체가 200m가량의 고지여서 125m 언덕정도의 낮은 산세를 이룬다. 남·동·북 방향은 능선으로 이어져있고 서쪽으로는 트인 지형의 산이다. 산의 능선에 올라서면 동·서·남·북 방향 모두 보은 분지가 조망된다. 천혜의 성지인 셈이다. 오정산이 군사·지리적 천혜의 성지인 만큼 신라는 성 쌓기에 국력을 쏟아 붓는다. 성벽 두께 8~10m, 성벽위로 2차선 도로를 여유 있게 낼만큼의 넓이이다. 높이 13~20m의 성벽은 내외벽 안에 흙을 넣지 않고 돌을 사용해 견고함을 더했다. 신라 자비왕 13년(470)에 3년의 공사 끝에 쌓아 ‘삼년산성’이라 했다는 이 성은, 소지왕 8년(486)에 3000명의 인부를 징발하여 고쳐 세웠을 정도로 웅장함을 과시한다. 1500년을 너끈히 버티어 오늘에 이른 이유다. 충주 단양의 북부지역, 청주, 진천, 괴산 등의 중부지역, 옥천, 영동의 남부지역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 보은의 길목 모두가 조망되는 지점에 자리 잡은 삼년산성은, 신라가 백제·고구려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역할 했다. 성의 입지와 성의 축조기술, 삼국통일을 노리는 신라의 군사적 전략 등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삼년산성은 삼국시대를 통 털어 단 한 번도 점령당하지 않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삼년산성을 따라 오르다 보면 보은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산성길을 따라 한 바퀴 거닐어도 좋고, 성벽에 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그 어떤 것이든 가을의 정취와 낭만이 함께 할 테니. 보은군 보은읍 성주1길 104 ■ 영동 월류봉 둘레길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다정한 길이 있다.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깎아 세운 듯한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데 우암 송시열(1607~1689)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 산 아래로 금강 상류의 한 줄기인 초강천이 흐르고 깨끗한 백사장, 강변에 비친 달빛 또한 아름다워 양산팔경에 비할 만하다. 우뚝 솟은 월류봉은 달님도 쉬어간다고 할 만큼 경관이 수려한데, 월류봉에 달이 걸려있는 정취는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높이 약 400m의 봉우리로 동서로 뻗은 능선은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달이 머무르는 봉우리’라는 뜻의 이름처럼 직립한 절벽에 걸려 있는 달의 정경이 아름답다. 월류봉 주변에는 물 맑은 하천을 따라 월류봉 둘레길이 조성돼 있는데 길이 완만하고 다양한 풍경을 지녀 사시사철 걷기 좋다. 둘레길은 월류봉 광장을 출발해 반야사까지 이어지는 8.4km 산책길로 총 3구간으로 나뉜다. 기암괴석의 절경과 울창한 숲길,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둘레길을 함께 하는 청아한 물소리를 벗 삼아 걷는 길이 꽤나 근사하다. 1구간 여울소리길(2.6㎞)은 월류봉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길로 월류봉 둘레길의 대표 코스다. 대부분 완만한 숲길이지만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 구간도 있다. 걸음을 따라 들리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다. 2구간 산새소리길(3.2㎞)에서는 완정마을과 백화마을, 우매리를 거치며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고, 마지막 구간인 풍경소리길(2.5㎞)은 반야교를 지나 백화산을 올라 편백나무 숲과 전망대, 신라시대 고찰인 반야사를 지난다. 아담한 사찰에는 보물인 삼층석탑과 500년 된 배롱나무, 절벽 위에 아찔하게 서 있는 문수전 등이 있다. 사찰 뒤편 산허리에 꼬리를 치켜든 호랑이 모양의 거대한 돌무더기가 특이하다. ■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 조용한 풍경 속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아담한 성당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음성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성당은 1896년 충청북도에 최초로 설립된 성당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프랑스 신부 임가밀로가 세운 성당으로 원래 이곳은 명성황후의 6촌 오빠 민응식의 집이 있던 곳이다. 1882년 임오군란 때 명성황후가 피신왔던 곳이기도 하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민응식이 서울로 압송되면서 의병들이 사용하게 되자 일본군들이 불태워 버렸다고 한다. 프랑스 신부 시잘레가 설계하고, 중국인이 공사를 맡았는데 명동성당의 축소판 같은 인상을 준다. 비슷한 양식의 조금 더 작은 규모로, 안쪽 천장은 원형돔으로 꾸몄다. 현재 대성전은 1930년에 고딕식으로, 사제관은 1934년에 석조 건물로 건립되었다. 사제관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감곡성당에서 수집 보관하고 있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인 예수성심기, 성모성심기와 그 밖에도 많은 천주교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성당과 박물관 뒤편으로 이어지는 매산 등산로도 산책 코스로 좋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0-25 15:00:56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는 400년 넘은 느티나무가 있다. 산림보호법에 따라 지정된 보호수이다. 보호수는 역사적·학술 가치 등이 있는 고목, 거목, 희귀목 등으로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이다. 용문면 삼성리에 있는 느티나무는 높이 11m, 나무둘레 4m가 넘는 거목이다. 한여름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느티나무 주변을 걷다 보면 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의 신선함은 기본이고, 과거 선조들이 이 나무를 심고 나무와 어우러져 살았던 삶의 궤적이 보이는 듯하다.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겪고 살아남은 흔적은 경건한 기운까지 느끼게 해준다. 이렇게 고목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무를 둘러싼 내재된 갈등은, 갑자기 들이닥친 도로 포장공사 차량으로 인해 분출되었다. 주민 숙원사업으로 예산이 편성되었다고 했다. 그동안 주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나무를 보호하느라 아스팔트 포장이 안돼 있다 보니 불편함을 느끼는 주민들은 포장을 원하고 있고, 자연환경과 마을 역사의 보존을 원하는 주민들은 나무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 도로 포장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마을 임원들이 나무병원에 의뢰해 대안을 부랴부랴 만들었지만, 이 대안은 권한도 책임도 없다. 산림보호법상 보호수 관리는 지방행정관청이 하기 때문이다. 산림보호법 제13조 2항에 의하면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은 보호수를 현재 있는 장소에서 안전하게 관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보호수 관리를 주민에게 위임했다는 규정은 어디 한 줄도 없다. 군청은 보호수 앞 도로 포장공사를 강행하기 전에 도로 포장이 보호수에 미칠 영향을 사전점검하고, 대책을 만들어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선행했어야 한다. 대안도 담당부서에서 직접 만들어야 했다. 역사와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도 부재하지만, 처리 과정이 너무 안일하고 허술하다. 해외는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역사가 보존된 도시, 파리를 예로 들고 싶다. 파리를 여행하고 놀란 점은 걸작 미술품이나 화려한 문화유산 때문만이 아니다. 과거가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에 더 감탄했고 부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프랑스 화가인 구스타브 카유보트가 1877년에 그린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를 보면 당시 더블린광장 거리는 현재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의 파리의 거리는 19세기에 완성되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아파트들은 다 유적 같아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파리 주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선조들의 혜안과 안목 덕분에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소중한 문화유산을 갖게 되었다. 나무 때문에 도로 포장 못한다고 나무를 원망하지 마시라. 나무는 아무런 죄가 없다. 인간의 필요로 나무는 심어졌고, 훼손되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을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 아니면 대대로 물려온 자연환경?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지만, 그 어떤 선택도 후손의 냉철한 평가를 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2022-06-30 18:22:36【파이낸셜뉴스 광양=황태종 기자】전남 광양시는 천연기념물 제235호인 광양읍수와 이팝나무가 위치하고 있는 유당공원 주변 옛 광양역사 폐선부지를 활용해 미세먼지차단숲 조성을 완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6년부터 연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순천경계 동일터널~운전면허시험장~전남도립미술관, 유당공원에 이르는 약 4km 구간의 경전선 폐철도가 하나의 녹지축으로 연결돼 새로운 산림 경관자원으로 주목받게 됐다. 문화재 지정구역인 유당공원은 1547년 광양현감 박세후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막기 위한 방풍림의 기능과 더불어 읍성을 쌓은 후 멀리 바다 쪽에서 왜구들이 볼 수 없도록 팽나무, 푸조나무, 이팝나무 등의 노거수를 심었던 곳으로, 풍치와 경관이 어우러진 지역 명소다. 하지만 지난 2016년 7월 경전선 폐선 이래 유당공원 주변은 오랜 기간 방치돼 각종 폐기물 적치 등으로 도시미관이 저해됨에 따라 도시숲 조성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광양시는 400~500년 된 팽나무, 푸조나무 등 고목이 한데 어우러진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숲을 확대 복원하기 위해 총사업비 24억원을 투입하고, 문화재청 문화재 현상변경을 비롯한 전문가 기술자문, 매장문화재 표본조사 등을 거쳐 지난 6월 중순 사업을 착공해 11월 말 숲 조성을 마무리했다. 기존 유당공원 내 분포하고 있는 전통 수종을 토대로 이팝나무, 팽나무 등 7종의 교목 327주와 철쭉, 홍가시 등 2종의 관목 1만4506주, 맥문동, 꽃무릇 등 3종의 화초류 1만5920본을 식재해 전통숲의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기존 유당공원 산책로와 연계해 400m를 신규 개설하고 등의자 13개소, 보안등 16본, 안내판과 수목표찰을 설치하는 등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김재복 시 녹지과장은 "폐선부지가 생활권 도시숲으로 재탄생해 인근 도립미술관, 유당공원과 연계한 광양읍권 대표 관광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그린인프라 구축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양시는 미세먼지 저감과 도시열섬현상 완화 등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올해 총 7ha의 미세먼지차단숲을 조성 완료했으며, 내년에는 중마동 일원 시설녹지 4ha에 총사업비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할 계획이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1-11-29 13:42:07【파이낸셜뉴스 전주=김도우 기자】 기승을 부리던 맹추위가 물러나고 서서히 봄 마중을 해야 할 때다. 경칩도 코앞이다. 한편으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시간을 붙들어 매놓고 싶다. 봄기운을 느끼고 싶을 때 천년된 나무를 보면 마음 차분해진다는 말에 달려갔다. 선 채로 천년을 살았던 나무는 무엇을 보았을까. 궁금했다. 국내 10명도 채 안 되는 초대형 목공예 명인 가운데 한 명인 최덕수(62·사진)씨는 지난 2월 말께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50년 나무하고 살았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나무를 만날 것”이라며 “좋아하기 때문에 하지 업(業)으로는 못 한다”고 말했다. 한 순간도 휴식하지 못하고 끝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최 명인은 나무를 얻은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 50여년 초대형 목공예만 매달린 결과, 식솔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역할은 소홀해졌고 가정도 친구도 떠났다. 가정은 올해 재결합을 꿈꾸고 있고, 이제 친구도 간혹 만난다. 이젠 넉넉하지 못한 호주머니 사정만 나아지면 된다. 대형 공예를 만드는데 나무의 선택과 가공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 수령이 길게는 약 1500년부터 300~500년 사이를 좋은 나무로 친다. 나이에 따라 어린나무, 젊은 나무, 늙어 죽는 나무가 있는데, 마지막 고사목이 가장 좋다고 한다. 세월의 깊이가 명품 여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 최 명장, 다시 태어나도.."나무 만날 것" 전북 완주군 상관면 용암리가 고향인 최 명장은 어려서부터 나무를 접했다. 초등학교 당시 팽이와 썰매, 나무지게를 만들어 팔았으니 동네에서는 이미 ‘나무 쟁이’로 소문나 있었다. 그때부터 환갑지난 지금까지 나무하고 살았으니 족히 50년은 된다. 최 명인은 “1000년 이상 된 고목 작업은 2년 넘게 한 적도 있다”며 “일본인들은 금목이라고 하는 느티나무를 선호한다. 수령과 재질이 좋고 용무늬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이다 보니 계절에 따라 나무 무늬가 달라진다. 나침반이 없으면 나무 가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처럼 나무 무늬 곁이 더 이쁘고 더 세련된 것 같다. 바람과 온도,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 작품이 나무 무늬다. 여기에 덧칠을 하고 보기 좋게 손질하는 것이 최 명인이 하는 일이다. 60여 년 내 인생 나무에 나이테가 그어진 과정을 회상해 봤다. 50년의 세월 동안 나무와 함께 한 최 장인의 삶이 그렇듯이 나이테 하나는 수많은 경험과 시간을 거쳐 어렵게 그어진다. 그런 인내심으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장인정신을 기르는 것이 소명이라 했다. ■ 좋은 나무·공예 만나는 건 좋은 배필만큼 어려운 일 최 명인은 서울종합예술공모전에서 목공예 부문 ‘꽃 조각’으로 대상을 받았다. 그걸 계기로 ‘초대작가’라는 칭호도 얻었다. 최 명인은 목공예 가운데 소형작품보다 주로 대형 목공예 작품 활동의 국내 권위자다. 그의 주 작업장은 전주 2곳, 완주군에 1곳이 있다. 대형 나무를 수공예 하다 보니 작업장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금은 작업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작품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초대형 목공예 작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주재료도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된 고사목을 구입, 최 명인 손을 거쳐 명품으로 재탄생 되는 것이다. 최 명인은 “수령이 오래된 국내산 느티나무 고사목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나무의 무늬와 뿌리 모양이 좋아 서각이나 반입체조각시 그 자체로 시각적 효과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입비도 수천만원이지만 운반비도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초대형 목공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도 아주 견실한 구조로 짜여 있으며, 그 짜임과 이음의 기법은 매우 치밀하다”며 “전통 목공예의 아름다움을 살리려면 나무 본연 결의 아름다움을 활용하는 게 제일 좋다. 그러나 좋은 나무와 공예가 만나는 건 좋은 배필을 만나는 일만큼 어렵다”고 했다. ■ 초대형 목공예 부문 명장 반열에 오르다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작업 활동을 해 온 최 명인은 친구 권유로 서울종합예술대전에 작품을 전시, 10여 차례 수상하면서 이제 전국적으로 초대형 목공예 부문 ‘명장’ 반열에 올랐다. 그야 말로 하나의 대형 목공예 작품이 나오기까지 작품구상과 밤낮 없는 손질과 옻칠 작업이 병행된다. 최 명인은 작품에 대한 열정은 그의 손가락 마디를 보면 알 수 있다. 성한 손가락이 없을 정도로 인고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최 명인은 “이제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 작업을 이을 사람이 없으니 안타깝다”며 “장소만 제공된다면 수십년 공들인 제 작품 400여점을 내놓을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정이 어렵다보니 고목을 손질해 테이블, 식탁, 옷걸이 등 생활용품도 제작, 판매한다. 정성 담긴 것은 대형이나 소형이나 마찬가지다. 대형 목공예 장인은 완벽하게 짜 맞춤하는 손을 50년 이상 갈고 닦았다. 장인의 솜씨를 글이나 책으로 전수할 수 없는 노릇. 시간이 기억하고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억해야 비로소 장인정신이 담긴 명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 ■ 1000년 된 고목 앞에서 나이 따지는 건 우습죠 최 명인이 보여준 1000년 된 고목은 3개다. 그 몸통은 울퉁불퉁 옹이가 졌고 가지는 구불구불하여 멀찍이서 바라보면 가파른 산등성이나 성난 파도와도 같지만 바짝 다가가서 보면 둥그스럼한 큰 집채와도 같았다. 1000년 된 고목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숙연해진다. 최 명인은 “1000년 묵은 나무 표정, 본 적 있어요”라며 “천년을 지킨 나무는 줄기가 길어 몸통보다 곱절로 뻗어서 사방에 드리워도 잘라낼 줄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그 나무는) 기둥으로 받쳐주는 것이 없으면 부서지고 갈라지고 했을 것이다. 조물주가 이 나무에게는 사람이 기교를 보태주게 하여 온전하도록 한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무는 움직이지 못한다. 그곳이 어디든 뿌리를 내린다. 최선을 다해 사는 거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람에게 아낌없이 준다. 그래서 나무를 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
2021-02-26 20:01:19【 괴산(충북)=조용철 기자】 충청북도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으로 유명하다면 그 한복판에 자리잡은 괴산은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백두대간의 허리를 떠받치는 준봉들이 경상도와 경계를 이루며 우뚝 솟아있고 골짜기와 산자락을 굽이쳐 흐르는 계류는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괴산군 연풍면과 문경시 문경읍 사이에 있는 고개인 이화령은 예로부터 고개가 가파르고 험해 산짐승의 피해가 많아 전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서 함께 넘어갔다고 해서 이유릿재라고 불렀다. 그 후에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아서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 이화령의 높이는 548m이고 소백산맥의 조령산과 갈미봉 사이에 있다. 예로부터 조령이 중부지방과 영남지방을 잇는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었지만 고개가 높고 험해 불편했다. 일제강점기 때 이러한 불편한 점과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을 말살하기 위해 조령 바로 밑에 고개를 만들었다. 이화령 고갯마루에는 조망이 일품인 휴게소가 있고 고개가 끊어놓은 산자락을 연결하는 생태터널이 지난다. 이화령 고갯마루를 중심으로 서쪽으로 내린 빗물은 한강으로, 동쪽으로 내린 빗물은 낙동강으로 흐른다. 충북 괴산군 관광지도를 살펴보면 온통 초록색이다. 그만큼 산이 많고 깊다는 증거다. 산이 많으니 계곡도 많다. 쌍곡과 선유동계곡, 화양동계곡, 갈은계곡 등 내로라하는 계곡들이 밀집해 있다. 넓고 깨끗한 너럭바위와 맑은 계류, 우뚝 솟은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마치 한 폭의 진경산수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1957년 완공된 괴산수력발전소의 호수를 이용해 복원한 산막이 옛길을 걷다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만든다. 산막이옛길은 괴산군 칠성면 사오랑마을과 산막이마을을 오고갔던 10리길이다. 장막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막, 마을 사람들이 옛날부터 다니던 길이어서 산막이옛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너편으로 군자산과 괴산호를 바라보며 걷는 이 길은 아름다운 풍경과 걷기 좋은 나무 데크 길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다. 산막이옛길을 따라 펼쳐지는 산과 물, 숲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움은 괴산의 백미로 꼽을 수 있다.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로 가는 방법은 3가지다. 옛길, 한반도 전망대와 천장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배편이 그것. 산행을 좋아한다면 등산로로 시작해 옛길로 돌아오는 것도 좋고, 여유를 즐기려면 옛길로 시작해 배편으로 돌아와도 좋다. 산막이옛길 주변으로 차돌바위나루와 산막이나루, 굴바위나루가 있다. 배편을 이용하고 싶다면 동선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산막이나루에서 차돌바위나루로 가는 배편이 가장 인기가 많다. 어떠한 길로 가든 선택은 자유다. 길에는 고인돌쉼터, 소나무 출렁다리, 정사목, 노루샘, 호랑이굴, 매바위, 앉은뱅이 약수, 얼음 바람골, 호수전망대와 마흔고개, 다래숲동굴 등 산책로 주변 볼거리가 가득해 지루할 틈이 없다. 산막이옛길을 둘러보고 나면 괴산의 자랑인 계곡을 둘러볼 차례다. 수많은 계곡 가운데 화양구곡이 가장 유명하다. 화양구곡은 한 때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전해진다. 숙종 때 노론이 득세했던 시절, 노론의 대표적인 인물인 송시열을 기리는 사액서원이 전국에 수십 개 만들어졌는데 화양동 계곡의 화양서원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한다. 나라에서 받은 토지와 노비, 양민들로부터 징수한 세금으로 부를 축적한 화양서원은 고을 수령마저 좌지우지할 정도로 권력이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고종 때 철폐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었다. 화양구곡의 시작점인 경천벽에서부터 마지막 파천까지 걸어가는 계곡 산책길이 좋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송시열의 글씨가 새겨진 경천벽을 지나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과 학소대를 거쳐 깨끗하고 반듯한 흰 바위 위로 맑은 계곡물이 스치듯 지나가는 파천에 다다른다. 계곡 산책로는 3.1km. 화양동 계곡은 괴산 선유동 계곡과 7㎞거리에 있으며 푸른 산과 맑은 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이다.연풍면에 위치한 한지체험박물관에는 한지의 기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전통 한지의 제조과정도 볼 수 있다. 한지체험박물관은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17호 안치용 한지장이 관장으로 있다. 옛 신풍분교 자리에 지상 1층으로 건축면적 1326㎡ 규모로 꾸며졌다. 한지로 만든 다양한 생활용품 전시도 볼거리다. 또 전통 한지 뜨기 체험, 한지 소원등 만들기, 한지 자연염색체험 등 다양한 한지 체험도 할 수 있어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좋다. 한지는 닥나무 껍질의 섬유질을 이용해 만든 전통 종이를 뜻한다. 닥나무 껍질을 잿물로 삶고 두드려 물에 푼 다음 대나무 발로 섬유를 건져 물을 짜내고 말려 종이로 만든 것이 한지다. 박물관 앞마당에서도 닥나무를 볼 수 있다. 한지에 대해 알아본 뒤 문광저수지로 향했다. 문광저수지에는 은행나무 300그루가 노랗게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양곡저수지로도 알려진 이곳은 물가 400m 구간에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은행나무길은 1979년 마을 진입로에 은행나무 300그루를 심어 조성한 것이 시작. 올해는 포토존과 조명이 설치되어 밤에도 은행나무길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문광저수지는 준 계곡형의 저수지로 주변의 숲과 오래된 고목이 많아 낚시터 전경이 아담하다. 은행나무길 바로 위에는 소금의 역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소금문화관'과 염전 체험장 등을 갖춘 소금랜드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9-10-31 17:08:30[파이낸셜뉴스 홍성=김원준 기자] 충남 논산 화지동 등 6곳이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선정됐다. 지난해까지 10곳과 올해 상반기 2곳을 더하면 충남도내에서는 18곳이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최종 선정, 총 1조 4408억 원 규모의 구도심 활성화·일자리 창출 사업 등이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충남도는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도시재생 뉴딜 2019 하반기 공모사업에 6곳이 선정돼 국비 605억 원을 확보했다고 8일 밝혔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재건축·재개발의 도시 정비사업과 달리 기존 모습을 유지하며 도시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면적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 살리기, 주거지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추진된다. 국토부가 선정한 사업은 △논산 중심 해월로 재창조 프로젝트(중심) △당진 ‘행복 채운 삶터’(주거) △예산 일생을 행복하게 동행하는 예산(〃) △보령 철길따라 물길따라 흐르는 삶의 여유 ‘보령 남대천마을’(일반) △논산 강을 담다 산을 닮다 강경고을(〃) △서산 400년 고목과 함께하는 양유정마을의 다시 쓰는 400년 도전기(주거) 등이다. 논산시는 화지동 일원(20만9360㎡)에 △해월상권·지역 활력 증진사업 △세대융합·공동체회복 사업 △주거 복지실현 및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사업비는 372억 원(2020년∼2025년)이다. 강경읍 일원(14만9750㎡)에도 550억원을 들여 주거지와 상업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문화자원 활용 재생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살기좋은 주거환경 조성 사업 등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활성화를 도모한다. 보령시는 대천동 일원(16만7895㎡)에 약 695억 원을 투입, △남대천 어울림센터 △대천천 수변체육 공간조성 △마을호텔 프로젝트 ‘대천장’ 등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공시설 및 생활복지시설을 공급한다. 또 공유경제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공동체 자립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예산군은 예산리 일원(11만1108㎡)에 약 300억 원을 투입, △노후공공청사 복합개발사업 △동행커뮤니티센터 조성 △돌봄 문화종합센터 조성 △생활편의시설 조성 등을 조성한다. 구체적으로 구 군청사를 활용한 행복주택을 건립해 주거복지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지역자산 활용과 창업 인큐베이팅 인프라를 구축, 일자리 창출과 안전안심골목길 등 생활편의시설 및 지속가능한 생활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진시는 약 427억 원을 투입, 채운동 일원(14만1100㎡)에 △도지재생어울림센터 △학교활동 커뮤니티 거점 △학교 앞 안심 광장 △주민역량강화 및 공동체 활동 지원 등을 조성·지원한다. 이 사업은 신혼부부 출산, 육아 등에 지원을 강화한 더 행복주택을 해당 수요가 많은 당진시에 확충하고, 주거지지원형 재생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서산시는 읍내동 일원(10만9000㎡)에 약 150억 원을 투입, △친환경 생활 SOC확충 △햇빛센터 △스마트 안심골목 △양유정 공원 공유마당 등 낡은 주거지를 정비한다. 충남도는 이번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일자리 창출 약 3800명 △공공임대주택 635호 △주차장 1만 4636㎡(307대) △노후주택정비 300호 △빈집철거 24호 △공원조성 2258㎡ △마을기업 및 협동조합 11곳 △마을회관 및 돌봄센터 등 10곳 △핵심앵커 시설 12곳 등직·간접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으로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형 SOC 공급 확대 및 지역 혁신거점 공간을 확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거복지, 도시경쟁력 강화, 사회통합, 일자리 창출 등 4대 목표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이달부터 충남 도시재생 지원센터를 활용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준비, 계획, 모니터링 역량강화를 위해 센터직원, 활동가를 중심으로 기본과정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공무원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뉴딜 유형별 심화교육’을 실시, 내년도 도시재생 공모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19-10-08 15:46:37삼성서울병원 암병원(삼성암병원)이 30일 개원 1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개최했다. 남석진 암병원장은 "처음 암병원를 세우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걱정이 많았다"며 "삼성서울병원이 94년에 개원했으니 불과 10년도 안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암병원을 짓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국내 민간 의료기관 중 독립적인 암 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던 시절이었다. 남 암병원장은 "하지만 삼성암병원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다른 병원들도 속속 암 전문병원 건립을 추진하며 자원과 역량을 집중시키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암병원의 10년이 우리나라 암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 받는 이유다. ■암병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출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지난 2008년 1월 문을 열었다. 지상 11층, 지하 8층 연면적 11만㎡에 달하는 건물이 들어섰다. 단일 기관 수준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였다. 건물 자체도 독특한 외관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병원을 둘러싼 숲과 조화를 이루는 데 주안점을 뒀다. 건물 전면부는 블루 그린 글라스를 채택해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물고, 곡선 형태로 디자인하여 유려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삼성암병원이 이러한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환자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하는 환자들에게 딱딱한 병원 이미지 대신 자연과 어우러지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 남 암병원장은 "환자들이 병원과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만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환자를 우선으로 병원을 설계했다"며 "병원이 지향하는 철학이 단순하면서도 매우 강력하다 보니 지난 10년간 병원이 이만큼 발전하는 데 큰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암환자 10명 중 1명,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찾아 현재 삼성암병원을 찾는 연간 외래 환자는 50만명이다. 이 가운데 새로 암을 등록한 환자는 약 2만 3000명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암환자가 21만여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암 환자 10명 중 1명꼴로 삼성암병원을 찾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암병원 외래환자 53만 4548명, 입원환자 26만 5720명, 수술 1만 6089건을 달성했다. 삼성암병원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병원 시스템을 정비하고 인프라를 갖추는 데 투자를 지속했다. 새로운 첨단의학을 도입하는 데 망설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다학제진료다. 삼성암병원은 지난 2013년 기존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체계가 격상되면서 대대적으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학제 진료는 하나의 암을 두고 관련 여러 진료과가 머리를 맞대 최적의 치료 방향을 찾아 더 나은 치료 결과를 도출하자는 취지로 병원 전체에 퍼졌다. 그러면서 암종별 센터가 전면으로 나섰다. 우리나라에 현대의학이 자리를 잡은 뒤로 줄곧 고목처럼 단단히 서있던 진료 문화가 의사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 삼성암병원에는 17개의 전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대면다학제 진료는 간암, 유방암, 췌장암, 등을 포함해 12개 암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해 평균 400명이 대면다학제 진료를 이용하고 있다. 올해는 희귀난치성 암환자를 위한 심층 진찰을 시행해 보다 다양한 형태의 환자중심 진료 체계를 선보일 계획이다. 환자를 위한 삼성암병원의 혁신은 암치유센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암치유센터는 삼성암병원이 추구하는 포괄적 암치료를 구현하기 위한 결정체로 지난 2014년 설립됐다. 암환자의 치료 흐름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정신건강을 챙길뿐더러 통증이나 재활까지 함께 치료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췄다. 치료 후 재발이나 다른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진료가 뒤따를 뿐만 아니라 암을 완치하는 데 필요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제공된다. 특히 암교육센터는 지난 2008년 암병원 개원과 함께 국내 최초로 운영을 시작했다. 환자들이 암을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각종 책자 및 동영상 등 교육자료의 개발과 보급을 맡아왔다. 지금은 다른 병원들이 암 전문병원을 세울 때 반드시 들러 참고하는 표준이 됐다. ■위암 5년 상대생존율 86.4%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평가 결과에서 △췌장암 △식도암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모든 암종에서 삼성암병원은 모두 1등급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암병원의 암 치료성적은 세계와도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각 암종별5년 상대 생존율을 분석했을 때 삼성암병원은 국내는 물론 의료 최선진국인 미국보다도 수준이 높다. 한국인에게 많은 위암의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86.4%로 미국 30.4%와 비교하면 크게 앞선다. 또 삼성암병원은 지난 2016년 양성자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양성자치료기는 현존하는 암 치료 장비 중 가장 앞서 있는 기기 중 하나로, 삼성암병원은 기존 1세대 방식에 비해 한층 진일보한 최첨단 장비를 들여왔다. 스캐닝 기술을 접목한 삼성암병원의 양성자치료기는 빛샐틈 없이 암을 공격해 격멸한다. 삼성암병원 양성자체료센터는 최근 1년 사이 환자 500여명을 치료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간암의 경우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며 치료 환자 중 90%에서 효과가 나타났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70%대다. 게다가 삼성암병원은 같은 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방사선 수술장비 감마나이프 아이콘을 설치했다. 최신 감마나이프 '아이콘'은 감마선을 쏘아 전이성 뇌종양 등 뇌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기기다. 삼성서울병원은 아이콘을 비롯해 감마나이프 2대를 가동 중이다. 감마나이프를 2대 이상 가동 중인 의료기관은 삼성암병원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단 3곳에 불과하다. ■삼성암병원 정밀의료 보급 앞장 삼성암병원은 현재 미래의학을 선점하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 중인 정밀의료 분야에서 한 발짝 더 앞서기 위해 전사적으로 매달리는 중이다. 삼성유전체연구소는 차세대 유전체 분석 시스템 '캔서스캔'을 통해 기술력을 다지는 중이다. 캔서스캔은 삼성유전체연구소가 병리과 및 혈액종양내과와 함께 개발해 2014년 선보인 차세대 유전체 분석시스템이다. 환자에게서 얻은 암 조직을 토대로 381개 암 관련 유전자를 한 번에 검사해 500여 종의 돌연변이를 진단할 수 있다. 소량의 유전자 변이도 놓치지 않고 검출 가능할 만큼 민감도가 높고 이를 해석해 환자 치료의 나침반으로 삼을 수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근호에 이러한 내용이 발표돼 세계 의학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난치암사업단에서 개발한 아바타 시스템 역시 삼성암병원의 미래의학을 이끄는 또 다른 축이다. 아바타 시스템은 환자에게서 얻은 암세포를 분석해 각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항암제 효능을 검색한 후 최적화된 치료법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지난 3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캔서 셀 및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해 과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의료 선진국인 싱가포르의 과학기술청에서 간암 정밀의료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남 병원장은 "삼성암병원이 불과 10년만에 환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병원이 됐다는 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환자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환자만 보고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18-03-30 11:04:01